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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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일보에 실었던 시화들을 책으로 엮었다. 시와 시인들의 이야기와 세태에 대한 황현산 교수의 감상이 주를 이룬다. 교과서에 나온 시인들 이육사, 유치진, 한용운, 서정주, 등등 과 알려진 시인들 (백석, 이성복, 최승자, 김수영, 정현종, 최승자 보들레르, 릴케 등등) 그리고 나로선 금시초문인 시인들의 시- 특히나 진이정-를 만난다.

 

나는 시에 문외한이고 시를 이해할 수 없는 뇌를 가진 걸 한탄하곤 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시를 읽을 때면 완전히 꽂히는 경우도 있다. 김민정, 김경주의 시가 그랬고 최근엔 T.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가 그랬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소설과 달리 시의 경우엔 그 시가 왜 좋은지 딱히 설명할 수가 없다. 지력의 한계 때문일까?

 

박정만- 황진이

 

국풍 81’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국풍 81’에 가서 복권을 샀던 기억이 난다. 10대 아이가 복권을 사도 돼는 건지? 예상외로 다 꽝이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흥청망청일 때 한 남자가 무력하게, 어이도 없이, 울분에 가득 차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와 나는 같은 시,공간에 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의 이름은 박정만이었다. 그는 남산의 어느 시설에서 사흘 동안 고문을 받고 풀려난 길이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고문을 받는 동안 사람들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니!

 

박정만 시인은 사실 시국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천방지축이라고나 할까.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논쟁을 즐겨하고 시를 쓰던 시인이었고 출판사 편집부장이었다. 그런데 단지 어떤 소설가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국민들 누구나에게 일어날 법한 일이 하필 박정만에게 닥친 셈이다. 그 사흘간의 고문이 그의 삶을 완전히 산산 조각내버렸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고 할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단지 고문을 당했다는 이유로 어느새 그는 민주화 열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고문당했다는 치욕 보다는 자신이 민주화 열사로 추앙받는 것을 더 부끄러워했다. , 그는 이중의 치욕으로 고통 받았다.

 

숫돌에 칼을 갈 힘이 푸르게 남아있으니 너희들의 살점을 죄 발라먹어야겠다는 복수의 다짐도 잊지 않았지만 연이은 폭음 끝에 결국 그는 간경화로 88올림픽이 끝나는 날, 생을 마감한다.

 

박정만은 그가 죽은 해인 1988년 세 권의 시집을 냈을뿐더러, 죽기 전 보름동안 무려 300여편의 시를 써냈다.

 

문성근이 진행했던 KBS 다큐멘터리 <한국 현대사 인물전>에는 존경할만한 수 십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박정만이었다. 그는 마치 우리의 초상처럼 보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웃들이 당하는 고통을 외면하면서 나만 안 당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하지 않는다고 과연 끝까지 안 당할 거라 자신할 수 있나? 그건 단지 우연일 뿐인데?

 

책에 실린 시 중에 가장 좋았던 시는 황진이의 시였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를 어느 책에서 처음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그때 다시 읽어도 곧장 혼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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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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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보름 만에야 읽었다. 성경 <창세기>누가 누구를 낳고에서 멘붕에 빠진다면 <일리아드>누가 누구를 죽이고에서 잠속으로 빠져든다. ‘에고, 언제까지 죽일 셈인가하다 잠들었다. 다음 날,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하는 회의감과 싸우며 읽다 또 다시 잠든다.

 

에고 아직도 죽이고 있네......근데 이 죽는 사람은 누구냐?’ (<일리아드>를 꼭 구입하시길 추천한다.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은 끊임없이 죽이는 장을 선택해 읽으면 죽은 듯이 잘 수 있다)


드디어 다 읽었도다. 840페이지를어릴 때 물론 <일리아드>를 읽었었다블로그에 올해는 클리프던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리스트의 책들을 읽고 리뷰 쓰기로 선언했었기에 약속을 지키고자 다시 읽었다. (왜 그랬을까)

 

어릴 때도 <오딧세이아>는 재밌었지만 <일리아드>는 지루했다. 나이가 먹으면 달라질거라 생각했건만 착각이었다. <일리아드>는 고전이라고 하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왜 트로이 전쟁은 일어났을까.

 

어차피 버린 몸. 이 몸을 제물로 바쳐 누구나 <일리아드>를 읽지 않아도 말할 수 있게끔 정리해보기로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리아드>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아를 침공해 그리스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전쟁이 터졌을까. 트로이 전쟁이 여자 때문에 터졌다는 건 반 쯤 진실이다.

 

일단은 아가멤논 때문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왕이다. 그리스는 테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전리품과 여자를 나눠가졌다. 아가멤논은 그때 크뤼세스의 딸 크뤼세이스를 선택했다. 크뤼세스가 딸의 몸값을 들고 아가멤논을 찾아간다. 다들 몸값을 받기를 찬성하지만 아가멤논은 사제를 내쫓는다.

 

크뤼세스는 아폴론의 사제였다. 크뤼세스는 아폴론에게 딸을 되돌려줄 것을 간청하고 그리스인들이 눈물 값을 치르게 하소서하고 기도한다. 그러자 아폴론이 그리스 쪽으로 9일 동안 신의 화살을 쏘아대니 그리스인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당장 대책회의가 소집된다. 다들 크뤼세이스를 크뤼세로 돌려보내자고 하자, 아가멤논은 빈정이 상한다.

 

그래? 좋아. 내 여자 내놓을게. 대신 니들 여자를 날 줘. 난 왕이니까. 음핫핫

 

이 말에 그리스 연합군 최고 전사인 아킬레우스가 빡 돈다.

 

감히 내가 사랑하는 브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이걸 죽여 버려하고는 아킬레우스가 칼을 뽑으려는 찰나 아테나 여신이 아킬레우스를 달랜다. 이 모욕을 참으면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여신의 말에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을 죽이지 못하고 사랑하는 브리세이스를 내주고는 바닷가에 앉아 펑펑 울며 엄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신세한탄을 한다.

 

엄마, 아가멤논이 내 여자를 뺏어갔어. ~~”

그런 나쁜 놈을 봤나. 알았어, 엄마가 아가멤논 혼내줄게. . 울지 마, 에고 귀여운 내 새끼.”

 

크뤼세이스가 딸을 돌려받자 아폴론도 더 이상 그리스 쪽으로 화살을 쏘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전쟁이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다 꺼진 도화선에 또 다시 불을 지핀 건 테티스의 치맛바람 때문이다.

테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부탁한다.

 

아카이오이족(그리스인)이 우리 애(아킬레우스)를 존중하기 전까지는

트로이아인들이 이기게 해주세요, ?”

 

제우스는 헤라에게 눈치가 보여 한때 사랑하던 테티스를 얼른 쫓아낸다.

 

알았어, 알았어. 우리 마누라 보면 난리난다. 의처증인가봐, 얼른 가.”

진짜죠?”

알았다니까.”

 

제우스는 어떻게 할까 잠을 설치며 궁리를 하다 아가멤논의 꿈에 거짓된 환상을 심어준다.

 

이제야말로 트로이아를 함락할 때가 왔도다.’

 

아가멤논은 꿈에서 깨자마자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다. 그런데, 트로이아를 공략하자고 외치던 아가멤논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홀 때문인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각자 고향 땅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아가멤논의 말에 연합군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들 귀향준비를 서두른다. 전쟁은 무슨!

 

이대로라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헤라와 아테나가 개입한다. 헤라랑 아테나가 왜? 이 두 여신이 개입한 이유는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과 관련되어 있다.

 

이해를 위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우스와 포세이돈 둘 다 테티스를 좋아했다. 테티스는 자신과 결혼하면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강력한 신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자, 제우스와 포세이돈 둘 다 겁을 집어 먹고 물러난다. ‘그럼, 형이 ’, ‘아니, 동생이

 

겁에 질린 제우스는 비겁하게 테티스를 인간과 결혼시키려고 하고, 심통이 난 테티스는 죽어도 인간이랑은 결혼 안 할려고 물, , 짐승으로 변신하면서 버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레우스는 지고지순하게 테티스에게 구애해 결국 둘이 결혼을 하게 되는데.......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아들이 바로 아킬레우스다)

 

이 결혼식에 에리스 여신이 초대를 못 받는다. 에리스. 불화의 여신. ‘감히 나를 초대 안 해가만있을 순 없다. 에리스는 결혼식 잔칫상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여진 사과를 던져놓는다.

