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들
제임스 설터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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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터의 소설 <스포츠와 여가>, <올댓이즈>, <가벼운 나날>을 읽었으나, 아직 리뷰를 쓰지 못했다. <스포츠와 여가>가 설터의 첫 소설인 줄 알았는데, <사냥꾼들>이 설터의 첫 소설이었다. <사냥꾼들><스포츠와 여가>보다 무려 10년 전에 씌여졌다. 생텍쥐페리도 조종사였지만 설터는 전투기 조종사였다. 특히나 설터는 한국전에서 100번 이상 출격해, 미그기 한 대를 격추시켰다고 한다. 즉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한국이다. 외국 작가의 소설에서 한국 지명을 접할 때면, 왠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비행기 공중전을 소재로 한다는 점, 또한 설터의 첫 소설이란 점이 우려스러워, 여차하면 미련 없이 발 뺄 준비를 하고 조심스레 발을 담궜다.

 

어라, 재밌네.



 

비행기 공중전 영화를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진주만> 예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하다. 이 소설 이후로 설터는 소설보다는 시나리오를 주로 썼다. imdb를 찾아보니, 설터는 7편의 영화에 시나리오 작가로 크레딧을 올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는 시드니 루멧 감독, 오마 샤리프, 아누크 에메 주연의 <the appointment>가 아닐까.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한 셈. 소설과 내용은 다르지만, 설터가 시나리오를 쓴 동명의 제목인 <the hunters>는 로버트 미첨이 주연을 맡았다. 설터는 영화 <three>를 연출하기도 했으나, 쫄딱 망한 듯.



 

주인공 클리브는 타고난 조종사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적군이 있고, 아군 내에서도 갈등이 벌어지지만, 설터는 자기 극복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어떤 전쟁이든 자기 자신과의 전쟁이므로.

 

그는 죽음 가까이까지 이르고 싶다는, 그리고 그 후에 찾아오는 순결함을 느끼고 싶다는 충동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인 양 이따금 떠올리곤 했다. 그는 인간의 자기 극복과, 자기 극복이 이루어지는 숭고한 금욕의 세계를 언제나 존중했다.

 

- P 20.

 

비행기 조종사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미그기가 그들의 전부다. 몇 대의 미그기를 잡았느냐만이 가치를 결정한다. 미그기 다섯 대를 잡은 조종사는 에이스로 불리며, 모든 조종사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대대장을 맡은 클리브는 부하인 들레오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을 읽으니, 설터 사유의 원형을 엿본 듯하다. <스포츠와 여가>를 읽을 땐 딱히 제목에 대해 고민해 보질 않았다. <스포츠와 여가>는 알려진대로 <쿠란 57장 무쇠의 장>에서 연유한다.

 

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

 

클리브는 돌레로와 함께 일본의 요정에서 아가씨들의 접대를 받으며 전쟁 따위는 잊고 한가로운 나날을 보낸다. 클리브는 돌레오에게 말한다. “여기 또 오면 안 돼”. 들레오가 이유를 믿자 클리브는 대답한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삶이야

 

아주 깨끗한 공간에서 중세의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지금 어린아이의 꿈속에 들어와 있는 거야. 어른의 천국이기도 하지. 유일무이한 그 무엇, 실은 그게 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여하튼 그 소중한 것의 마지막 남은 몇 조각을 우리가 지금 몰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네. 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자가 영웅이야.”

 

설터에게 여가란 순수 한 것이고, ‘어린아이같은 것이며, ‘섹스혹은 사랑’, ‘자유같은 것이다. 반면 여가의 반대편엔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란 한마디로 삶의 목표고 일이다. 경쟁을 통해 승리해야 하는 것.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의무, 책임을 뜻한다. 설터는 삶이란 것은 스포츠와 여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스포츠와 여가 사이의 변증법 ?

 

소설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들은 대부분 전쟁(스포츠)에 매몰되어 있다. 미그기를 잡기위해 동료를 죽음으로 내몬 펠이 대표적 캐릭터다. 장교들은 펠이 동료를 죽인 과정에 대해 묻지 않고, 오로지 미그기를 잡은 결과만을 중시한다. 클리브는 미그기가 대량 출몰한 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짝사랑하는 일본 여자를 떠나, 황급히 전쟁터로 돌아간다.

 

승리의 순간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어떤 의미에선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승리를 갈구하는 것에 초연하기를,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필요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신이 그곳에 다다르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는 이미 전쟁의 포로였다. 미그기를 잡지 못하면 제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는 실패자가 되는 것이었다.”

 

클리브는 자신의 부하를 죽인 소련의 전설 같은 조종사 케이시를 결국 잡는다. 그러나, 윙을 맡은 부하 헌터는 착륙 중 전사한다. 그는 자신의 공을 헌터에게 돌린다. 클리브는 승리했으나, 만족감은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무감각만이 남는다.

 

클리브는 쓸쓸한 평온을 느꼈다. 유년 시절을 지나 비로소 성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것이 한때 자신을 온통 사로잡았던 찬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였음을 그는 뼈아프게 깨달았다. 대가는 값비쌌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무리 큰 희생을 강요했을지라도 그는 이상을 굳건히 지켰다.

 

p 219.

