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르 주교는 아주 열렬한 세속적인 야망을 하나 가지고있었는데, 그것은 산타페에 그곳의 주위 자연환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성당을 짓는 일이었다. 그는 이 소망을 소중히 여기고 이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그런 건물을 지으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목표로 해온 이상이 지속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에 대한 생각을 이어감으로써 그것은 곧그의 열망이 되었다. 이곳에 취임해 온 초창기부터 그는 이성당을 지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형편없는 재산에서 얼마간씩 저축해 오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그는 어느 멕시코인 부자 목장 주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돈 안토니오 올리바레스라는 사람이었다. 안토니오 올리바레스는 지성적이고, 형제들과 사촌들이많은 대가족 출신의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 경험이 풍부했으며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그는 인생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뉴올리언스와 엘파소 델 노르트에서 보냈지만, 주교 라투르가 취임한 지 몇 해가 지난 후에 산타페로 돌아왔다. - P197
올리바레스의 아내인 도나 이사벨라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그들의 집에서는 프랑스인 사제들이 늘 환영받았는데최고로 친절하게 환대받았다. 올리바레스 부인은 산만한 어도비 흙벽돌 건물과 커다란 뜰과 대문, 조각한 들보와 서까래, 청어 뼈 모양으로 아름답게 조각한 천장과 아늑한 벽난로들을 쾌적한 분위기로 꾸며 놓았다. 그녀는 우아한 안주인으로서, 비록 이제는 아주 젊어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날씬하고 생기있고 동작이 민첩하며 섬세하고 하얀 얼굴을 가진 그녀는 산타페의 좋지 않은 기후에도 불구하고 워낙 자신을 잘 보호하고 가꾸어 아름다웠으며, 약간 은빛이 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금발을 지니고서 얼굴 윤곽이 더 뚜렷하게 보이도록 머리카락을 많이 부풀리고 동글동글하게 말고 있었다. 그녀는 스페인어는 그다지 잘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어를 잘했으며 하프를 연주할 줄 알았고 노래도 아주 잘 불렀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꾼들과 인디언들, 거친 개척민들 - P198
사이에서 살고 있는 라투르 신부와 바일랑 신부에게 가끔 모국어로 교양을 지닌 여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 환대할 만한 벽난로 가에 앉아옛 스타일의 거울과 조각들과 천으로 치장된 의자들이 있는풍요로운 방에서, 창은 깨끗한 커튼이 쳐져 있고 장식장과식기장들은 접시와 벨기에산 유리잔들로 채워져 있는 그곳에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 이 집 부부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고 훌륭한 저녁식사를 하고 훌륭한 포도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것은 유쾌한일이었다. 모순투성이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요셉 신부는듣기 좋은 테너 목소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강하지 않으면서도 진실한 목소리였다. 올리바레스 부인은 그와 함께옛날 프랑스 노래들을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사소한 데서 약간 잘난 척하는 면이 있어서, 노래를 부를 때면 언제나세 개의 언어로 부르자고 고집을 부리곤 했다. - P199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 건배를 하며 술을 마셨고, 남자들이담배를 피우는 동안 파블로라는 소년이 반조 연주를 위해 불려 왔다. 반조는 라투르 신부에게 늘 이국의 악기 같았다. 그는 반조가 약간 야만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문명화된 것임을알게 되었다. 이 낯선 누런 피부의 소년이 반조를 연주하자. 그 현이 울리는 음악 속에는 부드러움과 권태로움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일종의 광기 같은 것도 있었다. 어떤 무모함,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여기 멕시코 남자들 모두가 느끼고 따르는 황야의 부름 같은 것. 시가 담배연기 속에서 정찰병들과 군인들과 멕시코 목장 주인들과 사제들이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웅크리고 반조를 연주하는 소년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활을 켜는 그의 누런 빛깔 손이 얼마나 빠른지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마치 어떤 물체가 한 무더기의 모래 포풍처럼 회 지나가는 것 같았다. - P205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명상을 하면서 그 손들을 지켜보며 라투르 신부는 이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자신의 이야기도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안한 듯 먼 곳을 응시하는 카슨의 파란 눈, 그 눈은 정찰병에게도, 산속에 오솔길을 처음 만들어 내는 사람에 - P205
게도 있는 것이 아니던가? 돈 마누엘 차베스는 일행 중 가장잘생긴 사람이었다. 그는 벨벳으로 된 아주 우아하고 폭넓은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의 섬세한 이목구비에는 경멸하는 듯한 모습이 어려 있었다. 그가 방을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서나 식탁에서 그 옆에 앉기만 해도 그의 차가운 과묵함 아래로 전기처럼 섬뜩 하는 것, 어떤 씁쓸한 격렬함, 위험에 대한열정 같은 게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 P206
