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네의 가치관은 '부리와 모이의 크기를 반지름으로 한 원의 크기' 


“참다운 지식인은 정치 밖에 서 있을 수 없다.” 

- 김학준, <러시아 혁명사> 


5.18 현장에서 제가 느낀 게 이것 “정치 바깥에 서 있을 수 없다”였습니다. 김정환 시인이 썼던 표현인데,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다”라는 말을 뼈 속까지 느꼈다고나 할까요? 


저는 518 현장에서, 카파는 쓰러져가는 소수를 살리는 일에 열정을 쏟은 게 아니라 전쟁이라는, 인간 사회의 뿌리 깊은 패악의 근원을 없애는 일에 도전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래서 글을 쓰는 자는 자기 공동체의 미래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학이고, 그것이 작가의 존재 의의이다,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계몽성의 발견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18쪽) 



자기 시대를 껴안고 공동체와 더불어 뒹굴고 이웃과 연대하고 노래를 앞장 서 부르는 것이 굉장히 뜨겁고 아름다운 가치이지만, 그것을 절대화, 혹은 신념화 하다보면 생산적 회의를 놓쳐버리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생각 또한 바뀌게 됩니다. 


이제 문학은 존재의 저 뒤쪽 어디에 있는 것들을 명명하는 것이고, 작가는 무슨 가치를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세계의 무엇을 명명하는 자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쪽) 


왜 미쳐도 문학은 안 될까? 하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후유증을 겪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일부러 가정을 버렸다고 울면서 후회하는 것도 봤습니다. 김수영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시는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가슴만 달구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은 미쳐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뜻합니다. .........문학에 미치라는 말의 참뜻은 어쩌면 상식을 깨뜨릴 만큼 방탕한 시간을 보내라는 말이 아니라 입에서 쏟아내는 모든 언어가 숭고해 보일 만큼 설득력 있는 삶을 살라는 말로 해석되어야 옳은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9쪽) 



다시 말하지만 오직 사실만, 오직 상상력만, 오직 주제의식만 생각하는 것은 문학에서 굉장히 피곤한 우상숭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직접체험, 간접체험, 지식, 사상, 공상, 역사.....그 어떤 것도 금기해야 될 것은 없습니다. (31) 


시를 백 편을 쓰면 그 중에 다섯 편쯤은 명시가 나오겠거니, 혹은 소설을 스무 편쯤 쓰면 그 중에 두 편쯤 명작이 나오겠거니, 하고 편수를 늘려가는 것은 날아가는 새들을 향해 돌팔매를 백번 쯤 하면 한 두 마리쯤 맞아서 떨어지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합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오직 당면해 있는 작품을 잘 쓰는 길만이 그 다음 작품도 잘 쓸 가능성을 여는 것이니 나는 단 한편의 작품도 명작이 아니면 탈고시키지 않겠다, 이렇게요. 다시 김수영의 말을 빌리면, 실패작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태작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함부로 쏜 화살에 어떤 새가 떨어집니까? (34) 


상당수의 작가들이 사실은 이렇게 외롭게 태어납니다. 헌데 이런 과정을 겪는 분들에게 흔한 오류가 무엇인가 하면 ‘주목받으려는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작품도 사회적 소통양식의 하나이기 때문에 누군가 읽어 주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얼마나 외롭습니까? 그래서 관중의식에 빠지다보면, 베스트셀러를 숭배하고 많이 팔리는 길을 섬기며, 독자의 눈에 먼저 띄는 것을 밝히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문학수업의 최대의 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4) 


문학적 지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하나는 순수이론 영역입니다. 문학원론에서 시작하여 시론 소설론 운율론 문체론 같은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광활한 영역에서 매년 수많은 박사를 배출하는 것으로 봐서 내용이 간단하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공부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드시 필요한 공부로서 문학사도 있습니다. .......동시대를 함께 걸으면서 창작의 밀실까지 따라 들어오는, 창작현실에 직접 관여하는 이론 영역도 있습니다. 이게 평론이라는 장르입니다. ....당연히 비평과 소통하고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데, 난처한 것은 비평에도 수많은 견해와 다양한 노선들이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공부도 한 평생 걸릴 만큼 방대하다는 겁니다. 


