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습관의 힘 -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신정철 지음 / 토네이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노트 쓰기의 충동을 느꼈다. 한동안 노트를 쓰곤 했었다. ‘책 읽을 때 메모하지 마라는 어떤 지은이의 말만 믿고 노트 쓰기를 그만두었건만. 아쉽다. 특히나 저자가 노트를 스캔하는 걸 보고 아쉬움은 더 커졌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스캔이 힘들면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보관할 수도 있는 것을.

 

디지털 메모 앱을 다들 많이 쓰는구나. 에버노트, 포켓, 구글킵 등.

 

내 네이버 블로그가 망했다고 생각했었다. 신정철 씨가 10만 찍는데 31개월 걸렸다니 아직 낙담하긴 이르다. 블로그 개설 24개월 째 11만 명이니. 저자는 53개월 만에 백만을 찍으셨다! 나도 5년 후엔 100만을 찍을 수 있으려나? 5년 정도면 책 리뷰, 천 개를 쓸 수 있을까.

 

예전에 썼던 노트를 뒤적여본다.

, 아날로그는 아련한 자취가 남는다.

 

 



 

p99. 창의성은 사물/기억을 색다르게 봄으로써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연결/조합/편집하는 것이다.

 

p168. 정약용의 독서 방법은 세 종류다. 정독, 질서, 초서다. ......질서는 읽으면서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묘계질서의 준말로 묘계는 번쩍하면서 깨닫는 것을 말한다. 다산 스타일 독서의 핵심은 초서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베껴쓰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좋다고 무작정 베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베끼는 것이다. 남정욱, <차라리 죽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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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3-24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글씨체에요. 울 남편이랑 비슷한 글씨체라 놀랐어요.ㅎㅎ

시이소오 2016-03-24 13:49   좋아요 1 | URL
남편분이 착하신가 봐요? ㅎㅎ

꿈꾸는섬 2016-03-24 13:49   좋아요 1 | URL
어떻게 아셨어요?

시이소오 2016-03-24 13:53   좋아요 1 | URL
유추라고 하죠. 저라는 거울에 비춰. ㅋ 농담이었습니다 ^^

꿈꾸는섬 2016-03-24 14:00   좋아요 1 | URL
ㅋㅋㅋ알면서도 모른척하기가ㅋㅋㅋ

시이소오 2016-03-24 14:02   좋아요 1 | URL
속았잖어요 ㅋ

[그장소] 2016-03-2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ㅡ봐라 ㅡ오옷~시원시원하네요!!^^
보여주셔서 감솨!!
전 둘다 ㅡ메모장이랑 노트 ㅡ메모장은 즉석에서 생각날때 ㅡ따다닥 쓰기 편해서...
노트는 일단 앞에 있어야 ㅡ
이전 집구조는 무조건 앞에 노트 ㅡ였는데 ...
여긴 일단 자세부터 다른 ㅡ지라...노트를 하려면 준비 ㅡ자세가 바뀌어야. .ㅠㅠ
곧 ㅡ책상앞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중
엎드려쓰는 자세는 흑 ㅡ너무 고단 ...

시이소오 2016-03-24 13:51   좋아요 1 | URL
노트 보여주세용 ^^

[그장소] 2016-03-24 14:19   좋아요 0 | URL
제 노트는 이미 ㅡ여러번 ㅡ여기저기 ㅡ보였을텐데..ㅎㅎㅎ

시이소오 2016-03-24 14:44   좋아요 1 | URL
ㅋ 아직 새내귀라서 죄송^^; 더 자주 찾아뵈야겠네요 ^^

[그장소] 2016-03-24 14:49   좋아요 0 | URL
아녜요 ㅡ찾아보긴 ㅡ뭘~또 그렇게 ..(버럭~)^^

걍 이따금 올리니..서로 책보기도 바쁜사이에 잡념이나 되는 글들 찾아보시라고 ㅡ (정말 ㅡ만류!)할 만큼 염치는 ...있으니(응?!^^ 하시지 마셔요!) ㅡ참으십시오! ^^

