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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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사용법>을 읽었음에도 머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이 책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카피책>30년간 카피라이터로 살아온 정철의 카피 만드는 법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저자의 카피에 관한 지침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글쓰기에 적용 가능하다.

 

이 책을 씹어먹고, 쪼개먹고, 잘라먹고

우리도 생활 카피라이터로 거듭나자.

 

1. 카피작법 제 11; 글자로 그림을 그려라.

 

, 구체적으로 써야한다.

 

- 반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

 

-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여섯 명의 장관을 경기도에 바칩니다.

 

정범구가 텔레비전에서 나와 고향으로 달려왔습니다.

 

 

연필 한 자루로 팔만대장경을 쓰다.

100년 연필

철수 아빠가 썼다, 철수가 쓴다

제 키는 12년 동안 12cm입니다

동해물이 말라도 백두산이 닳아도

 

2. 로미오와 성춘향의 결혼 ;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라.

 

삼끼니

 

사람특별시

 

이순신이 출마합니다

김구가 출마합니다

안중근이 출마합니다

유관순이 출마합니다

윤동주가 출마합니다

장준하가 출마합니다

전태일이 출마합니다

이한열이 출마합니다

미선이 효순이가 출마합니다

김근태가 출마합니다

 

나라가 정의로우려면 역사가 바로 서야 합니다

친일 반민주 세력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으로 이름으로 당신도 출마해주십시오

잘못된 정권의 연장을 막아주십시오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3. 깍두기 썰 듯 깍둑깍둑 ; 바디카피는 부엌칼로 써라. 문장을 잘게 썰어라!

 

광고 본문에 해당하는 바디 카피의 요소 ; 흥미, 통일, 단순, 강조, 설득

 

4. 일대일 ; 소비자 한 사람과 마주 앉아라.

 

내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런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카피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카피라이터라는 남자가 소비자라는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쓴다는 느낌으로 쓰라구요.

 

5.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사칙을 활용하여 맛을 살려라.

 

더하기 ]

사장님을 홀랑 대머리로 만드는 방법

 

곱하기 ] 반복.

사장님을 대머리님으로 만드는 방법

 

공부보다 중요한 것을 공부합니다.

 

밥보다 더 맛있는 밥

집중에 집중하다

당신의 생각을 생각합니다

 

나누기] 잘라라.

 

 

밥입니다.

쌀로 만든 삼양 쌀라면,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6. 말과 글로 장난을 쳐라.

 

반값습니다 (반값등록금 집회 현장 피켓)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강원도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 헤드라인과 서브헤드

 

마라, 마라톤

 

촛불을 매도하지 마라

진실을 왜곡하지 마라

역사를 되돌리지 마라

 

촛불 응원 카피

 

copy 종이컵에게

 

너는 물이나 커피를 담는 싸구려 용기였다. 환경에 부담만 주는 허접한 용기였다. 그러나 너는 다시 태어났다. 촛불을 담는 용기로 다시 태어났다. 아빠 손에 들린 너는 저항이었고, 엄마 손에 들린 너는 기도였으며, 아이 손에 들린 너는 희망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네 이름 앞에 싸구려허접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네 이름은 용기다.

 

7. 반복하고 나열하라.

 

텔레비전 만들고

냉장고 만들고

세탁기 만들고

반도체 만들고

남는 기술로 에어컨을 만든다?

 

오로지 에어컨, 센추리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시인 황지우는 노무현재단 회원입니다

 

8. 지워라, 다시 써라.

 

바람이 다르다

 

9. 훔쳐라, 모방하고 패러디하라.

 

여보, 중랑구청에 박종수 들여놔야겠어요

 

백두에서 한라까지 양말부터 통일하자

 

10. 카피는 make가 아니라 search

 

얼음정수기를 가지면 다 가진 겁니다

 

진로는 술을 만들 줄 압니다

 

뒤는 저희가 책임집니다

(치질 전문 병원)

 

11. 리듬을 살려라.

 

못 살겠다 갈아보자

 

벗는 계절에도 입는 예절이 있습니다

 

사람이 못 가면 나무가 갑니다.

(북녘에 나무 보내기 운동본부)

 

바디 카피 첫 줄은 이다. 첫 줄에 소비자의 시선을 붙들어야 한다. 마지막 줄은

이다.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마무리 하라는 뜻이다. 첫 번째 방법은 마지막에 반전을 주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액션 유도다.

 

지금 전화하세요!

 

12. 잘라 말하라

 

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하얀 색

순수, 순결, 청결, 정직을 뜻하는 하얀색

 

의사 옷은 하얀색입니다

이 하얀 옷을 입는 순간 의사도 하얀색이 됩니다

순수, 순결, 청결, 정직이 됩니다

생명이 먼저라는 생각 하나만 하게 됩니다

 

생명이 먼저라면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

무릎을 맞대고 아픈 곳을 직접 만지며 진료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대합니다

원격의료를 반대합니다

 

원격의료는 오진 가능성이 큰 위험한 정책입니다

환자 건강보다 의료산업화를 먼저 챙기는 무책임한 정책입니다

 

원격의료를 막아주십시오

하얀색을 하얀색으로 남게 해주십시오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

 

13. 광고와 제품을 이어줘라. ; 죽 쒀서 강아지 주지 마라.

 

혹시 한때 유행했던 광고 따봉이 어떤 주스 카피인지 아시는 분? 선키스트? 아니었다. 델몬트였다

델몬트 광고 덕분에 선키스트만 대박 났다.

 

How are you? 하우젠

 

14. 택시 요금 2,500만원 ; 뚱딴지 같은 헤드라인을 던져라.

 

15. 집착과 선점 ; 단어 하나를 내것으로 만들어라.

 

남들이 열 개 만들 때 바르게 한 개를 만든다

열 개보다 바르게 한 개


바르게, 풀무원

 

16. 덜컹! 꽈당! 비틀! ; 의성어나 의태어를 출전시켜라.

 

로봇도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쿵쿵쾅쾅!

 

톡톡해지세요!

 

카피에 활력과 생동을 더해줄 의성어, 의태어

 

꼬끼오. 아삭. . . 붉으락푸르락. 졸졸. 어슬렁. 끄덕. 시시콜콜. 둥둥. 딩동댕. 하하하.호호호. 깔깔깔. 헐레벌떡. . 피식. 꾀꼴. 쿨쿨. 엎치락뒤치락. 찰칵. 옹기종기. . . . . 글썽. 철썩철썩. 갸우뚱. 후다닥. 질질. 꼼지락. 빤지르르. 부랴부랴. 화들짝. 야옹. 쑥쑥. 휘영청. 오순도순. . 둥실. 덜컹. 꽈당. 비틀. 멍멍. 따르릉. 펄펄. 팔팔. 부르릉. 철철. 주르륵. 잘록. 볼록. 야호. 성큼성큼.

 

17. 귀에 들리는 말. 언어를 채집하라.

 

정범구는 TV토론 진행자라고 한다. 그가 고향 충복 보궐 선거 출마했을 때 카피는 뭐였을까?

 

그려, 정범구여.

 


견 있습니다.

 

기소침

욕상실

미심장

견통일

사결정

 

18. 굿바이 옥편. 한자를 버려라.

 

제대로 합니다.

힘이 되어 줍니다.

 

- 한겨레는 씁니다

 

19. 브랜드네이밍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라.

 

결혼해 듀오!

 

하늘 아래 휴대폰

 

안희정 주세요!

 

20. 사람이 먼저다 ; 휴머니티는 영원한 크리에이티브 테마

 

 

아이들이 햇볕을 받고 자랄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주세요.

