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이여, 딸들이여, 친구들이여
-목소리를 찾기를.


-라이베리아 대통령 엘렌 존슨 설리
아프리카에서 민주적으로 당선된 첫 여성 대통령, 노벨상 수상 소감,
2011년 12월 오슬로

학대가 없다면 당연히 치유가 필요없지 않을까? 치유는 필수조건임이 분명하지만 성매매 여성은 치유를 위해 더많은 혼란과 복합성 속에서 탐색해 나가야만 한다. 사회는 성매매 본질을 그릇되게 단정해버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그 경험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돈은 성학대를 정당화하고 침묵하게 할 뿐 아니라 모호하게 하는 데도 무자비하게 효과적이다. 성매매여성의 피해자성 자체가 모호함 속에서 흐려지고 덮인 상태에서, 피해자 자격이 있다고 이해하는 데 첫번째 장애물이 있을 때 치유가 얼마나 더 어려울까?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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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매매가 보편화된다면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교류와 태도 또한 모두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이고, 이 비정상적인 교류 방식은 인간 고통을 야기하므로 비도덕성을 인정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성매매의 정상화 전략들을 먼저 인식하고 이해하여야만 거부할 수 있다. 이 전략들은 집단적 정신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마치 현명하게 나이 든 개인처럼 성매매는 빈번히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불리고, 그 적법함이 세월에 의해 수여된다.
성매매 경험을 ‘성노동‘으로 눈가림하려는 전략과 같고, 둘 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니 같은 맥락이다. 이 묘사 뒤에는 분명히 고의적인 의도가 있다. 성매매를 품위와 결합시키려는 의도이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끄럽지 않아야 용인할 만하기 때문이다. - P347

어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성소수자로 표현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을 동성애 그룹에 포함시키려고도 시도했다. 성매매는 성적 지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시도는 잘못됐다. 그렇게 묘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이 세상에서 좀 더 부유한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옷을 짓는 개발도상국가에 사는 빈곤한 사람이 마치 성을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는 제안과도 흡사하다.
이 전략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 기대어 성매매와 관련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며, 성소 - P347

수자들의 적법한 권리를 합당하게 주장할 수 없는 성매매가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정하면서 성매매와 관계된정치적 풍토를 바꾸려 한다. 극단적으로 찬성매매 단체들은 이 개념을 신속히 받아들이고 그 허구를 이용해 성소수자 축제에서 행진까지 했다! 그 행진이 환영받은 게 놀랍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자신들이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수 없다니 놀랍다. - P348

성매매를 보편화시키려고 공모하는 모든 시도들 속에서 성매매 경험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보이는데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예를 하나 살펴볼만하다. 전 세계 성소수자 축제에서 행진하는 성매매 옹호론자들은 현재 성소수자그룹에 주어진 합법적인 권리와 시민권이 자신들에게 옮겨갈 거라는 희망과 의도를 품은 채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연대를 한다는 사실을 나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매매 지지 활동을 하는 이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동승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부적격하다는 사실을 성매매의 진실을 아는사람들과 성매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인지해서 다행이다. 우리 성매매 여성들은 성소수자로 우리 자신을 인식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장담할 수 있다. - P348

탈성매매가 득의만면하게 기쁘고 즐거운 팡파르로 반겨질 거라고 예상한다면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지 않다고 할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는 확실히 아니었다. 성매매를 벗어나자 성매매를 살아내던 삶에서 그것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매일을 살게 되었다. 성매매를 견뎌내던 삶에서 면밀히검토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 삶 각각에는 나름의 고통이있지만 바뀐 삶에서는 분열되는 느낌과 새로운 씨름을 해야 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나와 8년 전 엄마 집을 걸어 나왔던 열네 살짜리 소녀 사이의 유효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나는 누구였을까? 그 소녀와 나 사이의 거리를 잇는 단 한 가지가 수 많은 것들 중에서 썩고 악취 나는 경험이고, 그 경험이 소녀를 빚어냈을때 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 성장이 아니었다. 내 자신을 한참 벗어나 자라고 있었다. 나를성매매에서 살아남게 도와준 나의 장점들과 열네 살 자신이 지녔던 기본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내 안에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351

