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충격적인 책을 발견했다.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김용규의 책이었다. 허걱, 김용규, 너마저. 책은 이병철이 죽기 전 신에 대한 물음을 남긴 메모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식인들이 재벌의 창녀를 자처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구멍마다 온갖 오물과 악취를 뿜어내는, 시체의 썩어문드러진 몸뚱아리를 빨아야만 할까? 재벌이면 시체도 좋다?

 

용규씨는 재벌 시체의 썩어가는 몸뚱아리 빨자고 철학과 신학을 배웠나? 하나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겠다. ‘장난감 하나를 얻고자 영혼을 팔아?’, 용규씨는 천국이나 지옥을 믿겠지. 좋다, 그렇다면 지금 이병철이 어디 있을까? 천국에 있을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고 외치던 자, 노동자 착취에 앞장선 자가 천국에 있을까? 이병철이 천국에 있으면 내가 하나님 애비다.

 

만일 지옥이 있다면, 당연히 지옥에 있겠지. 탄탈로스 옆에 있을까? 아니다. 지옥 불에 지글지글 튀겨지고 있을텐데, 질문에 대한 답을 쓴다고 이병철이 볼 수 있나? 용규씨가 지옥에 질문에 대한 답을 들고 가서 이병철한테 내민다한들 이병철이 지금 그거 볼 정신이 있어? 그따위 쓰레기 책은 차라리 치킨 집 가서 닭들에게나 읊어줘라. 설령 이병철이 책을 본다한들 뭐라고 할까. 그 책이 퍽이나 궁금하겠다. “이게 뭔가요? 새로운 고문인가요?”하지 않을까.

 

이지성이 <27살 이건희처럼>으로 삼성한테 예쁨 받자 김병완은 고새 <이건희 27법칙>을 써내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책 좀 팔아 돈 좀 번다는 것들, 재벌 앞에서, 권력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춤을 추고 지랄 염병이다. 정도껏 좀 해라. 공병호의 <3년 후, 한국은 없다>가 책이냐? ‘새누리당 경제 정책집이지, 그게 책이야? ‘신자유주의 홍보 찌라시지 그게 책이냐고?

 

양심은 영혼의 목소리라고 했거늘 당신들한텐 양심이 없어? 영혼이 없어? 주변을 둘러봐라. 너희들처럼 창녀 짓거리 안 해도 책 써서, 돈 벌고, 존경 받는 작가들이 수두룩하다. 권력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은 나치에 부역했던 지식인들 말년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하이데거를 보아라. 쓸쓸히 죽어갔다. 당신들이 죽으면 누가 당신들 무덤 앞에서 울어줄까? 이병철이? 이건희가

 

에드워드 사이드에 따르면 사적인 지식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고 발표하는 순간 공적 세계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그저 수동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을 향해 거부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존재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각성의 상태,

절반의 진실이나 널리 퍼진 생각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상태가 지식인의 소명입니다.

 

-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제발 각성해라. 너희들은 짐승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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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강요 2016-04-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뭔가요?
새로운 고문인가요?ㅋ
요기서 빵~~ㅎㅎ^^
제목이 으스스한데요~~
그게 또 현실인지라 더 무섭...

시이소오 2016-04-23 13:46   좋아요 1 | URL
믿었던 사람이 노망난 꼴을 보이니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그래도 많이 순화한 글이네요 ㅋㅋ

깊이에의강요 2016-04-2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었던 도끼가 더 아프게 찍지요ㅎ

시이소오 2016-04-23 13:53   좋아요 1 | URL
아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이소오님이 격렬하게 까면 이상하게 읽고 싶은 이 마음은 뭔가요 ? 대체 어떻게 싸질렀기에.... 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4-23 18:06   좋아요 0 | URL
다음엔 추천책을 이런 형식으로 쓸까봐요 ㅋㅋ

초딩 2016-04-2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트라테스는 지행합일을 위해 독배를 마셨는데말이죠. 그들은 `지`도 잘 못 되었나 봅니다. 세상에 책이 너무 많아서 ...