 

술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콩을 심으려면 세 개씩 심게

하나는 땅속 벌레의 몫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의 몫

나머지 하나가 사람 몫이라네

 

-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생선

 

21. 받들어, 슬로건 ! 슬로건을 앞세우고 전장에 나가십시오.

 

결혼생활 만끽하는 놈

이혼생활 만끽하는 놈

둘 중 한 놈 부럽다

 

맥주만끽, 프라임

 

22. 부자가 되세요! 돈을 벌어준다고 말하라.

 

정품 정량이 아니면 주유소를 드립니다

 

23. 내 위치를 확인할 것, 넘버원 캠페인, 도전자 캠페인

 

넘버원은 시장을 크게 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 따라가는 브랜드는 넘버원에게 자꾸 싸움을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24. 라이벌 사용법. 적의 입으로 나를 이야기하라.

 

원유가 아닌데도 좋았나? (조안나 광고)

 

BC건설 있습니까?

BC제과 있습니까?

BC생명 있습니까?

BC전자 있습니까?

 

25. 외계인이 주구에 오면 ; 겁을 줘라!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뚱뚱한 사람을 가장 먼저 잡아먹을 것이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26. 카피라이터와 아트라이터 ; 비주얼을 침범하라!

 

너무 반듯한 건 재미없다

오늘은 나도 13도쯤 기울어지고 싶다

 

27. 5학년 3반 혜진이에게 ; 쉽게! 쉽게! 쉽게!

 

가장 좋은 광고는 가장 쉬운 광고다

 

이불도 손수건처럼!

 

-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

 

28. 제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 ; 소비자 머릿속으로 들어가라.

 

제품을 먼저 보지 말고 소비자를 먼저 보라.

 

에이, 도둑놈들!

 

오늘의 소주를 내일로 미루지 마라.

 

어제 옷 한 벌 샀다

오늘부터 세일이란다

 

면허 시험 합격한 놈들이 필기 공부는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떨어졌다

 

29. 물구나무 서기 ; 하늘에서 재면 난쟁이가 제일 큽니다

 

콘센트에 내 두다리를 꽂고

하루 종일 길게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덜 생각하고

덜 움직이고

덜 욕심내고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게 충전.

 

끝은 시작입니다

 

30. 첫인상이 끝인상 ; 브로슈어라면 인트로로 시작하라

 

집중력, 지구력, 구성력, 문장의 일관성과 통일성,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해 내는 능력.

 

32. 이름을 짓는 일 ; 카피라이터도 할 수 있다.

 

화수목 ; 꽃과 물과 나무라는 뜻의 꽃 가게.

 

33. 칭찬이라는 엄청난 무기 ; 소비자를 잘난 사람으로 임명하라.

 

34. 모델 사용법 ; 가난한 광고주를 위하여


유명인 초상권은 세월이 가면 사라진다.

 

이 책이 생각 비틀기 연습을 통해 우리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를 만들어준다는 얘기를 들었지. 기대가 커. 사실 나도 음악으로 세상을 비틀어보려 했는데 이름만 비틀즈였지 뭐 하나도 제대로 비틀지 못했거든. 내게도 이 책 한 권 보내주려나. 이왕이면 작가 사인본으로

 

존 레논 (1940 ~1980)

 


스페인 교민 정주환 씨는 스물네 시간의 투표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당신의 투표여행, 10분이면 충분합니다

 

한 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투표가 먼저다,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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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부키 2016-04-3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을 읽은 것 같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4-30 21:34   좋아요 0 | URL
액기스죠 ㅎㅎ
 
미치광이, 루저, 찌질이 그러나 철학자 - 은둔형 외톨이 칸트에서 악의 꽃 미셸 푸코까지 26인의 철학자와 철학 이야기
저부제 지음, 허유영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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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런 철학책이라니. <조선왕조실톡>을 읽을 때 마냥 키득키득 거리며 읽었다. 철학이라고 해서 굳이 고리타분하게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철학자들의 철학만으로도 충분히 고리타분한데? ‘재미있고 통속적인 철학사 책을 쓰겠노라는 장밍밍의 농담은 현실이 되었다. 저자인 장밍밍이 85년 생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 그런지 중국의 고대문화 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들을 딱딱한 철학자들 위로 잘 덧칠해놓았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관중과 포숙에 빗댄다던지. 중국의 시를 각색해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해 헌사를 바치기도 한다.

 

높은 산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노라.

그들의 깊은 우정 천년만년 이어지리.

자본가로 세상에 나섰으나 저술에도 능하였구나.

후대 사람들이 수없이 비방하여도

그 마음은 떳떳하게 진리를 널리 떨쳤노라.

일생 포부를 깊숙이 감추었지만

그대에게 모든 걸 바쳤으니

아쉬움도 미련도 없구나.

호방하고 거칠 것 없는 그대의 말도

이제 옛일이 되어버렸으니

표주박 술 한 잔에

천 갈래 눈물이 흐르는도다.

 

하이데거에 대한 아렌트의 마음을 대변한 시는 <시경> 패풍편 <녹의>를 인용한다.

 

녹색 실이여, 그대가 다스리길 바라오. 나는 옛사람을 생각하여 허울이나 없게 하려네

고운 갈포, 거친 갈포, 쓸쓸한 바람이로구나. 나는 옛사람을 생각하니 진실로 나의 마음을 찾았다네.”

 

이외에도 홍루몽 구절, 최근 유행하는 중국 가수의 유행가 가사, 웹소설을 인용하기도 한다.

 

장밍밍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강호의 대협객 커플이라 묘사하기도 한다. 소개된 여러 일화들도 재미있다. 쇼펜하우어와 하이데거의 비난 배틀도 흥미롭다. 플라톤은 한 때 인간은 깃털이 없는 두 발 달린 짐승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디오게네스가 플라톤에게 닭 한 마리를 던진다. 디오게네스는 그 전날 닭다리의 털을 다 뽑았다. 디오게네스가 닭을 던지며 플라톤에게 뭐라 했을까?

 

옛다, 인간.”

 

털 뽑힌 그 닭은 무슨 죄냐?

 

볼테르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을 읽으면 네 발로 기어다니고 싶어진다.” 오늘날로 보자면 볼테르보단 루소의 승리다. 히틀러와 비트겐슈타인이 실업학교 동창이었다니! 방향은 다르지만 두 사람 다 세상을 바꾸었구나.


그녀가 뽑은 112인의 철학자에 한나 아렌트와 사르트르의 등장은 흥미롭다. 현대 철학에서 한나 아렌트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일까. 아니면 장밍밍이 여자이기에? 사르트르는 우리에겐 한물 간 철학자인데. 사르트르의 부활? 아니면 보부아르 때문에 사르트르가 덕을 입은 걸까.

 

(사르트르만 생각하면 불쌍하다. 보부아르가 카뮈를 짝사랑했다고 어찌나 카뮈를 싫어했던지. 내가 보부아르였어도 물고기 눈 마냥 껌뻑껌뻑대는 사르트르보단 바바리코트가 피부인듯한 카뮈에게 폴짝 뛰어갔을테다. 카뮈처럼 생긴 자에 대한 사르트르의 질투를 백만 번 이해한다. 그래도 그 외모로 보부아르를 만났으니 사르트르는 철학하길 천만 번 잘 한 거다. 철학 안 했으면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지 않았을까.)

 

214인의 철학자에서 저자가 선택한 철학자들도 이례적이다.

루소, 러셀, 마키아벨리, 에리히 프롬, 베이컨 등등.

루소, 마키아벨리, 프롬은 철학자로 인정해주지 않았었는데.