헌데 그런 공부가 다가 아닙니다. 다른 한쪽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영역이 있는데, 세계관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입니다....당연히 세계를 통찰하는 능력이 결여된 감정은 문학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표현역량을 갖추어야 그걸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창작 방법의 문제인데, 이게 간단해 보여도 문예사조를 통해서 흘러온 다양한 시행착오와 성숙과 축적들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납니다. 나아가 우리 동시대의 작가들이 터득한, 아직 전파되지 않은 방법들은 또 얼마나 많을는지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가하면 창작조건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38)



그래서 역사적 과도기의 작가들 중에는 공부만 하다가 글은 못 쓰고 마는 사례도 없지 않았습니다. ...박영희 시인이 그런 말을 남기지요.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 

(39) 


저는 이럴 때는 조금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계가 총체적이면 극복도 총체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갗춰야하면 모든 것을 다 갖추려는 삶을 ‘그냥 사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고로 가치관의 정립이 핵심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문학적 창작적 작가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오늘 제가 주장하려는 바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가치관이 얻어지는 가요? 문학과 창작과 작가에다 ‘나’라는 존재를 덧칠해보세요. 나 더하기 문학, 나 더하기 창작, 나 더하기 작가, 이를 줄여서 문학관, 창작관, 작가관이라 하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죽은 고래는 아무리 커도 물살이 흐르는 대로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송사리는 아무리 작아도 물살을 거슬러서 오를 줄 안다”입니다.......모두 이론의 대가가 되고 문학사의 대가가 되고 비평의 대가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세계관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를 끝없이 극복해 가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문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사는 것, 이것이 문학수업의 왕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1) 


고독을 견디는 것, 외로움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제 절반은 해결이 된 셈입니다. 외롭고 지치고 속상한 것을 끝없이 존재의 위엄으로 극복하면서 맟치 배가 물살을 가르듯이 도도한 세상을 조금씩 흔들리면서 그냥 헤치고 가르는 방법 외에는 문학의 길이 없는 게 아닌 가 생각합니다. (41)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가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 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사실은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이렇게 혼자 제자리에서 빛날 줄 알면 이제 그 사람의 생을 통해서 문학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43) 


문학적 삶의 고독을 극복한다고 해서 오직 혼자서만 내공을 쌓으려 하는 건 무모합니다. 스님들이 참선할 때도 도는 혼자 닦지만 지내기는 도반들과 함께 합니다. 문학수업을 하면서 아주 중요한 것이 창작적 에너지가 증폭되는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지나가는 흔적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길이 됩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시를 (김수영, <푸른하늘>) 읽을 때면 매번 러시아의 저술가 일리인이 쓴 <인간의 역사>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는 인간의 역사를 쓰면서 ‘사람’이 ‘인간’으로 변모해 오는 궤적을 설명하기 위해 ‘거인’이라는 화두를 꺼내드는데, 그가 유독 사람 앞에 클 ‘거’자를 붙여서 부르고자 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존재는 모두 유한하고, 목숨은 모두 운명처럼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지구에는 그런 한계를 끝없이 뛰어 넘는, 아주 거대한 생명 능력을 소유한 종이 있어요. 인간입니다. 일리인은 인간이 바로 그렇게 사는 이미지를 거인이라는 말로 형상화하려 했습니다. 


인식의 도구들 ; 진선미, (이성 및 과학, 종교, 미) 


....작가 위화가 서울에 와서 강연을 하는 걸 들었어요. 이렇게 말하데요. “문학은 헤어진 후에도 서로 사랑하게 합니다.” ......그래서 문학이란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지요. 여기에 가장 일반화된 답변은 인간학이라는 것인데, 보통 인간학이라고 하면 의학도 인간학이다, 생물학도 인간학이다, 언어학도 인간학이다 말합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몸 속 어딘가에 구멍이 생기고 꼭 그 구멍의 크기만큼 커지는 그리움. 아아, 아무리 다가가도 일정치 않은 사랑의 각도여, 사랑은 균형인가, 불을 향해 길 떠나는 긴 그림자여 목숨보다 먼저 우리를 끌어당기는 저 아득한 불빛들의 속삭임 


- 이영진, <하루살이> 부분 


하루살이는 태양이 사라지면 몸이 기울어져서 균형을 잡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작은 빛이라도 발견되면 정신을 잃고 다가가요. 가까이 가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빛에 접근하는데 끝내 균형을 얻지 못하고 타죽고 마는 것입니다. 멈출 수 없어요. 왜냐하면 존재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끌려가는 셈인 거죠. 