시이소오 2016-03-24 14:53   좋아요 2 | URL
`서로 책 보기도 바쁜 사이`긴 하지만 참을수가 없게 되면 놀러갈께요 ^^

[그장소] 2016-03-24 15:17   좋아요 1 | URL
푸흐흐 ㅡ저도 잘, 타인의 서재로 못다닙니다.
무심함도 하나겠지만 ...암튼 그래요..여기는 다 보이는 장소니 ㅡ그냥 와도되니..그게 편해요..

cyrus 2016-03-24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버노트와 ‘독서 다이어리’라는 어플을 사용해요. 특히 ‘독서 다이어리’는 책의 문장을 입력해요. 문장이 있는 부분에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일일이 입력하는 것보다는 역시 사진 한 방 찍는 게 더 편해요. ^^

시이소오 2016-03-24 16:50   좋아요 0 | URL
에버노트 많이들 쓰시네요. 저도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서니데이 2016-03-2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도 글씨를 잘 쓰시는 군요.
요즘은 글씨 잘 쓰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시이소오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시이소오 2016-03-24 17:42   좋아요 1 | URL
천재는 대개 악필입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 되시길^^

samadhi(眞我) 2016-03-2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너무 예뻐용

시이소오 2016-03-24 21:23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3-2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꼴을 가지셨네요^^

시이소오 2016-03-24 21:33   좋아요 0 | URL
요즘 멋진 캘리그라프 글꼴에 비하면 제 글꼴은 꼴값떨기죵~~^^;

깊이에의강요 2016-03-24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eL 2016-03-2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웅 네이버 유명 블로거셨군요! 필체가 반듯반듯 예쁘네요 ^^ 제 머리까지 정돈되는 느낌!

시이소오 2016-03-24 22:21   좋아요 0 | URL
저 유명하지 않아요 ㅋ
어떤 펜으로 썼는지 궁금해요. 볼펜 똥을 안 싸서 정돈되는 누낌이 드실지도 ^^
 

p190. 최승자는 예의 <내 무덤 푸르고><자본족>에서 새들도 자본 자본 하며 울 날이 오리라고 벌써 예언했다.

 

p192. 김정환은 마지막 시집의 뒤표지에 추천의 말으 쓰면서 이렇게 끝을 맺었다.

 

“......기어코 울음이 터지긴 전에, 승자야, 승자야,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 한 권 빌리는 것은 얼마든지 좋겠으나 행여 꿈에 꿈에 떠날 일이 있더란다 갓신 고쳐 매고 떠날 일이 있더란다그딴 얘긴 다시 말고, ‘그리하여 오늘 오늘 오늘 내가 주고그딴 생각 정말 말고 들어다오, ‘하룻밤 검은 밤’, ‘죽지 말라고’,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를. 그 목소리가 바로 더 미친 바깥 시인들 목소리고 네 목소리 다 승자야, 네 이름이 승자 아니더냐.”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기억의 집>, 기억하는가, 최승자

 

둥글게 내 볼을 파갔어, 박바가지였어

그래도 있잖아, 새색시였어

이쁘게 들여다보는 새벽이었어

떨려 온몸이 파들거렸지 뭐

 

하늘이 몇 번 우그러지고 펴지고 그랬어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 박우물, 정화진

 

토막난 길들을 이으며 강은

탐욕스레 삶의 안팎으로 흘러간다

때로 사람들이 정처없이 발을 빠뜨리고 마는

저 강의 하구에

물컹거리는 무덤들의 바다가 있다

무수한 분묘이장공고를 펄럭이며

고요한 바다가

동백을 품은 채 누워 있다

낡은 옷의 사람들이 절름거리며

그들 몫의 생애를 건너가고 있을 때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정화진

 

p203. 이제 작가가 되려고 제 펜의 날을 가는 사람도 제 욕망과 세상의 욕망이 출렁이는 강을 건너가려고 특별한 다짐을 할 것이다. 그의 탐색이 어디에 이를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스름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스무나무 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고 나물매 갖추어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잘 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늪역에서 바리깨를 두드리는 쇠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아서 부증이 나서 찰거머리를 부르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피성한 눈숡에 저린 팔다리에 거머리를 붙인다

