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에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녀의 공부를 따라가 본다.

 

그런 책 들이 있다. ‘, 이 책을 20년 전에 읽었더라면 내 삶은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싶은. 정여울에겐 <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이 그런 책이다. 어떻게 해야 내 답답한 인생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내가 읽어야 할 책이로군.

 

정여울은 절망의 문턱에 다다를 따마다 천년 고목 같은 스승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융이 있다.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에서 융은 현대 문명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악의로부터의 도피를 꼽았습니다. 각종 대재앙이 닥칠 때마다 현대인들은 편리한 대증요법으로 순간의 고통을 망각하며 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피해 왔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악과 만났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악으로부터 도망칠 것이 아니라 악의 뿌리를 탐구해야 합니다. ”

 

오랜만에 카뮈의 <이방인> 문장을 두드려 볼까.

 

태양빛이 강철 위에 번쩍하며 튀었고, 그 빛이 마치 눈부신 장검처럼 내 이마를 찔렀다. 바로 그 순간, 눈썹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갑자기 눈꺼풀 위로 흘러내렸고, 눈꺼풀을 미지근하고 두꺼운 장막으로 뒤덮었다. 이 눈물과 소금의 장막 뒤에서 내 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내 모든 존재가 팽팽히 긴장했고, 나는 권총을 꽉 쥐었다. 방아쇠가 놀았고, 총자루의 미끈한 배가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 메마른 동시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였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을, 내가 그토록 행복했었던 바닷가의 기이한 침묵을 깨뜨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에 다시 네 방을 쏘았는데, 총알은 그런 것 같지도 않게 깊이 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 카뮈, <이방인>

 

최근 현기영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를 읽었다. 현기영 선생에 의해 카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이방인>의 뫼르소가 총을 쏜 아랍인들. 이들은 알제리인이었다. 알려진대로 카뮈는 알제리 태생이다. 카뮈의 엄마는 알제리인이었고 아버지는 프랑스인이었다. 식민지와 피식민지인 사이에 태어난 카뮈의 태생 자체가 애초에 부조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정체성은 피식민지인인 알제리인이었을까, 식민지 지배자인 프랑스인이었을까.

 

카뮈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국인 알제리를 거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달라붙은 땀과 태양을 떨쳐버리고 싶은욕구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친일파 작가들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분열된 자의식이 결국 그를 부조리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만일 카뮈가 프랑스를 거부하고 알제리를 택했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알제리를 택한 프란츠 파농은 여전히 극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결국 뫼르소가 총을 쏜 아랍인은 알제리인 카뮈가 아닐까

 

요즘 김소연 시인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무래도 읽으라는 계시인 듯.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 촉감 앞에서 우리는 어떤 공포로부터, 어떤 설움으로부터, 어떤 아픔으로부터 진정되곤한다.

 

- 김소연, <마음사전>에서

 

장 뤽 낭시의 <나를 만지지 마라>도 궁금하다. 낭시는 <요한복음>에 인용된 예수 부활의 첫 장면에 주목한다. 마리아가 부활한 예수를 붙잡으려 하자,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만지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이시며 너희의 아버지이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예수는 알려진대로 부활을 의심하는 도마에게 자신의 상처를 직접 만져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마리아에게는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일까? 낭시의 해석은 이렇다.

 

너는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다. 너는 누구도 잡거나 붙잡을 수 없다. 바로 그게 사랑하고 아는 것이다. 너에게서 빠져 달아나는 이를 사랑하라. 가 버리는 이를 사랑하라. 떠나고자 하는 이를 사랑하라.”

 

낭시의 윗문장이말로 사랑의 재발명이다. 이미 읽었으나, <, 정의, 사랑, 아름다움>의 문장을 다시 만나니 다시 읽고 싶어진다.

 

사랑의 제스처는 당연히 어루만짐이겠지요. 성적인 애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이라는 존재에게, 그의 현존에 고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어루만짐을 말합니다. 어루만짐은 어떤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는 접촉입니다. 어루만짐은 사랑에서 중요한 것이 상대의 현존임을, 그의 감촉임을,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것 외에 아무것도 아님을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 장 뤽 낭시, <, 정의, 사랑, 아름다움> 중에서

 

다른 지면을 통해 나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근친상간극이라 주장했었다. 이 책에 인용된 문장을 다시 보니 그런 심중은 더욱 굳어진다. 리어왕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라고 연신 코델리아를 다그치자 코델리아는 자식된 도리로 폐하를 사랑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리어 왕은 분노한다. ‘자식된 도리로서 폐하를 사랑한다는 말에 리어왕은 왜 저리 분노해야만 했을까.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쓰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정여울이 소개한 정혜신, 진은영의 <천사들은 우리 옆 집에 산다> 때문이었다. 인용된 진은영 시인의 시를 읽고 울어버렸다.

 

세월호에 탄 여학생 예은이의 목소리로 적은 시다.

 

엄마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진은영, <그날 이후>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얼마나 웃고, 울고, 분노했던가. 그러고보면 독서란 이성에 가하는 도끼질이라기 보단 감성에 가하는 도끼질이다.

 

최근에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문유석 판사의 주장에 동감하지만 그가 제시한 합리적 개인주의자라는 용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형용 모순이다. 개인주의자는 합리(合理), 즉 이치에 부합하지 않다. (합리는 이익에 부합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치가 무엇인지는 따져봐야겠다. ) 부장검사로서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미 과도하게 개인주의적이다. 나르시시트로 둘러싸인 현실. ‘나는 나한테 관심이 없다라는 말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나 역시 나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 자아를 돌아보기 보단 자아를 놓아버리면 어떨까?

 

왜 자아를 놓아 버려야 할까? 억압되어 있지만 분명히 풍부히 존재하는, 남에 대한 사랑을 해방시키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아를 놓아버린다. 우리가 위기와 협력할 때 위기는 자아를 수축시켜 사랑에 대한 잠재력을 해방시킨다. ....자아를 걸치면 변화에 대항하지만 자아를 벗어버리면 변화를 향해 함께 협력한다.

 

- 데이비드 리코,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에서

 


정여울은 인문학 강의를 나갈 때마다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국민이 개돼지가 된 국가에서 살아가기 때문이겠지.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라고 부르짖는 기업과 가진 자들 앞에서 자존감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얼마나 부들부들 떨었던가. 내 경험에 의하면 자기 스스로 충만하다면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다. 물론 인정받으면 힘이 나고, 기분도 좋은 게 사실이지만 없다고 한들 상처받지 않는다. 자아를 놓아버리고 세상과 타인을 향해 열려있다면, 덜 상처받지 않을까. 애초에 자존감 따위 없어도 그만이다. 나는 고작 70억 인간 종 중에 한 마리 짐승일 뿐이다. 5초마다 아이들이 굶어 죽는 세계에서 나의 자존감이 뭐 그리 중요할까?