문학은 인간학이다, 인간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어떻게 다루느냐? 인간형 탐구로, 성격 창조로 다루는 것입니다. 여기서 ‘성격’이라는 말은 무엇이냐면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과 달리 인간유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표현 그대로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지금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게 놓여 있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꿈을 얻거나 이런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지 않으면 성격 창조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래서 삶의 시간들이 계속 솟구쳐 나오는 한 문학의 길은 마르지 않고 계속 솟구쳐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놀라운 측면은 글 쓰는 행위 안에 세계를 인식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말로 설명할 때 그것의 맥락을 발견하게 되고, 글로 표현할 때 더 명료하게 아주 현장 검증을 하듯이 이해하게 됩니다. 


<어느 안내양의 수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한 방울 똑 떨어뜨린 사람은 누구나 안내양에게 동화된 사람입니다. 독자가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작가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그 뜻에 온몸으로 공감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에요. 문학의 사회적 작용의 강력한 힘이 행사되어 버린 지점, 글쓴이의 생각과 독자의 이상이 결합해버린 지점, 이렇게 해서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느 곳까지 나의 글이 떠돌아다니며 내가 할 수 없었던 역할을 합니다. 이를 문학의 사회적 작용이라 하면 말이 되겠는지요? 어떻습니까? 글쓰기가 고단해도 한 번 해볼만한 일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 김용택, <섬진강3> 


과학의 언어는 개념적인 언어이고 예술의 언어는 형상적인 언어입니다. 과학의 언어는 성격을 배제시킨 언어이고, 예술의 언어는 성격을 품고 있는 언어입니다. 과학의 언어는 해석에 사용되는 언어이고, 예술의 언어는 창조에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과학의 언어는 통계와 보편을 다루되, 통계, 수치 같은 데이터를 제공해서 지식을 주고 설득을 목표로 합니다. 예술의 언어는 감정을 담아서 개별적이고 특수한 존재들의 삶을 통해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형상적인 사유를 잘하고 형상적인 언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고, 개념화를 잘 시키고 보편, 추상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잘 포착하는 사람이 과학 쪽으로 재능있는 사람입니다. 


형상이란 ‘바깥으로 드러난 모양’을 말하죠? 언어라는 게 이미 ‘추상’인데 그 어디에 형상의 자리가 있을까 하는 문제예요. 이때 주의할 것은 형상의 반대편에 있는 게 ‘추상’이 아니라 ‘개념’이라는 겁니다. 


머드는 그저 시뮬라크르일 뿐이다. 머드가 인생이라면 바둑도 인생이고 축구도 인생이고 골프도 인생이다. 비유하자면 무엇에도 비유할 수 있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머드가 아무리 인생을 닮아간다 해도 끝내 닮지 못할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불가해함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머드는 누구나 며칠만 해보면 그 룰을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게임 제작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해하는 데 십여 년이 걸리는 게임을 누가 프로그램 하겠는가? 우리 인생에는 평생이 걸려도 납득하지 못할 부조리가 널려 있으며 또한 열 번의 생을 거듭해도 이해하지 못할 신비로움이 숨어 있다. 


- 김영하, <흔들림과 집, 나의 소설쓰기2>, 우리 문학이 가지 않은 길 



즉 삶의 관찰하는 형식이 바로 서정적 방식이냐 서사적 방식이냐를 가른다는 거죠. .....삶에서 감응하는 감동의 형식이 장르의 차이를 만든 거예요. 대체적으로 문학의 장르는 크게 세 가지로 형태로 구별됩니다. 서정적 양식, 서사적 양식, 극적 양식. 


시란, 운문의 한 형태요, 서정시 서사시 극시가 있다고 나와요. 내가 궁금해 하는 게 서정시일 테니 그쪽을 펼쳐봤어요. 서정시란, 서정을 위주로 한 시라고 나와요. 이런, 그래서 다시 서정을 찾게 된 거예요. ‘객관 세계에 의하여 환기된 주관적인 감정’이라 해설됩니다. 