시이소오 2016-04-24 12:3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양서뿐만 아니라 악서들도 너무 많네요 ^^;
 
리어왕 셰익스피어 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덕수 옮김 / 형설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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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 제2 전공을 하겠답시고 국문과 수업을 자주 들었다. (학점이 모자라 제 2전공엔 실패했다.) 국문과 수업 중에 제출했던 레포트가 국문과 학생들을 따돌리고 수업 최고의 레포트로 뽑혔다. 심지어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동안 레포트 전문을 낭독하셨다. 와우. 레포트의 제목은 이광수의 <무정>, <동성애와 페미니즘>’이었다. 이광수 <무정>이 지닌 근대문학으로서의 한계와 소설에 드러난 동성애와 페미니즘의 경향에 주목한 레포트였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이 파격적이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1917년에 쓰인 이광수의 <무정>의 성 묘사는 <캐롤>과는 비교 불가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책만 들여다보면 이광수의 <무정>동성애 코드로 읽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너무 당연한일이다. 학문적 엄숙주의 때문일까. 도대체가 모른 척 하는 건지, 말을 안 하는 건지?

 

<리어 왕>도 마찬가지다. (학부 때 <리어왕> 레포트를 쓰고 싶었지만 쓸 일이 없었다.)

책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엄연한 근친상간 극이다. 왜 말을 못하는 걸까? 400년 동안이나. 세익스피어 극에서 섹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물론 감춰져 있다.) 특히 세익스피어 소네트는 거의 섹스에 대한 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리어 왕>이 근친상간 극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리어왕>에 대한 지난 400년간의 비평은 죄다 헛소리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이런 비평. ‘기독교적 인과응보의 규율과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삶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거꾸로 해석해야 한다. 인과응보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해야 셰익스피어 극 전체와 통일성을 이룬다. 리어왕은 세 딸을 강간했다.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 거너릴과 리건은 리어를 용서하지 않았다. 코델리아만이 리어를 용서했다. , 거너릴과 리건은 리어왕에 대해서 만큼은 비난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난 400년간 비난받아왔던 거너릴과 리건의 명예를 되살리자) 수 년 간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를 용서해야 할 이유가 있나? 오히려 코델리아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리어왕은 첫 등장부터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일 수가 없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리어왕으로선 딸들의 혓바닥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

 

진실은 개, 개집에서 쫓겨나야할 판국이지만이제부터 <리어왕>이 근친상간 극이라는 걸 밝혀내겠다. 셰익스피어 극에서는 언제나 바보’, ‘광대의 대사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광대 : 당신이 딸들을 어머니로 삼게 된 때부터, 왠고하니 당신이 그들에게 회초리를 쥐어주고 바지를 벗어내렸을 때,

 

리어왕은 딸 앞에서 바지를 벗고 회초리를 쥐어주고는 때려달라고 애원했다. 전형적인 메조키스트의 증상이다. 프롬은 메조키스트와 새디스트가 상반된다고 주장했는데, 아니다. 메조키스트와 새디스트는 동일한 구조로 작동한다. 단지 방향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예로 가장 흔히 인용되는 문장은 <리어왕>의 리어왕 대사다.

 

그 계집에게 채찍을 가하고 있다만, 네 놈은 채찍질하는 바로 그 죄를 그 계집과 범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 <리어왕>, 46

 

광대 : 당신과 당신 딸들은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그들은 진실을 말하면 때리겠다고 하고, 당신은 거짓말을 하면 때리겠다고 하니.

 

광대는 리어왕과 세 딸의 근친상간을 알고 있다. 세 딸은 광대가 진실을 말할까 두려워한다. 리어왕과 세 딸의 촌수가 어떻게 될까. <차이나타운>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지? ‘내 딸이에요’, 찰싹. ‘내 동생이에요’, 찰싹. ‘내 딸이에요, 내 동생이에요.’ 찰싹 찰싹.

 

리어 : 이 놈, 무엇을 알만하단 말이냐?

광대 : 돌능금맛은 역시 돌능금맛이듯 저 딸 맛도 이 딸 맛과 같을거야. 당신은 알 수 있을 테지, 왜 사람의 코가 얼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지?

리어 : 모르겠다.

광대 : 웬고하니, 코 양쪽에 눈을 붙여놓아서 냄새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은 눈으로 보아서 알 아내기 위해서다 이 말씀이야,

리어 : 내가 잘못했다. 그애 한테는,

광대 : 당신은 굴이 껍질을 만드는 법을 알 수 있어?

