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바늘, 우물집을 떠날 때 그녀가 버리고 간 바늘은 녹슬지도, 달아나지도 않았다. 자신에게서는 자꾸만 달아나려 하는 바늘이, 화순에게는 끈질기게 매달려 있었다. 화순의 손에서 바늘이 달아나는 것을 금택은 목격한 적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잡고 있어도 바늘은 그녀의 손에 속한 뼈처럼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과 화순둘 다에게 바늘을 나누어 주었다. 하나씩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래전 그날 어머니가 자신들에게 건넨 바늘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자신들은 둘이지만 바늘은 하나라서, 종국에는 둘 중 한 명만 그것을 갖게 될 거라는 바늘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바늘 하나에 손이 두 개 매달려있는 경우를, 한복 거리 그 어디서도 금택은 본 기억이 없었다. - P323
자신이 도망치는 것이라면 정말로 도망치고 싶은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화순의 말은, 화두처럼 금택을 괴롭혔다. 어머니인지, 바늘인지 아니면……… 화순의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이상하게 외팔 여자가 함께 떠올랐다. 자수 놓는 여자는 자신의 시어머니보다 매섭던 자수장이 아니라, 외팔 여자의 손으로부터 도망쳤다고 고백했다. 자수바늘을 잡은 외팔 여자의 손으로부터 외팔 여자가 떠오를 때마다 금택은 기시감처럼 그 여자의 손을 본 것 같은기분이 들었다. 수틀에 팽팽하게 고정한 바탕감에 자수바늘을 수직으로 내리꽂는 외팔 여자의 손을. 외팔 여자에 대해서 듣기 전까지, 그녀는 화순이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상이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85
손바느질로 옷을 짓는 여자들은 더러 있었지만, 누비로 옷을 짓는여자는 드물었다. 복래한복 여자도, 서울한복 여자도, 아씨한복 여차도, 정인한복 여자도 누비 바느질을 할 줄은 알았지만, 누비로 제대로 된 저고리나 두루마기는 지을 줄 몰랐다. 바느질이라면 눈을감고도 웬만큼 하는 그녀들이었지만, 누비 바느질은 익숙하지 않았다. 누비 바느질은 특별한 리듬과 강약을 요구하는 기법이었다. 숙달을 필요로 하는 기법이었다. 누비저고리를 한 벌 지을 시간에 민저고리나 회장저고리를 수 벌 지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애써누비 바느질을 하려 하지 않았다. 누비 바느질은 금 같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두 달이고 석 달이고 누비대 앞에 앉아 바늘땀을 떠 넣기에 그녀들은 돈이 궁했다. 그녀들은 바느질로 먹고살았다. 바느질로자식들을 키워 시집장가 보냈다. 어머니는 수십 년 누비 바느질로옷을 지었다. 어머니처럼 수십 년 누비 바느질로 옷을 지은 여자는 드물었다. - P400
재숙은 충동을 다스릴 줄알았다. 감정과 욕망을 화순은 숨기지 않았지만, 재숙은 숨기고 포장할 줄 알았다. 금택은 화순과 자신, 둘중 꼭 한 명을 지목해야 한다면 오히려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순보다는 자신의 기질이재숙의 기질과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충동을 다스릴 줄 알고, 욕망을 숨길 줄 안다는 점에서 그랬다. 누비대 위에서 절도 있는 리듬을 타면서 동일한 바늘땀을 연속해서 떠나가는 어머니의 손놀림을 보고도 경탄하지 않는 그녀에게, 금택을 누비 바느질을 배우려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누비 바느질의 세계는 심오해.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짓는 거지." 그녀의 대답이 신선했지만 금택은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금택은 그녀의 대답이 교묘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누비 바느질을 배우려는 진짜 이유를 그럴듯한 말 뒤에 교활하게 숨기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금택은 그녀가 누비 바느질을 배우려는 진짜 이유를듣고 싶었다. "삼라만상이요?" "하나의 우주를 짓는 것하고 똑같다는 뜻이지." - P407
