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논할 때는 시를 쓰듯이 해야 한다는 김수영의 말도 있지요. 시를 산문으로 하면, 산문이지 시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하면 시를 논할 필요도 자격도 없는 거지요.
시의 본질이 은유에 있다면, 그 은유는 다른 은유로밖에표현될 수 없고, 이 점은 다른 여러 예술의 경우에도 같다고 봐요. 시를 산문으로 설명한다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떠먹거나, 지난주 일기예보로 내일 산행을 하는 것과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 - P26

이 표현은 여러 곳에서 농담처럼 쓰여요. 밥을 왜 먹느냐고 물으니, ‘밥이 거기 있으니까‘, 시를 왜 쓰느냐고 하니, ‘시가 거기 있으니까………… 이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보면 분명히 보편적인 데가 있는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본 표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것은 등산로 옆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리본에 적혀 있었어요.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산, 가고 또 가도 가고 싶은산.‘ 이 말이 불러오는 숨 막히는 그리움은 대상 앞에서시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해요. 시는 우리 주위의 하찮은 대상이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고‘ ‘가고 또 ‘가도 가고 싶은‘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지요.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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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고난과 순명의 표상인 육사의 시는 저에게언제나 시가 있어야 하고 떠나서는 안 될 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절정」과 「광야」는 그분이 살았던 삶 전체를아우르는 열쇠말인 동시에 시가 머물고 지켜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이 시들은 당시의 곤핍한 상황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애초에 시라는 장르가 ‘절정‘과 ‘광야‘라는사실을 준엄하게 드러내 보입니다. 육사의 시는 어떤 임계점, 혹은 극한점에서 씌어진 것으로서, 시라는 것이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극지‘의 산물이자 ‘극지‘ 그 자체라 - P9

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다른 시인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소월의 「초혼」은 초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본래 시라는 장르 자체가 ‘초혼‘인 것이고, 시인은 그 불가능한 초혼제의 역할 수행자인 셈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시라는 형식이 자기 규정적이고 자기 회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말들이 자기 규정적이고 자기 회귀적입니다. ‘나 너를 미워해‘ 라는 말의 효과는
‘너‘에게가 아니라 ‘나‘에게 오롯이 돌아옵니다. 또 어떤사람 욕을 해도 그에게로 가지 않고 고스란히 자기한테 돌아오지 않습니까. 마치 누워서 침을 뱉거나 오버잇을 하면자신이 뒤집어쓰는 것과 같지요. - P10

말의 자기 규정성, 자기 회귀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시라는 장르라는 사실은 길지 않은 우리 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월이나 육사뿐 아니라백석과 윤동주, 이상과 김수영의 삶과 시를 어떻게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말함으로써,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의 일차적인 희생자가 되고, 그가 자초한 희생을 어떻게든 피하지 - P10

않음으로써 그의 말은 일종의 상징이 되는 것이지요. 사실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말은 머리 위 도끼날처럼 제 말이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가령 통증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명치끝을 맞았을 때의느낌이 그러하다고 할까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이 말은도무지 번역하거나 대체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시가 지향하고 조명하는 것은 이 말이 가리키는 어떤 지점이 아닐까합니다. 오직 이 지점에서 씌어진 것만이 시이고, 이 지점을 벗어나면 사이비가 됩니다. 만약 어떤 시가 이지점 아닌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책임회피와 방관에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애초에 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표현하려다가 실패하는 것일 테지요. - P11

