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야구를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치다 타츠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에서 마르크스의 자로 모르는 젊은이들이 마르크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마르크스를 쉽게 설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어려운 걸 어렵게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을 보고 , 우치다 타츠루가 하루키를 신나게 까겠구나. 재밌겠는걸하고 잔뜩 기대했었으나, 완전 속았다. 이 책은 평론가가 아니라 하루키의 팬의 입장에서 쓴 하루키론이다. 임경선의 <지극히 개인적인>의 일본판이라고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세계적인 대중성을 얻었는가?’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일본에서 위와 같은 물음을 던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타츠루는 하루키 문학의 위대함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근거를 제시한다.

 

아주 평범한 주인공의 일상에 불현 듯 사악한 것이 잠입해 들어와 사랑하는 것을 훼손합니다. 그러면 힘없고 왜소한 존재인 주인공이 온힘을 다해 그 침입을 저지하고 사악한 것을 억눌러 세계의 일시적인 균형을 회복한다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우치다 타츠루에 의하면, <양을 쫓는 모험>부터 하루키는 세계문학의 정통 계열을 발견한다. 타츠루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루키 소설을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플롯 군으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키는 대학 시절 소설보다는 시나리오를 썼다. 따라서 캠벨보다는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서사 구조가 더 적합할 듯싶다. (‘영웅의 여정의 틀로 분석한다면, 하루키의 소설과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은 동일한 서사 구조다. )

 

평범한 세계 모험의 소명 소명의 거절 스승(조력자)와의 만남 관문의 통과 시험, 동맹, 적군 동굴로 접근- 고난 보상 귀환 부활

 

하루키의 소설이 조셉 캠벨보단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이론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아버지때문이다. 우츠다 타츠루는 하루키 소설에 아버지의 부재를 지적한다. ( 유일한 예외는 <1Q84>. 캠벨에게는 시험이후 아버지의 화해의 단계가 있지만 보글러는 동굴로의 접근으로 대체했다.) 라깡 식으로 말하자면 아버지의 자리

 

캠벨의 이론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영화는 알려진대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의 내가, 니 애비다의 충격적인 대사를 환기해보라.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란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라 분석적 의미의 아버지, 세계의 질서를 담보하는 자를 가리킵니다. ‘이라고 불러도 좋고 역사를 꿰뚫는 철의 법칙성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버지는 고대에는 이였고, 헤겔에게는 절대정신이었고, 르네상스에서는 이성이었고, 낭만주의에서는 인간이었다..... 현대에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 ‘세계의 질서를 담보하는 자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절대적인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니체는 아버지의 자리위버멘쉬, 초인을 놓았다. 하루키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는 사람과 사람의 대립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거기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심하게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기묘하게 들리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그 결락을 처음부터 스스로 획득한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결락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그러한 결락일까?

내게는 그가 너무나 민감하기 때문에 일본 사회로부터 순화시킨 형태로 받아들인, 일본 사회에 내재한 결락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P. 138.

 

우치다 타츠루는 가토 노리히로의 하루키에 대한 위와 같은 비평에 대해, 가장 통찰력 있는 비평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무릎을 쳤다

 

"진실로 예민한 작가는 그의 시대에 과잉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쓰지 않습니다.

.....실로 뛰어난 작가는 그 시대가 심하게 결여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그것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그 시대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에 대해, 글을 씁니다. 예컨대 그 사회의 그림자에 대해." 

 

이 대목이 우치다 타츠루의 혜안이 빛나는 부분이고, 하루키를 평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본다. 타츠루는 하루키가 세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로, 하루키가 결여한 것을 세계 전체가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한다. 공감하는데, 나는 여기서 하루키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아버지의 자리에 아무것도 놓지 않는다. 하루키의 등장인물들은 우치다 타츠루가 지적한대로 절대적인 가치가 결여되어있다. 시크함,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냉담함’, 혹은 무심함을 특징으로 한다.

 

부조리한 세계에 내던져져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합니다.

 

우치다 타츠루는 존재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본질적인 물음에 하루키의 대안이 문화적인 눈 치우기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내가 나서서 묵묵히 하는 것. ‘공정함’, ‘예의를 지키기.등등 

 

감동적인 분석 아닌가.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의 현실이 하루키 소설에선 너무나 매력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문제다.  재즈음악, 언더락 위스키, 맥주. 섹스. ‘아버지따위 없어도 현실은 잘 만들어진 디저트와 같은 섹스로 충분하다.    아니, 그냥 이대로가 행복하다.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조리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오로지 나와 내 여자, 내 친구만이 중요하다.

 

, 하루키 소설은 자본주의를 즐기며 사회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일종의 마취제로 작용한다. 하루키를 읽는 우리는 무심함에 취하고 정신은 마비된다. 이것이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나라마다 하루키가 팔리는 이유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가 떠오르지 않는가. 

 

하루키의 문장은 더더군다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몸으로부터 나온다. 하루키에게 소설을 쓰는 행위는 밥을 짓는 행위나 일종의 달리기다. 머리로부터 나온 문장은 거부할 수 있을지언정 몸으로부터 나오는 문장은 쉽사리 거부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하루키는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그 속에 내던져진형태로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쓸 만한 것은 주어진 것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손에 쥐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놓는 것, 그것뿐입니다. ”

 

 

하루키 소설 중 <1Q84>를 가장 좋아한다. <1Q84> 만이 아버지가 나오기 때문은 아닐까.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암울한 시대다. 하루키 문학에 잠시 취해도 좋으리라. 그러나, 그곳에 줄곧 취해 있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을 것이다.

경계를 넘어야 한다.

 

 

하루키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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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눈 2016-06-2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을 쫓는 모험>을 읽었을 당시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겠어서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재미 없게 읽은 기억만 나는데, 그 책의 발간이 하루키가 세계문학의 계열로 들어선 시점이었군요. 저는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가족이 배제된 개인주의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부재`는 미쳐 읽어내지는 못했네요.

시이소오 2016-06-23 14:37   좋아요 0 | URL
저도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선 고민해 본 적이 없네요 ^^;

루쉰P 2016-06-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에 대한 분석이 재밌네요 ㅋ 우리에게 결여됨 것이 하루키에게도 결여되어 있기에 읽힌다는 ㅎ 하루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신비로운 작가에요 ㅋ 저도 하루키가 왜 인기가 좋을까 항상 궁금했거든요 ㅋ

시이소오 2016-06-23 14:41   좋아요 0 | URL
가토 노리히로의 비평, 대단했어요 ^^

moonnight 2016-06-2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하기엔 이미 늦었네요. 호호^^; 보관함에 넣습니다. 하루키 팬으로서 쓴 책 기대됩니다^^

시이소오 2016-06-23 14:42   좋아요 0 | URL
하루키 팬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즐길수 있는 책이랍니다^^

sslmo 2016-06-23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가져왔는데, 이 책도 끌리는걸요~^^
그러게요, 조심하기엔 이미 넘 늦었네요~--;

시이소오 2016-06-23 14:44   좋아요 0 | URL
비교해 읽음 재밌겠네요.
우치다 타츠루, 돚자리
깔아야할듯 ^^

농담같은오늘 2016-06-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지요?^^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시이소오님 리뷰보고 몇권 선택한 책들도 있었는데 다 재미있었어요.ㅎㅎ 감사 한번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 시이소오님처럼 이렇게 내용 정리가 잘 안돼서 늘 개인적인 감상들만 주절주절하다 끝나네요.ㅋ 오늘도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6-24 14:15   좋아요 0 | URL
재밌으셨다니, 기분 좋네욤. 농담같은 오늘님 감사합니다 ^^
 

지난 달, 한홍구의 <사법부>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현대사 책들을 읽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1,2,4, 강준만의 <한국현대사 산책> 1980년대 편, 1,2,3,4,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 안경환의 <조영래 평전>, 박상률의 <조영래>. 이 책들 전부 리뷰를 쓰고 싶은데 오늘이 반납일이다.

