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몸을 다루는 일은 어머니와 나 모두에게 폭력이었다. 처음으로 어머니를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간 날을 기억한다. 어머니를 변기에 앉히고,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머니의 밑을 닦았다. 어머니의 음부를씻고, 어머니의 유방 밑살을 닦고,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혈연 그리고 무언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였다.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였다. 어머니는 이동식 좌변기를 사용했고, 가득 찬 변기통을 꺼내 어머니의 침실에서화장실의 좌변기로 가져가 비우는 일은 역겨웠다. 그걸할 때마다 구역질이 났다. 어머니를 돌보는 내내 그랬다. - P142
이렇듯 어머니의 몸에 대한 소소한, 선의의 침해 행위들은 기이했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어머니는병든 노파였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피부는 티슈처럼 얇아져서 어머니의 몸을 다룰 때면 마치 피부가 분리되는것 같았다. 어머니는 내가 어머니의 몸을 다루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그 노파는 여전히 내 어머니였다. 내가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감정, 내 삶에서 어머니가 차지하 - P142
는 자리나 위상은 변할 수 있었고 또 변했지만, 결코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 그게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네 어머니잖아. 누구나 어머니는 단 한 분뿐이야. 다양한 혼종 가족이 존재하는 지금은 어머니가 두명 이상일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여자는 나를 낳아준 엄마일 뿐인걸. 그게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모든 사람을 더큰 혼란에 빠뜨릴지도. - P143
캐롤라이나 언니는 어머니의 몸에 엄격한 주의를기울였다.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어머니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어머니가 침대에 더 오래 머물고 안락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캐롤라이나 언니가 어머니의 꼬리뼈 끝 부분에 욕창이생긴 걸 발견했다. 만약 언니가 아니었다면 염증이 번져서 어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비록 어머니의 목욕을 담당하기는 했지만 내가 그걸 볼펜으로 찍은 듯한작디작은 검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이동식 좌변기의 변기통을 비우는 일을 빼면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천연덕스럽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 P144
몇 개월 동안 어머니의 발작을 전혀 통제할 수가 없었으므로 어머니를 분노하고 지치게 했다. 때로는 발작이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기도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적어도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는모습을 지켜보는 일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다만 한번은 가학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 남편을 아프게 하는 걸어떻게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내 몸이 아니니까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어머니의 발작은 관리 가능해졌지만, 그즈음에는 어머니가 완전히 지쳐버렸고 다시는 회복하지못했다. - P169
2006년 1월 초, 나는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어머니는 기력과 체력이 약해졌고 뭔가를하려는 의욕도 떨어졌다. 어머니는 천천히 떠나가고 있었고, 나는 이를 호기심 어린, 무심한, 안도하는, 믿기지 - P169
않는다는 눈으로 지켜봤다. 캐롤라이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조만간 오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죽을 거야. 나는 생각했다. 그것도 곧 언니에게 그런 예측을 전달하면서 난처한 감정이 들었던 게 떠오른다. 나는 내 예측이 맞다고 확신할 수 없었고, 나쁜 소식을 전하는 예언자, 적어도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것은 많이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에 수반되는 또하나의 특수한 요소다. 충격이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언니에게 말해야만 했다. 언니에게 경고해야만 했다. - P170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틀려봤자 얼마나 틀렸겠는가, 어머니는 곧 아흔여덟 살이 될 터였다. 나는 그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사실을 말하는 순간에조차도 회의적이었다. 어머니는 종종 되살아났고, 이번에도 죽음을 이겨낼지도 몰랐다. 그것은 흔한 망상이다. 그들이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생각.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약 3개월 전에 식탁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너희는 왜 나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니?" 나는 어머니가 요양원에는 절대 가고 싶지 - P170
않다고 완강하게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말했다. "바보 같은 결정을 했구나. 내 응석을 받아주다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주 전, 뉴욕 언니와 어머니는 극장에 갔다. 마지막까지 어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언니가 늘 어머니를 독려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여러 날을 무기력하게 침대에 축 늘어져 있었다. 아니면 못생겼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레이지보이 안락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샹탈 애커만ChantalAkerman(1950~2015, 벨기에 출신의 영화감독)이 쇠약해지는, 죽어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노 홈 무비>No Home Movie에서 애커만은 어머니가그런 안락의자 중 하나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는 장면을 롱샷으로 찍었다. 나는 생각했다. 멀리서 보면 저기에누워 있는 사람이 내 어머니라고 말해도, 다른 누군가의어머니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거리를두고 보는 의자에 누워 있는 그 몸은 특정할 수 없는 늙은 환자, 죽어가는 사람의 몸이었다. - P171