 

자존감 따위 필요 없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세상에, 출판사는 인용된 책들을 정리해주지 않았다. 

 

오이겐 드레버만,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일리아드,

안티코네, 소포클레스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아이스킬로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월든, 소로

시민불복종, 소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원형과 무의식,

라스무스와 방랑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이방인, 카뮈

은유로서의 질병, 수잔 손택

다시 태어나다, 데이비드 리프 엮음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자두 크리슈나무르티,

내면의 황금, 로버트 A 존슨,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마음사전, 김소연

나를 만지지 마라, 장 뤽 낭시

, 정의, 사랑, 아름다움, 장 뤽 낭시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척하는 삶, 이창래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이반 일리치의 유언, 이반 일리치

고대 희랍 로마의 분노론, 손병석

뤼시스트라테, 아리스토파네스

인간 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알프레드 아들러

내 무의식의 방, 김서영

스토너, 존 윌리엄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천사들은 우리 옆 집에 산다. 정혜신, 진은영

책도둑, 마커스 주삭

악마의 사전, A, G 비어스

공산당 선언, 마르크스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루이즈 디살보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자크 아탈리, 등대, 자크 아탈리

관찰의 인문학,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질문의 책, 네루다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데이비드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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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7-2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픈 책들 소개 감사합니다 ^^ 예은양의 시 는 <엄마, 나야>에도 실려 있네요 1015 하은이와 쌍동이로 태어난 예은양 외에 별이된 그들 생각하며 오늘 <세월호 그날 이후> 다시 읽으려구요..

시이소오 2016-07-27 16:43   좋아요 0 | URL
세월호 .
한번 읽기도 힘든데 다시 읽으시다니, 테오도라님 짱입니다 ^^

저도 세월호 관련책들 힘들어도 더 읽어야겠어요 ^^

:Dora 2016-07-27 17:08   좋아요 0 | URL
읽다가 버려뒀어요 방치...

시이소오 2016-07-27 17:11   좋아요 0 | URL
ㅋ 버려둔걸 다시 읽는것도 대단하신거에요^^

:Dora 2016-07-27 17:15   좋아요 0 | URL
그냥 생각만해도 힘들어요 ㅋ시이소오님은 많이 공감하시죠 한동안 잠시 잊고 있었네요 뭔가 움직여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깨우침을 주신 시이소오님이 짱^^

시이소오 2016-07-27 17:30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힘들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저 역시 계속 움직여야 겠어요^^






stella.K 2016-07-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까뮈 전문가인 김화영 교수 강연회 갔다왔는데
그는 까뮈가 지중해의 햇빛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지중해는 헬레니즘 문화의 본거지고 까뮈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걸 알고 놀랐습니다.
문득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나더군요.
그걸 우리식의 해석과 이미지로 덧씌운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참에 까뮈에 한 번 도전해 보려구요.
그 강연회 갔다오길 잘한 것 같더라구요.ㅋ

시이소오 2016-07-27 16:47   좋아요 0 | URL
오, 부럽습니다. 김화영 교수 강연이라니요. 까뮈가 긍정적이라, 이 관점도 함 생각해 봐야겠네요 .

그닥 동의하긴 힘들지만
김화영 교수 말씀이라면 무시하기 힘드네요 ^^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3권 - 6.25 전쟁에서 4.19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5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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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이승만의 빨갱이 사냥개김창룡이 암살당한다. 김해진은 김창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산당과 연관이 있다고만 하면 부모 형제, 백년지기 할 것 없이 즉각 체포, 구속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의 이와 같은 생활은 붉은 고추만 보아도 즉각 처넣고 싶고, 여성들의 붉은 치마만 보아도 온 신경을 곤두세워 공산당과 연관시켜 볼 정도로 되게 하였다. 붉은 빛에 대한 노이로제 기미라고나 할까.”

 

암살범은 특무대 대령 허태영의 부하인 송용고와 신초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태영은 왜 김창룡을 암살해야만 했을까.

 

김창룡은 일제 강점기 북만주에서 악질 일본 헌병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애국독립투사를 투옥했으며, 중지 방면의 연합국 포로수용소의 감시원으로 일할 때는 포로를 학대한 친일 전범이다. ....그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숙청을 뒤풀이하여 공산당원 1에 대해서 양민 10의 비율로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 대표적 사건으로는 관 사건, 조선방직 사건, 조병창 화재 사건, 김종평 장군 사건, 김도영 대령 사건, 삼각산 사건 등 20여 건을 꼽을 수 있다. 한편 뒤켠에선 살인, 약탈, 협박, 공갈, 항명, 군수품 부정처분, 밀수 등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20억 원의 재산을 끌어모았다.”

 

허태영은 법정에서 나의 행동은 이등박문을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거사와 같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초식은 김구 선생을 살해한 안두희가 백주에 명동거리를 활보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이 나라의 법률이 도대체 어떻게 나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항변하였다.

 

이승만은 35일 대통령 후보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에 이승만이 조직한 대한노총은 우마차 800대를 이끌고 이승만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우의마의시위. 시위에는 학생들, 다방마담, 창녀들까지 강제로 동원되었다. 이승만은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출마를 원하면 글로 써서 보내달라고 호소한다. 이에 수많은 혈서들이 난립한다. 이승만은 할 수 없이대통령 후보로 나선다. 조선조 왕들이 툭하면 해대는 쇼였거늘, 이승만은 자신을 왕으로 여겼던 게 아닐까.



 

328, 민주당은 전국대회를 열어 신익희를 대통령 후보로, 장면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선거구호로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내걸었다. 53, 신익희의 한강 백사장 연설에는 30만 인파가 몰렸다. 이승만과 자유당은 신익희를 친일분자로 비난하고 평화통일을 외치는 조봉암을 용공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지방에선 이 동리에서 만약에 야당계 표가 나온다면 이 동네는 몰살을 해버린다. 만약에 우리가 북진할 때는 너희들부터 전부 다 죽이고 가버린다라고 주민들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 백만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지방에 사는 서민들에게 그저 공허한 협박으로만 들렸을까.

 

신익희는 55일 새벽 5시경, 장면과 함께 전북 이리로 향하던 중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졸도한다. 장면의 경호책임자인 시라소니 일행이 신익희를 호남병원으로 옮겼지만 신익희는 사망한다.