 

클리브는 시스템이 강요하는 승부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존재의 고원으로 비상한다. 사냥꾼들은 그의 몸에 무수한 총알을 박아 넣는다. 전쟁터에서 자기 극복의 의지는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승부욕을 버리고 부하 동료인 헌터에게 공을 돌린 클리브는 전쟁에서 실패했으나, 인간으로서 승리한 것이 아닐까.



 

20. 실로 현세는 유희와 오락에 불과하며 허식과 권세도 풍성한 재산과 자손도 그러하거늘 그것을 비유하사 식물을 성장케 하여 농부를 기쁘게 한 후 벼가 내려 시들어 누렇게 되고 메말라 부스러지고 지푸라기가 된 것과 같더라. 그러나 내세에서는 사악한 자들에게 가혹한 응벌이 있으되 하나님께 헌신한 자 하나님의 관용과 기쁨을 받노라. 실로 현세의 삶은 현혹된 향락에 불과하다.

 

- < 성 쿠란> 57장 하디드 p 1053.

 

혹시나 해서 <코란>을 찾아봤더니, 나는 완전히 오해했구나. ‘스포츠와 여가유희와 오락이었던 것. 현혹된 향락. 스포츠는 여가와 대립된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 몇 일 지나, 과연 오해인 걸까란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설터는 스포츠와 여가의 덧없음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스포츠)에서 여가를 구원하려 했던 것일까. 이 의문은 <스포츠와 여가>의 독후감에서 해명할 수 있기를.

 


다음 생이 있다면, 가수가 되거나 댄서가 되거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날아오르고 싶다

 

비행대대는 삶의 요약판이다. 당신은 어려서 그곳에 처음 당도한다. 그때는 기회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모든 것이 새롭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고통스런 배움의 나날과 환희의 날들이 지나가고 어느덧 성인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날 문득 당신은 이미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주위는 온통 생소한 얼굴과 관계 뿐, 당신은 그 속에서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된다.

p69.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부수적인 것과 핵심을 구분하는 거야. 자네 경우엔 코치가 부수적인 부분이지. 역사는 자네를 수학 교사로 기억할 뿐 그 밖에 부수적인 건 모두 잊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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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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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피디의 지인이 그랬다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고선 이 소설을 읽었으니 올해엔 더 이상 소설을 안 읽어도 된다. 나는 장 지글러의 <인간의 길을 가다>를 읽었으니, 올해 아예 책을 안 읽어도 된다.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장 지글러 최고. 갈라파고스 최고. 이 책을 심장에 쑤셔 넣고 싶다.

 

한 권의 책은 한 곡의 음악 같다. 단어는 음표다. 하루키 소설이 재즈를 듣는 기분이라면, 지글러의 <인간의 길을 가다>는 베토벤의 교항악을 듣는 기분이었다. 절정 부분에선 관악기, 현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건반 악기 등 모든 악기가 어우러져 온갖 선율들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립 박수를 칠 수밖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선 지글러를 단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정도로 알았다니! 지글러가 사회학자라는 걸 전혀 몰랐다. 지글러의 철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에 대한 지식에 그저 입만 떡 벌리고 있었으니!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까지 저절로 육두문자를 내뱉고, 속을 태워가며 읽었다. 마지막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의 비극에선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는데,..... 어마어마한 반전. ,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아프리카의 역사에 이렇게 무지할 수가. 대한민국 역사와 이리 똑같을까. 미국이 대한민국을 찢어 놓고, 친일파를 등용해 민족의 영웅들을 암살했듯 유럽 역시 아프리카에 그러했다. 지글러는 유럽 사회보다 아프리카 전통 사회가 훨씬 더 상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도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사회를 화합과 평화에 이르도록 하는 칸돔블레가 필요하다.

 

다른 한 명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 행위는 내 안에 있는 인간성을 파괴한다.”

 

- 칸트

 

타인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결국 내 안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2013424일 아침 다카 동쪽 교외 10층짜리 건물 라나플라자가 붕괴되었다. 1,138명이 죽었다. 라나플라자 사장은 이미 벽에 금이 간 건물을 두 층 더 높였다. 벽의 틈새가 벌어져 여성들이 올라가길 거부하자 사장은 그녀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할수 없이 여성들은 건물로 올라갔고, 죽어갔다.

 

전 세계 시민운동가들이 연대했다. 국제 시민운동가들은 다국적 기업에 대항해, 20145월 다카의 형사 법정에 라나플라자 공장 소유주를 법정에 세웠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환부는 이제 곪을 대로 곪았으므로

더 이상 나빠지려고 해야 나빠질 것도 없다.

모든 것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것만이

환부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장 지글러 

 

작금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 가스, 전기, 의료까지 민영화 하려는 정부를 언제까지 참고 두고 볼 것인가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하라고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렇게 하기로 정하지 않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스티유 감옥은 점령되었다.' 

 

전 국민이 읽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인이 읽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비인간적 행위를 두고 볼 수가 없다.

더 이상 내 인간성이 파괴되도록 내버려둘 수가 없다.


잘못된 삶에 정당한 삶은 없다.’

 

 

 

 

가장 단순한 것을 배워라!

자기의 시대가 도래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

알파벳을 배워라,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우선 그것을 배워라! 꺼릴 것 없다!

시작해라! 당신은 모든 것을 알야야만 한다!

당신이 앞장을 서야만 한다.

 

배워라, 난민수용소에 있는 남자여!

배워라, 감옥에 갇힌 사나이여!