리어 : 모르겠다

광대 : 나도 몰라. 그러나 달팽이가 집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알지.

리어 : 왜 그러냐?

광대 : 그 이유인즉, 제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지, 그것을 제 딸에게 줘버리고 뿔을 숨길 상자 도 없는 신세가 되기 위해서가 아냐.

 

비평가들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굉장히 이상한 말이다. 왜 리어왕은 갑자기 내가 잘못했다. 그애 한테는이란 말을 하는 걸까. 지금 리어는 첫 딸 거너릴에게 버림받고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왜 딸한테 잘못했다고 말하는 걸까? 광대는 단지 코로 알 수 없는 것은 눈으로 보아 알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셰익스피어 극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굉장히 많다. 프로이드가 셰익스피어를 분석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다. 위의 문장에서 , 머리, 등은 다 남성 성기를 상징한다.

 

광대 : 사내녀석이 다리를 함부로 놀리면 나무로 된 양말을 신게 된다, 이말이야.

 

24.

 

로건에게 간 켄트에게 차꼬가 채워졌다. 그 모습을 본 광대가 한 대사다. 차꼬를 찬 모습 역시 성적인 함의로 가득 찬 은유로 작동한다.

 

광대 : 아저씨, 도시의 여편네가 뱀장어를 산채로 넣고 반죽을 하려 할 때 뱀장어를 야단치듯이. 그 여편네는 막대로 그놈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들어가, 이 못된 놈, 들어가라니까!’라고 외쳤지요. 순전히 말에게 친절을 베푸느라고 건초에 버터를 발라준 것은 바로 그 여편네의 오라비라네.

 

- 24

 

거너릴과 리건 앞에서 리어는 연신 묻는다. “내 사람이 어째서 차꼬를 차고 있느냐?” 차고를 찬 모습은 리어왕의 현재 상태를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다리를 함부로 놀린인과응보다. 자업자득이다. 그동안 권력 앞에 할 수 없이 열려야 했던 성문들. 이제 딸들은 성문을 걸어 잠근다. 욕망이 충동질 하기 전에.

 

리건 : ! 백작님 완고한 사람에게는 자업자득으로 맛보게 되는 고통이 버릇을 가르쳐주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성문을 닫아 버리세요. 그분은 고약한 사람들의 시중을 받고 있고, 귀가 여러 나쁜 충고를 곧잘 듣는 분이라, 그들이 뭐라고 충동질할지 모르니, 지혜를 다해 경계를 하는 게 상책이예요.

 

리어 : 저 악독한 두 딸년들과 손잡고, 이처럼 늙어 백발이 된 한 인간의 머리 하나를 치려고 천국의 대군을 이끌고 오다니 말이다. , 여봐라! 고약하구나.

 

광대 : 머리를 들여밀 집도 마련하지 않고

불알싸개부터 먼저 갖게 되면,

머리에도 불알에도 이가 꾀는 법이라,

뭇 거지들은 그렇게 장가를 간다네,

 

마음을 써야 할 곳에

발가락을 쓰는 사람은,

티눈 때문에 슬피 울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네.

웬고 하니 얼굴 반반한 여인치고 거울 앞에서 입을 실룩거리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야.

 

- 3막 제 2

 

폭풍우치는 밤, 켄트가 거기 누구요? 하고 묻는다.

 

광대 : 사실은, 군자와 불알싸개, 말하자면 현명한 양반 한 분과 광대바보 한 놈이 여기 있다.

 

광대는 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종의 전복. 여기서 광대바보는 광대를 뜻하는 걸까. 앞 문장을 유추해보면 리어왕이 불알싸개고 리어왕이 광대바보. 이 광대바보는 드디어 자신의 죄를 은연중에 고백한다. 혹은 마치 자신이 죽인 걸 모른 채 왕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내겠다는 오이디푸스를 떠올리게 한다.