 

5. 15 선거 개표결과 이승만이 총 유효표의 52%5046437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다. 조봉암은 2163808표를 얻는다. 강원도 정선에서는 이승만 표가 25천 표가 나왔는데 조봉암 표는 34표에 그쳤다. 강원도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인들의 70%가 조봉암에게 투표했지만 투표 결과는 거꾸로 뒤집혀졌다. 엄청난 개표 조작이 이루어졌다. 이승만은 8.8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안국장에 김종원을 임명한다. 김종원은 여순, 거창사건에서 익히 악명을 떨치던 인물이었다.

 

조봉암은 유세를 통해 피해대중론평화통일론을 주장하였다. 조봉암은 이념을 내세우지 않고 현실에 대한 분석을 강조했다. 조봉암의 평화통일론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었음에도 북진통일론을 주장한 이승만은 조봉암을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민주당 역시 조봉암의 평화통일론을 거부하고 신익희가 죽자 오히려 이승만을 지지한다.

 

이승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대통령이었다. 한국 기독교는 이승만의 온갖 패악질에도 이승만을 지지한다. 함석헌은 기독교 신자였음에도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글을 멈추지 않았다. <함석헌 평전>을 쓴 김성수는 이렇게 말했다.

 

월남하여 전쟁을 겪는 동안 함석헌은 이승만 정권의 횡포를 질리도록 목격할 수 있었고, 자유당을 등에 업은 기독교인들의 오만 역시 거듭 체험한 바 있었다. 이를테면 자유당 간부들이 기독교인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서 미군 구호품을 분배해 주는 것 따위가 그랬다. 사회가 처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에는 냉담하고 교회의 일과 이익에만 관심을 쏟는 복음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한국 교회에 대해 그가 강한 비판의식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선거 때마다 그래왔듯 개신교는 장로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 권사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추대한다.

 

88일로 예정된 제 2대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바빠졌다. 점차 선거일이 다가오자 치안국장 김종원은 새로운 수법의 여당 탄압을 선보였다. 온갖 경범죄 죄를 동원해 야당 후보 등록을 가로막은 것. 당시에는 경범죄로 11~25일간 구류처분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었다.

 

야밤에 집 앞에다가 쓰레기를 버려놓고 새벽같이 찾아와서는 청소 불결이라는 죄목으로 구류처분하지 않나, 밤 사이에 단단히 붙여놓은 문떼를 떼어보리고는 문패가 없으니 구류처분이라고 집어넣지를 않나, 형사들이 술을 사달라고 졸라서 술을 사주었더니 밤 12시가 되도록 나가지를 못하게 해놓고 12시가 지나 집으로 가려고 한즉 틍금위반이라고 집어넣지를 않나....”

 

심지어 괴한들이 몰려와 입후보 서류를 탈취해가는 일도 있었다. 입후보 사퇴 공작까지 가세해 지방 선거에서 사퇴한 후보는 3800여명에 이르렀다.

 

선거 결과 자유당의 압승이었다. 전북 정읍 소성지서에서 근무하던 순경 박재표는 소성면 투표함 2개를 수송 도중 바꿔치기한 경찰관들의 선거 부정을 <동아일보>를 찾아가 폭로하였다. 경찰은 박재표에게 현상금 30만환에 일 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박재표는 체포되어 10개월 간 옥살이를 하는 등, 숱한 수난과 고초를 당한다. 과연 전북 정읍에서만 개표 부정이 있었을까.

 

928, 민주당 제 2차 전당대회에서 장면이 저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면을 쏜 김상붕은 조병옥 박사 만세!”를 외쳤다. 사건 후, 김상붕의 형 김상봉이 배후를 <경향신문>에 제보했다. 배후는 자유당 비밀당원 최훈이었다. 4.19 이후 밝혀진 바로는 이기붕, 이익흥, 김종원이 사건의 배후였다. 4. 19 혁명 후 이기붕, 이익흥, 김종원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박정희의 5.16 쿠데타 이후 특사로 석방되었다


 

짜장면은 1905년 인천시 중구 북성동 소재 공화춘에서 최초로 판매되었지만, 56년 이후로 대중화된다.

 

입도선매로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은 할 수 없이 서울로 이농을 하게 된다. 이농한다고 해서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약관 22살의 나이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문단의 무서운 테러리스트가 있었으니 이어령이었다. 이어령은 <우상의 파괴>에서 김동리를 미몽의 우상’, 모더니즘의 기수를 자처한 조향을 사기사의 우상’, 이무영을 우매의 우상’, 최일수를 영아의 우상으로, 황순원, 조연현, 염상섭, 서정주를 현대의 신라인들로 묶어 신랄한 비평을 가했다.

 

김일성은 모택동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모방한 듯한 좌수우수론을 제시하였다.

 

밥을 먹는데 왼손으로 먹으면 어떻고, 오른손으로 먹으면 어떠한가? 숟가락으로 먹으면 어떻고, 젓가락으로 먹으면 어떤가? 밥이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조선에서 혁명을 하는데 꼭 소련식이어야만 하겠고, 꼭 중국식이어야만 하겠는가?”

 

616, 한국 최초의 tv 방송이 시작되었다. HLKZ TV 방송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7번째,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필리핀, 태국에 이어 네 번째로 TV 방송을 실시한 나라가 되었다. 9월에는 <사형수>는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수상기는 300여대. 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황태영 사장은 이듬해에 HLKZ-TV를 한국일보 장기영 사장에게 양도한다. 장기영은 방송국을 대한방송주식회사(DBC)로 개편하고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지만, DBC5922일 화재로 사라지고 만다. AFKN TV50년 이후 라디오 방송으로 출범, 5795일부터 TV 방송을 시작한다.

 

56년 영화가 최대의 화제작은 15만 명을 동원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이었다. 영화 <자유부인>이 남긴 유행어는 최고급품으로 주십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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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6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2016-07-2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영민의 한국현대문학사에서는 이어령의 저 평론을 참여문학의 신호탄으로 봅니다. 실천적 참여가 아닌 창작을 통한 참여를 강조해 순수문학을 옹호한다고 비판받아 나중에 김수영과 논쟁하기도 했지만..

시이소오 2016-07-26 15:0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50년대, 60년대의 이어령은 본받을만 하네요. 특히나 남정현의 <분지> 사건때였나요?
지식인의 표상, 이라 할만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7-2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파들의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광신적인 탄압은 항일투쟁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공산주의자들의 투쟁노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에 말씀하신 북한에서의 친일청산 때문에 더욱 광기어린 것 같네요. 1950년대에 이미 현재의 문제 뿌리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시이소오님 좋은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7-26 17:22   좋아요 2 | URL
기득권 세력이에게 반공은 이데올로기보다는 명분일 뿐이었던것 같아요. 거기에 세뇌된 국민들의 반공의식이 더 끔찍해 보이기도하네요.

