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자격증을 가지려한지 5년, 이곳 재활병원 근무도 7월로 만 4년차다.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는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만만하지 않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졌던 녹녹찮은 직업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꼴랑 최저시급의 최저임금뿐이니까 그 체감의 농도는 더 짙다. 봉사정신을 가져야한다고 말하는 것도 낯간지럽고... 여기 재활병원에서는 자격증은 필요하되 알량하나마 혜택은 1도 없다. 복지는 당연히 1도 없다. 그런데도 일, 한다. 하고 있다.
아마도 쭈욱 할 것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대부분의 동료들 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저런 내용을 만나면 씁쓸하다.
전혀 아닌 것도 아니고, 다 맞기만 한 것도 아니다. 소설속에만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당사자인 나는 한없이 무거워진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러니까 할머니께서 큰돈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걸 집에서 잃어버리셨다는 거잖아요. 손녀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이 집 드나든지 올해로 이 년 차예요. 원칙적으로는 주 오 회, 세 시간씩만 근무하면 되지만 저는 저녁까지 먹고 갈 때도 많거든요? 마음속으로 정말 제 어머니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주말에도 들르고 그래요. 누가 안 알아주면 어때요. 자녀분도 손녀분도 멀리서 따로사시는데, 몸도 온전치 않은 분이 혼자 계시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도리가 없으니까요. 제가 돈이 탐났으면 진작 가지고 갔죠. 지금껏 드나들면서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큰일이 터지면, 보세요, 제가 제일 먼저 의심받을 게 뻔한데요? 치매 걸린 어떤 어르신들은요. 제가 쓰레기만 버려도 전 재산을 가지고 간 것처럼 때리고 그래요. 그걸 또 홀랑 믿고 어르신 가족들이 제 주머니 뒤집어 까서 돈을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 확인한 적도 있고요. 저는 의심받는 게 익숙하긴 한데, 정말 아니에요." 현진은 수경이 자기 자신을 능숙하게 변호하며, 은근히 엄마와 - P22
자신을 비난하고 싶은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니, 우리 강영실 어르신이 연세는 있으셔도 참 잘 드세요. 과자도 많이 잡수시고요. 과일도 주문해서 드시는 거 아시죠? 이 주에 한 번씩 사과나 바나나 한 상자, 고구마 한 상자를 요앞 청과물센터에서 배달시키거든요. 요구르트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드시고요. 그래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혼자 사셔도요. 올 때마다 쓰레기 비워드리는 게 가장 큰 일일 정도로요. 아, 기저귀도 하루에 두세 개씩은, 아시죠?" 현진은 기습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거기까지는 미처 상상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동시에 왜 그런 부분까지 함부로 누설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전신을 강타했다. 요양보호사에게 아주 사소하고 별스럽지 않은 사실일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의 집에서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의 목록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떠나지않을 것만 같았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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