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 1 -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개정판 한국 현대사 산책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5년을 상상해 볼까. 이미 삼십년이 넘도록 일제 치하에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도둑같이 해방이 찾아왔다. 영화 <암살>의 염석진의 말처럼 그 누가 해방 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절대다수의 민중들은 포기하고 살았고, 소수의 독립운동가가 있었고, 또한 소수이지만 절대 권력을 차지한 친일파 무리들이 있었다.

 

해방을 맞아 거의 모든 국민이 울고 웃고 서로 얼싸안고 껴안고, 너무 좋아 마당에서 뒹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녀노소가 기뻐 날 뛸 때, 친일파들은 얼마나 어리둥절하고 막막하고 무서웠을까. 특히나 친일파 경찰들, 거의 전부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쳤다.

 

그러나, 역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미군정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으로 들어와 산속 깊이 도망친 친일파들을 다시 불러들여 정부요직을 맡겼다. 반민족 행위로 총살을 당했어야 할 이들이 살아남아 대를 이어 현대의 대한민국 상위 1%가 되다니.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마르크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에게 식민지가 되었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거의 수백 번 이상 똑같이 반복되었다. 희극 따윈 없었다. 끝없는 비극만이 펼쳐졌다.

 

똑같은 비극들이 무수히 되풀이 되었음에도 나는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내 자신의 무지를 돌아보며 얼마나 통곡을 했던가. ‘그랬구나, 내가 이렇게 몰라서 저들은 또 똑같은 살육을 저질렀구나. 국민들이 모르니까 저들은 백만 명의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를 국부라 칭하며, 오늘도 끊임없이 빨갱이 타령으로 아무 죄 없는 국민들을 학살했고, 학살하고, 학살하겠구나.’


현대사에 대한 무지를 참회한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1945년부터 정리해보겠다. 산책이라? 한국 현대사를 과연 산책하는 심정으로 읽을 수 있을까? 읽을 때마다 부들부들 떤다. 저절로 눈물이 터진다. 국민들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살육한 살인마인,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협력세력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여전히 대통령을 해쳐먹고 제1야당을 해쳐먹고 있다니! 그들을 지지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게 도무지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과연 제대로 된 역사책을 읽고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걸까. 역사책을 읽고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독재협력 세력들이 오늘도 역사책을 바꾸려고 기를 쓰고 혈안이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복수하는 최소한의 방법은 책을 손에 드는 것이다. 수량화된 데이터가 아니라 상상력을 동원해 그 시대를 직접 느끼는 것.

 

나치는 흔히 유대인 600만 명을 살해했다고 알려져 있다. 600만 명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간다.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에서 사사키 아타루는 이렇게 말했다.

 

“1942년부터니까 2년여에 걸쳐 600만 명을 죽인다고 하면 대체로 하루에 만 명꼴입니다. 하루에 만 명을 죽인다는 말은 곧 하루에 만 구의 시체가 생산된다는 뜻입니다. 하루에 만 구의 시체를 어떻게 소각했을까요?”

 

스티븐 핑커처럼 역사를 단지 숫자로, 데이터로 환원한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역사란 죽어가는 만 명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이다. 차가운 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죽어야 했던 304, 한 명, 한 명의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는 것. 반복한다. “타인에게 가해진 비인간적인 행위는 내 안에 있는 인간성을 파괴한다.”





 

1945; 도둑처럼 찾아온 해방

 

810,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해 무조건 항복을 결정했다. 조선총독부는 송진우, 김준연에게 거절당하고 여운형에게 행정권을 이양한다. 그러나, 38도 선 이북을 소련이 점령하고, 이남은 미국이 점령할 것이 확실해지자, 총독부는 행정권 이양을 거부한다. 그러나, 여운형은 건국준비위원회를 발족,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한다. 816일 건국치안대가 조직되었다. 이들은 제일 먼저 경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던 친일파 경찰들을 추방한다. 일본인 경찰이 그대로 있었던 반면 친일파 경찰 약 80프로가 도망쳤다.

 

86일 미국은 일본의 히로시마에, 그리고 8일에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16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조선인 4만명 포함)

 

814, 30분 만에 두 대령이 지도에 38선을 그어 맥아더에게 보냈다. 815일 소련이 제안을 수락한다. 생각해보면 희한한 일이다. 전범 국가인 일본 땅을 나눠 먹어야지 왜 한국을 나눠 먹은 걸까. 한국은 일본 대신 분단된 셈이다.

 

소련군이 824일 평양에 입성했다. 북에서 소련군은 강간과 약탈을 일삼는다. 북한에선 좌우 대립이 없었다. 북한은 친일파에 관대하지 않았다. 우익과 친일파들은 죄다 남한으로 탈출했다.

 

지금이야 공산주의자는 빨갱이라 불렸지만, 이 당시에 공산주의자 = 애국자로 통하던 시기였다. “한국 공산주의의 가장 위대한 영도자로 불렸던 박헌영93일 조선공산당을 재건한다. 건준에서 박헌영의 영향력이 커지자 우파인 안재홍이 떨어져 나가고 건준은 좌경화된다. 건준은 96. ‘조선인민공화국수립을 선포한다. 이른바 인공.