"옛 사람들은 옷을 지을 때 한 땀 한 땀마다 입을 사람의 복을 기원했다지. 건강과 장수를 빌면서 정성을 다했다지." 재숙은 조금 길게 여운을 두었다가 이어서 말했다. "내 목표는, 끊긴 전통 누비 기법을 복원하는 거야. 잔누비, 중누비, 드믄누비, 납작누비, 오목누비……… 출토된 누비 복식들을 원형그대로 복원하는 게 내 목표이지. 누비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는것은 그다음 목표이고." 금택은 의문했다. 누비저고리를 한 벌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하는 그녀가 전통 누비 기법을 복원하고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품었다는 사실이 모순 같았다. 어머니는 누비저고리를 지을 때, 누비저고리에만 집중했다. 어머니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누비저고리가 완성될 때까지 어머니는 바늘땀 하나에 몰두했다. - P411
금택은 때때로 어머니가 자신들에게 바늘을 하나만 준 것 같다. 자신들은 둘인데,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바늘은 나누어 가질 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것은 더더군다나. 자신들이 어릴 때 어머니는 그것이 무엇이든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친딸인 화순에게 더 크고 붉은 사과를 준 적이 없었다. 사과가한 알일 경우 어머니는 두 쪽으로 갈라 한 쪽은 자신에게, 다른 한 쪽은 화순에게 주었다. 금택은 차라리 그날 어머니가 화순이나 자신둘 중 한 명에게만 바늘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차라리 화순에게만 바늘을 주었더라면. 금택은 바늘로 인해, 화순과 자신이 친자매보다 더 질기고 복잡한 인연으로 묶인 것 같았다.
만물이 바늘 끝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 하루살이의 눈 같은 바늘끝에. 하늘도, 땅도, 나무들도, 강도, 바다도, 밤하늘의 별들도, 길들 - P447
도, 풀포기도, 허공을 날아가는 새들마저 바늘을 놓치면 그 끝에 매달려 있던 만물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았다. 환영이 금택을 괴롭혔다. 손에 잡고 있는 바늘이 은빛 피라미가 되어 잽싸게 달아나는 환영이었다. 환영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면 바늘을 잡은 그녀의 손가락에 더 힘이 들어갔다. 부러지는 게 아닌가 싶게 힘이 들어갈 때마다 금택은 외팔 여자를 떠올렸다.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강박과 두려움에 시달렸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그 여자의 자수바늘을 잡은 손에 그렇게나 힘이 들어간 것이라고, 병풍 가게 쌍둥이 여자를 도망치게 할 만큼 힘이 들어간 것이라고. 그러므로 자수바늘을 백 개 먹어 치운 것은 신사임당 초충도 ‘양귀비와 도마뱀‘이 아니라, 외곽 여자의 손가락이라고 외팔 여자의 손가락이 자수바늘을 하나씩 오독오독 분질러 먹어 치운 것이라고. 그녀는 어쩐지 소화되지 않은 자수바늘의 조각들이 외곽 여자의손가락에 고스란히 박혀 있을 것 같았다. 녹이 슨 조각들이 하나살갗을 찢고 선인장 가시처럼 그녀의 손가락에 돋아나고 있을 것 같았다. - P448
어머니 역시 그랬지만, 바느질하는 여자들은 대개 자신들의 손을아끼지 않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손이 얼마든지 바꾸어 낄 수 있는 장갑이나 되는 듯 굴었다. 여러 켤레 장만해 장롱 속에 재두기라도 한 듯, 쓰고 있는 손이 고장 나 못쓰게 되면 새 손으로 바꾸면 되는 듯, 그녀들은 손을 아끼지 않았다. 손을 열 개쯤 가지고 태어난 게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만큼 한시도 손을 놀리지 않았다. 바느질을하지 않을 때도 그녀들은 손을 무위로 놀리지 않았다. 바느질을 하지 않을 때조차 그녀들은 손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바느질을 하지 않을 때 그녀들은 옷감을 염색하고, 풀을 쑤고,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을 했다. 장을 담그고, 멸치나 황석어로 젓갈을 담그고, 햇볕에 말릴 무나 호박이나 가지를 채 썰었다. 바느질하는 여자들의 손은 그녀들이 잠든 뒤에도 잠들지 않았다. - P470
"바늘은 매번 저를 찔렀어요. 찔러서 피를 흘리게 했어요." 그녀는 밤마다 바늘을 손에 잡고 싶은 욕구와 싸워야 했다. 지독한불면의 밤이 시작된 것은 오히려 바늘을 손에서 내려놓고 나서였다. 바늘을 손에서 놓지 못할 때 금택은 바느질을 하느라 날을 꼬박 새웠다. 바늘을 손에서 놓은 뒤로는, 바늘을 다시 잡고 싶은 욕구와 싸우느라 날을 새워야 했다.
