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무렵
정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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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정양

  

  삼시랑한티 빌고 터주때감한티 빌고 조왕님한티 빌고

조상님한티 부처님한티 예수님한티 달한티 별한티 빌고

장독대여다 당산나무여다 바위떵어리여다 빌고, 아무리

어느 구루메 비 올찌 몰른다지만 개 오줌 깔기디끼

흔 바지 좆 내밀디끼 그러케 아무 디나 아무한티나

비러대덜 마러. 머슴사리 슥 삼 년에 나도 엥간치 비니라고

비러봐찌만 소워니라는 거시 빌먼 빌수록 걸레쪽가치

너덜너덜혀지능 거시여 빌면 빌수록 비는 몸만

불쌍혀지더라고

  오너른 또 새해랍시고 맴마던 해한티 빌러덜 가니라고

저날리더링개빈디, 나리면 날마닥 지푸레 뜨다가 져따가

허는 해가 알면 뭐슬 안당가 알량헌 소원 조깨 비니라고

괴얀시리 품 베리지덜 말고 넘덜 빌러 간 새예 해사 뜨거나

말거나 집구석서그서 그지시나 한방 감쪽가치 마시께 허고

암시랑토 앙케 댐배나 한 대 꼬나무름시나 언징가는 나도

팔자가 좀 피여서 쥔 노릇 좀 허게 될랑가 몰르거따고

하널도 나도 모르게 한숨 서꺼 버무려보능 거시 그게

진짜 소워닝 거시여


             시집 [철들 무렵] 중에서

정양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당선되어 등단했다.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시집 [까마귀떼]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

[철들 무렵] 등과  시화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 평론집 [판소리 더늠의 시학],

옮긴 책으로는 [한국 리얼리즘 한시의 이해][두보 시의 이해]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 문학창작과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읽을 때마다 웃음이 실실 새나오는 시입니다.

시는 이래저래 어째야한다는 우리 안에 관념을 통쾌하게 부셔버리는 경험, 상큼합니다.

시가 감칠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죽을똥 살똥 빌면서 달려가는 소원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통념이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희망은 크고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지금 떼어 놓은 한 걸음에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 2010년.......

일상 안에서, 가까운 곳에서

작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에게서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는 희망의 일 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해가 뜨지 않을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요.

그래도 우리는 커피를 챙기고 어두운 길을 걸어 바다로 왔어요.

밤새 조업을 마친 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멀건히 보고 종이 컵에 커피를 홀짝이며 

오는 길에 동행이 되어버려서  

우리가 일출 포인트로 숨겨 놓은 지점까지 따라온 객의 취조에 

뜨문뜨문 대답도 하고  바람에 최대한 몸을 수그리고

그렇게 오래 오래 아침이 오는 바다에 있었지요.

꼭 해를 기다린 것은 아니예요.

그런 제주 바다는 나빠요.

우리를 그저 멍 때리게 만들어요.

저기 성산포, 제주 바다는 진짜 나빠요.

해가 뜨지 않을지 뻔히 아는데도 달콤한 아침 잠을,

따뜻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이 거친 바람 속에 

가장 불쌍한 포즈로 앉아 있게 만들었어요.

바다만 보느라 정신 없던 갈매기가 그런 우리를 보았다면 

깃털이라도 앞에 놓인 종이 컵에 주었을 거예요.

아, 아, 쩌어기!!  

제주 바다는 진짜 진짜 나빠요. 

그날 아침이 12월 30일, 떠나오는 날이었는데 벌써 무지무지 그립게해요.

'나리면 날마닥 지푸레 뜨다가 져따가 허는 해가 알면 뭐슬 안당가'

그래요.

해돋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해는 이미 우리 안에 떠오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냥,

제주 바다는 나빠요.

그렇게 저는 여행의 17일째 아침을 바다에서,

나아쁜 제주 바다에서 맞았답니다.

벌써 그립고도 그리운 과거형.

다시 짐을 꾸리고 싶어지는 새벽...

다들 안녕하신지...

안부를 여쭙니다.

새해엔 모두의 가슴 안에 환한 해가 떠오르길 기원합니다.

많이 춥습니다.