성모 마리아의 달이었고, 5월이었다. 바일랑 신부는 정원에 있는 포도덩굴 정자 아래서 군용 침대에 누워 담요를 덮고서 주교와 그의 정원사가 채소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지켜보고 있었다. 사과나무는 꽃이 한창 만발해 있었고 벚꽃은 이미 진 상태였다. 따스한 봄바람에 공기와 흙냄새가 스며 있었다. 흙은 햇빛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햇빛은 붉은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숨 쉬는 공기에는 흙냄새가 배어 있었고, 발밑의 풀은 그 속에 파란 하늘을 투영해 내고 있었다. 이 정원은 6년 전에 계획되었는데, 그때 주교는 이곳으로 - P224
와 빛의 성모 학교를 설립한 로레토의 축복받은 수녀들과 함께 세인트루이스에서 과수나무(그때는 그저 마른 가지에 불과해 보였다)를 마차에 실어 가져왔다. 학교는 이제 잘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어서 그 지역에 사는 가톨릭교도들뿐 아니라 신교도들까지 혜택을 보고 있었으며, 나무들은 과일을 맺게 되었다. 일부 잘려 나가 접목된 나무들은 여러 멕시코인정원에서 이미 많은 과일을 매달고 있었다. 주교가 볼티모어로 처음 여행을 간 동안 요셉 신부는 그가 맡은 많은 공식적인 일들 이외에도 시간을 내서 멕시코 가정부인 프룩토사에게 요리를 가르쳤다. 그리고 후에는 라투르 주교가 프룩토사의 남편 트란킬리노를 일손으로 맞아들여 그를 정원사로 훈련시켰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대담한 계획을 세웠는데, 성당 뒤에 있는 땅과 주교의 집과 수녀원 학교 사이에 있는 땅을 방대한 과수원과 채소밭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그후로 주교는 거기서 일을 하며 나무를 심기도 하고 가지치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 P225
성당의 뜰과 수녀원 학교 사이에 어린 포플러 나무들이 일렬로 서 있게 되었다. 남쪽으로는 흙 담장 앞에 그들이 처음왔을 때부터 일렬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들은 늙을대로 늙은 능수버들 나무로 줄기가 비틀어져 있었다. 아무도돌봐주는 이 없이 방치되어 있는 그 나무들은 햇빛에 구워지고 당나귀 발에 밟혀 단단해진 땅에서 그토록 힘겹게 살고있었기에 줄기가 삼나무처럼 강인했다. 그들은 실로 비바람에 잘 단련되고 세월에 의해 반들반들해진 아주 오래된 막대기처럼 보였는데 봄이 되면 기적적으로 섬세한 잎새와 꽃을틔워 내는 힘을 갖고 있었고, 기다란 빗자루 같은 라벤더 빛 - P225
이 도는 분홍빛 꽃으로 나무 전체를 뒤덮기도 했다. 요셉 신부는 어떤 나무보다도 이 능수버들 나무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나무는 방랑하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사막을 지나 길을 가다가 멕시코인 마을이 나타나기만 하면 늘 햇빛에 구워진 흙에서, 혹은 햇빛에 구워진 어도비 흙벽돌 담에서 능수버들은 청록 빛 날개 달린 잎들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가족용당나귀가 능수버들 나무줄기에 묶여 있거나, 능수버들 아래서 닭들이 긁어 대고 있거나, 개들이 능수버들 그늘 아래서잠을 자거나, 혹은 빨래가 능수버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곤했다. 라투르 신부는 종종 이 나무가 어도비 흙벽돌집 마을에잘 어울리도록 그 형태나 색상이 특별히 고안된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이 나무의 가지들을 장식하는 꽃들은 붉은흙 담장의 또 다른 그늘 같아 보였으며, 그 섬유질의 줄기도금빛과 라벤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셉 신부는 그런 것에 대한 주교의 안목을 존경했지만 그 자신은 그 나무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나무이고, 모든 멕시코 가정에 마치 가족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그 나무를 아주 좋아했다. - P226
선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세계로 출발하는 일이었다. 그 헤어짐은 헤어짐이 아니라 일종의 도피였다. 멀리 도망치는 것, 더높은 믿음을 위해 가족의 믿음을 배반하는 일이었다. 그는이제야 그때 일을 돌이켜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그 당시에는 너무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저 너머에서 당근을 솎아내고 있는 주교는 그 일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실로 그 시간에 라투르 신부가 그와 함께 있어 주었기에 요셉 신부가 이처럼 산타페의 정원에있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는 새로 임명된 주교가 그와 새주교지로 가서 힘든 일을 함께 해보자고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샌더스키를 결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혼자 스스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아, 이제 그가 힘겨운 일에 처하게 되었구나! 우리가 길가에서 파리행 역마차를기다리며 서 있던 그날 그가 내게 해주었던 것을 내가 그에게 해줄 차례가 되었구나. 내 결심은 무너졌었지. 그런데 그가 나를 구해 줬었지.> - P229
선교사들이 아파치족들에게 약탈당할 때 그의 선조들이거기서 이 성스러운 물건들을 몰래 가져왔는데 얼마나 오래전에 그랬는지는 그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 비밀은 그의 가족 대대로 전해 내려왔는데, 내가 처음으로 그 성물들을 꺼내다가 하느님께 다시 바친 사제가 된 거였어요. 제게 그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상황 그대로였어요. 그 황량한 변방지에서 믿음은 묻혀 있는 보물과 같아요. 그들은 그것을 지키고만 있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서 자기들의 영혼을 구원할지를 모르고 있어요. 한마디의 말, 한 번의 기도 한 번의 미사면 속박되어 있는 그 영혼들을 석방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것이 되는데도요. 고백하건대, 나는 그런 선교를 꼭 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잃어버린 아이들을 하느님께 되돌리는 일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이 될거예요.」주교는 이런 탄원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진지하게 말했다. 「요셉 신부, 당신은 내가 여기서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내가 해야 할 일도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거든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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