배워라, 부엌에서 일하는 부인이여!

배워라, 나이 예순이 넘은 사람들이여!

학교를 찾아가라, 집 없는 자여!

지식을 얻어라, 추위에 떠는 자여!

굶주린 자여, 책을 손에 들어라. 책은 하나의 무기다.

당신이 앞장을 서야만 한다.

 

묻기를 서슴지 말라, 친구여

아무것도 믿지 말고

스스로 조사해보아라!

당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모르는 것이다.

계산서를 확인해 보아라

당신이 그 돈을 내야만 한다.

모든 항목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물어보아라, 그것이 어떻게 여기에 끼어들게 되었나?

당신이 앞장을 서야만 한다.

 

- 배르톨트 브레히트, <배움을 찬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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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0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나서 생각합니다. 더 배워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시이소오 2016-07-02 08:26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제가 얼마나 아는게 없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

오거서 2016-07-02 08:31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 님은 더할 나위가 없어 보입니다!

시이소오 2016-07-02 08:38   좋아요 0 | URL
더 배워야죠. 배움에는 끝이 없잖아요 ㅎ ㅎ

samadhi(眞我) 2016-07-0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의 절반은... 이 책 만으로도 저는 장 지글러가 좋았는데 시이소님이 이러면 이 책을 읽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시이소오 2016-07-02 11:54   좋아요 0 | URL
세계의 절반은 이 책의 절반정도로 좋네요 ㅎ ㅎ

니페딘1T 2016-07-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글참 잘 적으시네요. 책 사고 싶네요. 일단 장바구니로 고고싱~

시이소오 2016-07-02 17:29   좋아요 0 | URL
사고싶으시죠 ? ㅎ ㅎ

니페딘1T 2017-06-09 10:29   좋아요 0 | URL
이때 리플적고... 바로 구입했는데...아직까지 못 읽었다능....

책은 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중에 보는 것이다...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을 위안삼습니다. ㅠㅠ

시이소오 2017-06-10 06:37   좋아요 0 | URL
저도 사놓고 읽지못한책이 무릇기하랍니다 ㅎ

푸른희망 2016-07-0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꼭 사서 읽어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7-02 18:36   좋아요 0 | URL
저도 사서 다시 읽어야겠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7-0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읽고싶게 만드시네요^^

시이소오 2016-07-02 20:02   좋아요 0 | URL
책 세일즈 할까요?ㅋ

사랑 2016-07-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덕분에 좋은책 많이 알게되고 읽게 되었어요~~^^^^

시이소오 2016-07-02 23:05   좋아요 0 | URL
그러셨다니 기쁘네요^^

루쉰P 2016-07-0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읽으면 사고 싶네요 ㅠ.ㅠ 왜 그러시는 겁니까 시이소오님...고시생은 돈이 없단 말입니다. 크흑 ㅠ.ㅠ 돈 벌면 시이소오님 리뷰보고 보관함에 담은 책 사느라 흐뭇하겠네요 ㅋㅋㅋ

장 지글러가 심장에 쑤셔넣을 정도의 인물이란 말입니까? 아...진짜 읽어보고 싶습니다. ㅎ 오늘도 좋은 리뷰에 설레이며 갑니다 ㅎ

시이소오 2016-07-02 23:23   좋아요 0 | URL
저야 뭐 한 게 있나요?
책이 좋은거죠 ㅎ ㅎ
 

리뷰를 많이 못 써서 책을 많이 읽은 줄 알았더니, 착각 이었다.   

책을 너무 많이 빌리는 바람에, 반납일에 맞추려고 쫓기다시피 읽었는데.....


왜 그런지 5월 달 보다 많이 읽진 못했고, 

많이 쓰지도 못했다. 


심장으로 읽은 책이 많아서 일까. 


이 달엔 정말이지 '이달의 책'을 한 권만 뽑을 수가 없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씨리즈, 강준만 선생님 존경합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씨리즈, 서중석 선생님 존경합니다. 

안경환의 <조영래 평전>,  조영래 변호사님 존경합니다.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승헌 변호사님 존경합니다. 

장 지글러의 <인간의 길을 가다>, 장 지글러 선생님 존경합니다. 


정말 전 국민에게 추천하고픈 책들이다. 


2016년 상반기 238권을 읽었다. 

제발 이제는 일을 해야 할텐데. 

로또 1등이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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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7-0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독서량은 무시무시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1 09:07   좋아요 0 | URL
이백삼십팔권을 읽는동안 백수로지내는 제자신이 무시무시 하네요 ㅋ

samadhi(眞我) 2016-07-01 09:14   좋아요 0 | URL
일 하면서 그 많은 책을 어찌 읽습니까. 백수라해도 그 정도 읽는 건 무리지요. 저는 백수로 지낼 때가 대부분인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책읽기를 미루고 사는데요.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 시리즈 마음만 먹고 안 읽고 있는데요. 그 분의 연구태도가 정말 존경스럽더라구요. 책 읽는 속도가 책 쓰는 속도를 못 따라가다니, 정말 부끄러워요.