바늘에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바늘을 포기하는 것이 금택은 힘들었다. 바늘을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집착이었다. 금택은 보이는 바늘을 손에서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바늘을 집어들었다. 보이지 않는 바늘은, 보이는 바늘보다 깊이 금택을 찔렀다. 그녀는 바늘에 찔린 자국투성이였다. 어머니로부터 바늘을 건네받던 날밤, 그 바늘이 가슴을 찔러왔을 때처럼 피가 흘렀다. 그녀의 눈에만보이는 피였다. 피는 선지보다 검붉고, 비린내를 풍겼다. - P484
어머니를 닮고 싶어 하는 금택의 욕망은 한결같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금택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머니를 닮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어머니를 닮는 것이 요원할뿐더러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누비 바느질로 인해 어머니의 어깨가 기우는 것을, 등이 굽는 것을, 척추가 주저앉는 것을,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고 뒤틀리는 것을, 곁에서 똑똑히 지켜보았으면서도 어머니를 닮고자 하는 욕망은 시들지 않았다. 누비 바느질로 인해 망가지고 무너진 어머니의 육체를 금택은오히려 동경했다. 그것은 어머니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들러붙은 흉터조차 갈망하는 병적이고 맹목적인 욕망과 닿아 있었다. 금택의 나이는 어느덧 마흔한 살이었다. - P511
잔누비 쓰개 장옷은 재숙이 계획한대로 복원되었다. 3백여 년 땅속에서 잠들어 있던 옷이 넉 달 만에 원형 그대로 부활한 것이었다. 완성된 잔누비 쓰개 장옷을 금택은 구경하지 못했다. 어머니조차도 구경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부분들밖에 보지 못했다. 전체를 보지 못했다. 재숙이 왼쪽 소매를 가져다주면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자신의 누비대에 고정시킨 뒤 누비 선을 따라 바늘땀을 떠 넣었다. 실핏줄을 촘촘히 줄 세워놓은 것 같은 누비 선들을 무화과 씨보다 작은 바늘땀으로 채웠다. 어머니가 마침내 바늘땀을 다 떠 넣으면 재숙은 냉큼 그것을 누비대에서 거두어갔다. 오른쪽 소매를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었다. 어머니는 그러면 그것을 받아 자신의 누비대에 고정시키고 바늘땀을 떠 넣었다. 재숙은 우물집이 아니라 서울 자신의누비 연구실에서 부분들을 연결했다. - P551
잠든 어머니 옆에서 금택은 명주 올을 튕겼다. 엎질러진 마음처럼어머니 앞에 펼쳐져 있던 명주였다. 그녀는 0.3센티 간격으로 올을 튕겨 누비 선을 표시했다. 한 시간쯤 한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올을 튕기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느 곁에 깨어난 어머니가 일어나 앉아 있었다. 거미줄을 헤치고 나온 듯 흐릿한 모습으로 앉아 금택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머니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올을 튕겼다. 거문고 줄 수만큼 올을 튕기고 금택이 고개를 들었을 때 어머니는여전히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불 밑으로 나온 어머니의 손이 명주 끝자락을 잡고 있어서, 그녀는 올이 아니라 어머니의몸속 실핏줄을 잡아당기는 기분이었다. 어머니의 몸속 실핏줄을 죄다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 P557
금택은 바늘을 잡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바늘을 잡았다. 누비대 앞에 앉으려 하지 않는 어머니를 대신해 누비대 앞으로 가서 앉았다. 어머니를 대신해 누비 선에 바늘땀을 떠 넣었다. 바늘땀 하나에 그녀는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온몸의 피가 바늘을 잡은 두 손가락으로 쏠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집중했다. 자정이 넘도록 누비대 앞을 떠나지 않고 누비 선을 따라 반복해서 바늘땀을 떠 넣고 있는 금택을 어머니가 바라보고 있었다. 귀천을 떠도는 영혼이 한 생애 동안 깃들었던 육체를 바라보듯. 마흔 중반의 금택은 우물집으로 흘러들 즈음의 어머니를 빼닮아있었다. 그녀는 흰머리카락이 드문드문 올라오는 머리를 쪽 찌고, 흰 무명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 P562