 

97일 미군이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의 지위로 인천항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온다. 미군정은 인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선총독부를 인정했을뿐. 미국은 한국인을 야만인으로 경멸했다. 한국인을 gook라고 불렀다지. 먹을 걸 얻어 가는 아이를 향해 총을 쏘는 미국인들이 비일비재 했다고. 

 

94일본과 협력한 한인 집단을 주축으로 한민당이 창설된다. 미국이 점령군인 해방정국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관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대지주 출신인 친일파, 해방후엔 친미파, 정당으로 보자면 한민당. 좌파 일색인 인공을 분쇄하기 위해, 미군정이 실시한 대책은 정당은 오라는 성명을 내건 정당신고제. 1개월 내에 40~50개의 정당이 난립했다고.


미군정에서 주요 직책들은 한민당, 친일파 세력에게 돌아갔다. 조병옥, 장택상, 김용무, 이인. 미군과 친일파들은 도망친 친일파 경찰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친일파 경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문 수사였으니. 오늘도 거리를 거닐다가 무언가를 보고 움찔했다. 경찰이었다. 왜 경찰복을 보면 저절로 움츠러들까. 친일 경찰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친일파 경찰들이 공권력을 장악했다는 것. 이후 한국사 고비고비마다 끔찍한 살육의 씨앗이 아니었을까.

 

104일 국부 격 살인마 이승만이 귀국한다. 당시 이승만의 인기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고. 우파든 좌파든 이승만을 옹립하려고 난리였다니. 이승만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친일파 거부 백낙승으로부터 매달 50만원, 박흥식으로부터 2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는다. (이 당시 쌀 한가마니는 750)

 

1023.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초당파적인 모임 독립촉성중앙협의회가 창설되고, 회장엔 이승만이 추대된다. 박헌영이 친일파 제거에 의한 민족통일 원칙을 주장하자, 이승만은 되레 공산당을 비판하면서 친일파를 두둔한다. 이때부턴가? 빨갱이 타령은? 세상에, 1945년부터 지난 71년간 우려먹다니. 21세기까지 독재협력세력인 새누리당과 가스통 할배, 일베들의 끊임없는 레퍼토리.

 

116일 중앙극장에서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이른바 전평이 결성된다.

 

1112일 인공의 좌경화를 깨닫고 여운형은 조선인민당을 창당한다.

 

1123, 임정 요인 환국 제1진이 귀국한다. 김구, 김규식, 이시영, 김상덕, 엄항섭, 민영완, 장준하, 윤경빈, 유진동 등 15.

 

미군정은 임정의 명망을 이용하기로 하고 따듯히 환대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임정은 인공과 조공에 대해선 선을 긋는다. 그러나 친일 협력자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다. 1945년에 김구 역시 이승만처럼 친일파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다.

 

장준하는 임정 요원들 앞에서 임정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고 폭탄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임정의 내분은 심각한 지경이었다. 해방 후 임정의 내분은 더 악화되었다. 그중에서도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맡은 약산 김원봉이야말로 피해자가 아닐까. 임정의 제 2인자였지만 환국 후 약산은 김구, 이승만, 김규식에 이어 4인자로 소개된다.

 

한편 북한에선 113조만식조선민주당을 창당한다. 1217일 김일성이 책임비서로 선출된다. 김일성의 권력이 강화될수록 남한에서 좌익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미군정은 우익 청년단체들을 동원해 인민위원회를 습격하고, 인공을 해체시킨다.

 

1228일 미, , 영 세나라 수도에서 한국의 신탁통치에 관한 내용을 주로 한 모스크바 결정이 발표된다. 신탁통치 방안은 결정되지 않은 것이었다. 임시정부가 신탁통치를 반대한다면 신탁통치를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민당이 주축이 된 <동아일보>가 사건을 저지른다. 오보를 터뜨린 것.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서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동아일보의 관측 보도였던 것.

 

<동아일보><조선일보>가 오보를 쏟아내자, 선동된 대중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신탁통치에 다소 열린 의견을 피력했던 송진우는 암살당한다.

 

1230일 임정은 미군정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킨다. ‘임시정부 포고 제 1호 및 제2를 발표한 것. 임정은 미군정청 산하의 모든 한인 직원들은 임정의 지휘를 받을 것모든 국민은 임정의 지휘 아래 반탁 운동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이른바 임정의 주권선언이었다.

 

1231, 서울운동장에서 대규모 반탁대회가 열린다. 30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었다고. 당시 서울 인구는 120만 명. 이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사상은? 사회주의였다. 자본주의 13%, 공산주의 10%, 사회주의는 70%였다. 만일 분단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이 분탕질을 치지 않았더라면, 이승만같은 버러지가 없었더라면, 한국은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지도 않았을까. , 그럴 순 없었겠다. 미국이 절대로 그렇게 놔두지 않았겠지.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에서 마르케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정도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미국을 구세주로 보는 철부지 영혼들이 있습니다. ”

 

이 땅엔 아직도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라 생각하는 철부지 영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긴 대다수 우매한 미국인들도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착각하고 산다. 역사를 들여다본다면, 미국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을 학살했는지 숱하게 보게 될 것이다. 어디 대한민국뿐이겠는가.