시이소오 2016-07-01 09:14   좋아요 0 | URL
실은 책만 읽고 싶어용. 일하기 싫어해서 큰 일이네요^^;

samadhi(眞我) 2016-07-01 09:25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ㅋㅋ
예전에 ˝평생 놀면서 살고 싶어˝ 라는 만화책을 빌려왔더니 울 언니가 딱 니 얘기네. 그러더군요. 평생 빌어먹고 살아야 하는 인생을 생각하며 우울하게 출근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제 자신을 믿지 못 하거든요. ㅎㅎ

시이소오 2016-07-01 09:31   좋아요 0 | URL
실직도 나름 긍정적인 요소가 있죵 ㅎ ㅎ 일하면서 책 읽기
쉽지 않잖아요 ^^

samadhi(眞我) 2016-07-01 09:3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시이소오 2016-07-01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이 일인지라
일할 땐 거의 한 두권 밖에 못 읽어요.

백수는 축복이자 저주에요 ^^;

samadhi(眞我) 2016-07-01 10: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헛소리지만(?) 저는 백수가 직업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만날 욕 먹고 살지요.

비연 2016-07-0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일하면서 책읽기는 정말... 난제ㅜ
우선 강준만선생과 장지글러선생의 책, 보관함에 퐁당 합니다. 감사~
그나저나 시이소오님 하시는? 하셨던? 일이 궁금하네요~^^

시이소오 2016-07-01 10:13   좋아요 0 | URL
ㅋ저도 감사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7-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기 싫어서 시이소오님 서재로 도망 왔어요^^;

시이소오 2016-07-01 20:10   좋아요 0 | URL
앗, 답신이 늦어 죄송해요 ^^;

지금은 괜찮아요 ?

깊이에의강요 2016-07-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주세요 ㅋ

cyrus 2016-07-0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권도 많이 읽은 겁니다. ^^

시이소오 2016-07-01 20:13   좋아요 0 | URL
ㅋ 더 읽고 싶은데요ㅎㅎ

yureka01 2016-07-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34권이면 하루에 한권이상이란 건데..대단한거예요 우앙..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1 20:14   좋아요 1 | URL
백수 잖아요 ㅎ ㅎ

깊이에의강요 2016-07-0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숨겨주셔서 강제소환 당했...ㅎ

시이소오 2016-07-01 20:39   좋아요 0 | URL
앗, 강제소환을,
죄송해요 ^^;

moonnight 2016-07-0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하십니다@_@; 제 경험으로는 일 안 할 때는 오히려 책을 많이 안 읽게 되더라구요. 존경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1 21:07   좋아요 0 | URL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책을 쓰는 사람을 존경해야죠 ^^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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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게 된 건 전적으로 신형철 평론가 때문이었다.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한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 완전 꽂혔기 때문. 수상작 소설집의 혜택이자 저주는 내가 모르는 작가의 소설까지 읽게 된다는 점이다. 미지의 작가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토 나올 정도로 싫은 소설을 읽게 되기도 한다. 안 읽으면 될 텐데, 고지식한 성격 탓인지 기어코 다 읽고 만다.

 

올해는 412약이라 할까. 김금희, 정용준, 장강명, 최정화는 좋았고, 김솔은 판단중지, 기준영, 오한기는 글쎄. <2015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 중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와 김금희의 <조중균의 세계>를 재밌게 읽었다고 썼었다. 심사위원들이 7편을 선정하는데 논란이 있었지만 대상작에 대해선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나 역시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가 가장 좋았다. 김금희, 될성부른 나무였던 것.

 

양희는 필용을 사랑한단다. 근데 내일은 모르겠단다. ‘애가 지금 누굴 놀리나.’ 남자로서 이런 상황, 신경이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가 없다. 양희를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건만 필용은 만날 때 마다 확인하다. ‘오늘도 그거(사랑) 지속되는 거야?’ 양희는 햄버거 주문을 부탁하듯 말한다.

 

사랑하죠. 오늘도

 

, 이 소설,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신형철은 이렇게 썼다.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 나 역시. 최근에 출간된 김금희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로 다시 만나야 겠다.

 

기준영, 2014년에도 기준영 소설을 읽었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로 연애 소설만 쓴다던데, 이토록 무거운 연애 소설이라. 내 취향은 아닌 듯.

 

정용준 소설은 처음이었다. 은희경의 심사평이 기억에 남는다.

 

정용준의 <선릉 산책>은 정갈한 현악 연주 같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축을 이루어 정교하고 날렵하게 서사를 이끌어가는데, 무거운 콘트라베이스가 배음으로 계속 따라오고 간간이 첼로가 불길하게 주제를 환기시킨다.”

 

주제의식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간혹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음이 콘트라베이스 때문에 묻히는 느낌이랄까.

다소 둔중한 풋워크. 아무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 장강명의 장편만 읽었지 단편은 처음이었다. 다른 단편들과 같이 읽으니, 장강명의 장기가 눈에 쏙쏙 박힌다. ‘따라 올테면 따라와 봐’. LTE급 속도감. 장편에서도 장강명 소설의 속도감은 예사롭지 않은데, 단편이니 말해 무엇하랴. 경쾌한 풋웍. 거의 날아다닌다.

