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을 (산업) 부문별로 이루어지는 국가적 사업으로만 보면, 일본과 같은 고임금 국가에서 (비숙련 노동으로 생산되는) 의류와 같은 (산업) 부문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어쨌든 일본의 비교우위는 첨단기술 부문에 있으니까. 안 그런가? 첫 번째 분리 시기였다면 일본 기업은 의류 (산업)부문에서 빠져나와 첨단기술 부문으로 가야 했다.
현재 아시아 최대 의류 회사로 자리 잡은 유니클로는 너무 뻔한 도구로는 전통적인 정신 모형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성용 내복이 비숙련 노동집약적 결과물이라는 논리가 두 번째로 분리되는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제조업’이라는 단어를 공장이라는 뜻으로 쓴다면, 유니클로는 일본 제조업 부문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서비스 부문의 성공 사례다.
단연코 유니클로의 성공은 시장조사의 승리다. 유니클로는 연구개발R&D 센터를 도쿄와 뉴욕에 두고 있는데, 매장에서는 물론 고객에게서 시장 동향과 생활양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공전의 화제를 모은 상품 중 하나인 히트텍 직물로 만든 발열내의에는 유니클로의 마케팅 지식과 기존 일본 제조업체 토레이Toray Industries의 기술이 결합해 있다. 소비자의 욕망을 꿰뚫어 본 유니클로의 통찰과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 토레이의 기술이 결합해서,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독특한 직물을 탄생시켰다.
유니클로는 또한 업무 조정력, 품질 관리, 물류 관리의 승리다. 중국 등지에 있는 제조업체로부터 직거래 대량 구매를 함으로써, 아무것도 직접 생산하지 않고서 저비용으로 고급제품을 얻는다.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니클로의 타쿠미 팀Takumi Team은 중국에 있는 협력 공장과 협업한다. 그들은 중국의 공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기술을 교육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품질과 생산의 적시성을 확인한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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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대유행이던 ‘북’에서 ‘남’으로의 해외이전은 세계화가 개발도상국에 미친 영향 수준을 바꿨다. 생산공정을 분할함으로써, 2차 세계화는 부문별 경쟁 형태에서 단계별 경쟁 형태로 경쟁 방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의 저임금 노동자에게서 나온 경쟁력이 곧바로 ‘북’의 공장과 사무실의 이득으로 이어진 셈이다.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세계화의 영향은 한층 개별화되었다. 바꿔 말해, 해외이전으로 특정한 노동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의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면, 세계화는 그 노동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노동자가 하던 단계의 일이 마침 해외로 이전되었다면, 세계화는 그 노동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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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분리로 생산의 국경이 다시 그어지면서 비교우위의 국적도 사라졌다. 말하자면, 1차 세계화 시기에는 경쟁의 최전선을 국경으로 생각하는 편이 가장 좋았다. 예를 들어, 독일제 자동차는 일본제 자동차와 경쟁했다. 2차 세계화 시기에는 경쟁의 최전선(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생산 네트워크 사이에 있었다. 이를 한 나라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2차 세계화는 각국이 기존 역량을 활용할 기회라기보다 새로운 역량으로 바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적합한 사례로, 일본에 운송 부품을 수출하는 베트남 기업을 들 수 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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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분리로 인해 베트남의 비교우위가 강화된 것이 아니라 바뀌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부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옮겨갔다. 이 공중제비 묘기가 벌어진 이유는 일본이 보유한 비교우위의 원천 중 하나인 전문지식이 국경 너머로 이동해, 베트남이 보유한 비교우위의 원천 중 하나인 저임금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BMW라는 독일의 경쟁자를 상대하는 혼다의 경쟁력도 개선되었다. BMW는 인도에서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런 의미에서, 베트남과 인도 기업이 안정된 부품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이었던 전문지식의 해외이전은 경쟁의 지리적 경계를 효율적으로 옮겨놓았다. 이제 경쟁은 일본 대 독일이 아니라, 혼다가 주도하는 GVC(글로벌 가치사슬) 대 BMW가 주도하는 GVC 간에 벌어진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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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분리에 저항하려는 시도는 백해무익할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생산의 국제적 재편을 금지하려는 선진국은, 저항해봤자 산업의 공동화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쟁력이 ‘파급spillover’되어 개발도상국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혁명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전기차를 만들되, 일본의 전문지식과 중국의 노동력을 조합해서 만드는 식이다. 이에 반해, 브라질은 생산의 새로운 국제화에 한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그래서 전기차를 만들되, 브라질의 전문지식과 브라질의 노동력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전기차 생산업체는 중국 수출품과 경쟁하기 위해 허우적거린다. 어쨌든 저임금과 결합한 첨단기술은 저임금과 결합한 저급한 기술을 능가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추세에 저항하려는 개발도상국 정책은 산업화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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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해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정치사政治史로 방향을 틀어 식민정책과 제국주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다. 화약이 발명된 곳은 중국이지만, 군사적으로 사용된 곳은 유럽이었다. 화약 사용법은 수 세기에 걸친 유럽 내 전쟁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 대항해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이미 유럽의 군사기술은 중국을 훨씬 앞섰으며, 그 후 몇 세기 동안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유럽은 총을 사용해 A7을 식민지로 삼았으며 그 나라들의 산업을 억제했다. 이렇게 정치사의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 식민지 미국에서 완제품 수출은 노골적으로 금지되었지만, 면화나 목재 같은 원자재 수출은 장려되었다. 식민지는 영국에 원자재를 공급하고 영국의 완제품을 사는 곳으로 간주되었다. 비슷한 이유로, 영국 숙련 노동자의 이주와 영국 섬유기계의 수출은 영국의 법령으로 금지되었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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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일군의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2009년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기업 조직에 미친 뚜렷한 효과 The Distinct Effects of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on Firm Organization」라는 논문을 발표한 런던 경제대학과 스탠퍼드 대학교의 닉 블룸Nick Bloom, 루이스 가리카노Luis Garicano, 라파엘라 사돈Raffaella Sadun,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이다.
통신과 조직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ICT가 있다. 이를 조정기술 CT이라고 하자. 이 기술에 힘입어 지식, 교육, 정보의 전달이 쉬워진다. 조정기술은 조정비용을 줄임으로써 전문화를 촉진한다. 조정기술이 향상되면 이에 따라 대체로 분할이 활발해진다. 즉, 가치사슬이 더 많이 나누어지고, 해외이전이 더 많아지고,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더 많아지고, 부품과 구성품 무역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개별 노동자가 더 많은 과업을 습득하기 쉽게 도와주는 ICT도 있다. 이를 정보기술IT이라고 한다. 정보기술은 기본적으로 자동화를 뜻한다. 따라서 향상된 정보기술은 비용을 줄이려고 많은 과업을 하나의 직무에 몰아넣음으로써 전문화를 방해한다. 이런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벌어졌다. 오늘날 많은 공장에선 산업용 로봇, 자동화된 공작기계, 무인 운반차 따위의 주변장치를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3D 프린팅으로도 알려진) 적층 제조를 통해, 노동자 한 사람이 기계 한 대만으로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향상된 제조방식을 ‘컴퓨팩처링compufacturing’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노동자가 물건을 만들도록 기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물건을 만들도록 노동자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분할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조정기술과 정보기술이 반대 방향에서 교차한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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