 

요즘 읽는 책마다 루소가 등장해 짜증스러울 정도다. (예일대 지성사의 첫 타자도 루소다.) 루소만큼 자신이 쓴 책과 거꾸로 살았던 사람은 달리 떠올리기 힘들다. <에밀>을 쓴 사람이 자기가 낳은 - 물론 루소가 생물학적으로 낳은 건 아니다 -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버리다니!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시대의 불평등이 얼마나 극에 달했으면 루소를 다시 호출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프롬 역시 마찬가지 이유일까. ‘소유의 시대에 존재에 대한 갈증 때문에.

 

재밌다고 해서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이 책을 읽으니 학부 때 공부를 게을리 한 게 후회된다.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랴! 지금이라도 다시 공부하는 수밖에.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이 책으로 철학이라는 문간에 발을 들이밀어도 좋으리라.

 

밍밍치 아니하고,

호방하고 거칠 것 없는 그대의 책 한 권에

표주박 술 한 잔 바치노라.

아흐, 동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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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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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년동안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을 유가족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거꾸로 물어보자. 세월호 승객들을 죽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거의 수십 가지 정도의 조건들이 들어맞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관련된 공무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배 밖으로 나와서, 바다로 뛰어 내리세요라는 한 마디 말을 했다면 전원 구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공무원들은 바다로 뛰어내리게조치하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본청, 서해해경청, 목포해경, 헬기 511, 헬기 512, 헬기 513, 해경 123, 항공기 703, 청해진 해운, 인천항만청, 인천해경 등등.


세월호 선장과 직원들, 제일 먼저 출동한 해경 123정의 직원들. 그래 좋다. 자신들의 목숨이 아까워서 구조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런데 헬기에 타고 있던 항공구조사들은 경력25년 차의 베테랑들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다.)


즉 이들은 몸에 밧줄만 감으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특공대원 들이다. 또한 이들은 선박이 침수 상황시 승객들을 바다로 뛰어내리게 하는 게 가장 급선무의 행동이라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그저 헬기 바스켓에 몇몇의 사람들만 올려 보냈다. 시간이 부족해서? 서해해경청 소속 헬기511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25분이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배가 가라앉은 1017분까지의 가해자 측, 즉 국가가 내민 기록들에만 집중한다. 책의 내용만 봐서는 왜 국가가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밝히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의 한계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진실을 파헤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질문을 던진다. 국민 모두에게.

 

왜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을까?’,

왜 아이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도대체 왜 죽인 걸까?’

 

세월호는 국정원이 관리한 배다. 세월호와 똑같은 항로를 운항하는 <오하나마호>의 해난보고 계통도에는 국정원이 없지만 세월호의 해난보고 계통도에는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세월호 보안측정이 끝난 이후에 가진 국정원과 청해진 선사대표의 미팅 직후, 제주지역 본부장 이성희는 3월 22일 메모에 이렇게 적었다.

 

소름끼치도록 황당한

 

도대체 국정원이 지시한 어떤 내용이 소름끼치도록 황당했을까? 국정원은 세월호의 면허를 내주지 않았다. 1개월간 점검을 때렸다. ‘면허를 미끼로 국정원은 청해진 해운과 어떤 딜은 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청해진 해운 측은 초기에 국정원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국정원은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될 어떤 것을 세월호에 실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게 뭘까?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에 폭발물이 실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승객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없다. 혹자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들의 문자 내용 중 가스, 혹은 삶은 달걀 냄새에 주목한다. 만일 세월호에 실린 어떤 것이 방사능 물질이라면? 혹은 바이러스 같은 거라면? 그래서 그것이 생존자들 몸에 흔적을 남기는 거라면? 혹은 그것이 전염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는 거라면? 혹은.........

 

도대체 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숨겨야 할 어떤 것의 정체는 뭘까.

 

청와대는 애초부터 구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청와대가 제일 먼저 출동한 123정에 요구한 건 오로지 영상이었다. 그것도 수십 번이나. 왜 청와대에선 영상이 필요했을까?

 

청해진을 파고들면 국정원이 나온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언딘을 파고들면 뭐가 나올까. 언딘은 구조업체가 아니라 인양업체다. 언딘를 파고들면 일단은 새누리당이 나온다. 또한, 폴리텍 대학, 정수 장학회, 그리고 박근혜가 굴비 한 두름 마냥 줄줄이 엮여 나온다. 결국 세월호의 어디를 파건 청와대의 박근혜로 수렴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건 사법부의 태도다. 1심 재판부는 세월호 가해자 측에 비교적 엄한 처벌을 내렸다, 그러나, 2, 대법원에선 1심 판결을 전부 뒤엎었다. (몰랐다.) 마치 사법부는 인자한 어머니마냥 보호자를 자처한다.

 

왜 그럴까? 국민정서를 외면하면서까지 왜 사법부는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걸까? 어떤 외압이 작용한 것일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설을 말하지 않겠다. 위에 언급한 의문들은 이 책과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언급한 내용들이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진실이 밝혀진다면 새누리당은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집권할 수 없을 것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학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워야한다. 그러라고 뽑아준 거다.

 

9.11 이후, <9.11 조사위>18개월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200명의 사람을 만났고, 12차례의 청문회를 열었다.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등 전, 현직 고위 정부 인사가 모두 증언대 앞에 섰다.


반면 한국의 세월호는?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와 새누리당 방해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자는 것은 각자의 정치적 신념, 선호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한 어린 아이가 물속에 빠지면 어느 정당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좋아해야만 구해줄 건가?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문득 한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어린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고,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로부터 어린 아이를 구했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며, 어린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싫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이것을 통해서 볼 때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 <맹자, 공손추 상>

 

이 책을 읽는 게 힘들 수도 있다. 나 역시 힘들었다.

눈물 없이, 분노 없이 읽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읽어야 한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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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04-1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ㅠㅠ

시이소오 2016-04-17 07:33   좋아요 0 | URL
많은 시민들이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겠죠? ^^

순오기 2016-04-1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지요! 이 책은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어야겠네요.

시이소오 2016-04-17 08:13   좋아요 0 | URL
진실에 대해 알 순 없지만 진실을 알아내야만 하겠다는 의지는 불태우게 하는 책이네요. ^^

david27 2016-04-17 20: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변함없이 세월호를 인양하라를 배경화면으로 하시네요
변함없으신 그모습 너무 좋습니다
어느덧 두해가 지나갔네요
하지만 여전히 모든것이 아무일없듯이 흘러 가는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david27 2016-04-1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을 구입했는데 이책도 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4-17 09:20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 아직 다 못 읽었어요. 못 읽겠더라구요.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짜 궁금합니다. 왜 구하지 않았을까요? 별별 이유를 다 갖다대도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16-04-17 13:11   좋아요 0 | URL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소름끼치게 무서웠어요

시이소오 2016-04-17 13:11   좋아요 1 | URL
어떤 가설을 생각해보아도 우리 입장에선 소름끼치게 황당할 수 있지만 새누리입장에선 가능할 수도 있겠죠.
전 아직도 재판이후 18시간만에 사형당한 인혁당 피해자들 생각하면 소름끼치도록 황당합니다. 지금껏 봐왔듯 박근혜가 지 애비 하는 짓 고대로 하는거 봐서는 일반인의 심리로서는 이해불가능한 짓을 저질르지 않았을까요?