서사적 방식이란, 단일한 상황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끝없이 변화 발전하는 상황을 연결시켰을 때에만 통하는 전달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서사의 핵심은 우여곡절이에요. 세상사의 곡절들을 잘 읽고 그리는, 또 그것에 실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 서사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서사에서는 이야기 얽음새가 중요하겠죠. 구성의 문제가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작가 박경리는 <토지>이전에는 길상이를 좋아했으나 <토지>를 쓰고 난 결과로 주갑이를 더 좋아하게 된 겁니다. 이게 우리가 서사를 통해 배우게 되는 일들이에요. 그럼, 이런 서사는 어디에 사용되는 것이냐? 역시 밀란 쿤데라는 서사문학의 본질을 “인간 성격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하지 않은 작품은 부도덕한 작품”이라고 말해요. .......밀란쿤데라는 시를 “저 뒤쪽 어디에서”오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어느 날 불쑥, 존재의 저 뒤쪽 어디에서 치솟아오는 것, 서정적 방식에 의한 것은 역시 감정 표출이 핵심입니다. 


그래도 김성동의 소설에서 읽은 것만은 확실해요. 내용인즉, 이제 막 문학을 발견한 고등학생 하나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해요. 

“운문과 산문이 어떻게 다릅니까?” 

산문이 발걸음이라면 운문은 춤이지.” 


시의 소 장르 : 만가 형식, 이야기 형식, 진술형 시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출현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장르적 계보로 따지면 고은의 적자라 할 수 있어요. 애매모호함에 가득 찬,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다루듯이 언어를 루는, 혼돈의 미광이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세계,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생명 작용을 그려낸 언어로서의 시는 고은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신동엽 시인은 1960년 대의 명문이라 할 <시인정신론>에서 ‘닭의 세계관은 부리와 모이의 크기를 반지름으로 한 원의 크기’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원근법도 하나의 인습이 제도화된 결과라는 사실을 아주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어요. 


이 창작방법의 문제가 중요해진 것은 근대인들이 작가와 작품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입니다. 그런 논란의 첫 대상에 오른 사람이 발자크예요. 발자크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소설은 진보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발자크의 정치적 보수성과 미학적 진보성’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가지고 논란이 일게 됩니다. 엥겔스가 이를 ‘방법의 승리’로 해석하면서 촉발된 논쟁이 루카치가 사용했던 유명한 논제 즉 ‘문제는 리얼리즘이다’였어요. 하여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관과 방법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 작가의 똑똑함과 작품의 그럴싸함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고전주의 – 낭만주의 – 리얼리즘 – 모더니즘 



고전주의의 토대가 규범이었다고 한다면 낭만주의의 토대는 상상입니다. 



리얼리즘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어요. 하나는 세부를 진실하게 그린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건이 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형’이라고 하는 것. 세부를 진실하게 묘사하되 전형성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생활의 본질을 깊이 있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죠. 


비판적 리얼리즘은 현실 반영에서의 구체성과 생동성, 사회적 모순과 부정에 대한 예리한 비판 정신에도 불구하고 사회 변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변혁적 전망, 즉 ‘그렇다면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하는 점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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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8-0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8-03 20:59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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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만 읽어야 할 것 같다. 대개 미쳐야 미친다(다다른다)’라고 말한다. 저자인 김형수에 따르면 문학은 미쳐도 안 된다.  가정을 버려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단다. 그래도 하겠는가? 어휴, 어디 겁나서 하겠는가? 사실 어느 분야든 기저율을 고려해 봐야한다. 문학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1000명 중에 한 명? 혹은 만 명중에 한 명? 등단했다고 해서 전업 작가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런 작가는 고작 몇 백명 정도가 아닐까?

 

그래도 난 하고 말겠어라고 한다고 해서 또 이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김형수에 따르면, 문학은 평생을 공부해도 알까 말까할 정도로 공부할 게 많다. 문학론, 시론, 소설론, 운율론, 문체론 등, 비평도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세계관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들 중에는 공부만 하다 글은 못 쓰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박영희 시인이 그랬다지.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형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죽은 고래는 아무리 커도 물살이 흐르는 대로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송사리는 아무리 작아도 물살을 거슬러서 오를 줄 안다입니다.......모두 이론의 대가가 되고 문학사의 대가가 되고 비평의 대가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세계관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를 끝없이 극복해 가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문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사는 것, 이것이 문학수업의 왕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일단은 글을 쓰면서 공부를 병행하라는 것이다. 두 가지를 병행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고독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가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 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사실은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이렇게 혼자 제자리에서 빛날 줄 알면 이제 그 사람의 생을 통해서 문학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43)