 

도둑처럼 해방은 찾아왔으나, 점령군 미국에 의해 애초부터 대한민국은 뒤틀려가고 있었다

1946, 좌우의 갈등은 점점 첨예화 될 것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7-07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7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07-07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맥아더 영화를 보면,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난 뒤 미국이 전승국 연합군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점령하고 전후복구에 영향력을 끼치는데 소련 대표가 일본 영토의 분할 통치를 제안했다가 맥아더한테 단번에 거절당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소련이 결국 사할린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여러 생각이 들지만 맥아더가 우리나라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애착이 없었을 겁니다. 모두가 반대하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서 성공시킨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고 그의 강단을 엿볼 수 있죠. 하지만 1950년 년말에 트루만 대통령과 전략회의 자리에서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낮음을 보고한 것만 봐도 당시 미국이 정보력이 부실했고 정세 파악이 형편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어요. 미국은 안일했고 민주주의 수호보다 점령지 경계 땅을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 경계 안에 있었고요. 이런 게 엇갈리는 운명일까요.

시이소오 2016-07-07 08:48   좋아요 2 | URL
제가 이해한 세계사로 보자면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한적이 없습니다. 독립이후 민족 지도자 암살은 거의 공식이더군요. 1950년대 미국은 중국을 개입시키려고 일부러 북한으로 쳐들어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미국은 사악하지 멍청하진 않은듯하네요 ^^

오거서 2016-07-07 09:07   좋아요 0 | URL
북한으로 쳐들어갔다는 주장은 맥아더의 주장이 와전된 것이 아닐까요. 한반도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압록강을 넘어야한다고 맥아더가 주장했다죠. 트루만 정부는 중국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서 반대했고요. 만약 맥아더의 의지가 관철됐다면 역사는 어땠을까, 상상이라도 해봅니다. ^^

시이소오 2016-07-07 09:30   좋아요 0 | URL
그 부분을 정확히 모르겠어요. 좀 더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

samadhi(眞我) 2016-07-07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구가 강제해방을 두고 두고두고 한스러워 한 것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더라도 우리 손으로 이미 망조가 든 일제를 끝낼 수 있었는데.
남의 손으로 끝나서 여전히 양키랑 왜놈에게 그리고 그 놈들에게 붙어먹던 놈들에게 휘둘려 살지요.

시이소오 2016-07-07 08:51   좋아요 1 | URL
독립군이 몇일만 일찍들어왔어도 ^^;

역사에 만약은 없다는 말이 왜이리야속한지요 ~

samadhi(眞我) 2016-07-07 08:57   좋아요 1 | URL
국치일에 밎춰 국내진공작전을 펼치려 거지요. 미국놈들이 귀띔 좀 해 줄 것이지.

시이소오 2016-07-07 09:04   좋아요 1 | URL
대악마 미국이 그럴리가요 ^^;

samadhi(眞我) 2016-07-07 09:1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그 큰 엉덩이를 흔들며 지가 제일이라고 자기 외 모든 나라를 개무시하지요. 우리처럼 듣도 보도 못 한 나라를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나라 곳곳에 살육의 피를 뿌렸을까요. 그때만 해도 울 나라 사람들 사슴같은 눈망울을 한 순박한 이들 이었을 텐데. 여태 밝혀지지 않은 일들 천지고. 밝혀져도 미쿡놈에게 비벼대는 기득권들 덕에 별 일 없이 산다. 구요. 양키 고 홈 좀 하자니까 박할매는 제 아비보다 더 못 한 짓을 하고. 전작권을 준대도 마다하는 정신없는 할매. 에휴

시이소오 2016-07-07 09:15   좋아요 0 | URL
새누리당 전작권 달라고 하면 빨갱이란말에 어이가 없ㅇㅓ서.
저 매국노들의 망언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할런지요

포스트잇 2016-07-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면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는 부끄러움과 후회, 절망스러운 한탄, 분노...지금도 별다를 것 없는 현실에 답답..
저는 저 `해방은 도둑같이 왔다`는 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한 말인가?
정말이라면 정말 부끄러운 말 아닐까요. 얼마나 안일하게 잠들어 있었으면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는 것에 그렇게 둔감할 수 있었을까요?
김기협의 해방일기도 섭렵해보고 싶은데 ...날잡아야 할 것 같네요.