틈나는 대로 사들여야겠다. 역사책들은 의외로 재미있다. 재밌음에도 빨리 읽히진 않는다. 눈으로 읽었다기 보다는 몸으로 읽었기 때문일까. 역사책들은 눈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심장으로 읽는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기진맥진이다.

 

누가 광주를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강준만은 말한다. 광주를 머리로 이해할망정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나, 그 이전에 머리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무지에 눈물이 찔끔 나온다. 광주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4.19, 4월 혁명에 대해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모르니, 뉴라이트, 새누리당, 박근혜 같은 것들이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든다.

 

우리에게는 역사의 죄인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제일 큰 죄인은 누구일까. 우선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이승만을 존경하는 사람들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이 거기 포함된다. 이들은 이승만을 살리고 나아가 그를 건국의 아버지’, ‘국부로 만들어 놓을 수만 있으면 역사의 죄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나아가 이승만이 국부가 되면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 기득권을 계속 움켜쥘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 서중석, 김덕련,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p8.


우리 헌법에는 3. 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4. 19, 혹은 4월 혁명이 무엇인가?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해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지역이 아니라, 남한의 전 국민이 들고 일어선 혁명이다. 전 세계인이 손에 꼽는 혁명이다. 그런데 이승만이 국부라고?? 4월 혁명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한 마디로 위헌이다




 

제주 4. 3 항쟁으로 제주 시민 중 10분의 1이 죽었다고 한다. 4. 3 항쟁의 원인은 친일파 경찰들과 이승만의 분단 정책 때문이었다. 학살 주역들은 군인, 친일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이다. (이 서북청년단이 박근혜의 비호로 다시 부활했다.) 이승만과 미군정은 해방 이후, 도망친 친일파들을 도로 불러들여 정부 요직의 자리에 앉혔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후 숱한 국민들을 학살한다.

 

여순 항쟁(박정희는 남로당 프락치로 목숨을 건진다.), 거제 민간인 학살사건, 노근리 학살사건 등 숱하게 많다. 이승만과 미국의 지시로 10만 명에서 50만 명의 국민들이 학살당했다. 전두환의 5.18도 끔찍하지만 이승만 역시 끔찍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국민들을 살해했다.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린아이, 여자, 노인들이었다. 그런데도 이승만을 국부라고? (민간인 학살의 주역은 11사단이었다. 이들은 1980년 광주에서 또 다시 학살을 자행한다.) 

 

4. 19 때도 5.18 광주 항쟁처럼 계엄군이 들어왔었다. 만일 이승만이 전두환처럼 군인들과 좀 더 밀착된 관계였다면 어쩌면 캄보디아처럼 수 백만 명의 국민이 잔인하게 학살당했을 지도 모른다.

 

김일성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다.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같은 독재자 역시 김일성 못지않게 찢어 죽일 놈들이다. 국민들은 단 한 번도 이승만을 뽑아 준 적이 없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정 선거 방법을 동원해 당선되었지만, 온 국민이 혁명을 통해 쫓아냈다. 그런데 국부


김일성을 찬양하면 잡혀간다. 그런데 왜 이승만을 찬양하는 것들을 버젓이 활보하게 놔두는 걸까. 이승만을 찬양한다는 건, 4월 혁명을 부정하는 짓이고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할뿐더러, 이승만이 자행한 국민 학살을 옹호한다는 뜻이다.

 

이승만을 국부라고 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언제나 타인을 전제로 한다. 사적 영역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들 순 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주장한다면, 김일성을 찬양하는 이를 처벌하듯 처벌해야 마땅하다.

 

강준만에 따르면,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은 그렇게 타락하지 않았다. 4월 혁명 역시 언론의 도움이 컸다. 75년 이후로 언론은 완전히 기득권에 장악된다. 80년 광주 항쟁이 터졌을 때, 언론의 '대활약'에 힘입어 광주 지역 이외의 국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정권에 아부하는 조선일보의 행태를 보면 절로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작금의 방송 역시 독재협력세력에 완전히 장악되었다. 2013년도에 <티브이 조선>과 동아일보 산하 <채널에이>에서 5.18 광주항쟁 때 북한군 600명이 투입됐다는 방송을 했다.

 

사실 역사적으로 영남은 호남과 더불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릴 만하다. 4.19 혁명의 도화선도 1,2차 마산 의거 때문이었다. 부마사태 역시 10. 26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만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더라면, 박정희는 차지철과 함께 부산, 마산 시민들 수 백만명을 학살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5.18 이후, 전두환의 영호남 차별 정책과 독재자들의 나팔수인 언론, 방송에 힘입어, 오늘날 영남은 독재협력세력의 충실한 개새끼가 되고 말았다. 영남에 사는 이들은 지금의 새누리당 국부인 이승만이 주도한 민간인 학살로 수 만명의 영남 시민들이 살해당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자신들의 조상을 죽인 살인범들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조상들이 보면 얼마나 기가 찰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모든 문제는 결국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여러 번 소개된 대로 프랑스는 나치에 협력한 자들을 숙청했다. 한국 역시 반민특위로 숙청하려 했으나, 이승만과 친일파 경찰들에 의해 무산됐다. 한번이라도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 협력 세력들의 국민 탄압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비리 검찰 뿐만 아니라 친일파들을 정리하려 했었다. 그러다...... 결론은 국민들 누구나 안다.

 

노무현때 만들고 이명박때 폐지된 것들

 

1.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2.일제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3.친일재산조사환수위원회

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모든) 정리조사위원회

5.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한국 현대사엔 실로 끔찍한 순간들이 많다. 친일 경찰들로부터 고문 방법을 전수받은 친일파 경찰들, 중정, 안기부 등등, 어쩜 그리 잔인할 수가 있을까. 이들을 생각할 때 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치욕스럽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보면, 히친스가 물고문을 체험한 일화가 나온다. 1분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히친스는 불과 몇 초 만에 포기한다. 그런데 민주화에 투신한 선배들은 어떻게 몇 달간의 고문을 견뎌냈던 걸까. 물고문, 전기고문, 칠성판 고문, 볼펜 고문, 관절 뽑기 등등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인간으로 견딜 수 없는 온갖 고문 앞에서도 의연히 민주화에 자신의 온 몸을 내던졌던 선배들 덕분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기였다면 나는 이 글 하나만으로 아마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맞아 죽었을 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국민을 학살하고 동조한 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끔찍이도 싫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자들은 언제나 소수였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총 칼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언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숱한 분들이 힘없고 나약한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졌다.

 

조영래 변호사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바로 세워라.”

 

우리가 그나마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민주화의 제단 앞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 이 땅의 선배들 덕분이다.

후손된 도리로서, 비록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머리로라도 역사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공부하겠습니다.

 

독재자 앞에 항거한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을 떠올릴때마다

나는 내가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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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16-06-22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사단 장난아니네요. 6.25 행진한단 소리에 정말 기가 찼는데 이승만때부터였는지는 몰랐어요. 제주4.3공원 다녀가면 정말 가슴에서 이승만 묘를 파고 싶다고 ㅡㅡ.

그렇지 않아도 현대사 뭐 읽을지 몰라서 책 검색 하던중이었는데 (교묘한 뉴라이트들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가 않아요. )이렇게 목록을 다 불러 놔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시이소오 2016-06-22 12:47   좋아요 1 | URL
서중석의 현대사이야기는 특히나 대화체여서인지 재밌게읽힙니다.

뉴라이트 없었
으면 역사공부 안할수도 있었는뎅, 우리 각하가 역사공부 시키시네요. ㅋ

samadhi(眞我) 2016-06-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순항쟁입니다. 반란 사건이 아닙니다. 여순항쟁은 조정래, 「태백산맥」을 읽으면 이해하기 쉽지요.

