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문국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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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는 법의학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살펴보고 분석해본 책이다.

예술 작품을 작품 그 자체가 아닌 그 외의 것들로 바라보는건 사실 그렇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이제까지도 그런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게 작가의 생애와 시대, 그리고 작품을 그린 배경과 함께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작품에 녹아있는 다양한 것들을 알 수 있어 좀 더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작가는 거기에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법의학적 지식을 더한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의학적 분석’이라는게 생각보다 낯설거나 하지는 않다. 물론 한편으론 여전히 신기하기도 하다. 그건 예술을 법의학적으로 접근해 단편적인 개별 예술 작품들로부터 그런 결론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들은, 일부 급작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납득할만했다.

작가가 법의학을 다룬다고 해서 너무 의학쪽으로만 보려하지 않은점도 좋았다. 그랬다면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역사’라는 ‘이야기’와 함께 했기 때문에 재미도 있었다. 거기에 법의학적인 면모가 붙어 전체적으로는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느낌이었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싶달까.

그렇다보니 혹시 작가처럼 다른 전문 분야에서도 특기를 살려 예술작품을 분석할 수 있진 않을까도 싶고, 가능하다면 그런것도 보고 싶어졌다. 혹시 그런게 있나 찾아봐야겠다.

아쉬운것은 책에 수록된 일부 사진의 질이 형편없다는거다. 예술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책인데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에서 퍼다 붙인것 같은 도트가 다 드러난 그림을 사용한건 좀 너무하지 않나. 설사 작품이 소실되었더라도 여러 사진 자료라도 남아있을텐데 좀 무신경했던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재미도 있고 좋았지만, 몇몇 튀는 저질의 그림들이 옥의 티와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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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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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Terre des hommes)’는 작가가 비행 조종사로서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엵은 산문집이다.

경험을 담은 산문이라면 현대로 치자면 일종의 ‘일상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로 가볍지만 그 와중에 어떤 인생의 깨달음도 담은 그런 글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생텍쥐페리의 이 산문집은 무슨 철학서나 그런 의미를 담은 소설마냥 무겁고 진중하다. 그건 아마도 비행사인 그가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처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의 동료 중 여럿은 비행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폐인이 되어서 간신히 살아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의 비행이란건, 항로도 채 다 개발되지 않은 등,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여러번 불시착을 하는데, 그가 비행하던 항로 때문인지 유독 사막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는 사막에서 자연을 보고, 별을 보고, 불빛을 보고, 사람을 봤다.

거기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적은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 잘 들어오지가 않는다. 하긴, 동화같기도 한 어린 왕자마저 그런면이 없잖아 있었으니, 그냥 쓴 글이면 오죽 하겠나 싶기도 하다.

신기한건 어떤 내용의 글을 읽어도 묘하고 쓸쓸하고 서글픈 느낌이 든다는거다. 어쩌면 곳곳에서 죽음과 연결된 것을 찾을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린 왕자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비행사로서의 경험과 그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린 왕자에서의 그것과 많이 닮아서 인 듯하다. 또 여우나 장미 얘기도 나오는데, 그것들도 어린 왕자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얼마나 그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인가를 새삼 알 수 있다.

소설처럼 죽 이어지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린 왕자를 좋아했다면, 그의 생각을 더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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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 - 언제 대재해가 일어나도 우리 가족은 살아남는다
오가와 고이치 지음, 전종훈 옮김, 우승엽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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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고이치(小川 光一)’의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いつ大災害が起きても家族で生き延びる)’은 각종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설명하는 서바이벌 가이드다.

책은 지진, 쓰나미, 태풍과 홍수, 화산 폭발, 폭설까지 다양한 상황에 대해 다룬다. 그런것 치고는 책이 아주 얇은데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기 보다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재해 심리’도 그 하나다. 여기서는 재해가 일어났을 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러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하는데, 이게 꽤 재밌었다.

대표적인게 순간 굳어버려 아무것도 안하고 재난이 다가오는걸 보고만 있는거다. 이건 평상시에도 ‘사고’를 쳤을 때 쉽게 볼 수 있다. 예를들면, 물을 엎어버리고선 물이 사방으로 퍼져가는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안타까운것은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는게 아닐까 싶다. 이는 서로 연락이 안되서 그렇기도 하지만, 일부는 포기하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주로 그러는데, 그러면 가까운 사람들은 아무래도 데리러 돌아가게 된다. 포기하는 사람들은 입으론 ‘난 상관말고…‘라고 하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을 말려들게 한다는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죽을줄 알면서도 되돌아가는건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만약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면 ‘구하러 가게 될 테니 나까지 말려들게 될 것’이라는걸 확실히 얘기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난 상관말고’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모순적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식품과 소모품 등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던가, ‘방재 피크닉’과 ‘방재 체험관’ 등도 소개한다. 특히 ‘일상 비축’은 꽤 괜찮아 보였다.

아쉬운것은 설명 기준이 모두 일본이라 한국과는 잘 맞지 않는게 많다는거다. 앞서 얘기한 방재 체험관 같은것이 그렇다. 일부 정보는 감수를 맡은 도시 재난 전문가 우습엽이 한국에 맞는 정보를 주로 달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는것도 많아 제대로 된 가이드라고 하긴 좀 그렇다.