 

장강명 장편을 읽을 때면 항상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장강명은 워낙에 등장인물 뒤에 숨어 있는 작가인지라 작가의 가치관을 특정할 수 없다는 난감함 때문이다. 이번 단편을 읽고 알 것 같다. 장강명은 알려져 있다시피 <댓글부대>4.3평화문학상을 탔다. 장강명은 어느 정도의 인기를 획득한다면, 이문열, 이인화, 김탁환같은 극우주의 노선으로 갈아 탈 것처럼 보인다. 오해일까?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저 세 작가의 책은 절대로 안 읽는다.)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 욕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가 제기하는 주제의식이 읽은 후에도 머릿속에서 맴돌아 판단 중지란 표현을 썼다. 문체, 형식 다 맘에 안 든다. 계속 읽어봐야 판단이 가능할 듯.

 

최정화의 <인터뷰>. 허걱, 내가 가장 싫어하는 번역체 문장.

 

우리가 아니면 누가 자네 말을 믿겠나? 그 얘길 다신 꺼내지 말게

 

, 한국 소설에서 저런 문장을 보면 정말 소오름이 쫙!!

세 번 고쳤다는 작가의 말에 용서했다. 손보미 작가처럼 카버를 모방하려 한 것 같은데, 나름 납득할만하고 깔끔한 구성. 최근에 출간된 <지극히 내성적인>도 번역체? 만일 그렇다면 손보미의 경우처럼 두 번 다시 안 읽겠다.

 

오한기의 <새해>, 역시나 후장사실주의 멤버. 이상하게도 내 기준에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해마다 극혐소설 한 편이 꼭 실린다. 아마도 내가 늙어서겠지. 손보미가 없어 좋아했더니 오한기가 버티고 있을 줄이야.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읽고 긴가민가했는데, 오한기 단편을 읽으니 알 것 같다. 후장사실주의는 텅빈 수레라는 걸. 십년 후에도 과연 후장사실주의를 표방한 소설가들이 소설을 쓰고 있을는지.

 

항상 소설가를 흠모했었다. 그런 내가 소설가를 혐오하게 될 줄이야! 손보미나 오한기 소설을 읽자니, 소설 따위 정말 아무나 써도 될 것 같다. 제임스 설터의 <사냥꾼들>을 읽는 중에 마치 오한기를 묘사한 듯한 문장을 만났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 특유의 불쾌한 오만함이 그에게서 엿보였다.’

 

아직 어려서일까.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이유로 나는 바닥을 향한 시점을 얘기했었다. 오한기의 시점은 하늘 위를 붕붕 날아다니며, 독자를 깔아뭉갠다. 신형철은 오한기의 <새해>에 대해 언뜻 한바탕 소극처럼 보이는 소설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다고 평했다. 어떤 분이 그랬다지. ‘이 소설이 애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평론가인 당신이 선물하고 있다. 신형철은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신형철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들먹거리는 시점은 누구한테 배운 걸까. 이런 시점을 쭈욱 고수해도 된다. , 문학으로 돈 벌겠다는 야심은 애시당초 버려야 할 것이다. 오한기는 초고를 수정 했을까. 내가 보기엔 맞춤법이나 문장 몇 개 정도. 위화는 상상력만으로 소설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상상력이 서사의 차이를 만든다면 상상력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통찰력이라고. 통찰력 없이 상상력만으로 쓴 것을 위화는 공상이라 말했다.

 

오한기의 글은 소설이 아니다. 배설이라고 한다.

 

너무 가혹한가? 어차피 오한기는 전문가인 선배 소설가와 평론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셈이니, 일개 독자가 쓴 소리를 한다 해서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을 듯. 게다가 나는 다다이스트 글은 전부 쓰레기, 배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위로가 될는지?

 

소설 따위를 읽는 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한기의 글을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김금희의 소설을 떠올리고 다시 도리질 친다.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에 대한 신형철의 말처럼,

나는 이런 소설을 읽기 위해 나이를 먹은 것일까.

 

사랑하죠, 오늘도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오늘은 채 끝나지도 않았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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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30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3년 전부터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독서자랑을 하며 소설 따위(? 라고 하지는 않고 소설은 이라고 했지만요)는 안 읽는다는 직장 상사에게 괜찮은 소설들도 꽤 있다고 말했지요. 그러면서 다른 책을 권하길래 저는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아요. 하고 똑같이 응수하고 말았는데요.

소설을 그저 이야기 나부랭이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우리 부부는 소설을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합니다.
그 속에 인생이 담겨있다고 말하면서...

시이소오 2016-06-30 08:44   좋아요 2 | URL
직장상사에게 제대로 돌려주셨네요. ㅋ

철학 선생하는 친구가 있는데, 세상에 하루키를 단 한권도 안 읽었다네요.

대학 때부터 제가 참 책 많이 빌려줬는데....ㅋ

인문학 하시는 분들, 소설은 기본 아닐까요?

사마디님 말씀처럼 소설 속에 인생이 담겨있는데요. ^^

보물선 2016-06-3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장 어쩌고 하는 애들 싫어요. 겉멋만 들어가지고는!
김탁환이 극우인지는 생각해봐야겠구요..장강명이 그렇게 변하는지 두고보면 재밌겠어요^^

시이소오 2016-06-30 09:15   좋아요 1 | URL
김탁환은 극우의 흑역사가 있죠. 요즘들어 이미지쇄신을 하려하지만 반성한적은 없거든요.