 

어머, 이거 내거잖아하고 달려든 세 여신이 있었으니,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였다.

세 여신은 인간 중에 가장 미남인 파리스에게 심판받기로 하고 파리스를 찾아간다. 세 여신은 몰래 파리스에게 선물을 약속 한다. 헤라는 아시아에 대한 통치권,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절세미인을 주겠다고 파리스를 꼬신다.

 

파리스는 누구에게 사과를 줬을까. 당연히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준 절세미인이 바로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다. 헤라와 아테나 입장에선 파리스가 죽도로 미웠다. 근데 이 파리스가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었던 것.

손 안대고 코풀 기회를 놓칠쏘냐.

 

아테나는 오딧세우스에게 말한다.

어머, 헬레네 때문에 그렇게 그리스인들이 죽어 나가고, 헬레네를 다시 찾을 생각도 안 하고 고향으로 도망치다니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오딧세우스의 일장 연설에 그리스 연합군은 곧장 트로이아로 진격하고 바야흐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삐쳐서 안 간다.

 

여기까지가 24권 중 1,2권까지의 내용이다. 3권부터 24권까지는 안 읽어도 상관없다.

불안하다면 9, 16, 19, 20, 22, 24권을 읽으시길.

 

3권부터 24권의 내용은 단순하다.

싸우는 것이다. 죽이고 죽고.

 

전쟁 중 한쪽이 밀릴 때마다 신들이 개입한다. 그리스 측이 밀리자 아가멤논은 브리세이스를 돌려주고 재물을 미끼로 아킬레우스에게 사절을 보내지만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뾰로퉁이다. 그리스 군이 거의 전멸할 무렵 아킬레우스의 시종인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에게 간청하여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갖추고 전투에 출정한다. 그러나, 헥토르에 의해 죽는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트로이아와 그리스는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사랑하는 파트로클로스가 죽자 아킬레우스가 또 엉엉 운다.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 테티스가 또 다시 바람을 가르며 아킬레우스에게 달려온다.

 

엄마, 싸우러 나가고 싶은데 옷이 없어요. 엉엉~~”

알았어. , 울지 마. 엄마가 옷 만들어다 주께.”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제작해주자 드디어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참전한다. 신들은 애초부터 전쟁에 관여하더니 이제는 아예 양편으로 갈라져 자기들 끼리 싸운다. 결국 아테나의 도움으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를 죽인다.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몸값을 대신해 헥토르의 시신을 되돌려 줄 것을 간청하고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헥토르의 시신을 내준다.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 트로이아로 돌아오며 거대한 서사시가 막을 내린다.

 

(줄거리 상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헥토르의 아내가 헬레네가 아니라는 것이다. 헥토르는 헬레네의 시아주버니다. 헥토르의 아내는 앙드로마케다. 헬레네의 남편인 파리스의 다른 이름은 알렉산드로스다.)

 

어떤 신들이 그리스를 지원하는지 알아두면 <일리아드>는 훨씬 읽기가 수월하다. 포세이돈은 트로이아 왕 라우메돈이 성벽을 쌓아 준 보수를 주지 않아 삐쳐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 편에 가담한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라의 아들인 헤파이스토스, 이들이 그리스 편이고 나머지 신들은 거의 트로이아 편이다. 표로 정리 해볼까.

 

 

트로이아

그리스 (아카이이오족, 다나오스 족)

프리아모스 (아들 파리스)

아가멤논 (동생 메넬라오스)

중요 인물

헥토르 (프리아모스 아들)

아킬레우스 (테티스의 아들)

아폴론, 아레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크산토스, 등등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파이스토스

주요 인물

아이네이아스(아프로디테의 아들), 사르페돈(제우스의 아들), 글라우코스

오딧세우스, 파트로클로스, 디오메데스, 안틸로코스, 네스토르, 메리오네스, 아이아스 ,이도메네우스

 

 

마리오네트 인간


낮과 밤이 엇갈리는 장기판 위에

하나님이 놀며 두는 힘없는 말들,

이리저리 옮기면서 장군 멍군 찾다가

하나씩 죽어서는 골방으로 들어가네.

 

- 오마르 하이얌, <루바이야트> 중에서


<일리아드>에서 인간들은 신들의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에 불과하다. 신들은 콜로세움의 상좌에 앉아 노예들의 결투를 즐기는 황제마냥 올림포스 위에 앉아 인간들의 전쟁을 관전한다. 이 당시 <일리아드>는 귀족들, 혹은 왕 앞에서만 불려졌다. 귀족들과 왕은 영웅들과 혹은 더 나아가 신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도 <일리아드>와 구조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가진 자들은 고층의 타워 팰리스 위에 앉아 고급 와인을 마시며 창밖의 노예들을 내려다본다. 우리 노예들은 돈 몇 푼 더 벌자고 서로가 서로를 죽고 죽이며 살아가지 않던가.

 

비유법 : 동물과 자연

 

<일리아드>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21세기 전의 작품이고 <길가메시 서사시>를 제외하면 전승된 인류 최초의 작품인지라 비유법을 유심히 살펴봤다. 역자인 천병희씨도 똑같은 궁금증을 품었나 보다. 작품해설에 호메로스의 비유법을 언급한다.

 

비유법은 주로 전쟁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였다. 역자의 말처럼 크게 동물과 자연의 힘에 대한 비유법이 많다. 자연의 힘은 홍수, 파도, 폭풍 등이 자주 등장한다. 동물들은 주로 사냥에 관계한 비유로 멧돼지, 사자, 사슴, 독수리, , 파리 등이 주로 등장한다.

 

동물들의 비유 중 기억할 만한 구절이 있다.

 

그것은 높이 나는 독수리로, 백성들의 앞을 지나 왼쪽으로 날았는데, 발톱에는 아직도 살아서 버둥대는 크고 시뻘건 뱀을 차고 있었다. 그러나 뱀은 결코 전의를 잃지 않고 머리를 뒤로 틀더니 자기를 움켜잡고 있는 독수리의 목 바로 옆 가슴을 깨물었다. 그러자 독수리가 고통을 참다못해 뱀을 땅에 내던져 무리들 한가운데로 떨어뜨리고는 소리 내어 울며 바람의 입김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12p357

 

이 장면을 보고 폴뤼다마스가 불길한 징조라고 헥토르에게 말한다. 헥토르가 대답한다.

 

나는 새 같은 것은 개의치도 아랑곳하지도 않소.

그것들이 새벽과 태양을 향해 오른쪽으로 날든

아니면 침침한 어둠을 향해 왼쪽으로 날든

, 우리는 위대한 제우스의 조언을 따릅시다!

그분이야말로 모든 인간들과 불사신들을 다스리니까요

 

이 뱀을 물고 가는 독수리를 어디서 본 기억이 나지 않는지.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비유다.

정확히 어느 부분이었는지 찾아봐야겠다.

 

, 이제 고전 읽기의 다음 타자는 <오딧세이아>.

 

밑줄 친 문장

 

p417. 이렇게 말하고 그녀(아프로디테)는 가슴에서 다채롭게 수놓은 띠(케스토스 히마스) 를 풀었다. 그 안에 그녀의 모든 매력이 들어 있으니, 그 안에는 곧 애정과 욕망과 아무리 현명한 자의 마음도 호리는 사랑의 밀어와 설득이 들어 있었다.