시이소오 2016-06-22 14:1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용어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 감사합니다. 수정해야겠어요 ^^

samadhi(眞我) 2016-06-22 14:18   좋아요 0 | URL
죄송은요^^; 제가 어설픈 사학과 출신이라서 민감하게 굴었어요. 제 스승님이 여순항쟁 전공이시거든요.

시이소오 2016-06-22 14:22   좋아요 0 | URL
오호, 사학전공이시군요.

앞으로 현대사 좀 갈쳐주세요.

앞으로 삼년간은 현대사 집중적으로 읽으려구요^^


samadhi(眞我) 2016-06-22 14:23   좋아요 0 | URL
전공만 했지 아는 건 없습니다. ㅋㅋ 부끄럽네요.

시이소오 2016-06-22 14:27   좋아요 0 | URL
겸손의 말씀. 우리나라도 알렉시예비치처렁
항쟁마다 증언문학, 목소리문학 하시는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samadhi(眞我) 2016-06-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진짜 잘 모릅니다. 창피할 만큼이요.

시이소오 2016-06-22 14:30   좋아요 0 | URL
필독서라도 추천해주세요 ㅋ

samadhi(眞我) 2016-06-22 15:54   좋아요 0 | URL
한홍구 책 말씀하셨는데 한홍구, 대한민국사(전 4권)는 현대사 공부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읽어보셨을 수도 있지만요.

시이소오 2016-06-22 15:57   좋아요 0 | URL
읽었습ㄴㅣ다.
대한민국사 리뷰를 써야겠네요.감사합니당~^^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사는 관심이 덜 갔었는데...
(아픈 부분이 넘 많아서)
관심 가지고 읽어봐야 겠어요~~^^

시이소오 2016-06-22 16:41   좋아요 0 | URL
강요님, 같이 읽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녱^^

시이소오 2016-06-22 17:18   좋아요 0 | URL
ㅎ ㅎ ^^

2016-06-24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4 14:16   좋아요 1 | URL
영성님, 추천하신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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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실로 짜증스럽다.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거냐? 이걸 어떻게 리뷰로 쓰라고? 책을 샀어야 했다. 모든 페이지에 줄을 긋고 싶은 책은 아직도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리뷰를 100페이지 넘게 쓸 수 없지 않은가. 위화는 어떻게 A4지 반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의 일기를 써도 촌철살인의 문장 한 두 개를 박아 넣을 수 있는 걸까.

 

중국과 위화

 

오늘 우리의 최고의 현실은 바로 초현실이다.”

 

위화는 옌펑의 말에 동의한다.

 

위화는 왜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 앞에서 늘 창백하고 무력한가. 우리 모든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은 우리 역사와 현실만큼 풍부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위화가 겪은 중국 현실의 경험담은 현실이 아니라 초현실처럼 다가온다. 마르케스의 소설 속 한 장면같다. <자무엘 피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의 낚시 이야기는 분명 경험담이겠지. 위화의 유년 시절, 저수지 물이 배수관을 따라 인근 논으로 흘러가, 점점 저수지 바닥의 개펄이 드러나면, 물고기들이 펄떡 거렸다고. 위화는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주웠단다. 이 주운 물고기들로 위화는 물고기 입을 뚫고 끈을 꿰어 아가미 밖으로 나오게 했다. 위화는 마치 탄띠를 차듯 물고기들을 러닝셔츠에 찼다.

 

<농구장에서 축구를 하다>의 이야기도 재밌다. 위화는 루쉰문학원에서 공부했다. 땅덩어리도 넓은 중국에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운동장은 농구장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농구장에서 축구팀과 농구팀이 동시에 운동을 했다고. 농구 골대 밑이 바로 축구 골대였다. 골대가 너무 작아 대개 공을 맞아야 했으므로 아무도 골기퍼를 하려 하지 않았는데, <개구리>,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모옌이 골기퍼를 했다지. 위화가 슛을 때리려는 찰나, 모옌은 다른 학생들처럼 도망치지 않았다. 위화는 슛을 때렸고 모옌은 배로 막았다. 중국 현대 작가의 피할 수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의 한 장면. 웬만한 월드컵 축구 경기보다 흥미진진하다.

 

문학과 위화

 

최근에 소설가가 쓴 산문을 많이 접했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김영하의 <말하다>, <읽다>, <쓰다>,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등. 소설가가 자신이 영향 받은 책에 대해 말할 때, 소설 창작의 비기를 털어놓는 책들은 왜 그런지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위화의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도 그러하다.

 

무력감이 든다. 읽어도 읽어도 도무지 나의 무지는 몸 구석구석 달라붙어 있는 나잇살마냥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중국문학에 대해 이렇게 무지할 수가. 바진? 70년대 말, 중국에선 서점에서 책 쿠폰을 받아야 책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책 쿠폰으로 두 권밖에 살 수 없었는데, 위화가 산 책이 바진의 <>. 위화가 시대와 작품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첫 작품이라고.

 

모든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 그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도 역시 그러하다.”


- 헨리크 입센

 

소설가이기 전, 치과의사였던 위화는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위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작가의 책에 관해 들려준다. 포크너, 하진, 렌츠, 이언 매큐언, 스트린드 베리 기타등등. 이언 매큐언은 <속죄>로 유명하긴 하지만 대표작은 역시나 <첫사랑, 마지막 의식>이 아닐까. 재독해야겠다. 아직까지 하진의 책을 읽지 못했다니, 스트린드베리도. 아으.

 

소설가의 두 가지 유형

 

내 생각에 작가는 서사 차원에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유형의 작가는 여러 해 동안의 창작을 통해 자신의 성숙한 서사 체계를 세우고, 이후의 창작에서는 그 스타일의 서사를 계속 끌고 가면서 다른 제재라도 그 체계 속에 수용하는 작가다.

 

둘째 유형의 작가는 성숙한 서사 체계를 세우자마자 자기의 가장 자신 있는 서사 방식이 새로운 제재를 처리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다. 그렇게되면 그는 새로운 제재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서사 방식을 찾아야 하고, 그러한 작가의 서사 스타일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나는 두 번째 유형의 작가다.

 

지금의 내 창작 원칙은 이렇다. 어떤 제재가 나를 충분히 흥분시키고 오랫동안 창작해나갈 욕망을 불러일으킬 때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제재에 가장 적합한 서사 방식을 찾는 것이고 동시에 스스로 과거의 창작에서 익숙해진 서사 방식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가장 적합한 서사 방식을 찾는 것을 방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는 제재가 다르면 표현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굳게 믿는 까닭에 내 서사 스타일은 늘 변화할 수밖에 없다.

 

우치다 타츠루의 <하루키를 조심하세요>를 읽고 있다. 우치다 타츠루의 하루키 논을 받아들인다면 하루키는 위화와 달리 첫 번째 유형의 소설가다.

 

상상력과 통찰력

 

위화에 따르자면, 상상력만으로 소설이 되지 않는다. 상상력은 통찰력과 결합할 때라야 문학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상상력이 서사의 차이를 만든다. 통찰력은 상상력이 만든 서사의 차이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위화는 상상력과 통찰력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예를 든다. 이오의 그리스 신화, 비가 올 때 나타나고 바람이 불 때 사라지는 간보의 <수신기>의 신선 등. 그러나,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유르스나르의 소설을 예로 들 때다.