마음이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리고실현할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어 이전에는 적어도 드러내고 원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던 일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타자를 치는 지를 가장 먼저 배우고 싶었다.
열여섯 살에 체포되었을 때 아동 법원의 명령으로 더블린 남쪽에 있는 기술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워드프로세서를 알게 되었다. 수주 안에 기술학교에서 옮겨졌고 머지않아 거리 성매매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워드프로세서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았다. 화면에서 글씨들이 조작되는 모습을 놀라 쳐다봤고 매혹적인 발명을 알게 됐다고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생각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보였다. 글쓰기를 갈무리할 완벽한 방법으로 보였다. - P355

언제나 글을 썼다. 10대에는 종잇조각들, 상자, 맥주 받침 뒤에다 끄적거리곤 했다. 공책, 책 앞뒤에 붙은 백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급하게 찢어 낱낱이 흐트러진 종이 쪽지들로 가방이 꽉 차곤 했다. 영수증은 모두 펼쳐서, 납작하게 눌러 뒷면에 반 정도만 알아볼 만한 낙서로 뒤덮었다. 한번은 여성 경찰관에게 붙잡혔는데 그 경찰관이 내시와 운문 들을 읽는 부끄러움을 참아야 했는데,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이거 네가 쓴 거니?"라고 물었다. 수치가 증발했다. 비웃을 거라 짐작했다. 대신 그 경찰관이 감동해나도 감동받았다. 내가 살던 삶이 내게 적합하지 않음을 누군가 생각해줬다는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 P355

그다음해 봄까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결정했고, 더블린시티대학의 저널리즘 과정을 신청했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 대학을 처음 걸어 들어갈 때 느꼈던 두려움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의 조합이나 말은 없다.
면접을 보려고 갔을 때, 나는 미지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게 맞지 않거나 나를 인정하지 않는 틀에 스스로를 끼워넣는 시도를 하고 있었고 혹 맞았다 하더라도 그곳에 속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했으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그곳에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그럴 테면 그러라지 내 네모난 자신을 동그라미에 끼워 넣을 테다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위해 새로운 삶, 새로운존재를 얻으려고 세상과 관계 맺는 새로운 방법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기대하는 용어로 세상이 나와 다시 관계 맺도 - P357

성매매 경험 당사자가 사회에 통합되는 일만이 어려운건 아니다. 더 크고,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운 일이 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는 자기자신과의 통합 또한 배워야만 한다. 섹스가 첫 번째 장애물이고 바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있다. 우리 여성들은 수많은 성매매를 통해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스스로를 성행위에서 분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느낌과 우리 자신을 단절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벨트를푸는 행위와 같이 성매매를 표상할 만한 작은 행위에도 파블로프 실험의 개처럼 느낌을 멈추고 차단하게 된다. 보통의 삶을 살려는 희망을 붙잡는다면 이런 반응을 되돌릴 수있다고 여겨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한가지 요소가 있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과 파트너 사이의 깊은 신뢰관계이다. - P361

