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역시 계속해서변화를 맞이했다. 탈모 그리고 전신 체모 탈락, 상처, 수술하고 몇 주 후에는 겨드랑이에 림프액으로 채워진 커다란 오렌지 같은 것이 있어서 가슴에 닿지 않게 팔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2차 성징을 겪는 소녀처럼 얇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털이 다시 나왔다. 후각은 극도로 예민해져서멀리서도 모든 냄새를 알아차렸다. 평소에 감지할 수 없던것까지도, 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하나의 발견이었고, 개처럼 세상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날, 내 이모를 보러 간 Y요양원에서 티브이 앞에 모여 있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얼굴에 한 겹 내려앉은 음식 냄새, 산패한 냄새, 오줌 냄새를 본 것 같았다. 나는 냄새를 만질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끔찍하지 않았다. 열심히 암 환자의 일을 수행했고, 내 몸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실험처럼 지켜보았다.
(나는 내가 삶과 글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경험을 묘사로 바꾸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P92

사진에는 항상 시선을 붙잡는 디테일이 있다. 대관보다 마음을 더 동요시키는 디테일, 예를 들면 타일 위에 구불거리는 스타킹, 둥글게 말은 양말, 짝을 잃은 한 짝, 쇼윈도에 진열한 것처럼 마룻바닥에 컵이 납작하게 놓인 브래지어. 여기서는 창문 앞에 있는 흰색 뮬이 그렇다. 이미 여름 더위는 시작됐다. 그것이 계속 이어져이 되고 폭염이 끝난 후에는 수천 명의 노인들이 죽어
일요일에도 묻히게 되겠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저 아름다운 여름일 뿐이었다. 하얀 하늘 아래 세상은 비현실적으로 곳곳이 반짝일 것이고, 늘 그랬듯이 도덕성은 더욱 속에 녹아 버릴 것이다.
- P112

여름은 지나간 것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마치 가을에는 젊음이 끝나 버리기라도 하는 듯이 모든 것을 당장 경험해야 했던 열여덟 살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사로잡혀버렸다. 우리는 정원에서 열린 창문 너머로 브라이언 페리든 존, 폴라레프, 비틀즈를 들었다.
- P113

이 노래들은 언제나 M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다른 노래들이 내게는 다른 남자들을, 그에게는 다른 여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우리는 노래들을 엄청나게 질투해야 할것이다. 쇼핑센터에서, 미용실에서, 우연히 그중 하나를 듣는 것만으로도, 구체적인 어느 날은 아니겠지만, 하늘의 변화와 대기의 온도, 세상의 다양한 사건들, 일상의 행동과 여정의 반복, 아침 식사부터 지하철 플랫폼의 기다림이 있는시간으로 나를 데려가기에 충분하다. 그것들은 어느 소설속에서처럼 녹아 버리고 만다. 단 하나뿐이던 긴 하루로, 춥거나 뜨거운, 어둡거나 밝은, 채색된 한 가지 감정, 행복 - P114

과거 속에서 노래는 확장되어 나가고 사진은 멈춘다. 노래는 시간의 행복한 감정이며, 사진은시간의 비극이다. 나는 종종 우리가 한평생을 노래와 사진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과 연관된 어떤 노래를 떠올릴 수 있을까? 열심히찾아봤지만 기억을 부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빈 옷장이나 단순한 열정‘을 쓸 때였다, 라고 말할 만한 노래는 전혀 없다. 내게 글쓰기란 모든 감각의 정지 상태다. 다만 그것을 탄생시키고, 일으킬 뿐이다.
- P115


창문 양쪽으로 거실 책꽂이의 첫째 칸이 보인다.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프랑스 문학, 외국 문학, 사회학서적들이 있다. 모두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됐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시립도서관처럼 배치한 객
책들 사이에서 뒤지는 즐거움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우리 집, 부모님 댁에는 비슷한 책들끼리 혹은 주제별로 나란히 꽂혀 있다. 토마스 만은 프루스트와 가까운 곳에, 피츠제럴드는 헤르만 헤세 옆에. 시간이 가고, 세르지에 자주 드나들면서 거기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내가 소유한 책들 대부분은 여전히 상자 안에 있기 때문에, 나의 이상적인문학 공간‘이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다.
- P118

사진 속에 우리의 육체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나눈 사랑도 없다. 그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그 장면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의 고통. 그것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 다른것을 원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진의 ‘필사적인 의미, 우리는구멍을 통해 시간의, 무(無)의 불변의 빛을 엿본다. 모든 사진은 형이상학적이다.
- P124


우리들의 사진을 볼 때면, 나는 내 육체의 소멸을 본다.
그러나 그곳에 더는 내 손이나 얼굴이 없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걸을 수 없다는 것, 먹을 수 없다는 것, 성교를 할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소멸이다.
나는 몇 번이고 내 사고가 다른 곳에서 계속될 수 있다면 죽음도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다.