시이소오 2016-07-07 09:21   좋아요 0 | URL
함석헌 쌤이 하신 말씀이지요. 해방후 나라꼴이 워낙 개판인지라 정신차리라는 맥락에서요

이 책은 여전히보수적 관점을 취합니다. 강준만 쌤은 신변에 위협을 느끼신듯. 서중석 쌤의 시각은 다릅니다. 해방후 여운형을 비롯한 건준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시고 저 역시 서중석 쌤의 시각을 더 신용하구요^^

포스트잇 2016-07-07 09:42   좋아요 0 | URL
네, 말이 사용되는 맥락을 잘 봐야할 것 같아서요. 저말이 누구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사용되는지...그런거요.
해방후 정국 상황은 열심히 파봐야 할 시대라고 생각해왔는데(또 한 시대를 꼽자면 조선말이겠지요)..깊이 천착하는 성격이 못되어서리..ㅠ
저는 당시 진짜 우리 역량은 어땠는지, 국제적 상황이라는 것도 있지만 왜 우린 또다시 그렇게 패했는지.. (물론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지만요) 한번 파보고 싶더군요. ...

시이소오 2016-07-07 10:57   좋아요 1 | URL
이 책을 보면 주로 서중석 쌤 의 책들을 참고합니다. 그러고보면 서중석 쌤이야 말로 한국 근현대사의 거목이라 할까요. 그분이 최근 새로 쓰신게 인터뷰 형식의 현대사 이야기죠.

이 책도 독후감을 꼭 남기고 싶네요 ^^

이시스 2016-07-0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에 읽는 시이소오님의 글... 언제나 저에겐 활력소에요~ 팬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시이소오 2016-07-07 10:53   좋아요 0 | URL
아, 앞으로 아침에 꼭 올려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시스님도 날씨와 무관하게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

깊이에의강요 2016-07-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권을 돌려 받아야 한다는 야당 전대표님의 발언에 새누리당과 정부의 논평은 브렉시트로 나라가 혼란한데 네팔에서 한가한 소리 하고 있다고 했었죠.그게 한가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당과 정부라니...

글고 저도 시이소오님 팬입니당^^

시이소오 2016-07-07 12:57   좋아요 0 | URL
지들 때문에 매일 매일 혼란스러운데 말이죠
. 저도 강요님 팬이에요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유시민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따라서 그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알지 못한다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가 글을 잘 쓴다는 걸 알게 됐다특히나 공산당 선언의 번역문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공산당 선언>의 강유원 번역은 이렇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옛 유럽의 모든 세력들즉 교황과 차르메테르니히와 기조프랑스 급진파와 독일의 경찰관은 이 유령에 대항하는 신성한 몰이사냥을 위해 동맹하였다.

 

유시민의 번역은 이렇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낡은 유럽의 모든 권력이교황과 차르메테르니히와 기조프랑스 급진파와 독일 비밀경찰이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한 신성동명을 체결했다.

 

유시민은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글 역시 말하듯 써야한다고 주장한다나는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다이러니 글이 제대로 써질 리가 없다유시민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 중 세 권의 책을 먼저 소개한다두 세 번이 아니라 열 번을 읽어도 좋다고세 권의 책은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이런다 안 읽어본 책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유시민에 따르면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못난 글을 쓰지 않으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바르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제 나름의 멋진 스타일을 입힐 수 있다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음을 정확하게 듣지 못하면 바이올린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이 없으면 훌륭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유시민에 따르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쉽고 간단한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내 경험으론 어떤 책들은 마치 톱밥을 삼키는 것처럼 꺼끌꺼끌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그런 책은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글이다이 책은 작년에 읽었던 고종석의 <문장>과 비슷한 글쓰기 가르침을 전한다중국말 남용일본식 조사의 남용( ‘에로의’ ‘의로부터의’) 서양말의 오남용(완료시제와 피동형 문장)만 경계해도 못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또한 복문보다 단문 쓸 것을 권유한다.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마지막 강의>를 읽다가 그처럼 사토리(순간적인 깨달음)를 일으키는 문장을 만났다.

 

"즉 어떤 관점에서 삶 프로그램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다시 말해 글쓰기의 쾌락글쓰기의 행복을 경험한 사람에게는(거의 첫 번째 쾌락처럼새로운 글쓰기의 발견 말고는 다른 새로운 삶이 없을 것입니다. "

 

나는 글쓰기의 쾌락을 이미 맛본 사람이다죽을 만큼 괴로울 때면 글 쓰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어쩌면 죽지 않기 위해살아남기 위해 글을 썼던 걸까그런 경험은 완성의 순간을 꿈꾸게 한다.

 

한 인간의 삶에서 – 그러므로 모든 인간의 삶에서 – 모든 것이 완성되는 순간이 있다책이 쓰이고우주가 조용해지고존재들이 휴식을 취하는 그런 순간 말이다남은 일이라고는 그 순간을 알리는 일뿐이다.”

 

모리스 블랑쇼.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유시민의 추천 책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인만 강의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커 외 지음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와이즈베리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바오

신영복, <강의돌베개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르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홍신문화사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 문학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홍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6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7-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책의 목록을 보니 유시민님 글쓰기 수업은 스타일 만들기에 그치지는 않겠네요.

시이소오 2016-07-06 20: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올바른 사유로 이끌어주는 책들이 많네용 ^^

희망찬샘 2016-07-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제게 도서관에서 토지를 빌리게 만든 분이 바로 이 분이셨군요! 실패하긴 했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 ^^

시이소오 2016-07-06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토지를 읽겠다고 마음 먹은지가 꽤 됐네요. 책이 너무 많아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시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시란 일종의 진부한 표현을 거부하는 장르이지 않습니까.
시의 장점 중 하나는 표현의 다양성이 아닐까 싶습니디ㅏ.

