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뜬한 잠 창비시선 274
박성우 지음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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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지를 꺾다
                         


                            박성우


상처가 뿌리를 내린다

화단에 꺾꽂이를 한다
눈시울 적시는 아픔
이 악물고 견뎌내야
넉넉하게 세상 바라보는
수천개의 눈을 뜰 수 있다

봄이 나를 꺾꽂이한다
그런 이유로 올봄엔
꽃을 피울 수 없다 하여도 내가
햇살을 간지러워하는 건
상처가 아물어가기 때문일까

막무가내로 꺾이는 상처,
없는 사람은 꽃눈을 가질 수 없다

상처가 꽃을 피운다

                 

                   시집 [가뜬한 잠] 중에서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거미]가 있다.

 

 가만가만 시를 읽고 또 읽어봅니다.

내 안의 자잘한 상처들이 뿌리를 내리고

[봄이 나를 꺾꽂이 한다]쯤에선 울컥~ 하다가

치명적인 상처... 명치끝에 박혀 아직 피 흘리는 상처에서

희미하게 꽃눈이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의 상처는 어떠신지요.

가려우신가요?

상처가 꽃을 피운다...!!!  당신은 ^.^

 어질어질 환한 봄빛아래 흐드러지게 꽃 피우겠지요.


오늘도 저희 **농원을 찾아주시는 분들 늘 고맙습니다.

변함없는 맛과 한결 같은 정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여기 머무시는 동안, 또 세상 어디에 계시더라도

내내 행복하십시오.

                                  **농원 임직원일동

 

 

 

 조금 다르기도 하고 많이 같기도 한 '장 담그기'를
경인년 정월 첫 말날, 가게에서도 했습니다.
1008개(갸웃! 맞나?)의 메주를 씻어 앉히고  
14개의 큰 통에 소금을 녹여서 달걀이 500원짜리 만큼 떠오르게 하는 동안 
비가 오락가락해서 마음 바쁘고 심란했지요.
비, 잦은 올 봄....... '장 담그기'는 연중행사의 시작입니다.
올해도 장, 맛있어야 할 텐데요. ㅎ~ 
(샘~!  제 몫을 기대하셔요^^)

 
박성우시인의 [가뜬한 잠]에서 '장 담그기' 와 '봄, 가지를 꺽다' 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가
'장 담그기' 가 길어서 포기했지요.
[가뜬한 잠]에는 망설이게 만드는 좋은 시들이 많습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싸전다리' '물의 베개' '건망증' '신혼 첫날,' '강에게 미안하다' 등등
슬몃 웃음이 지어지는 '삼학년' 같은 시편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 되는
[난 빨강] 이란 제목의
시인의 청소년 시집이 출간 되었단 소식, 기쁩니다.
제게도 곧 달려오겠지요.

 
비, 오시는 휴일 아침.......
-,-;;
치과, 예약이 되어있습니다.
빗속에서도 뽀송뽀송한 월요일.... 보내시기를.

 

장 담그기

                     박성우


짚으로 묶어 띄운
메주 씻어 채반에 널었다
주둥이 큼지막한 독을 골라
찌끼 우려내어 닦아두고는

빨간 함지에 감천 약수를 붓고
천일염 한 됫박씩 되어 녹였다
달걀이 엽전 크기만큼 떠올라서
널찍한 덮개 닫아 먼지 막았다

병술년 음력 정월 스무닷새
말날(午日) 아침에 장 담근다

꽃망울 툭 불거진 매화나무집
장독대에 독을 걸고 메주 안친다
무명천에 거른 맑은 소금물
독 어귀까지 남실남실 채운다 둥실
떠오른 메주에 소금 한줌 더 얹히고
참숯 두 개 고추 대추 여섯씩 띄운다

장독대 식구가 셋이나 늘어
왼새끼 꼬아 금줄을 친다
장 담그는 공부 가르쳐주는
쥔집 할매의 잔소리가 여기서야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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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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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의 '한강'을 읽고-