마음은 부디 따뜻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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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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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인


 모진 비바람에

 마침내 꽃이 누웠다


 밤내 신열에 떠 있다가

 나도 푸석한 얼굴로 일어나

 들창을 미느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중에서

                김사인 시인은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1982년 [시와 경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신동엽창작기금, 현대문학상을 수상 했고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여기서 ‘꽃’은 ‘엄마’이겠지요.

밤새 앓고 겨우 일어난 꽃의 “살아야지”는

그녀가 누구든 내 자신이듯 우리를 찡하게 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 모성에 기대여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어 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고된 노동에 밤새 시달린 몸, 끙~~일으키는 그 마음으로  

우리는 당신의 소박한 밥상을 준비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합니다.



다시 먼 길 가야할 2010년.

모성으로 차린 따순 밥,

당신이 뜨는 것은 밥이 아니고 福입니다. 

 福, 福 맛있게 드시고 기운 내서

소망에 가까이 가는 멋진 한 해 되십시오. 

 



김사인의 '꽃'을 떠올릴 때, 어쩐지 연결 되는 꽃들이 있습니다.

거친 바람 속에 키를 낮추고 제 모습과 향을 간직한  

감국, 산국, 구절초.

강인한 생명력이 떠올라서겠지요. 

우리 어머니들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은

제가 주로 책을 구매하는 사이트 [알라딘]에서  

이미 구매한 목록으로 주루룩 뜨는 책중의 시집 한 권입니다. 

주로 책을 선물로 고르는 편이고

시집도 빼놓지 않습니다.

특히 책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이에게 선물할 때  

시집을 선택합니다.

고마워서라도 한 편 쯤은 쉽게 펴 볼 것이고  

그 한 편이 마음에 들면 또 다른 한  편을...

그렇게 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길 바란다는 카드도 잊지 않고 준비합니다.

제 목적은 거의 성공하지요. ㅋㅋ

시 한 편 , 책 한 권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지만 읽는 동안 

 모난 마음 결이 둥글해지고 

사유가 넉넉해졌음 좋겠다는 제 바램을 받아들이는 거 같습니다.

이번 '꽃'을 읽는 제 동료들 중에도 

스스로 뿌듯해지는 이, 몇 있을 거예요. 

[가만히 좋아하는] 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시들이 많습니다.

'노숙' '풍경의 깊이' '봄밤' '여름날' '때늦은 사랑' '봄바다'  

'코스모스' '부시, 바쁜' '강으로 가서 꽃이여'등등

좋은 시인의 집을 만나는 일은 행복합니다.

자꾸 자꾸 읽어도 좋아서 행복하고

선물을 고를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거듭 행복합니다.

아직,

안 만나 보셨나요???

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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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촛불 애지시선 24
복효근 지음 / 애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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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시집 [마늘촛불](도서출판 애지) 중에서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시집으로[당신이 슬플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 시선집[어느 대나무의 고백] 
 

 

 

섬,
섬....... 이처럼 그리움 물컹물컹해지는 단어도 만나기 쉽지 않겠지요.
섬.
우리는 모두 섬입니다.
아픔에 밤새 파도 뒤척여도 보고, 사는 회한에 떠밀려 격랑의 폭풍우도 만나지만
고요하게 햇살 잘게 부수며 일렁이는 매일의 일상에 충실한 섬, 섬, 섬들.
하지만 우리는 늘 떠남을 꿈꾸고 더욱 더 멀고 아득한 다른 섬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그리워하는 것, 꿈꾸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 ‘풍란 매운 향기’ 여기까지 가득합니다.
당신의 옆구리께 절벽에서 떠나온 향기인 듯싶습니다.^^
삶은 고단해도 생의 바다에 떠있는 한 점 위안의 섬.
바로 그대가 섬입니다.
우리들의, 우리들 자신의 섬입니다.
부디 꿈꾸기를 멈추지마십시오.  

 

  

명작

지리산 자락에
백로 한 마리 가로질러 날아간다

산이 푸르니
새 더욱 희다*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저 필생의 한 획

누구의 그림인가, 시인가
내가 그만 낙관을 눌러버리고도 싶었으나

낙관이 없어서, 서명이 없어서
더욱 명작인,

*두보의 絶句 가운데 한 문장 ‘江碧鳥逾碧’ 에서 빌려옴. 

 

 

 

[마늘촛불] 참 좋아요.

이런 시집을 백만 번쯤 읽으면 저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백만 번 읽어서 그래진다면 이백만 번 읽어도 좋을 텐데요.