시이소오 2016-04-17 13:12   좋아요 0 | URL
그것이 알고싶다 찾아봐야겠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17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질기고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은 수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김지영 감독님이 제작하고 있는 인텐션에도 작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8 09:46   좋아요 0 | URL
강요님같은 젊은이들이 있으니 희망이 보이네요 ^^
넬처럼 맑은 영혼이 바르기까지 ^^

깊이에의강요 2016-04-1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과대평가 되고 말았군요^^
부끄럽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8 09:57   좋아요 0 | URL
강요님 보면 누군가가 떠올라요. 그 친구 너무 예쁘고 너무나 맑고 너무너무 바른 친구여서 천상에서 내려온 사람 같았거든요. ^^ 그래서 제가 강요님 완전 애정하자놔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부끄 ...*^^*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4-18 10:19   좋아요 0 | URL
맞다. 글도 잘 쓰잖아요. 주변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아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04-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 생일인가요???ㅋ
시이소오님 워워~~^^~
진짠줄 알아요ㅋ
저 글 못 써요~~~~

시이소오 2016-04-18 10:36   좋아요 0 | URL
글 잘 씁니다. 제가 내소사 글 봤거든요. 완전 부러움
자주 써주세요 ^^
 

p7. 지적생활은 일종의 투쟁이며 훈련입니다. 지적으로 생활하는 기술이란 유리한 환경을 발판삼아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숱한 사정과 제약 속에서 우리 자신을 극복시켜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로써 지성은 풍요로워지고 강인해집니다.

 

이 책은 지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쓴 책입니다. 지적 생활이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 없이는 지적 생활을 영위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연마해야 합니다.

 

플라톤과 우리의 차이점은 그가 단순히 교양의 습득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물의 본질에 관하여 스스로 고뇌하려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일 뿐입니다. 지적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p28. 상드는 한창 바쁜 낮에 시간을 쪼개 작업실이 있는 시골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몇 시간을 하루 일과에 반드시 포함시켰습니다. 물밖으로 나가 자연을 감상하고, 시골 장터를 구경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육체를 단련했습니다. 낮 동안의 이 짧은 운동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상드는 남들이 술 마시고, 친구들과 만나 파티를 즐기는 저녁 시간에 홀로 서재에 틀어박혀 집중적으로 일했습니다.

 

p30. 위대한 시인 셸 리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보트에서 노를 젓는 것이었습니다. 힘겹게 노를 젓는 동안 근육이 움직입니다. 피가 돕니다. 끝없는 구상과 명상에 잠겨 있느라 지쳐 있던 머리가 활발히 공급되는 혈액을 보충 받고 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p32. 노이로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 아닙니다.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정신을 나약해진 육체가 받쳐주지 못한 데서 비롯된 병입니다. ....오직 강화된 육체만이 노이로제를 극복하는 힘입니다.

 

p37. 칸트는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잠들었습니다.

 

칸트에게 식사란 아침에 차 한 잔, 담배 한 개비, 점심은 정각 오후 1시에 가볍게, 그리고 저녁은 먹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44. 두뇌활동에 나서고 싶은 분이라면, 지적 생활을 동경하고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생활을 관리해야 합니다. 나만의 규칙을 세워야 합니다. 그 규칙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합니다. 각오가 필요한 일입니다.

 

p72. 문제는 그것이 신문일 경우 우리는 신문을 읽음으로써 진실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가 보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는 점입니다......일반인이라면 신문을 읽는다고 지성에 금이 가거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은 자신의 논조와 같은 기사를 쓰는 신문을 골라서 읽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읽고 있는 신문의 편향성에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하지만 지성을 갖춘 사람들은 다릅니다. 지성인은 타인의 편향뿐 아니라 자신의 편향도 용납하지 못합니다.

 

p82. 자연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능력은 오직 하나,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소망입니다. 소망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습니다. 소망 그 자체만으로 무엇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소망은 우리를 무언인가로 만들어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무엇인가가 되려면 훈련에 몸을 맡겨야 된니다. 어떤 종류의 훈련을 감내함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리고 훈련 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자기자신을 발견해내야만 합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지만, 그것이 문학적으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필요합니다. 이 완성도는 오직 훈련을 통해 이룩되는 성과입니다. 아쉽게도 그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자신에게 재능이 결여되어 있음을 꿰뚫어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p84. 뿐만 아니라 책은 작가의 긴 이야기들이 가득하기에 무조건 읽고 따라갔다가는 거짓된 이론, 그릇된 사상에 깜빡 속아넘어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즉 나의 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과 읽어봐야 소용 없는 책을 가려낼 줄 알아야 되는 것입니다. 지적인 훈련이 충분치 못한 사람은 책을 읽어도 그 안에서 양질의 지적 자극을 건져올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쓰레기 잔해와 같은 엉터리 학설들을 가려내지도 못합니다. 그런 사람이 글을 쓴다고 가정해봅시다. 과연 그의 글이 양서로 불릴 수 있을까요?

 

p85. 헬프스는 가장 적절한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그의 글에는 한마디로 부적절한 말꼬리가 없습니다. 간결한 표현, 기억에 남을 만한 개성적인 비유, 더 이상 합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정확한 언어구사 능력, .......영국에 아서 헬프스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생트 뵈브가 있습니다.

 

p87. 지적 활동, 특히 글을 쓴다는 건 준비된 자료와 나의 생각을 하나로 융합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출해내는 과정입니다. 작품에 통일성이 이어져야 하며, 현실과 이상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그런데 지적 훈련이 부족한 작가는 지식은 부족하고 사상은 지리멸렬합니다. 독자는 그가 쓴 글을 읽고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혹은 넘쳐나는 지식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힘을 쏟아 버립니다.

 

지적훈련은 중심잡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만의 중심을 제대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훈련이 답입니다. 훈련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훈련은 자신감의 원천입니다. 하기 싫은 일에 인내를 더하고, 덜컥 겁부터 나는 과제에 맞설 용기를 주며, 처참한 절망에서 의욕을 불태우며 스스로 일어서게 해줍니다. 훈련은 승리의 원천입니다. 귀찮을 겁니다. 실증도 납니다.

 

지적 훈련의 기준은 내적인 법칙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이 훈련의 주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훈련을 쌓는 주체성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타인의 의견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p92.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적 생활의 정신적 기반은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매우 독특해서 정답은 없습니다. 참고서도 없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따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즉 독창성입니다. 자기 개성에 맞는 독창적인 훈련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인생이라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어떤 일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갖췄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실행에 옮기기 전 나는 필요한 훈련을 끝마쳤으며, 결국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성공을 맛보았다.”라고 만년에 고백할 수 있는 삶은 흔치 않습니다.

 

p93. 훔볼트는 자신의 지식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더 많은 지식을 원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했고, 더 많은 것을 원했습니다. 자신을 깨우쳐주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인물이든 존경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자랑스레 알려주는 교만한 자들마저도 훔볼트는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같은 겸손함의 원천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습니다. 훔볼트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겸손할 수 있었고, 위기가 닥쳐도 냉정할 수 있었습니다.

 

p96. 한편 셸리는 스스로를 도덕적인 인물로 판단했습니다. 그는 부덕을 혐오했습니다. , 여기서 기억해야 될 것은 셸리의 삶에서 도덕적 잣대는 세상이 규정한 윤리라든가, 법률, 대중의 가치관이 아닌 셸리 자신의 양심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신이 인정한 도덕적 이상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셸리는 국가가 지정한 법률을 무시했습니다. 교회가 정한 양심의 범위를 초월해버렸습니다. 그는 모든 세속적인 규범들에 경의를 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p105. 그분에게 명성을 안겨준 요리는 갸또 드 푸아.Gateau de Foie’입니다. 이 요리는 뛰어난 풍미로 유명합니다. 맛의 중심이 되는 주재료는 닭고기입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닭의 입니다. 두 번째 핵심재료는 파슬리입니다. ‘갸또 드 푸아는 닭의 간에 파슬리의 풍미를 더하는 것이 기술이며, 파슬리를 생략하거나, 파슬리 대신 다른 잎채소를 쓰면 특유의 풍미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파슬리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풍미가 짙어지기는커녕 입도 못 댈 만큼 쓴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p109.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영국인 작가는 전심전력 끝에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사상을 묘사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문장구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런 성과에 자신감을 얻게 된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냈습니다. 발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로크의 철학적 문장구성법을 연구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우리가 부러워했던 그의 거침없고 탁월한 문장이 그가 발표하는 새로운 논문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영국인 작가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습니다. 수많은 대가들의 글을 모방해버렸습니다. 결국 자신의 기량을 잃고 말았습니다.