 

리어 : 우리의 머리 위에서 이 무서운 소동을 일으키고 계시는 위대한 신들로 하여금 지금 그들의 원수를 찾아내게 하라. 가슴 속에 남모르는 죄를 품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정의의 신의 채찍을 면해온 이 악한아, 벌벌 떨어라. 숨어 봐라, 이 놈 살인자야, 이 위증을 한 놈아, 근친상간을 범하면서도 유덕한 인간인 체하는 위선자야. 그럴 듯하게 보이는 허위의 가면 뒤에서 인간의 생명을 노리고 음모를 일삼는 악독한 놈아, 온몸이 산산히 부서지게 떨어라. 은밀히 숨겨진 죄악들아, 네놈들을 감추고 있는 덮개를 찢어버리고, 이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에게 자비를 빌어라. 나로 말하자면 내가 지은 죄보다 남이 내게 지은 죄가 더 많은 사람이다.

 

-32.

 

위 대사는 지금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켄트에게도 광대에게도 하는 대사가 아니다. 독백이다. 지금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리어가 저지른 죄악은 근친상간 뿐만이 아니다. 위의 대사를 유추해보건대 근친상간을 하기 위해 리어는 왕비를 살해했을 것이다. (왜 왕비에 대한 얘기가 없는지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


 

광대 : 이리의 온순함을, 말의 건강함을, 어린 소년의 사랑을, 갈보의 맹세를 믿는 자는 미친사람이야.

 

광대가 바보인 것은 세 딸을 갈보로 업신여긴다는 점이다. 혹은 근친상간의 가해자인 리어왕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딸들 역시 죄를 범했다고 보는 것일까?

 

리 건 : 당장 그자의 목을 매도록 하세요.

거너릴 : 그 자의 두 눈을 뽑아 버리세요.

 

- 37.

 

리건과 거너릴이 말하는 그자는 글로스터 백작이다. 도대체 두 딸은 왜 저렇게 글로스터를 미워하는걸까? 단지 리어왕을 빼돌렸다고 저렇게까지 흥분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글로스터 백작은 리어왕이 세 딸을 강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수방관했다. 아니, 오히려 리어왕 편을 들었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글로스터 : 가령 이리가 당신 문전에서 울부짖더라도 이렇게 말해야 했을 것이오, ‘문지기야, 문을 열어줘라라고. 하지만 두고 보시오, 그런 딸자식들에겐 천벌이 내릴 테니.

 

- 37

 

콘월은 왜 글로스터의 눈알을 직접 뽑을 만큼 잔인한 걸까? 리건은 남편 콘월에게 자신이 리어왕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고백했을 것이다. 또한 글로스터가 리어왕을 부추겼다는 것도. 글로스터의 눈을 뽑은 콘월은 그것이 천벌이라고 말한다.

 

, 천륜을 어긴 것은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라기 보다는 리어왕이다. 천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딸 들이 아니라 리어왕이고 글로스터 백작이다.

 

리건과 짝짜꿍인 콘월과 달리 거너릴 남편인 올버니는 아버지를 홀대하는 거너릴을 사악하다고 비난한다.

 

거너릴 : 이 비겁한 양반아! 뺨은 얻어맞기 위해, 머리는 모욕을 당하기 위해 달고 다니고, 이마에는 눈이 있으면서도 명예와 굴욕을 분간할 안목이 없고, 악한이 악행을 미처 저지르기도 전에 처벌받는 것을 보고 측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라는 것도 모르는 양반.

 

- 42

 

거너릴은 눈은 달고 다니면서 왜 진실을 못 보냐고 남편에게 외친다. 둔감한 올버니는 도무지 아내의 마음을 모른다. 이러니 거너릴이 바람날 수밖에.

 

리어 : 그대의 죄목은 무엇이냐? 간통죄라고? 너는 죽이지 않을 것이니라. 간통죄로 사형이라니! 안될 말, 굴뚝새도 그 짓을 하고, 조그마한 금빛 파리도

내 눈 앞에서 음란한 짓을 한다.

교미가 마구 성행하게 하라, 그로스터의 사생아는 합법적인

잠자리에서 잉태된 내 딸년들보다도 제 아비에게 더

효자였으니까. 호식이여, 멋대로 음란한 짓을 하라!

 

- 46

 

코딜리아 : 원수의 개라도, 또 비록 나를 물었더라도 그런 밤엔 우리 집 화덕 앞에서 불을 쬐게 했을 텐데. 그런데 가련하신 아버님.