 

유르스나르는 이 부분에서 감탄이 나오는 묘사를 한다. 링의 머리가 잘리고 나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때의 묘사인데, 그녀는 이렇게 썼다. “그런데 그의 목은 기이한 붉은 스카프를 둘렀다.이는 원래의 링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링 사이에 생긴 차이를 드러낸 것이자, 비례를 드러낸 것이다. 서사를 합리적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훨씬 힘 있게 한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붉은 스카프가 서사에서 대단한 이유는 삶의 죽음의 비례 관계를 드러냈기 때문이고, 이처럼 완벽한 비례의 출현으로 죽은 뒤 다시 살아나는 것이 이처럼 뛰어나게 묘사됐다는 것이다.

 

위화의 말대로 감탄스러운 묘사다. 유르스나르는 링이라는 인물의 죽기 전과 부활 후의 차이를 단 한 문장의 묘사로 압축했다.

 

삶과 죽음 사이

 

위화에 따르면 삶과 죽음 사이에는 비밀 통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혼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비밀 통로가 있는데, 바로 영혼이다. .....사람과 영혼의 관계란 어떤 경우 삶과 죽음의 관계다. 이것은 거의 모든 문학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른 점은 표현이 다를 뿐이다. 더구나 모든 일과 모든 사물에는 다 영혼이 있다. 예술은 더욱 그러하다.

 

전설에 따르면 백조가 죽음을 맞이하며 부르는 노랫소리가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한다. 그래서 서구 미학 전통에서는 최후의 작품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절창이라 한다.

 

와이프가 TV를 샀다. 와이프 따라 최근에 SBS <신의 목소리>를 봤다. (한 때 나도 한 노래 했었는데) 참 노래 잘하는 사람들 많구나. 아무리 일반인이 노래를 잘 하더라도 프로 가수의 노래에 비하면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위화의 관점을 따르자면 내가 보기엔 아마추어의 노래에 경우, 대개 영혼이 없다. 아무리 기교가 뛰어나고 고음 처리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한마디로 감동이 없다. ‘절창이 아닌 것이다. 반면 박정현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는 감동적이다. 박정현의 노래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가사의 의미를 청취자에게 돌려준다. 음악에 젖어 있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찔끔거린다. 박정현의 노래는 절창이다.


문학에 진정으로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른 시대, 다른 민족,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 속한 작품에서 우리 자신에게 내재된 감성을 읽도록 하는 것이라고. 문학은 그처럼 미묘하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예술이란 결국 내 안에 내재된 감성을 일깨우는 게 아닐까. 이제 예쁜 여인을 꽃이라 부르는 건 영혼이 없는 묘사다. 말라르메는 자신이 사랑하는 귀부인을 끌어들여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꽃은 리지 부인을 꿈꾼다.”

 

문학에서의 언어.

 

여러 작가들이 문학에서의 언어의 아름다움 보다는 서술의 정확성을 중시했다. 그 중에 위화가 예로 든 구름과 달의 비유는 가히 압권이다.

 

문학 작품의 언어는 자신의 존재를 전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술의 힘과 정확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문학의 서사 언어는 눈길이어야 한다. 눈길은 무엇을 보았는지를 위한 것이지, 자신을 전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눈길의 존재 가치는 보았다는 것이다. 서사 언어는 눈길처럼 생활에서 무언가를 찾고, 독서를 이야기 속 인물과 사상, 감정 속으로 인도한다.

 

중국 전통 미학에 구름을 물들여 달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가지고 서사 언어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달을 그릴 때는 구름만을 채색하고 달은 그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달뿐이고 구름은 없다. 내 생각에 소설의 서사, 특히 장편소설의 서사에서 언어는 공을 세운 뒤 물러나야 한다.

 

스포츠와 위화

 

위화가 이토록 스포츠 광 일 줄은 몰랐다. 남아공에 가서 월드컵을 직접 관람하고, 미국에서는 오로지 NBA 농구를 보기위해 미국의 전 도시를 여행할 정도라니.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대개 농구 여행에 관한 일기에 몰려 있다. 왜 일까. 한 가지 예만 들어볼까.

 

뜨거운 댈러스와 습한 마이애미를 거쳐 상쾌한 시카고에 왔다. 기온과 마음이 서로 딱 맞다. 파이널 결승의 폭발적인 열정을 경험한 뒤 이제 안정을 찾았다. 생의 한 단락이 이제 끝났다. 완전히 다른 단락의 생이 이제 시작될 것이다. 기나긴 인생을 사람들은 왜 짧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름다운 생은 하나하나 작은 단락일 뿐이기 때문이리라. 처음 마이애미 아메리칸 항공 센터에 들어서던 때가 기억난다. 우리 가운데 누가 말했다. “나는 내가 부러워.”

 

 

문학 천재란 무엇인가? 위화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독자들이 자기 작품을 읽을 때 독특함에서 출발해 보편에 도달하도록 하는 자. 그 예로 이언 매큐언을 들었다. 그러나, 위화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위화의 글은 언어의 온도가 높다. 따라서 독자인 우리도 약간이나마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위화가 부럽다

 

이 세 부분은 간결한 언어를 쓸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죽은 사람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절제되고 차가워야 했고, 살아 있는 사람의 생기발랄한 말투를 쓸 수 없었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살아있는 세계의 지난 일을 쓸 때라야 언어의 온도를 조금 높일 수 있었다. 나는 쓰면서 현실 세계의 냉혹함을 느꼈고, 사납게 썼다. 그래서 따뜻한 부분이 필요했고, 지극힌 선한 부분이 필요했으며, 이는 내게 희망을 주고, 독자에게 희망을 주었다. 현실 세계가 사람들을 실망시킨 뒤 나는 아름다운 죽은 자들의 세계를 쓴 것이다. 이 세계는 유토피아도 아니고, 도화원도 아니다. 하지만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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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1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1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6-06-2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이 이렇게까지 격찬하시는 모습은 오랜만이네요.
어떤 책인지 엄청 궁금해집니다.

시이소오 2016-06-22 02:16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격찬을 하지 않나요? ㅎㅎ

syo 2016-06-22 02:39   좋아요 0 | URL
격하게 까시는 건 왕왕 본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제 기억이 너무 임의적인가봐요 ㅠ

시이소오 2016-06-22 04:16   좋아요 0 | URL
ㅋㅋ 다들 그렇게만 기억하시더라구요.


제 별점 통계를 보면 별이 네 개 넘는데요. ㅎㅎ

희망찬샘 2016-06-2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글 읽다보면 덩달아 조금 알게 되어 좋아요. ^^ 도대체 언제 읽고 언제 생각하시고 언제 쓰실까요?! 감탄!

시이소오 2016-06-22 08:23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좋으시다니 저도 좋네요 ㅎㅎ

2016-06-22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이에의강요 2016-06-2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증날 정도로 좋은 책이라니ㅇㅇ

시이소오 2016-06-22 21:42   좋아요 0 | URL
위화 왕짜증이요
ㅎ ㅎ

2016-06-27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7 19:22   좋아요 0 | URL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6-06-28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8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 정의가 부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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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고민 고민 끝에, 녹색당을 찍었다. 비례 대표 한 석이라도 건져야겠다는 마음에. 결론은 0.8프로. (난 한국인 중 1%에 속한다. 음핫핫). 이 책을 읽고 정의당에 찍었어야 했나, 잠깐 후회가 되긴 했다. 정의당에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심상정 등이 포진해 있으니! 써야 했으나, 쓰지 못한 독후감이 무릇 기하다. <생각해봤어?>도 그러하다. 쓰려니 귀찮다. 머리도 아프고, 잘 쓸 자신도 없고, 뒹굴거리다가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까지 안 쓰자니, 왠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워낙에 게을러 팟캐스트 안 듣는다. 변명을 하자면, 군대 때 생긴 이명증으로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무언가를 듣는다는 게 고역이다. (이명증 환자에게 헤드폰을 씌워 음악을 들려주는 건 고문이다.) 책을 읽고,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안 들은 게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 같은 천민이 어디 가서 듣겠나?