 

p514. “저런, 가련한 것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너희를 어쩌자고 우리가 필멸의 펠레우스 왕에게 주었던고? 불행한 인간들 사이에서 고통받게 하기 위함이었던가? 대지 위에서 숨쉬며 기어다니는 만물 중에서도 진실로 인간보다 비참한 것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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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3-1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만에 완주하시다니 대단하셔요 ~
저는 로마제국쇠망사는 몇 년째 읽고 있는지 모릅니다. ㅜㅜ

시이소오 2016-03-15 08:58   좋아요 0 | URL
ㅋㅋ 그거 엄청 길자놔요? 붉은 돼지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alummii 2016-03-15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대단하세요^^

시이소오 2016-03-15 09:11   좋아요 1 | URL
잘 하셨어요. 저도 선언만 안했어도 포기했을 거에요^^ 가끔씩은 포기가 올바른 선택일 수도 있지요 ㅋ ^^

2016-03-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고문 읽다가 치워버렸는데, 역시 경계선이었네요 그 대목이.

시이소오 2016-03-15 10:55   좋아요 1 | URL
ㅋㅋ 잘하셨어요 ^^

cyrus 2016-03-1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제목에 `꼬꼬고`는 무슨 뜻인가요?

시이소오 2016-03-15 17:41   좋아요 1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전읽기의 줄임말입니다. 클리프턴 패디먼이 정리한 평생독서 계획 순서대로 리뷰를 쓰려구요^^

cyrus 2016-03-15 17:4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정말 책을 더 가까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시이소오 2016-03-15 17:48   좋아요 0 | URL
2년동안 안 읽어도 그만인 책들을 너무 많이 읽었더라구요. 올해부턴 고전위주로 독서할 계획입니다. 격려 감사해요^^

cyrus 2016-03-15 17:50   좋아요 0 | URL
`2년동안`이라면 군 복무를 하셨나요? 왠지 익숙한 문장이라서 여쭤봅니다. ^^;;

시이소오 2016-03-15 17:52   좋아요 0 | URL
아, 네이버 책 블로그 한 게 이달로 2년이 되거든요. 군대 갔다온지 한참됐죠 ^^

cssct 2016-03-1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읽기를 시도해보려는데 벌써 두렵네요ㅎ

시이소오 2016-03-16 13:39   좋아요 0 | URL
재밌는 고전 작품도 많답니다^^
 

p11. 지금부터 길가메시의 행적을 알리노라. 그는 모든 것을 알았고, 세상 모든 나라를 알았던 왕이다. 슬기로왔으며, 신비로운 사실을 보았고, 신들만 알던 비밀을 알아내었고, 홍수 전에 있었던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었도다.

 

p12. 신들은 길가메시를 창조할 때 그에게 완전한 육체를 주었으니, 즉 위대한 태양의 신 샤마시(Shamash)는 그에게 아름다움을 주었고 폭풍의 신 아닷(Adad)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그 외의 많은 신들이 그에게 거대한 들소처럼 강한 힘을 주어 보통 사람들을 능가하게 하였도다. 3분의 2는 신이요, 3분의 1은 인간으로 만들었도다.

 

주석1. 길가메시. 닌순과 제사장 쿨랍 사이에서 태어났다. 홍수 이후 제 5대 왕으로 우룩을 통치하였고, 위대한 건축가와 사자의 심판관으로 유명하다.

 

주석2. 샤마시. 수메르에서는 우투(Utu)라고 하며 태양을 의미한다. 수메르인들에겐 최고 심판관이며 법률을 준 신으로 여겨진다. 셈족들에겐 빛나는 전승자이며 지혜의 신으로서 신(Sin)의 아들이나 그의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시타르의 오빠이자 남편인데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날카로운 으로도 표현된다. 이 시에서 샤마시는 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단지 태양을 지칭하기도 한다.

 

p13. 그는 우룩(Uruk)에 담들과 거대한 성벽을 쌓았노라. 그리고 대지의 신 아누(Anu)와 사랑의 여신 이시타르(Ishtar)를 위해 아름다운 에아나(Eanna)의 신전을 세웠노라.

 

주석3. 아닷. 폭풍과 폭우의 신. 날씨의 신.

주석4. 우룩, 성경에서는 에렉(Erech)이라 하여 현재의 와르카(Warka)로 화라와 우르 사이에 위치함. 아누와 이시타르의 신전이 있던 곳이다. 전통적으로 키시의 적대국이 되어 왔으며 홍수 이후 다섯 번째 왕인 길가메시가 다스린 곳이다.

 

주석5. 아누. 수메르에서는 안(An)이라고 불린다. 신들의 아버지이며 대지의 신으로 가장 높은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 의하면 태초에 바다 속에서 하늘(An)과 땅(Ki)으로 이루어진 우주적 신이 태어났다. 그런데 엔릴이 그들을 떼어놓고 은 하늘을, ‘엔릴은 땅을 차지한다. 아누는 점점 뒤쪽으로 은퇴한다.

 

주석6. 이시타르. 수메르에서는 이난나(Inanna)로 불린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 전쟁의 여신으로도 불리며 하늘의 여왕 노릇을 한다. 아누의 딸로서 자기의 신전이 있는 우룩의 수호신이다.

 

p17. “길가메시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종을 울린다. 그의 방자함은 밤낮으로 끝이 없구나. 그가 아이들까지 모두 빼앗아 가니 아들이 아버지 곁에 남아 있질 못한다. 왕은 그 백성들의 목자여야 하건만 군인의 딸이건, 대신의 아내이건 가리지 않고 빼앗아 자기의 색욕을 만족시키니 처녀들이 애인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바로 슬기롭고, 관대하고, 단호한 도시의 목자란다. ”

 

p18. 아누가 백성들의 호소를 들었을 때, 신들은 창조의 여신 아루루(Aruru)에게 부탁하였다.

! 아루루여, 그대가 그를 창조하였으니 이제 그의 짝을 만들라.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그의 두 번째 자아가 되게 하라. 폭풍 같은 가슴엔 폭풍 같은 가슴으로 맞서게 하라. 그들이 서로 만족하여 우룩을 조용하게 두도록.”

 

그리하여 여신은 마음속에 한 형상을 그렸다. 그것은 고집불통 아누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물 속에 손을 담가 진흙을 움켜내어 광야에 뿌리니 거기에서 위대한 엔키두(Enkidu)가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전쟁의 신 니누르타(Ninurta)의 거친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거친 몸뚱이에 여자처럼 긴 머리칼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긴 머리칼을 곡식의 여신 니사바(Nisaba)의 머리칼처럼 흘러내렸다. 온몸은 목축의 신 사무칸(Samuqan)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한 털로 덮여 있었다. 그는 순진한 인간이었다. 문명의 세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주석. 아루루. 창조의 여신. 아누의 형상을 따라 진흙으로 엔키두를 창조했다.

 

주석. 엔키투. 창조의 여신 아루루에 의해 천신 아누의 본질과 형상을 본따고 ,전쟁 신 니누르타의 성격을 모방하여 진흙으로 만들어졌다. 길가메시의 동료로서 자연인의 난폭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후에는 동물의 수호자 또는 수호신으로 여겨진다.

 

주석. 니누르타. 닝기르수의 나중 이름. 투사이며 전쟁의 신이다. 전령자, 남풍의 신, 우물과 관계의 신이기도 하다. 한 시에 의하면 그는 지하 세계의 사나운 파도를 막고 여러 괴물을 정복한 것으로 되어 있다.

 

p21. 사냥꾼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저기 그가 내려오고 있다. 여인이여, 지금 이때다. 가슴을 드러내 놓고 부끄러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라. 그대의 알몸을 그에게 보여 그로 하여금 그대를 소유하게 하라. 그가 가까이 오면 스스로 옷을 벗고 그와 함께 누워라. 저 야만인을 그대의 솜씨로 가르쳐라. 그로 하여금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만들어 지금까지 숲에서 함께 살던 그의 동물들이 그를 꺼리도록 만들어라.”

 

p22. 그녀는 여인의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여섯 낮과 일곱 밤을 그들은 함께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싫증이 났다. 그는 다시 동물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양들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그를 보자 뛰어나갔다. 그도 같이 뛰어가려 했으나 그의 몸은 마치 끈으로 묶어 놓은 것 같았고, 뛰려는 순간 무릎을 삐고 말았다. 그의 날램도 사라져버렸다. 동물들은 모두 도망가고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왜냐하면 이제 그의 머릿속엔 지혜가 자리잡게 되었고 가슴속엔 인간의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다, 여인이여, 나를 그 신전으로, 이시타르와 아누의 집으로, 길가메시가 백성을 다스리는 그곳으로 데려다 다오. 그와 힘을 겨루어 보겠다. 그리고 우룩에 가서 큰 소리로 내가 제일 강하다! 나는 옛 질서를 바꾸려고 이곳에 왔노라, 나는 숲에서 태어났다, 나는 모든 자 중의 제일 강한 자로다!’라고 외치리라.”

