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과학을 하는 여성이지만, 대중이 두려움을느끼도록 만들려면 대중에게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이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지는 않으며 적어도 가끔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기 좋은 예가 있다. 내가 어린아이였던 1980년대에,
나는 핵전쟁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 내 주위 어른들이 서로를(그리하여 나까지) 두렵게 만드는 모습이 나까지 불안하게만들었다. 우리의 두려움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
두려움이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40년이 지난 지금, 과거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은 오늘날의 열핵폭탄에 불을 댕기는 성냥개비로 사용되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내 잠을 설치게 했지만 이제 핵으로 인한 파괴의 능력은 더 적은 나라가 아닌 더 많은 나라의 손에 의해, 줄기는커녕 더 커졌다. p191

생명의 순환the circle of life. 내가 질문을 던졌던 모든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 개념을 저마다 독특하게 정의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는 할머니가 세상을뜬 바로 그날 자신의 첫 손녀가 태어나 기쁨과 슬픔을 동둥한 무게로 느꼈는데, 삶이란 잃어버리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고 또 사랑하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디즈니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동명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엘턴 존이 채 한 시간도 안 걸려 썼다는 기억 속의 그 멜로디를 나의 경우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식물이 떠오른다. - P175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ousBosch(초현실적이고 기괴한 그림을 그렸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옮긴이의 그림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해서, 몇 걸음 뒤에서 볼때 느끼는 혼란이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하게 살펴보면 더증폭된다.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지구상 식물과동물의 끝없이 다양한 모습과 질감만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가자라나고, 자신의 각 부분을 유지하고, 힘들 때를 대비해 저장하고, 적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고, 다음 세대를 번식시키는 방법의 끝없는 변화 역시 압도적이다. 자연은 보스의그림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많이 알게 된다. 지구상 모든 형태의 생명체가 지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내면에서 연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단세포 미생물에서부터 생기 있는 데이지꽃, 100톤짜리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식물조직을 연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 식물들도 자신의 조직을 태울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식물을 잘 연소시킨다. 우리는 음식으로 섭취한 식물이나 동물(결국 식물을 먹은 동물)을 통해 얻은 당분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달리고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숨 쉬고 그 밖의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우리 몸에 연료를 공급하느라 이런 에너지를 사용한다. - P176
날씨에 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바람을 생각하게 된다. 하와이 마노아 계곡을 떠도는 향긋한 바람과 헤어드라이어처럼 얼굴에 와서 부딪히는 네바다 사막의 바싹 마른돌풍, 오슬로 피오르 위를 넘실거리는 상쾌한 미풍, 미니애폴리스 공항의 슬라이딩 도어를 지나면 우리를 맞아주는쌀쌀한 바람. 특히나 물기를 머금은 바람에 관해 생각하게되는데 여름철 폭풍우가 칠 때 하늘을 폭발시키는 노스다코타의 바람, 수평으로 불어오는 푸에르토리코의 강풍, 몇시간 안에 세상을 파묻어버리는 앵커리지의 엄청난 눈보라, 피크닉 접시에서 물기를 앗아가는 애리조나의 찌는 듯한 바람, 창밖으로 내다보는 것만으로 관절을 시리게 만드 - P182
는 뉴질랜드의 차가운 안개 같은 바람을 떠올린다. 바람은 움직이는 공기다. 공기가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가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밀려올 때 일기예보에서 고기압 혹은 저기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때 폭풍우를 이동시키는 바람을 만들어낸다. 바람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은 대부분의 다른 에너지원과 같다. 바로 태양이다. 바람도 없고 날씨 변화도 없는 행성이 되려면 어떻게해야 할까?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태양의 스위치를 끌필요가 있다. 태양은 극지방보다 적도 부위를 직접적으로비추고, 물과 바위와 눈을 데우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는 곳곳에 따라 다르다. 태양이 대기를위쪽에서 따뜻하게 데워주고 지구 표면은 아래서부터 데워지다 보니 중간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 주머니가 아래로 가라앉아 위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를 대체해버린다. 움직이는 모든 공기 덩어리는 다른 공기 덩어리를 밀어내는데 지구 한쪽에서 시작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1,500킬로미터 떨어진 나무 꼭대기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햇빛은 대양에서 수분이 증발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의 형태로 내려올 수 있도록돕는다. 이런 모든 이유로 날씨를 없애려면 태양을 없애는것이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 P183