 

여우가 우는 밤이면

잠없는 노친네들은 일어나 팥을 까리며 방뇨를 한다

여우가 주둥이를 향하고 우는 집에서는 다음날 으레히

흉사가 있다는 것은 멀아마 무서운 말인가

 

- <정본 백석시집>, 오금덩어리라는 곳, 백석

 

섣달에 냅일날이 들어서 냅일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쌔햐안

할미귀신의 눈귓신도 냅일 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히 여기며

엄매와 나는 앙궁 위에 떡돌 위애 곱새담 위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세기물을 냅일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두고는 해를 묵여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 해도 갑피기를 앓아도 먹을 물이다.

 

- <사슴>, 고야, 백석

 

산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 <사슴>, 노루, 백석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반달>, 윤극영

 

엄마 하고 불렀더니

아빠 얼굴 떠오르고

아빠 하고 불렀더니

엄마가 웃으며 달려 오신다

 

왜 안 그래

산이 산이 높아도 물 속에 깃들고

물이 물이 깊어도 그 소리 산을 넘는데

바람은 울긋불긋 무지개 다리

 

옥이야 철이야 모두 오너라

줄 대어 그 위에서 발을 구르면

무겁다곤 안 할거야 떠받쳐 줄거야

좋아라 가락 높여 삼천리 꽃길을 가자

 

<꽃길>, 윤극영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벗이 갔단다

도래샘도 띶십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 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케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오랑캐 꽃>, 이용악

 

아들이 나오는 올겨울엔 걸어서라두

청진으로 가리란다

높은 벽돌담 밑에 섰다가

세 해나 못 본 아들을 찾아오리란다

 

그 늙은인 암소 따라 조이밭 저쪽에 사라지고

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

끄슬은 돌 두어 개 시름겨웁다

 

<강가>, 이용악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이 깨어

그리운 곳 참아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그리움>, 이용악

 

p241 그러나 그(김춘수)가 정작 목표로 삼았던 것은 비유적 이미지도 서술적 이미지도 아닌 , 염불을 외우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부터 해방된 탈이미지이자 초이미지인 무의미의 시다. 이 이미지 넘어서기 속에 구원이 있다고, 말하자면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한 시론에서 이렇게 썼다.

이미지를 지워버릴 것, 이미지의 소멸,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이 아니라,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뭉개버리는 일. 그러니까 한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하여금 소멸해 가게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다음의 제3의 그것에 의하여 꺼져가야 한다. 그것의 되풀이는 리듬을 낳는다.”

 

남자의 여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발바닥만 젖어 있었다고 한다.

 

<눈물>, 김춘수

 

한밤에 깨어보니

일만 개의 영산홍이 깨어 있다.

그들 중

일만 개는 피 흘리며

한 밤에 떠 있다.

밤은 갈라지고 혹은 찢어지고

또 다른 일만 개의 영산홍 위에 쓰러진다.

밤은 부러지고 탈장하고

별들은 죽어 있다.

별들은 무덤이지만

영산홍은 일만 개의 밤이다.

깨어 있는 것은 쓰러지고

피 흘리고

한밤에 떠 있다.

 

 

p249. 유몽인의 <어우야담>과 허균의 <성소부부고>가 모두 황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작게 여길 일이 아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견우를 떠나보낸 뒤에

시름하며 푸른 허공에 던져두었네

 

영반월, 황진이

 

공주님 한창 당년 젊었을 때는

객기로 청혼이사 나도 했네만,

너무나 청빈한 선비였던 건

그적에나 이적에나 잘 아시면서

어쩌자고 가을되어 문을 삐걱 여시나?

수두룩한 자네 딸, 잘 여문 딸

상객이나 두루 한 번 가 보라시나?

건넛말 징검다리 밖에 없는 나더러

무얼 타고 신행길을 따라 가라나?