시가 지향하는 자리, 시인이 머물러야 하는 자리는 더이상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극지‘이고, 그 지점에남아 있기 위해서는 무작정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없습니다. 시는 머리가 아니라 다리로 쓰는 것이며, 시가있는 자리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연소함으로써 밝힐 수 있습니다. 시에 대한 공부는 자기 안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것이지, 그것을 이론이나 사상으로 대체하려 하면 도리어 멀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저는 본래 출발했던 그 자리만을 놓치지 않으려 애쓸 것입니다.
두서없는 말씀과 몸짓, 표정에서 시를 향한 저의 안타까움이 전해졌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끝맺겠습니다.
(제11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 소감)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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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투르 주교는 아주 열렬한 세속적인 야망을 하나 가지고있었는데, 그것은 산타페에 그곳의 주위 자연환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성당을 짓는 일이었다. 그는 이 소망을 소중히 여기고 이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그런 건물을 지으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목표로 해온 이상이 지속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에 대한 생각을 이어감으로써 그것은 곧그의 열망이 되었다. 이곳에 취임해 온 초창기부터 그는 이성당을 지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형편없는 재산에서 얼마간씩 저축해 오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그는 어느 멕시코인 부자 목장 주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돈 안토니오 올리바레스라는 사람이었다.
안토니오 올리바레스는 지성적이고, 형제들과 사촌들이많은 대가족 출신의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 경험이 풍부했으며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그는 인생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뉴올리언스와 엘파소 델 노르트에서 보냈지만, 주교 라투르가 취임한 지 몇 해가 지난 후에 산타페로 돌아왔다.  - P197

올리바레스의 아내인 도나 이사벨라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그들의 집에서는 프랑스인 사제들이 늘 환영받았는데최고로 친절하게 환대받았다. 올리바레스 부인은 산만한 어도비 흙벽돌 건물과 커다란 뜰과 대문, 조각한 들보와 서까래, 청어 뼈 모양으로 아름답게 조각한 천장과 아늑한 벽난로들을 쾌적한 분위기로 꾸며 놓았다. 그녀는 우아한 안주인으로서, 비록 이제는 아주 젊어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날씬하고 생기있고 동작이 민첩하며 섬세하고 하얀 얼굴을 가진 그녀는 산타페의 좋지 않은 기후에도 불구하고 워낙 자신을 잘 보호하고 가꾸어 아름다웠으며, 약간 은빛이 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금발을 지니고서 얼굴 윤곽이 더 뚜렷하게 보이도록 머리카락을 많이 부풀리고 동글동글하게 말고 있었다. 그녀는 스페인어는 그다지 잘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어를 잘했으며 하프를 연주할 줄 알았고 노래도 아주 잘 불렀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꾼들과 인디언들, 거친 개척민들 - P198

사이에서 살고 있는 라투르 신부와 바일랑 신부에게 가끔 모국어로 교양을 지닌 여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 환대할 만한 벽난로 가에 앉아옛 스타일의 거울과 조각들과 천으로 치장된 의자들이 있는풍요로운 방에서, 창은 깨끗한 커튼이 쳐져 있고 장식장과식기장들은 접시와 벨기에산 유리잔들로 채워져 있는 그곳에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 이 집 부부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고 훌륭한 저녁식사를 하고 훌륭한 포도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것은 유쾌한일이었다. 모순투성이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요셉 신부는듣기 좋은 테너 목소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강하지 않으면서도 진실한 목소리였다. 올리바레스 부인은 그와 함께옛날 프랑스 노래들을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사소한 데서 약간 잘난 척하는 면이 있어서, 노래를 부를 때면 언제나세 개의 언어로 부르자고 고집을 부리곤 했다.  - P199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 건배를 하며 술을 마셨고, 남자들이담배를 피우는 동안 파블로라는 소년이 반조 연주를 위해 불려 왔다. 반조는 라투르 신부에게 늘 이국의 악기 같았다. 그는 반조가 약간 야만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문명화된 것임을알게 되었다. 이 낯선 누런 피부의 소년이 반조를 연주하자.
그 현이 울리는 음악 속에는 부드러움과 권태로움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일종의 광기 같은 것도 있었다.
어떤 무모함,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여기 멕시코 남자들 모두가 느끼고 따르는 황야의 부름 같은 것. 시가 담배연기 속에서 정찰병들과 군인들과 멕시코 목장 주인들과 사제들이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웅크리고 반조를 연주하는 소년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활을 켜는 그의 누런 빛깔 손이 얼마나 빠른지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마치 어떤 물체가 한 무더기의 모래 포풍처럼 회 지나가는 것 같았다. - P205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명상을 하면서 그 손들을 지켜보며 라투르 신부는 이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자신의 이야기도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안한 듯 먼 곳을 응시하는 카슨의 파란 눈, 그 눈은 정찰병에게도, 산속에 오솔길을 처음 만들어 내는 사람에 - P205

