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진실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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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의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株式会社の終焉)’는 자본주의의 핵심과도 같은 주식회사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지 그 태생부터를 적나라하게 살펴보는 책이다.

먼저 저자는 자본 제국의 시대가 이미 왔음을 알리며 최근 일어났던 일본의 경제 정책들이 사실은 어떤 것이었나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중세로 넘어가 애초에 자본주의의 해심과도 같은 주식회사가 대체 어떤 배경에서 태어났는지, 그래서 어떤 태생적인 한계와 문제를 갖고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앞으로 주식회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나는 일본인들의 크게 2가지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별것도 아닌걸 어려운 단어를 늘어놓으면 개똥철학을 발라 심각한척 포장하는 능력이요, 다른 하나는 쓸데없는 전용 용어가 난무하는 전문 지식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다. 이 책도 그런 일본인의 강점이 잘 살아있다.

경제는 용어부터 그 역사, 그리고 미래 예측까지 뭐 하나 쉬운것이라곤 없다. 경제인이라 사람들의 말하는 방식도 문제다.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하는지, 긴 문장을 보고도 대체 무슨소릴 하는건지 알 수가 없을때도 많다. 이 책도 조금은 그러해서, ‘A니까 B다’고 설명할 때 대체 뭐가 있어서 둘 사이에 인과가 있는건지 잘 보이지 않는것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있는데도 전체 내용을 보고 그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잘 풀어썼다. 같은 내용도 보다 쉬운 책으로 잘 썼다는 말이다.

일본의 상황을 분석한것도 꽤 재미가 있었는데, 보면서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사람으로선 잘 모르거나 알아도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 제목도 좀 엉뚱하다. 마치 회사에서 사원들에게 행하는 계급 구조를 이용한 불평등을 분석하고 고발한 것 같은 제목인데, 내용은 별로 그런게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원제(주식회사의 종언)를 살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비교적 작은 판형에 분량도 약 200여쪽으로 적기 때문에 맘잡고 읽으면 금방 볼 수 있는데, 이쪽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 해준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식 면에서라도 봐두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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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다이어리 북 (감정스티커 수록) - 쓰다 보면 가슴 가득 먹구름이 사라지는 365 감정 테라피
스트레스컴퍼니. 이승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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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다이어리 북’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감정을 추스리게 도와주는 감정 테라피를 위한 다이어리다.

다이어리에 하루 하나씩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적고, 2주동안 어떤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는지 돌아본 후, 한달동안 있었던 마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버킷리스트를 적는 등의 활동으로 구성되어있다.

거기에 도움이 되도록 ‘감정 테라피’도 수록해서 여러가지 감정들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도 알려준다.

감정 테라피를 제외하면 책 자체가 어떤 내용을 담은것은 아니다. ‘다이어리’라는 이름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좋게 만든 일종의 도구다.

평소 일기를 써왔다면 일기 쓰기의 일환처럼 느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뭘 적어야 할지 막막하고 어색할 수도 있다. 일기 자체에는 익숙하더라도, 오늘 있었던 ‘감정’을 적는다는것은 낯설 수 있다. ‘오늘 대체 어떤 감정이었지?’라는걸 파악하는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더 그렇다. 책은 각 부분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하다면 인터넷 등을 찾아봐야 한다.

이 책을 만든 스트레스컴퍼니는 20~3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감정 다이어리 워크숍’도 진행한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후 스스로 활용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책 같다.

