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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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는 페리테일(정헌재)이 직접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거기에 글도 쓴 감성 에세이집이다.

책은 사진집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사진이 장마다 있다. 때론 하늘, 때론 바다를 찍은 사진 위엔 작가의 그림과 손글씨가 있으며 그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른 한쪽에 실었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며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작가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는데, 사진도 좋고 글과 그림도 잘 어우러져 보기 좋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에세이 같기도 하면서 또 시 같기도 하다. 일상에서 느끼고 깨달은 작고 소소한 것들을 얘기들을 하는데, 그렇다고 사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원래 갖고 있었지만 평소엔 잊고 지냈던 감성을 더 쉽게 불러일으켜 준다.




거기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한몫해서, 아팠던 이야기가 ‘또 봄을 받았다’는 말에 더 깊이를 준다. 봄을 타는 것처럼 그저 잠시 감상적이 된 게 아니라 얼마나 큰 감사와 기쁨에서 나온 말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사진도 보고 글도 읽으면서 급박함 없이 마음이 차분해져, 왠지 감성적인 휴식을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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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경제학 - 살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 수업
연합인포맥스 한컷경제팀 지음 / 다산3.0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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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경제학’은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적인 분석 대신 쉽고 가볍게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이다.

약 280여 쪽 분량의 꽤나 두꺼운 이 책은, 하지만 컬러 프린팅과 편집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니,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마치 ‘경제에 대해 넓고 얕은 지식’을 전달해 주겠다는 듯 여러 가지 경제 용어와 관련 시사를 사진과 함께 최대한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방향이 그렇다 보니 편집도 사진을 먼저 겹치지 않도록 배치하고 각 사진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사진 사이의 공간에 적당히 퍼트려 놓는 식으로 되어있다. 마치 사진 에세이집 같은 모양새다.

그래서 내용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그렇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가 불황이라 실업률이 높아지는데 물가까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한국이 딱 그 시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용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한 후 “분명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할 때”라며 바로 끝을 맺어버려서, 정작 이걸 벗어날 방법은 뭐고 개개인은 어떻게 해야 대비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경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은 이런 것 때문이기도 한데, 정작 중요 한데서 발을 뺀 느낌이다.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풀어낸 것은 정말 좋았으나, 그를 위해 내용을 너무 ‘최소한’으로 줄인 건 아닌가 싶어 또한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경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썩 나쁘지 않은 입문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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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7-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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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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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은 거시기를 펭귄에 빗대어 한 청년의 성스런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성장기다.

소설은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처럼 난잡하게 시작한다. 그래서 이게 정말 ‘인터넷 썰’이 아니라 ‘소설’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시작은 가볍다.

거시기를 ‘펭귄’이라고 한 것도 처음엔 왜 하필 펭귄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이건 아마 사춘기 소년의 핑곗거리가 그런 것처럼 별 의미나 이유는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거시기에 ‘펭귄’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했기에 주인공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이게 사춘기 소년의 4차원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뱉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특히 ‘악수’를 한다는 것에는 정말 빵 터지고 말았다. 이렇게 재치있는 표현이라니.

초반에는 이렇게 펭귄과 악수를 하며 지내는 경험담이 유쾌하게 나오기에 종종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마치 성장기처럼 이어져 나오는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도 들어줄 만했다.

첫인상이 좀 이상했던 것과 달리 막상 보기 시작하니 꽤 재미있었다.

주인공을 지배하는 듯한 펭귄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곧 주인공의 삶이기도 하고 그 주인공이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펭귄만이 모든 것이었던 어린 시절처럼 계속해서 유쾌한 이야기만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크면서 대범함과 유쾌함은 점점 사그라지며, 쳐지고 풀죽은 모습이 점점 두드러져 보이는듯했다.

펭귄과 함께하며 펭귄이 생각하던 그때는 어떻게 보면 의미 없고 변태 같지만, 하나하나가 재미고 기쁨이 되던 행복한 시기였다. 반대로, 펭귄이 생각하지 않던 시기는 고민과 걱정거리가 가득한 암울한 시기였다. 어쩌면 머리가 커지면서 생각도 많아진 때가 하필 그런 때였기에 우연히 그렇게 됐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쩌면 행복한 시기였기에 펭귄에게 생각을 맡겨둬도 괜찮았고, 그렇지 않았던 때에는 그럴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펭귄은 점점 나설 자리가 없어졌던 건지도 모른다.

의사는 제구실을 못 하는 펭귄을 보고 심인성이니 곧 나아질 거라고 하지만 청년은 도통 ‘더 나은 심적 상태’를 가질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펭귄은 계속해서 고개만 숙인 채 대답이 없다.

청년이 된 주인공은 현대 청년들의 현재를 대변하며 한숨이 흘러나오게 만든다. 변태 같지만 유쾌하고 발랄했던 어린 시절이 더 좋았다고 한다면 이상할까.

중반까지는 꽤 유쾌하게 봤지만, 후반에는 묘하게 머릿속에서 이것저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다만, 작가가 분명하게 의도하거나 전달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뭐다는 건지 (작가의 말을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다. 끝도 갑자기 나버리고. 그래서 뭔가 뒷맛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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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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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주요 요소에 대해 얘기하므로,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주의 바란다.