시이소오 2016-07-06 21:27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많은 소설가들이 작품을 쓰기전에 하루 일과를 시 읽기로 시작한다는군요. 저도 따라해보다 게을러 요즘은 안 하는데 곰발님이 자극을 주시네요.
다시한번 시를 읽어야겠어요^^

samadhi(眞我) 2016-07-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지가 그렇게 재미없더라구요.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꾹 참고 끝까지 읽긴 했는데, 오직 ˝재미˝를 찾는 성미여서
지루하기 짝이 없던 토지 속에서 정작 글에는 집중하지 못 했어요. 빨리 읽어치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다시 읽지는 못 할 듯합니다. 조정래 역사 3부작은 다시 읽을 수 있지만요.

시이소오 2016-07-06 22:5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재밌는 줄
로만 알았는데요. 재미도 없는데 그걸 다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

samadhi(眞我) 2016-07-06 22:58   좋아요 0 | URL
토지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 제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근데 21권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료했답니다.

시이소오 2016-07-06 22:59   좋아요 0 | URL
ㅋ 지나님 핑계로 토지 건너뛸까봐요 ㅎ ㅎ

samadhi(眞我) 2016-07-06 23:0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에겐 맞을지도 몰라요. 저는 차라리 전형적이고 신파(?) 가득한(?) 김약국의 딸들은 좋았어요. 그때만 해도 박경리 소설이 재밌다고 생각했지요. 김약국... 이 극적이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지만요.

시이소오 2016-07-06 23:05   좋아요 0 | URL
저도 김약국의 딸들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 박경리 선생님 소설은 대체로 재밌지 않나요?
^^

samadhi(眞我) 2016-07-06 23:09   좋아요 0 | URL
토지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하는 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있어질 거라고 조금 더 읽어보면 재밌겠지 하다가 나중엔 모든 헛된 마음을 버리고 그저 마지막 장만을 향해 글을 흘려 읽었어요. 제가 쾌락주의라 그런 걸 테고 토지를 좋아하는 분들 많을 거예요. 제게는 밋밋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박경리가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 해 쓴 글이라 저도 참고 읽었어요.

시이소오 2016-07-06 23:19   좋아요 0 | URL
일단 1권을 읽어보고 결정해야 겠습니다 ^^

samadhi(眞我) 2016-07-06 23:25   좋아요 0 | URL
그러셔야지요. 시이소님은 워낙 무섭게(?) 읽으시는 분이니 후딱 해치우실(?)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몇 권 보시라고 말씀드리려 했어요.

시이소오 2016-07-06 23:3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이네요^^

2016-07-0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잘쓰셔요. 그누가 만권을 읽어가며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답니까? 매일 써주세요. 잘쓰려면 읽어야 한다며 거의 외서를 권하는 게 뭔가 핀트가 두 개로 갈라진 듯한 느낌이라 쫌 그렇습니다마는 저자의 갖춘 덕이야 충분히 미더우니 그렇구나 하고마는 저에게는 시이소오님께서 읽으시고난 이야기 계속 이렇게 써주시는 그게 바로 최고의 글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만 납니다. 흐~ ^^

시이소오 2016-07-07 00:40   좋아요 0 | URL
아, 힌님 격려의 말씀, 감사드려요 ^^ 매일 쓸께요 ^^

2016-07-0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나 복문이죠? 사람의 일상적인 말이 진정 단문인가 하는 의심을 하는 중이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복문은 진정 일상에는 없는 말인가 자꾸 해본다니까요 헤헤

시이소오 2016-07-07 00:59   좋아요 0 | URL
사실 복문은 쓰기가 굉장히 어렵죠.
사유가 깊어야만 가능하다고 봐요. ^^

qualia 2016-07-07 0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윗글에서 《일본식 조사의 남용(‘에로의’ ‘의로부터의’)》이라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혹시 “의로부터의”는 “으로부터의”를 잘못 적은 것은 아닌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로의”, “~으로부터의” 따위는 일본식 조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것들이 일본식 조사라는 주장은 이오덕 선생님이나 이수열 선생님한테서 처음 나왔을 겁니다. 그 뒤로 많은 글쓰기 책 저자들이 두 분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정설 아닌 정설로 굳어졌고, 이제는 글쓰기 책 저자들의 ‘습관적인’ 주장/레퍼토리가 돼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옳은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걸 논증하려면 아주 긴 글을 써야 하는데 사정상 여기선 생략하고, 간략히 두어 가지만 적겠습니다. “~에로의”, “~으로부터의” 따위가 일본식 조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말의 교착어적 특징을 망각했거나 인식하지 못한 오류라 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말은 언어 유형학적으로 교착어에 해당하는데요. 이 교착어는 실질 형태소인 어근에 형식 형태소인 접사/조사를 붙여서 ⑴ 파생어를 만들거나 ⑵ 문장 성분 간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중심적 특징입니다.

