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와 용량-반응 곡선


의학 연구에는 ‘용량-반응 곡선’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가령 하루에 담배를 많이 피우면 피울수록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용량(노출된 물질의 양)이 많아지면 반응도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일수록 폐암에 걸리기 쉽다. 역시 누적 용량이 많아질수록 반응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흡연은 폐암의 ‘위험 요인’이라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이와는 달리, (적당한 범위 안에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할수록 심장마비에 덜 걸린다. 여기서도 용량-반응 곡선이 적용된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심장마비를 더 많이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 운동은 심장마비를 막아주는 ‘보호 요인’이다.

용량-반응 곡선은 의학 연구에서 ‘보편적 기준’ 가운데 하나다. 용량-반응 곡선만으로는 설정된 인과 주체(이 인과 주체의 ‘용량’을 잰다)와 반응(효과) 사이의 인과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용량-반응 곡선을 드러내는 데 실패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인과 관계가 없다는 증거다. 그리고 똑같은 인과 가설에 합치하는 또 다른 증거가 있을 경우 용량-반응 곡선은 사람의 건강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를 찾아낼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제임스 길리건 지음 / 이희재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LfZYk4ewowCihox9A

유추해서 설명해보면 우리는 공화당 정부를 폭력 치사를 부르는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겠는지, 민주당 정부를 보호 요인으로 볼 수 있겠는지 물을 수 있다. 그런 가설을 검증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렇게 묻는 것이다. 공화당이 정권을 오래 잡을수록 폭력 치사 발생률의 누적 증가세가 더 높게 나타났는가? 그리고 민주당이 정권을 오래 잡을수록 폭력 치사 발생률의 누적 감소세가 더 높게 나타났는가? 답은 둘 다 그렇다는 것이다. 흡연이나 규칙적 운동과 마찬가지로 공화당 정부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폭력 반응이 강해졌고 민주당 정부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폭력 반응이 약해졌다.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제임스 길리건 지음 / 이희재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pvS9NFHviM983re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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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휘발유 금지와 범죄율 하락
- 이 가설은 인간의 흑역사에서도 언급된다

1990년대 중반에 미국의 범죄율이 급격히 뚝 떨어진 것을 생각해보자. 그 원인을 분석한 가설 중 하나는, 자동차 휘발유를 유연에서 무연으로 바꾸게 한 ‘청정공기법’이라는 단 하나의 법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공기 중 납 함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 23년 뒤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다. 알고 보니 공기 중 납 함량이 높으면 유아의 뇌 발달을 방해하기 때문에, 아이가 자랐을 때 충동적인 행동이 늘어나고 장기적인 사고가 힘들어진다. 납 함량과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가 우연의 일치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러 나라가 저마다 다른 시기에 무연 휘발유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모두 약 23년 뒤 범죄율이 떨어졌다. 납 함량이 줄어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딱 그 무렵이었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yg8L82mfpG5t1hAR7

Stretesky PB, Lynch MJ (2004), The relationship between lead and crime, J Health Soc Behav 45(2): 214-229, Nevin R (2007), Understanding international crime trends: The legacy of preschool lead exposure, Environ Res 104(3): 315-336, Reyes JW (2007), Environmental policy as social policy? The impact of childhood lead exposure on crime, Contrib Econ Anal Pol 7(1).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wJkUTaPH9gCd4E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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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뇌가 퇴화하지 않을 수 있나?
- 수녀의 뇌 연구

최근에는 수녀원에 사는 수녀 수백 명을 수십 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18 이 수녀들은 모두 정기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받고, 병원 진료 기록을 공유하고, 사망 후 뇌를 기증하는 데 동의했다. 놀랍게도 일부 수녀들은 인지력이 전혀 저하되지 않아 계속 예리한 사고를 유지했는데도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뇌를 잔뜩 헤집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퇴화했는데도 그들의 기능은 저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yHYoh41XS6krZMuG9

