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비전무예 호패술 - 협성문화재단 2017 NEW BOOK 프로젝트
도기현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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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비전무예 호패술’은 호패술의 간략한 역사와 방법을 기술한 소개서이다.

사실 호패술을 ‘조선의 비전무예’라 하기는 좀 어렵다. 그 기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는데, 전승자 대부분이 스승으로 스님을 꼽기 때문에 ‘불가 호신무기’가 아니냐고도 하고, 또 일부는 자신의 스승이 중국의 소림금강문 출신인데, 그곳의 병기 중 하나라며 중국무기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컫는것은 중국과 무관하게 한국에 퍼진 기원설이 많고, 소림사 여러 곳에서 단태봉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으며, 또한 기존의 무기사전에도 유사한 무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비교적 한국의 무기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호패술은 그런 단태봉을 배우고 발전시켜 술기와 응용을 더해 정리한 무술로, 엄밀히말해 현대 무기술이라고 보는게 옳다. 이름인 ‘호패술’도, 짧막한 막대에 끈을 단 형태를 한 무기가 마치 ‘호패’와 같아서 붙인 것일 뿐, 실제 호패와의 연관성은 적다. 모양과 용도는 물론 재질도 크게 다르므로, 실제로 조선시대에 호패를 호신술에 이용했을지는 명확치 않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문제를 떠나서, 단순히 무술로만 본 호패술은 꽤 흥미롭다. 무기가 단순하면서도 그 효과가 크고, 또한 막대를 쥐거나 끈을 잡고 휘두르는 등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변화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기류가 금지된 현대에도 소지할 수 있고, 또한 휴대 역시 간편하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을만 하다.

처음 호패술을 접했을 때는 일종의 곤봉술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활용성을 생각하면 그보다는 ‘곤’에 더 가까운 듯하다. 그 편이 리치와 파괴력 면에서 더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연 영상 등을 찾아보면 ‘잡고치기’보다는 ‘풀어치기’를 더 주요하게 활용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호패술이라는 무기술을 소개하는 책으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무기술 교본으로서는 썩 좋지 않다. 사진에 뼈대나 움직임, 방향 표시가 없어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시연 장면을 구분 동작으로 나눠 실어두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일부 사진은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있어 더 그렇다. 차라리 사진보다는 그림과 해설로 나타내는게 더 나았을 뻔 했다.

정말 호패술을 배워보고 싶다면 책으로는 무리다. 반드시 따로 진행하는 강의를 들어야 할 듯 싶다.

저자인 도기현은 결련택견을 계승하는 무술 연구가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관련 영상에서는 택견과 섞인듯한 동작이나 기합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택견을 한다면 그와 함께 쓸 수 있는 무기술로 더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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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조은비 특서 청소년문학 3
양호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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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조은비’는 ‘밀렵’을 소재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주인공인 중3 조은비는 산골 중학교에서 튀지 않고 얌전하게 지내던 소녀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친 동물을 거두게 되고, 어른들은 물론 또래와도 갈등을 겪으면서 그것들을 차츰 대면해 나간다.

이 책에서 소재로 삼은 ‘밀렵’은 청소년들이 마주하기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다. 거기엔 생명과 죽음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걸 작가는 지나치게 무겁지만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수위로 잘 담아냈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알 수 있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나쁘지 않게 묘사한 편이다. 그래서 한쪽에만 마음이 쏠리지 않는다. 얼핏 보면 조은비를 포함한 학생들은 정의의 편에 서 있고 밀렵을 하는 어른들은 악의 편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보여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던 조은비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고 자립하는 것이나 그 과정에서 자존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청소년 문학인 만큼 곳곳에 교육적인 면모도 보이기도 하는데, 그게 이야기와도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려져 있어 괜찮았다.

갈등을 대부분 잘 해결해 나가긴 하나 몇몇은 채 해결되지 않는 데다, 일부 사건이나 마무리도 조금은 동화처럼 밝고 예쁘게만 끝내는 것 같기도 해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이야기 흐름이 어색하진 않고, 재미도 있는 데다, 귀여운 모습도 많이 보여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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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1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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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의 반야는 총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로, 1부 1~2권, 2부 3~6권, 3부 7~10권으로 이뤄져 있다.

이 소설은 조선 중기 영,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나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을 크게 언급하거나 또 왕과 노론, 소론의 다툼을 중점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녀인 반야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보다 서민적인 삶과 애환, 그리고 꿈을 얘기한다.