거리에서 개발 허가 공지 사항을 읽으며서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내가 몸을 돌렸을 때 한 남자맞은편 길을 걸으며 나를 보는 모습을 보았다. 즉각적으아마도 이 글을 쓰는 중이어서 였겠지만)이 곳이 아닌다른 곳에 이렇게 서 있었더라면 그 남자는 나를 성매매 여것이라고 추측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보통거리에 서 있으면 엄청난 사생활, 익명의 사생활이 주어진다. 그 반대 상황을 경험하지 않고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탈성매매 인생에서 긍정적인 부분중 하나이다. 이새로운 현실, 내가 단순히 여성으로 인식된다는 이 고요하고새로운 이해, 몸을 파는 여자나 천박한 여자 혹은 문란하다고 도덕적으로 낙인이 찍혔거나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 그냥 여자 말이다. - P365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은 여성으로서 여겨지는 느낌을 알기 전에도 이미 수년 동안 여성이었다. 하지만 마침내이제 나와 비성매매 여성으로서 나의 새로운 정체성이 머뭇거리며 만나 친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현실을 경험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 느낌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질감을가진다.
이 느낌을 꼭 붙든 채 더 쌓아나가고 싶고, 내 자신에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이렇게 더 가깝게 다가가 성매매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그 경험을 그저 응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의 나로부터 이전의 나를 풀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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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P- 261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에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데, 사회는 어떻게 법이 그 여성들을 구속할 거라고 기대할 수있을까?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을 취급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매매 여성이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얽히고설켜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공적 구조에서 실격되고 배제되어 사회가 통제할 수 있는 소관 저밖에 존재할 때까지 스스로 더 멀리 퇴거하게끔 부추겨진다. 예외적인 하나의 경우는 여성들을 처벌하려고 공권력이 개입할 때이다. 우리는 법적으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면서 불공평하게 대우받았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이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런 건 기대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배웠다. - P259

성매매 여성의 주도권 상실은 성매매 유입 기간 동안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은 인간 관계를 포함한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비성매매 여성이 당연하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그려낼 수 없다.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탓에 미래를 주체적으로 견인할 힘이 무척이나 축소되어 있고,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여파나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왜곡되고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통제력도 전혀 없다. 성매매 여성이 성적으로 사회악의 중심이라는 끊임없는 비난에 대한 통제력도 없다. 이렇게나 총체적이고 전반적으로 존중받지못하는 삶의 방식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숨기는데도 대중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통제력은 없다. 그녀가 속한 삶의 영역에 있는 여성들을 향한 판단과경멸로부터 피할 수 없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기만적 은폐이다.
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 P261

성매매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에 내 자신이 공모했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감정을 왜곡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겼던 이유를 이해하고 나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성적인 학대는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다.
혼자 수치스러워하는 건 괴롭다. 공개적으로 수치스러워하는 건 고통스럽다. 주도권이 있는 척하면서 이런 수치스러운 감정들을 숨기고 누그러뜨린다.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체하는 주된 목적은 공공연히 당하는 수치를 없던 일처럼 만들려고 함이다. 이렇게 하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을 백분 이해하지만 성매매가 그 진정한 본질에 부합되려면 쓰디쓴 진실은 폭로될 필요가 있다. 성매매는주도권의 부재로 정의된다. - P263

성매매 경험을 반추할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그야말로 상실이다. 순수함, 시간, 기회, 신뢰, 품위를 상실한첫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더나열할 수 있지만 주된 요소는 늘 상실이다. 잃어버린 자아가치감과의 싸움은 영원히 계속된다. 탈성매매 하면서 당장 마법처럼 성매매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을되찾는 작업을 시작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예전의 자신이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이제 영원히 바뀌어버린내가 그걸 확인할 자질이 있는 걸까?
성매매가 정신적, 감정적으로 아수라장을 만들고 난 후에 남아 있는 내 자신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와 다른 여성들 모두를 위해 성매매 경험을 해부하는 이 책은 성매매를 거부하는 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 글을쓰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든지 간에 성매매가 파괴하지못한 그 무엇이라는 걸 안다.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노력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남아 있어서 기쁘다. - P275

구매자들은 그들이 찾는 것 외에는 일부러 눈을 감고 모른 체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어떤가? 성매매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왜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에게 그토록 초점을 두는가? 성매매에서 여성들이 가장 눈에 띄는 참여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왜 여성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기록되고, 주목받고, 논의가 많이 되는 참여자인지 질문을 던져봐야만 한다.
사람들이 성매매를 신기해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너무 생경하기 때문이겠지만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모든 성매매 행위가 교환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그 교환은 서비스가 되어버린 행위에 지불하는 현금이다. 판매자의 성별이 그 산업의 젠더 정체성을 좌지우지하는 산업 분야가 있던가? 주로 그리고 거의 독점적으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면 성매매가존속하는 직접적 연관과 책임이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이 사라진다. 스톡홀름 경찰 성매매 담당 경감 사이몬 해그스트롬은 2012년 10월 더블린에서 열린 정부 회의 - P295