 

- 47

 


저 대사를 제대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코델리아는 왜 리어왕을 원수의 개’에 비교하고 나를 물었더라도라는 표현을 썼을까


코델리아 앞에서 깨어난 리어 왕은 뜬금없이 코델리아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다.

 

그대는 나를 용서해줘야 되겠다. 부탁이니, 잊고 용서해다오.

 

-47

 

코델리아의 혓바닥을 증오했던 걸 용서해달라는 걸까.

리어왕의 주제는 에드거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에드거 : 서로 용서해주도록 하자. 에드먼드야.......신들께서는 정당하시어 쾌락을 탐하는 죄로써 우리를 벌주시는 도구로 삼으신다. 아버님께서는 어둡고 부정한 잠자리에서 너를 만드셨는데, 그 댓가로 그의 눈을 잃으셨다.

 

- 53

 

쾌락을 탐한 모든 자들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 리어왕,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 에드문드. 근친상간은 아닐지라도 부정한 잠자리로 에드문드를 낳았던 글로스터는 죽음 대신 두 눈을 잃는다. 코델리아는 리어왕을, 에드거는 글로스터를 용서한다. 한마디로 <리어왕>은 죄악과 용서의 서사다.

 

기존의 비평으론 코델리아의 죽음을 해석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펜 끝이 겨누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이었다. 또한 그의 비극의 주요한 모티프는 부정한 잠자리였다. <햄릿>, <오델로>역시.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리어왕>을 근친상간 극으로 해석한다고 해서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에 해가 되진 않는다. 근친상간의 사건을 드러내지 않는 한, <리어왕>에 대한 그 어떤 비평도 헛소리에 불과하다.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내일이면 400년이다. 학자들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셈인가. 500년 되어야 할까?

 

리어왕은 11장에서 이미 말했다. ‘We shall express our darker purpose’.

그런데 왜 보지 않는 걸까. 눈앞에 지도처럼 펼쳐져 있거늘.

 

화살촉이 내 심장을 뚫고 들어온다 한들,

<리어왕>은 근친상간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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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4-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어왕> 다시 읽어 봐야겠군요.

주홍 글씨도 간통이 아니라 근친상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22 12:10   좋아요 0 | URL
최근에 주홍글씨를 읽었는데 그건 눈치 못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셰익스피어 문학 섹스 사전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없지만 말이죠.
섹스피어 문학 속에 표현된 섹스 은유를 풀어낸 사전이라고 하니, 섹스피어가 얼마나 즐겨 사용했는지 알만하죠..

시이소오 2016-04-22 14:50   좋아요 0 | URL
오호 재밌겠네요. ^^

페크pek0501 2016-04-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4대비극을 다 읽었는데 리어왕에서 근친상간, 몰랐어요.
다시 읽어야겠군요.

시이소오 2016-04-22 16:32   좋아요 0 | URL
숨겨진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기분으로 읽으시면 재밌으실거에요^^

페크pek0501 2016-04-22 16:37   좋아요 0 | URL
숨은 그림 찾기, 의 독서가 되겠군요. 기대됩니다.

시이소오 2016-04-22 16:42   좋아요 0 | URL
리어왕의 장르는 미스테리네요 ^^

꿈꾸는섬 2016-04-23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어왕을 읽었었는데 한번도 근친상간이란 생각을 못했어요.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중인데...그걸 읽어내신 시시소오님 정말 대단해요.

시이소오 2016-04-23 01:41   좋아요 0 | URL
탐정소설 읽듯 읽으시면 재밌으실듯 ^^

2016-04-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데렐라를 이미 근친상간으로 읽고 지웠으니 아마 리어왕 읽기도 같은 과정을 거쳤을 거에요. 화살촉에 심장을 내주면 안되어요 ㅎㅎ

시이소오 2016-04-23 13: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최고의 레포트가 더 궁금한데요^^

시이소오 2016-04-23 13:39   좋아요 0 | URL
ㅋ `최고의 레포트` 완전 민망이군요. ^^;

지나 2016-04-2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왜 몰랐을까요

시이소오 2016-04-24 13:27   좋아요 0 | URL
비평가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안 하니까요. 독자입장에서 성에 대한 무의식적 억압이 작동하는건 아닐런지요?