 

고독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불충분하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 영적 배움에도 도반이 있듯 문반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창작적 에너지가 증폭되는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그 외 인식의 도구들, 장르의 구분, 문예사조 등은 부수적인 가르침이다. 하루살이에 관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살이는 태양이 사라지면 몸이 기울어져서 균형을 잡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작은 빛이라도 발견되면 정신을 잃고 다가가요. 가까이 가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빛에 접근하는데 끝내 균형을 얻지 못하고 타죽고 마는 것입니다. 멈출 수 없어요. 왜냐하면 존재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끌려가는 셈인 거죠.


상상을 하면 왜 이리 웃긴지. 하루살이는 이미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작은 빛에도 속절없이 끌려가 죽음에 이른다니! 웃다가 섬찟해진다. 혹시 나도 하루살이는 아닐까?

 

태양이 없을지라도

균형을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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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가 봐요. 많이 읽던데...
근데 제목이 처음엔 좋은 것 같았는데 다시 보면 좀 으시시해요.
한적한 시골길에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거기서 살인의 추억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가로등은 뭔 죕니까?ㅋㅋ3=33=3

시이소오 2016-08-03 13:32   좋아요 0 | URL
ㅋ 듣고보니 그러네요 ㅎㅎ

2016-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4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뭇잎처럼 2016-09-0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민하던 걸 한방에 시원하게 날려주는 글이네요. 글 잘 쓰고 싶을 때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거야,라고 자책했던 마음도 홀가분해지는 기분^^

시이소오 2016-09-06 21:3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 자체로 빛나시길. 나뭇잎처럼요^^
 
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1 - 4.19 혁명에서 3선 개헌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6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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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5 부정선거 이후 시위 주체는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들이었다. 대학가에서는 418일 고대생들이 처음으로 시위에 참가했다. 오후 720분 경 유지광이 지휘하는 반공청년단과 조폭 100여명이 쇠파이프, 쇠갈고리, 몽둥이, 벽돌, 삽 등을 휘두르며 고대 학생들을 습격한다. 고대 학생 수십 명이 부상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졌으며, 그 일대는 피바다로 변한다

 

이튿날 시위대 군중의 수는 10만 명으로 불어난다. 경무대로 향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한다. 21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진다. 시위대에 박수를 치던 시민들이 시위대에 합류한다. 총성이 요란한 가운데 시위대는 20만 명으로 불어난다. 오후 3시를 기해 서울 일대에 계엄령이 선포된다. 15사단이 서울로 진주한다. 19일 하루, 사망자 수는 민간인 111, 경찰 4명이었고 부상자 수는 민간인 558, 경찰 169명이었다.



 

420일 계엄령 하에서 서울에서는 시위가 중단되었지만, 대구, 인천, 전주, 이리, 수원에서 학생 데모가 계속된다. 425일 대학 교수들마저 시위에 동참한다. 교수데모를 주도한 교수들 대부분은 철학과 역사학에 몸담고 있는 사립대학의 노교수들이었다. 다음날 426일 아침부터 쏟아져 나온 시위 군중은 10시 경 10만을 넘어선다. 경찰의 발포로 학우 전한승을 잃은 수송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국군 아저씨들, 부모 형제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오전 1030분 이승만의 하야 성명이 발표된다.


 

이승만의 하야 성명이 나오자 10대 청소년들은 파고다공원으로 달려가 이승만 동상을 파괴하고 새끼줄을 동상에 묶어 길거리로 끌고 다녔다. 4. 19 이후 희생자는 사망 186, 부상 6259명이었다. 이기붕과 박마리아 이강석은 28일 새벽 540분 경 일가 전원이 자살한다. (세상에, 몰랐는데 2011년에 이승만 동상을 다시 올렸군요) 



 

427일 허정 과도 정부가 들어선다. 615일 내각제 개헌안을 통해 양원제가 채택된다. 7. 29 총선은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민의원 재적의원 233명 중 175(75.1%), 참의원 재적 57명 중 31(53.4%)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다. 민주당은 81개 선거구에선 신구파가 동시에 출마할 정도로 신파와 구파로 갈려 무한 내분 상태였다.

