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콜로마는 내 어린 시절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였습니다. 오콜로마는 우리 집과 같은 골목에 살았고, 나를 친오빠처럼 돌봐주었습니다. 나는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기면 오콜로마에게 의견을 묻곤 했지요. 오콜로마는 재미있었고, 지적이었고, 끝이 뾰족한카우보이 부츠를 신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12월,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었습니다. 내 기분을 표현하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오콜로마는 내가 함께 논쟁할 수 있는 사람,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함께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처음으로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른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열네살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오콜로마의 집에서 무언가에 대해 언쟁하고 있었습니다. 둘 다 책에서 배운 설익은 지식으로 가득 차 있던 때였지요. 논쟁의 주제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한참 주장하고 또 주장했더니 오콜로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던 것은 똑똑히 기억납니다. "있잖아, 너 꼭 페미니스트 같아." - P11
그는 내게 사람들이 내 소설을 두고 페미니즘적이라고수군거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충고하기를, 이 말을하면서 그는 슬픈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는데요, 나더러 절대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란 남편을 얻지 못해서불행한 여자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행복한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지리아 여성인 웬 학자가 나더러페미니즘은 나이지리아 문화가 아닌 비아프리카적인것이며 내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일컫는 것은 서구의책에 영향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적은 꼭흥미로웠는데, 왜냐하면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 대부분이 분명 반反페미니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열여섯살까지 나는 당시 출간되었던 밀스앤분 Mills & Boson‘의 로맨스소설을 아마 한권도 안 빼고 다 읽었을 걸요. 그리고 "페미니즘 고전" 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시도할 때마다 따분해져서 끝까지 읽으려면 안간힘을 써야만 했습니다.) - P13
아무튼 페미니즘이 비아프리카적이라고 하니까, 나는이제 스스로를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 하나가 나더러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일컫는 것은 남자를 미워한다는 뜻이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래서 나는 이제 스스로를 ‘남자를 미워하지 않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했습니다. 그러다 더 나중에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으며남자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농담이었지만, 이것만 보아도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깔려있는가, 그것도 부정적인 함의가 깔려 있는가를 잘 알 수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하고, 브래지어도 싫어하고, 아프리카 문화를 싫어하고, 늘 여자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화장을 하지 않고, 면도도 하지 않고, 늘화가 나 있고, 유머감각이 없고, 심지어 데오도란트도 안쓴다는 거지요.. - P14
시험에서 이등을 한 아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 그러니 그 남자아이가 반장이 될것이라고 했습니다. 더욱더 재미있었던 점은, 그 남자아이는 회초리를 들고 교실을 순찰하는 데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상냥하고 온화한 아이였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나는 너무너무 그러고 싶었지요.. 하지만 나는 여자였고, 그 아이는 남자였으므로, 그 아이가 반장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 사건을 내내 잊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아이만 계속해서 반장이 되면,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 P16
더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남자이기 때문에, 그러니 남자들은 말 그대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합리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에는요. 당시에는 육체적 힘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자질이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강한 사람이 지도자가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남자가육체적으로 더 강합니다. (물론 예외도 많지만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릅니다. 오늘날 지도자가 되기에 알맞은 사람은 육체적으로 더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더 지적이고, 더 많이 알고,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질들을 좌우하는 호르몬은 없습니다.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지적일 수있고, 혁신적일 수 있고,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 P21
얼마 전에 나는 라고스에서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글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는 사람 하나가 그 글을 읽고는 성난 글이었다며, 그렇게 성난 투로이야기해서는 안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성이 나니까요. 오늘날 젠더가 기능하는 방식은 대단히 불공평합니다. 나는 화가 납니다. 우리는 모두 화내야 합니다. 분노는 예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노에 더해 내게는 희망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자신으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기 - P23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남자아이들이 그들을 어떻게생각하는지 걱정하도록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쏟습니다. 하지만 거꾸로는 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호감 가는 사람이 될지 걱정하도록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화내선 안되고 공격적이어선 안 되고 터프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나쁘지만 더구나 돌아서서는 똑같은 행동을 한 남자들을칭찬하거나 면책해줍니다. 전세계 어디에나 여자들에게남자의 마음을 끌거나 남자를 기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잡지며 책이 넘쳐납니다. 그에 비해 남자들에게 여자를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글은 훨씬 적습니다. - P27
