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과 뇌의 적극적 개입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듬 마리오트는 1668년 상당히 뜻밖의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망막에 광수용기가 없는 구역이 상당한 크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13 이 사실에 마리오트가 놀란 것은, 시야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광수용기가 없는 구역에서 시야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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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맹점을 알지 못하나?) 두 눈을 모두 뜨고 있으면 눈앞의 광경을 완전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의미심장한 이유는, 맹점 때문에 빠진 정보를 뇌가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앞의 그림 속 점이 맹점에 왔을 때, 점이 있어야 할 위치에 무엇이 보이는지 보라. 점이 사라져도, 그 자리에 하얀색이나 검은색 구멍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뇌가 배경 패턴을 ‘만들어서’ 채워 넣기 때문이다. 시야의 특정한 지점에서 아무런 정보가 들어오지 않을 때, 뇌는 그 주위의 패턴으로 그 구멍을 메운다.
그러니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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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상과 광고
- 환상의 진실 효과

전에 들은 적이 있는 문장을 다시 들은 피험자들은 그 문장을 진실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문장을 들은 적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21 실험자가 피험자에게 이제부터 들을 문장이 거짓이라고 말해줘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어떤 내용에 단순히 노출된 것만으로도, 나중에 그 내용을 다시 접했을 때 신뢰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22 환상의 진실효과는 똑같은 종교적 명령이나 정치 슬로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의 잠재적 위험을 강조해준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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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념을 짝짓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인 연상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 짝짓기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진실처럼 보이게 된다. 매력적이고, 유쾌하고,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과 제품을 짝지은 모든 광고의 기반이 바로 이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를 상대한 조지 W. 부시의 광고팀이 취한 조치 또한 이 점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250만 달러가 들어간 부시의 텔레비전 광고에서 ‘고어 처방 계획’이라는 말과 연계해서 쥐RATS라는 단어가 화면에 번쩍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곧 그 단어가 선명해지면서, 사실은 관료BUREAUCRATS의 마지막 부분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광고 제작자들이 어떤 효과를 노렸는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이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랐을 것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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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도 훈련되고 학습된다
- 패턴 학습 없이는 볼 수 없다

마이크 메이는 세 살 때 화학약품 폭발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시각장애인 다운힐 스피드스키 선수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도 잘하고, 가정에도 충실했다. 그런데 시력을 잃은 지 43년이 지났을 때, 새로운 수술법 덕분에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그는 그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이 끝나고 눈을 가린 붕대가 제거되었다. 마이크는 사진가를 동반하고 의자에 앉아, 두 자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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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의 눈에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그는 자기 앞의 물체들을 바라보며 완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그의 뇌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들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선과 색과 빛의 감각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었다. 눈의 기능이 정상인데도 그에게는 시각이 없었다.22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뇌가 보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두개골 속에 몰아치는 기묘한 전기 폭풍은 세상의 모든 물체들이 감각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우리가 한참 동안 파악한 뒤에야 비로소 의식적인 정보로 요약된다. 복도를 걷는 경험을 생각해보자. 마이크는 평생 복도를 걸어본 경험 덕분에, 양쪽 벽이 팔을 벌리면 닿을 거리에서 복도 끝까지 평행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시각을 회복했을 때, 양쪽 시야가 멀리서 한 점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뇌가 보기에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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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택하는가? 의식은 얼마나 선택에 개입하는가?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매력적인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 실험이 있었다. 20×25센티미터 크기의 사진 속에서 여자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앞모습이 4분의 3쯤 보이는 각도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여자들의 눈동자를 실제보다 더 확대한 사진이 절반 섞여 있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눈동자가 커진 여자들에게 일관되게 더 큰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쪽 사진보다 이쪽 사진의 눈동자가 2밀리미터 더 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도 콕 집어낼 수 없는 이유로 특정한 여자에게 더 마음이 끌렸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대체로 접근이 불가능한 뇌의 작용 중에, 여성의 팽창된 눈동자가 성적인 흥분 및 준비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뭔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뇌는 이 사실을 아는데,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은 몰랐다. 적어도 명백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또한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이라는 개념과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수천만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며 조형된 프로그램과 단단히 연결되어 조종당하고 있음을 몰랐을 것이다. 가장 매력적인 여성을 고를 때 그들은 선택의 주체가 사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수십만 세대를 거치며 뇌의 회로에 깊이 각인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선택의 주체였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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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치 중위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


‘동양의 아일랜드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아일랜드 사람들과 너무 비슷하다. 그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유머 센스가 많으며, 싸우기를 좋아한다. 또한 주장이 많다. 공상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일랜드와 비슷한 설화들이 있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파티와 휴가, 정치권력을 사랑한다. 질적 수준이 높으며 동시에 그러한 높은 수준으로 인해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매우 획일적이며 중국인과 다르며, 일본인도 아니다. 그들은 몽골로부터 내려왔으며, 중국으로부터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고, 동양의 기준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를 유지했다. (버치 문서 Box 5)

평생을 야전에서 보냈던 하지 사령관으로서는 한국에서 정부를 수립하고 이끌어가면서 한국의 정치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한국이 패전국이었다면 점령 지역의 거주민들이 독일이나 일본에서처럼 승전국에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였겠지만, 한국은 패전한 일본 제국의 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패전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본 제국 의 피해자들로서 승전과 독립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식민지 시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한국인들로서는 당연한 생각일 수 있었다. - <버치 문서와 해방정국>, 박태균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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