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 반反경제의 경제학 - 경제계산과 자연주의 신화
구본우 지음 / 비르투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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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인간의 경제는 사회적 관계 속에 묻혀 있었다. 이때 인간은 물질적 재화를 소유하여 개인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지위, 사회적 요구, 사회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한다. 이 목적에 기여하는 물질적 재화들에만 높은 가치를 매긴다. 생산과정도 분배 과정도 재화의 소유와 관련된 특수한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경제 체계는 비경제적 동기에 기초하여 작용할 것이다. (폴라니 거대한 전환) - P206

"사회의 형태 전환은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 동기가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이라는 동기가 이익이라는 동기로 대체된다. 모든 거래는 화폐 거래가 되고 다시 교환의 매개 수단이 모든 산업적 삶의 마디마디에 도입된다. 모든 소득은 이러저러한 판매를 통해 얻어진다. 인간 소득의 실질적 원천이 무엇이건 간에 소득은 판매의 결과라고 간주된다. ‘시장 체계‘ 는 그 단순한 말 한마디에 이러한 전환들을 함축하고 있다."(Polanyi, 1957c:41) - P207

이제 이 시장 체계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보호할수 있다면 경제는 사회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획득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이른바 "경제적 요소는 사회의 존속에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일단 경제 체계가 특수한 동기들을 바탕으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여 독립된 제도들로 조직되면, 사회는 경제 체계가 독자적인 법칙에 따라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형성"(Polanyi, 1957c:57)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자기 조정적으로 작동한다면 그 자신의존속을 위해서조차 시장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스스로를 시장의 움직임에맞추어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가 사회로부터 독립된다는 것은 단지 경제가 자기 자신의 영토를 보존하면서 주권적 독립을 지킨다는 말이아니라 "사회적 제 관계가 경제 체계 속에 묻어 들어가는 상태를 말하게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폴라니가 말하는 ‘시장 사회‘ 혹은 ‘시장 패턴‘ 의의미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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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 반反경제의 경제학 - 경제계산과 자연주의 신화
구본우 지음 / 비르투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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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고리대 금지법
- 상업의 사회적 한계

중세의 ‘고리대 금지법‘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과도한 해석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하나는 ‘고리대 금지법‘을 사례로 들어 중세 유럽에서 이윤의 획득과 돈벌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앞서자본의 사회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 상인들 사이의 신용 매매, 코멘다와 같은 공동출자, 위탁 대리인과의 사업 관계 등은 대부를 통한 이윤 획득과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으로서 정당성이 인정된 사업 관행이었다. 그 외에도 어떻게 보면 고리대업일수도 있는 상거래 행위들 역시 ‘선물‘, ‘임대‘, ‘연체 페널티‘ 같이 다른 이름을 붙여 정당한 이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상업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 P196

영리사업에 부도덕한 행동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는 한, 영리사업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될 수 없었다. 또 전체 사회가 상업 관행을너그러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윤이 정당한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것인가, 혹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이윤이라 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쟁점은 상인들에게 현실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윤 창출의 안정적 지속을 위해서조차 상인들은 더 합법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다. - P197

‘고리대 금지법‘ 역시 상인들이 대체물을 서로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불균등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제한한 것이었다. 상인들의 거래 행위와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이윤이 복식부기의 의미시스템 속에서 ‘비례적 균등성‘ 의 논리에 따라 다시 번역될 수 있다면 이윤 추구를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는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했던 종교적 도덕적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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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축 사회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퇴직금 제도를 꼽을 수 있다. 퇴직금은 근속연수가 길지 않으면 만기금액을 받을 수 없다.
다른 조직으로 이동할 때 크나큰 장애물이라고 볼 수 있다.
퇴직금 같은 기존 제도는 종신고용이 당연하던 시대에는 적합했지만, 자유로운 이직이 필요한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체계가 크게 바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제로 한 사회 제도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이를 개혁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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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김학준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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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서 자주 이야기되듯이 각종 어그로성 드립의 핵심은 성스러운 것에 대한 도전 자체가 아니라 성스러운 것을 비꼬았을 때 돌아오는 ‘씹선비’들의 반응이 ‘우습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 반응이 격렬하면 격렬할수록 그것으로 일베의 의례는 성공한것이 된다. - P351

이들은 루저이되 ‘감성팔이‘에 속아 쉽게 선동되는 ‘씹선비‘와는 대비되는, ‘합리적‘인 ‘루저‘로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 ‘씹선비‘를 비난하는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냉소인 바, 이들은 ‘선비‘들이 믿고 있는 성스러운 바로 그것을 냉소함으로써 성스러움의 기반부터 무너뜨리고자 한다. - P352

파편화된 사회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나‘의 능력과 노력뿐이다. 사회적 편견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일이기도 하거니와, 능력만 있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를 소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회에 책임을 돌리며 고통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화는 이들의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요구에 굴복하여 애꿎은 자신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기회의 평등이라는 원리…. - P352

일베 이용자들이......대통령과 군인, 잠수부의 입장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은 그들의 공감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있다기보다 패자와 승자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의 공감 대상은 ‘가해자‘보다는 ‘승자‘라는 것인데, 이러한 태도는 5·18 수정주의에서 북한 특수부대 침투론이 상기시키는 것처럼 민중은 스스로 생각해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는 전제에서 기인한다. 이는 촛불집회가 좌파의 ‘선동‘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이해와도 맥을 같이하며, 일베 이용자들이 능력주의의 신봉과 패자(피해자, 소수자, 약자) 혐오 그리고 지배자 갈망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밑바닥 인생이라 자조할지라도 말이다. - P355

이처럼 일베 이용자들의 ‘전도된 공감‘은 스스로를 패자의 위치에 놓을 수 없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결여는 약육강식과 우승열패를 내면화해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멘털리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 멘털리티는 다시, 강고하게 작동하는 평범 내러티브가 감정 관리를 강요하고 서로의 고통에 대한 무시를 종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일베로 대표되는 혐오라는 현상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주작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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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김학준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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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감정이든 간에, 혐오를 통해 고양된 자아의식은 다차원적으로 몰려오는 불안과 공포, 수치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타자의 존엄을 훼손함으로써 자신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욕설과 패드립을 만나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렇게 오늘도 일베나 유튜브 같은 삶의 뒷공간에는 쓰레기 같은 말들이 쌓여간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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