 

국정원이 안 없어지는 이유

 

국정원의 툭수 활동비가 한 해 1조라니! ‘특수 활동비란 어디에 어떻게 국민 세금을 썼는지, 아무도 모르는 돈을 말한다. 국정원장이 5,000억 갖다, 집 사고 땅 사고, 주식 투자해도 아무도 알 수 없는 돈.

2013년 기준 특수활동비는 8,500억 정도. 국정원이 4566, 국방부가 1634, 경찰청이 89, 대통령실 72, 감사원 39, 법무부가 256(이 돈으로 검찰들 매일 룸싸롱 다니나?) 미래창조 과학부에서 관리하는 정부예산 예비비에서 국정원은 또 4000억 정도를 갖다 쓴다.

 

국정원은 한 해, 9999억하고도 1억이 많은 돈을 어디다 쓰는 걸까? 일단 정부 각 부처의 장관들에게 돌린다.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린다. 골프 접대도 하고, 룸에도 데려다 주고. 댓글 알바들도 줘야 한다. 각 대학의 학생처장들에게 준다. 멀쩡한 국민 간첩 만들려면 돈이 들겠지. 서류도 위조해야 하고. 민간인 사찰하려면 도청도 해야 하고. ‘국정원 해체만 나오면 정치인들이나 극우 세력이 발끈하고, 언론이 개 거품 무는 이유가 있었구나. 예전에 북파 간첩들 내려와 수첩에 적은 비밀 첩보라는 게 뭐였나? ‘짜장면은 싸고 맛있다.’ 이제 이런 비밀 정보는 구글링 몇 번 하면 다 나온다. (짜장면 이제 싸지도 않다.) 굳이 간첩을 보낼 이유가 없다.

 

왜 국정원이 틈만 나면 간첩 조작질일까? 간첩이 없으면 국정원이 존립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없어지면, ‘특수활동비그 눈먼 돈도 없어진다. 그러니, 아무런 죄 없는 국민들을 잡아다 빨갱이로 몰아세워 온갖 고문을 일삼아 왔던 거다. 세 번의 민주화 정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여전히 존립하는 이유는 결국 다 돈 때문이었던 셈인가 특수활동비 폐지하고, 국정원 폐지해라!

 

성완종은 억울해!

 

성완종은 억울한만 하다. 줄만큼 다 줬는데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으니! 홍준표 1, 이완구 3,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 유정복 3, 홍문종 2, 서병수 2, 이병기, 액수 안 적힘. 성완종 표적의 설계자는 누구인가? 유시민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의심한다.

 

우병우, 노무현 대통령 수사 때 주임검사, 2015년 재산 공개 때 재산이 420억이 넘었다고. 검찰은 월급쟁이인데 검찰 한 명이 어떻게 웬만한 기업들 한 해 수익보다 재산이 많을까. 아무튼 이완구, 홍준표 선에서 꼬리 자르고 나머진 무죄? 검찰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급 정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박근혜까지 이어진다. 두 번째는 반기문 총장. 성완종 리스트 팟캐스트 방송은 20154월 달,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세 사람에 의하면 반기문은 출마할 수가 없다는데, 반기문 동생이 성완종한테 뇌물을 받아 쳐먹었으니, 김영란 법에 의하자면......, 그래서 요즘 김영란 법을 물고 늘어지는 건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언론의 모든 입을 틀어막아라

 

kbs를 청와대 홍보수석실 여의도 출장지부로 만든 것도 모자라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박정희를 본받아 모든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 발악이다. 5인 미만 인터넷 업체를 강제로 폐간하겠단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일. 도살자의 딸내미 답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소수 언론에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는데,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없애겠다고 길길이 날뛰니.

 

kbs 고대영 사장이 19대 때 야당 대표실을 도청해서 여당에 넘긴 작자라는데, 이런 버러지를 에휴.....

 

추혜선 : 우리가 두 가지를 봤잖아요. 하나는 정치적인 장악, 그리고 하나는 자본의 장악. 이 두 개의 사슬이 지금 언론과 그 생태계를 이중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의 저항도 중요하지만 언론인들, 힘들겠지만 언론인들에게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회자됐던 얘기인데요. 2차 대전 끝나고 프랑스의 언론인들이 처형된 일이 있잖습니까? 그런 극악의 폭력은 저는 절대 동의하지 않지만, 그때 죄명이 있었어요. 침묵이 죄라는 겁니다. 정치권력과 자본 앞에 점점 더 존재를 잃어가는 언론인.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지으면 안 된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청년망국 선언

 

손아람 :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어떤 불만과 어떤 여론을 가지고도 항상 마치 예정된 것처럼 선거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여기서 뭔가 패배주의라든가 뭘 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이게 분노라기보다는 의아함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불을 지피면 지필수록 온도가 내려가는 초자연적인 물질을 보는 것 같은.....

 

개인적으로 요즘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예의바르고 착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싸가지 없는 625 세대와 비교해보면 인간으로서 좀 더 진화했다고 해야 할까. 요즘 젊은이들이 예전처럼 화염병 들고 시위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투표를 안 할까? 등록금은 비싸고, 학자금 대출 이자도 비싸고, 졸업해도 일자리도 없는데, 그런데 왜 투표를 안 할까? ‘빨갱이라면 이성을 상실하는 노인네들은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기어서라도 기어 나와 기어이 새누리당을 찍는데, 왜 젊은이들은 투표를 안 할까?

 

사드는 코메디?

 

난 왜 이렇게 웃긴 걸까? 박근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대륙간 탄도탄이다. 그런데 사드를 왜 북한과 같은 대륙인 남한에 배치한다는 걸까?

 

북한에서 우리에게 미사일을 쏘면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당연하죠. 그런데 THAAD‘T’‘Terminal’이에요. 장거리미사일을 쏘면 발사 상승 안정 하강의 네 단계를 거치는데요, 마지막 하강 단계가 터미널, 이 단계에 요격한다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 하면 1,900킬로미터까지 탐지할 수 있는 강력한 레이더를 설치해서 미사일의 동향을 파악한 다음, 미사일이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사드 부대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거예요. THAADD‘HA’‘high altitude’예요. 즉 높은 고도. 40킬로미터에서 최대 150킬로미터까지의 저 상공에서 요격한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AD‘area defense’예요, 지역 방어. 핵폭탄이 떨어지면 그 지역이 초토화되니까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주 높은 곳에서 요격해야 돼요. 이게 바로 사드인데, 이거는 대한민국에 필요 없어요, 원래부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고 싶어한다. 사드 필수 장비 중 하나가 초강력 레이더 밴드라고 한다. 이걸 가동시키면 1,000킬로 미터 2,000킬로미터 안의 모든 군사적 움직임을 다 포착할 수 있다고. 그런데 박근혜는 북한을 견제해달라며 중국에게 협력을 부탁한단다. 중국의 협조를 구하면서 사드를 배치하겠대? 염치가 없는 건지, 멍청한 건지. 바보들 나오는 개콘을 보는 것 같아. 아우 배야.

 

개성공단 사건도 웃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웃긴 걸까. 북한에 지급한 금액은 11000만 달러, 우리 기업 매출액은 52000만 달러.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은 북한에 비해 다섯 배의 이득을 얻었다. 이걸 폐쇄하면 누구 손핸가?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갓간 태우는 격이다. 박근혜는 환자다. 뇌가 없다. 박근혜의 뇌를 찾아줘라! 찾아줘라!

 

농민과 국민을 다 죽이려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김영상 집권 초기, 쌀 시장 개방 반대 서명한 국민만 3,000만 명이었다고 한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거의 모든 국민들이 다 참여한 셈인데, 이 쌀 시장 마저 개방할려고 박근혜와 새누리당, 학살 잔당들은 아등바등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이 고작 22%라고 한다. 지금도 위기거늘. 쌀 시장 개방하고 싶으면 개방해라. 그리고 일본처럼 관세율 1200%로 적용시켜라.