 

p23. 그는 당신보다 강해요. 그러니 당신은 자만을 버리세요. 위대한 태양의 신 샤마시가 그를 돌보고 있답니다. 하늘에 사는 아누, 엔릴(Enlil), 그리고 지혜의 신 에아(Ea)가 그에게 심오한 통찰력을 주었지요. 당신이 숲을 떠나기 이전에 이미 길가메시는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꿈속에서 보았을 거예요.

 

주석. 엔릴. , 대기와 바람, 궁극적인 영혼의 신으로 아누를 축출하였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서 그는 하늘과 땅의 결합으로부터 태어나는데 이 둘을 갈라놓고 그는 땅을 차지한다. 후에 최고의 신으로 대접받으며 니푸르의 수호신이다.

 

주석. 에아. 수메르에서는 엔키(Enki)라고 불린다. 잔잔한 파도와 지혜의 신. 예술을 사랑하며 인간을 창조한 신 중의 하나로서, 언제나 인간 편에 선다. 그의 신전은 에리두에 있는데, 그곳 깊숙한 곳에 살고 있다. 그의 족보는 불분명하나 아누의 자손으로 추측된다.

 

p24. 그때 길가메시는 그의 어머니이며 슬기로운 신 중의 하나인 닌순(Ninsun)에게 꿈 이야기를 하러 올라갔다.

 

p25.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진 이 별 네가 일으키려 애썼으나 너무 무거웠고, 또 옮기려 했을 때 꼼짝하지 않았으며, 이제 내 앞에 가져온 이 별은, 내가 너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는 너를 자극하고 충동하여 너는 마치 여자에게 끌리듯 그에게 빠질 것이다.

 

어머니, 그런데 두 번째 꿈을 또 꾸었어요. 튼튼한 우룩의 성벽 위에 도끼 한 자루가 놓여 있었어요. 그 모양이 신기해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그것을 보고 저도 기뻐했죠. 저는 엎드려 공손히 허리를 굽혔어요. 마치 여인을 다루듯 소중히 그것을 주워 제 옆구리에 찼어요.

 

여인의 사랑처럼 너를 매혹시킨 그 도끼는 내가 네게 주는 동료다. 그는 하늘의 신들 같은 강한 힘을 지니고 네게 올 것이다. 그는 위험에 직면한 친구를 구해줄 용감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p26. 엔키두, 이 빵을 먹어 봐요. 생명을 지탱해 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술도 마셔봐요. 그게 이곳의 풍습이랍니다.

 

그는 결국 배부르도록 먹고 독한 술을 일곱 잔이나 마셨다. 그러자 기분이 유쾌해지며 가슴이 벅차 오르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기 몸에 났던 곱슬곱슬한 털들을 싹 밀어버리고 기름을 발랐다. 드디어 엔키두는 한 남자가 되었다.

 

p27. 나는 길가메시가 백성들을 억누르는 그곳에 가서 그에게 도전하겠다. 그리고 우룩에서 나는 옛 질서를 바꾸러 왔노라! 가장 센 자가 여기 왔노라!’고 큰 소리로 외치리라.

 

p34. 나는 운명이 결정한 대로, 내 이름을 돌 위에 새기지 않았다. 나는 향나무가 가득찬 곳으로 가겠다. 그리고 유명한 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내 이름을 새길 작정이다. 누구의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을 위해 기념탑을 세우겠다. 땅위에 악이 있으므로 우리는 숲으로 들어가 악을 물리칠 것이다. 그 숲 속엔 거대Hugeness’란 이름을 가진 난폭한 거인 훔바바(Humbaba)가 살고 있다.

 

주석. 훔바바. 후와와huwawa라고도 불린다. 향나무 숲의 산지기로 길가메시에게 대항해 싸우다가 길가메시와 엔키두에게 살해당한다. 신적인 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아나톨리아, 엘람, 시리아의 신으로도 불려진다.

 

p35. 하늘에 오를 자가 어디 있느냐? 오직 신들만이 영광의 샤마시와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수명은 셈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가진 것은 바람과 같은 것이다.

 

p36. 나는 그 땅에 가고자 합니다. , 샤마시여, 나는 기필코 갈 것입니다. 간구하오니 내 영혼을 평온케 하시고 나를 우룩의 항구까지 무사히 돌아오게 하소서.

 

거룩한 샤마시가 응답하였다. “길가메시야, 그대는 강하다. 그런데 생명의 나라가 그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 샤마시여, 내 말을 들으소서. 내 말을 들으소서, 샤마시여,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여기 이 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충격을 받고 죽어가며 실망 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성벽 너머 강물 위에 시체들이 더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 운명도 그러할 것입니다. 실로 모든 것이 그러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하늘에 닿을 수는 없으며,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지구를 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고로 나는 그 땅에 가려고 합니다. 나는 그 땅에 가서 향나무를 자르겠습니다. 유명한 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내 이름을 새기렵니다. 그리고 어느 인간의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을 위해 기념탑을 세우겠습니다. “

 

! 훔바바의 땅을 빼앗으려는 이 여행은 긴 것입니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샤마시여, 당신은 어찌하여 내 마음을 움직여, 이 일을 이루겠다는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주셨습니까? 당신이 돕지 않으신다면 어찌 이룰 수 있겠습니까?

 

p37. 길가메시를 돕도록 같은 어머니에게서 난 아들들을 산속 동굴에 숨겨 놓았다. 북풍과 돌풍, 폭풍과 삭풍, 태풍과 열풍 등 강렬한 바람들을 약속하였다. 이것들은 독사 같고, 용 같고 타오르는 불길 같고,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뱀 같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홍수와 번개창같이 막강한 것들이었다.

 

p38. 길가메시를 위해서는 특별히 영웅들의 힘이란 도끼와 안샨(Anshan)의 활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무장했다.

 

p40. “, 샤마시여, 어찌하여 당신은 내 아들 길가메시에게 그칠 줄 모르는 열정을 주셨습니까? 왜 그에게 그런 것을 주셨습니까? 당신이 그를 충동질 해 이제 그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낯선 길을 가며, 예기치 않은 싸움을 치르며,

 

훔바바의 땅으로 긴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러니 그가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향나무 숲에 도착하여 그가 당신이 싫어하는 훔바바를 죽여 악한 것들을 물리치기까지 그를 잊지 마소서. 그리고 당신의 사랑스런 애인 새벽 아야(Aya)로 하여금 당신을 항상 일깨우게 하시고, 낮이 다하였을 때에는 그에게 밤의 보호자를 주시어 그를 해치는 자가 없게 하소서.”

 

p42. “샤마시가 당신께 마음의 열정을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 입으로 말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당신 눈으로 보실 수 있기를 빕니다. 포장된 길이 당신께 열려지고 당신의 발이 디딜 길이 환히 열리길 빕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에 산들이 열리고 밤은 당신께 밤의 축복을 주며 당신의 수호 신루굴반다(Lugulbanda)가 승리를 위해 당신 곁에 항상 계시기를 바랍니다.

 

p46. 훔바바가 멀리서 이 소리를 듣고 진노하여 외쳤다. “어느 놈이 내 숲 속에 들어와 향나무를 베느냐!” 그러자 위대한 샤마시가 하늘에서 그들을 격려하였다.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주석. 닝갈Ningal. 달신(Moon God)의 아내이며 태양의 어머니.

 

P48. 몸을 입고 태어난 피조물은 모두 언젠가 서쪽으로 가는 배를 탈 것이고 마길룸(Magilum)의 배가 떠나면 그들도 떠날 것이다.