 

<석류개문>, 서정주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행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깃발, 유치환

 

p271.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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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같은오늘 2016-03-23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이었던가요,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황현산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도 한 편, 한 편 아껴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런 글을 써주시는 어른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책 많이 읽으시는 북플 친구 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0:59   좋아요 1 | URL
농담같은 오늘님 저도 반가워요^^ <밤이 선생이다>도 좋았죠? 황현산 쌤님이 우체국을 휙 뛰어넘을 때, 어찌나 신나던지요 ㅋ

농담같은오늘 2016-03-23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사회를 보는 눈과 시대에 대한 감각,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전혀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드시는 어른이셨어요. 책 읽으며 웃었다 울었다 했던 기억이 있네요. 우리 사회엔 이런 어른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서로 배우고 이끌어주고..참 좋은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3-23 12:02   좋아요 1 | URL
신영복 선생님도 영면하셨지만 훌륭한 어르신분들이 많으니 기운을 내야겠어요. ^^

[그장소] 2016-03-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 선생이다 ㅡ는 제목만 아직도 음미중인 ㅡ책 ㅡ아직 더 여물자 ㅡ하면서...밤이 왜 선생인가 ㅡ상상하는 즐거움을 조금더 누리고 파서..말예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들~!

시이소오 2016-03-23 12:03   좋아요 1 | URL
밤이 왜 선생인가? ㅋ 그장소님도 즐거운 하루 되소서

[그장소] 2016-03-23 12:14   좋아요 1 | URL
시이소오 님도!^^
 
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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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하다. 김경욱의 <천국의 문>이 형식적으로 뛰어난 작품 이라고 한다. 잘 쓴 작품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신춘문예용소설을 쓰고 있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그나마 재기발랄하지 않았나? 작가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먼지를 닦아낼까요? 먼지는 우리가 결국 먼지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환기하기 때문이죠. 먼지에서 먼지로, 빛에서 빛으로, 사실 별이란 우주먼지 덩어리죠. 별과 사람은 구성 성분이 같다는 거 알아요? 우리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은 빛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이에요. 어둠을 두려워할 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빛인 셈이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파울로 코엘료적인 대사들을 수없이 남발한다. 여성 독자들은 , 혹은 혹할지 모르겠지만 감수성이 메마른 나로선 책을 읽다 닭살을 누르기 바쁘다.

 

김이설의 <빈집>은 티비에 나오는, 잡지 책에 나오는 그림같은 아파트를 소유했으나 결국엔 소유한 아파트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대인의 초상을 다뤘다.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처음으로 김탁환 글을 읽었다. 김탁환은 왜 요즘 진보인척, 착한 척 하는지. 역시나 읽다 토할 뻔 했다. 그는 이인화가 이문열 꼬붕이듯 이인화 꼬붕, 이인화 전위대 아니었던가. 이문열 이인화- 김탁환의 계보.

 

김탁환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면 언제든 김탁환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런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이문열, 이인화를 읽지 않듯 김탁환도 읽지 않는다. (어릴 땐 이문열과 이인화의 소설을 읽었었다. 도로 물릴 수가 없다니 억울해)

 

올해의 우수상 중 재미와 의미를 갖춘 단편은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이다. 국가는 많은 아이들을 학살했지만 이웃의 선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지언정 아이를 구한다.

 

우연이라고 제한했지만 정희진의 한국 소설 나만의 삼부작은 모두 정찬의 소설이었다.

정찬의 <등불>을 기대한 이유다.

 

화물차 운전사인 그는 1999년에 발생한 화성 씨랜드 화재 때 여섯 살 딸을 잃었다. 3층 컨네테이너 숙소의 문은 잠겨 있었고, 문을 걸어 잠근 어른들은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들은 살려 주세요, 구해주세요소리쳤지만 소방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땐 이미 아이들 몸은 뼈만 남아 있었다. ‘의 아내는 결국 자살했다. 그 역시 항상 칼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그러다가 그 사실을 단골 식당 여주인에게 털어놓는다.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칼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한다.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있었다. 그녀는 인천에서 배를 탔다고 한다. 그녀가 탄 배의 이름은 세월호였다. 그는 그녀가 제주도에서 돌아오면 칼을 맡기려 했다. 시동을 걸고 그는 진도로 향한다. “길 너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은 빛처럼 희었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황정은의 차지일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빗나갔다. 그래도 우수상에 황정은은 이름을 올렸으니 한 5분의 1정도 빗나간 걸로~~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의 그곳은 어디일까.

