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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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파리대왕(The Lord of Flies)’은 인간 본성에 대한 실랄한 비판과 풍자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소년들이 섬에 표류되어 겪는 일을 담았다는 점에서 ‘15소년 표류기(Deux Ans de vacances, 1888)’와 많이 비교되지만, 사실은 그보더 더 전에 나왔던 ‘산호섬(The Coral Island: A Tale of the Pacific Ocean, 1857)’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어떻게보면 일종의 2차창작물, 팬픽인 셈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산호섬의 요소를 가져왔으며, 심지어 직접적으로 원작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전혀 원작이 좋아서 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란 점이 일반적인 팬픽과는 좀 다르다. 소설엔 아예 원작을 노골적으로 비꼬는 것도 있는데, 알고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그런 원작을 아는 사람은 지금에 와서는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없는데, 그건 아마 일종의 편견과 사상을 갖고 만들어진 프로파간다적인 소설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그에 반대해서 쓴 이 소설도 그러한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를 굉장히 잘 집어냈으며, 그걸 잘 구성된 설정과 이야기로 보여주기에 설득력있고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좀 극단적이어 보일 수도 있는 소설 속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 이전의 복선 등이 쌓인 결과로 핍진성있게 보인다. 꼭 특정한 것에 대한 풍자라며 그것들에 담긴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물론, 비유나 상징같은 것을 잘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엇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꽤나 적절하게 썼다는 걸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던지는 생각거리도 시대를 타지않고 계속 숙고해보게하는, 심지어 지금도 여전히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서 이 소설을 여전히 의미있게 한다.

적어도 한번은 꼭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 그냥 읽어도 좋고, 비유와 상징에 대해서 알아본 후 곱씹어 보면서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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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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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이치호 미치(一穂 ミチ)’의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光のとこにいてね)’는 살짝 미묘한 지점에 있는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미묘하다거나 ‘일종의’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이 소설이 전형적인 로맨스의 공식을 전혀 따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헤테로(이성애자)는 물론이고 호모(동성애자)를 다룬 것, 즉 BL물 또는 GL물이라고 하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양쪽 모두에서 살짝 거리를 둔, 중간 즈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은 그들을 전형적인 동성애적인 그것처럼 보게 만들기는 한다. 아무리 친밀하다고 하더라도 이걸 그냥 우정이란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둘 사이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그러한 것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도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동성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흔한 장르물들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까지 성애적인 것을 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뿐이면 순수한 사랑을 부각하는 GL물의 특징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성관계도 함으로써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동성애 장르물의 요소를 가져왔으면서도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비껴감으로써 장르물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좋게 말하면 그럼으로써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성애적인 일반 로맨스와는 좀 다른 유형이라고 느끼게 한다. 성애적인 것에만 쫌 집착하는 면이 있는 BL 장르에 주력하던 작가가 이런 걸 썼다는 게 살짝 놀랍다.

두 사람의 사연이 어렸을 때부터 쌓이는데다가 그것의 무게도 꽤나 있다보니, 소설은 불우함 혹은 결핍을 겪은 두 인간이 서로에게 의미가 되며 살아나가는 인간 드라마로 읽히기도 한다.

오랫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둘의 상황과 심정을 나를 잘 전개하기도 했으며, 제목이기도 한 둘의 관계와 감정을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도 마냥 유치하지 않게 잘 사용한 편이다.

이들의 선택에 얼마나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나 어쨌든 로맨스에 가까운 소설이란 점에서는 쫌 호불호가 갈릴만도 하다만 그래도 한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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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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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의 ‘스피노자의 진찰실(スピノザの診察室)’은 잔잔한 일상 의료 드라마다.

의료 드라마는 비교적 화려한 장르다.

하나는 의료 경험이 있는 사람도 적고 관련 지식도 대중적이지 않은 꽤나 특수한 부류의 전문직인 의사를 다루는 것인데다, 완전히 정립된 지식이 있어 그걸 행하기만 한다기보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가 나오기도 최신의 학문을 이용하는 분야라서 그러한 것들을 적당히 선보이기만해도 꽤나 멋진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만인을 평등하게, 조건없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권력이 만들어지고 그게 쌓이기도 쉽다보니 정치의 대상이 되기도 쉽고 그러다보니 음모와 부패, 그로인한 부작용도 쉽게 나올 수 있다. 이건 다양한 인간군상과 깊고 묵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의료물은 일종의 히어물에 가깝거나 느와르같은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걸 예상하고 또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들이 보기에 이 소설은 좀 심심한 편에 가깝다. 꽤나 능력있는 전문 의사가 등장하고 활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소하거나 하는 쇼적인 면이 없고, 갈등을 일으키는 큰 사건 같은 게 일어나지도 않아서다.