예컨대 “그의 완벽한 성공에로의 집념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와 같은 예에서 “성공에로의”는 [성공+에+로+의]나 [성공+에로+의]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명사 어간+조사+(보)조사+관형격 조사]나 [명사 어간+복합조사+관형격 조사]와 같은 형태소 결합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식의 형태소 결합은 교착어로 분류되는 우리말의 중심적/근본적 특징입니다. “암흑으로부터의 탈출”과 같은 사례도 똑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암흑+으로+부터+의]는 [명사 어간+조사+(보)조사+관형격 조사]와 같은 형태소 결합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말은 아주 대표적인 교착어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교착어적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에로의”, “~으로부터의”와 같은 2중/3중의 복합조사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말 말법/문법에 비춰볼 때 아무런 잘못이 없는 표현이고 용법이라는 것이죠. 도대체 뭣 때문에 쓸 수 없다는/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까. 사실이 이러한데 저런 용례들을 모두 일본식 조사로 규정하고 일본어 번역투로 폄하하는 것은 억견이자 오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로의”, “~으로부터의”와 같은 유형의 2중/3중 복합조사는 축약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우리말글을 풍부하게 하고 우리말 문법의 새로운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역을 열어줍니다. 이런 기능적 장점과 풍부함, 가능성이 깃들어 있는데 저런 유형의 알짜 성분들을 일본식 말글로 잘못 규정하고 퇴출시킨다면 그것처럼 어리석고 애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엇무엇의 무엇무엇의 무엇무엇”과 같이 관형격 조사 “~의”가 두 번, 세 번, 심지어 네 번까지 반복되는 구절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의”라는 조사는 현대 우리말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분/요소가 되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젠 완전한 우리말 조사입니다. “무엇무엇의 무엇무엇의 무엇무엇”과 같은 표현 유형이 문맥에 비춰볼 때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고, 문법상 오류가 없고, 좀 더 축약적인 표현을 가능케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구체적 분석과 논증 없이 습관적으로 습관적인 주장을 하는 글쓰기 책들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댓글을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시이소오 2016-07-07 04:27   좋아요 0 | URL
허걱, 퀼리아님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직 문법에 문외한이라서요.

그렇군요. 모르던 걸 또 배우네요. 감사합니다.^^

qualia 2016-07-07 11:39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 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판적으로 읽어주세요.

그런데 제 댓글 중 밑에서 둘째 단락 둘째 문장 뒤에 덧붙일 문장이 하나 더 있어요. 해서 여기에 적어둡니다.

“섬세하고도 미묘한 의미 분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7 12:55   좋아요 0 | URL
뭘 알아야 비판적으로읽을텐데요.
맞춤법 공부할 때 염두해
두겠습니다 ^^

이야기꾼 2016-07-0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최근에 유시민님의 책을 한권 읽고 맘에 들었기에 그 다음책을 물색 중이었는데 이렇게 추천이~~ ㅎㅎ 급 땡기네요;^^

시이소오 2016-07-08 16:1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이야기꾼님,
실망하지 않으실 책이죠ㅎ^^
 

드디어 영화 <곡성>을 보았다재밌는 영화였고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또한이 영화가 완벽한 쓰레기라는 것도대다수 평론가들이 독버섯에 취한 듯 영화에 홀려 <곡성>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니한국 영화 평론은 어쩌다가 이 정도까지 우매하고 천박하고 타락한 걸까. <곡성>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니들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이게 나홍진이 <곡성>을 통해 하소연 하고 싶었던 말이다영화판의 소문에 따르면나홍진은 인간이 아니다악마다영화를 위해 영혼을 판 메피스토적 악마라면 그의 예술혼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그러나그는 단지 히틀러전두환 같은 파시스트 형’ 악마다나홍진은 같이 작업하는 스텝들의 인격을 눈곱만큼도 존중하지 않는 걸로 악명이 높다그는 주변의 동료들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사용한다나홍진은 <곡성>을 통해 자신을 악마라 부르는 이들을 향해 제대로 한풀이를 하신다.

 

<곡성>은 악의 입장에서 기술한 악의 진술서.

 

피해자 코스프레 

 

나홍진은 영화 후반부에서대중이 마치 아무 죄 없는 일본인()을 차별하는 것처럼 묘사한다더군다나 종구(곽도원)와 그의 친구들은 떼로 몰려 가 일본인을 살해하려 한다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가? (요리조리 잘도 도망 다니던 일본인은 왜 갑자기 종구와 친구들 앞에 하고 선물처럼 내려온 걸까.) 나홍진은 이방인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아무 죄가 없는데 니들이 나를 악으로 몰았어

 

일광(황정민)은 곡성을 벗어나려다 나방떼의 습격을 받고 도로 곡성으로 돌아가자신의 과업을 달성한다종구를 현혹하기일광은 악을 행하고 싶어서 행하는 게 아니라강제에 의한 것이었다나홍진의 페르소나는 주로 일본인(이방인), 아니면 일광이다나홍진은 일광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원래부터 나쁜 놈이 아니야먹고 살려다 보니 그런 건데왜 나를 욕해나도 피해자라고.’