 

계곡에서 물놀이 중 아이를 잃은 부부는 14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는 작은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화를 낸다. 그가 한눈을 판 사이 그녀는 기차를 타고 떠나 가버린다. 그는 베를린 역사의 역무원에게 영어로 말하려 한다. “아이 로스트......, , 미스드......로스트......”

 

아이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우리는 어쩌면 천국으로 가는 문을 잃어버렸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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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동안 자주 지옥의 문이 ㅡ더 먼저 떠올랐었죠.
신춘문예용 글은 ㅡ제가 잘 모르고 ㅡ이문열 ㅡ이인화ㅡ김탁환 ㅡ계보역시 모르는 바보입니다.만...
나름의 글을 읽고 생각하시는 것일 테니 ㅡ그렇구나 하고
끄덕끄덕을 놓고 갑니다.
저도 왜 는 빼고 ㅡ결과만 잘 나열하곤해..
그 나머지 부분을 뭐 ㅡ너도 알지 ? 하는 식으로
던지곤 하지만 ㅡㅎㅎㅎ
어째서 ㅡ인지 ㅡ기억에 ㅡ없는 시이소오님의 지금의 그 결정에 이른 ㅡ그 들이 어째 같은 계보인가 ㅡ뉘앙스만 대충 아는 제게 ㅡ사실도 좀 알려주세요 ㅡ
ㅎㅎㅎ이건 부탁이니 ㅡ거절 하셔도 ...괜찮습 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2:00   좋아요 1 | URL
저도 항상 사실부분들을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 반성중입니다. 제 기준이 좀 편협해요 ^^; 제가 알기론 김탁환 씨는 이인화씨 애제자죠. 진보논객과 설전이 벌어질때 전위대로 나서 이인화 씨를 옹호하기도 했구요. 이와 비슷한일을 이문열씨편에서서 이인화씨가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김탁환 씨가 요즘 인기를 얻더니 예전에 자신의 흑역사를 기억 못하는것 같아서요.

더 저세한건 구글링으로 이인화, 김탁환 돌려보시면 나올거에요^^

[그장소] 2016-03-23 12:19   좋아요 0 | URL
진보 논..개그 ㅡ일까 ...요?
진보 ㅡ보수 ㅡ큼흠 ^^;;;;
그렇기에 ㅡ그가 맘에 안들 수도 ㅡ있군요 .
^^ 하하...
찾아보겠습니다만 , 그를 편들고자 하는 건 아니고...
사람은 변하기도 ㅡ그렇지 않기도 하니까요.
좋은 오전 ㅡ맛난 점심드세요 .

시이소오 2016-03-23 12:22   좋아요 1 | URL
변했다면 저도 색안경을 벗고 바라봐야죠 ^^

[그장소] 2016-03-23 13:11   좋아요 0 | URL
흐흣 ㅡ색안경 ㅡ끼고 계심 ㅡ어두운건 ...세상일까 ㅡ스스로일까 ㅡ넌센스 ㅡ일까요?^^
ㅡ제 말은 그냥 가벼운 조크로 들어주세요!^^

시이소오 2016-03-23 13:12   좋아요 1 | URL
가볍게 돌려까시네요 ㅋ ^^

[그장소] 2016-03-23 13:42   좋아요 0 | URL
어휴 ㅡ무슨 그런 어려운 말씀을 !!! 마늘도 아니고 연필도 아닌데 ㅡ어딜 ㅡㅠㅠ;;;
(송구하게 ...흐흣 -이..이럼 진심이 ㅡ안느껴지는데...에공 ㅡ)