게도 있는 것이 아니던가? 돈 마누엘 차베스는 일행 중 가장잘생긴 사람이었다. 그는 벨벳으로 된 아주 우아하고 폭넓은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의 섬세한 이목구비에는 경멸하는 듯한 모습이 어려 있었다. 그가 방을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서나 식탁에서 그 옆에 앉기만 해도 그의 차가운 과묵함 아래로 전기처럼 섬뜩 하는 것, 어떤 씁쓸한 격렬함, 위험에 대한열정 같은 게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 P206

성모 마리아의 달이었고, 5월이었다. 바일랑 신부는 정원에 있는 포도덩굴 정자 아래서 군용 침대에 누워 담요를 덮고서 주교와 그의 정원사가 채소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지켜보고 있었다. 사과나무는 꽃이 한창 만발해 있었고 벚꽃은 이미 진 상태였다. 따스한 봄바람에 공기와 흙냄새가 스며 있었다. 흙은 햇빛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햇빛은 붉은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숨 쉬는 공기에는 흙냄새가 배어 있었고, 발밑의 풀은 그 속에 파란 하늘을 투영해 내고 있었다.
이 정원은 6년 전에 계획되었는데, 그때 주교는 이곳으로 - P224

와 빛의 성모 학교를 설립한 로레토의 축복받은 수녀들과 함께 세인트루이스에서 과수나무(그때는 그저 마른 가지에 불과해 보였다)를 마차에 실어 가져왔다. 학교는 이제 잘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어서 그 지역에 사는 가톨릭교도들뿐 아니라 신교도들까지 혜택을 보고 있었으며, 나무들은 과일을 맺게 되었다. 일부 잘려 나가 접목된 나무들은 여러 멕시코인정원에서 이미 많은 과일을 매달고 있었다. 주교가 볼티모어로 처음 여행을 간 동안 요셉 신부는 그가 맡은 많은 공식적인 일들 이외에도 시간을 내서 멕시코 가정부인 프룩토사에게 요리를 가르쳤다. 그리고 후에는 라투르 주교가 프룩토사의 남편 트란킬리노를 일손으로 맞아들여 그를 정원사로 훈련시켰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대담한 계획을 세웠는데, 성당 뒤에 있는 땅과 주교의 집과 수녀원 학교 사이에 있는 땅을 방대한 과수원과 채소밭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그후로 주교는 거기서 일을 하며 나무를 심기도 하고 가지치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 P225

성당의 뜰과 수녀원 학교 사이에 어린 포플러 나무들이 일렬로 서 있게 되었다. 남쪽으로는 흙 담장 앞에 그들이 처음왔을 때부터 일렬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들은 늙을대로 늙은 능수버들 나무로 줄기가 비틀어져 있었다. 아무도돌봐주는 이 없이 방치되어 있는 그 나무들은 햇빛에 구워지고 당나귀 발에 밟혀 단단해진 땅에서 그토록 힘겹게 살고있었기에 줄기가 삼나무처럼 강인했다. 그들은 실로 비바람에 잘 단련되고 세월에 의해 반들반들해진 아주 오래된 막대기처럼 보였는데 봄이 되면 기적적으로 섬세한 잎새와 꽃을틔워 내는 힘을 갖고 있었고, 기다란 빗자루 같은 라벤더 빛 - P225