후장들, 낙장같아요. 문단의 못된것만 배워서 패거리로 몰려다닐줄만 알지. ㅋ^^

꿈꾸는섬 2016-06-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흠모와 혐오 사이라니...제목부터 저를 사로잡으셨어요.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시이소오 2016-06-30 09:34   좋아요 0 | URL
섬님을 사로잡다니. 저는 그럼 바다? ㅋ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corcovado 2016-06-3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장사실주의가 뭔고 검색해봤네요. ㅎㅎ골때리는 분들 이시군요. ˝새해˝는 읽는 내내 (무언가를 흉내내려고 하는것)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로테스크적인것을 표현하는것도 아니고...현실을 반영하는것도 아니고. 글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우린 달라!!일반인들과 달라!!˝라고 소리지르는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시이소오님이 시원하게 사이다를 건네주셔서 댓글을 안 달수가 없네요
무튼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글은 ˝알바생 자르기˝와 ˝너무 한낮의 연애˝였어요.

시이소오 2016-06-30 11:13   좋아요 1 | URL
그쵸?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환자라고 해야할지요? ㅋ

어릴수록 새롭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대가들은 평범함에서 특수한걸 끌어내잖아요?

저는 한낮의 연애 몰표요 ㅋ^^


잠자냥 2016-06-3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후장사실주의자`라는 게 뭔가요? 대체? 저 책을 사서 작가 자신이 자기를 그렇게 소개하는 걸 보고 미친듯이 비웃었습니다. 그 작가의 작품은 아직 안 읽었는데, 작가가 자신을 `후장사실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그 오글거림, 그 허세가... 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장강명은 이미 극우적 기질이 많이 보인다고.... 그 사람 페북 팔로우하다가 끊은 사람들도 많더군요. ㅎㅎ

시이소오 2016-06-30 11:22   좋아요 1 | URL
저도 후장사실주의가 뮌지 모르겠어요. 볼라뇨의 내장사실주의를 변형했다는건 들었습니다만.

어릴때 쓰던 ` 후까시`와 비슷한 뜻이 아닐까요? ㅋ

장강명은 벌써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알바생 자르기 초고를 쓰면서 지배계급을 엿 먹이는 알바생 이ㅇㅑ긴줄 몰랐다는 말에 깜놀이었습니다. 마지막 엔딩만 바꿔 마치 알바생 편인듯 위장하네요 ㅎ

달팽이개미 2016-06-3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에만 꽃혀있는데 꺼내어 읽어봐야겠어요~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부터요 ^^

시이소오 2016-06-30 11:30   좋아요 1 | URL
달팽이 개미님, 아직 안 읽으셨다니, 부러워용 ^^

지키미 2016-06-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나도 오한기씨의 소설을 읽고 후장사실주의에 대한 이해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혹시 저만 그렇게 느꼈나했죠? 무릇 소설이란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있음의 눈높이는 일반 독자에게 맞추어져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시이소오 2016-06-30 11:52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엔 독자에 대한 눈곱만큼의 배려가 없는 소설은 굳이 비판하지 않아도 저절로 망할거라고 봅니다.
^^

stella.K 2016-06-3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젊은 작가 몇년 전에 사 보고 다시 안 사 보고 있는데.
재미가 황이어서.
근데 참 꼼꼼하게 글을 잘 쓰십니다요.
저는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이게 몇년 전부터
책을 내지 않는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거기나온 작가들이 좋거든요.
하긴 뭐 이거야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들 키워주자는 취지니 비교하면
안 될테지만 전 요즘 작가들 독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는 있을까 싶어요.
겉멋만 들고 작가는 원래 고독한 거야 뭐 그러면서 혼자 서도 잘 놀아요.
뭐 거의 그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사실이라면 독자와 잘 노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래도 독자의 입장에선 독자와 잘 놀아주는 작가가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ㅋ

근데본인이 늙었다고 하시는데 얼마나...?
민증 까 보여달랄 수도 없고, 괜히 궁금해집니다.ㅋㅋ

시이소오 2016-06-30 14:10   좋아요 0 | URL
아, 그 소설집 안나오나요?
몰랐습니다. 후장사실주의라는 애들은 심지어 지들끼리 패거리 지어 노니 더 답답하네용

제가 스텔라님보단 많지 않을까요 ㅎㅎ
스텔라님이 먼저 까시면 ㅋ
^^

stella.K 2016-06-30 14: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이래뵈도 나이 많습니다.
오히려 님이 저 보다 아래실 거 같은데...ㅋㅋ
예전엔 누가 알아서 누나라고 불러 주면 좋았는데
이젠 그것도 싫더군요.
그러니 제 나이가 어느 정돈지 짐작이 가시죠?ㅋㅋ

현장 비평가... 이곳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면 2010년 이상으론 검색이 안 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선전하는 것도 못 봤구요. 다른 문학상 작품집은 흔히 보잖아요.
그래서 그런 줄 알고 있어요.^^

시이소오 2016-06-30 17:55   좋아요 0 | URL
짐작 안가요 ㅎㅎ

이쿠마 2016-06-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별 제가 느꼈던 감상과 정확하게 똑같아서 놀랐어요. 하하. 전 <새해>는 두 페이지 읽고 그냥 넘겼지만요.

시이소오 2016-06-30 17:26   좋아요 0 | URL
오, 저랑 똑같은 취향 이시군요. 새해를 건너 뛰신건 현명한 선택 이십니다 ㅎㅎ ^^

syo 2016-06-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장사실주의자들 칭찬하는 글은 정말 찾아 보려면 눈이라도 씻어야 될 정도네요.