"누비 바느질이요?" "누비 바느질이라고 골이 빠지는 바느질이 있지. 누비옷 짓는 거나 배워보지 그래." 부령할매는 생각만 해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배워야 하는데요?" "못해도 10년은 배워야 그냥저냥 지을 수 있지. 남보다 잘 지으려면 어디 10년으로 되나. 평생을 해도 끝이 나지 않지." 부령할매는 고개를 내둘렀다. "평생을 해도요?" 끝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그녀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암튼 끝이 나지 않는 바느질이 누비 바느질이야." 누비 바느질이 낯설었지만, 수덕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미싱 바늘은두려웠지만, 바늘은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더구나 미싱이라는 기계가 자신과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싱 소리가 그녀의 머리를 갉아먹는 것 같았다. 수십 개의 바늘땀이 순식간에 떠지는 것도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처음 바느질을 배운 그녀는 뚜벅뚜벅 바늘땀을 떠 나가는 기쁨을 알았다. - P587
화순은 가장 오래 우물집을 떠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늘 어머니에게 돌아오려고 했다는 것을, 어머니와 바늘로부터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마흔 살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화순이 우물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 곁에는 금택이 있었다. 화순이 어머니를 떠났다 돌아오고 또다시 떠나기를 반복하는 동안, 금택이 늘 그렇게 말없이 어머니 곁을 지켰다. 어떤 의미에서 화순은 자신의 자리를 금택에게 양보했다. 금택이 절대로 우물집을, 어머니를떠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떠난 것이었다. 자매의인연으로 엮인 자신들이 운명적으로 빼앗고, 빼앗길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것을 화순은 일찌감치 알았다. 빼앗을 수 있는 권리가 금택에게만 특권처럼 주어졌다는 것을. - P611
우물집 바느질하는 여자의 집에 살고 있는 세 여자의 손 중 온전한손은 금택의 손뿐이었다. 그녀는 바늘을 유일하게 들 수 있었지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바늘을 드는 대신 바늘처럼 작고 가늘어진 어머니의 육체를 돌보았다. 어머니가 재숙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과동시에 금택은 스스로 바늘을 놓았다. 화순은 그녀가 누비 바늘을들지 않은 지 어느덧 여섯 해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금택은 누비 바늘을 잡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을 혹독하게 대했다. 자신의 손에 눈곱만치의 자비심도 베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은 병들지 않았다. 망가지지 않았다. 금택은 바늘을 들지 않으면서, 바늘이 자신의 손에서 달아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머니가 그것을 도로 거두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 P622
자매는 자신들의 포개어 잡은 두 손의 살과 살이, 뼈와 뼈가, 핏줄과 핏줄이 섞이는 것을 느꼈다. 포개어져 하나가 된 자매의 손이 바늘을 잡았다. 바늘을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불안이 금택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바늘을 놓고 싶은 욕구가 화순의 목구멍에서 욕지기처럼 치밀었다. 불안과 욕구가 충돌하면서 맞대어진 금택의 손바닥과화순의 손등이 들뜨고, 엇갈려 잡은 손가락들 새가 벌어졌다. 불안이 욕구를, 욕구가 불안을 억눌렀다.
두 개이자 하나인 자매의 손이 첫 바늘땀을 뜨는 소리가 떠돌았다. - P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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