이 도는 분홍빛 꽃으로 나무 전체를 뒤덮기도 했다.
요셉 신부는 어떤 나무보다도 이 능수버들 나무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나무는 방랑하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사막을 지나 길을 가다가 멕시코인 마을이 나타나기만 하면 늘 햇빛에 구워진 흙에서, 혹은 햇빛에 구워진 어도비 흙벽돌 담에서 능수버들은 청록 빛 날개 달린 잎들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가족용당나귀가 능수버들 나무줄기에 묶여 있거나, 능수버들 아래서 닭들이 긁어 대고 있거나, 개들이 능수버들 그늘 아래서잠을 자거나, 혹은 빨래가 능수버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곤했다. 라투르 신부는 종종 이 나무가 어도비 흙벽돌집 마을에잘 어울리도록 그 형태나 색상이 특별히 고안된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이 나무의 가지들을 장식하는 꽃들은 붉은흙 담장의 또 다른 그늘 같아 보였으며, 그 섬유질의 줄기도금빛과 라벤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셉 신부는 그런 것에 대한 주교의 안목을 존경했지만 그 자신은 그 나무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나무이고, 모든 멕시코 가정에 마치 가족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그 나무를 아주 좋아했다. - P226

선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세계로 출발하는 일이었다. 그 헤어짐은 헤어짐이 아니라 일종의 도피였다. 멀리 도망치는 것, 더높은 믿음을 위해 가족의 믿음을 배반하는 일이었다. 그는이제야 그때 일을 돌이켜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그 당시에는 너무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저 너머에서 당근을 솎아내고 있는 주교는 그 일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실로 그 시간에 라투르 신부가 그와 함께 있어 주었기에 요셉 신부가 이처럼 산타페의 정원에있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는 새로 임명된 주교가 그와 새주교지로 가서 힘든 일을 함께 해보자고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샌더스키를 결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혼자 스스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아, 이제 그가 힘겨운 일에 처하게 되었구나! 우리가 길가에서 파리행 역마차를기다리며 서 있던 그날 그가 내게 해주었던 것을 내가 그에게 해줄 차례가 되었구나. 내 결심은 무너졌었지. 그런데 그가 나를 구해 줬었지.> - P229

선교사들이 아파치족들에게 약탈당할 때 그의 선조들이거기서 이 성스러운 물건들을 몰래 가져왔는데 얼마나 오래전에 그랬는지는 그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 비밀은 그의 가족 대대로 전해 내려왔는데, 내가 처음으로 그 성물들을 꺼내다가 하느님께 다시 바친 사제가 된 거였어요. 제게 그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상황 그대로였어요. 그 황량한 변방지에서 믿음은 묻혀 있는 보물과 같아요. 그들은 그것을 지키고만 있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서 자기들의 영혼을 구원할지를 모르고 있어요. 한마디의 말, 한 번의 기도 한 번의 미사면 속박되어 있는 그 영혼들을 석방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것이 되는데도요. 고백하건대, 나는 그런 선교를 꼭 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잃어버린 아이들을 하느님께 되돌리는 일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이 될거예요.」주교는 이런 탄원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진지하게 말했다. 「요셉 신부, 당신은 내가 여기서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내가 해야 할 일도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거든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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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일랑 신부가 한숨을 지었다. 「아, 그런 때가 오기만 한다면요! 당신은 샌더스키에서 나를 데려올 때처럼, 앨버커키에서도 나를 데려오는군요. 내가 거기 갔을 때 모두가 나의 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내 친구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떠나야 한다니요.」바일랑 신부는 안경을 벗더니접어 안경집에 넣었다. 그것은 늘 그가 이제 이야기를 마치고 쉬어야겠다는 뜻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니 이제 일 년뒤 당신은 로마에가 있겠군요. 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앨버커키의 내 교구민들 사이에 있는 사람들과 지내는 게 더 좋은데. 하지만 클레르몽, 그곳에 가는 당신이 부럽군요. 나도다시 고향 산을 보고 싶은데. 적어도 당신은 내 가족을 모두만나 보고 내게 그들의 소식을 전해 주겠지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여동생 필로메네와 거기 있는 수녀들이 3년간 날 위해 만든 옷을 가져다주겠지요. 그것들을 가져다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그가 일어나더니 촛불 하나를 들었다. 그럼 당신이 클레르몽을 떠나올 때, 장, 나를 위해 호주머니에 그곳의밤 몇 알 넣어다 주세요!」 - P179