 

p49. “, 위대하신 샤마시여, 저는 당신께서 지시한 길을 따라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돕지 않으신다면 나는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p50. “나의 어머니 닌순의 생명을 걸고, 나의 아버지 루굴반다의 생명을 걸고, 이 땅, 샘영의 나라에서 네 집을 찾아내었다. 비록 내 팔이 약하고 무기도 보잘것없지만 너에게 대항하러 이곳에 왔다. 이제 네 집에 쳐들어가리라.”

p51. “아무리 강한 자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면 쓰러지고 맙니다. 모든 인간들을 똑같이 괴롭히는 악한 운명 남타르(Namtar)가 그에게 덮칠 것입니다. 슬피 울며 애걸하는 새를 자기 보금자리로, 포로를 자기 어머니의 품속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당신은 당신을 낳아 주신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

 

주석. 남타르. 운명. 나쁜 의미에서의 운명을 뜻한다. 지하 세계의 악마나 에레시키갈의 심부름꾼, 혹은 수석 부하로 묘사되기도 한다. 질병과 고통을 가져다 준다.

 

p52. 주석. 아눈나키Anunnaki) 보통 지하 세계의 신들을 말하는데 죽은 자들과 아누의 자손들을 심판한다.

 

엔릴은 훔바바의 머리를 보자 화를 냈다.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이후로 너희 얼굴 위엔 불이 사라지지 않으리라. 너희가 먹을 빵을 그것이 먼저 먹어 치울 것이며, 너희가 마실 물을 그것이 먼저 마셔버릴 것이다.”

 

그러면서 엔릴은 훔바바에게 주었던 일곱 광채와 화염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첫 번째 것을 강에게 주고, 사자에게 , 재앙의 바위에게, 산에게, 지옥의 공주에게 주었다.

p57. 그때 거룩한 이시타르가 왕관을 쓰고 있는 길가메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를 유혹하였다. “길가메시, 내게로 오세요, 내 신랑이 되어 주세요. 당신 육체의 씨앗을 내게 허락하시고 나를 당신의 신부로 삼고, 내 남편이 되어 주세요. 당신께 금 바퀴와 구리 뿔이 달린, 유리와 금으로 만든 마차를 드리고 또한 강한 폭풍의 용사들을 당신의 전위대로 드리겠습니다.

 

향나무 향기 그윽한 제 집에 들어오시면 왕좌와 제단이 당신 발에 입맞출 것입니다. 왕들과 통치자들과 왕자들이 당신 앞에서 절할 것입니다. 그들은 곳곳에서 공물을 가지고 와 당신께 바칠 것입니다. 당신의 양은 쌍둥이를 낳고, 염소는 세 쌍둥이를 낳을 것이며, 당신의 짐을 나르는 노새는 어느 당나귀보다 빠르고, 당신의 황소에게는 어느 무엇도 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마차를 끄는 말들은 그 빠르기로 먼 곳에까지 이름을 날릴 것입니다. ”

 

P58. 그러나 당신이 내 아내가 되는 것 그것만은 사양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나와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마치 얼음 속에 있는 연기 나는 화로같이, 돌풍도 폭풍도 막아내지 못하는 거적문같이, 요새를 파괴하는 성벽같이, 짐꾼을 검게 만드는 역청같이, 이고 가는 사람을 온통 물로 적셔 놓은 물주머니같이, 난간에서 떨어지는 돌같이, 적이 아닌 아군을 향해 돌진해 오는 대포같이,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신발같이 당신의 애인들을 골탕 먹였습니다.

 

한 남자를 끝까지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소유한 목자들 중 어느 누가 항상 당신을 즐겁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애인들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보십시오. 당신이 젊었을 때 탐무즈(Tammuz)란 애인이 있었지요. 날이 갈수록 당신은 그를 허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당신은 영롱한 빛깔을 가진 롤러 카나리아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를 쳐 날개를 부러뜨려 놓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새장에 갇혀, ‘카피, 카피, 내 날개, 내 날개!’하고 울고 있습니다.

 

또 놀라울 정도로 센 힘을 지닌 사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을 그를 입곱 개의 구덩이에 가두어 넣고도 구덩이 일곱 개를 더 팠습니다. 또 전장에서 용맹을 떨친 종마를 사랑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를 박차와 가죽끈으로 매어 채찍으로 치며 7리그나 강제로 걷게 하고 진흙탕으로 데려가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 실릴리를 울게 만들었지요. 당신은 양치는 목동도 한때 사랑했었지요. 그는 당신을 위해 매일 어린 양을 죽여 고기 과자를 만들어 주었지만, 당신은 그를 쳐서 승냥이로 만들어 목동들이 그를 멀리 쫒아 버리고 그의 양떼도 그를 몰라보고 도망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당신은 당신 아버지 소유의 종려나무 숲 관리인 이슐라나(Ishullana)도 사랑했었지요. 그는 언제나 대추야자 열매를 가득 담아 당신 식탁에 놓아 주었는데 당신은 그에게 눈을 돌려 사랑하는 이슐라나, 어서 이리 오세요. 나는 당신의 남성다움을 좋아해요. 어서 오세요. 나를 가지세요. 나는 당신의 것이랍니다하고 말했지요. ....당신은 그를 쳐서 눈먼 두더지로 만들어 땅 속 깊은 곳에 가두고 어떤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주석. 탐무즈. 수메르에서는 두무지라고 불린다. 곡물의 신. 악카디아 시에서는 이시타르가 남편 탐무즈를 찾아 지하 세계로 내려간다. 그러나 셈족의 시에서는 이난나(이시타르)가 자기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두무지를 지하 세계에 볼모로 잡혀 있게 한 것으로 되어 있다.

 

p60. 이시타르는 이 말을 듣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는 아버지 아누와 어머니 안툼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주석. 하늘 황소(Bull of Heaven) 이시타르를 위해 아누가 창조해 낸 가뭄의 인격화.

 

p66. “, 여인아! 네게 저주를 내리노라! 이 저주는 영원토록 네게 임하리라. 내 저주는 갑작스런 순간에 네게 내려지리라. 너는 지붕 없는 집에서 몸을 팔아야 하리라. ....주정뱅이가 토해 놓은 토사물 속에서 네 몸을 팔아야 하리라. 네가 번 것은 도공의 손에 쥔 흙덩이처럼 될 것이고, 네가 훔친 것들의 쓰레기 속으로 사라지리라.

 

너는 길거리에서 일하는 도공의 일터 먼지 속에 앉아 슬퍼하리라. 밤에는 똥더미 위에 잠자리를 펴고 낮에는 담벼락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야 하리라. 네 발은 가시와 나뭇조각으로 찢어지고 네 뺨은 취기와 갈증으로 쭈그러지며 네 입은 고통을 토해 내리라.

 

p67. 어젯밤에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하늘이 진동하고 그에 응답해 땅이 진동하는 사이에 사람도 아니고 새도 아닌 음흉한 얼굴을 한 괴물이 내 앞에 나타났어요. 그는 자기가 할 일을 내게 일러 주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흡혈귀와 같았고, 사자 다리에 독수리 발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 덮여 내 머릿속에 발톱을 깊숙이 박고 나를 숨이 막히게 꽉 움켜 쥐었습니다. 그는 내 팔이 날개가 되도록 내 모습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노려보더니 지하 세계의 여왕 이르칼라Irkalla의 궁전으로 데려갔습니다.

 

주석. 이르칼라. 에레시키칼의 다른 이름. 지하 세계의 여왕.

 

p68. 지난날 언젠가 세상을 지배하며 왕관을 썼던 적이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아누나 엔릴 같은 신들의 자리에 있던 자들이 이제는 먼지의 집에서 구운 고기를 나르는 종들처럼, 음식과 물주머니에서 물을 따르는 종들처럼 서 있었습니다. 먼지의 집엔 제사장과 그 조수들, 마술사와 무당들도 있었습니다. 또 신전에서 일하던 자들과 언젠가 독수리가 하늘로 데려간 키시(Kish)의 왕 에타나(Etana)도 있었습니다. 양떼의 신사 무칸과 지하 세계의 여왕 에레시키칼도 보았습니다. 벨릿셰리(Belit-Sheri)가 그녀 앞에 자리잡고 앉아 있더군요.