에서 6백 명 넘게 체포한 성구매자들 중 여성은 단 한 명도없었다고 언급했다. 성매매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은남성과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성매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렇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구매하는가?
성매매 수요에는 젠더가 있고, 그 젠더는 남성이다.
성매매에 대한 어떤 신화들은 허무맹랑하게 비논리적이고 어떤 말들은 그저 터무니없다. 어떤 구매자들은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을 떠나라고 돈을지불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성매매 여성이 그 문을 나가기위해 격려가 필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 전체를 폄하하는데, 여성들이 제공해야 하는 건 섹슈얼리티뿐이라고 역력하게 표명한다. ‘이런삶의 층위에 있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경멸하며 대할 수 있어‘라는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 P296

부패한 것은 성매매 그 자체인데, 여성들은 성매매 안에서 자신의 몸뿐 아니라 인격에 가해진 학대의 부패함을 짊어져야 한다.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는 여성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여성이 처한 환경과 관련이 있으므로성매매 여성에 대한 그릇된 묘사는 그저 비방이고 불의이다.
들어본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찬성매매 주장 중 마지막 하나는 오로지 성매매에서만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 돈이 더 많이 지불되기 때문에, 성평등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초과 달성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성매매에서 비용이 높은 이유를 간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대하는 어떤 마법 같은 삶의 무대가 아니다. 다른 여성들이 하루나 일주일 만에 받을 돈을 성매매 여성들이 한 시간 만에 받는이유는 여성들 자신이 인간 자위 도구로 이용되는 사실을 허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수입은 성평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건 돈을 버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 P308

강제되었다면 적어도 그 사실에 자위할 수 있을 텐데말이다. 죄책감이나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피해자의 결백한 마음가짐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었니?‘라는 내면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도, 마음속에 깜박이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질문도 없이 말이다. ‘글쎄, 아무도 네게 강요하지 않았잖아!"라고 감히 말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짧게 쏘아붙일 수있긴 했지만(감히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인신매매된 여성은 ‘음, 사실 누군가가 제게 강요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그녀의 맞대응은 외부를 향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 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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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45년의 프레스코화와 역사람 자아의 탐구, 고독이란 시를 썼던 스무 살의 일시 정지된 순간들의 자아를 동시에 만나게 할 수 있을까, 등등.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와 ≪그녀> 사이의 선택이다. ≪나 안에는 너무도 확고부동한 것들, 편협하고 숨 막히는무언가가 있고, ≪그녀 > 안에는 너무 많은 외재성과 거리감이 있다. 아직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책의 모습과 그 책이 남겨야 하는 것은 얼굴 위로 흐르는빛과 그림자이며, 12살에 바람과함께사라지다와 그 후에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최근에 삶과 운명을 읽으며 그녀가 간직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에 이르는 방법을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방법이 아니라면 깨달음,
적어도 마르셀 프루스트의 차에 적신 마들렌처럼 우연이 가져다주는 어떤 신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를 꿈꾸게 만드는 것은, 새 옷을 사게 하고, 편지, 전화, 음성사서함의 메시지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이 책이나 미래보다는, 다음에 만날 남자일 것이다. - P225

다음 해에 퇴직을 앞둔 그녀는 수업, 책에 관한 메모 그리고 수업을 준비할 때 쓰던 자료들을 이미 버리고 있다. 마치글쓰기를 위해 깨끗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처럼, 더는 그것을 뿌리치는 데 내세울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서, 자신의삶을 포장하는 것들을 벗어던진다. 그녀는 물건을 정리하던중에 우연히 앙리 브륄라르의 삶의 초반에 나오는 문장 ≪나는 곧 오십 세가 되니, 이제야말로 나를 알아야 할 때다≫을 보게 된다. 이 문장을 베껴 썼을 때, 그녀는 서른일곱 살이었다 - 이제는 스탕달을 따라잡고도 남는 나이가 됐다. - P257