매번 격려에 격하게 감사 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16-07-2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어렸을 때 반공 포스터 및 표어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방학에는「붉은 청년 근위대」등을 읽고 무찌르자 공산당을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거대한 병영사회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저녁 되세요^^

시이소오 2016-07-26 17:28   좋아요 1 | URL
ㅋ 저희 어릴때 반공 포스터, 표어 정말 많이 그렸죠 ㅋ
 


설마 했는데, 이분이 그분이었다. 장준하, 리영희, 심산 김창숙 평전 등을 쓰셨던 김삼웅 선생. 몰랐는데 이 분도 책을 어마 어마 읽으신다. 그야말로 책벌레라 칭할 만하다. ‘동방오현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 정여창이라 하는데 정여창의 호가 일두였다고 한다. 김삼웅 선생께서 읽으신 책들 중에 쭉정이는 버리고 알갱이만 남기셨다고.







 

대저 지금에 글을 하는 자에게 폐단이 세 가지가 있다. 화려하게 꾸미기를 힘쓰는 자는 옛사람이 이미 했던 말을 취하여 그 뜻을 따르면서도 글자를 바꾸어 화려한 수식으로 이를 꾸미니, 이는 썩은 거죽에 무늬를 얹고, 마른 백골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한가지다. 언뜻 보면 혹 화려해 보이지만 눈동자를 움직여 가까이서 살펴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다.

 

고상하고 예스러우려고 애쓰는 자는 그 얼굴과 생김새, 의관과 옷과 신발이 왕왕 옛사람과 비슷하지만, 성정과 신체가 함께하지 않으니, 이를 두고는 흙으로 빚은 인형의 비슷함이라고 말할 뿐이다. 글이 순하고 쉬움에 힘쓰는 자는 흙이나 거름흙, 기왓장이나 벽돌의 붙이를 죄다 거두어들여 조악하고 탁하고 더럽고 지저분함을 가리지 않으니 천박하여 도무지 봐줄 수가 없다.

 

오직 뜻을 안에서 운용하고, 문사가 겉으로 창달하며, 법은 옛날에서 취해오더라도 말은 자기가 만들어, 평탄하여 구차하거나 어렵지 않으며, 우뚝하여 절로 가까이 쉽게 여길 수 없는 것, 대저 이러한 뒤라야 진문장이라 할 것이다.

 

- 홍길주, <여인론문서> 요즘 문장가들의 세 가지 폐단.

 

글을 읽으면서 문의만 찾아서는 완전하지 못하다. 또 사물에서 얻는 것과 글에서 얻는 것에만 힘쓴다면, 글에서 해득은 명료하나 일생 동안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문장에 명료하지는 못하나 마음과 글을 통하게 된다. <사서><오경>도 마음을 말하였다. 심체는 곧 도심이며 체명은 곧 도명이다. 이는 학문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 왕수인, <전습록>

 

나의 독서 방법을 말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정이요, 둘째는 박.

우선 에 대해 말하자면 종전에는 독서삼도라는 아주 좋은 독서법이 있었으나 미흡한 점이 많아 사도가 생겼으니 안도眼到, 구도口到, 심도心到, 수도手到가 그것이다.

 

안도란 개개의 글자를 인식하는 것으로, 책에서 글자들을 모아 이룬 것인데, 만일 확인하지 않는다면 독서라 할 수 없으며 구학할 필요가 없다.

 

구도란 선인들에 따르면 책 한편을 완전히 외우는 것을 말한다. 요즘 책을 줄줄 외어 암송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우리들이 시가나 정수한 문장을 외운다면 그것은 최소한 작문을 할 때 좋을 영향을 끼칠 것임에 틀림없다.

 

심도란 매 글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요, ‘수도란 점을 찍어 단을 나누어가며 마음에 느낀 바를 적는 것을 뜻한다.

 

둘째, ‘에 대해서 말하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을 뜻한다. 다윈은 생물학의 진화를 연구할 때 30년이란 시간을 허비하고 수많은 연구 자료를 쌓았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우연히 맬더스의 <인구론>을 읽고 크게 깨달아 생물 진화의 원칙을 발견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아무리 평범한 책이라도 그 속에 커다란 힌트가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독서인이란 을 겸비한 사람을 가리키며 금자탑처럼 크고, 높고,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배우기 위해서는 피라미드와 같이 박대해야 하며 지고해야 한다.

 

- 후스, <독서> 중에서.

 

만 권의 책을 읽고, 내가 쓴 시를 남이 읽어 동하지 않는다면, 저승에 가서까지 이루고 말겠다.


-두보.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는데, 하나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고, 둘은 지식에 대한 탐구이며, 셋은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다.

 

- 버트런드 러셀

 

책은 인류 투쟁의 역사에서 건져낸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수많은 훌륭한 전당과 위대한 조작품을 잿더미로 만든 파란의 역사에서, 오직 책만이 지금까지도 건재하게 남아 있다. 위대한 사상과 영혼만이 장구한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냈으며, 수세기에 걸쳐 작가의 마음속에서 성숙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다시 새롭게 활자 속에서 되살아나, 당시의 사상과 빛나는 언어를 마치 성현들이 눈앞에 있는 듯이 전하고 있다.

책의 효용 가치에 대해서는 수많은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간의 인식과 탐구, 그리고 인간의 모든 사상과 감정이 반영되고, 각 시대의 인물을 배양하며 또 미지의 세계로 향한 문을 열게 해준다.

 

- 새무얼 스마일스

 

졸고 나면 글을 읽고, (......) 글 읽기가 끝나면 또 졸았으나, 어떤 이가 깨워줄 리도 없었다. 그리하여 어떤 때에는 아침에서 저녁까지 졸기도 한다. 가다가 글을 써서 의사도 표현하거니와, 새로이 양금을 배우느라고 두어 곡조를 뜯기도 하고, 혹 친구가 술을 보내면 문득 혼연히 잔잔하여 취한 뒤에 스스로 환송하되, “낭의 위아주의는 양주와 같고, 겸애사상은 묵자와 같고, 집이 가난함은 안회와 같고, 하염없이 앉은 것은 노자와 같고, 세상을 달관함은 장자와 같고, 참선함은 석가와 같고, 불공함은 유하혜와 같고, 술 마심은 유령과 같고, 밥을 얻어 먹기로는 한신과 같고, 졸기 잘하기는 진단과 같고, 거문고 타기는 자상호와 같고, 저서는 양웅과 같고, 스스로 높이는 것은 제갈공명과 같으니, 나는 아마 거의 성인일 될지로다. 그러나, 나의 몸길이는 조교만 못하고, 청렴함은 오릉중자를 따를 수 없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하고는 껄껄 웃었다.