나루터 2016-08-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기다 아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끼워맞추기식 해석인 것 같군요.. 번역서를 다른걸 한번 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그게 사실이면 학자들이 입다물고 있을리가 없죠.. 너무 근거가 빈약한 아전인수식 해석입니다.

시이소오 2016-08-05 17:35   좋아요 0 | URL
근거가 빈약하다고 단정하시는 근거는 뭔가요? 리어왕을 읽어보긴 하셨나요? 읽고 나서 말씀해주세요

ㅇㅇ 2024-04-08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성적 함의를 가지고 근친상간이라고 못박으시네요. 셰익스피어 학자들의 비평을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지 못하고 님이 원하는대로 끼워맞추기 식으로의 분석은 비평이라고 할 수도 없을 듯 합니다.
 
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빅 매치가 이루어졌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1로 이길거라고 예상한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설령 이 스코어를 예상한 이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브라질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71로 질 거라고 예상한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브라질에 검은 백조가 출현한 것이다.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에 의거해 백조는 흰색이라고 만 생각했다. 이처럼 검은 백조란 기존의 가치관, 기존의 경험에 의해 설명할 수 없는 극단적인 사태를 지칭한다.

 

어느 날 백구 한 마리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주인을 만난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주인은 먹이를 준다. 백구는 이제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 가며 반길 것이다. 천일동안 백구는 주인을 자신의 친구로 여길 것이다. 천 하루 째, 주인은 백구를 죽인다.

그는 보신탕 집 주인이었으니까. (나심 탈레브는 칠면조를 예로 들었다)

 

나심 탈레브는 인간도 이 백구와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 오류에 빠지기 싶다. 1차 세계 대전을 예상한 사람은? 소련의 붕괴를 예상한 이는? 1987년 주식 시장 붕괴를 예상한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상한 이는? <해리 포터>1억부 이상 팔릴 거라고 예상한 이는?(조앤 k 롤링은 수 십개의 출판사로부터 출판 거절을 당했다) <7번 방의 선물>이 천 이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다.

 

나심 탈레브가 보기에 예측이 불가능함에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은 그걸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대표적인 직업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다. 저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을 단 한 마디도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들의 예측이나 점쟁이의 헛소리나 다를 바가 없다.

 

영화 투자사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에 어떤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일례로 <우는 남자>는 왜 망했나? 아저씨의 감독, 장동건이라는 스타 배우를 기용하고서 100만도 못 찍었다.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는 영화를 숱하게 제작하면서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마냥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10편 망해 놓고 단 한 편 흥행하면 거 봐 내가 뭐라 그랬어?’라며 기세등등이다. 나심 탈레브의 조언은 사기는 그만 치고 직업을 바꾸라는 것이다.

 

투자사 직원들에 대한 나의 조언은 이렇다. 제발 모른다는 걸 인정해라.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소극적인 자세로 영화를 만드니 매번 그렇고 그런 영화만 양산하는 것 아닌가. 좋은 영화가 나올 리가 없다. 당신들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 영화의 수준이 개판이 되 가고 있다. 올 한 해 저런 걸 영화라고 찍고 앉아 있나싶은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다. 당신들의 무지, 오만함, 거만함, 뻔뻔함이 한국 영화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데 왜 예전과 똑같은 영화를 쳐 만들고 앉아 있는 것일까? 새로운 영화에 대해 모험할 생각이 없다면 나심 탈레브의 말처럼 제발 그만 둬라. 그게 당신들도 살고 국민들도 살 길이다.

 

미래가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저자는 플라톤적 태도라고 부른다. 그에 반해 검은 백조의 출현을 인정하는 비합리적사유들도 존재한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알 가젤, 데이빗 흄, 푸앵카레, 하이에크, 몽테뉴, 칼 포퍼, 그리고 만델브로다.

 

검은 백조 철학사를 쓰고 싶을 정도다.

 

고전 물리학은 세계를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양자역학의 시대다. 비합리성, 비선형성, 비국소성의 세계다.

 

검은 백조는 언제 어디서든 출몰할 수 있다.