저는 그래도 오한기는 어느 정도 수용이 되던데, 이상우는 당최 1도 모르겠더라구요. 물론 오한기도 수용한만큼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요. 여하튼 이상우까지 겪고 나니까 정지돈은 아예 읽어볼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시도가 새로운 건 사실이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지만, 뭐를 알아 먹어야 칭찬을 할 텐데......

문단 내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상과는 별개로 일반 문학 대중들 사이에 퍼지는 정서를 보면, 그들이 스스로 후장사실주의자라고 칭하고 일파(?)를 이룬 건 일종의 자충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그냥 오한기, 이상우, 정지돈 개별 소설가로 활동했으면 욕을 먹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텐데요.

시이소오 2016-06-30 20:01   좋아요 0 | URL
syo 님은 그래도 포용적 독자시네요. 저는 정지돈, 오한기 읽고 이상우는 제끼기로 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나 하루키나 소설가로서 고독을 견디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뽑았는데 젊은이들이 문단의 늙다리마냥 패거리지어 몰려다니는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듯하네요 ^^;

다락방 2016-07-0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강명에 대해서 저는 딱 한 권을 읽었지만 더이상 그의 책을 찾아 읽을 생각을 안하게 되던데, 시이소오님의 이 리뷰를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가 최근에 단편집으로 나왔던데, 그 책을 사서 읽을까, 리뷰하신 이 책을 읽을까 망설여져요. 음, 둘 다 살까... <너무 한낮의 연애>는 궁금하거든요.

아니, 그리고, 저는 ㅠㅠ 이 문장이 어디가 어색한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아니면 누가 자네 말을 믿겠나? 그 얘길 다신 꺼내지 말게”


제가 너무 번역투에 길들여졌기 때문인가봐요. 한국 소설보다 외국 소설을 훨씬 많이 읽어서 그런걸까요. 저도 언젠가부터 제가 번역체 글을 쓰는 것 같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고치나, 했다가, 그냥 쓰자... 생각나는대로 쓰자, 했어요. 하핫

시이소오 2016-07-01 08:34   좋아요 0 | URL
음, 저라면 김금희 단편집을 사겠습니다. ㅎㅎ.
저는 도서관에서 신청했어요. ㅋ

아, 저 역시 한국 소설보단 외국 소설을 더 자주 읽는 편이긴 하지만,
한국 소설에서 번역체 문장을 볼 때 마다 왜 이렇게 싫을까요?

다락방님이 번역체로 쓰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다락방님이 번역체로 쓰시면.......저는 좋습니다. ^^


다락방 2016-07-01 08:47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7-01 08: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시면 실시간으로
모셔야죠 ^^


다락방 2016-07-01 08:50   좋아요 0 | URL
지금 여기 계시네요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1 08:5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에이 아이?

파란북이 2016-07-0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 이런 서평이니!! 너무 재미있어요.
수상작 작품집에대한 서평은 너무 신선해요. 단편들이 담겨 있어.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만 읽고 감상을 남기곤 했는데... 혐오하시는 분들까지 일단 읽어 보시는 것 같아요.
전... 도저히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넘어가거든요..ㅎㅎ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 싫어하는 작가가 혐오의 경지에 접어드는 경의로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수상작품집에 감정이 변하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즐겁게 읽고 갑니다.ㅎㅎ

시이소오 2016-07-02 17:3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니다 싶음 읽지 말아야겠어요.

파란북이님, 즐겁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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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한 번 썼어도 영 개운치 않은 책들이 있다. 써야 했으나 쓰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아서다. 강간을 옹호하는 정신 나간 것들이 있다니! 예외 없이 전부 다 공화당 의원들. 리처드 머독은 강간 임신을 신이 준 선물이라 주장했다. 미국에 공화당이 있다면 한국에 새누리당이 있다. 일명 성누리당. 온갖 강간범들, 성추행범들이 집결해 있는 이런 정신병자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는 국민도 있다. 한국은 커다란 정신병원이다.

 

리베카 솔닛의 관점은 페미니즘에 매몰되지 않아서 좋았다. 예를 들면 IMF 총재 도미니끄 스트로스깐이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을 단지 여혐이라 말하지 않는다. 착취당한 자는 아프리카고 착취한 자는 유럽이다. 강간범이 IMF 총재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IMF는 돈을 빌려주고 강간을 일삼는 고리대금업자를 연상시킨다. 돈을 빌려주고 문호를 개방하라고 강제하는 IMF, WTO, NAFTA등 전 세계 숱한 강간기구들.




 

이 책의 표지가 사진일 거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회화였다니.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그림에 대해 솔닛은 여자는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되었다고 말한다. 솔닛의 말마따라 그림속의 그림자는 검고 다리 긴 새처럼 보인다. 나는 왜 닭처럼 보일까. 닭그네를 말소시키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여기서도 솔닛의 시선은 말소된 여자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시기 사라진 사람들까지 다다른다. 군사독재에 대항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어머니들이었다. 사라진 사람들의 어머니들. 이후 오월광장의 어머니들이라 불렸다. 한국에서도 사라진 아들(김주열 열사) 을 찾아 나선 어머니와 다른 어머니들이 419혁명을 촉발시켰다.

 

표지 그림의 그림은 무제지만 시리즈 전체의 제목은 뗄라라냐. 거미줄이란 뜻.