 

- 연암 박지원, <연암집> 자화상

 

대는 현인과 같다. 왜 그런고? 대의 근본은 단단함이라, 단단함으로 덕을 세우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근본을 보면 곧 잘 서서 빠지지 않음을 생각하며, 대의 성질은 곧음이라, 곧음으로 몸을 세우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성질을 보면 곧 곧게 서서 기대지 않음을 생각하며, 대의 마음은 비어 있음이라, 비어 있음으로 도를 가지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마음을 보면 곧 이끌어 활용하고, 비워서 받음을 생각하며, 대의 절개는 굳셈이라, 굳셈으로 뜻을 세우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절개를 보면 곧 이름과 행실을 갈고 닦아 쉽고 어려움에 한결같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대는 이러한 것이라, 그러므로 군자는 이것을 뜰의 정원수로 심는 것이다.

 

- 백거이, <양죽기>

 

 

선생의 문장을 천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나 저는 속으로 제가 그것을 아는 것이 깊어서 천하 사람보다 낫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어째서이겠습니까? 맹자의 문장은 말이 간결하면서도 뜻이 깊어서 깍고 새기고 베고 자른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 날을 범할 수 없으며, 한유의 문장은 긴 강과 거대한 황하가 질펀히 넓게 흐르고 돌아서 고기와 자라와 교룡 등 온갖 괴이한 것이 두렵고 당혹스러운데, 이것을 누르고 막고 가리고 덮어서 스스로 드러나지 않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깊은 빛과 푸른색을 바라보고는 또한 스스로 두려워하고 피하여 감히 다가가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구불구불 굽어 있고 갖추어져 가고 몸이 백 번이나 꺽였는데도 조리가 통하고 거침없이 펼쳐 있어 끊어지는 일이 없으며, 기운이 다하고 말이 지극하여 급히 말하고 이론을 다 펴되 여유롭고 한가하며 편안하여, 힘들고 애쓴 듯한 태도가 없습니다. 선생의 문장은 맹자와 한유의 문장이 아니요, 구양자의 문장입니다.

 

- 소순 , <상구양내한서>

 

나는 천성이 높은 것을 좋아한다. 높은 것을 좋아하면 거만하여 낮추지를 못한다. 그러나 내가 낮추지 못한다는 것은 권세와 부귀만을 믿는 저 사람들에게 낮추지 못한다는 것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훌륭한 점이나 선함이 있다면 비록 노예나 하인일지라도 절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나는 천성이 깨끗함을 좋아한다. 깨끗함을 좋아하면 편협하고 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권세에 빌붙고 부귀에 아첨하는 저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뿐이다. 남에게 자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이 하고, 그 마음이 하기 때문에 취하는 범위가 넓고, 그 취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 사람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남에게 자신을 잘 낮춘다는 사람이란 본래 천하에서 가장 높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높은 것을 좋아하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은가.

 

- 이탁오, <자찬>

 

 

한 놈이

나라에 대한 큰 죄가 몇입니까?”

물은데, 강감찬이

네가 앉아 들으라!”

하시더니, 하나씩 세신다.

 

첫째는, 나라의 적을 두는 지옥이 일곱이니,

 

하나는, 국민의 부탁을 받아 임금이나 대신이 되어, 나라의 흥망을 어깨에 멘 사람으로 금전이나 사리사욕만 알다가, 적국에 이용된 바가 되어 나라를 들어 남에게 내어주어, 조상의 역사를 더럽히고 동포의 생명을 끊나니, 백제의 임자며, 고구려의 남생이며, 발해의 마지막 임금인 인찬이며, 대한 말일의 민영휘, 이완용 같은 무리가 이것이다. 이 무리들은 살릴 수 없고 죽이기도 아까우므로, 혀를 빼며 눈을 까고, 쇠비로 그 살을 썰어 뼈만 남거든 또 살리고 또 이렇게 죽이되, 하루 열두 번을 이대로 죽이고 열두 번을 이대로 살리어, 죽으면 살리고 살면 죽이나니, 이는 곧 매국 역적을 처치하는 겹겹지옥이니라.

 

둘은, 백성의 피를 빨아 제 몸과 처자를 살찌우던 놈인, 이놈들은 독 속에 넣고 빈대와 뱀 같은 벌레로 피를 빨게 하나니 이는 줄줄지옥이니라.

 

셋은, 혓바닥이나 붓끝으로 적국의 정책을 조래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몰아 그물 속에 들도록 한 연설장이나 신문기자들은 혀를 빼고 개의 혀를 주어, 날마다 컹컹 짓게 하나니 이는 강아지지옥이니라.

 

넷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먹을 것 없으니 정탐질이나 하리라 하여, 뜻 있는 사람을 잡아 적국에게 주는 놈은 돗(돼지)껍질을 씌워 꿀꿀 소리가 나게 하나니, 이는 돼지지옥이니라.

 

다섯은, 겉으로 지사인 체하고 속으로 적 심부름하던 놈은 그 소행이 더욱 밉다. 이는 머리에 박쥐감투를 씌우고 똥집을 빼어 소리개를 주나니, 이는 야릇지옥이니라.

 

여섯은, 딸깍딸깍 나막신을 끌고 걸음걸음 적국 놈의 본을 뜨며, 옷 입고 밥 먹는 것도 모두 닮으려 하며, 자식이 쓰던 내 말을 버리고 적국 말을 가르치는 놈은 목을 잘라 불어 넣으며 다리를 끊어 물에 던지고, 가운데 토막은 주물러 나나리를 만드나니 이는 나나리지옥이니라.

 

일곱은, 적국 놈에게 시집가는 년들이며, 적국 년에게 장가가는 놈들은 불칼로 그 몸을 절반으로 끊나니 이는 반신지옥이니라.

 

둘째는, 망국노를 두는 지옥이니,

 

하나는, 나라야 망하였건 말았건 예수나 잘 믿으면 천당에 간다 하며, 공자의 글이나 잘 읽고 산림 속에서 독선기신한다 하여 조상의 역사가 결단남도 모르며, 부모나 처자는 모두 남의 종이 된 건 생각지도 않고, 오직 선과 천당을 찾는 놈들은 똥물에 튀기어 쇠가죽을 씌우나니 이는 똥물지옥이니라.

 

둘은, 정견을 가진 당파는 있어야 하지만 오직 지방색으로 가르며, 종교로 가르며, 개인적 감정으로 가르며, 한 나라를 열 쪽으로 내어서 해외로 다니며 싸우고 이것을 일로 아는 놈들은 맷돌에 갈아 없에야 새싹이 날지니 이는 맷돌지옥이니라.