죽어가는 것은 활동이다. 장기들이 엔트로피를 향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몸은 마지막까지 활동한다. 너무나 이상하다. 먹고 마시지 않으면 사람은 최장 2주까지산다. 어머니의 고양이 콜레트가 어머니 곁에 누워 있다. 어머니는 말을 하거나 우리를 알아보지 않았다. 잠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고용한 응급병동 간호사는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계속 "어머니를 닦았다." 어머니 - P182
를 닦을 필요가 없었는데도, 어머니는 속에 남은 액체가없었으므로 닦을 것도 없었다. 소변도, 대변도, 구토물도없었다. 어머니는 납작해져 있었다. 판자였다. 살이 없었다. 앞뒤도 없었다. 앞과 뒤가 동일했다. 마치 이미 죽은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간호사는 어머니를 움직였다. 어머니의 자세를 바꿨다. 그러면 어머니는 통증을 느꼈다. 어머니가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보여서 내가 간호사에게 통증을 덜어줄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간호사가 말했다. "죽는 건 힘든 일이에요." 나는 뉴욕 언니에게 말했다. 그 간호사를 내보내야한다고,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 간호사를 해고했다. 출근 전에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이미 출근길에 오른 뒤였다. 그 여자가 어머니 집에 도착한 뒤에야 말할 수 있었다. - P183
임종 과정은 기본적으로 괭이밥의 이파리가 밤에닫히는 것과도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징후는 발가락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이다. 마치 뭔가를 움켜쥐듯이. 그 과정은 출산 과정과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반대방향으로 진행되는노인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우리를 위해 가정 호스피스 케어를 주선했다. 실은 정말 너무 늦게 신청했지만, 노인정신의학과 전문의가 그 일을 관철시킨 것이 우리에 - P184
게는 천운이었다. 닥터 M이 서비스에 등록해준 덕분에호스피스 간호사가 아주 중요했던 두 날 밤에 방문해주었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죽음에이르기까지의 단계들, 진행 과정, 어떤 징후를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소책자를 두고 갔다. 또한 비상약품 꾸러미를 두고 갔다. 아티반, 모르핀, 아트로핀. 그간호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생각조차 하기 싫다. - P185
나는 아트로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사람이 죽을 때 내는 꼴까닥 소리가 존재론적 사실정보, 삶과 죽음이 맞서 싸우는 전투의 한 조각인 줄로만 알았다. 아마도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소설에서 그런얘기를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런 게아니었다. 사람이 죽을 때 목에서 내는 소리는 반드시내야만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더 이상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서 입안에 고인 침이 만드는 소리다. 죽어갈 때 삼킴 기능이 멈추기 때문이다. 아트로핀은 입안의 침을 마르게 하므로 꼴까닥 소리가 나지 않게된다. 죽는 건 힘든 일이다. 여러 면에서 그렇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 꼴까닥 소리는 필수 요소가 아니었다. - P185
어머니가 죽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기. 나는 움직일수도, 말을 할 수도, 뭔가를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붕뜬 채로 멈춰 있는 상태였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한 여자가 죽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 일을 관찰했다. 어머니가 느린 속도로 해체되는것을 임종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신이 아는 그 무엇과도 동떨어진 죽음의 과정을/임종 과정을 지켜보는일은 미친 짓처럼 느껴진다. 죽음은 언제나 뜻밖의 사건이다. 예상하고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 그리고 이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건은 여전히 불가피하고 이해할 수 없는사건이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또한 당신은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다 그 일이 일어난다. - P187
어머니가 내게 물려주시겠다고 했던 석류석 반지는 사라졌다. 나는 그 반지가 갖고 싶었다. 석류석이 자줏빛 꽃밭처럼 다발을 이루고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강제 퇴거 명령을 받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파트를 붙들고 있었다. 강제 퇴거를 당하는 것은아주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불가피했다. 아마도 우리는놓아주어야 했다. 아파트만이 아니라 그 아파트가 상징하는 것, 그곳에서의 어머니의 삶, 그곳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했던 20년이라는 시간을. - P211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은 공간이, 즉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일 널찍한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머니와 관련된 걱정들이 아닌 나와 관련된 걱정들을 하고, 글도 좀 쓸 수 있었다. 나는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아마도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리울때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덟 살 때 8주 동안 집을 떠나 여름 캠프에 가있었는데, 그때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지는 않았다.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어머니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것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유.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나는, 몇 년 뒤에, 벗어났다. 어머니가 그립지 않았다. - P215