전차 위의 옐친에 대해서도 사실 특별히 기억하는 게 없다. 95년 12월의 안개 낀 밤들, 어쩌면 세기의 마지막이었던, 멀어진 대파업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 덧붙이자면 알마 다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아름달고 불행한 공주 다이애나와, 빌 클린턴의 정액이 묻은 모니카 르윈스키의 청색 드레스, 그 뒤로 모든 월드컵 경기들이 남았다. 사람들은 기다림의 평일들을, 경기마다 피자 판매원들이 누비고 다녔던 조용한 도시에서 티브이 앞에 모여앉았던 것을, 함성과 흥분 속에 이겼다는 행복으로 함께 죽을 수도 있었던 - 단 그 반대일 경우는 죽음이지만- 그 일요일, 그 순간을 다시 살고 싶어 했으며 하나의 바람에, 하나의 장면에, 하나뿐인 이야기에 한껏 빠져들었던 때를 되찾고 싶어 했다 - 지하철 벽에 에비앙, 지단의 얼굴이 나오는리더프라이스의 광고가 있던 빛나는 날들은 하찮은 유물이었다.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P259

세기의 도래가 있고 몇 개월 후, 우리 주변인들은 아무도 타지 않았던 부자들의 비행기가 고네스에서 박살이 났고 기억에서 금세 잊혀지면서 드골 시대에 합류하게 됐다. 차가운 남자, 헤아릴 수 없는 야심가, 이번에는 발음하기 쉬운 이름인 푸틴이 주정뱅이 옐친의 후임자가 됐다. 그는 <변소에 숨은 체첸인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소탕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는 이제 희망도 두려움도 아닌, 영원한 침통함만을 줄뿐이었다. 우리들의 상상 속에서 러시아는 물러났다. 지구상에 가지를 뻗어 나가는 거대한 나무 같은 미국인들이,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은 교훈적인 말들과 주주들 그리고 연기금, 지구오염과 우리들의 치즈에 대한 거부감으로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무기와 경제를 토대로 한 그들의 우월성의 근본적인 빈곤을가리키기 위해, 우리는 보통 ≪교만≫이라는 단어로 그들을 정의했다. 이념은 없고 기름과 달러만 있는 정복자들. 그들 - P261

의 가치와 그들의 원칙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 - 그들을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주지 못했고,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꿨다.


단연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누군가 그 소식을 귀에 속삭이자 길을 잃은 아이처럼 아무 반응 없었던 조지 W. 부시의 영상이 보여 주듯이. 아무 생각도 어떤 느낌도 없이, 단지 티브이 화면을 보고 또 봤다. 9월, 그날 오후,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이 하나씩 무너졌고 - 뉴욕은 아침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늘 오후로 남아있다 - 그 장면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그것이 현실이 된 것만 같았다. 우리는 쇼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핸드폰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나눴다. - P262

담화, 분석들이 쏟아졌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라는 르몽드지의 선언문에 반발했다. 세상의 모습이 갑자기 완전히 뒤바뀌었다. 반계몽주의 나라에서 온 커터 칼만으로 무장한 광신도 몇 명이 두 시간만에 미국의 힘의 상징을 베어버렸다. 이 경이로운 업적은 환상적이었다. 무적의 미국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 P262

착각에 대한 복수였다. 우리는 또 다른 9월 11일, 아예덴 암살 사건을 기억한다. 무언가 대가를 치렀다. 이제 연민을 가지고 결과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중요했던것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혹은 무엇에 의해 쌍둥이빌딩의 습격을 듣게 됐는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당일에 듣지 못했던 극소수의 사람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었던 듯한 느낌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 P263

요양원에서는 늙은 여자들의 초점 없는 눈앞에 단 한 번도 필요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언젠가 갖게 될 일도 전혀없는 기계와 상품들의 광고 쇼가 끊임없이 펼쳐졌다.