 

정태인 : 혼은 파시즘이에요. 생각해보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민주주의가 한창 꽃필 때 칩거하고 있었고, 선거만 아는 거죠. 민주주의라는 것을 모르고, 여전히 정신은 아버지한테 배운 그대로.

노회찬 : 오히려 민주주의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죠.

유시민 : 민주화 당했다.

진중권 : 맞다, 그거네. ‘민주화 당했다.’

 

보육 대란

 

이건도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긴다. 박근혜를 보면 자기가 술값 내겠다고 실컷 술 쳐 먹고, 파장에 정신 나간 척하는 취객이 연상된다. 술값 내라고 다그치면 취객은 그러겠지. ‘내가 언제, 니들이 내기로 했잖아!’. 아 놔, 이 미친년. 얼마전까지 이재정 성남시장님은 단식 투쟁 하셨다.

 

국정교과서

 

유엔 회원국 중에 국정교과서를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은 한단다. 당 색깔도 빨간색으로 고치더니, 북한을 따라해!?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빨갱이 아닌가. 대통령이 남로당 빨갱이 딸내미라 그런가. 국정교과서에는 1948815일을 정부 수립이 아니라, 국가 수립으로 고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왜 이렇게 광복절건국절로 바꿀려고 지랄 발광을 하는 걸까. 건국절? 그럼 그전에는 나라가 없었단 말인가. 이런 주장은 명백히 헌법 위반이다.


 

박한용 :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독립한 나라라고 할 때는 친일을 했느냐, 항일을 했느냐가 가치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으로 하면 좌우투쟁과 반공투쟁이 건국운동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친일문제가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박한용 : 그런데 여순사건 때까지 남로당이었잖아요. ‘건국운동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남로당이었어요. 당시에 반국가 사범이죠. ....건국절 자체는 얼핏 보면 친일파들 전체에게는 면죄부를 주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아버지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그럼 건국운동에서 최후까지 반항한 사람이에요. 그것도 무장 공비를 준비하는 남로당의 군 조직책으로서.....

 

 

이게 다 친일파들을 살려둬서 이렇게 된 거다. 친일파들을 정리했더라면 오늘날 박근혜와 같은 다카기 마사오의 딸 내미가 대통령을 해 쳐 먹고, 김무성 같은 친일파 자식들이 당 대표라고 나댈 수 있을까. 이승만과 미군정이 해방 이후, 자발적으로 도망친 친일파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친일파들 입장에서야 이승만이 고맙기도 하겠지. 죽창에 찔려 죽었을 것들이 거꾸로 경찰이 돼서, 신나게 국민들을 학살했으니!

 

오로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해방건국이라 칭하고 광복절건국절이라 주장하는 친일파 잔당들. 이들은 한민족의 반만년 역사를 부정하고, 김구와 안중근과 같은 독립 열사들의 애국충정을 부정하는 매국노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걸 부정하는 셈이다. 다른 나라였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짓거리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절대로 이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승만은 친일 경찰을 대동해 반민특위를 해체했다. 친일파들을 등에 업고, 이승만이 직, 간접적으로 학살한 국민들만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한다. 한국 전쟁이 터지자 다리 끊고, ‘가만히 있으라고 거짓 방송 틀어놓고 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버러지를 감히 국부라고? 친일파 매국노 잔당들의 말에 혹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정말이지, 화가 난다. 사형을 당하거나 국외추방을 당했을 것들이 살아났으면, 조용히 산속에 은거해 나물이나 캐고 목숨이나 연명할 것이지, 오히려 국민 앞에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떵떵거리는 세상이라니!

 

역사를 왜곡한 이들을 처단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해 모조리 잡아들여라. 나라를 부정하는 것들은 이미 국민임을 부정한 셈이다. 재산 몰수, 국외 추방시켜야 한다. 왜 아직까지 전두환 같은 인간 백정 새끼가 돌아다니는지 도무지 이해불가다. 언제쯤이나 되야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인가.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이 일, , 삼당이 되는 그런 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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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민(愚民)ngs01 2016-06-20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2016-06-2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6-06-2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입니다 ^^♥

시이소오 2016-06-21 13:35   좋아요 0 | URL
상위 일프로 세요 ㅋ^^

:Dora 2016-06-21 17:56   좋아요 0 | URL
소득 일프로보다 기쁘네요 하하

시이소오 2016-06-21 18:03   좋아요 1 | URL
오호, 상위 일프로다운
대답이십니다^^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팟케스트로♥
격정적이고 감정적이어서 팟케스트가 더 좋았어요ㅋㅋ
특히 유시민님 화내실때
심쿵♥했어요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6-22 17:17   좋아요 0 | URL
강요님, 들으셨군요.
아,부러워 ~~

깊이에의강요 2016-06-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들으실 수 있어요
팟빵에서 들으세요^^

시이소오 2016-06-22 18:08   좋아요 0 | URL
팟빵,넹 ^^

2016-06-22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2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4 13:03   좋아요 1 | URL
저는 슬프다기보다는
화가나네요 ^^;
 


동영상 강의로 박웅현을 처음 만났다그러나, ‘박웅현의 책이군하고 이 책을 산 건 아니다제목에 이끌려 샀더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전혀 몰랐던 책읽었지만 공감하지 못했던 책, ‘이 사람도 이 책을 재밌게 읽었구나’ 느끼며 공감했던 책 등등, ‘공감과 차이의 변주랄까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느낌.

 

예를 들면 나는 김훈이나 카잔차키스의 소설은 그다지 재밌게 읽지 않았지만 저자와 마찬가지로 밀란 쿤데라알랭 드 보통카뮈그르니에는 재밌게 읽었었다.

 



1시작은 울림이다.

 

반면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판화가 이철수 씨 같은 분은 금시초문이었다저자는 강의를 판화가 이철수로부터 시작한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 가을 사과 중>

 


논에서 잡초를 뽑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벼와 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이쁘기만 한데...> 전문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개소리전문

 

책 속의 일부만 발췌했을 뿐이지만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이철수의 판화를 토대로 풀무원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이오덕 선생의 책을 몇 권 읽었던 것 같지만 저자가 소개한 <나도 쓸모 있을 걸>은 금시 초문이었다아이들의 시를 엮은 책이라고.

 

엄마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경화 봉화 삼동국교 1년 이현우, [파리]>

 

가다가 손님이 오면

고약한 직행은 그냥 가고요,

인정 많은

완행은 태워줘요.

달리기는 직행이 이기지만,

나는 인정많은 완행이 좋아요.

 

<의성 이두국교 5년 박희영, [버스중에서>

 

껌은 빳빳하지요.

그러나 입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지요.

아무리 나쁜 사람도

껌과 같지요.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팽개쳐 버려도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면

껌과 같이 사르르 녹겠지요.

딱딱한 마음이

껌과 같이 되겠지요.

 

<부산 감전국교 6년 김경숙, [껌같은 사람]>

 

<나도 쓸모 있을 걸>은 이런 아이들의 시를 수록한 책이라고.

그야말로 심장을 쿵쿵 내려친다말해 무엇하랴읽어봐야겠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이라저자는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란 작품을 보면서 흔히 말하는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체험한다.  40분 동안 그림에 사로잡혔다고 


 


나 역시 루브르에 갔었지만

 

시이불견!!

 

2김훈의 힘들여다보기.

 

나는 저자와 달리 김훈의 소설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칼의 노래>같은 책들의 문장을 읽다보면 어느덧 호흡곤란이 와서 읽다가 멈추기를 계속 반복해야 했는데뭐랄까 김훈의 문장은 전혀 빈틈이 없다. ‘충무공 문체라고나 할까숨이 막히는 것이다.

