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피는 해우소
김태정
나에게도 집이란 것이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돌아
무명저고리에 행주치마 같은
두 칸짜리 해우소
꼭 고만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방에도 창문이 있다면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그리울 것도 슬플 것도 없는 얼굴로
버티고 앉아
저 알 수 없는 바닥의 깊이를 헤아려보기도 하면서
똥 누는 일, 그 삶의 즐거운 안간힘 다음에
바라보는 해우소 나무쪽창 같은
꼭 고만한 나무쪽창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마당에 나무가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나지막한 세계를 내려서듯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지나 두 칸짜리 해우소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슬픔도 기쁨도 다만
두 발로 지그시 누르고 버티고 앉아
똥 누는 일 그 안간힘 뒤에 바라보는 쪽창 너머
환하게 안겨오는 애기동백꽃,
꼭 고만한 나무 한그루였으면 좋겠다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중에서
김사인시인의
“태정, 태정, 슬픈 태정/ 망초꽃처럼 말갛던 태정”의
시를 읽는 바람 차운 밤,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슬픔도 기쁨도 다만
/ 두 발로 지그시 누르고 버티고 앉아/ 똥 누는 일 그 안간힘 뒤에 바라보는 쪽창 너머
/ 환하게 안겨오는 애기동백꽃, 꼭 고만한 나무 한그루..,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봄은 이미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여기 콩콩두부家의 해우소에서 모든 근심은 다 털어버리고 ……^^
이 봄,
부디 행복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