우리는 물건들의 시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기다림과 등장 사이, 결여와 획득 사이에 오랫동안 유지됐던 균형이 깨졌다. 신상품들은 더는 비난도 열광도 불러일으키지못했고,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지도 않았다. 그것은 삶의 정상적인 틀이었다. 이미 발전의 개념이 거의 사라져 버렸듯이 어쩌면 새로운 것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질 것이다. 모든것의 무한한 가능성이 어렴풋이 보였다. 죽은 이의 심장, 간, 신장, 눈, 피부가 산 사람에게 넘겨졌고, 자궁의 난자가 타인에게로, 60대의 여성들이 출산하게 됐다. 리프팅은 얼굴의 시간을 멈췄다. - P276

뒤섞인 개념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문장,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외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인터넷에 키워드 하나를 입력하기만 하면 수천 개의 ≪사이트>가 밀려들었고, 흥미로운 보물찾기 놀이 속에서 문장의 일부, 텍스트의 단편을 내주면서 다른 것들을 향하도록 우리를 빨아들였으며, 우리가 찾지 않는 것들에 대한 발견이 끝도 없이 재실행됐다. 새롭고 거친 언어로 적힌 블로그에 쏟아진 다양한 관점들 속에서 지식의 전부를 독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278

사진관 삼각대 위에 놓여 있던 카메라에서 침실의 디지털카메라로, 지난 세기의 어두움이 조금씩 떠밀려 완전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부활했다.


우리 안에는 세상에 대한 어렴풋한, 거대한 기억이 있었다. 우리는 그 모든 것 중에서 말과 디테일, 이름, 조르주 페렉의 <나는 기억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말들만을 간직했다. 엉팡 남작, 피코레트, 베레고부아의 양말, 드바케, 포클랜드 전쟁, 아침식사용 벤코. 그렇지만 그것들은 진짜 기억이 아니었다. 그 시절에 새겨진 어떤 것들을 계속 기억이라고 불러왔던 것일 뿐.


기억과 망각의 과정은 미디어에 맡겨졌다. 미디어는 할수 있는 모든 것을 기념했다. 아베 피에르의 호소, 미테랑과 - P281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죽음, 전쟁의 시작과 끝, 달 착륙, 체르노빌, 9월 11일, 법률, 재판의 시작, 범죄, 매일이 기념일이었다. 예예 스타일, 바바쿨, 에이즈의 해로 시간을 재단했고,
드골, 미테랑, 68년, 베이비 붐 세대와 사람들을 디지털로 나눠 놓았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이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들의 세월은 거기에 없었다.


우리는 변화했다. 우리는 우리들의 새로운 형체를 알지못했다.


한밤중에 고개를 들면 수십억 인구가 우글거리는, 광대함이 느껴지는 세상 위에 달이 멀거니 빛났다. 지구 전체에서 의식이 팽창하여 다른 은하계를 향해 갔다. 무한대는 상상의 것이기를 멈췄고,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죽는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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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는 르 카나르 앙셰네를 구독한 인자한 왕, 시아누크의 문명화된 얼굴이 크메르 루주의 잔인함을 감추는 데 실패했다. 마오쩌둥이 사망했고, 학교에 가기 전, 주방에서 스탈린이 죽었다라는 외침을 들었던 어느 겨울의 아침을 떠올렸다. 우리는 백화운동 뒤에 미망인 장칭이 이끄는 악한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느 마피아들처럼 적군파와 바더 조직이 국경 근처에서 경영자들과 정부의 사람들을 납치했고, 그들은 차 트렁크 안의 시체로 발견됐다.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울리케 마인호프"가 감옥에서 자살한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는 말은 차마할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아내를 교살한 알튀세르의 범죄는 막연히 그의 정신적인 문제만큼이나 그가 구현했던 마르크스주의 탓으로 보일 것이다.