 '강물은 흐른다'
 이 단순한 문장이 한강을 읽는동안 내내 나를 따라 흐르며 유장한 물 굽이를 보여주었다.
 철교를 지나는 전철 안에서 붉은물이 잠기는 한강을 본적이 있었다. 그전까지 그냥 강이던 한강이 그렇게 도도하게 아름다운 강이며, 내가 좋아하는 북한강도 한강이고 신륵사앞을 너르게 흘러가던 그 유장한 남한강물도 한강이며, 서울이 아름다울 수 있는것은 한강과 북한산을 가져셔란 것을 시린 차창에 이마를 박고 생각했었던 그 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르고, 내가 본 많은 강들과 물들과 그것들이 흘러가는 길을 생각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임에도, 우리는 꼭 그러지만도 않은 많은 징후들을 겪으며 살아온 세월이 한강 속에는 있다. 역사의 질곡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배고프고 처절한 넋이 한강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우리는 물을 떠나 살수없고 모든 문명도 강을 따라 발전해왔다. 강은 그냥 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성이기도 하고 한강은 우리에게 더욱 그렇다.
 한강에는 산업발전이라는 명분에 묻혀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떠돌고, 가족을 위해 희생한 많은 누이들의 눈물이 보태져 흐르고, 가슴을 치는 울분에 술을 마시던 많은 이의 분노도 담겨있고, 최루탄의 매운 눈물도 같이 흘러가는 것이 우리의 한강이다.
 세상 어떤 강을 한강에 비유할 수 있으랴!
 라인강도 한강이 아닌 것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시대, 우리사회, 우리민족의 강.
 그 한강에는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땀과 눈물과 피울음이 섞여서 같이 흘러가는 것임을 절절하게 느끼면서 한강에 빠져지낸 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의 첫 장을 펴든 것은 기차 의자와 객차사이 바닥에 앉아서 였다.
 고향을 등지고 야간 완행열차에 겨우 비집고 서울로 향하는 유일민 형제와 천두만 사이에 끼여 앉은 형국으로 그렇게 한강을 읽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8년이 지났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굶는날이 많아지자 사람많고 일많은 서울이 날품팔이를 하더라도 낫겠지 싶어 가족을 두고 집을 나선 천두만이기도 하고, 어짜든둥 배워야 한다고 이를 옹구려무는 엄마의 손을 놓고 설운 걸음을 떼는 일민 형제기도 하다.
 어디 그들 뿐이랴!
 인생의 막다른 곳에서 새꿈을 꾸려고 간호원이 되어 독일에간 김광자이기도 하고, 공장으로 차장으로 맥주홀로 옮겨가다 기치촌 골방에서 죽어간 나복녀이기도 하고, 잘나가는 아버지 덕에 한껏 멋을 내고 센치한 감성과 시원시원한 성품을 가진 멋진 여성 강숙자이기도 하고, 살아남기위해 비열한 짓도 서슴치 않는 이경열 기자이기도 하고, 고시패스만이 지상의 목표고 하늘로 오르는 줄 사다리기임에 그 사다리를 타기위해 몸부림치는 이규백, 김선오이기도 하다.
 어지로울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이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또다른 자신의 모습이고 모두 주인공인 한강속의 그 시절을 살아왔다.
 독립과 이념을 지나 배고픔이 주는 원초적 갈망과 번번한 좌절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산다는 것보다 죽음을 택하는 것이 더 쉬울거 같은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내가 몸으로 부대끼고 살아내야할 내 삶이 한강속 모든 사람들의 삶인 것이다.
 바로 나, 내가 살아갈 세상이 거기 있었다.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현실로서의 내 삶의 다른 모습이 다양하게 거기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도서관에 앉아서 읽던 박정희 위인전이며, 교과서에서 달달 외우던 현대사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처음 알았을 때도,  세상에 대한 냉소는 덜 했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양반이었던 사람은 계속 양반으로 남고, 식민치하에서 기득권은 해방된 나라에서도 여전히 기득권이고, 지금까지도 거의 그러하고, 교과서에 실린 많은 작가 시인들이 친일 문학인 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현대사의 여러 질곡에도 여전히 지식인으로 대우 받는 세상이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론 무서웠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반복하여 보여주는 순환의 고리가 무섭기 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상징된 젊은 여성, 강금실 법무장관을 받아드리고 곤혹스럽게 집단 항변하는 수 많은 김선오 검사들의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현실임에 위안을 삼는다. 구속되는 또다른 박준서를 보면서 다시는 강기수나 남재구 같은 인간이 권력의 핵심에 살아남지 않은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희망을 건진다.
 천상 농사꾼인 천두만이 땅을 가져 농사꾼으로 돌아갈 수 있었듯이 연좌제의 사슬을 끊고 유일표 형제도 당당히 자신의 재능을 펴고 살아갈 그런날도 머지않았음을 꿈꾸어 본다.