 

셋은, 말도 남의 말만 알고 풍속도 남의 풍속만 좇고 종교나 학문 역시 같은 것도 남의 것을 제 것으로 알아 러시아에 가면 러시아인이 되고, 미국에 가면 미국인이 되는 놈들은 밸을 빼어 개같이 만드나니 이는 엉금지옥이니라.

 

넷은, 동양의 아무 나라가 잘되어야 우리의 독립을 찾으리라 하며, 서양의 아무 나라가 우리 일을 보아주어야 무엇을 하여볼 수 있다 하여, 외교에 의뢰하여 국민의 사상을 약하게 하는 놈들은 그 몸을 주물러 댕댕이를 만들어 큰 나무에 감아두나니, 이는 댕댕이지옥이니라.

 

다섯은, 의병도 아니요, 암살도 아니요, 오직 할 일은 교육이나 실업 같은 것으로 차차 백성을 깨우치자 하여, 점점 더운 피를 차게 하고 산 넋을 죽게 하나니, 이놈들의 갈 곳은 어둥지옥이니라.

 

여섯은, 황금이나 여색 같은 데 빠져, 있던 뜻을 버리는 놈은 그 갈 곳이 단지지옥이니라.

 

일곱은, 지식이 없어도 아는 체하고, 열성이 없어도 있는 체하며, 죽기는 싫으나 명예는 차지하려 하여 거짓말로 남 속이고 다니는 놈들은 불로 지져 뜨거움을 보여야 하나니, 이는 지짐지옥이니라.

 

여덟은, 머리 앓고 토하여 가며 나라 일을 연구하지 않고, 오직 남의 입내만 내어 마찌니의 <소년 이태리>를 본떠 회의 규칙을 만들며, 손문의 <군정부 약법>을 번역하여 자기의 주의로 삼아 특유한 국민성이 없이 인쇄된 책으로나 일을 하려는 놈들의 갈 지옥은 잔나비지옥이니라.

 

아홉은, 잔꾀만 가득하여 일 없는 때는 칼등에서 춤이라도 출 듯이 나서다가 일 있을 때는 싹 돌아서 누울 곳을 보는 놈은 그 기름을 빼어야 될지라, 고로 가마에 넣고 삶나니 이는 가마지옥이니라.

 

열은, “아무래도 쓸데없다. 왼손으로 총을 자으며 빈 입으로 군함깰까, 망한 판이니 망한 대로 놀자하는 놈은 무쇠 두건을 씌워 다시 하늘을 못 보게 하나니 이는 쇠솥지옥이니라.

 

열하나는, 돈 한 푼만 있는 학생이면 요릿집 에 데리고 가며, 어수룩한 사람이면 영웅으로 치켜세워 저의 이용물을 만들고 이를 수단이라 하여 도덕 없는 사회를 만드는 놈의 살 곳은 아귀지옥이니라.

 

열둘은, 공자가 어떠하다, 예수가 어떠하다, 나폴레옹이 어떠하다, 워싱턴이 어떠하다 하며, 내 나라의 성현 영웅을 하나도 모르는 놈은 글을 다시 배워야 하나니, 이놈들의 갈 곳은 종아리지옥이니라.

 

이밖에도 지옥이 몇몇이 더 되나, 너희들이 알아둘 지옥은 이만하여도 넉넉하니라.

 

- 단재 신채호, <꿈 하늘> 중에서.

 

시는 심오한 진리가 피어나는 것이나, 괴상하여 비속한 데 물들지 않으며 정답고 아름다워 스스로 이치에 맞는 것이다. 문장은 가슴에서 흘러나와 맑기 그지없는 것이 마치 호수의 물결이 바람 없이 고요하여 삼라만상을 갖춰 나타나는 것과 같다.

 

- 홍양호의 시론.

 

그림에도 절품이 있고 묘품이 있고 신품이 있다. 화가의 솜씨가 극치에 달하면 절품이나 묘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품은 사람의 솜씨만으로는 미칠 수 없다.

 

빛깔이나 격식의 틀에서 벗어날 때에야 비로소 신품이 될 수 있다. 지극히 신묘하다는 것은 본질을 온전히 구현했다는 것이며 본질을 온전히 구현했다는 것은, 그림에 담고자 하는 사물에서 이탈하지 않고, 그림 자체가 그 사물인 것이니 천지조화의 이치가 바로 그러하다.

 

흰 것을 희다고 하는 것은 참이며 흰 것을 검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이 참과 거짓은 아이들도 잘 분간하거만 소경은 보지 못한다. 종소리를 종소리라고 하는 것은 참이며 종소리를 경쇠 소리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이 참과 거짓은 어리석은 사람도 곧 분별하건만 귀머거리는 듣지 못한다.

 

가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이다. 가리는 것이 작으면 작게 미혹되고 가리는 것이 크면 크게 미혹되게 마련인데, 조그만 가림이란 흑과 백, 종과 경쇠 따위이며 큰 가림이란 나라와 세상에 이어지는 문제이다.

 

- 신흠의 시론

 

이 세상에서 귀천과 빈부로 높낮이를 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오직 문장뿐이다. 문장은 마치 해와 달이 하늘에 빛남과 같고 구름이 하늘에 떠다님과 같다. 눈 있는 자는 누구나 바라볼 수 있어 조금도 가려 숨길 것이 없다. 그러므로 비천한 선비라도 무지개같이 찬란한 빛을 드리울 수 있으며, 조고나 맹상군 같은 자들이 그 세력이 나라와 집을 풍부케 하는 데 부족함이 없으련마는 문장에서는 업신여김을 당한다. 이루 미루어 보건대 문장은 일정한 가치가 있어 겱코 부유함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송나라의 문인 구양수는 이렇게 말했다. “후세에 어찌 공정한 판단이 없으리오. 지금은 성현을 운운하지 말지니라.”