날씨를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에너지원은 태양이기때문에, 그리고 햇빛을 잘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널리 알려진 능력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가 더워진다는 합리적인 이해에 ‘온실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때문에 지구가 이상할 정도로 특이하게, 또 인공적으로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놀랄 수도 있겠지만, 온실효과라는 개념이 얼마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인지, 적어도 얼마나 불길한 것인지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 P184
어린 시절의 추운 날씨를 과장한다는 비난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나는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5년의 미국기상청 기록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닌다. 1975년 1월 9일시작된 눈보라가 나흘이나 이어져 ‘금세기 최악의 폭풍으로 기록된 바로 그해였다. 그 끔찍한 폭풍 기간 동안, 1년치 강설량이 일주일 만에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스케이팅과 썰매타기, 눈사람 만들기의 기본 실력을 닦은 1977년에서 1979년, 48개 주를 통틀어 20세기에 겨울이 가장추웠던 3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내 말이 맞다. 그때는 추웠고, 춥다는 사실을모두 알고 있었으며, 추위에 단련되어 있었지만 추위를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나 장갑이 젖었을 때는 정말이지 끔찍했다. 하지만 적어도 너에게는 장갑이라도 있지 않았냐고어머니는 늘 상기시킨다. 그때만큼이나 추웠던 1936년 겨울, 어머니에게는 장갑이 없었고 그 추위 때문에 당신의 코가 내 코처럼 뾰족하지 않고 살짝 들린 거라고 말씀하시곤한다. - P185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했던 지난 두 세기 내내 전체 기온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 사실이 그랬다. 지구 표면의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화씨 1.5도 이상 증가했다(섭씨 1도에 약간 못 미친다). 이 수치가 얼마나 명확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온도 상승을 측정하는 도구인 온도계는 아주 간단한 장치다. 300년 전 발명되고나서 바로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기온을 재는 기상 관측소는 곳곳에, 심지어 세상에서가장 외진 곳에도 존재하며 그 데이터는 수세기 동안 성실한 농부, 우편국장, 수녀, 시민, 과학자에 의해 아주 구체적으로 수집, 기록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기온이 화씨 1도넘게 오른 최근의 온난화 경향은 과학자들이 논쟁을 벌일만한 대상이 아니다. 내 말을 믿어주기를 과학자들이라면거의 모든 것에 관해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 P187
이는 최종적인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총체적인 온난화는 2도 이하여야 할 것이라는 권고가있었다. 이 장 앞부분에서 산업혁명 이후 평균적인 지구 표면 온도가 섭씨 1도 조금 못 되게 상승했다고 이야기한 바있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1970년대 과학자들이 처음 예견한 파국의 영역에 도달하는 데 1도보다 조금 더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는 것이지, 사람들을 그저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해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그것을 존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다. 이런 점을고려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우리가 겪었던 것 이상의 온난화와 대변동을 피하려면,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요구된 점진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접근을 전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P192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다시 말해 지구상 모든 사람이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의 네 배 이상이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양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그래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0년대 과학자들이 알아냈듯이 2200년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량이 지금보다 두배가까이 증가하지 않으리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함께 최소 2도의 기온 상승도 따라올 것이고, 그에 따라 대격변이일어날 것이다. - P193
지난 반세기북극의 해빙기는 6월 초부터 시작되는데, 다시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날짜는 기온이 오르면서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1970년대 해빙기는 9월이면 끝났지만 지금은10월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빙기가 길어지다보니 얼음이 어느 기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북극해를 덮고있는 바다 얼음은 급속도로 얇아지고 모서리가 부서져 내리고 있는데, 밟고 몸을 지탱할 곳이 필수적인 북극곰들에게는 무엇보다 나쁜 소식이다. 지구상의 얼음 대부분은 북극과 남극에 위치한다. 이곳에선 길고 어두운 겨울이 매년 내리는 눈을 잘 보존해꽝꽝 얼려서 기존의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과 합체해준다. 이런 극지방 덕분에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표면의 10퍼센트가 흰색으로 나타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한다면, 이흰색 패치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을 인공위성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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