 

p111.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뭔가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되면 반드시 지성 전체의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화합물이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성분에 의해 다시금 변화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식을 넓혀나가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운 것이 내 안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식의 축적이 지적 생활의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는 배운 것을 나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배출하기를 원합니다. 그 길에서 지식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인 동시에 때로는 무지가 전에 없던 창의적 발상을 가능케 하는 자유의지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둘을 자연스럽게 융합시키는 것이야말로 지적 생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p112.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분야까지 탐구하는 미련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천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분야에 관심을 돌리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입니다. 이는 뿔을 찾으러 떠났다가 귀를 잃어버린다는 유대인 속담에 나오는 어리석은 낙타를 떠올리게 합니다.

 

p120. 처음부터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으로 압축해 지식을 쌓고 교양을 축적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우리에겐 이토록 많은 분야의 지식이 전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조상들은 하나를 공부했고, 여기에 정통해질 때까지 최선을 다햇습니다. 우리는 여섯 가지를 공부하고, 그중 단 한분에도 정통하지 못하는 실패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p127. 문학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시인들은 문학상을 받기 위해 시를 씁니다. 상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시에는 열광이 없습니다. 그런 시는 안전을 추구합니다. 안전한 시어, 안전한 시상, 안전한 시제, 안전한 묘사뿐입니다. 그 시를 읽고 수상을 결정하는 권한을 지닌 문단의 어른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시여야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독창성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림과 우리를 일깨워준 시는 하나같이 독창적인 개성이 넘쳐났습니다. 광기에 가까운 에너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뜨거움에 반응했습니다. 틀을 정해놓고 그 안에 죽은 개성을 담아놓은 그림과 문학을 우리는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p136. 자신의 정신적 양식은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지식은 음식과 같아서 먹고 싶은 것, 궁금한 것, 내 입에 맞는 것을 탐하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p143.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뭔가를 배우거나 연구하는 등의 지적 활동에 임할 때 의지를 갖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 나라는 존재로 가득 채우겠다, 라는 강한 기개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도저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은 장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진실한 마음으로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과연 나는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확신이 든다면 좀더 매진합니다.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더라도 그 무엇보다 내가 이 분야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면, 그래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좀더 매진합니다.

 

반대로 이 한계가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보일 때는 깨끗이 인정하고 돌아섭니다. 어떤 지식과 기술에 익숙해질수록 시점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점이란 습득한 지식과 기술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발휘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장벽들이 있습니다. 시간도 적잖게 필요합니다. 흥미를 갖고 배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인내만 있다면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습득한 지식과 기술이 나의 일생을 좌우하는 데 이르기 위해서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간과 더불어 재능과 열의가 필요합니다.

 

열정과 재능을 시간에 담아낸 무게가 우리의 일생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결정합니다.

 

현재의 시간을 철저하게 절약하고 싶다면 지금 몰두하고 있는 일들을 리스트로 작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각각의 일에 정직하게 불완전한 정도를 기입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일들에 어느 만큼 집중하고 있는지, 또 그 일들이 당신의 생활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 앞으로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그 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가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를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몇 가지 지적 활동 중에서 실현 가능한 것, 다시 말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보입니다. 그 분야에 집중하십시오. 나머지 활동은 비록 흥미가 있고 개인적으로 소중하더라도 내려놓습니다. 단념입니다. 단념하는 대신 귀중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단념하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지적 활동 분야에서 한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한계란 곧 목표입니다.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은가를 바라보지 말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적 활동에는 명확한 한계가 설정되어 있어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지적 활동에 앞서 이 같은 기초지식의 한계설정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나는 꽃을 좋아하니까 당장 정원으로 뛰어나가 꽃을 심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나는 꽃을 좋아히니까 우리 집 정원에 꽃을 심기 전에 식물학 표본 등을 공부해 우리 집 정원 토양에 적합한 꽃을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 조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전자의 활동은 육체노동, 혹은 취미생활이며 후자는 지식이 동반되는 지적 생활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는 언제나 한계 설정입니다.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다, 외국어 원서를 읽고 싶다를 목표로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학습 성과가 진척되는 과정에서의 결과물입니다. 나의 언어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내가 외국어를 구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지한 후 이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범위에 한정된 외국억 공부가 선행되는 것이 옳습니다.

 

그 실례로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여행작가인 루이 에노 씨의 외국어 공부비결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낯선 나라를 여행하기에 앞서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데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밖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에노 씨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에노 씨의 경험상 여행지에서 머무는 동안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고작 400개입니다. 하루에 70개씩 외워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머릿속에 담긴 400개의 단어들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p154. 한 가지 중심적인 연구와 보조적인 연구 몇 가지, 그러나 보조가 되지 않는 연구는 일체 손을 대지 않는 것, 이것이 연구 배분을 결정하는 참 원칙입니다.

 

이처럼 착실히 전진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적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면 무턱대고 재촉 받지 않는 제어력이 요구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뒷걸음치지 않습니다. 인내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자 최선의 기능입니다. 물러서는 대신, 후회하는 대신 그 자리에 꿈쩍 않고 서서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당신에게 부족한 것이 시간인지, 재능인지, 아니면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는 불신인지 헤아려보십시오. 정답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p156. 그분의 지론이란 개인의 경험은 그리 대수로울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뜻밖의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그는 이 뜻밖의 사태숨겨진 함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분은 나를 앉혀놓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인생이 이 숨겨진 함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니 늘 주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의 충고가 옳았음을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참 많이도 경험했습니다.

 

가끔은 함정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나의 의지로 빠졌다면 후회가 덜 될 텐데, 대부분은 나보다 박식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충고대로 움직였다가 함정에 빠지곤 했지요.

 

p160. 영감을 실천하는 데 역사상 어느 군주나 지휘관보다 우수하고 빠른 속도를 자랑했던 인물은 나폴레옹입니다. 그런 나폴레옹조차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 닥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명한 현대화가 중 한 사람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 화가는 어느 위치에 색을 더해야 되는지만 판단이 서면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한 시간으로 족하다고 자신했습니다. 그 색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아쉬울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나 덧칠했다가는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그래서 문제의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끈질기게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합니다.

 

p161.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최고의 비법입니다.

 

p162. 우리는 매일 변화합니다. 작년과 올해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사람이 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에 대한 계획은 생활을 좇아 변해버린 나를 염두에 두고 수립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가 계획하는 일 중에 환상을 품기 쉬운 지적 활동은 단연 독서입니다.

 

책은 좋은 지적 도구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업 작가이거나, 정말 책을 좋아해서 인생에 독서 외에는 의미 있는 활동이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독서라는 지적 활동에 얽매여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p165. 어학공부도 최대 2,3개 국어로 제한하는 것이 옳습니다.....일반인에게 다국어 학습을 강요하는 건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인생의 불규칙성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 낯선 외국어의 불규칙동사에 끌려다는 것은 혐오스런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적 생활은 시간을 먹이로 삼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적 생활의 핵심입니다.

 

p171. , 여기서 우리는 중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처음부터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 때문에 지적 생활이 요구하는 시간적 여유를 준비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자신의 삶에 날마다 소요되는 시간의 양과 질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성과를 거두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계산해냈습니다.

 

p174. 테퍼는 1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빈둥거리는 것은 인격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을 정도입니다. 클로드 틸리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력을 다해 무엇인가를 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무익한 시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p178. 지성의 세계에서 실용주의는 속물의 학명 같은 것입니다. 실용주의적 지식이라는 묘사는 결국 저 사람은 속물적 지식인이다, 라는 의미입니다.