고양이 가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것도 아쉽다. 처음에는 이들을 통해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구성했나 싶었는데, 막상 보니 등장도 거의 없고 등장하는것도 거의 의미가 없더라고. 이럴거면 뭐하러 내세웠나 싶기도 하고. 어째 처음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생각하다가 꼬여서 섞여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다양한 재난이 많기까지 한 일본의 책이라 그런지 재난에 대해 나름 정리도 잘 했고, 그래서 배울것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대비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텐데, 혹시 관련 책을 찾고 있다면, 기존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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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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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모모(MOMO)’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것을 되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신기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다.

책 제목인 모모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갑작스레 나타나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녀는 어느 날 시간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이 이상해지고 거기에 시간 도둑들이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로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친구들을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쉬운 문장, 유아적인 상상력을 담은 이 책은 마치 장편 동화와 같다. 주인공이 아이라는 점이나 나서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해 아이들이 행동한다는 점도 그렇고 시간을 뺏는 방법이나 표현 등도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고 전혀 유치하거나 하다는 건 아니다. 동화적인 표현과 묘사는 오히려 쉽게 익히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해서 몰입감을 높여줄 뿐, 시간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도 흥미롭고 시간 도둑에 대한 표현도 어떻게 이렇게 했는지 감탄이 나온다. 이게 무려 1970년에 나온 소설이라니 그저 놀랍다.

이야기가 전해주는 교훈 역시 그러하다. 교훈 자체도 좋지만, 지금에 비추어봐도 여전히 잘 들어맞는데, 작가가 뒷이야기로 풀어놓은 것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보면 선견지명에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띤 교훈적인 내용을 담으면서도 재미까지 함께 갖춘 이 책은, 나온 지 오래됐고 여러 번 출간도 했던 책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이다.

다만, 이번에 새로 나온 블랙 에디션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모두 빠지고 대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호 같은 그림들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옛 그림 같은 맛이 살아있는 기존 일러스트가 더 좋아서 좀 아쉬웠다.


소설은 시각적인 묘사도 좋아서, 몰입해서 읽을 때는 마치 한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판타지 동화 같은 이야기이므로) 살짝 지브리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그려보며 읽었는데, 실제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Momo, 1986)와 애니메이션(Momo Alla Conquista Del Tempo, 2001)은 어떤 느낌으로 완성되었을지도 궁금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감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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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연결된 삶 -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 없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이
김효찬 지음 / 헤이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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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연결된 삶’은 무려 89쪽, 무려 40여장의 그림을 모두 한붓그리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표면적으로 작품은 한마리 고양이가 자연, 시골, 도시 등을 지나며 구경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사회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걸 작가는 한붓그리기로 그려 의미를 부여했다.

작가가 한붓그리기로 그림을 그린것은 그걸 통해 ‘삶’의 한 면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모두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가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면서 선이 끊길 수 밖에 없어 뜻대로 잘 되지 않았던 것이나 완성된 장면이 간혹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정하지 못하고 계속 다음으로 이어가야만 하는것도 작가는 인색을 닮은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로 그렇다. 인생에는 쉬운 성공도 없고, 과거를 되돌리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가는 한가지 소망을 더 담았다. 마치 인생의 한 면을 보여주는 듯한 이 한 선 그리기처럼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 없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이 하나로 연결된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마뜩치 않은 것, 나와 상관 없어 보이는 것도 작품에서 처럼 모두 큰 하나의 일부이고 이어져 있음을 안다면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따뜻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거다.







출판 방식은 좀 아쉽다. 기존과 같은 제책 방식으로는 이 한 선으로 그린 그림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득, 두루마기 방식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작가도 처음부터 출판을 의식해 죽 이어서 그리지 않고, 한장 한장마다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나눠 구성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가운데가 접히기 때문에 그림 감상이 썩 좋지 않다. 그림책 중에는 가운데가 완전히 펴지는 제책 방식을 사용한 것들도 많은데, 그런 방식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 더하자면, 책 보다는 영상으로 만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가가 그리는 모습을 천천히, 때론 빠르게 따라가는 것도 좋고, 작가 없이 탑뷰로 그림이 점점 완성되는 것을 보여줘도 좋다. 그리고 한 장면이 완성되면 잠시 멈췄다가 넘어가는거다. 다른 장면으로 넘어갈 때는 네모 박스가 돌아가며 모서리를 넘는 식이면 이어진 것도 보이고 다른 장면으로 바뀌는것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한것은 복잡한 그림이 나오면서 점점 ‘한붓그리기’라는게 잘 와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기껏 의미를 부여한 ‘한 선’인데 좀 더 잘 드러나야 하지 않겠나. 영상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더 잘 맞을 것 같다. 나중에라도 진짜 한번 나오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은 커버도 한 선으로 그려진 것이다. 47~50쪽에 걸친 그림을 표지 앞, 뒤와 내지까지 써서 잘라넣은 것이므로 꼭 한번 펼쳐보기 바란다. 작가의 한 선 그림을 죽 이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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