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기리 선사는 말했다. "당신의 작은 힘으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하게 만드는 건 ‘위대한 결정자 입니다. 당신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신이, 당신 배후에 존재하는 우주만물 즉 새나무, 하늘, 달, 그 밖의 무수한 생명의 흐름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에만 위대한 결정자가 당신을 도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비료를 마련해 놓은 다음, 갑자기 당신은 한 순간 별과, 또는 당신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거실 샹들리에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연대가 이루어지면 당신의 몸이 열리게 되고, 이제는 그 몸이 말을 하게 된다. - P38
글쓰기에 이런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우리는 모든 불안을 잠재우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심지어 자기가쓰는 글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결코 편하게 앉아서 사탕이나 먹으며 살겠다는 핑계거리로 삼지 말라. 우리는 계속해서 비료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비료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우리의 근육이되어 준다면 우리는 위대한 우주의 조류를 타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P38
어떤 것이 이상적인 글쓰기인가?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 당신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하라. 그런 다음 그 속으로 파고들어라. 당신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라. 정보가 부족해서 자신이 쓴 글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걱정하지 말라. 내가 엘크톤을 둘러싼 들판을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말한 것은 그곳의 지리학적인 정보를 안다는 뜻이 아니라, 내마음이 그 들판 속으로 영원히 산책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안다는 뜻이었다. 당신이 엘크톤에 사는 시인이나 트랙터 회사의 영업사원, 또는 서부로 떠나는 여행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당신의 글쓰기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지, 그것이 가는 대로 풀어 놓아라. - P62
우리는 바로 이런 태도로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 "왜?" 라고끊임없이 묻거나 옷을 고를 때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신우리 마음은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정도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종이 위에 쏟아붓도록 해야 한다. ‘이건 글을 쓰기에 좋고, 저것은 이야깃거리가 못 된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작가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자동차를 먹는 사람을 창조해 낼 정도로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만이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고 남자를 여자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사람만이 각각의 분리되어 있는형태들을 무너뜨리고 모든 형태 속에 이미 들어 있는 공통된무언가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 P71
글쓰기에서 우리가 살았던 장소와 그 공간을 채우던 사물들의이름을 불러 주고 그것을 우리 삶의 세부사항으로서 써 내려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나는 알부퀘르크 콜 가에 위치한 어떤 차고 옆에서 살았고, 시장을 볼 때는 리드 가로 갔었다. 그해 이른 봄 이웃에 일치감치 사탕무를심은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 사탕무가 빨갛고 푸른 잎사귀를 피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리의 삶은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는 의미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있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생의 모든 면들에 대해, 한 모금의 - P84
물, 식탁에 묻어 있는 커피 얼룩에 대해서까지 "그래!"하고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가 쓰는 글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이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가 되려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덧없이 지나가버리는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임무다. 만약 우리 인생의 작고 평범한 부분들이 중요하지 않다면, 우리는 당장 원자폭탄에 의해 전멸당해도 아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생의 세부 그림은 기록으로 남아야할 가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들이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이며 우리가 펜을 쥐고 자리에 앉는 이유이다. 우리가 삶의 세부사항을 묘사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을 주장하는 문명의 이기, 우리를 대량학살하려는 원자폭탄 같은 무자비한 폭력에 항거하기 위함이다. - P85
좋은 작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많이 읽고, 열심히 들어 주고, 많이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냥 단어와 음향과 색깔을 통해 감각의 열기 속으로 뛰어 들어가라. 그리고 그 살아 있는 느낌이 종이 위에 생생히 옮겨지도록 계속 손을 움직이라. 작품 진행을 하고 있을 때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은 글에 좋은 영향을 준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 17세기 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인 바쇼는 "나무를 알고 싶으면, 나무한테 가라"고 말했다.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시를 읽고, 시를 들어야한다. 논리적으로 시를 분석함으로써 시로부터 멀어지는 어 - P100
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그저 시가 당신의 몸 속으로 스며들게하라. 위대한 선승인 도겐은 "안개 속을 걷는 사람은 안개에 젖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저 듣고, 읽고, 쓰라. 당신은 표현하고싶었던 것이 조금씩 당신만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느낄 수 있게 된다.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 자연스러운목소리가 흘러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 그냥흐르는 대로 운율에 맞춰 노래하고 쓰라. - P101
그보다는 우리의 근원적인 원조자에 대해 아는 편이 작품성을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미 매 순간 무엇엔가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대지, 폐를 채우고 비우는 공기......, 이모두가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질 때 그 대상을 멀리서 찾지 말라. 바로 지금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아침의 침묵,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하라. 그런 다음마주 보고 있는 친구가 "난 네 작품이 너무 사랑스러워" 하고말하면 그 좋은 기분을 그저 간직하면 된다. 대지와 의자가 당신 몸을 쓰러지지 않게 받쳐 준다는 사실을 믿는 것처럼 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어라. - P107
사물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근원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우리 마음속 흐릿한 부분이 선명해지면서 이지상의 삶에 더 튼튼한 줄을 이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거리를걷다가, 내가 아는 식물들인 산딸나무나 개나리를 보면 그 장소에 더 깊은 친근감을 느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줄 때 느끼는 기분은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쾌한 증명인 것만 같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William Carlos Willams의 시를 읽다 보면 그시인이 나무와 꽃 하나하나를 얼마나 특별하게 다루는가를 알게 된다. 그의 시에는 치커리, 아카시아, 포플러, 마르멜로, 노랑 데이지, 라일락 등이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바로 당신 코앞에 있는 것을 쓰라고 말했다. - P121
당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려라. 당신이 쳐다보고 있는 모든사물들 안으로, 거리 속으로, 물 잔에 담긴 물 속으로, 옥수활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사라져 버려라.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것이 되어 그 감정을 태워버려라. 걱정하지 말라. 당신은 초조함에서 벗어나 환희에 도달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감정을 잡았다거나, 그 감정과 완전히하나가 된 바로 그 순간을 냄새 맡거나 보게 되면, 당신은 이이 위대한 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다시 지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비전을 갖춘 작품만이 남는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또 다시 책속으로(물론 좋은 책 속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니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지 밝혀 주는 작품을 읽고 또 읽어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다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거듭 체험하게 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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