 

812일 민, 참의원 합동회의는 윤보선을 제 4대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윤보선은 장면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다. 신구파의 갈등이 첨예화되자 구파는 신당 발기를 결의, 이후 신민당으로 발족한다.

 

장면은 미군측과 군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10만 감군 계획을 발표한다. 미국이 즉각 반발하자 감군 계획은 폐기된다. 910일 김종필과 김형욱 등 육사 8기생 중령 11명은 국방장관 현석호를 방문해 정군을 단행할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들은 이날 저녁 충무장이라는 음식점에서 쿠데타를 결의한다. 5.16 쿠데타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른바 충무장 결의였다.

 

미국의 대한 정책에 대한 권고를 담은 콜론 보고서59111일 미국 상원 외교분과위원회에 제출된다.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또 양심이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전부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만이 출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불원 한국 사회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나는 어째서 오늘날 한국에 대한 보고서라고 착각했을까. 콜론 보고서는 또한 군사 쿠데타를 기대하는 미국 정계 일각의 기류를 반영하기도 했다. 일본 주재 미국 대사 라이샤워는 한국을 계승할 사람은 전쟁 마당에서 자라온 새로운 젊은 군인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군 역시 부정부패가 극성을 부렸다. “별은 짚차 도둑, 말똥은 부식 도둑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고, 죽어나가는 건 사병들이었다. 휴가 나온 사병들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다. 군의 부정부패는 정부 정책의 문제기도 했다. 심지어 준장 월급만으로도 생계 유지가 어려웠다.

 

박정희 다카키 마사오 오카모토 미노루

 

박정희는 19171114일 오전 11시경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리의 금오산 자락에서 아버지 박성빈과 어머니 백남의의 5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백남의는 박정희를 낙태시키려고 온갖 민간요법을 총동원하였다고 한다. 간장 한 사발 마시기, 밀기울 끓여서 마시기, 섬돌에서 뛰어내리기, 자작더미 위에서 곤두박질치기, 수양버들강아지 뿌리 달여 먹기, 디딜방아의 머리를 배에 대고 뒤로 자빠지기, 뒷동산에 올라가 밑으로 뒹굴기 등등 해보지 않은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고. , 한 가지 방법이라도 통했더라면.

 

박정희는 긴 칼 차고 싶어서만주군관학교에 진충보국 멸사봉공이라는 혈서를 보내, 404월 만주군관학교 2기생으로 입교한다. 박정희는 444월엔 일본 육사까지 졸업한다. 박정희는 일본 육사 시절 이름을 다카키 마사오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로 개명한다. 박정희는 447월 일본 만주군 소위로 부임해 칼 차는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곧이어 해방을 맞는다. 박정희는 465월 중순 거지꼴로 고향에 돌아온다. 4개월간 무위도식하던 박정희는 94일 조선경비사관학교 제 2기생으로 입학한다. 이후 박정희의 군대생활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4881일 소령으로 승진한 박정희는 10월 여순사건이 터지자 우습게도 토벌사령부에 작전장교로 차출된다. 당시 박정희는 군부 내 남로당 우두머리였다. 숙군작업의 와중 1111일 체포된다. 해방정국에선 공산주의가 우세였다. 최상천은 이렇게 말한다.

 

박정희는 절대 대세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일생을 통해 단 한 번도 정의로운 소수에 참여하거나 동조한 적이 없었다. 사회적 약자의 편을 든 적도 없다. 대세에 편승하더라도 그냥 끼어드는 정도가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핵심부에 들어갔다......얼마 후 그는 좌익의 사회적 주도권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조선국방경비대까지 좌익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눈에는 사회주의 승리가 요지부동의 대세로 보였다.”