시이소오 2016-03-23 13:49   좋아요 1 | URL
저도 가벼운 조크였어요 ^^ 행복한 봄날 되소서 ^^

[그장소] 2016-03-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조크를 행복한 조크로 읽어버리면서 ..땡큐!^^
니시시시시시싯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 맛이 갔나 보군요. 장국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7:31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은 아닌듯 하네요^^

2016-03-2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이 상 받는거보고 많이 나아졌나 했던 1인 ㅋ 아니었나봐요. 다 입맛이 제각각이겠습니다마는 대강 겪어 알 만한 입맛이야 믿습지요. 믿어져요 ^^

시이소오 2016-03-24 14:42   좋아요 0 | URL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좋게 말하면 어른스러워졌어요. ^^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 경제 위기, 중산층의 배반 그리고 권위주의의 귀환
조슈아 컬랜칙 지음, 노정태 옮김 / 들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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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의 말대로 유사 이래 폭력이 감소했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 


박영숙의 <유엔미래보고서>를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보 현상이었다. 프리덤하우스, 베텔스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민주주의 지표index democracy’ 등 모든 조사에서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 및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심지어 쿠데타도 귀환했다. 기니, 온두라스, 모리타니, 니제르. 기니비사우, 방글라데시, 태국, 피지, 마다가스카르 등등.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민주화 전문가 박종민이 아시아 바로미터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심지어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으로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조차, 특정한 상황에 놓일 경우 권위주의적 정부가 더욱 적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응답자의 수가 1996년에 비해 2006년에 두 배가량 늘어났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주된 원인은 경제와 관련이 깊은 것처럼 보인다. 1990대 말 금융위기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이룩한 경제적 성취를 뒤엎어버렸다. 구소련에서 볼 수 있듯 민영화는 구체제의 내부자들을 새로운 귀족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을 종식시키는 결과만을 낳았다.

 

유엔 인간개발 프로그램에 따르면 2000년 대 들어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부패 역시 심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가 버젓이 나왔음에도 검찰은 유야무야 수사를 종결시켰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회의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금융위기, 민영화의 폐해를 겪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 보인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를 망친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폐해 때문이었다. 숱한 나라들이 신자유주의로 경제가 곤두박질 칠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자의 처방.

 

선출된 독재자들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를 창출하라.

중국 모델을 이해할 것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고위 관료와 공직자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과 함께 압력으로부터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독립적인 반부패 감시기구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반부패 감시기구는 독립적인 조사권을 반드시 가져야 하며, 국게 투명성 기구 같은 조직에서 파견된 외국 전문가를 포함하여 구성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독립성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의 승자를 존중하라 선거가 공정했다면

그러나 선거는 오직 첫 단추임을 깨달을 것

다국적 민주주의 기구들과 협력하라

신흥 강국들을 끌어들이라.

 

이 책을 읽고 의외로 힐링을 경험했다. 나는 독재자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도, 단지 박정희 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를 뽑아준 사람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이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엄청난 고통이다. (십년 넘도록 홧병, 자살시도라 말해도 무방할 교통사고)

 

필리핀에선 마르코스 딸이 주지사가 되었다. 필리핀국민 역시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대개 과거자체가 향수를 지니고 있다.(현상 유지 편향) 이 책을 읽었다고 색누리당을 지지하거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저지르는 오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민주주의 정권 (김대중, 노무현정권)은 거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와 똑같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경제는 파탄났다. 독재잔당과 재벌은 언론을 통해 수도 없이 경제파탄의 원인을 민주주의정권 때문이라 유포했고 생각지 않는 대중들은 세뇌되었다.

 

필립 코틀러는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한 가지 원인은 언론에 의한 세뇌임이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파멸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소득 불평등이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이 있다.