그보다는 비교적 일상물에 더 가깝다. 이는 주인공 ‘마치’의 캐릭터성 때문에 더 그렇다. 그는 엄청난 열정이나 사명감 같은 것을 불태우지도 않고, 돈이나 지위같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반복된 생활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명한 소신을 갖고 그러는 것에 가깝다. 단지 자기가 있는 곳, 있을 수 있는 곳, 있어야 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이어가며 환자를 대하는 잔잔한 그의 이야기는 진짜 의사와 그렇기에 줄 수 있는 신뢰와 위로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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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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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는 회춘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DNA의 일부인 ‘텔로미어(Telomere)’는 노화에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 자체가 특별한 단백질로 번역되거나 하는 등의 유의미한 염기서열이지는 않다만, 세포가 복제될때 그 방식으로 인해 DNA 가닥이 조금씩 짧아지게 되므로 그런 DNA 가닥 끝에 있으면서 대신 줄어드는 역할을 해 염색체 말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텔로미어가 모두 파괴되면 더 이상 세포분열을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대충 정리하자면, 텔로미어의 길이는 수명이라 할 수 있고, 텔로미어가 짧아져 새로운 세포가 점점 만들어지지 않게 되는걸 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수명이 연장되지 않을까.

물론, 이건 단순한 생각이다. 수명과 노화는 단순히 텔로미어만이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텔로미어가 마냥 길지만은 않은 것도 다 그래야만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당연히, 텔로미어의 연장이 이미 진행된 노화를 마치 판타지에 나오는 ‘회춘의 물약’처럼 되돌려 주는 것 또한 아니다.

저자는 이런 부분들을 적당히 무시했다. SF풍의 판타지 액션 만화 등이 그러는 것처럼 흥미를 끌만한 기본적인 정보만 일부 가져온 후 거기에 뒷 냄새 풍기는 기업을 엮고 그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쫒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진지한 SF에도 못미치고, 그렇다고 사건을 파헤치는 범죄 미스터리라고도 하기 좀 미묘하다. 그걸 이루는 주요 요소 중에 이 소설 속 특수설정 하에서만 가능하게 짜맞춰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쫌 작가 편의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면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야기를 쪼개 펼쳤다가 그러 모으는 것이나, 그렇게 되는 과정을 끌고가는 힘은 괜찮은 편이어서 중간에 흥미가 뚝 떨어진다거나 하지는 않고 나름 끝까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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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다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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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다’는 뻔하다면 뻔한 판타지 로맨스의 겉모습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인 ‘새벽’은 고등학교 졸업을 맞아,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종료하기로 한다. 늙어서 암에 걸리거나, 젊어서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딱히 대단하다 할만한 결정도 인생도 아니다. 그렇게 학교 옥상에서 마침내 뛰어내릴 때, 새벽은 생각지 못했던 두 소년과 만나게 되면서 이후를 송두리채 바꿔버릴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솔직히 도입부에서 조금 진입장벽이 느껴진다. ‘별’의 행동이나 대사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있고, 소위 말해 오글거림의 극단에 있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양’은 까칠할지언정 충분히 받아들일만하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것들을 조언하고 제공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태양에게 마음이 기울기 쉽다.

그러나, 극명히 다른 두 소년과 새벽의 이야기에는 대놓고 큰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그것이 꽤나 대중적이라 할만한 것이기도 하고 심지어 중간 중간 노골적으로 떡밥을 깔기도 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전체 구성이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는 좀 뻔히 드러난다.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 치고, 그걸 숨기려도 하지 않은 것은 좀 의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관련 떡밥이나 판타지스러운 장치 같은 것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뒤돌아 되새김질 할 필요 없이 매 순간에 서로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발언 등을 통해 꽤 노골적인 메시지를 많이 던지는 방식을 사용한 것에는 더 잘 맞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다소 뻔했는데도 이야기는 꽤나 볼만한데, 조금 뜬금없이 시작한 것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 해소될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잘 이입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신의 그것과 매칭해서 생각하게 될 수도 있으며, 어떤 건 사회에서 얘기되는 것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래서 끝에 다다라서는 울컥하게도 만든다.

이야기도 볼만하고, 뻔하다면 뻔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도 잘 와닿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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