 

p192. 워즈워스의 드높은 이상을 떠올려봅니다. 생활은 검소하게, 사상은 고귀하게....

 

워즈워스와 달리 우리는 강제적으로 검소한 삶을 강요당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들을 숭고하게 바라본다면 우리는 빈곤 속에서도 지적인 충만을 추구해나간다는 이상을 실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성과 교양의 궁그적 목표인 개인의 완성과 성취감, 행복은 사라지고 오직 지식이 재물로 변환되는 물질적 성과에 급급하게 되어 지식인임에도 지성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p193. 당신은 자기 안에서 저절로 생성된 순수하고 활기 넘치는 흥미를 소중히 여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그거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상실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은 순수한 흥미에 반응합니다. 그 반응이 우리를 보다 높은 곳으로 인도합니다.

 

p194. 과거의 나는 기회의 중요성을 믿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져야 노력이 가능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살아보니 정말로 간절한 것은 시간과 건강입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회는 쉬지 않고 찾아옵니다. 우리를 찾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찾아낼 수 있습니다.

 

p195. 내 친구 중에 부자가 있습니다. 그는 1년에 반을 여행하는 데 소진합니다. 책도 많이 읽고, 값비싼 미술품을 구매해 거실을 장식합니다. 그와 나의 1년을 비교했을 때 그의 삶이 나보다 지적으로 향상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 권의 책에서 삶의 진솔한 의미를 간파해내고, 집 근처 거리에서 살아 있는 자들의 온기에 감동합니다. 나는 현재의 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나의 삶에 스스로 충실하다면 타인과의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그는 그 나름대로 충실히 살아가고 있으며,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이 위대한 문학가가 일생을 바쳐 완성시킨 고전을 탐독하며 난해한 문장에 절망하고, 또 듣고 싶었던 감격스런 한 구절에 당신이 은혜를 받은 듯 기뻐하는 것은 대부호 로스차일드가 자신의 금고에 황금을 채워넣으며 느끼는 감정과 조금도 다를 게 없습니다. 아니, 당신이 로스차일드보다 더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p200.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 사람은 눈앞에 닥친 시련과 고통과 외로움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몸으로 겪은 고난은 그를 병들게 할 수 없습니다. 그의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눈에 보이는 세계만 믿고 살아가는 사람은 작은 시련에도 눈물짓습니다. 그에겐 눈앞의 세계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숙명적으로 눈에 보이는 세계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만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세계에서 마음껏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명심해야 될 점은 그 세계엔 나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 외에는 누구도 함께 해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희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 세계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중 하나가 지적인 생활에의 동경이라고 생각하렵니다.

 

p204. 그 결론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나는 정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내가 정직한 인간이었다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데 대해 두려워했을 것이고, 나를 비웃는 조롱에 감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비판에 분노하고, 입에 발린 칭찬인 줄 알면서도 교만했습니다.

 

인생은 정직해져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정직해져야 합니다. 현재 나는 본래의 내가 가진 능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평가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생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랑입니다. 내 마음을 사로잡고, 나를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만드는 것은 사랑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문명 속에서도 나는 사랑을 기다립니다. 지적 노동을 살아하고, 그 노동에 뒤따르는 고통을 사랑하고, 고통의 아픔을 사랑하고, 고통의 아픔이 전해주는 진실을 사랑합니다.

 

사랑의 표현은 기다림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기다림은 고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랑은 그 고독을 기다리는 행위입니다. 기다리다 지쳐 거리를 헤매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황무지 같은 들판을 찾아가 자학하듯 울음을 터뜨리고, 스스로 양심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기다리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아픔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고통과 기다림에 대한 인내인 것입니다. 고통을 치르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기다림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내가 나를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고통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밤이 부끄럽습니다.

 

p206. 칼라일은 그의 전기에서, ‘불가지론은 고급 빵을 만들 때 쓰는 밀가루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리가루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볼 때는 아름답지만 혀로 삼킬 수는 없다,’라고 괴테의 불가지론을 비판했습니다.

 

p208. 지성의 의지는 좌절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체험했음에도 언젠가는 지성이 내 앞에 굴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나의 삶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습니다.

 

길도 없는 험한 바다에 나를 띄운다.

지금부터는 고독만이 유일한 재산이다.

 

내 순례의 걸음이 나의 영원한 조국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나의 두 무릎은 두 번 다시 대지를 밟지 않을 것이다.

나의 영원한 조국을 찾을 때까지.

 

그날 이후 월계수는 나를 위해 꽃을 피우지 않았고,

나의 이마를 장식했던 가시면류관도 땅에 떨어졌다.

 

나를 낳아준 고독이여!

고통은 짧고 기쁨은 영원했다.

 

p210. 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나를 붙드는 믿음의 힘은 위대합니다. 나의 별은 어둔 밤하늘을 외로워하지만 지성이라는 태양은 나의 암흑을 몰아냅니다. 그리고 내일은 새 생명이 찾아옵니다. 오늘과 다른,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당신은 곧 그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나의 삶을 결정합니다. 생존은 조건일 뿐입니다. 생존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성실과 품격이며,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지적인 힘입니다.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내 손으로 이룩한 지적인 발달이 조화된 우주에 근접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것이 이성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온 생애를 바쳐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행복이 그리운 까닭은 소유의 순간 때문이 아닙니다. 소망한 것이 성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조금씩 그 소망이 완성되는 것 같은 흥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것입니다.

가장 위대하신 제우수의 딸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취의 여신이여, 그대가 내게로 다가오도다.” 라는 <이피게니아>(괴테의 희곡)의 한 구절처럼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행복합니다.

 

어리석은 근심은 당신이 의지하는 지성에 맡기십시오. 당신의 야만적인 술책을, 당신을 주목하는 지적인 이웃들에게 고백하세요. 당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루를 살지 마십시오. 노력하십시오. 옮고 그름이 당신 눈에 보일 때까지.

 

고통과 즐거움은 같은 길에 놓여 있습니다. 기쁨의 끝에 고통이 있고, 고통 끝에 기쁨이 있습니다. 당신을 괴롭히려고 운명이 시련을 주는 건 아닙니다.

확신하십시오. 진정한 생명은 당신의 슬픔으로 심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 열매가 당신 소유가 되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충분히 행복했다는 것을.

 

시도를 두려워하는 자에겐 결과도 없습니다. 모든 결과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과정이 고통스러울수록 결과는 달콤합니다. 나무는 아픔으로 성장합니다. 겨울의 매서운 북풍이 봄을 향한 나무의 갈망을 대담하게 만듭니다.

 

p221. 길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가난, 우리를 괴롭히는 억울함, 우리를 조롱하는 육체의 부자유, 남들은 겪지 않는 굴욕과 좌절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른 길을 걷고 있으며, 진실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내가 이것들과 투쟁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난과 굴욕과 좌절 때문에 서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운명이 아닙니다. 도망칠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이길 수 있다면 진실이 아닙니다.

 

p223. 내게 봄은 고뇌입니다. 또다시 시작된 생명, 겨울이 오기 전에 사라질 유한한 생명, 그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기뻐해야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그것이 우리의 봄이며, 우리 인생의 열매인 고뇌입니다. 고뇌는 내 영혼의 이름이며, 상징이며, 의미이며, 목적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와도 우리가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p224. 민중이든, 노예든, 정복자든,

그들은 늘 이렇게 고백했다.

지상에 태어난 아들들의 궁극적인 행복은

오직 인격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서동시집

 

p225. 험준한 고개도 오르다보면 끝이 보이고, 파도가 휘몰아치는 대서양의 한 가운데서도 돛대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새벽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언젠가 당신에게 보답할 것입니다.

