일베에서 자주 이야기되듯이 각종 어그로성 드립의 핵심은 성스러운 것에 대한 도전 자체가 아니라 성스러운 것을 비꼬았을 때 돌아오는 ‘씹선비’들의 반응이 ‘우습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 반응이 격렬하면 격렬할수록 그것으로 일베의 의례는 성공한것이 된다. - P351
이들은 루저이되 ‘감성팔이‘에 속아 쉽게 선동되는 ‘씹선비‘와는 대비되는, ‘합리적‘인 ‘루저‘로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 ‘씹선비‘를 비난하는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냉소인 바, 이들은 ‘선비‘들이 믿고 있는 성스러운 바로 그것을 냉소함으로써 성스러움의 기반부터 무너뜨리고자 한다. - P352
파편화된 사회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나‘의 능력과 노력뿐이다. 사회적 편견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일이기도 하거니와, 능력만 있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를 소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회에 책임을 돌리며 고통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화는 이들의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요구에 굴복하여 애꿎은 자신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기회의 평등이라는 원리…. - P352
일베 이용자들이......대통령과 군인, 잠수부의 입장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은 그들의 공감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있다기보다 패자와 승자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의 공감 대상은 ‘가해자‘보다는 ‘승자‘라는 것인데, 이러한 태도는 5·18 수정주의에서 북한 특수부대 침투론이 상기시키는 것처럼 민중은 스스로 생각해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는 전제에서 기인한다. 이는 촛불집회가 좌파의 ‘선동‘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이해와도 맥을 같이하며, 일베 이용자들이 능력주의의 신봉과 패자(피해자, 소수자, 약자) 혐오 그리고 지배자 갈망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밑바닥 인생이라 자조할지라도 말이다. - P355
이처럼 일베 이용자들의 ‘전도된 공감‘은 스스로를 패자의 위치에 놓을 수 없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결여는 약육강식과 우승열패를 내면화해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멘털리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 멘털리티는 다시, 강고하게 작동하는 평범 내러티브가 감정 관리를 강요하고 서로의 고통에 대한 무시를 종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일베로 대표되는 혐오라는 현상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주작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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