≪새로운 철학자들>이 티브이 쇼에 등장했다. 그들은≪이념들≫과 싸웠고, 솔제니친과 강제노동수용소를 앞세워 협박하며 혁명의 몽상가들을 지하에 묻었다. 늘 티브이 - P162

늘 티브이 출현을 거절했던, 노망이 났다던 사르트르나 보부아르와 그녀의 따발총 같은 언변과는 달리, 그들은 젊었고 모두에게쉬운 말로 의식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성으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들의 윤리적인 분노의 연극은 보기에는 좋았으나 어디에 이르고자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아니면 좌파 연합에 투표할 의욕을 꺾으려고 했던 것이었는지도.
유년기 내내 올바른 행동으로 영혼을 구해야 하고, 철학시간에 마르크스, 사르트르와 함께 세상을 바꾼 - 60년에는그렇게 믿었다 - 칸트의 정언명령, 너의 행동이 보편적인원리라고 불릴 수 있도록 처신하라를 실천해야 한다고 들었던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었다. - P163

날마다 잡다하고 연속적인 세상에 대한 기록들이 티브이에 나왔다. 새로운 기억이 탄생했다. 오래 지속되는 광고들과 가장 특이한 혹은 넘치도록 흔한 얼굴들, 진세버그와 알도 모로가 같은 차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으로 겹쳐 보이는, 기괴한 혹은 잔인한 장면들이 우리가 봤고 있었던, 그에따른 언급들을 지웠던 수천 개의 가상 물질들의 마그마 위를 떠다녔을 것이다. - P166

80년대쯤 마흔이 된 우리는 이행된 전통의 싫증난 편안함 속에서, 역광으로 어두워진, 테이블에 둘러앉은 얼굴들을 훑어보며 이제는 우리가 두 세대 사이, 가운데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 예식의 반복에 별안간 낯선 감정에 사로잡혀버렸다. 마치 이 사회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변함없음에 현기증이 났다. 우리는 육체에서 떨어져나온 것처럼 갑자기 인식된 목소리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가족 식사란 불시에 광기가 찾아와 고함을 치며 상을 뒤엎을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70

80년 여름 동안, 그녀에게 청춘의 시간은, 그녀가 모든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구별하지 않고현재 자신의 시간으로 품은, 빛이 가득한 무한한 공간처럼보였다. 그 과거의 세계는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해, 그녀는처음으로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문장의 끔찍한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어쩌면 까마귀 기르기에서 - 이미 너무 멀어진 또 다른 여름, 비현실적으로 더웠고 ≪가뭄≫이었던 그여름에 그녀를 감동시켰던 영화 - 같은 노래가 계속 나오는동안 눈물로 뒤덮인 얼굴로 벽에 붙은 사진만을 하염없이 - P177

응시하던, 몸이 마비된 늙은 벙어리 여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예감한 것일까. 완다, 단순한 이야기, 그녀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들과 최근에 본 영화들은 그녀 안에서 허구의 선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인생을 찾는다. 그녀는 그 영화들이 미래를 그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책 한 권이 저절로 써지는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 P178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네명의 공산주의 장관들을 이국적인 어떤 것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봤다. 그들이 소련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마르셰"와 라주아니"의 억양 없이 말한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는 60년대 학생들처럼 파이프를 피우고 수염을 기른 국회의원들을 보고 감격스러워했다.  - P180

사람들은 감탄도 초조함도없이 개인의 자유와 쾌락이 더해진 것으로 여기며 사물들을 수용했다. CD로 더 이상 테이프를 뒤집기 위해 20분마다일어나지 않아도 됐고, 리모컨으로 저녁 내내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 비디오카세트는 집에서 보는 영화라는큰 꿈을 실현시켜 줬다. 전화번호부와 기차시간표, 별자리운세와 에로틱한 인터넷 사이트를 미니텔 화면에서 찾았다.
마침내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수치심 없이 성기와 정액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놀라는 일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언젠가 이런 것들을 보게 될 줄을 믿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었 - P186

다. 우리는 봤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금지됐던 쾌락들에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는 만족감만이 있었을 뿐.