 

그러나저자가 발췌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구절을 보자니 김훈에 대한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다왜 로쟈 이현우씨가 김훈에게 수필가로 돌아오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된장과 인간은 치정관계에 있다냉이된장국을 먹을 때된장 국물과 냉이 건더기와 인간은 심각 치정관계다이 삼각은 어느 한쪽이 다른 두 쪽을 끌어안는 구도의 치정이다그러므로 이 치정은 평화롭다..... 냉이의 저항 흔적은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볕의 냄새싹터오르는 풋것의 비리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놓는 평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오늘 냉이 된장국이 아닌 아욱 된장국을 먹었다그러나나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김훈과 같은 된장에 대한 사색이 없었던 것이다아욱이런 된장!!!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그러므로 미나리는 된장의 비논리성과 친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추장의 선명성과 잘 어울린다봄 미나리를 고추장에 찍어서 날로 먹으면서우리는 지나간 시간들과 전혀 다른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해주는 전혀 새로운 날들이 우리 앞에 예비되어 있음을 안다.

 

몇 달 전에 난 담양에 가서 미나리를 엄청 먹었다거의 한 소쿠리를 먹었다그것도 고추장에 찍어서역시 나는 미나리에 대한 사색없이 돼지처럼 먹기만 했던 것이다이런 된장!!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더 이상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다만 단단해진다.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다.

 

미나리를 너무 쳐 먹어 대 숲으로 산책을 했건만 대나무는 왜 안자랄까하고 고개만 갸우뚱 했을 뿐 대나무의 단단해지는 삶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니.....

 

5월의 산에서 가장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 숲이다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 때 온 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자작나무 숲은 생명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린다자작나무 숲이 흔들리는 모습은 잘 웃는 젊은 여자와도 같다. ...그래서 자작나무 숲은 멀리서 보면 빛들이 모여 사는 숲처럼 보인다.

 

......

자두의 생김새는 천하의 모든 과일들 중에 으뜸으로 에로틱하다자두는 요물단지로 생겼다자두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에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수박의 향기는 근본적으로 풀의 향기다풀의 향기가 수분에 풀려서 넓게 퍼진다자두의 향기는 전혀 다르다자두의 향기는 육향에 가깝다그 향기는 퍼지기보다는 찌른다자두를 손으로 만져보면그 감촉은 덜 자란 동물의 살과 같다자두는 껍질을 깍을 필요도 없이 통째로 먹는다입을 크게 벌려서이걸 깨물어 먹으려면 늘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이 안쓰러움이 여름의 즐거움이다.

 

수없이 처먹었건만 한 번도 자두를 먹을 때 안쓰러운 적이 없었다니!!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메마른 땅과 뜨거운 햇볕은 여름 과일들의 고난이 아니다.

어디로 피서를 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온 여름이 다 지나갔다.

축복은 저 숨막히는 무더위 속에 있었던 것임을 여름의 끝물에

한 입의 과일을 깨물면서 문득 알게 된다이 많은 과일들을 지상에 차려놓고,

힘센 여름은 이제 물러가고 있다.

 

나는 덥다고만 짜증내고 있을 때 김훈은 저런 생각을 하고 앉아있었다니저자 말대로

김훈은 미쳤다.


 

그 여름에 당신의 소매 없는 블라우스 아래로 당신의 흰 팔이 드러났고

푸른 정맥 한 줄기가 살갗 위를 흐르고 있었다당신의 정맥에서는

새벽안개의 냄새가 날 듯했고 정맥의 푸른색은 낯선 시간의 빛깔이었다.

당신의 정맥은 팔뚝을 따라 올라가서점점 희미해서 가물거리는

선 한 줄이 겨드랑이 밑으로 숨어들어갔다겨드랑 밑에서부터 당신의

정맥은 몸속의 먼 곳을 향했고그 정맥의 저쪽은 깊어서 보이지 않았다.

 

- <화장> 중 

 

화장의 기억할 만한 구절임에 틀림없다화장의 화자가 추은주의 정맥에 대한 묘사 부분인데,

내가 느끼는 혼란은 이런 것이다소설은 분명 소설가와 분리해서 읽어야 할 것인데이유는 모르겠지만 김훈의 소설은 그렇게 읽히지가 않는다화장의 화자가 추은주에게 편지를 보내듯 서술한 부분은 아름다운 문장이고 심지어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김훈의 얼굴이 계속 어른거려 소설 자체에 몰입할 수가 없다.

 

김훈이 이런 편지를 썼단 말이야낯 간지러

 

즉 김훈의 수필엔 바로 빠져들지언정 소설에선 그럴 수가 없다나로선 소설가와 소설가의 화자를 동일시하는 작가는-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김훈이 유일무이하다왜 그럴까?














 

3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한 때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그래서 알아보니 이미 판권이 팔렸다고그 이후 영화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영리한 감독 혹은 제작자는 이 책을 가볍게 비틀어 <러브 픽션>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너를 마시멜로 해는 너를 방울방울 해로 바뀌었고......


 

영화화를 고려할 만큼 나 역시 보통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재밌게 읽었지만 그 보단 <불안>이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같은 보통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어쩌면 그의 소설이 삶의 허망함덧없음을 말한다면 그의 에세이는 삶의 덧없음에 대한 위로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잠재적으로 모든 것이 예술의 풍부한 소재이며우리는 파스칼의 <팡세>에서 만큼이나 비누 광고에서도 귀중한 발견을 할 수 있다.

 

-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저자는 위 구절을 인용하며 코스모스를 들여다 본 경험을 얘기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거 뭐야볼 거 없잖아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코스모스 송이마다 색깔이 다 다르더군요그리고 옆에 다른 풀들도 있어요그리고 벌들이 보여요십 분쯤 지났더니 두 마리세 마리열 마리가 넘는 벌들이 있더라고요또 그 옆에는 무당벌레가 있고요벌을 다시 들여다봤더니 큰 몸통에 작은 날개가 파라락대며 엄청 빨리 움직이고 있더란 말입니다그래서 우와날갯짓하는 것 좀 봐라 하며 다시 꽃을 봤더니 한 송이 꽃인데 꽃잎 색깔이 다른 것들이 있어요어떻게 이렇게 생겼지하는데 옆에서는 벌들이 다리를 비비고있고요자세히 보니까 고양이 앞발 모양이랑 비슷해요그런데 오전 11시인데 아직까지 이파리에 이슬이 맺혀 있네하고 그 이슬 맺힌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거미줄이 두세 겹으로 쳐져 있고또 거미를 찾아봤더니 구석에 숨어 있고마침 거미줄이 흔들려서 생각하니 바람이 살랑이는 게 참 좋다 싶었습니다이렇게 가만히 삼십 분을 앉아 있었더니 얘깃거리가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신문기사처럼 본다면 우리는 결국 매일 상투적인 얘기만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저자의 위와 같은 관찰의 힘이 기발한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토대가 아닐까?

 

나는말을 말아야지.



 

4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분이건만 나는 고은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다역시나 저

자가 <순간의 꽃>에서 발췌한 시들 역시 도끼가 돼서 나를 후려친다.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 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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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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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뭇 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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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할 도리 밖에


5햇살의 철학지중해의 문학.

 

알제는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사랑에 혼절한다.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저자가 보기에 지중해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하는데 가본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접한 지중해는 능히 그럴 것 같다.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폐허 위에 내리는 햇볕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보들레르는 현대성을 덧없는 것으로 규정했다순간들은 찰나적이고 되돌아 갈 수 없으며 영원하지 않다그래서 아프지만 또한 그래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해가 설핏해질 무렵 돌연 우리의 뼛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저 기이한 슬픔......

