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이론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인생관이 무너졌다며 저자와 편집자에게 항의 편지를 보낸 독자도 있었고 학생들이 허무주의에 물들까 두려워 책을 읽지 못하게 한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다. 적어도 나는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 허무주의에 빠지지도 않았다. 내가 유전자의 생존기계라는 사실을 감정 없이 받아들였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고 해서 속상해할 이유가 뭐 있는가.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가치도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이다. 내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지 알아서 기뻤다. 도킨스의 이론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인문학 이론 중에 그 정도로 ‘그럴법한 이야기’는 없다. 자연이 만든 생존기계면 어떻고, 신이 흙으로 빚어 숨을 불어넣은 피조물이면 어떤가. 물질의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 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06b9378bf86946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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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프로그레사

멕시코의 제54대 대통령인 에르네스토 세디요Ernesto Zedillo Ponce de León는 프로그레사PROGRESA 프로그램이라는 빈곤 대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랜덤화 비교 시험을 통해 프로그레사 프로그램의 효과를 엄밀히 측정했다. 그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세디요 전 대통령은 6년마다 실시되는 대선을 통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방향성이 크게 바뀌는 빈곤 대책을, 대통령이나 정당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인과관계를 시사하는 에비던스에 근거해 추진되도록 하려 했던 것이다. ‘프로그레사 프로그램에 빈곤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랜덤화 비교 시험을 통해 분명하게 밝혀지면, 대통령이나 정당이 바뀌어도 납세자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프로그램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실제로 세디요 전 대통령이 퇴임한 현재도 프로그레사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있다).

미 -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나카무로마키코,쓰가와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A5sG3He3coyzUmo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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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독재자를 막는 일차적 책임은 정당, 주요 정치지도자이다. 그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 ‘그‘에 대한 보수정당, 보수 정치지도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전체적인 정치인이 권력의 중심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막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쨌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함부로 특정 정당을 해산하거나 출마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러한 방법을 결코 옹호해서는 안 된다.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민주주의 문지기인 정당과 그 지도자들에게 있다.
주요 정당이 문지기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극단주의 세력을 고립시키고 억제할 힘이 있어야 한다.  - P33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때 기성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한다. 물론 극단주의자의 호소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 gatekeeper 인 셈이다. - P29

(핀란드의 파시스트) 라푸아 운동이 점점 과격한 양상을 보이면서 핀란드의 기존 보수당들은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1930년대 말 농민조합운동, 자유진보당, 인민당 대다수가 폭력적인 극단주의자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이념적 경쟁자인 사회민주당과 손을 잡고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37 또한 보수주의 대통령인 스빈후드조차 라푸아 운동과의 관계를 끊었고, 결국에는 이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38 라푸아 운동은 고립되었고, 핀란드의 파시즘 열풍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39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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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츠키&지블랫의 잠재적 독재자 테스트
- ‘그‘에 대란 테스트 결과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린츠의 연구를 기반으로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가지 경고신호를 개발했다. 우리는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네 가지 기준으로 정치인을 평가하는방법을 [도표 1]에 요약해서 설명해놓았다.

이러한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우리는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한다.  - P31



1) 민주주의 규범 거부

• 헌법을 부정하거나 이를 위반할 뜻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예
• 선거제도를 철폐하고, 헌법을 위반하거나, 정부 기관, 기본적인 시민권 및 정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 있는가? 예
•권력을 잡기 위해 군사 쿠데타나 폭동, 집단 저항 등 헌법을 넘어선 방법을 시도하거나 지지한 적이 있는가? 예
•선거 불복 등 선거제도의 정당성을 부정한 적이 있는가? 예

2) 정치경쟁자에 대한 부정

•정치 경쟁자를 전복 세력이나 헌법 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가? 예
•정치 경쟁자가 국가 안보나 국민의 삶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가? 예
•상대 정당을 근거 없이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법률 위반(혹은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아 그들을 정치 무대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가? 예
•정치 경쟁자가 외국 정부(일반적으로 적국)와 손잡고(혹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은밀히 활동하는 스파이라고 근거도 없이 주장한 적이 있는가? 예

3) 폭력 조장 또는 묵인

•무장단체, 준군사조직, 군대, 게릴라, 혹은 폭력과 관련된 여러 조직과 연관성이 있는가? 예
•개인적으로 혹은 정당을 통해 정적에 대한 폭력 행사를 지원하거나 부추긴 적이 있는가? 아니오
•폭력에 대한 비난이나 처벌을 부인함으로써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적이 있는가? 예
•과거나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심각한 정치 폭력 행위를 칭찬하거나 비난을 거부한 적이 있는가? 아니오

4) 언론과 정치경쟁자의 기본권 억압

•명예훼손과 비방 및 집회를 금지하거나, 정부 및 정치조직을 비난하는 등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지지한적이 있는가? 아니오
•상대 정당, 시민 단체,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가? 예
•과거에 혹은 다른 나라의 정부가 행한 억압 행위를 칭찬한 적이 있는가? 아니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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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과 음모론의 공통점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망상의 주된 공통점은 둘 모두 불안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망상과 연관해 우리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적 현저성이 있을 때 망상적 설명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우리는 망상적 확신을 하고 그 확신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비중 변화로 말미암은 비정상적 현저성에 대한 상쇄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예측 처리 이론에 근거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화재경보기와 전단 볼트 원칙을 비유로, 망상 경향이 제공하는 적응적 이익도 도출해봤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은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기타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에도 적용될 수있을 듯하다. - P281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을 그럴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이로써 음모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뭔가를 알고 통제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당신이 모르는 세상보다는 당신이 아는 악마가 더나은‘ 것이다.20 그러므로 정신 질환자가 자신들의 망상을 확고히 믿는 것만큼이나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불안한 세상을 그럴듯하게 설명해주는 확신을 확고히 믿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 P283

확신이 생겨난 상황이 힘들수록, 확신에서 얻는 심리적 이득이 클수록, 확신을 포기하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의 경우에 경험한 것을 설명할 수 없고, 삶을 통제할 수없다는 느낌이 주는 스트레스가 크기에 망상적 확신을 포기하기 힘들다. 음모론에 대한 믿음에도 이런 연관이 있을 수 있다.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과 통제 상실이 음모론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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