‘리허설(The Rehearsal)’은 선생과 학생의 섹스 스캔들을 소재로 한 엘리너 케턴의 장편 소설이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 더 나아가 섹스 스캔들은 언제나 관심을 끄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간 많이 써서 식상한 소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엔 ‘독창적’이라는 수사가 붙는다. 왜 그럴까.

이 점은 처음 몇 장을 넘기면 슬슬 느끼게 되고, 중반을 넘어가면 놀랍게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단순한 섹스 스캔들 이야기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 주요 소재는 곁다리에 불과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현실과 연극이라는 두 축이다. 이 둘은 서로 번갈아 나타나며 서로를 보완해 주기도 하면서, 또한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먼저, 월 구분과 요일 구분으로 나뉜 이 두 축은 각각이 서로 다른 인물과 시선을 가짐으로써 다른 쪽에서 미처 다룰 수 없었던 내용을 다루면서 서사를 채워준다. 게다가 각 구분이 모두 시간의 전후가 있는 단위인 걸 이용해서 순서대로 얘기하지 않고 중간에 다시 이전 시제의 이야기를 한다든가 하는 트릭도 사용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무난한 소설이 되었을 거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작중 사건을 연극으로 재현한다는 요소를 집어넣고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연극과 섞어 버림으로써 작중 현실과 연극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단일 캐릭터를 갖는 인물들이 아니게 됐고, 소설 속 이야기는 소설 속 현실을 서사하는 것만이 아니게 됐으며,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생각, 행동은 실재와 허구, 즉 연극이 뒤섞여 뭐가 소설 속 실제를 서술한 것인지, 뭐가 소설 속 연극을 표현한 것인지 모호하게 됐다.

여기서 작가를 한 번 더 칭찬하고 싶은 건 이런 전개로 갔을 때 많은 작가들이 빠지는 유혹, 즉 소위 ‘열린 결말’이라고 포장하는 ‘나 몰라라’ 식으로는 끝내지 않았다는 거다. 최소한 무엇이 연극의 일부이고 무엇이 현실의 이야기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또, 두 이야기가 모두 ‘소설 속 현실’을 담고 있는 것임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연극 부분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라고 봐야 하며 그러므로 독자는 끝내 ‘진짜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는 알아낼 수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빅토리아가 호기심에 가득 차 하는 대사는 또한 독자의 대사이기도 한 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작가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데, 대신 어떤 방향성을 가진 것인지는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지금 이 시기는 나중에 올 모든 것에 대한 리허설”이라거나 “‘진짜’처럼 보이기만 하면 돼”라거나, “상상할 수” 있길 바란다는 식의 문장이 그렇다.

결론적으로, 첫인상과는 달리 소재나 내용 자체만 보면 별 특별할 것은 없었으나, 그걸 흥미롭게 풀어냈으며 소설로서의 기교도 좋았다.

10대의 허세와 정신적 불안정성, 그리고 성적 호기심과 대인관계 등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따위는 접어놔도 흥미와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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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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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The Noise of Time)’은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정부와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했던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Дми́трий Дми́триевич Шостако́вич)의 삶을 그린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의 장편소설이다.

애초에 이 소설의 배경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나는 중간에 ‘이게 소설이라고?’하는 의문이 들어 표지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내용이나 전개, 그리고 글이 주는 맛이 어째 소설 같지가 않아서다.

앞에서 얘기했듯 이 책은 실존 인물의 삶 일부를 소설화한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소설보다는 평전(評傳)에 더 가깝다. 가능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쓰려고 한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개별 이야기나 전체 흐름에는 작가가 크게 개입하지 못한듯하다.

대신 쇼스타코비치의 개인적인 성향, 감정, 생각과 같은 점을 신경 써서 묘사했다. 쇼스타코비치는 그가 대외적으로 보인 행동이나 말 때문에 평이 갈리는데, 소설은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행위를 택했다’는 의견을 기반으로 했다. 그렇다고 애써 포장하거나 미화를 한 것 같지는 않다. 각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가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그것은 또한 웬만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러했을 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작가가 잘 풀어냈다.

소설은 시대의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현실과 이상의 충돌을 겪는 주인공 때문인지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게 소설을 좀 어렵게 만든다. 몇몇 부분은 이게 소설인지, 철학선지 헷갈릴 정도로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번역도 매끄럽지 않아 더욱 쉽게 읽히지 않게 한다. 한국어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 표현들이 많아서다. ‘옮긴이의 말’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외국어를 번역하다 보니 그런 어색한 문장들을 만들어내게 된 것 같은데, 문장 형태는 좀 한국어에 맞게 정리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보니 솔직히 ‘만들어진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좀 떨어진다. 내용이 러시아의 당시 사회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도 하고, 게다가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쇼스타코비치의 생애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더 그렇다. 순수한 재미를 위한다면 그리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반면에 사회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꽤 추천할만하다. 한국 역시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 그리는 사회와 그로 인한 고뇌도 충분히 공감할만하며, 철학적인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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