 

그녀는 신들의 말을 기록하며 사자의 명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가 명부를 읽다 그 중 하나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이 자를 데려온 게 누구요그 순간 나는 피가 말라버리도록 가시덤불이 깔린 광야를 헤맨 사람처럼, 사형 집행리에게 붙잡힌 사람처럼 공포를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주석. 에타나. 홍수 이후 키시를 통치했다는 설화적인 임금. 한 설화에서 그는 독수리의 등에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에레시키칼. 지하 세계의 여왕이며, 페르세폰의 짝. 한때는 하늘의 여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메르 우주 발생 설화에서는 하늘과 땅이 갈라진 뒤 지하로 내려간 것으로 되어 있다.

 

벨릿셰리. 지하 세계 신들의 서기관 겸 조수.

 

p69. 이 꿈은 아무리 강한 자라도 언젠가 그에게 닥쳐올 비극을 암시해 주고 있다. 삶의 최후는 슬픈 것이다.

 

p70. 우룩의 위대한 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는 내 친구 엔키두를 위해 통곡하노라.

여인이 곡을 하듯 슬픔에 젖어

내 형제를 위해 우노라.

, 나의 형제 엔키두

그대는 나의 편, 나의 도끼였다.

내 손의 힘이었고, 내 허리띠의 칼이었다.

내 앞의 방패였고

위대한 갑옷, 내 가장 아끼는 예복이었다.

악한 운명이 내게서 그대를 훔쳐갔다.

 

(중략)

 

우리가 함께 거닐던 둑을 따라 흐르는 강도

그대를 위해 울고 있다.

엘람의 울라도 사랑스런 유프라테스도,

언젠가 거기서 우린 물주머니에 물을 채웠지.

우리가 올라가 파수꾼을 벤 그 산도

그대를 위해 울고 있다.

 

(중략)

 

지금 그대를 붙잡고 있는 이 잠은 무엇인가?

그대, 암흑 속으로 사라져

내 말은 듣지도 못하는 구나.

 

p73. 새벽, 첫 햇살이 퍼질 때 길가메시는 일어나 외쳤다.

내 그대를 궁중의 침대에 눕게 하였고, 왼팔이 되어 나를 돕게 하였으며 온 땅의 왕자들이 그대 발에 입맞추게 하였다. 내 그대를 위해 온 백성으로 하여금 울며 장송곡을 부르게 하리라. 기쁨을 즐기던 자들은 슬퍼할 것이며, 그대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날 나도 그대를 위해 머리를 풀리라. 사자의 가죽을 입고 광야를 방황하리라.”

 

이레 낮과 이레 밤을, 벌레가 엔키두의 몸을 파먹을 때까지 그를 위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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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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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는 박정희같은 연쇄 강간범이었다. 우룩의 다섯 번째 왕이었던 길가메시는 군인의 딸이건, 대신의 아내건 가리지 않고빼앗아 겁탈한다. 대한민국 5대, 6대, 7대, 8대, 9대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역시 남편이 있건 없건, 나이가 어리건 적건(30대건, 20대건,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따르면 10대까지), 수 백명의 여성들을 강간했다. ‘대통령이니까 여자 수 백명쯤이야 강간해도 되는 거 아냐, 나랑 내 가족만 안 당하면 되지하고 한국 국민들은 우습게 넘겼지만 우룩의 백성들은 신에게 호소했다.

 

이런 색마 새끼가 왕입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파렴치한 길가메시는 도살자 박정희와 달리 백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왕이 되었을까?

 

 

블로그 이웃들에게 클리프턴 패디먼이 선별한 <평생 독서 계획> 수록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기로 말씀드렸다. 되도록 페디먼이 정리한 순서대로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이른바 꼬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전읽기의 약자입니다.) 꼬꼬고 그 첫 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는 현존하는 호모 사피엔스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기원전 3000년 경,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작품으로 <일리아드>보다 거의 2000년 앞서 쓰여 졌다. <길가메시>에 비하면 <일리아드>는 문학이라기보다는 애들 소꿉장난이다.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와 그의 시종인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다분히 <길가메시>적이다. (길가메시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엔키두를 연상시킨다.) <일리아드>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의 순간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반면 엔키두의 시신 앞에서 칠일 밤낮을 울부짖는 길가메시의 비탄 앞에선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진다.

 

왜냐하면 영화에 비유하자면 <일리아드>의 파트로클로스는 거의 단역급인 반면, 엔키두는 길가메시와 함께 투 톱’, 거의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죽기 전 까진)

 

문장 또한 비교가 안 된다. <일리아드>누가 누굴 죽이고만 반복하기에 여념이 없다. <길가메시>의 문장을 읽다보면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분명 <길가메시>를 읽었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영구 불변하는 것은 없다. 영원히 남아 있을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약속을 언제까지고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형제들이 유산을 나누어 가진 후 영원히 자기 것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강이 홍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껍질을 벗고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잠자리의 요정뿐이다. ......잠든 자와 죽은 자, 그것은 얼마나 비슷한가! 그것들은 색칠한 죽음과 같다...”

 

- <길가메시 서사시>, P90

 

이건 셰익스피어가 아닌가!

 

<일리아드>엔 동물, 자연에 빗댄 천편일률적인 비유들만 넘쳐난다. 반면 <길가메시>에는 감탄할만한 문장, 비유들로 넘쳐난다. <일리아드>가 똑같은 패턴으로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면 <길가메시>는 흥미진진하다.

 

엔키두가 죽은 이후의 <길가메시><오딧세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일리아드><오딧세이아><길가메시>가 잉태한 자식들이다. 플로베르의 말처럼 서양 문학이 <일리아드> 아니면 <오딧세이아>’라면 서양 문학의 원류는 <길가메시>.

 

 

도로 줄거리로 돌아오면,.

 

백성들의 호소에 아누신은 아루루신에게 부탁한다. 아루루신은 길가메시와 똑같은 두 번째 자아엔키두를 만든다. 엔키두는 동물들과 함께 자연에서 만족스레 살아간다. 엔키두를 두려워한 사냥꾼은 창녀를 불러와 그를 유혹하게 한다. 여자를 체험한 엔키두는 동물들에게 돌아가지만 동물들은 이제 그를 보고 도망친다. 엔키두는 창녀의 설득에 길가메시가 통치하는 대도시 우룩을 향해 길을 떠난다.

 

길가메시가 결혼식장에서 난봉을 부린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엔키두는 달려가 그와 결투를 벌인다. 길가메시와의 싸움이 끝나자 엔키두에겐 난폭한 성질이 사라진다. 이후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엔키두가 안일함에 젖어있자 길가메시는 생명의 나라로 가기 위해 악을 무찌르자며 훔바바와 대결하기로 작정한다. 집정관이나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길가메시는 샤마시에게 기도를 드리고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와 대결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오랜 여행 끝에,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숲의 수호자인 훔바바를 처치한다. 길가메시의 늠름한 풍채에 반한 이시타르 여신이 그에게 구혼한다. 길가메시는 그녀가 사랑한 것들의 비극을 상키시키며 구혼을 거절한다. 모욕감을 느낀 이시타르 여신은 아난 신에게 부탁하여 하늘 황소를 우룩에 보내 젊은이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협력하여 하늘 황소의 목을 댕강, 딴다.

 

신들은 옥신각신 끝에 엔키두의 목숨을 거둬들이기로 결정한다. 엔키두가 병으로 죽자,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그리워하다 비탄에 빠져 울며불며 광야를 헤매고 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진 길가메시는 머나먼 곳이라 불리는 우투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길가메시는 술 만드는 여인 시두리의 도움으로 우투나피시팀의 뱃사공인 우루샤나비를 찾아가 우트나피시팀을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한다. 우투나피시팀을 만난 길가메시는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또한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다.

 

우투나피시팀은 신들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주었으나 죽음의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다시 한번 어떻게 우투나피시팀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엔릴은 인간들의 반란을 참지 못해 인류를 심판하기로 결정했다. 에아(엔키)는 우투나피시팀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어 모든 생명의 종자를 실으라고 말한다. 홍수로 전 인류가 멸망하고 오직 우투나피시팀과 그의 아내만 살아남는다.