내가 그리워한 것은, 내가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것은 좋은 엄마 또는 충분히 좋은 엄마였다.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맛보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내가 그리워한 것은 내가 결코 원한 적 없는정해진 일과였다. 정해진 일과는 위안이, 위로가 될 수 - P215
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거다. 기계적으로잡지 포브스』의 교정자로 일한 적이 있다. 교대 근무를 했고, 교정실에서는 모든 일이 매번 똑같이 돌아갔다. 창문이 없는 비좁은 교정실에서는 이른바 내 진짜 - P216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괜찮은 날도, 안 좋은 날도, 최악인 날도 있었다. 침울할 때도 있었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불만은 넘치도록 많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동일성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것도 나름의 이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진짜 삶의 문제들을 뒤로 미뤄두고서 오직 교정실의 문제들만처리했고, 그 대다수는 지엽적인 것이어서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교정실에 두고 퇴근할 수 있었다. - P217
나, 어머니, 가족의 내부 역학을 공개하는 것, 즉 이글을 쓰는 것은 내게 낯설고, 매우 불편하고, 심지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내게 일어난 일을 소설의 재료로 삼을 때는 그 경험이 소설에 들어가지, 그 경험에 대한 내감정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허구의 이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일반적이다. 경험은 작가의 재료, 나의 재료이지만, 나는 자전적 이야기나 내가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쓰지않는다. 그런 걸 쓰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데, 지금 내가 그런 걸 쓰고 있다. - P217
그 세계는 생동감 넘치고 확연히 구별되고 늘 존재한다. 낙인찍힌 그 세계는 어디에나 있고, 나는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거리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저상버스로 자신을 욱여넣는 사람들, 전동휠체어를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다리를 저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문제, 난처함, 일상의 어려움을 알아봤다. 어머니의 병은 체험 장치 같은 기능을 했다. 너무나 많은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고 우연적이다. 누군가 미는 휠체어가 지나가면 휠체어를 탄 사람을 흘깃 보기도 한다. 그 사람은 거의 대부분 여자다. 그리고 그 휠체어를 미는 사람도 대체로 여자다. 나는 휠체어를 탄 여자를 지나치면서 미소를 짓는다. - P227
아마도 불필요한 제스처였겠지만, 노인은 대개 내 미소를 미소로 받아준다. 그리고 그들의 간병인도 가끔은 이것은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식별 행위다. 알아차리기. 못본 척하지않기. 내가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갈 때면 많은 사람이 시선을 돌렸다. 이제 나는, 이를테면 누군가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모습을 보면 더 너그럽게 또는 더 상냥하게 행동한다. 그렇게 행동하고 있기를 바란다. 표정이 굳거나 일그러지는 얼굴이 있는지 살피고 읽는다. 그리고 숨을 쉬기 위 - P227
해 멈추고는, 입을 크게 벌려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내쉬는, 그래서 숨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사람이 혹시있는지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안다. 뉴욕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시야에서 감춰져 있지않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당신이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건강하고 기능이 정상인 노인들이 버스를타고 장을 보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느릿느릿 혼자또는 친구와 식당에 간다. 그들은 우리 가운데, 우리와함께 산다. 그들은 살아간다. 그것이 핵심이다. - P228
시선을 돌리는 행위, 못 본 척하기가 내 관심을 끈다. 그런 행동은 필연적인 것을 무시하는 방법이다. 이제내 의지와는 달리 필연적인 것을 보게 된 나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을 보게 된 나는 그런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연기하기가 매우어려워졌고, 그래서 더 주목한다. 다시 말해, 나는 지각하게 되었다. 여자들이 여자들을 돌본다. 그 일을 하는 건 거의대부분 유색인종의 여성이고, 그들은 백인 환자들의 휠체어를 밀고 그들을 돌본다. 그들은 대개 여자를 돌보는일에 고용된다. 가끔 남자도 있지만 남자들은 보통 남자 - P228
간병인을 고용한다. 게다가 휠체어를 탄 남자를 만나는일은 훨씬 드물다. 나는 항상 그런 관계의 차이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또한 유색인종의 여자들이 다른 여자들의, 백인 여자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본다. 유모나가정부다. 이제 그들은 핸드폰으로 자신의 친구와 가족과 연결될 수 있다. 유모차에 탄 아이가 그 유모차를 미는 여자의 아이인 것처럼 보이면 나는 안도한다.