프리모 레비 책 제목을 비틀어 말하자면

 

저것이 인간인가

 

메모한 문장들

 

64. 특히 헌팅턴 같은 개발 이론가들은 중산층이 민주주의적 전환의 주된 원동력 노릇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그들은 중산층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구성원들의 국가의 통제 영역 바깥에서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관계망을 건설할 것으로 보았다. 중산층은 교육을 더 많이 받고, 민주적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바깥 세계와 더 많이 관련을 맺으면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요구를 높여가리라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경제 발전은 개인들이 서로 더 높은 신뢰 관계를 맺도록 이끌어갈 것인데, 개인 간이 신뢰는 정치에서 토론을 하고 반대되는 견해가 있는 정당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137. 베네수엘라부터 볼리비아, 케냐, 태국, 대만에 이르기까지, 선거로 뽑힌 첫 번째 지도자들이 선출된 독재자로 돌변하는 일이 너무도 자주 일어났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마련인 민주화 첫 세대들에게, 선거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국민 투표와도 같다. 선거로 뽑힌 독재자들은 헌법적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자들이 아니며, 법의 지배가 유지되고 개인의 자유 및 소수자의 권리가 보호될 것임을 보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비록 그들이 민주주의의 한 가지 요건, 즉 다수의 투표를 얻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자들은 민주주의의 형식을 따르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138.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급격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수많은 반정부 지도자들은 천수이볜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익혔던 습속을 떨쳐내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곤 했다. 1990대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환경 속에서는 기존의 반정부 운동가들이 과거의 실수와 범죄를 용서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천수이볜의 부패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풍문으로 떠돌 뿐이었다. 민주진보당의 지지자들은 그보다 앞서, 천수이볜의 독선적이고 거만한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더 큰 충격에 빠지고 있었다. 일단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면 천수이볜은 자연스럽게 반정부 운동 시절의 비밀주의와 편집증적 성향 중 일부를 버릴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었지만 그 믿음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주변인들을 분노에 가득 차 해임하였고, 자신의 정치적 이너서클에 가족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그 가족들 중 적어도 11명은 훗날 대통령 본인의 혐의와 비슷한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그의 아들은 내부 거래 혐의로 기소된다.

 

140. 조지 차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무능력한 정부를 바라보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거간꾼 중 한 사람이 정부 자금 가운데 거의 3천만 달러를 빼돌린 사건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바깥세상에서 보면 그저 농담처럼 보일 것이다. 어떻게 정부가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단 말인가?” 한때 천수이볜을 지지했던 부시 행정부는,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는 그의 무능함과 부패에 학을 뗀 나머지, 천수이볜이 그저 미국에서 하룻밤 머물고자 하는 것도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141. 젊은 민주주의 국가의 첫 번째 지도자들은 때로 오래도록 정부와 맞서온 운동가가 아니라, 구 정권의 내부자들 중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그들은 민주적 규범에 대해 그리 많은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151. 푸틴에서 차베스와 탁신에 이르기까지, 선거로 뽑힌 독재자들은 대체로 영악한 정치인 노릇을 한다. 법의 지배를 무시하면서, 대체로 빈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펴거나, 국가주의를 부추기거나, 두 가지를 함께 구사하는 방식으로 자국 인구 중 다수 집단 속에서 큼지막한 규모의 인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지도자들이 잘 버티며 생존해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중산층은 그저 점점 더 화가 날 뿐이기에, 더욱 극단적으로 변하여 선거로 뽑힌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폭력시위부터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게 된다.

 

155. 실제로,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노동계급 구성원들은 경제 성장이 끝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중산층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폐기 처분하려 들고 있기에, 결국 노동계급은 더욱 소외될 뿐이다. “왜 그들에게는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의 정당을 불법화할 권리가 있는 겁니까?” 속한 정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후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노파돈 파타마의 말이다. 그는 탁신 친나왓의 포퓰리즘적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162. 국가가 민주화됨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뇌물을 주고받던 기존의 경로가 사라지고, 더 많은 행위자들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중요한 정부 정보에 접근 가능하게 되므로, 지역 정치 지도자, 정부 관료 조직 구성원, 국회의원 등 더 많은 이들이 뇌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패가 자유화되면 모든 이들의 사업 비용이 늘어난다. 오늘날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기업에서 가장 작은 길거리 상인까지, 누구든 자카르타 같은 도시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딱지 떼는 경찰부터 교통경찰 및 해당 지역 관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에게 꼬박꼬박 벌금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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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튜더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 이 책이 잠깐 언급되었어요. 신기하게도 컬랜칙의 책이 2015년 4월에 먼저 나왔고, 튜더의 책이 두 달 뒤에 나왔어요.