 

네 탓이다.


누누이 말하지만지배계급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은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려고 발악을 한다. <곡성역시 마찬가지다방에 없는 효진(김환희)을 찾아 나선 종구에게 무명(천우희)은 말한다. “니가 의심했으니까”. 의심하지 않았으면 효진은 악마의 낚시 줄에 걸리지 않았단 말인가. (무명의 말을 믿고무명 옆에 죽치고 있었으면 아내와 장모는 살아났을까금어초 결계는 도대체 언제 친 걸까딸이 나가기 전에종두가 나가기 전에종두가 나간 후에?)

 

 

악마는 사제에게 말한다. ‘네가 이미 의심했잖아.’ 악마의 말은 이런 뜻이다내가 악마가 된 것은 나 때문이 아니다. ‘네가 나를 악마로 생각한 이상나는 악마가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악마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네 탓이다.’

 

 

수호신과 인간들

 

수호신인 무명(천우희)이나 주인공 종두를 비롯한 마을 사람 모두 희화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나홍진이 주변의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다나홍진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다 바보로 생각한다신이 있으면 뭐할 것인가방관자에 불과한데너희들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으니 나는 기꺼이 악마가 되겠다그러니싸그리 다 죽여주마이게 나홍진의 의식 표면 밑에 깔린 심리다.

 

나홍진은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연쇄살인범이 되지 않았을까. <곡성>은 악을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곡성>은 악의 변론서다악마의 곡성에 평론가들마저 놀아나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다돈만 되면재미만 있으면 그만인가너나 할 것 없이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영혼들뿐이다나홍진은 오늘날의 도덕적 불감증이 잉태한 악마다.

 

 

나약한 사람들에게 자유는 흔히 어둡고 적의에 찬 세계 앞에서 발가벗긴 채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으로 이해되는데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은 낯선 자의 영혼을자기 자신의 인격을 깨부수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도덕적 불감증>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6-07-0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인데, 다음 주 무도 때문에 영화를 보게 생겼어요. 왠지 곡성을 안 보면 무도의 웃음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5 12:12   좋아요 0 | URL
<곡성> 보셔야죠. ㅎㅎ

표맥(漂麥) 2016-07-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곡성곡성거리니... 보긴 봐야할 영화인 모양입니다.^^

시이소오 2016-07-05 12:48   좋아요 0 | URL
화제의 영화잖아요^^

보빠 2016-07-0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불감증 꼭 읽어보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7-05 12:50   좋아요 0 | URL
지그문트 바우만도 전작하고 싶은 저자네요^^

수이 2016-07-05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곡성은 아직 볼 용기가 없고 바우만은 읽어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7-05 16:52   좋아요 0 | URL
바우만은 추천이요 ^^

stella.K 2016-07-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홍진이 영화는 잘 만들죠. 하정우가 나왔던 그 영화도(기억이 안 나는군요.ㅠ)
재밌게 보긴 했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하정우는 감독의 파르소나 아니겠습니까?
하정우 보면서 이 감독 보통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영화판에선 악명이 높군요.
전 나중에 보는 걸로 하죠.ㅋ

시이소오 2016-07-05 16:52   좋아요 0 | URL
학을 뗀답니다 ^^

북깨비 2016-07-0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보고 와서 이동진 평론가의 평론을 두시간 듣고 그 분 해석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이렇게도 해석이 되는군요. 아무래도 디비디로 출시되면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7-05 16:56   좋아요 0 | URL
두시간동안 뭐라 했는지 궁금하네요. 두시간동안 볼 자신은 없고요 ㅎ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홍진은 그래도 헤오조크에 비하면 천사입니다.
도저히 못하겠다던 배우 킨스키를 총 들고 연기 안 하면 쏴 죽인다고 협박해서 가까스로 영화를 찍었으니 말입니다.
클라으스 킨스키는 그때 죽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친딸을 지속적으로 강간했거든요..
7살 때부터인가.. 하튼, 딸 촬영장에 데리고 다니면석 상습 성폭행..

시이소오 2016-07-05 16:55   좋아요 0 | URL
헤어초크는 예술혼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ㅎ ㅎ

나홍진은 그냥 인간이 개차반이자나요 ㅋ

samadhi(眞我) 2016-07-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 얘기도 그렇고 전혀 끌리지 않아서 다운 받아서도 보고 싶지 않네요. 김지운, 악마를 보았다 라는 영화가 불쾌하더라구요. 싸이코패스를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달콤한 인생을 워낙 잘 만들어서 믿고 봤더니...
곡성이 그 영화랑 비슷한 기분일 것 같네요.

시이소오 2016-07-06 23:25   좋아요 0 | URL
곡성은 싸이코패스가 만든 영화죠 ^^

samadhi(眞我) 2016-07-06 23:28   좋아요 0 | URL
그러면 보지 않는 게 맞겠어요. 내일 재개봉되는 환상의 빛 이나 보렵니다.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이소오 2016-07-06 23:36   좋아요 0 | URL
오, 테루 원작소설 말씀이시죠
. 저도 보고 싶네요 ^^

꿈꾸는섬 2016-07-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영화를 잘 보던 제가 요새 무서운 영화가 싫어서 피하느라 곡성을 계속 못 보고 있어요.
시이소오님 글 읽으니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천천히 보게 되겠지만요.