 아직 우리의 작가는 화약 내음이 남아있는 광주로, 오늘의 우리 있기까지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성지가 되어버린 광주로 우리를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마무리를 보여 줬는데...
 그의 시선을 따라 아리랑 한의 고개를 넘어왔고, 저 험준한 백아산, 태백산맥을 넘었으며, 유장한 강물을 따라 걸어 왔으니 다시 기차에 올라, 광주 그곳으로 가려 한다.
 승자의 기록인 역사를 패자들의 삶과 기록으로 아우르며, 그 시절을 사는 사람들의 진한 피내음 속에도 희망을 건져 올리는 혜안을 작가는 갖고있다.
 그의 시선에 동승한 나의 걸음은 더욱 깊어지고 시선은 더욱 아득하게 넓어지리라.
 가치관이 흔들리는 혼돈의 시대에 작가의 역량과 책무를 가슴 서늘하게 흠모하면서 내 가슴에도 유장한 물 굽이의 강물이 흘러가기를 기대 해본다.
 가슴을 지나온 강물이 머리로 손끝으로 퍼져 저 까마득히 먼 바다에 닿기를.
 우리의 한강물이 대륙들의 먼지도 정갈하게 씻어 주기를.
 그렇게 강물은 흘러 가기를...



  2003. 3. 17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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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애지시선 28
정군칠 지음 / 애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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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상여                             

                       정군칠

  외따로 난 산길

  나비 날개를 어깨에 멘 개미들 간다 

  죽어서 맴돌기를 멈춘 나비

  오색무늬 제 몸이 만장이 된다

                 시집 [물집 (애지)]중에서

시인은 제주 중문에서 태어났으며 1998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목한계선]이 있으며 [제주작가회의]회원으로 활동하고있다.

 

  오늘, 삼일만에 등산로가 개방된 한라산에 다녀왔습니다.
  며칠동안 눈이 내린 한라산은 그 색깔로도 그 장엄함으로도 범접하기 어려운 신성한 경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길은 외줄기, 일행이어도 일행이 아니어도 산을 오르는 모두는 같은 속도로 같은 보폭으로 앞사람을 따랐습니다.
  잠시만 방심하여 길을 벗어나거나 미끄러지면 허리까지 눈 속으로 파묻히게되는 상황,
  천천히 천천히 산이 허락하는만큼, 길이 허락하는만큼만 산에 잠시 머물다 왔습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피난민처럼 컵라면 하나 먹고 내려왔습니다.
  마치 컵라면 먹으러 올라간 듯, 남은 여정 2.3km 표지판 앞에 숫눈길을 일별하고 훠이훠이 내려왔습니다.
  다시 일렬의 긴 행렬을 따라서.
  몇 번의 발걸음에도 아직 백록담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
  맨 앞에서 길을 만들어간 이의 고단함이 없었다면 오늘 산은 그마저도 허락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에게 감사를.......

  나무들 사이로  행렬을 따르며 걷는 동안, 버스에서 읽은 짧은 시 [나비 상여]가 내내 떠올랐습니다.
  '나비 날개를 어깨에 멘 개미들' 같은 행렬이 불러온 생각이었겠지요.
  시는 그렇게  제게 가까워지곤합니다.
  제주로 오면서 제주 시인의 집을 가져온 건 참 잘한일입니다.
  이제 시집 속 지명에도 익숙해져, 더 잘읽힙니다.  

   내일은 모슬포로 옮겨갑니다.
  [물집] 에는 많은 모슬포가 보이게도 보이지 않게도있습니다.
  왜 많은 모슬포가 있는지 답이 될 한편을 남겨놓고 갑니다.
  모슬포에서도 컴을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시 소식 띄우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이천구년 십이월 이십일일 서귀포에서 산이가 보냅니다.

 

  우회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들 

                                                             정군칠

 
  채 여물지 못한 달빛이 모슬포 골목마다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은 칠월 칠석

  길의 끝에서 혹은 시작되는 곳에서 
  덩굴손이 깍지 끼어 부여잡은 푯말 하나 
  백조일손묘역 3.3km
  양민학살터 3.8km
  동서남북 불어온 바람이 달빛에 부서지다 다시 돌아와 
  그 언저리를 서성거린다

  빛이 보이는 부분을 오늘이라, 하면 
  희미한 윤곽만으로 모양새를 갖춘 삭은, 어제였나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육십갑자의 끄트머리 
  어둠 속 내버려진 영혼들이 웅크려 있다
  남루한 형색의 눈이 퀭한 사내들
  우회도로도 없는 흙먼짓길을
  겉옷 하나 달랑 걸쳐 입은 몸으로 
  맨발 끌며 또 끌었으리 

  오작교도 없었던 반백년의 시간 동안
  내버려진 채 웅크린 그들의 그림자는 어디,   
  오늘 같은 날 달이 만든 내 그림자를 보며 
  달의 뒤편을 생각하는 것은 서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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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9
황동규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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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 중에서
시인은 1938년 평안남도 숙천 출생.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어떤 개인 날] [평균률] [삼남에 내리는 눈] [비가] [풍장]
[몰운대 행]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다] [꽃의 고요] [겨울밤 0시 5분]등 다수.
한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다수 수상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울게 한
바로 그 시입니다. 기억나시는지요?