 

햇빛 찬란한 날들이 지나면 어느덧 어둠이 다가온다그러면 허무함에 슬픔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또 다시 해는 떠오르니......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우리 일생이 한갓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삶은 이별의 연습이다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준다.

 

어떤 사람들은 덧없음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나는 것 같다그들에겐 모든 순간들이 안타깝다따라서 그 어떤 순간도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순간을 통해 영원을 꿈꾸는 자들이다.

 

나는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 – 폴 세잔

 

저자는 김화영의 <바람을 담는 집>에 나온 위의 문구를 모티브로 삼아 한 정유회사의 광고를 만들었다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지중해적인 삶그런 지중해적인 삶에 대해 저자는 개처럼 살자고 말한다개는 어제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순간을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에.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나는 자신있게 묻지요.

조르바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잘해보게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자네와 그 여자밖에는키스나 실컷 하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지상의 양식도 참 좋아했던 책이었는데그리스인 조르바는 아직 끝까지 다 못 읽었다아직 대지와 탯줄을 끊지 않은 조르바처럼 나 역시 조르바의 탯줄을 붙잡아야.....

 

카뮈에 열광한 사람은 대개 그르니에를 읽게 마련 아닌가그리고 우리 세대는 카뮈와 그르니에를 김화영의 번역본으로 읽었다.최근에 카뮈의 <이방인>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새로 번역된 <이방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설마??

 

불어로는 어머니와 바다가 발음이 같다누군가 이방인의 주인공 이름인 뫼르소는 바다인 메르와 태양인 쏠레이으의 합성어라고 주장했었는데 그런 것 같다태양과 바다(엄마)를 뺀 지중해혹은 이방인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나는 카뮈의 <이방인>보다는 그르니에의 <>을 더 좋아한다박웅현의 후배 이원홍은 스승의 날에 꽃과 함께 이런 메모를 보냈다고.

 

나는 <>속에 있는 말들을 마치 나의 것처럼 쓰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나는 그런 일을 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내게 온 이 같은 행운을 기뻐할 뿐이다. ”

 

- 카뮈의 마음으로 내 영원한 그르니에에게

 

박웅현은 행복한 사람일터스승에 대한 저런 찬사라니!

 

.....겉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니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장 그르니에, [중에서 카뮈의 서문>

 

겨울 숲 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 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장 그르니에 []중 김화영의 서문>

 

어딘가 떠나고 싶다면 <>을 가져가시라.

 

나는 혼자서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장 그르니에, <섬> 중 

 































6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강의 전체를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할애하다니그만큼 이 소설의 스펙트럼은 넓을 것이다

정치역사철학,예술사랑 등등

 

메타포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메타포를 가지고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메타포가 하나만 있어도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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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학자가 천국과 양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성교나 성교와

연관된 관능성이 아니다천국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은 흥분이다.

-------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 갔다.

테레사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 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이란 우리는 마지막 역에 있다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행복이 내용이었다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이 소설을 니체의 영겁회귀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혹은 키치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고음악의 형식적 측면으로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만약 누군가 내게 이 책속의 한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다음의 문장을 고를 것이다.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예요! ”



임무라니테레사그건 다 헛소리야내게 임무란 없어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임무를 의무로 해석해도 될까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을까?

의무 때문에 살아가는 삶이라면 얼마나 무겁겠는가?

 

해야 할 건 없다.

순간을 영원처럼 살면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안나 카레니나.

 

부끄럽게도 아직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못했다.

 

읽고 쓰자.


(지금은 읽었다.) 

 

8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저자는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을 꼽았다손철주오주석법정 등등.



 












문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들 도리어 누가 되고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수고에 그칠 뿐

산속으로 찾아오는 고요한 밤

향 사르고 앉아서 솔바람 듣기만 하리오.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 앞에 섰거나한밤중 아득한 천공에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무리의 합창을 들을 때혹은 동틀녘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황금빛 햇살의 광휘를 온몸에 맞으면서어느 누가 감히 예술을 논하겠는가.

 

봄날 작은 꽃망울을 떠뜨리는 햇가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길고 짧고 굵고 가는물기 오른 여린 가지들이 이루는 조화와 오만가지 빛깔그것은 기적이다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알갱이에 다가서 보자그 깜찍한 비례며 앙증맞은 짜임새도 경이롭지만 알알이 비치는 방울 속마다 제각기 살뜰한 우주가 숨어 있다.

 

 

 

 

 


 

 

고려청자 매병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요의 아름다움 속에 한 가닥

부푼 정이 엷은 즐거움마저 풍겨준다부드럽고도 홈홈한 병 어깨의

곡선이 허리로 흘러서 다시 굽다리로 벌어진 안정된 자세도 빈틈이 없지만,

그 위에 기품 있게 마감된 작은 입의 조형 효과는 이 병의

아름다움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어느 출판사 인터뷰 중 지옥에 딱 한 권만 가져가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 저자에게 물었다고 의외다저자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꼽았다.

 

늦여름의 어느 날 오후 나는 해변에 앉아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내 숨결의 리듬을 느끼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

 

깨달음에 안달 났을 때 구입한 책이건만 아직 읽지 못했다.

나는 언제쯤이면 저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련지.

 

제가 늘 말하지만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어제 술 쳐 먹고 명상을 빼먹다니일일삼성할 것!!

만일 누가 나에게 한 권의 책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역경>을 가져가리라.

 

<역경> 이제까지 점치는 책이라 잘못 알다니!!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카프카.

 

책은 도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수없이 깨지고 깨지고 깨져야.

그런 연후에야 나는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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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6-19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 나오기 전에(아마 2011년 초쯤?) 우연히 사내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강좌의 제목이 `박웅현의『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였지요. 그 날 들었던 `강의내용`과 이 페이퍼에 담긴 내용들이 너무나 닮아서 깜짝 놀랐네요. 강의 내용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는데,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도 저자한테 `불만`이 딱 한 가지 있답니다. 사내 강좌를 들으러 가기 전에 제가 일부러『생각의 탄생』이라는 책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심오한 질문` 한 가지를 미리 준비해 갔었는데, 그만 `질의응답` 시간을 전혀 주지 않고 `오늘 강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하고 인정사정없이 끝내버리더군요. 딱 강사료 받은 만큼을 모두 강의로만 꽉 채우겠다는 욕심도 느껴져서 그리 큰 불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 서운함이 조금 남아 있긴 하네요.

시이소오 2016-06-19 16:14   좋아요 0 | URL
박웅현씨, 어쨌든 광고쟁이잖아요.
자본주의의 제일선에 계신분이니, 받은만큼만 하신게아닐런지요?

오렌님, 많이 서운하셨나봐요^^

2016-06-1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6-2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도끼다 나오고 나서 제가 사는 지방에까지 감사하게도 강의를 오셔서 작가분을 뵌 적 있었어요. 책도 재미있게 읽었고 강의도 잘 들었는데 강의 후 새 책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이제 당분간 책은 안 쓰겠다 바닥까지 싹싹 긁었다 라고 답하셨는데 오래지 않아 새책이 나오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06-20 13:17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돈 좀 되셨겧네요 ^^

alummii 2016-06-2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욱 된장! 뿜었네요 ㅎㅎㅎ 오늘 리뷰 아주 감동입니다 정독하고가요~♡

시이소오 2016-06-20 23:10   좋아요 0 | URL
아욱 된장, 웃기려고 쓴건데 웃어주시니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6-2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한, 재밌는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제가 읽지 않은 책 같았어요. 읽은 책인데 말이죠.^^

시이소오 2016-06-23 14:36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니페딘1T 2016-07-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보고서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풍요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책 안에서 추천해 준 책들을 산다고 카드결제액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ㅠㅠ

좋은 서평을 읽으니 책을 한번 더 읽은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4 12:19   좋아요 0 | URL
서평이랄게 있나요?
책이좋은거죠
제가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