시이소오 2016-07-12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이들고 잔인한 영활 못 보겠어요. ^^;

마녀고양이 2016-07-2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제 어제, 두 번에 걸쳐 곡성을 보았어요. 생각이 많았죠.
시이소오님의 곡성 해석은 또 다른 방향이네요.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보는 중입니다.
너무 덥네요, 여름에 건강 챙기셔요~

시이소오 2016-07-26 14:50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님도더위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고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 ^^

2016-07-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저는 박찬욱도 그러하다 해요. ㅎㅎ 몰입감에 반전에 긴장에 스릴미에 다 좋다 해요. 근데 그게 뭐라고 꼭 사람 죽여대는 걸로 얻으려고 할까요? 죽여도 참 무참하게 죽여가면서. 이 영화는 볼 생각도 없으니 이 이전 것들로 하는 말입니다만. 이 감독만의 얘기도 아니고요. 아오, 말이길었어용 ㅋ

시이소오 2016-07-26 17:17   좋아요 1 | URL
박찬욱 감독은 무수한 스텝들이 한국 감독들 중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에요. 나홍진과는 인격자체가 비교불가한 분이죠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와같다면 2016-07-0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조영래 변호사님의 망월동 수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도 좋지만,
전 변호사님의 일기글을 좋아해요..

시이소오 2016-07-04 22:09   좋아요 0 | URL
다 읽으셨군요. 사유도 올바르시지만 글도 참 잘 쓰셨어요 ^^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 2016-07-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이 빌릴 수가 있나요?? 제가 사는 곳 시립도서관은 한 명당 5권인데... 어마어마하네요^^

시이소오 2016-07-04 11:01   좋아요 0 | URL
남양주는 다른 동 도서관에서도 대출 되거든요. 20권 대출 됩니다. 인천쪽은 90권 가능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ㅎ^^

아무 2016-07-04 11:03   좋아요 0 | URL
제가 있는 곳은 다른 동 도서관이랑 연동되는 걸로 알고 있어서..ㅠㅠ 그나저나 인천이 90권이라니 어마어마하네요. 이사가야 하나... ^^;;

시이소오 2016-07-04 11:06   좋아요 0 | URL
저도 인천으로 이사갈까 고민했었어요 ㅋ

cyrus 2016-07-04 18:12   좋아요 0 | URL
대구는 공공도서관 통합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전 도서관 책 모두 빌릴 수 있습니다. 대출권수는 20권입니다. ^^

니페딘1T 2016-07-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서 보시고 좋은책은 구입하시기도 하시나요?.......

질문을 하고 보니 당연한 질문을 했네요. ㅎㅎㅎ

그리고 보통의 책읽기... 제목만 보고 알랭 드 보통의 새책이 나왔나 했습니다. 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4 11:04   좋아요 0 | URL
ㅎ ㅎ 선대여, 후구입이랄까요. 먼저 읽어보고 두번 이상 읽을 책만 사는거죠.

제가 요즘 돈이 없거든요 ^^;

시이소오 2016-07-04 11:32   좋아요 0 | URL
보통의 책읽기.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의 독후감 책이에요. 이 작가도 어마어마 읽네요. 재밌습니다^^

포스트잇 2016-07-0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이) 떡~

시이소오 2016-07-04 11:33   좋아요 0 | URL
아, 바빠요 ㅎㅎ

깊이에의강요 2016-07-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몇달치ㅋ

시이소오 2016-07-04 16:32   좋아요 0 | URL
저는 강요님에 비해 살날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ㅎ 한 40년 ?
ㅋ 강요님은 미니멈 60년? ㅋ^^

singri 2016-07-0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대단한 시소님 빌릴 수 있는것도 대단하지만 읽어 내시는 것도 대단하네요ㅡ 서중석 책 빌리러 갔는데 없어서 주문해놓고 왔어요. 아마도 사서 봐야될듯도 하고 .

시이소오 2016-07-04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서중석 선생님 책은 다 사들일 작정입니당 ㅎㅎ

블랙겟타 2016-07-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강준만 선생의 책중에 그나마 좋아했던 책이 산책 시리즌데요 ㅎㅎ 우연히 근대사 산책을 읽고 이렇게 정리가 잘되어 있다니라고 감탄하며 그 이후로 매일 도서관 출근 하며 10권 다읽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리고 나중에 상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 10만원치를 털어서 한국 현대사 산책 세트를 샀던 기억도 나구요. 여기서 다시보니 반갑네요. 현대사 산책 40년대편 글 올려주시는 거 잘 읽고 있습니다. ^^

시이소오 2016-07-15 12:05   좋아요 1 | URL
오, 대단하세요. 저도 언젠가는 꼭 다 사고싶어욧.

블래겟타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