12월입니다.
사소함으로 곁에 있는 이를 아프게 한 것은 없는지,
마음 다해 사랑했는지, 삶의 순간 순간을 치열하게 살았는지
돌아보아도 좋을 시간.... 사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 곁 가까운 이에게 카드라도 한 장 챙겨보십시오.
소소한 안부도 즐거운 편지일 12월이니까...^_^
2009년의 마지막 한 달, 따뜻하게 마무리 하시길.

시를 고를 때 가지고 있는 시집으로 하는 것을 나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삼남에 내리는 눈]은 없네요.
출처는 안도현의 내가 사랑한 시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에서가 정확한 표기지요.
보니까 황동규 시인의 시의집이 한 권도 없어서 뜨끔했어요. ㅎ~
왜 여태....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ㅠㅠ
시인의 프로필을 찾다가 [즐거운 편지]가 그의 등단작품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네요.
편지를 쓰다보니 공부 되는 거, 너무 많네요. ㅎ~
바쁜 12월...^^
무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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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色 시작시인선 42
정진규 지음 / 천년의시작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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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놋수저

                           정진규

   어머니 쓰시던 놋수저 한 벌을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의 고봉밥에 오늘도 놋수저를 꽂는다 제삿날 메올리는 삽시 揷匙가 아니다 어머니의 고봉밥을 어머니의 놋수저로 내가 먹는다 혼령의 밥을 내가 먹는다 어머니는 오늘도 내 밥이시다 죽이 아니라 밥이시다 어머니 가신 뒤 늘 배가 고팠다 그럴때마다 어머니의 고봉밥에 놋수저를 꽂았다

                      시집 [본색 本色] 중에서
시인은 1939년 경기 안성 출생.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마른 수수깡의 平和]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매달려있음의 세상]
[비어있음의 충만을 위하여]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몸詩] [알詩] [도둑이 다녀가셨다] [本色] [껍질] 등 다수.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현대시학 작품상. 공초문학상등 다수 수상.

놋수저는 읽을 때마다 새롭게 가슴 서늘해지는 시입니다.  

저 뿐 아니라 어머니가 부재중인 모든 분들 크게 공감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아득하게 허기질 때  

김 모락모락한 한 그릇의 고봉밥입니다.

눈물겹도록 그리운 밥입니다.

오늘 그대가 먹은 한 끼....... 어머니이십니다.
우리는 늘 그 마음으로 당신의 밥상을 차리겠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사
'밥은 먹고 다니는지'
부모님께, 가족에게, 고마운 이에게, 애틋한 이에게
인사 건네는 2009년 12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런 편지를 화장실에 걸었습니다. 

"산이야! 왜 이렇게 슬픈 시를 걸었어?"
"12월 이잖아. 주변, 가까운 이를 돌아보았음해서... 그리고 나 없을 거잖아. 슬프면 그리울 거잖아."
답으로 두 대 얻어맞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 화장실엔 들어가지 말아야지. 슬퍼지니깐" 
가슴이 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긴 휴가를 떠나왔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후훗~!!!
그래요.
여기는 서귀포....... 입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오늘,  눈이 펄펄 쏟아지는 바당길을  걷고 친구들은 돌아갔습니다.
그 친구들,  이 힘으로 일년을 아니 더 길게... 견디지 싶습니다.
4박5일동안 70킬로쯤 걸었을 텐데 지친 구석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지난 밤에 된통 체해서 두 사람을 걱정시켰지요.
물론 지금은 괜찮아요^^
서귀포에는 종일 눈이 오락가락했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다 햇빛이 또 그렇게 쏟아지다 변덕쟁이입니다.
그렇게 길 위에 있습니다.
제 마음도 변덕을 부리면서....^^
갑자기 인터넷 연결선이 끊어지는 바람에  떠난다는 인사도 못드리고 왔는데
다행히 여기서 염장 인사 드립니다.
이제 오일이 지나갔을 뿐입니다.
남은 날은 아직도....... 많습니다.
히~~ 바쁜 12월, 건강하게 보내고 계시길요.
어쩌면 또 쓸지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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