 

엔릴은 다른 신들의 원성으로 그와 그의 아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며 축복한다. 이야기를 들은 길가메시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여섯 날과 일곱 밤을 잠자리 않고 견디려 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칠일 동안 잠에 빠진다.

 

할 수없이 길가메시는 우투나피시팀에 의해 쫓겨난 사공 우르샤나비와 함께 우룩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우투나피시팀은 선물로 길가메시에게 신들의 비밀을 알려준다. 바다 밑에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 식물이 손을 찌르거든 그 식물을 꺽으라고 충고한다. 우투나피시팀은 그 식물에겐 젊음을 잃은 사람에게 다시 젊음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이 있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그 식물을 손에 넣고 기뻐한다. 그러나, 그가 목욕하는 사이 뱀이 식물을 가로채 도망친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길가메시는 우룩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과연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을까. 삶의 덧없음을 깨달은 길가메시는 백성들에게 관대하고 태양 앞에 떳떳한 왕이 된다. 악을 정복한 그는 결국 운명의 날에 죽음을 맞고, ‘피와 살을 가진모든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5,000년 전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 길을 떠나 맨손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호모사피엔스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어느 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2050년 경이면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죽지 않는 인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길가메시>2의 자아혹은 페르소나(엔키두)가 죽고 나서야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한편, 한국의 도살자는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연쇄강간범으로 죽고 만다.

 

<길가메시>의 백성들이 길가메시가 행한 선을 후대에까지 칭송한 것과 달리 한국의 피와 살과 생각을 가진’ ‘모든시민들은 도살자가 저지른 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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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강요 2016-03-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한국의 ‘피와 살’ 은 가졌으나 ‘생각’ 은 가지지 못한 불쌍한 시민들은 도살자의 악행을
잊었나 봅니다ㅠ

2016-03-15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글이 호부호형을 허하시는 바람에...^^;
도살자를 도살자라...^^;

시이소오 2016-03-15 07:50   좋아요 0 | URL
ㅋ 지조가 있으시네요. 깊이에의 강요님 댓글이 아침 댓바람부터 달리다니 오늘 좋은일이 생길듯한 예감. ^^

굿모닝입니다. 꽃 피듯 활기찬 하루 되소서^^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하루 되세요~~^^

2016-11-08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6-30 15:25   좋아요 0 | URL
혹 변희재씬가요? 만일 그렇다면 잠이나 쳐 자시길
 

넷째 밤. 우리에게는 보인다. 중세 해석자 혁명을 넘어

 

p191. 12세기 중세 해석자 혁명에 참가한 법학자, 신학자 들이 이미 자신과 자신의 시대를 근대라 불렀습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확실히 그들은 근대적인 법 시스템의 창시자이므로 꼭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르장드르가 만약 지금 뭔가가 끝나려 하고 있다면 그것은 중세다라고, 다소 미소 섞인, 그러나 충분히 신랄한 아이러니를 담아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p192. 사람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베케트가 말하는 낡은 나사의 새로운 회전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은 뭔가의 계속이고, 뭔가를 계속하는 일입니다. 그걸로 충분하겠지요.

 

p193. 우리가 통상 근대라 부르는 시대의 모든 것, 근대법이나 근대 정치제도뿐만이 아니라 근대국가, 근대 철학 그리고 근대의 대학, 근대과학, 문학을 포함한 학문은 여기에 연원을 갖습니다. 여기에 혁명이 있습니다. 이를 교황 혁명 또는 중세 해석자 혁명이라 부릅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는 최초의 근대 법’, 당시의 호칭으로 하면 새로운 법jus novum’을 낳는 운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르장드르가 단순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다고 한 부분과 그 에피소드에 머무르지 않은 혁명의 본질부분을 나눠서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지금까지 사용해온 두 가지 호칭을 억지로 각각에 할당하겠습니다. 전자를 교황혁명’, 후자를 중세해석자 혁명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p195. 보름스협약으로 교황이 성직자를 서임할 권리를 되찾았다는 표면적인 의의밖에 보지 않는다면, 왜 이것이 혁명인지는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일반적인 고등학교 세계사 자료집에도 실려 있는, 힌트가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보름스협약을 승인하기 위해 250년이 넘은 세월을 거쳐 공의회가 부활했습니다. 새롭게 소집된 제 1차 라테라노 공의회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근대 의회의 기원이었습니다.

 

p196. 11세기 말 피사의 도서관 구석에서 한 무더기의 책이 발견됩니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입니다. 즉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명령에 따라 법학자 트리보니아누스가 편찬한 <로마법>대전 전 50권이 발견된 것입니다. ...6세기부터 11세기 말까지 600년 가까이 완전한 망각에 묻혀 있었습니다. 사라졌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찾아내 들고 읽었습니다.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믿기 힘든 노력을 아낌없이 투입하였지요.

 

그들은 읽었습니다. 읽어버린 이상 고쳐 읽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쳐 읽은 이상 고쳐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읽은 것은 굽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쓰기 시작해야만 합니다. 반복합니다. 그것이, 그것만이 혁명의 본체입니다.

 

p197. 앞에서 말한대로 여기서 새로운 법이 성립합니다. 그것은 쓰였습니다. 물론 교회법뿐만 아니라 이 혁명에 자극받아 세속법, 예컨대 군주법이나 제국법, 봉건법, 장원법, 도시법, 상법 등도 차례로 고쳐 쓰입니다. 그리고 12세기 중반 교회법학자 그라티아누스의 교회법 모순 조항의 해류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라티아누스 교령집>에 그 성과가 집성됩니다. 이리하여 르장드르의 말을 빌리면 혁명은 <그라티아누스 교령집>의 결정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로마법을 주입받아 고쳐 쓰인 교회법의 텍스트는 절대적으로 자기를 갱신하고, 대사되고, 체계를 이루고, 다른 법의 집성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를 중세 해석자 혁명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 혁명의 과실인 새로운 법을 추축으로 한 유럽 전체를 통일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교회가 성립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근대국가의 원형이 되는 겁니다.

 

p202. 피에르 르장드르의 독창적인 사고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즉 그는 국가의 본질을 폭력이나 경제적 이익으로 줄여버리지 않습니다. 국가의 본질이란 재생산 =번식을 보증하는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물질적, 제도적, 상징적 준비를 갖추고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일단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당연하지 않나요. 왜냐하면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으면 단적으로 말해 절멸할 테니까요 이런 것을 저출산 문제라 부르는 것은 문제를 하찮게 만들어 가장 중요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국가의 형식이야 말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하고, 우리가 오랫동안 말해온 의미에서 문학의 혁명에 의해 전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p205. 말하자면 재생산하는 원리, 아이를 낳고 기르는 원리, 계보 원리를 맡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유엔은 계속해서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정부라는 구상은 늘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p207 근대 국가의 원형은 이 중세 해석자 혁명에서 성립한 중세 그리스드교 공동체에 있습니다. 교황이 바로 최초의 주권자입니다.

 

<로마법 대전> 칙법휘찬에 있는 유명한 조문에는 분명히 황제의 권력은 법에서 유래하는 것이고 황제는 법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망각되고 있던 이 법전의 조문은 오랫동안 중세의 위대한 법학자나 신학자에게 전통으로 계승되어 교황[게 해당하는 것으로 논의되어왔습니다. 12세기부터 교황이나 왕이라도 권리상 법을 무시할 수 없고, 사실상 무시하기 힘들어진 것도 이 혁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p211. 12세기 혁명으로 가능해진 실증주의의 영향은 역사학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컨대 이때 다른 분야에서 구별되어 전문적으로 체계화되고 정련되어 강철처럼 강인해진 법학이야말로 유럽의 첫 과학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과학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p212. 중세 해석자 혁명은 혁명의 본체를 드러낸 혁명입니다. 다시 말해 법학자의 텍스트 고쳐 쓰기의 혁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척 담담하고 전혀 극적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신학자, 법학자가 밤낮으로 홀로 책장을 넘기고 사전을 찾고 판례를 조사하여 법문을 고쳐 씁니다. 정말 수수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담담하고 수수한 작업에서 엄청난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줄기차게 이어지는 작업 자체가 바로 혁명입니다. 이것이 바로 12세기 혁명의 위대함이니까요.

