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일군의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2009년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기업 조직에 미친 뚜렷한 효과 The Distinct Effects of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on Firm Organization」라는 논문을 발표한 런던 경제대학과 스탠퍼드 대학교의 닉 블룸Nick Bloom, 루이스 가리카노Luis Garicano, 라파엘라 사돈Raffaella Sadun,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이다.
통신과 조직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ICT가 있다. 이를 조정기술 CT이라고 하자. 이 기술에 힘입어 지식, 교육, 정보의 전달이 쉬워진다. 조정기술은 조정비용을 줄임으로써 전문화를 촉진한다. 조정기술이 향상되면 이에 따라 대체로 분할이 활발해진다. 즉, 가치사슬이 더 많이 나누어지고, 해외이전이 더 많아지고,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더 많아지고, 부품과 구성품 무역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개별 노동자가 더 많은 과업을 습득하기 쉽게 도와주는 ICT도 있다. 이를 정보기술IT이라고 한다. 정보기술은 기본적으로 자동화를 뜻한다. 따라서 향상된 정보기술은 비용을 줄이려고 많은 과업을 하나의 직무에 몰아넣음으로써 전문화를 방해한다. 이런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벌어졌다. 오늘날 많은 공장에선 산업용 로봇, 자동화된 공작기계, 무인 운반차 따위의 주변장치를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3D 프린팅으로도 알려진) 적층 제조를 통해, 노동자 한 사람이 기계 한 대만으로 모든 과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향상된 제조방식을 ‘컴퓨팩처링compufacturing’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노동자가 물건을 만들도록 기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물건을 만들도록 노동자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분할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조정기술과 정보기술이 반대 방향에서 교차한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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