 

내가 사는 대륙에서는 호피, 푸에블로, 나바호, 촉토, 체로키 원주민 부족의 창조 설화에서 거미 할머니가 우주를 창조한 장본인으로 등장한다......그녀보다 더 강력한 세 운명의 여신은 인간들 한명 한명의 생명선을 잣고 감고 끊음으로써 인간의 삶이 어젠가 반드시 끝이 나는 선형적 내러티브가 되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모이라이라고도 하는 세 운명의 여신은 실을 잣는 클로토, 실을 감는 라케시스, 실을 자르는 아트로포스다.)

 

그물 같은 거미줄은 비선형성의 이미지, 무언가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향들을,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근원들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117.

 

솔닛의 말처럼, 페르난데스의 그림은 현대의 여자들이 여전히 그물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그러므로 여성 해방이란 우선적으로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것,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직선만이 아니라 그물을 그리는 것, 청소부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되는 것,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

 

- 118.

 

미래는 어둡고, 나는 그것이 미래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 버지니아 울프는 1915118일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런 심리상태로는 자살에 이를 수밖에. 솔닛에 따르면,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람들이 잔혹한 이미지를 거듭 접하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라는 원래의 주장을 철회한다. 손택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것을 계속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솔닛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다. 한국의 방송과 언론은 고통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 대중이 알아야 할 진실은 감추고, ‘누가 누구와 잤다는 기사만 연일 불어댄다. 한국 언론은 부부젤라. 닥쳐라 제발!

 

울프가 어둠에 관한 문장을 일기에 쓴 시점으로부터 한 세기 남짓 앞선 1817년 한 겨울의 어느 밤 존 키츠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걸어 돌아왔고, 나중에 어느 유명한 편지에서 그날의 산책을 이렇게 묘사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매끄럽게 맞아떨어져서, 성취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문학적 성취를 거두는 사람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대번에 떠올랐어. ...그건 소극적 능력이야. 사실과 이성을 찾아서 초조하게 헤매는 대신에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문을 수용할 줄 아는 능력이지.”

 

.....울프는 회고록 <과거의 스케치>에서 이렇게 썼다. “그러던 어느날 테비스톡 광장을 거닐다가, 나는 다른 책을 쓸 때도 가끔 그랬던 것처럼 머릿속에서 <등대로>를 써내려갔다. 나로서도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속도로, 한 생각이 곧장 다음 생각으로 이어졌다. 빨대로 거품 방울을 불면 머릿속에서 발상들과 장면들이 쏜살같이 뿜여저나오는 느낌인데, 그 때문에 길을 걷는 내 입술이 저절로 읊조리는 듯했다. 무엇이 거품 방울을 불어냈을까? 왜 하필 그때였을까? 나는 모른다.”

 

솔닛에 따르면 울프의 천재성은 키츠가 표현한 소극적 능력때문이다. 또한 울프의 비평은 반비평이다. 작품을 못 박는 게 아니라 작품을 해방시키는 비평.

 

 

위대한 비평은 예술작품을 해방시킴으로써 작품을 더 완전히 보여주고, 계속 살아 있게 하며, 끝없이 이어지면서 끝없이 상상력을 북돋는 대화로 끌어들인다. 해석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구속에 반대한다. 영혼을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비평은 그 자체로 위대한 예술이다.


그런 비평은 비평가를 텍스트에 맞세우지 않고, 귄위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작품에 담긴 생각들과 함께 여행한다. 작품에는 꽃피울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는 대화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관계들을 드러내고, 이전에는 잠겨 있었을지도 모르는 문들을 열어젖힌다.

 

한마디로 울프는 모든 것을 해방시켰다. 이에 솔닛이 바치는 울프에 대한 헌사는 감동적이다. 무한을 주었다니!

 

울프는 우리에게 무한을 주었다. 그것은 움켜쥘 수 없는 것, 어서 껴안아야 하는 것, 물처럼 유동하는 것, 욕망처럼 가없는 것, 길을 잃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나침반이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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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6-29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을 잃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나침반이라니..

울프도, 솔닛도 너무 좋아요.(리뷰 써주신 시이소오 님께도 감사를..ㅎ)

앞으로 읽을 책들이 나름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울프를 좀 더 앞으로 당겨야겠어요.

울프의 글은 평면이 아닌, 온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입체적인 마력이 있더라고요.

시이소오 2016-06-29 20:17   좋아요 1 | URL
저도 울프에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아우~~~

물고기자리 2016-06-29 20:26   좋아요 0 | URL
이런 아재개그라니!
썰렁했어요ㅋㅋ

혹시 솔닛이 특별히 언급한 울프의 책이 있었나요? <등대로> 빼고요ㅎ

시이소오 2016-06-29 20:55   좋아요 0 | URL
ㅋ 그랬나요. 소설보다는 주로 에세이를 언급했어요.

자기만의 방 외에도 에세이가 많나봐요 ^^

물고기자리 2016-06-29 21:0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고마운 김에 예전에 쓰셨던 `임계혼탁` 비유, 언젠가 다른 작가에게 다시 쓰셔도 완전 모른 척해드릴게요^^

그리고 저 썰렁한 거 좋아해요ㅎㅎ

시이소오 2016-06-29 21:17   좋아요 0 | URL
임계혼탁 모른척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저 아재개그 계속하겠습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