 

- 최상천, <알몸 박정희>

 

만주군에서 광복군으로 변신했던 박정희는 좌익으로 변신했다가 사형을 당할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박정희는 숙군 내 남로당원의 명단을 모두 털어놓고 만주군 선배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박정희의 배신으로 사관하교 중대장 시절 동료들과 생도들이 주로 처형된다. 김영수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어떤 인간으로 하여금 단순히 생존을 위해 열 번씩 자신의 신념을 버리도록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할 것이다. 특히 김창룡의 조건은 박정희가 어떤 인물을 목전에서 지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때 동지거나 친구였던 누군가에게 죽음을 선고하라는 의미였다.....그것은 이념과 친구를 함께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더 큰 대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어떤 상황에서는 최악의 생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 ”

 

김종필은 사병으로 지원 입대했다가, 탈영했다가, 몇 개월 후 교도대 졸병으로 들어갔다가 육사 8기로 들어간 별난 케이스였다. 박정희가 근무하던 육본 정보국 전투정보과에 육사 8기로 졸업한 15명의 신임 소위들이 배속된다. 이들 중 한 명이 김종필이었다.

 

김종필은 8기생 중심으로 대한음주당을 만들고 박정희를 당수로 삼아 거의 매일 막걸리를 마셨다. 박정희의 셋째 형 박상희의 큰 딸 영옥은 51, 김종필과 결혼한다. 박정희에게 현역 복귀의 절호의 기회가 왔다. 6.25가 터진 것. 박정희는 장도영에게 눈물로 호소해 육군 소령으로 복직한다. 박정희는 진급을 거듭, 55년 강원도 인제 5사단장으로 발령 받는다. 당시의 직속 상관은 3군단장 송요찬이었다. 박정희는 52, 59년 쿠데타를 기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를 노린다. 박정희는 60년 초부터 4월까지 20여회에 걸쳐 쿠데타를 위한 모임을 갖는다. 박정희는 58일을 기해 또 다시 쿠데타를 획책하지만 4. 19 혁명으로 유예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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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2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님(서민 박사)님의 사인 본 책을 받았습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꾸벅 


받자마자 올렸어야 했는데, 세상에 책하고는 담을 쌓은 와이프가 이 책을 읽더군요. 


그래서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 


이 책을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욕심이겠거니 했었는데 


실제로 필요한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마태우스님 덕분에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겠어요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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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웃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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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과소설가가 있고 고양이 과소설가가 있다. 하루키는 고양이 과소설가다. 그러고보니 생긴 것도 고양이 닮았다. 전생에 고양이 였으려나. 사람이라도 구한 것일까. 인간으로 환생해 고양이 같은 글로 부와 명성을 얻었으니! (개의 시대가 가고 고양이의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은 고양이 동영상이라지.) 




마루야마 겐지는 개 과소설가다. 마루야마 겐지는 도베르만을 닮았다. 글도 그렇지만 하는 짓도 영락없이 사냥개다. 마루야마 겐지는 어릴 때 개에 물린 적이 있다고 한다. ‘개 트라우마로 인해 개를 무서워할 법도 한데, 마루야마 겐지는 오히려 개에 복수할 기회만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어느 여름 밤, 뜻밖의 기회가 왔다. 개 한 마리가 마루야마 겐지를 향해 짖으며 다가온 것. 눈치 없는 개 같으니라고. 하필 고른 인간이 마루야마 겐지라니.


 

단숨에 옆구리를 구두 끝으로 걷어차 버렸다. 개는 금세 기가 꺽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나는 목줄을 잡고 세게 끌어당겨서는 맨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두들겨 패 주었다. 전신주에 내동댕이치려고 한 순간, 개 주인집 불이 켜져 쏜살같이 도망쳐 왔다. ” 

 


뭔가 마루야마 겐지 답다. 개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온 사람이 개를 키워도 되는 것일까. 마루야마 겐지는 수십 마리의 개를 키워온 일화를 이 책에 담았다. 몇 달전, 옌도 슈사쿠의 에세이를 보며 데굴데굴 굴렀는데, 그 이후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고양이한테도 허구헌날 공격당하는 온순한 셰퍼드 맥, 어느날 시바이누 종의 사스케가 겐지 집으로 오게 된다

맥과 사스케의 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스케는 비굴한 자세까지 취하지 않았지만, 선배에 대한 예의는 제대로 알고 있어 꼬리를 흔들어 인사를 했다. 맥도 조용히 꼬리를 흔들고 온화한 눈빛으로 후배를 바라보았다.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윽고 맥이 마당 구석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내가 던져 둔 야구공을 물고 왔다. 그러고는 공을 사스케 앞에 놓고 앞발로 슬며시 밀어주었다. ”이 공 가지고 놀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아내도 놀랐고, 그리고 감동했다.” 