주인공인 반야가 무녀라서 판타지적인 면모도 보인다. 무녀로서의 신기가 높아 많은 것을 보고 미리 알 수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너무 능력이 출중한 면이 있어 다소 비현실적인 점도 있긴 하지만, 기존에도 나름 관심이 있던 터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와 문체를 썼음에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작가의 역량 덕분이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육체적으로 착취당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그렸다는 거다. 인물의 됨됨이나 악독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는지는 몰라도 꼭 그런 방식이어야 했나 싶은 의문이 있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이 점은 조금 반야에게서도 느껴서, 무녀라는 사회적 지위로 인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얘가 희대의 요물인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녀의 능력이 출중해 충분히 그런 상황을 예감하고 벗어날 수 있었기에 더 그렇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결국 발을 들이게 되는 ‘사신계’도 대의와 충돌하는 여러 강령이 있어 모순적인데, 이에 대해서도 마땅히 해명치 못하는 것 역시 집단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또 왜 칠성이라는 존재가 필요한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과연 이후 이야기를 통해 이것들이 어떻게 설명될지 궁금하다.

1권에서는 반야 개인의 이야기와 그의 무녀로서의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왔는데, 이후에는 그보다 비밀결사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아질 듯하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와 어떻게 맞물릴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거기서 무녀와 사신계의 활약, 만단사의 부정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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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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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영의 소설집 ‘모두의 내력’은 그의 암울한 현실 같은 단편 8개를 수록한 단편집이다.

8개의 단편은 모두 각각의 이야기와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서 같은 감성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건 현실의 어둡고 더러운 일면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일상과 함께하지만, 결코 마주 보고 싶지 않아 짐짓 감춰두고 있는 그것들을 작가는 굳이 끄집어내어 소설로 박제해 보여준다 우리네 삶의 단면 같은 이 이야기들은 그만큼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해서 더 기분 나쁘게 다가온다.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쓴 걸까.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래야 쓰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일부에선 그런 면모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마치 감정 없는 제3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건조하고 덤덤하게 사건들을 담아냈다. 그래서 그저 사실을 적시하고 전달하는 느낌도 받는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있다고, 그러니 몰래 지나치려 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 ‘이래야 쓰겠냐’는 것은 작가가 아닌 내 느낌이 아닐까. ‘헐’ 하는 신음과 함께 찾아온 온갖 생각들은 작가가 내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 속에서 나온 생각인 거다. 어쩌면 이게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번쯤 보고, 생각해 보는 것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맨 처음 본 ‘해바라기 벽’이었는데, 나와도 접점이 있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아서 몇 번 깊은 생각에 빠져보게도 했다.

수록작들은 모두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행히 이야기는 꽤 재미도 있고 흡입력도 있다. 몇몇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지루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짧아도 강렬하게 왔다가 가는 것도 좋다. 단편의 매력을 잘 살린 것 같다. 암울한 것을 꺼리지만 않는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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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
린웨이윈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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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我媽媽的寄生蟲)’은 대만의 주목받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린웨이윈(林蔚昀)’이 자신의 가족사와 심리적 문제들을 기생충에 빗대어 쓴 자전 에세이다.

시작은 ‘엄마의 기생충’이라는 독특한 얘기로 시작한다. 기생충학자인 저자의 엄마는 기생충을 사랑하기도 해서, 자기 몸속에 기생충을 키우기까지 한다. 그걸 소중히 하는 엄마를 보면서, 저자는 조금 질투도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자기보다 더 중요하냐고 물어봤을까. 어떤 얘길 해도 엄마는 왜 기생충을 없애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딸의 행복을 위해 4년도 넘게 기른 기생충을 포기한다. 왠지 모를 승리감을 느낀 딸과 달리,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관심과 사랑을 요구한다.

얼핏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고 외국 유학까지 간 저자는 꽤 남 부러울 것 없이 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속은 그렇지 않다.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그런 저자의 눈에만 그렇게 비친 것인지 몰라도) 자식을 묘한 자세로 대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자주 이상한 선택을 하고, 또 자해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안정하고 자신을 어찌할 수 없게 되면, 엄마를 찾아 도망치고 달라붙어 의지한다. 말하자면 자식인 저자 역시 일종의 ‘엄마의 기생충’인 셈이다.

그렇다고 계속 싫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기생 상태에만 계속 머무르지는 않는다. 병원 치료를 받고 상담을 하며 거부해오던 자신을 인정하고, 자식도 가지면서 이 누구보다 귀찮고 성가시고 신경 쓰이게 하는 기생충은 점차 성장하고 자립해 나간다.

이 책은 그러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과 변화가 있었는지를 쓴 것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독특한 책 구성이 눈에 띈다. 각 에피소드 제목을 기생충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고, 그것을 또 기생충의 성장 단계로 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에피소드는 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그것들이 자신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며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놓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을 일종의 기생충처럼 비유한 것을 생각하며 꽤 의미 있다.

각각에서 풀어내는 지식과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심한 정신증세는 잘 이해가 안 되긴 했다. ‘선천적인 정신적 결함’이라는데 딱히 유전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대나 그럴만한 궁핍한 상황에 놓였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뜬금없는 행동들은 이상해 보이고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름 성공해서 잘 사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생각도 든다. 그건 중요한 시점마다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엄마가, 아빠가, 애인이, 남편이, 그리고 자식이 있어서, 때론 그들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엔 문제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저자는 꽤 축복받은게 아닐까.

나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기생충이었고,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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