 

한과 망은 같아서 나비들이 분분히 담을 넘나들고

망과 한이 같아서 백로가 배가 고파 모래언덕에 서 있네

동과 정이 같아서 넓고 푸른 연못이 거울처럼 비추이고

정과 동이 같아서 긴 다리 밑에 드리운 그림자는 술 깃발처럼 나부끼네

난과 역이 같아서 백척간두의 기예를 드러내고

역과 난이 같아서 네거리에서 손을 잡고 헤어지네

내와 거가 같아서 물밀 듯이 치는 큰 파도는 서쪽으로 흘러가고

거와 내가 같아서 말을 타며 몸을 뒤집어 활을 쏘네

비와 낙이 같아서 장례를 치르면 나팔을 불고

낙과 비가 같아서 딸 시집보낸 집에서 매일 눈물짓네

빈과 부가 같아서 금과 옥을 가득 실은 배가 노 저으면 건너가고

부와 빈이 같아서 석승이 누더기 옷을 입네

중과 경이 같아서 많은 술자 실은 배가 가벼이 지나가고

경과 중이 같아서 버들가지 분분히 화랑에 흔들리네

유와 무가 같아서 선자의 바람을 타고 공간을 거닐고

무와 유가 같아서 손으로 떠올린 물에 밝은 달이 그 안에 있네.

 

- 소동파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니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구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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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전을 가장 잘쓰는 분으로 유명하죠. 평전 전문 작가이십시다..

시이소오 2016-07-26 14:19   좋아요 0 | URL
한국사 책으로도 알려지셨죠. 존경할만한 어른이십니다. ^^

stella.K 2016-07-2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삼웅도 김삼웅이지만 시이소오님도 대단하심다.

김창숙이면 거 독립운동가 맞죠?
그분 일대기 연극을 본적이 있는데
많이 아쉽더군요. 보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ㅠ

시이소오 2016-07-26 18: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당. 김창숙 평전도 읽어야 하는데, 올해엔 꼭 읽어야겠어요. ^^

start 2016-07-2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삼웅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공통점 만으로도 더욱 반갑고 좋네요^^

시이소오 2016-07-29 21:30   좋아요 0 | URL
저도 좋네요. 아직 존경스러운 어른들이 많다는것도 좋네요 ^^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2권 - 6.25 전쟁에서 4.19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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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은 자유당 시절 3. 26일을 어용곡필배들의 잔칫날이라고 말했다. 3. 26일은 이승만의 생일이었다. 5580회 생일 기념식은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되었다. 시인 김광섭은 이승만 생일을 맞아 헌시를 바치며 이승만을 세기의 태양으로 극찬한다. 공보처장 갈홍기는 이승만을 예수나 석가처럼 아무런 도 없고 어떠한 도 없이 민족의 자유와 독립,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개척하는 지공무사한 삶을 살아왔다고 칭송했다. 박목월 작사, 김성태 작곡의 이승만 대통령 탄신 80주년 기념노래도 나왔다.

 

4.19때 국민들이 불을 지른 <서울신문>은 이승만을 구국의 태양’, ‘인류의 등대라고 말했다.

 

418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반둥에선 아시아 아프리카회의가 개최되었다. 23개 아시아 국가와 6개 아프리카 국가가 참여하였다. 반둥회의는 평화공존, 반식민지주의, 민족자결주의의 이념을 골자로 한다. 제국주의 미국은 반둥회의를 못마땅해 한다. 이승만은 주동자인 인도를 비난하면서 반둥회의를 공산주의자들의 모임이라 비난한다.

 

6, 박인수 여대생 간음 사건이 터진다. 명문 E대생을 비롯한 70여 명의 여인과 간음을 했다는 박인수는 공무원 사칭과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피소되었다.

 

해병대 헌병 대위였던 박인수는 약혼녀가 자신을 배신하고 모 대령과 결혼해 버린데 충격을 받아, 불명예 제대 이후 여성 편력에 나선다. 재판 과정에서 박인수는 자신과 관계한 여성 중 처녀성을 지닌 여자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고 실토하자 언론은 일제히 우리 여성들의 정조 관념에 일대 경악과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중대한 현실 문제라고 성토한다.


8월부터 중립국 감시위원단 축출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건 체코와 폴란드 등 공산국가 대표였다. 이 축출 시위를 적성감위 축출운동으로 줄여 불렀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강제로 동원되었다. 백인빈의 <조국회상><적성감위 축출운동>을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들은 구성지게 내리는 그 비를 맞으며 궐기대회니 총궐기대회니, 규탄대회니에 매일이다시피 끌려다녀야 했다. ...누가 만들어 나왔는지도 모르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울운동장으로 달려가고, ....을지로나 종로를 통하여 시청 앞까지 나팔을 불고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하여야 했던 것이다. ....총 궐기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배급을 주지 않는다거나, 이름을 적어간다는 소리에 질려서 서울운동장으로 끌려나가야 했던 것이다. ”

 


910일 유엔대표부 상임이사 임병직이 대구를 방문하자 이를 환영하고자 중고등학생들을 뜨거운 햇볕아래 서너시간 동안 가두에 도열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보다 못한 대구 <매일 신문> 주필 최석채는 913일자에 <학도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자 말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이 사설이 나가자 자유당 사주를 받은 폭력배 20명이 매일신문사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북도경 사찰과장은 백주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주필 최석채는 검거된다.

 

당시는 밀수가 성행했고 부정부패가 창궐하는 시기였다. 산의 나무를 도벌해 파는 걸 군대 용어로 후생사업이라 했다. 1955년은 군대부정의 대표적인 해로 불리운다. 고급 장교들은 고철 수집, 벌목 등 후생사업 뿐만 아니라 사병들의 몫을 횡령, 착복하기 일쑤였다.

 

근본적으로는 정치자금 조달 부정부패가 횡행했다. 원면 사건이 대표적 예다. 미국으로부터 월동용 군 피복과 군용 이불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미화 약 50만 달러어치의 원면을 군용으로 쓰지 않고 상인들과 결탁, 부정 처분한 후, 국방부는 이 돈을 이기붕에게 헌납했다. 국방부와 육군이 결탁해 벌인일이었다. 이승만과 이기붕은 이 문제를 조사하던 국회 분과위원회에 압력을 가해 사건의 전모를 감추었다.

 

민국당 계열의 보수파는 919민주당을 창당한다. 민주당은 이른바 구파신파로 구성된다. 한민당 민국당 계를 승계한 구파는 신익희, 조병옥, 김준연, 윤보선, 유진산 등으로 지주 집안 배경을 가졌거나 해외 유학파가 중심이었다. 김성수의 보성, 동아 인맥이 강세를 보였다.

 

신파는 장면, 오위영, 조재천, 엄상섭등을 핵심 인물로 한 관료, 법조인 출신이 주류였다.

 

민주당 참여를 거부당한 혁신계 야당 세력은 1222일 조봉암, 서상일, 이동화 등을 주축으로한 진보당 창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9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산 승용차 시발이 등장한다.

 

1210일 중앙극장에선 한국 최초의 여자 감독 박남옥의 <미망인>이 개봉한다. 55년엔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이해연 노래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히트한다.

 

전후로 베이비 붐세대가 태어난다. 55~60년 기간 합계 출산율은 6.3명에 달했다.