 

부정적인 검은 백조를 피하기 위해선

혹은 긍정적인 검은 백조를 맞이하기 위해선

 

미래를 예측하려는 헛된 시도를 하기보단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저마다의 이란 사태에 감사 기도를 올리는 게 나을 것이다.

 

운칠기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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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번 총선 결과도 검은 백조 현상일까요 ? 200석을 노리던 새누리가 원내 2당으로 추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시이소오 2016-04-21 14:58   좋아요 0 | URL
ㅋ 그럴수도 있겠네요. 0 두개 털고 2석 정도 차지할날을 고대해봅니다 ^^

cyrus 2016-04-2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리처드 탈러의 책에 나오는 편향 중에 사후판단 편향이란 게 있어요.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그 일이 발생할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시이소오 2016-04-21 15: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미래학자들도 보면 전혀 상반되는 예측들을 여러러가지 내놓고 그중에 하나가 들어맞으면 `거봐 내가 뭐라그랬냐`며 거들먹거리기 바쁘죠. 저도 미래학자나 될까 싶기도하고 ㅋ ^^

cyrus 2016-04-21 15:40   좋아요 0 | URL
사후판단 편향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정말 짜증납니다. ㅎㅎㅎ

시이소오 2016-04-21 15:44   좋아요 0 | URL
일반인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류 중 하나일겁니다. 저도 가끔 그래요 ㅋㅋ

cyrus 2016-04-21 15:45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1 18:03   좋아요 0 | URL
사후확증편향은 제가 자주 범하는 오류이기도 합니다...ㅎㅎㅎ

시이소오 2016-04-21 18:45   좋아요 0 | URL
다들 사후확증편향으로 부터 벗어나질 못하는군요 ㅋㅋ

페크pek0501 2016-04-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모른다는 걸 인정해라.˝
- 이것, 쉽지 않지요.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합니다.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입니다.) - 노자, <도덕경>에서.

시이소오 2016-04-22 16:41   좋아요 0 | URL
ㅋ 쉽지 않지요. 사기쳐야 하는데. ㅋ ^^
 

칸트처럼 나도 산책을 나가볼까...... 정처없이 걷다보니 모란 공원이었다. 


'오늘 419니까 모란 공원에 사람 많겠네'...... 착각이었다. 

(419니까 419 묘지에만 사람들이 가는걸까?) 


그 넓은 민주화 열사 묘역에 오로지 나 혼자 뿐이었다. 


눈치 볼 필요없이 이소선 어머님, 전태일 열사님, 조영래 변호사님 묘지에 참배했다. 


전태일 열사 무덤 앞 벤치에서 멍때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지만 


결국 나올때 까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뿐이라니. 

마치 흑백 SF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삶이란 이토록 허망한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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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4-20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미를 찾는 시간!~멋찝니다.....

시이소오 2016-04-20 12:59   좋아요 2 | URL
저는 그냥 산책간건데요 ^^

2016-04-20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4-20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묘역에 찾아가볼 생각해본 적 없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

시이소오 2016-04-20 16:27   좋아요 1 | URL
저도 집 근처 아니었으면 생각 못했을 거에요^^

2016-04-20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4-20 16:28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Dora 2016-04-21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시의 쩜 멋진 산책..

시이소오 2016-04-21 12:13   좋아요 1 | URL
오후 시간인 줄 어케아셨는지요 ㅋ ^^

:Dora 2016-04-21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님 그 시간에 산책하셨다고 읽은 거 같음ㅠ

시이소오 2016-04-21 12:17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칸트는 4시에 나갔대요. ^^:

:Dora 2016-04-21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계몽적이시다 역시

깊이에의강요 2016-04-2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이소님^^V
같이 산책하고 싶다.
좋은 말씀도 듣고...

항상 깨어 있으시네요

시이소오 2016-04-23 13:49   좋아요 0 | URL
벚꽃 엔딩인가요? ㅋ 저는 단지 그냥 산책 ^^
 
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류동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괴짜 경제학>을 재밌게 읽어서 집어 들었더니, 이런 어느덧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작은 악마가 돼버렸다. ‘미국식 재미 지상주의’(진지빠는 거 싫어, 재밌으면 되는 거 아냐?)가 어떻게 악이 될 수 있는가의 사례. 경박한 경제학의 말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스티븐에게 경제학자들을 볼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심미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내가 농담하고 즐김이나 농담하고 즐기는 오류라고 부르는 것. 이는 상황을 객관식 질문으로 바꿔, 산뜻하고 모호하지 않은 규칙을 가진 게임처럼 만드는 것이다.