 

겐지의 첫 개, 셰퍼드 조로, 디스템퍼로 사망


고양이한테 공격당하는 개 , 셰퍼드 맥.



형으로부터 받은 시바이누 사스케.


아프간하운드 바롱


세인트버나드 조르바


검은 차우차우 구마


아이리시 울프하운드 장고


도사견 류


검은 래브라도레트리버 구로


검은 차우차우 돈구리


 

숱한 개들을 기르면서 마루야마 겐지는 개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개를 기르지 않았다면 어떤 인간이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훌륭한 애견가였던 것은 아니다. 개를 이해해 주는 마음은 부족했다. 이상적인 개를 찾는 일에만 열중해 정작 자신이 이상적인 주인이 되는 일을 잊고 있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이상적인 주인이 되고자 했기 때문일까.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이 키웠던 개에 관한 꿈을 자주 꾼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꿈속에서 만나는 그의 개들은 웃는다고.

 

내 꿈에 나타난 그 개들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웃고 있었다.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은, 다른 뜻이 없이 충실하고 한없이 밝고 활기 넘치는 웃음이었다. 이런 꿈을 꾼 다음날은 기분이 좋다. 기운이 막 생긴다. 일을 척척 해 나가고, 자전거를 탈 때도 평소와 달리 몸 상태가 좋다. 무엇보다 나 또한 하루 종일 속으로 웃고 있다.”

 

웃는 개가 상상 되어 나도 자꾸 웃음이 터진다.

마루야마 겐지 덕에 개와 함께 실컷 웃었다.


, 개 키우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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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1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1 0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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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0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을 쓴 그 과묵하고 진지한 작가가 배꼽빠지게 웃겨주는 그 에세이의 제목을 저에게도 좀..

시이소오 2016-08-01 09:33   좋아요 0 | URL
<인생에 화를 내 봤자>네요.

아, 숨을 못 쉴 정도로 웃었어요. ^^

clavis 2016-08-0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웃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도 웃기네요ㅋㅋㅋ

시이소오 2016-08-01 09:36   좋아요 0 | URL
이렇게 쉽게 웃기는 방법이 있었군요. ㅎㅎ

clavis 2016-08-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일상이 건조해서요

시이소오 2016-08-01 09:40   좋아요 1 | URL
제가 윤택하게 해드렸습니다.

기억하세요 ㅋ ^^

stella.K 2016-08-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집도 3년 정도만 빼고 개와 함께 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개에 관한 책을 써 본 일이 없어요. 그런데 겐지는 썼단 말이죠. 음..
사람도 개 과가 있고 고양이 과가 있다고 하던데
참고로 저는 개 같이 생겼습니다. 뭐 별로 알고 싶지 않으시겠지만...ㅋㅋ

시이소오 2016-08-01 11:31   좋아요 0 | URL
알고시포요. 달마시안 닮으셨을까요?

저도 개 과입니다.
박그네스런 것들만 보면 짖습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54   좋아요 0 | URL
마르치스 ?

깊이에의강요 2016-08-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2016-08-01 19:35   좋아요 0 | URL
강요님, 오랜만에 오셔서 ㅋ 한 마디만 남기고 가버리시다니 야속해요. 그래도 반갑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한 비유입니다.ㅁ ㅏ자요. 갠지는 개죠(이거 나쁜 의미가 아니라 ). 하루키는 고양이, 갠지`는 개지`요.

시이소오 2016-08-01 19:32   좋아요 0 | URL
갠지는 개지요 ㅋ ㅋ ㅋ ㅋ ㅋ ㅋ ㅋ

cyrus 2016-08-0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인트버나드를 보면 정준하의 얼굴이 먼저 떠올려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8-01 19:33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닮았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오랜만이죠ㅎㅎ
시이소님 여전하셔서 넘 좋고 반가워요^^

시이소오 2016-08-01 20:41   좋아요 0 | URL
강요님, 다시 오실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엉 ~~~~
기쁨의 눈물^^

깊이에의강요 2016-08-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기다려 주셨다니~~
영광인데요~^^

시이소오 2016-08-01 21:24   좋아요 0 | URL
아, 어떻게 제가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토록 잔인하시다니ㅋ ㅋ

2016-08-02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02 11:0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뵙네요. ^^ 겐지 옹 재밌는 분이죠 ㅎ ㅎ

더위에 몸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