책 앞부분에 워크숍 내용을 두었다면 좋았을걸 아쉽다. 감정 다이어리만 딱 접해서는 사실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책속에 감정 테라피도 굳이 왜 월별로 나눠놨는지 모르겠다. 딱히 시기나 순서에 따라 해당 감정 테라피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한곳에 모아두는게 더 보기 편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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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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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는 2개의 이야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며 하나의 이야기로 짜지어져 가는 맛을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처음은 그렇게 특별할 것 없다. 이제는 단물이 빠져버린 소설가가 등장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사람들을 취재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다 기묘한 사회복지사와 만나게 되고, 그를 인터뷰하던 중 당한 폭행이 뼈에 사무쳐 그를 추적해 접근하고 비밀을 캐내려 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과거 60년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한 불행했던 소녀와 그녀의 삶을 담고 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처음엔 전혀 접점이 없는데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접점이 생기고 겹치는 것처럼 이어지면서, 큰 전체 안에 속한 하나의 이야기임을 은근히 계속 내비친다. 그래서 독자가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사이를 상상하고 예상해보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소설 내에서도 얘기하는 ‘거미집 짓기’와 닮았다. 직선인 방사실과 나선실이 서로 엮여 거미집이라는 형태를 만든다는 것과 거미집이란 실들의 집합뿐 아니라 그사이의 공간도 포함한 것이라는 것 말이다. 이 소설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나열하지만 각각은 서로 미묘하게 이어져 있어 ‘거미줄 짓기’라는 하나의 큰 소설을 이뤄 나간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그랬던 이야기가 뒤로 가면서 점점 흥미로워지고 끝에 가서는 욕하며 웃으며 내려놓게 한다.

책 제목인 ‘거미집 짓기’가 단순한 비유나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소설 자체를 그렇게 썼다는 것도 재밌다. 작가는 거미집 짓기라는 소설 작법에 관해 얘기하면서 또한 그 한 예로 이 소설을 보여주기도 하는 거다. 그런 구성도 맘에 든다.

물론, 걸리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서였을까. 군데군데 구멍 같은 게 보였다. 어디서 가져온 것 같은 대사와 장면은 데자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소설 자체가 거미집 짓기의 한 예이기도 하다 보니 이런 것도 일부러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몇 가지 걸리는 점이나, 무려 486쪽으로 원고지 1700매 가까운 긴 분량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초반 이후로는 계속 흥미를 끌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끝까지 아껴뒀다 터트려 이제까지 담아뒀던 걸 혼란스럽게 만드는 반전도 매력적이다. 끝나고서 보면 작은 이야기 조각들의 전개 순서나 서술법도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인간의 욕망 뒤에 숨은 서늘한 진실을 파헤친 수작’이라는 말에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지만,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나로서는 작품의 의의나 작가의 의도 같은 것이야 어찌 됐든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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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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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야카(小川 さやか)’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その日暮らし」の人類学)’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대비하고 계획하면서 현재를 바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물음같은 책이다.

이 책이 처음 흥미를 끄는것은 제목 때문이다. 마치 양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래도 된다는 것 같은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자기계발서 류의 책은 아니다. 비록 흥미를 끄는 제목은 아니지만, 한국어판 제목보다는 원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더 잘 표현했다. 그렇다, 이 책은 일종의 ‘인류학’ 연구 보고서다.

저자가 주목한것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도시민의 생활 방식이다. 마치 내일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한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하루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다. 그래서 선진국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보면 대게는 동정을 느끼거나 불행할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그들의 삶은 딱히 그렇지 않다.

물론, 그래 보이는 측면도 있긴 하다.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는 점이라던가, 번 돈은 생활에 써야하니 저축을 못한다던가, 그래서 원하는걸 사는것도 힘들다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런데 그건 선진국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시민들은 분명 그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잘 먹으며, 더 나은 생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이 없어 허덕이거나, 언제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고, 사실 내가 하고싶었던건 이런게 아니었다고 되뇌인다.

그렇게 보면, 그렇지 않은 탄자니아 사람들이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 그들은 일이 없으면 쉬다가, 운이 좋아 일이 생기면 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다가, 잘 안돼면 다시 다른 일을 하면서 산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다.