"당신은 곧 죽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했잖아. 이제정말로 그렇게 됐네, 자기야."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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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읽고 있던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슬금슬금 읽다가
시집의 마지막 시를 읽는다.
다음 시집의 예고편이 시집의 마지막에 있다고 짐작한다.
2015년 1월 초판인... 2022년 1월 읽으면서
<무릎 꿇다> 얼마나 겸손한가를 생각한다.

시인의 새 시집을 기다린다.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무릎 꿇다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홀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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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이 챕터는 매력적이었다. 잠깐잠깐씩 푹 빠져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애 먹었다.




기차가 내 목적지인 홀랜드파크역에 도착하자 나는 열치화랫폼 사이 간격을 조심하며 출구 쪽으로 향한다. 나는 걷고 있다.
기보다는 인파에 밀려 서핑을 하고 있다. 주의를 기울이려 하지만 속도 때문에 불가능하다. 속도는 주의의 적이다. 역 바깥으로...
나온 뒤 갑작스레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깜박거리며 방향 감각을되찾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지하에서 지상의 삶으로 이행하는 것은 언제나 까다롭다. 방향감각을 잃고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며, 기이하게도 내가 누구인지도 함께 헷갈린다. 나는 어엿한 지상의존재인가, 아니면 수상쩍은 지하세계의 거주자인가? 낯선 이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또는 우리 자신이 그렇게 상상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빛이 쏟아지는 이곳 지상에 속한 사람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한다.
나는 지상에서 존재할 자격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걷기 시작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앞으로 게속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팅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동네는매우 아늑하다. 커피 한 잔을 끌어안고 하루 종일도 보낼 수 있을듯한 카페들과, 계속 존재함으로써 꿋꿋이 경제학 법칙에 저항하는, 성실하게 책을 골라 진열해놓은 책방들을 지난다. 한 파키스탄계 남자가 꽃을 팔고 있다.
- P242

우리는 물건을 급작스레 잃어버리지만 그 상실은 점차로 서서히 경험한다. 우리의 자동차 키가, 지갑이, 마음이 그저 잘못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한 물건과 한때 소유했던 물건사이를 나누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가파르지 않은 것은아닌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비존재는 우리를 겁먹게 한다.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상실‘은 짧지만 위협적인 단어다. 명사계의 나폴레옹이다. 그안에 몸무게‘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이상 거의 언제나 부정적인뜻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실을 그저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실로 고통받는다. 사람들은 일이나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길을 잃었다‘라고 표현한다. 어떤 국가나 사람의 인생을 따라갈 때 역사가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된 구체적인 시점을 정한다.
상실은 크기가 다양하지만 크기가 작은 경우는 없다. 상실은중간에서 시작해 점점 커진다. 상실의 느낌 또한 다양하다. 상실은 어떤 이에게는 고통스러운 것, 어떤 이에게는 충격적인 것,  - P249

어쩔 줄 몰라 다시 시몬에게 기댄다. 나는 절망적인 순간마다스스로에게 베유의 책 중 한 권을 펼치라고 말한다. 베유는 내가겪는 고충을 보고 단순한 진단을 내린다. 나는 그 공책을 정말 찾고 싶은 게 아니다. 그 공책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욕망에사로잡혔고, 욕망은 관심과 양립할 수 없다. 무언가를 욕망하는것은 곧 거기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뜻인데, 바로 그 상태가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이 향하는 대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문제인 것은 그 주체, 즉 ‘나‘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환상이다. 헤로인 중독자는 헤로인을 갈망하지 않는다. 헤로인을하는 경험,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헤로인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신적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 즉 아타락시아다.
다시 시몬에게로 돌아간다. "미덕이나 시, 또는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무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을까? 관심은 이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온몸에 힘을 풀고 책장을 넘긴다.
"문제는 늘 우리가 너무 적극적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수색에 나서고 싶어 한다."
이 문장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짜증나게도 한다. 당연히 수색에 나서고 싶죠. 시몬 ! 수색에 나서는 것 말고 내가 내 공책을찾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나요?
- P252

