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은 여론전에도 뛰어들어 자신에게 우호적인 언론인들을 동원해 여론을 유도하면서 아편 밀수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켰다. 

이번 사태에서 아편은 깃털에 지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영국의 명예와 자유무역이라는 기사가 신문 지면을 도배했다. 

언론인들은 아편 밀수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편은 인도 식민정부의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며, 차 수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아편 판매 대금으로 결제하고 있으니 영국으로서는 좋은 상품이라는 논리가 대세였다. 

좀 더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영국 식민지뿐만 아니라 영국령 밖의 토후들도 아편을 재배하므로 영국이 중국에 대한 아편 수출을 중단해도 다른 나라 상인들이 아편을 반입할 것이니, 영국만 손해를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편 문제는 영국인이 아니라 중국인 자신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속을 맡은 관원들이 뇌물을 받고 묵인하고, 아니면 스스로 밀반입하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느냐의 논리였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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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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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파 역시 정체성 정치에 포획됐다. 오랫동안 피부색 불문‘이라는 화법을 펴 온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런 전환을 가져온 핵심인물을 꼽으라면 정치학자 새뮤얼 P. 헌팅턴 Samuel P. Huntington을 들 수있을 것이다. 논쟁적이었던 1996년 베스트셀러 《문명의 충돌>>에서헌팅턴은 이슬람 문화가 서구의 가치들에 적대적이라고 간주했다. 더
논쟁적이었던 2004년 베스트셀러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에서는 히 - P236

[2004년 베스트셀러에서는] 히스패닉 이민자가 대거 들어오면서 앵글로색슨 개신교 문화가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는 많은 이가 경악했지만, 헌팅턴이 드러낸 "우리 대 저들"의 구분, 그리고 반무슬림, 반이민자 정서는 2016년 대선에서 보수주의자들에게 일용할 양식이고 주식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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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조,화법, 논리가 달라지면서 정체성 정치가 이제까지 늘 좌파의 핵심 개념이었던 ‘포용‘에서 멀어져 배제와 분열로 넘어간 것이다. 

오늘날 상당히 많은 좌파가 누구라도 ‘집단 불문‘을 옹호하기만 하면 단칼에 반대편으로 치부한다. 억압에 대해 무지하거나 억압에 일조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어떤 이들(특히 대학에 있는 이들)에게는 ‘반억압‘이라는 정통 화법을 곧이곧대로 삼키지 않으면 곧 ‘백인 우월주의‘가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고, 따라서 인종주의자가 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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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동안 미국의 백인은 논란의 여지없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지배적인 다수였다.

하나의 정치적 부족이 매우 압도적으로 지배적일 때는 마음대로 남들을 박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너그러울 수도 있다. 더 보편 지향적이고 더 계몽적이고 더 포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1960년대에 와스프가 부분적으로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많은 유대인, 흑인, 기타 소수자에게 아이비리그의문을 열었듯이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에서는 어느 집단도 지배력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모든 집단이 공격받는다고 느끼고 다른 집단의 공격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일자리나 기타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격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집단 간의 제로섬 경쟁으로, 순수한 정치적 부족주의로 퇴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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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을 위한 물질주의적 기독교.

vs.

부자들을 위한 물질주의적 기독교.

vs.

부자들에 의한 반물질주위적 세속주의




"흑인도 백인도 황인종도 붉은 인종도 없습니다. 오로지녹색인만 있습니다. 녹색은 돈입니다. 녹색은 일자리입니다!" 

번영 복음은 기독교지만 여러 종파를 초월하며, 부자가 되는 것이 신성한 것이라고 설교한다. 마태복음에 나오기를 예수는 ‘신과 돈은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했고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천국 가는 것보다 쉬울 것‘이라고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번영 복음의 신학적 기반은 다소 모호하다. - P195

목사의 아내는 놀라운 목청으로 신앙은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선언했다. 회당이 점점 더 흥분에 휩싸이면서 그의 작은 체구는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가 "돈아!" 라고 외치면 모인 사람들은 그와 함께 이렇게 후렴구를 외쳤다. "내게로 오라!" 목사의아내는 기대에 차서 잠시 멈추더니 "당장"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80명 정도의 남녀노소 신도들도 주저함을 모두 함께 버리고 춤을 췄다. 너도나도 자신에게필요한 것을 외치며 소원을 비는 통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원했던 것 중 무엇을 잃었는지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쏟아 냈다. 돈아 내게로 오라, 당장!"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외쳤다.  - P197

북동부 명문 대학에서는 자신이 매우 반물질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 백만장자의 자녀들을 찾기가 더 쉽다. 하지만 번영 복음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호소력을 가지며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겪는 소수 집단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투인 사람들에게 번영 복음은 희망, 방향성, 그리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제공한다.

이것은 전혀 그들을 대표하지 않는 ‘불평등에 반대하는 저항 운동‘ 집단들과는 매우 다르다. 

동시에 번영 복음은 그들에게 더 존엄하고 위엄 있는 자아 이미지를 갖게 해 준다.

 보울러가 설명했듯이, 번영 복음의 가르침은 신도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어깨를 찍 펼 수 있게 해 준다. 오스턴은 자신의 회중에게 그들이 희생자‘가 아니라 ‘승리자‘라고 말한다. 크레플로 달러는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번영 복음 신도들은 자신을 사회의 억압받는 사람‘ 99%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하지 않고, 축복받았고 희망이 있고 신이 더 사랑하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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