 

- <세상물정의 경제학>, p265

 

이 책 전체가 전부 다 농담하고 즐기는 오류로 이루어져 있다.

 

스튜어디스에게는 왜 팁을 주지 않는걸까?’하고 스튜어디스에게 팁을 내미는 건 귀엽게 봐 준다고 치자. ‘테러리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법’, ‘완벽하고 안전하게 무임승차 하는 방법’, ‘아이의 성적을 올리려면 돈을 주라까지도 참겠다. 그런데......이건 정말이지 못 참아주겠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투표 제도가 공정하지도 않고 한 개인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돈을 내고투표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매번 투표할 때마다 지불해야 할 돈의 금액은 투표한 횟수의 제곱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처음 지불하는 금액이 1달러 였다면 100번째 투표할 때는 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부자들만 투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부자들만 투표하는 것.

 

경제학자라면 부유층이 모든 것을 더 많이 소비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유층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기존의 선거 기부 시스템상으로도 부유층이 이미 저소득층보다 더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이 투표 시스템과 함께 선거비용을 줄이면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민주적인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 경제학>, <슈퍼 괴짜 경제학>은 전 세계 700만 부 이상 팔렸다. 엄청난 성공과 명성, 부를 거머쥔 그들은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도 있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역시 수백 만 권 팔려나갔고 지금도 팔리고 있다. 이 책에선 평범한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11개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짐 콜린스는 이 위대한 기업오래 지속될 수 있게하는 특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11개 기업 가운데 9개가 남아 있지만 오늘날 이 기업들의 S&P 500지수는 평균치보다 못하다. 심지어 서킷 시티는 파산했다.

 

두 사람 역시 자신들이 연구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지금 잘 나간다고 오만방자한 글을 싸지르다 한 순간 훅 갈 수 있다.

 

대니얼 카너먼이 그들에게 한 말은 단지 웃자고 한 말이 아니다.

 

그 책이 세상의 미래를 바꾸긴 하겠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주지는 않을 겁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통로 건너편에 세계적인 아이비리그 경제학자가 있는 걸 보고는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이코노미 클래스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 나 역시 두 번 다시 이들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자리를 옮기자 옆자리에 아마르티아 센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센과 같은 공기를 마시게 된 걸 자랑스러워했다. (부럽다. 나심 탈레브 역시 존경할만한 학자다.) 나 또한 이 책과 같은 오물덩어리들을 피한다면 자랑스러워할 누군가의 다른 책을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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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4-2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런식으로 투표 하자고 주장을 했단 말입니까?? 당최 왜요??
안 읽게 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시이소오 2016-04-20 11:54   좋아요 0 | URL
인용한대로 그게 더 민주적일지도 모른대요 ^^;

아말 2016-04-2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이건 아닌데 싶은 얘기들을 보고 미련없이 덮었어요ㅎ끝까지 읽으신것도 대단하신듯ㅎㅎ

시이소오 2016-04-20 11:55   좋아요 0 | URL
얘들이 미쳤나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미쳤더군요 ^^;

ICE-9 2016-04-2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 수 있는 돈만큼 투표권을 사다니, 전형적인 자본주의 사고로군요. 그렇게 되면 주식과 투표가 뭐가 다른지. 그것이 민주적이라고 한다면 설령 삼성처럼 순환출자로 소수 지분만 가지고도 그룹을 장악해도 민주적이겠군요. 어차피 지불하는 비용만 중요할 뿐, 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만한 돈을 가지게 된 맥락은 따지지 않고 그것 자체를 그대로 한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하여 권리를 부여한다는 발상이 제겐 신자유주의의 전형으로 보입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게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블랙스완이나 안티프래질, 정말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안티프래질은 리뷰까지 썼었죠^^ 멋있는 사람이었군요. 더 좋아해야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4-20 13:34   좋아요 1 | URL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멋있죠? 아직 안티프래질을 못 읽었는데 읽고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