 

두려움은 믿음이 약해졌다는 신호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믿음밖에 없습니다. 인생이 두려운 까닭은 나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두려운 까닭은 그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믿기만 한다면 인생은 두려월 이유가 없습니다.

 

나에 대한 불신은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치유해야 할 질병입니다. 이것은 감기와 같습니다. 감기는 특별한 약이 없습니다. 내 몸의 항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감기에 대항하는 처방입니다. ......내 마음이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나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p229. 지식인은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은 짐승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잠정적인 환자가 아닙니다. 그가 배운 지식은 지적 세균을 퇴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인간을 살리는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지식인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지식을 공부했는지 모르겠지만, 지식은 희생이어야 합니다. 잠들려는 영혼을 깨워 그의 길을 걷게 해줘야 합니다. 진심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지식인이라면 정신적 환부만을 관찰할 것이 아니라 그의 전반적인 생애도 관찰해야 합니다. 그의 삶이 어디에서 방향을 잃었고, 어디로 출발해야 하는지 일깨워줘야 합니다.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요? 당신이 하고 싶은 그 일이란 무엇인지요? 울적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정직하게 대답해주십시오. 고생과 걱정이 없는 향락을 원하는지, 혹은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낙원을 꿈꾸는지를. 어떤 경우든 당신의 소망과 획득의 요구는 현실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며, 무슨 이유로 인생이 고단해졌는지도 묻지 않고 살아갑니다. 왜 그일을 할 수 없는지 원인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아까운 세월만 허비하고 있습니다.

 

영혼은 나를 알기에 내 소망과는 언제나 반대로 갑니다. 영혼을 나를 봤기에 내가 원한다고 해서 끈기와 의욕을 함부로 내주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젊은이가 꿈꿔야 할 생활은 귀족들의 사치스런 하루가 아닙니다. 이상과 현실은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당신에겐 두 발뿐입니다. 당신이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걸음은 한 걸음이 고작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하루라는 날들이 모여야 100년이라는 세월이 가능해집니다.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미래의 한 날엔 오늘 하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에 내가 해야 할 그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내가 소원하는 미래의 한 날은 정확히 오늘 하루만큼 멀어집니다.

 

p232. “돌진하라!”

이 짧은 한 마디가 내적인 위기에서 나를 구원해준 마술이었습니다. 무력해진 내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준 지팡이였습니다. 내가 겪었던 갈등과 아집과 피해망상을 깨뜨려준 바위였습니다.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준 다리였습니다.

 

내가 돌진해야 할 상대는, 넘어뜨려야 할 적은 항상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를 비굴하게 만드는 적도 나였고, 나를 허약하게 만드는 적도 나였으며,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적도 언제나 나 자신이었습니다. 인생은 나 자신과의 승부였습니다. 승자는 항상 나였고, 패자도 항상 나였습니다. 나는 인생의 모든 고비에서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맛봐야 했습니다. 그 반복적인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승리를 기뻐하지 않게 되었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귀한 영혼은 자유를 갈망합니다. 참다운 것을 요구합니다. 올바른 것을 사모합니다. 이것이 사람의 평생을 좌우합니다. 고귀한 영혼의 갈망과 요구와 사모를 방해하는 건 육체에 매몰된 나 자신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현재 속박을 경험하고 있다면, 당신을 속박한 자가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면, 주저하지도, 망설이지도 마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돌진하십시오! 당신을 꽁꽁 묶어버린 당신을 향해.

 

인간이 자유롭고 고상해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가르쳐준 세상을 보고, 남들이 원하는 나를 만들어서는 자유로워질 수도, 고상해질 수도 없습니다. 자유롭고 고상한 영혼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들 인생이 품을 수 있는 최선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롭고 고상한 영혼은 육체가 소멸한 후에도 영원히 기억됩니다. 이 세계에 나의 발자취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오직 한 번 뿐인 인생입니다. 운명은 두 번의 인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동물적 행위를 행복으로 여기며 살기엔 한 번뿐인 인생이 너무나 안타깝고 소중합니다. 인생을 사랑한다면 자기기만을 축복으로 왜곡했던 지난날부터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병이 조금 깊어지면 신경쇠약증 환자는 판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 접어든 신경쇠약증 환자는 무조건 자기만 옳다고 착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만 외롭고, 자기만 힘들고, 자기만 피곤하고, 자기만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미국문학이 보여주는 유물론적 광기와 열광은 신경쇠약 증세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융성하다가 순식간에 열기가 사그라지고, 작은 일에 광적으로 분노하다가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식입니다.

 

지적 생활은 내 안의 음성을 기다리는 행위입니다. 지적 생활은 나의 요구를 나 자신에게 통보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지적 생활은 삶의 은혜와 사랑을 나 자신에게 베풀어주는 도구입니다.

 

지적 생활은 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를 저울에 올려놓고 눈금을 재는 것입니다. 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이 지적 생활입니다.

 

p245. 일하지 않고 행복을 찾는 것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어리석음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명언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노동 없는 수확은 약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신성해야 할 노동이 사회적인 강요에 의해 자행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노동, 자아를 찾기 위한 노동이 아닌 강제적이고 수탈적인 노동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가축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노동이 점차 가축화의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이어야 할 노동이 경제적 계산과 사업주의 실익에 의해 강요와 억압과 강탈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아무리 대우가 좋더라도 인간을 가축으로 취급하는 사회정의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장래가 그야말로 중요할지라도 한 인간을 가축으로 구속하는 국가에 정당한 미래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국가는 짐승들의 슬픈 눈망울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눈망울이 어느새 짐승들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축으로서의 삶을 강요한다면, 머잖아 국가는 인간의 나라가 아닌 가축을 길러내는 목장이 되고야 말것입니다.

 

그러므로 젊은이는 아직 인생이 시작되기 전에 충실해져야 합니다. 산을 향해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기 전에 마음을 다잡아야 됩니다. 당신이 오르려는 봉우리가 어디쯤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산길에 미숙한 서툰 안내자를 뒤쫒치 마세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산생이 처음인 친구들과 함께 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걸음을 주목하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 오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말을 명심하십시오. 산에서는 욕심을 부려선 안 됩니다. 산은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당신이 산에 오를 수는 있어도 산이 당신 곁으로 다가와 주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생애가 절망적일 때라고 느껴지는 시기를 한 번 쯤 경험합니다. 희망은 사라지고, 믿었던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나는 날들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무기력하게 사라지는 시간을 바라보며 살아 있는 자들보다 오래 전에 죽은 자들이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당신의 인생을 점령하려고 할 때, 당신은 이 고백에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됩니다. .....

 

삶은 평화가 아닌 전쟁입니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P250. 예술가의 영혼은 이 세계에 맞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세계의 본성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술가의 삶이 외롭고 은둔적인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예술가는 현세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예술가의 눈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그에겐 자신이 유일한 세계여야 합니다.

 

예술만큼은 어떤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근본주의를 상실해선 안 됩니다. 예술은 영혼의 작용이며, 영혼의 눈물이며, 영혼의 결정체라는 근본주의적 시각을 한시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의 영혼이 존재하기에 예술도 가능합니다.

 

인류가 예술에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육체로부터의 이탈입니다. 육체적인 삶 외에도 정신적인 삶이 존재한다는 진리입니다. 빵을 씹고 고기를 썰지 않아도 한 편의 시, 한 절의 노래로 절망적이었던 인생에 한줄기 빛이 쏟아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예술로 삶이 구원받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인간이 향유한 모든 이성적인 활동은 인간을 실망시켰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억압했고, 경제는 빈곤을 낳았고, 종교는 헛된 망상을 심었고, 법은 죄인을 만들었고, 철학은 진리에 더욱 목마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 어떤 암흑의 시대에도 인간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예술가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예술은 현재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므로 예술가의 삶 또한 현재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일찍이 예술가의 근본을 파혜치는 데 성공했기에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는 현실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그의 영혼이 남긴 자취는 오늘을 살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확실하게 깨달았기에 현실을 버렸다.”