음악이 처음으로 워크맨과 함께 몸 안에 들어왔고, 우리는 세상에 벽을 치고 음악 안에서 살 수 있었다. - P187

현재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다니엘 카사노바가에 있는 호텔 방에서 오후에 만나는 애인과의 약속이고, 오래 병원에 머물고 계신 어머니를 문병하는 일이다. 이 두개의 일은 서로 너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가끔은 하나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피부,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과 애인과의 에로틱한 몸짓이 같은 본능에서 나온 것처럼. 사랑을 나눈 후, 그녀는 그에게 묵직한 몸을 포갠 채, 자동차들의 소음 속에 반쯤 잠이 들며 이렇게 낮잠을 잤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  - P197

우파는 돌아왔다. 그들은 과감히 해체했고 민영화했으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와 재벌세를 없앴다. 그것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충분하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미테랑을 좋아하게 됐다.
시몬 드 보부아르 그리고 장 주네가 사망했다. 우리는 정말이지 이 4월이 싫었다. 더구나 일드프랑스에 또 눈이 내렀다. 5월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터졌는데도 우리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고르바초프가 호감을주긴 했지만, 러시아가 감추지 못한 이 재난은 그들의 무능력함과 강제노동수용소 -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비인간성을 탓해야 했다. 6월의 무거운 오후, 바칼로레아 시험을 마치고 나오던 고등학생들은 콜루슈가 한적한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 P201

오랫동안 같은 속도로 혼자 달릴 때면, 오래전부터 몸에익은 동작의 기계적인 행위가 마치 차가 저절로 굴러가는것처럼 육체적인 감각을 잃게 했다. 작은 골짜기들과 평야가 여유로운 움직임 속에 미끄러졌다. 움직이는 수평선 끝까지, 우리는 투명한 차 안의 시선일 뿐이었다. 거대하고 연약한 의식이 공간을 채웠고, 그 너머에 세상 전부가 있었다.
우리는 가끔 그 세상의 전부가 타이어가 터지거나, 인생은아름다워에서처럼 장애물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P207

미테랑의 재선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파 정권 아래에서 항상 분노하며 사는 것보다 좌파 정권 아래에서 아무것 - P208

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세월의 불가역성 속에 이 대통령 선거가 큰 변화의 좌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다만 피에르 데프로주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일부러미테랑을 뽑게 하려고 만든 것 같은 영화 속 그로제이유, 뒤케스노이와 함께 그토록 오랫동안 웃은 적이 없었던, 어느봄날의 배경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때마침 뜻밖에 일어난사건들 - 레바논 인질들의 석방, 끝이 없는 이야기, 우베아동굴에서의 카낙 학살 - 그리고 시락이 미테랑에게 자신의눈을 똑바로 보며, 분명 거짓인 것을 진실이라고 표명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다가, 미테랑이 평소 습관대로 눈을 깜빡이지 않았음에 안심했던 티브이 토론만을 겨우 기억할 것이다. - P209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시를 받는 집단을 이뤘다.
그녀들의 행동, 취향, 욕망은 이야기의 단골 주제가 됐고, 불안해하면서도 의기양양하는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여성들은 ≪모든 것을 얻어냈고≫, ≪어디에든 있으며≫, ≪학교에서 남학생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늘 그렇듯이 여성해방의 신호를 그녀들의 신체, 과감한 옷과 성적인 것에서 찾아냈다. 그녀들이 ≪남자들을 꼬신다>라고 말하고, 자신들의 판타지를 드러내고, 엘르에 ≪잘하는지를 - P216

묻는 것은 자유와 남녀평등의 증거였다. 광고 속 그녀들의가슴과 허벅지의 영속적인 헌납은 아름다움에 대한 오마주로 감상 되어야 했다. 페미니즘은 유머 없는 보복의 낡은 이념이었으며, 젊은 여성들에게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그녀들은 페미니즘을 거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녀들이 가진 힘과 그녀들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상상의 형체를 부여할필요가 있다는 듯이, 여전히 남자들보다 더 많은 소설을 읽었다.) ≪남자들이여, 여성들을 사랑해 줘서 고맙습니다≫는 한 여성 신문의 제목이었다. 여성들의 투쟁은 잊혔고, 공식적으로 되살릴 수 없는 기억만이 남았다.
여자들은 피임약으로 인생의 주인이 되었으나, 그것을누설하지는 않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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