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겨울이 닥치기 전 최소한의 가축만 남기고 나머지 가축을 도살해 고기로 만들었다. 고기는 부패하기 쉬워 저장성이 떨어지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고기로 버텨내야 했다. 그들은 고기의 부패를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향신료도 그 다양한 방법의 하나였다. 향신료가 있다면 고기를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향신료는 ‘언제나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구현해주는 마법의 약이었다. -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중에서
부패방지 기능만으로 후추의 높은 가격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시적 소비가 설명을 맡는다.
유럽인들은 왜 그토록 향신료에 열광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향신료가 음식 맛을 좋게 하고 향을 높여주며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향신료는 어떻게 조합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과 사용법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중에서
아메리카로부터 감자가 등장하면서 부패 방지를 위한 향신료의 기능은 줄어들고 미식의 재료로서 가치를 부여받았다.
겨울이 오면 유럽인들은 적은 양의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였다가 먹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고기 섭취였다. 그러다가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일 년 내내 돼지를 기르는 것이 가능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특히 독일에서 감자 열풍이 분 이유는 보존성이 뛰어나고 수확량이 많은 감자를 돼지에게 먹이로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인간의 식량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그때 사람들이 먹던 보리와 호밀 등의 잡곡을 소에게 먹이로 줄 수 있었다. 감자 보급 이후 유럽인들은 겨울 동안 신선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감자가 들어온 후 다양한 고기 요리가 발달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는 육식 문화 국가로 거듭났다. -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