 

다시 말해 니체의 부정은 속물적 교양인에 대한 부정이었으며, 니체가 말하는 붕괴는 속물적 교양의 붕괴였습니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의 귀환을 반긴 이유는 속물적 교양인들을 이 세계에서 추방시켜줄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신은 하등생물에게도 분열의 기쁨을 허락하셨습니다. 육체적인 사랑은 정신적 사랑의 죽음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인생은 그 사람의 지위와 그 사람의 역량이 정확하게 일치할 때입니다. 비유하자면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신고 길을 걷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신발을 고르기 전에 자신의 발 크기부터 재봐야 합니다. 그 후에 신발을 고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세르반테스는 당신의 친구가 누구인지 내게 말하시오.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소.”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속세에 물들지 않고 고결하게 살아온 인생이더라도 한 번쯤은 세상 권력을 가진 무리와 싸우게 됩니다. 그들은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들은 우리의 약점과 장점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자랑하며, 내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며,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자랑하는 것과, 내가 가지고 싶은 것으로 나를 넘어뜨리려고 합니다. 이 최후의 전투에서 우리의 무기는 오직 인내뿐입니다. 참고 견디는 것만이 우리의 무기이며,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무기입니다.

 

나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내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을 추앙하고, 거짓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보다 넓은, 우주를 닮은 마음을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마음을 거역하고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우주의 완성은 나의 완성에 있는 것입니다. 완성된 존재로서 나의 영원한 지성에 다가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악에서 떠나는 것이 진짜 자유는 아닙니다. 자유는 모든 악한 풍파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것, 내 욕망을 다스리는 것, 혈기를 참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자유입니다.

 

단테는 지옥 문 앞을 서성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왜 이곳에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지옥으로 돌어가자니 아직 양심이 남아 있고, 천국으로 올라가자니, 살아 있는 동안 저지른 죄가 너무 많다고 대답했습니다. 단테는 이것이 선과 악의 두 갈래 길에서 인간의 어느 한쪽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택하지도 못한 결과라고 정의했습니다.

단테의 표현처럼 인류는 지옥에서도 멸시를 받고, 천국에서도 멸시를 받고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노년까지 유지하고 싶다면 선한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것이 늙음의 수치를 막아주는 최후의 방주입니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권은 늙어서 존경받을 때입니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를 갖추고, 인생의 마지막 시절에 자신의 영혼을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생애를 장식하는 노을입니다. 존경받는 노년은 청춘의 격정만큼이나 행복합니다.

 

당신이 어떤 직업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합니다. 첫째, 그 일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것, 둘째, 지나치게 많이 일하려고 하지 말 것, 셋째, 그 일을 사랑한다고 당신 자신을 속이지 말 것.

 

머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불볕을 맞으며 덥다는 생각이 들거든, 아직 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불붙는 광망에 소름이 돋을 만큼 추위가 느껴져야 진정한 젊음입니다. 북풍에 시달려 얼어붙는 눈썹이 차갑게 느껴지거든, 아직 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대낮이며 일하기엔 햇살이 너무 따갑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한 젊음입니다. 그 야망과 전율과 황홀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닙니다. 그 야망과 전율과 황홀이 남아 있다면 당신은 아직 늙지 않았습니다. 봄이 무엇인지는 겨울이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화롯가에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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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30분이면 읽을 줄 알았다. 이런, 어떻게 이런 책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을까. P.G 해머튼이 누구냐? 19세기의 듣보잡 작가의 책이 해머가 되어 나를 내려칠 줄이야! 저자에 따르면 두 종류의 생활이 있다. 동물적 생활과 지적 생활. 달리 말하면 육체적 삶과 정신적 삶.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선 육체적 생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해머튼은 산책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적생활은 훈련이고 투쟁이다. 지적생활은 단순히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일 뿐입니다. 지적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1부의 글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밥을 어떻게 먹을까? 한 끼 먹을까? 두 끼 먹을까? 칸트는 정각 1시에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엔 차 한잔, 저녁은 먹지 않았다. 한편 저자의 친구는 아침 여덟시에 영국식 만찬을 먹어야 일이 잘 되었다고 한다. 즉 저자에 따르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꼭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알리디너 곰곰생각하는 발님도 하루 한 끼 드신다. 한국식 만찬을 드시는지는 모르겠다.)

 

술은 마시는 게 좋을까? 괴테는 일생동안 5만 병의 와인을 마셨다는데 장수했다. 담배는? 저자에 따르면 지나친 두뇌노동으로 지쳤을 때 흡연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신문을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제가 신문을 비난 하는 것은 매일같이 별 의미 없는 일에 우리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는 점입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피스칼의 <팡세>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야.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쪽으로, p55. 민음사.

 

해머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상관없다. 신문의 논조에 의문을 품지 않으므로. 그러나, 조선일보 같은 편향적인 신문은 지성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내가 지성인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아주 심각한 해를 끼친다. 쓸데없는 아드레날린의 상승을 불러온다. 아침부터 조선일보를 읽었다고 상상해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단순한 방법.

 

해머튼은 여러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섯 개 분야를 대충 공부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게 낫다고. 그에 따르면 외국어도 3개 국어 이상을 공부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다. 삶의 불규칙에 적응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불규칙 동사 외우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짓이다.

 

해머튼은 자신이 관심 있는 한 가지 분야를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거기서 보조적으로 한 두 가지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그 외의 분야는 단념하라고. 단념하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나의 삶을 결정합니다. 생존은 조건일 뿐입니다. 생존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성실과 품격이며,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지적인 힘입니다.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내 손으로 이룩한 지적인 발달이 조화된 우주에 근접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것이 이성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온 생애를 바쳐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P210.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가 쓰러뜨려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지적 생활은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저울에 올려놓고 나 자신의 눈금을 재는 것이다. 나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들어 있다. 내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을 추앙하고, 거짓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보다 넓은, 우주를 닮은 마음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완성, 그것은 나의 완성이다.

 

지적 생활을 말하는 책인데 마치 영성 책을 읽는 듯한 착각.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책 전체가 거의 잠언집이다.

질문을 유발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밑줄 칠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또 다시 드는 의문. 어떻게 이런 책을 몰랐을까.

 

매일 매일 지적 생활을 실천 중이신 이웃님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한 가지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면 이웃님들은 뭘 택하실런지요?

저는 뭐가 좋을까요??^^)

 

민중이든, 노예든, 정복자든,

그들은 늘 이렇게 고백했다.

지상에 태어난 아들들의 궁극적인 행복은

오직 인격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서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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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니 2016-04-1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밌어요^^ 잘 읽고갑니당

시이소오 2016-04-16 10:41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감사할 일이네요 ^^

모래별 2016-04-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게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6 19:24   좋아요 0 | URL
그쳐? 의외의 발견이네요 ^^

cyrus 2016-04-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을 구분해서 입력하니까 글 읽기가 편하네요. ^^

시이소오 2016-04-16 19:25   좋아요 0 | URL
읽기 불편하다는 분이 계셨어요. 글 상자 하는 방법을 최근에 알았답니다. ㅋㅋ

인다라의구슬 2016-05-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부리면 사유가 반짝인다` 는 말이 떠오르네요^^ `19세기 듣보잡 작가`의 책 읽어보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5-13 18:43   좋아요 0 | URL
근사한 문구네요. 홍서님, 즐독되시길^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