시의 편, 편들이 무릎 꿇게해요.

겸손한 서정이 가난한 제 영혼을 배부르게 만들어 준다는 걸 시인께서 아실까요.

이런 시집을 생일 선물로 받은 *미는 좋을 거예요. 그치요.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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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
김남조 지음 / 도서출판 시월 / 2009년 2월
절판


주문한 적이 없는 택배가 도착했다.
무슨 착오일까?
시월 출판에 전화를 걸어본다. (031- 955- 0084~5)
박건한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란다.
세상에....... 선물이라니.
살면서 별로 착한 일한 기억도 없는데.
거기다 김남조시선집이라니.......
꺄약~~~ 좋아라!!!
마구마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싶었다.

앗싸~~~!
빠알간 증정 도장에
‘여사’ 라는 호칭이 좀 거시기해도 선생님의 자필 사인까지
고맙습니다.
손세실리아 선생님^^
시월의 박건한 선생님
김남조 선생님
특별할 것 없는 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생일 선물 주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차카게 살겠습니다" ^^


詩를 생각해 온 일에서 이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고도 하겠건만 그래도 새로 한 편의 시를 이루려 하면 매번 겪는 그대로 눈 앞이 깜깜해지는 스스로의 무력을 곱씹을 밖에 없고, 마치도 전혀 시를 써 본 일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내가 서툴게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겨우 바늘 끝만한 빛이 솟아준다한들 이 작고 어둑한 빛둘레를 좇아 어차피 나의 시간 동안 몇 번이라도 시의 미혹과 그 고뇌를 내 몸에 담을 줄로 믿는 외엔 내 작품들과 관련하여 할 말이 따로 없다.

...(중략)

살아갈수록 나는 말이 줄어든다. 말의 어설픔을 조금씩 더 알아가는 탓일까. 또한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겨질 말은 무엇이랴, 생각해볼 때도 있다.

水量이 적은 우물이 되더라도 참으로 나 나름으로서의 말의 진실을 다하고저 한다.

이런 서문으로 시작되는 71년도 7권 합본 시집이 닳고 낡은 채로 내게 있다.

‘1982. 1.8. 금. 22: 30 명숙언니가 사줬어. 떠나는 것......’ 이런 메모를 하고.

이 시집 속의 많은 시들이 편지를 통해 주변으로 흘러갔다.
특히
[너에게]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候鳥] [종이학]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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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삶의 시선 17
송경동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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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송경동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장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송경동 시집 <꿀잠 (삶이 보이는 창)>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보는 하늘이 저랬다.
잠이 묻어있는 눈이 확 떠지게 맑고 푸른하늘.
(실지로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서 바라보는 창 쪽 젊은 감나무랑 하늘이다. )
세상의 모든 독성도 치유할 것 같은 순결한 깨끗함이 이럴까?
정갈한 기운이 순하게 순하게 가득찬다.
세상의 햇살 받은 감나무 이파리가 얼마나 눈부신지 오래 볼 수가 없다.
그러다 순간, '우리 오늘 죽었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에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랍다.
이런~! 이 정도면 중증의 직업병에 가깝다 싶어서 씁쓸하다.
날씨 좋은 날의 휴일,
가게에 얼마나 손님이 많을지는 서당개 삼년의 짐작으로도 어렵지 않은 일.......
 
평소 우리들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꿀잠"의 "꿀잠"을 자는 시간을 조금씩 갖는다.
오늘은 '꿀잠'은 커녕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밥 한 숟가락 들라치면 손님이 오고 가고,
그렇게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날 것이다.
다른 사람들 밥을 열심히 나르다 보면
우리들 등은 휘고 배가 고파서 씩씩대다가 끝이 날 오늘,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그립겠다.


그래도 아흐,
하늘은 시린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다.
언니네 집, 담 벼락의 늙은 감나무도 눈부시다.
거기 놓인 평상에 누워
잠깐 "꿀잠"에 빠져도 좋으리.
하여 
이 하늘 아래,
저 늙은 감나무 아래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금,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부단한 순간순간을 보내는 것을.
그리고
"꿀잠"의 그 맛을 아는 동시대 시인을 가졌으니 어이 아니 행복하랴.
"꿀잠"의 그 맛을 아는 그대,
아니 그러한가~!
^_^" 
  

2006. 5. 8.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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