종부성사는 고민에 휩싸인 사람을 진정시켜 주었고, 그는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여자들이 돌아와서 앉아 전처럼 중얼거리며 기도를 했다. 유리창에 비가내리치고 바람이 깊은 시내를 삼킬 듯 불어 닥치며 공허한소리를 냈다. 지켜보는 사람들 중 몇몇은 지쳐서 고개를 숙였지만, 한 사람도 집에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임종의 침상을 지켜보는 것은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라 하나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죽어 가는 사제의 경우에 그것은 하나의 명예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심지어 유럽국가에서도, 죽음은 진지하고 중요한 사회적 의례였다. 이는 단순히 어떤 신체적인 기관이그 기능을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극적인 절정의 순간, 다시말해 한 영혼이 정확한 의지를 갖고 그 어떤 불가사의한 곳으로 가는 낮은 문을 열고 통과하여 다음 세상으로 들어가는순간으로 간주되었다.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이 그만이 볼 수 있는 어떤 것을 드러내지 않 - P191

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게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입술이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혹은 그의 이목구비 위에 저 너머로부터 오는 어떤 빛이나 그림자가 떨어지지않을까 하는 나폴레옹, 바이런 경 같은 위대한 사람들의 <마지막 유언이 아직도 선물용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 모든평범한 남녀가 죽어 가며 중얼거린 말들이 그들의 이웃이나친척들에게 귀 기울여 듣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되기도했다. 이러한 말들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같은 길을 가게 될 사람들한테는 하나의 신탁처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곰곰이 되새겨지는 것이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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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지기 직전 그들은 인디언 마을의 서쪽에 멈추었는데, 그 인디언 마을은 주교가 방문했던 다른 인디언 마을과는 아주 달랐다. 두 개의 커다란 공동주택이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오후의 햇빛 속에서 그 건물은 금빛이 되었으며 그 바로 뒤로는 보랏빛 산이 있었다. 하얀 두건이 달린 겉옷을 입은 황금빛 남자들이 지붕에서 별처럼 재빨리 나오더니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서서 산 위에서 석양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종교적인 침묵 같은것이 있었다. 염소가 음매 하고 우는 소리 이외에 어떤 소리도 황금빛 먼지구름을 통해 집으로 다가오는 것은 없었다.
이 두 개의 공동주택은 천년 이상 동안 이 부족이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다고 마티네즈 신부가 주교에게 말했다. 코로나도 원정대 사람들은 거기서 이 인디언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이 인디언 중 가장 우수한 종으로 잘생겼고 위엄 있는 행동을 하며, 사슴 가죽 코트와 유럽인들이 입는 것과 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고 했다. - P171

타오스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교는 가던 길에서벗어나 키트 카슨의 목장 집을 방문했다. 카슨이 양을 사러나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라투르 신부는 카슨부인을 만나 불쌍한 막달레나를 돌봐 주었던 친절에 대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막달레나가 산타페에 있는 학교에서 수녀들과 행복하고 경건한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카슨 부인은 조용하지만, 멕시코 가정주부에게서 흔히 보이는 우아하면서도 수줍어하지 않는 환대의 태도로 그를 맞았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날씬하고 어깨가 처지고 빛나는 검은 눈과 검은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비록 글을 읽을 줄은 몰랐지만 그녀의 얼굴과 대화는 모두 지성적이었다. 주교 생각에, 그녀는 잘생겼다. 그가 감탄할 만한 정도로 그녀의 용모는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를 교육받은 바 있음을 보여 주고있었다. 그녀는 또한 명랑했고 유쾌한 유머감각이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도 될 정도였다. 그녀는 주교가 마티네즈 신부 댁에서 안락하게 보냈기를바란다고 말했는데, 말의 억양으로 미루어 주교가 그러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그녀가 이미 알고 있음이 드러났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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