시이소오 2016-03-22 18:56   좋아요 0 | URL
다니엘 튜더 책은 아직 못 읽었어요 ^^; 읽고 싶었는데 ...

룰루라떼 2016-03-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책상위에 저 노트...뭘 쓰신건지 궁금합니다^^
(제트스트림이 필기감이 좋긴하죠^^)
혹시 실례라면 죄송합니다.

시이소오 2016-03-22 23:23   좋아요 1 | URL
아, 무언가를 써보겠다고 고시원에 있을 때 썼었죠. 한 4년 전이라 저도 제가 뭘 썼는지 궁금하네요 ^^
젯스트림 초창기엔 정말 좋았는데 요즘은 품질이 예전같지 않네요 ^^;

csp 2016-03-2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후퇴가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는 주장이 흥미롭네요. 민주주의의 후퇴를 피부로 경험하고 있는 요즘 일독해 볼 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23 00:2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한국만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줄 알았어요.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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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오베 크라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은 인구 500만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소송을 걸었다. <나의 투쟁>의 비정상적일 정도의 인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시 이것은 일종의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이 아닐까.

 

시배스천 폭스는 <폭스가 픽션에 대해 말하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고 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는 논평이 금지되기는커녕 토론의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분수령과도 같은 변화가 추측과 가십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든 예술작품이 작가의 개인적인 성격을 표현한다는 가정에 따라, 전기적 비평은 창작의 행위를 쇼로 환원시켜 놓았다는 거죠.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근대는 전기적 비평의 수난시대였다. 그에 반해 현대는 페이스북의 유행에 따라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대중들 역시, 작품보다는 작가들의 삶에 더 주목하게 된 게 아닐까. 그게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 한국 역시 예외일리 없다.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애매한 장르 역시 일종의 사소설의 부활은 아닐까.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일종의 페이스북 소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쓰레기다.

 

누군가 그랬다. 송경동 시인이 연애시를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동감이다. 개인에게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 앞에서 연애 시를 읽거나 연애 소설을 읽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소비하는 내가 싫다. 부끄럽다. 이석원을 부러워하는 내가 싫다. 포르쉐를 모는 30대 초반의 캐리어 우먼과 붕가붕가 하다니! 돈 걱정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빚이 있다니!

 

40대에 이르러서도 사랑만을 생각하는 삶이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니!

언제쯤이면 이렇게 말랑말랑한 마쉬멜로우 소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읽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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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3-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분리수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웬만해선 에세이는 읽지 않지만요.

시이소오 2016-03-22 15:53   좋아요 0 | URL
ㅋ 나름 재밌어요 ^^

룰루라떼 2016-03-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 소설...ㅋㅋ
동감입니다.
괜히 한꺼번에 보통의 존재까지 구입했다가...ㅠㅠㅠㅠ 했던 기억이...
오프라인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2 23:11   좋아요 0 | URL
아, 보통의 존재까지
원통하시겠어요 ^^;

nomadology 2016-03-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통신교육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어서 이번달에 읽기로했습니다. 책이 예쁘네요. 어찌되었든 소비당하고 팔리는 책을 쓸 수 있다는건 능력이겠지요.

시이소오 2016-03-23 09:44   좋아요 0 | URL
그럼요. 능력이지요^^

옆구리왕짜 2016-04-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불량식품도 먹어 봐야 내가 평소 먹고 있는 것이 건강식이구나 느낄 수 있을겁니다. 책 중간에 존재하는 쉬어가는 페이지 성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님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씩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ㅠㅠ

시이소오 2016-04-22 05:43   좋아요 1 | URL
쉬어가는 페이지로 생각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