나는 꽤 오랫동안 죽음에 매료되었다. 다섯 살 나는자기 전에 아버지에게 나를 관에 넣고 묻을 때는 반드시내 베개와 담요를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내손을담요 밑에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죽어서 깨어났을 때춥지 않도록 말이다. 죽어서 깨어났을 때, 아버지는 그렇게 하겠다고했다. 아버지는 불안증을 이해했고, 당신도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 P229
나는 호스피스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그들의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왜 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일이 어떤 것인지를 밝혀내고 싶었다. 죽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싶었다.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의 생물학적 원리를 알 때조차도 그것을 완벽하게 밝혀내기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못하는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점이 바로 미스터리다. 죽은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어머니가 어디론가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P232
나이가 들면 노쇠해진다. 노인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노쇠를 관찰할 수 있다. 걸음걸이가 뻣뻣해진다. 바싹 마르고 쉽게 부서질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노인인 경우에 특히 더 그렇다. 노인의학 전문의는 자신의 환자가 체중을 늘리기를 바랄 것이다. 대개 의학계가 노인을 취급하는 방식은 사회 전반이 노인을 취급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마치 노인이 더 이상 환영받지 않는 존재가 된 것처럼, 유효기간이 찍혀 있고 유효기간을 넘긴 존재, 판매대에서 치워야 하는 존재 자신이 쇠약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 사람은 상상하지 않는다. 상상해야할 이유도 없다. 노인의 모습은 우리를 미래의 현실 속으로 날려 보내는 불손한 탄환이다. - P244
내가 한 현실적인 행동 하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나는 장기 돌봄 서비스 제공업체에 연락해 데이비드와 나를 등록했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수많은 필요를 지켜보고,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알게 된 나는 더는 돌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자녀가 있고, 그 자녀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해도 그자녀는 짐을, 과도한 짐을 지게 될 것이다. 자녀가 당신 - P244
을 돕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자녀는 그것이 당신 탓이라고, 당신이 준비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녀들이 서로 다투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가한 명뿐이라고 가정해보자. 돈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 할지라도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돌봄이 필요할지, 어떤 특수 치료를 받아야 할지,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 알 수 없다. 유명한 상속녀 서니 폰 뷜로Sunny von Bülow(1932~2008)를 떠올려보라. 20년 이상을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다. 서니는 생전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한다. - P245
나는 어머니가 병을 얻기 한참 전에 물었다. 죽는 것이 두렵냐고. 어머니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으므로 사후세계도 믿지 않았고 천국에서 남편과 재회하게 될 거라고도 믿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가 아프긴 해도 정신이 맑았을 때 물었다. 인생은 고달프고 살다 보면 끔찍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런데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어머니는 말했다. 삶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까. 어머니는 그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 P246
사랑, 우정, 도시 산책, 오페라, 아이들, 책, 하늘의 아름다움, 그중 어느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답은 내가 이전에 들은 어머니의 말들과는 전혀 달랐다. 나 또한 어머니에게 그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글을 썼음에도 나는 여전히 짐작만 할 뿐이다. 왜 어머니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에게도 영혼이 암흑에 빠진 순간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도. 어머니에게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에 대해, 소피 메릴 틸먼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원래 후회되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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