깊게 심호흡을 하고 계속 책을 읽어나간다. 베유가 말을 이어나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대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다. 오로지 간접적인 방법만이 효과가 있다. 우선 한발짝 물러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물러서서, 지하실에서 한 트럭 분량의 아편처럼 내게 손짓하는 거대한 텔레비전으로 후퇴한다. 좋지 않다. 너무 멀리 물러졌다. 나는 체념 앞에 굴복했다. 체념은 변장한 절망이다.
베유는 행동과 결과를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 나의 문제라고 말한다. 삶은 늘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관심도 마찬가지다.
주의를 기울이는 삶은 위험하다. 결과가 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아니 어디로 이끌기나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베유가 주창한 것과 같은 순수한 관심에는 친구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출세하고 싶은 것과 같은 외부적 동기가 묻어 있지 않다. 무언가에 온전한 관심을 기울이는사람은 그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할지라도"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베유는 말한다.
베유의 말이 옳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실을 찬미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실이 눈에 더 잘 보이고 더 화려할수록 좋다. 시몬 베유처럼 지금 이 순간에만 마음을 쏟고 미래의 보상에는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애정을 담아 주의 깊게 딸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신경외과 의사가 될지 바리스타가 될지에는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공모전에 글을 내면서 상을 달지 못 탈지에 관심이 없을 수 있을까?  - P253

잃어버린 원고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시몬 베유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나설 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 때다." 베유의 말이 옳다. 나는기다려야 한다.
만약 이 책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라면 지금쯤 기적처럼 공정을 발견하고 여태껏 공책이 내 목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책은 스필버그 영화가 아니다. 이 책이 충성을 바치는 대상은 박스오피스가 아니라 진실이며, 진실은내가 내 공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책이 어떤 지혜를 담고있었을지, 또는 아무 지혜도 담지 않았을지 나는 평생 알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둔다. 공책을 보내주기로 한다.
이것도 진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럴지도. 하지만 이건 시몬 베유가 즐겨 쓰던 단어가 아니다. 진전이랄 것도, 승리랄 것도 없다.
오직 기다림만이 있을 뿐.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욱 기꺼이, 더욱끈기 있게 기다림은 그 자체가 보상이므로,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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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때문에 파크 애비뉴가 바뀌었다. 공기 중의 습기가 길거리와아파트 창문 열의 불빛을 따뜻하게 번진 광륜으로 만들었다. 덕분에길거리가 좀 덜 거만해 보였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정을 밝주는 백인 경찰처럼, 설명할 수 없이 상냥해 보인다. 파크 애비뉴는 프레디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건물들조차 자신들의 권력을 확신하는 것처럼 거만한 데가 있었다. 그들은 그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는 모든것, 싸워서 쟁취하려 하고 꿈꿔왔던 것들이 그들이 가진 것의 싸구려모방일 뿐이라고 선언하는 판사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에 길은 상냥해 보였다. 어쨌든 이 각도에서는,
- P391

-그때 카니는 어린애였다. 그의 아버지가 일을 하고 올 동안 그를 여기 놔뒀던 걸까? 내가 그 자식 다리를 부러뜨릴 동안 우리 애 좀 봐주, 의자에 올라앉으면 그의 머리는 흐릿한 광택제를 바른 바를 간신히 넘을정도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그를 아파트에 놔두고 오지 않았다면 그가아주 어렸다는 뜻이다. 그의 어머니는 어디 있었을까? 사실을 밝혀줄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
"우리 아버지와 여기 오곤 했었죠?"
카니가 물었다.
"여러 번, 여기서 우리가……."
페퍼가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의 미소는 드물었고, 그는 그 미소를자른 듯 지웠다.
"그 시절엔 바텐더도 범죄자였지. 우리처럼, 그러니까 우리가 일을늦게 끝내면 그 친구가 문을 열고 축하해줬어. 저쪽 창문으로 새벽이밝아왔지. 신문 트럭들이 부릉거리고, 이슈미엘이었는데, 그 친구가총 맞기 전이었어. 죽은 지가 얼마나 됐더라, 10년?"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 P404