이것은 협박입니다. 결혼을 망칠 거라는 말, 아예 결혼하지도 못할 거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훨씬 더 많이가하는 협박입니다. 젠더는 세계 어디에서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현재와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계획하는 일에 함께 나서자고 요청합니다. 지금보다 좀더공정한 세상을, 스스로에게 좀더 진실함으로써 좀더 행복해진 남자들과 좀더 행복해진 여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딸들을 지금과는 다르게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아들들도 지금과는 다르게 키워야 합니다. - P28
그런데, 우리가 남자들에게 저지르는 몹쓸 짓 중에서도 가장 몹쓸 짓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인해야 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아를 아주 취약하게 만든다는것입니다. 남자들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사실 그 자아는 더 취약해집니다. 또한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대단히 몹쓸 짓을 하고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의 그 취약한 자아에요령껏 맞춰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자신을 움츠리라고, 자신을 위축시키라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야망을 품는것은 괜찮지만 너무 크게 품으면 안 돼. 성공을 목표로 삼아도 괜찮지만 너무 성공해서는 안 돼. 그러면 남자들이위협을 느낄 테니까. - P31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남자아이들이 그들을 어떻게생각하는지 걱정하도록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쏟습니다. 하지만 거꾸로는 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호감 가는 사람이 될지 걱정하도록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화내선 안되고 공격적이어선 안 되고 터프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나쁘지만 더구나 돌아서서는 똑같은 행동을 한 남자들을칭찬하거나 면책해줍니다. 전세계 어디에나 여자들에게남자의 마음을 끌거나 남자를 기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잡지며 책이 넘쳐납니다. 그에 비해 남자들에게 여자를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글은 훨씬 적습니다. - P37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죠? 그냥 인권옹호자 같은 말로 표현하면 안되나요?" 왜안 되느냐 하면, 그것은 솔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미니즘은 전체적인 인권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막연한 표현을 쓰는 것은 젠더에 얽힌 구체적이고 특수한 문제를 부정하는 꼴입니다. 지난 수백년 동안 여성들이 배제되어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꼴입니다. 젠더 문제의 표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꼴입니다. 이 문제가 그냥 인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콕 집어서 여성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꼴입니다. 세상은 지난 수백년 동안 인간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그중 한 집단을 배제하고 억압해왔습니다. 그 문제에 관한 해법을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그 사실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이란 개념에 위협을 느낍니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받았던교육, 즉 그들은 남자니까 "당연히 우위를 차지해야 하며 만일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존감이 훼손될 거라는 가르침이 야기한 불안감 탓입니다. - P44
문화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문화는 결국 사람들을 보존하고 영속시키기 위해서 기능합니다. 우리 집안에서우리 가문의 사연, 선조들이 살았던 땅 그리고 가문의 전통에 관심이 제일 많은 사람은 나입니다. 남자 형제들은나보다 관심이 적습니다. 그러나 나는 가문의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모임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이보 문화는 남성 위주 문화이고, 그런 자리에는 남자만 참석할 수있지요. 그래서 나는 그런 일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내게는 공식적인 발언권이 없습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 P49
그리고 오콜로마가 오래전 했던 말은 옳았습니다. 그가 그날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던 것은 옳았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리고 오래전 그날 내가 사전을 찾아보았을 때,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 모든 성별이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내가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 증조할머니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할머니는 결혼하기 싫은 남자의 집에서달아나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할머니는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권을박탈당한다고 느끼자 그에 대해 거부했고, 항의했고, 나서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할머니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아니었던 것은 아닙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되찾아야 합니다.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페미니스트는내 남동생 케네입니다. 케네는 다정하고, 잘생기고, 대단히 남자다운 청년입니다. - P51
그것은 여성의 미덕과 여성의 수치에 관한 의식이었다. 따져 묻지 않고 제대로 수행하면 주류사회로부터 인정받도록 해주는 많은 의식 중하나였다. 여자답게 앉으라는 것은 더 큰 의식의 작은 예시일 뿐이었다. 여자답게 늘 조용하고 온화해야 한다. 큰소리 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터프하게 굴지 말고, 지나친 야심을 품지 말아라. 나는 그런 의식들을 수행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편한자세로 앉고 싶었다. 나중에 나는 친웨 아줌마의 온 인생이 그런 여성성의 의식들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는 세상의 인정을 받았고, 그것을 제일 좋아하는 아리따운 드레스처럼 걸치고 있었다. - P69
나는 열다섯살이었고, 순진했으며, 젊음 특유의 타협을 모르는 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중에 나는 아줌마를 다시 존경하게 되었고, 인생의 굽이마다 아줌마의지혜를 구하게 되었다. 친웨 아줌마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자들이 자신을 움츠리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작용하는 힘 때문이었다. 친위 아줌마는 부유함도 여자를 그런 힘으로부터 막아주진 못한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교육도 아름다움도 그 힘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아줌마의 영향 덕분에 나는 자랑스럽고 복잡한 내 여성성을 원래 모습 그대로 살아내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너는 여자니까"라는 말은 무엇에 대해서는 유효한이유가 아니라고 거부하겠다고, 나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인간적인 자아로 살고자 애쓰겠다고, 하지만 세상의인정을 구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억지로 변형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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