수녀원의 그 수녀들이 마지막 날까지 계속 머리를 사용해야 했다는 점이 열쇠였다. 그들은 각자 맡은 일이 있고, 서로 교류도 했다. 말다툼도 하고, 밤에 간단한 게임도 하고, 집단토론도 했다. 일반적인 팔순 노인들과 달리 그들은 은퇴해서 텔레비전 앞 소파에 털썩 앉아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계속 활발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뇌는 일부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다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병리 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밝혀졌는데도 인지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수녀가 무려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었다. 아주 나이가 많아도 정신적으로 활발한 생활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19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a5CzpvviyyWWobr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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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에너지 절약 원칙
- 내적 모델은 에너지를 줄인다
- 예측과 다르면 민감성을 높이고 내적 모델을 조정한다.


박테리아는 먹이(예를 들어 부엌 조리대에 떨어진 설탕)의 중심부를 찾아갈 때, 훌륭하고 단순한 규칙 세 개를 따른다.

1. 임의로 방향을 정해서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2. 상황이 좋아지면 계속 간다
3. 상황이 나빠지면 몸을 굴려 임의로 방향을 바꾼다.

다시 말해서, 상황이 점점 나아지면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효과가 없으면 그 방식을 버리는 전략이다. 박테리아는 이 단순한 방침을 이용해 먹잇감이 가장 조밀하게 모여 있는 곳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u8SLmFcM1jsu5xLd9

식물이 빛을 향하고 박테리아가 설탕을 향하듯이, 뇌는 정보를 향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려고 신경회로를 끊임없이 바꾸려 한다. 바깥세상의 내적인 모델을 만들어 예측을 하기도 한다. 세상이 예상대로 흘러가면 뇌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축구선수들을 생각해보라. 아마추어 선수의 뇌는 크게 활성화되었지만, 프로 선수의 뇌에는 활동이 별로 없었다. 프로 선수의 신경회로에 경기 흐름에 대한 예측이 이미 직접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마추어는 합리적인 예측을 위해 아직 허둥거리는 중이다.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 기계다. 끊임없이 자기조정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뇌는 세상의 형상을 모델로 구축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조정해서 예측의 성능을 높인다. 그래야 뜻밖의 일에 최대한 민감해질 수 있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CZEimLWTpGeqbcD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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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변화, 연습 그리고 아세틸콜린

쥐를 두 무리로 나눠 높고 좁은 틈을 통해 둥글게 뭉친 설탕을 잡는 어려운 임무를 훈련시키는 연구였다. 한 무리의 쥐들은 약물로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정상적인 쥐들은 2주 동안 연습한 결과 속도와 재주가 향상되었으며, 뇌에서 앞발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영역도 그에 맞춰 크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아세틸콜린이 방출되지 않은 쥐들의 피질 영역은 넓어지지 않았고, 설탕을 잡는 정확도도 향상되지 않았다.24 단순히 반복적인 행동만으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요성이 뇌에 새겨지려면 신경조절물질의 작용도 필요하다. 아세틸콜린이 없으면 1만 시간의 연습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8Q1XEsTctYdq5ALD8

‘혹시나’ 정보(혹시 필요해질 경우에 대비해서 여러 사실을 학습하는 것)와 ‘딱 맞는’ 정보(답을 원하는 순간에 정보를 받는 것)의 차이는 강력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신경조절물질의 조합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뿐이다. 중국에 이런 말이 있다. “현자와 보내는 한 시간은 1000권의 책보다 귀하다.” 인터넷의 이점을 고대식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학습하는 사람이 (답을 원하는 질문을 현자에게 정확히 묻는 방식으로) 학습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정할 수 있을 때 중요성과 보상을 알리는 신경조절물질 분자들이 뇌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덕분에 뇌의 재편이 이루어진다.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에게 지식을 던져주는 것은 돌담에 흠집을 내려고 자갈을 던지는 것과 같다. 프레드 윌리엄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xWpBXqAMztLaTWB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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