‘약탈‘ 얘기를 하는 신문들은 인디언에게 약탈에 대해서 물어봐야할걸, 이 나라 전체가 다른 사람 걸 빼앗아서 세워진 거니까.
뷰퍼드가 말했다.
"백인 놈들이 박물관을 어떻게 채웠는지 알아? 투탕카멘으로."
"그렇지? 난 그 친구들이 봉기한 게 기뻐, 일주일 후면 그런 일은 일어난 적도 없는 것처럼 될 게 분명하다고."
뷰퍼드는 다시 바 반대편으로 서둘러 가서 시가에 불을 붙였다.
그런 일이 일어난 적도 없는 것처럼? 이 말은 카니에게 순전히 비고는 걸로 들렸다. 예를 들어 1943년 폭동 이후에 그의 아버지가 넬슨스에서 훔쳐 온 바지는 무릎이 나갈 때까지 2년이나 입을 수 있었다.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카니와 페퍼는 세상을 다르게 보지만, 그래도 그는 도너걸스에 왔다. 얼굴을 한 방 맞을 위험을 무릅쓰고, 왜냐하면 페퍼는 세상이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해 또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지금 카니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테리사 건에서 5년 후, 또 다른 목걸이가 그들을 함께하게 만들었다. 루신다 콜의 목걸이는 사탕 뽑기 기계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목걸이가.
- P406

줘, 그거 기억해줘, 날 기억해줘. 그 목소리는 점점 조용해지고 카니는 한동안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다가 어느 날 다시금 키진다. 날 기억해줘, 이게 이제 네 임무야, 날 기억해줘, 네가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거야.
가끔은 슬픔이 너무 강력해서 세상을 정지시키고 전기를 차단하고 지구가 회전하는 걸 막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그 희미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불은 켜진 채고, 지구는 계속해서 돌고, 계절은 사그라졌다 되살아나기를 번갈아 거듭한다.
파크 애비뉴 319번지를 방문하고 이틀 후에 먼슨이 봉투를 받으러왔다. 프레디에 대한 과도한 압박 때문에 당국은 프레디가 화나게 만든 누군가에게 거의 죽을 만큼 맞고 가게로 찾아왔다는 카니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먼슨은 그 이야기를 믿는지 안 믿는지 딱히 말하지 않고 그저 더 이상의 추궁은 없을 거라고만 전했다. 뉴욕 포스트>를 통해서 센터가는 라이너스 밴 와이크 사건이 사고사로 종결되었음을 알렸다. 카니는 형사에게 봉투를 건넸고 그들의 관계가 재개되었다.
델로이 역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처럼 칭크의 봉투를 받으러 사무실로 찾아왔다. 칭크 몬터규의 목을 짓밟고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간에 이제 수그러졌다. 카니와 델로이의 관계는 강제적인 보호금 측면을 넘어서 좀 어색해졌지만, 폭력배가 식당이 전혀 꾸며지지 않은 자메이카 여자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바뀌었다. 카니는 기꺼이 또 다른콜린스 해서웨이 식탁 세트를 옮겨주고, 단골 고객 10퍼센트 할인까지 해주었다.
- P460

카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지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다음번에 여기 오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 식이다.
그는 열차를 타러 갔다. 그의 희귀 보석용 연출과 잠깐 이야기를 해야 했다. 전화로 하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남자의 사무실은 90 번가에서 2번가 쪽으로 좀 들어간 곳에 있었고 오늘 지하철은개판이었다. 이스트사이드에서 수도관이 폭발한 탓이었다.
그다음에는 엘리자베스를 만나러 가야 했다. 스트라이버스 거리에있는 어떤 집이 주택 공개 (예비 구매자들이 집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개방하는 것)를 한다고 해서 살펴보고 싶었다. 손절매였다. 리버사이드 드라이브도 근사하지만, 스트라이버스 거리라는 기회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거기는 정말 아름다운 블록이고, 시원하고 조용한 밤에는 마치 도시에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주니까.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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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는 돈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당신의 부동산을압류하고, 사업 대출금을 유예시키고, 당신의 봉투를 받고 꺼지라고말할 수 있다.
그게 이 망할 나라가 돌아가는 방식이지만, 할렘 시장을 위해서 흐름을 바꿔야 하고, 듀크가 바로 그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조그만 남자는 흑인 얼굴 아래 숨은 백인 시스템이었다. 수치가 그의 통화였으나 오늘 밤에는 미스 로라가 그의 주머니에서 소매치기를 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영화였어.."
지포가 말했다.
- P291