 

53년 장준하에 의해 창간된 <사상계>55년 이후로 3만 부를 넘어서며 점점 영향력을 더해갔다. 5510월호에 쓰인 <권두언 : 소위 위기위식에 대하여>에선 당시 서구를 풍미하던 절망의 허무주의 사조 수입에 대해 비판했다.

 

근래 구미의 일부 인사들이 위기와 절망이라는 패자의 철학을 고창함으로써 자유세계의 지성을 좀먹어 들어가는 것은 진실로 유감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이 패자의 철학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더구나 힘과 포부에 차야 할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이러한 씨를 뿌린다든지, 젊은이들 자신이......제자리에 주저앉아 퇴영무위의 생활에 젖어버린다면 이보다 한심스런 일은 다시 없는 줄 압니다. 저들은 위기니 절망이니 하여도 그것은 오직 관념상 내지 이념상의 희롱에 불과합니다. ”

 

10월 박인환의 첫 단독 시집 <박인환 선시집>이 출간된다. 56년 이른 봄 서울 명동 경상도집에 문인 몇몇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가수 나애심도 있었다. 일행이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했으나 나애심은 노래를 하려 하지 않았따. 그러자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갔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세월이 가면>이라고.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서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은 563203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월에 개봉한 이규환의 <춘향전>2개월 동안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운다.

 

50년대 신흥종교가 창궐한다. 박태선의 전도관, 문선명의 통일교, 나운몽의 용문산 기도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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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5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7-25 15:08   좋아요 1 | URL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우매함에 새삼놀라워요. 그렇다고 해서 현재에 나아졌나 싶으면 딱히 그렇지도 않구요.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삼웅... 평전 잘쓰는 분이시죠. 김삼웅 평전은 믿고 봅니다..

시이소오 2016-07-25 17:33   좋아요 0 | URL
저도 김삼웅 쌤, 평전은 전작할 작정입니다. ^^

cyrus 2016-07-2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삼웅 씨가 쓴 절판된 책 중에 친일파에 대한 각종 기록을 정리한 것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이런 책이 잊혀지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시이소오 2016-07-25 18:34   좋아요 0 | URL
전작해야 할 분이죠^^

2016-07-26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7-26 10:38   좋아요 1 | URL
김영성님. 격려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무지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ᆢ

영성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2권 - 6.25 전쟁에서 4.19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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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자유당 내에서 이범석과 족청계를 축출하고 이기붕을 총무무장에 임명한다. 이승만은 대한청년단을 이끌었던 안호상도 빨갱이로 몰아 축출한다.

 

11일부터 <서울 신문>에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연재된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자유부인>은무려 14만 부가 팔려 한국 출판사상 최초로 판매량 10만 부를 돌파한 책으로 기록된다. 한편 국가와 사회단체들은 열녀, 효부, 절부를 뽑아 모범과 찬양의 대상으로 표창장을 수여하기 바빴다. 장성군 사는 김씨는 2년 동안 고생하는 남편을 완치하기 위해 허벅다리를 도려내여 복역케 하여 표창장을 받았다고.

 

54년은 자유부인허벅다리 부인이 공존하는 사회였다.



 

4, 김성주 살해 사건이 일어난다. 김성주는 서북청년회 등 반공 청년단체의 제 일선에서 활약한 인물이었다. 유엔군 북진시 유엔군 임명에 의해 잠시 평남지사를 맡으면서 이승만 눈 밖에 난다. 김성주는 국가변란 및 이승만 대통령 암살음모 혐의로 구속된다. 이승만은 김성주에 대한 사형 판결을 기대했으나 군법회의에서 7년을 구형한다. 이승만은 원용덕에게 김성주를 반드시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영문 서한을 보낸다. 416일 원의 부하 김진호는 육군형무소에서 김성주를 끄집어 내 사살한다. 이는 비밀로 붙여지고 56일에 김성주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한편 포병 사령관 장은산 휘하에 있던 장군 이기련은, “김성주는 김구 선생 사건의 내막을 알기 때문에 이 박사가 죽였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5.20 3대 총선이 열린다. 5.20 선거는 경찰의 곤봉이 당락을 결정했다고 하여,곤봉선거로 불리었다. 후보 등록 방해 수법이 벌어져 조봉암조차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한다.

 

7월 하순, 방미에 오른 이승만은 728일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촉구하는 초강경 연설을 한다.

 

현 대통령에 대한 중임 제한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에는 전체 의석의 3분의 2136석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유당은 114석으로 22석이 모자랐다. 자유당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동원해 무소속 의원 매수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 무소속 당선자 23명을 자유당에 입당시킨다.

 

자유당은 초대 대통령 연임을 골자로 한 국회 개헌안을 제출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초대 대통령 연임에 대한 반대가 78.8%였다.

 

자유당은 뉴델리 밀회 사건을 터뜨려 1120, 개헌안을 상정한다. 1127일 표결에 들어갔다. 개표결과 출석 의원 203명 중 찬성은 헌법 개정에 필요한 136표에 한 표 부족한 135표였다. 2033분의 2135. 333......명이기에 부결된 것이다. 부의장 최순주가 부결을 선포했다.

 

그런데 월요일 29일 열린 국회 제 91차 본회의에서 최순주는 개헌안의 부결을 선포한 것은 계산 착오였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사사오입의 수학원리에 따라 가결되었다고 선포한다. 자유당은 135.333.......을 사사오입하면 136이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이게 그 유명한 사사오입이다.

 

69일 공식적으로 상업주의를 표방한 <한국일보>가 창간된다. <한국일보> 사주는 <조선일보> 사장을 지냈던 장기영이었다. 이해에 기독교방송도 개국하였다. 정부는 기독교 방송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종교방송을 허가한다. 극동방송이었다.

 

문학계에선 카뮈와 싸르트르의 실존문학이 유행하였다.

 

54년엔 18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최대의 화제작은 한형모의 <운명의 손>이었다

이 영화에서 한국 최초로 키스신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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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7-24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50년대까지 단지, 허박다리를 도려내서 효부, 효자를 표창하는 관행이 있었군요.. 새정부가 들어섰다고 조선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역사는 하루 아침에 개벽되는 것이 아닌듯합니다. 그 이전에 충분하게 축적된 에너지가 어떤 계기로 표출되어서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시이소오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7-24 18:33   좋아요 2 | URL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여전히 조선 왕조에 머물러 있었던것 같네요.

저도 매번 겨울호랑이님의 격려에 감사드려용 ^^

2016-07-24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7-24 20:20   좋아요 2 | URL
그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죠. 지금이라도 숙청해야하는데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