책에서는 이런 일하기 방식을 ‘시험 삼아 해보기’라고 한다. 일종의 도전으로, 말하자면 개인사업/창업과 같다. 다른점이라면 역시 거기에 대해 가지는 부담감의 정도가 다르다는거다. 그들은 훨씬 쉽게 시도해보고, 안되면 큰 무리없이 다른 일을 찾는다. 창업이 사실상 도박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네와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그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그 뿌리에 돈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렇다.

물론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분명 벌이가 낮은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여유롭겠지만, 생활까지 그렇지는 않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다른 사회에서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회 전체가 그런식으로 돌아가는, 우리와는 다른 자본주의 형태를 갖추었기 때문에 그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다른 자본주의를 가진 나라에서 이들과 같은 삶을 추구한다면, 아마 얼마 후엔 거리의 부랑자 무리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도와줄 사람도 없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해보게 한다. 자본주의가 원래 빈부격차와 갈등이 심한 것은 아님을 그들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돈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회는 단지 그렇게 동작하는 이상한 자본주의를 갖고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격차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자본주의는 그 한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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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핏 - 건강하고 마른 여자들의 기적의 작은 습관
카비타 데브간 지음, 양희경 옮김 / 스토리3.0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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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핏(Don’t Diet: 50 Habits of Thin People)’은 인도의 영양학자이자 체중 관리 전문가인 카비타 데브간(Kavita Devgan)의 다이어트 책이다.

이 책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낯선 것은 식단을 조절하면, 즉, 굶으면 빠진다는 전통적인 다이어트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판 처음 보는 내용인 것은 또 아니다. 그렇기에 익숙하다.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여러 사람의 체험을 통해 축적된 결과들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

이 책의 원제는 ‘Don’t Diet’로 상당히 도발적이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니! 그러나 사실은 앞에 ‘그렇게’를 생략한 것에 가깝다. ‘그렇게 다이어트 하지 마’라는 뜻인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으로 저자는 ‘마른 사람들의 50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그중 일부는 영양학적인 것인데, 일부는 인간의 미묘한 반응에 기인한 것이며, 또 일부 마음가짐에 대한 것도 있다. 개중엔 이미 들어봤던 것들도 상당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것들을, 유행 따라 나오던 다이어트 서적들처럼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거든?’ 하고 선동하며 ‘너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거다. 대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그게 왜 효과적인지 설명한다. 그래서 대부분 쉽게 수긍이 간다.

번역도 크게 무리 없다. 표지와 제목 때문에 얼핏 보면 국내의 한 유명 다이어터가 쓴 책 같기도 한데, 읽다가 문득 어쩔 수 없이 ‘아, 외국인이 쓴 거지’하고 느끼는 건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 듣도 보도 못한 인도 음식들을 나열하기 때문이다.

이건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하다. 저자가 책을 쓸 때는 분명 더 잘 와닿기에 그런 예시들을 쓴 것일 거다. 평소에 먹던 것이니 얼마나 그렇겠나. 하지만, 그건 인도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한국 사람 중에 그것들을 먹어본, 심지어 뭔지 알거나 보기라도 한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나. 옮긴이도 딴에는 열심히 설명을 달아 그 틈을 메워보려고는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어떤 음식인지, 왜 그걸 예로 든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아예 지역화해서 이름만 듣고도 뭔지 알법한 음식들로 바꾸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음식 설명도 본문에 설명을 다는 것보다, 앞부분에 사진과 함께 설명을 적어놓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

‘건강하고 마른 여자들’을 위한 책으로 만든 것도 아쉽다. 다이어트란 모든 사람에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데, 지나치게 독서 대상을 특정해서다. 아마 ‘한국에선 그게 더 잘 팔릴 것’이란 마케팅의 판단에 의한 것이겠지만, 내용에 비해선 역시 좀 아쉬운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저에 있던 장난기 어린 삽화를 빼고 좀 더 무거운 느낌으로 편집한 것도 좀 아쉽다. 읽을 때 조금이라도 밝고 가벼우면 실천도 그 느낌 따라 더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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