〈할렘 가제트)는 토요일에 ‘사파리 여행‘ 이라는 시리즈를 게재했다.
첨부된 기사는 불만에 찬 카버 고객들이 윌프레드 듀크가 어떻게 그들의 삶을 망치고 그들에게서 집을 빼앗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인용했다. 가리긴 했어도 사진은 정신 위생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고객들의 이야기는 전반적인 도덕적 부패를 증명했다.
월요일에 신문은 듀크의 실종에 대해서 다루었고 화요일에는 듀크가 전미 리버티 은행 개설을 위한 모금액을 횡령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듀크는 초기 투자자들에게 200만 달러 이상을 받았고, 이들 대부분이 할렘 사회의 성실한 구성원들이자 수십 년 동안 그의 친구들, 사업 파트너, 클럽 친구들이었던 사람들이었다. 은행가가 얼마나 큰 돈을 갖고 도망쳤는지 즉시 밝혀지지는 않았다. 초기 계산으로는 그가종잣돈을 전부는 아니라 해도 거의 대부분을 갖고 간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전국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듀크 가족은 비미니에 부동산을 갖고 있었고, 바하마 당국은 감시에 들어갔다.
카니와 그의 가족은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 P296


그날 밤 미스 로라의 아파트에서, 그는 계획을 실행하며 메스꺼운기분을 느꼈다. 그건 복수처럼 느껴지지 않고 타락처럼 느껴졌다. 그가 사다리를 내려가서 시궁창으로 들어가 이 도시의 추악한 극장에서공연하는 또 다른 지저분한 배우가 된 것만 같았다. 포르노 제작자, 매춘부, 포주, 마약상, 살인범, 이들이 그의 새로운 앙상블의 동료들이었다. 거기에 횡령범까지.
하지만 이것, 이건 복수처럼 느껴졌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은 채그 영향이 지속되는 것, 그것은 토요일 오후에 얼굴에 비치는 햇빛 같고, 세상이 잠시나마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듀크가 야반도주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런 상황이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들 전부가 아픈 곳을 찔리는 것. 은행가가 이게 그의 작품이라는 걸 절대로 모를 거라는 건 아쉽지만,  - P297

카니는 퀸스의 플러싱에 있는 거대한 파빌리온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만국 박람회가 곧 나타날 경이적인 것들을 축하하고 있다. 물론 카니도 미래 생활전시관에서 온갖 놀라운 것들을 보았다. 세련된 달 기지와 천천히 돌아가는 우주정거장, 해저 본부 등등,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로전시해도, 인류가 이미 이룩한 것들이었다. 어느 전시실에는 벨 연구소가 전화선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전화를전시해놓았다. 전화선을 통해서 그들은 또 다른 거대한 컴퓨터로 서로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페이스 파크에서는 새턴 5호 로켓과 제미니 우주선, 달 착륙 모듈의 실물 크기 복제를 진열해두었다. 이것은 우주로나갔다가 그 먼 거리를 여행한 후 안전하게 돌아오는 말도 안 되는 물체들이었다.
당신은 그렇게까지 멀리 여행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또 뭘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 3단 로켓과 유인 우주캡슐, 신비로운 원격측정 같은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카니가 어느 쪽으로든 5분만 걸어가면 바로 전세대에는 완벽했던 타운 하우스가 다음 세대의 사격장이 되고, 빈민가기대는 내내 방치되었음을 증언하고, 폭력적인 시위의 밤 이후 사업체들은 유린되고 망가진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 P310

‘아!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화를 낼 만도 하고, 그리고 경찰이 전, 경찰이 이런 난장판에 대해서 뭐라고 변명할까요? 또다시 말이요! 시청과 시민운동가들, 그리고 제일 뒤쪽, 말도 거의 들리지 않는자리에 가족들이 있죠. 그들은 아들을 잃었어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서 나서줘야 돼요."
"그 사람들이 고발한대요?"
고발해서 이길 거예요. 그쪽에서 그 개자식을 해고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잖아요."
그의 목소리에 설교 조의 기색이 어렸다.
"그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요? 경찰이 책임이 있다는 거?
우린 고발할 거고, 몇 년이 걸리겠지만 시에서는 보상을 하게 될 거예요. 흑인 소년을 죽인 데 대한 진정한 대가보다는 수백만 달러 쪽이 그래도 훨씬 싸니까요."
"잘된 일이군요."
카니가 말했다. 피어스의 훌륭한 연설 중 하나였다. 근처의 멤버들이 힐끔 쳐다보았다가 피어스가 특유의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확인하고는 함께 있는 사람들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종류의 일은 유리하게 활용해야 돼요. 이런 도시에선 말이죠."
피어스가 말했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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