 

p213. 이리하여 근대법, 근대국가, 근대주권, 회사, 신탁, 계약, 조합 등 근대자본제의 원형도 이 혁명이 창출해냈습니다. 근대 의회나 선거를 비롯한 근대 정치제도도 말이지요. 어이가 없을 만큼 단순한 것조차 이 혁명의 발명품입니다.

 

p218. 혁명의 담당자는 법학자로서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을 철저하게 읽습니다. 읽고, 다시 읽고, 고쳐 쓰고, 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어학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식자율이 매우 낮은 세계였습니다. 사전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라틴어도, 그리스어도 공부해야 합니다. 게다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법문입니다. 앞으로 적용될 법입니다. 한 자 한 구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상하게 오역하면 사람이 죽습니다. 르장드르는 이것은 문법학자의 혁명이다라고 말합니다.

 

철저하게,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합니다. 절대 오역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미쳐버릴 것만 같은 일이라는 걸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쇄술 같은 것도 없으니까 사본을 만듭니다. 손으로 베껴씁니다. 거기서 또 틀렸다가는 큰 소동이 벌어지니까 이보다 더 철저한 독서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 부분, 읽기 어려운 부분에 주석을 붙입니다. 직역하면 다소 의미가 통하지 않는 부분을 의역하거나 하여 수정합니다. 해석을 조금씩 갱신해갑니다. 현행법으로 적용하는 판례가 쌓여갑니다. 법문과 판례를 대조하여 모순이 없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 또한 철저하게,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점점 두꺼워져 재판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발췌하여 요약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 격언이나 법문, 판례의 발췌 요약본을, 또 이상한 누락이나 날림이 있으면 큰일이니까 다시 자세히 읽으면서 한 번 정리하여 가필하고 편찬하고 제본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련의 페이지 수를 적는 것도 자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손으로 매기지 않으면 안 되고, 또 누락이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이것만으로도 발광할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읽고 쓰고 번역하여 책을 만든다는 것이 대체 얼마나 무리한 일인가에 대해 말해온 우리가 보면 말이지요.

 

그리고 또 색인을 만들어야 합니다.....그것이 바로 12세기 해석자 혁명의 혁명가들이 최초로 한 일입니다. 데이터베이스로서 법문을 검색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이 작업은 짧게 잡아도 거의 100년 가까이 이어집니다. 1세기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실증주의의 탄생, 그 이상의 것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을 통치하는 도구가 정보뿐이게 된 것입니다.

 

르장드르는 얼핏 아주 기묘한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텍스트문서라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라고 말이지요.

 

보통 텍스트라고 하면 쓰인 문서를 말합니다. 문서라는 것은 보통 정보가 쓰여 있습니다.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도구, 정보를 실어 나르는 운반 도구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텍스트란 무엇일까요? 이는 라틴어의 동사 ‘texere’의 수동완료분사 ‘textus’를 어원으로 합니다. 즉 원래 직물 또는 뒤얽힌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고대부터 순서대로 문명, 이야기, 신의 말, 복음서, 본문이라는 의미는 거기에서 나왔습니다.

 

좀 더 확실히 말하자면, 르장드르에게 텍스트라는 것은, 예컨대 흑인의 춤입니다.......그렇다면 이들 액세서리, 각양각색의 복장, 문신, 악기, 음악, 멜로디, 리듬, 가사, 춤의 안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들의 신화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신화를 좀 더 말하자면 을 춤추고 있는 셈입니다.


모리스 블랑쇼가 독서란 묘석과의 열광적인 춤이다라고 말했는데, 그것을 받아들였을 르장드르는 이렇게 하여 그들은 법과 춤추러 찾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독서란 춤이고, 사람은 법과 춤춥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모든 것, 호흡법이나 발성법, 옷이나 장식품이나 소리나 리듬이나 노래, 춤의 안무는 그 자체가 법전이고 성전이며 신화이고 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신체에 법과 신화를 걸친 그들의 행동거지, 힘껏 내밟는 일보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심신에 새기게 한 규칙, , 문장을 소리 내고, 흔들고,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창의를 덧붙이는 것은 무엇일가요? 액세서리의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고, 리듬을 개량하고, 춤의 안무를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말로 하면, 바로 읽고, 고쳐 일고, 쓰고, 고쳐 쓰는, ‘문학행위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은 그대로 그들에게 법적, 규범적, 철학적, 문학적인 사고인 것입니다. 그들은 사고하고, 그들은 읽고, 그들은 쓰고 있습니다. - 깊게, 깊게, 춤을 추면서.

 

p223. 또 한 가지. 르장드르가 들고 있는 예입니다. 전전까지 - 유대인 게토에서 이루어졌던 의례가 있었습니다. 즉 아이들을 모아 눈가리개를 하고 토라, 즉 유대교의 율법 문장에 꿀을 발라놓고 핥게 했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문서에 꿀을 바르고 핥는다고 문서의 내용을 알 턱이 없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은 상당히 소견이 좁은 사람이 됩니다.....이게 효과가 없느냐 하면 굉장히 효과가 있습니다. 당연히 효과가 있지요. 효과가 있을 게 뻔합니다. 왜냐하면 먹어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르장드르에게는 이 모든 것이 텍스트인 것입니다. 시도 노래도 춤도 악기도 리듬도 꿀맛도. 또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인사라든가 행동거지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이런 것이 모두 을 의미하고, ‘을 읽는 것이며, 고쳐 읽는 것이며, 고쳐 쓰는 것이며, 쓰는 것일 수 있습니다.

 

p224. 자신의 신체라는 종이에 신의 행위를 나타내는 춤으로 써도 됩니다. 자신의 혀라는 종이에 신의 말이 스며든 꿀로 써도 됩니다. 무엇에 무엇을 썼다면 그것은 규칙일까요? 이것은 방대한 비전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을 다시 문학이라 부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무엇에 무엇을 써도 그것은 문학인 것입니다.

 

p225. 텍스트는 문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문학은 종이에 쓴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지블릴이 무함마드의 심장을 꺼내 씻어도 그것은 문학입니다. 우리의 텍스트는 넓습니다. 우리의 규칙은 넓습니다. 우리의 우리의 예술은 더욱 넓고 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법은 춤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p233. 정보로서의 법’, ‘폭력’, ‘주권의 삼위일체를 객관적, 중립적, 보편적인 것으로서 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위한 편의야말로 세속화였던 것입니다. 이 삼위일체는 비종교적인 것이고 근대적인 것이고 과학적인 것이고, 따라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므로 만인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이렇게 하여 전 세계에 수출되었습니다. 그것 자체가 식민지화라는 폭력에 의해.

 

르장드르는 세속화를 유럽의 전략 병기’, ‘개종, 정복을 위한 병기라고 말합니다. 신은 죽었다. 우리는 종교에서 이탈했다, 우리 세계는 세속화되어 근본적으로 비종교적이 되었다. - 이런 사고는 타자들의 삶을 짓밟기 위한 무기였던 것입니다.

 

p236. 한 행을 쓸 때 자신은 그것을 정말 믿는 것일까요? 한 행을 지울 때 자신은 그것이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일까요? 믿지 않는다면 고쳐 쓸 수 없지만,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은 믿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과 불신의 이분법은 다 같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거기에 무한한 회색의 투쟁 공간이 출현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습니다. “최후에는 고독한 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혁명의 장소입니다. 혁명의 시간입니다. 이 시공은 끝나지 않습니다. 정의상, 끝날 수 없는 것입니다.

 

p238. , , 연극, 노래, 음악, 회화 등 예술의 놀랄 만한 힘을 억압하기 때문에 그것은 외부에서 회귀하여 우리를 강습합니다. 그 힘은 파시즘 또는 스탈린 주의라는 형태로 놀랄 만큼 무참한 죽음을 강요하게 되었습니다.

 

p241. 이는 푸코가 자기 통치의 문제로 논한 것과 겹칩니다. 시장 안에서 우리는 매일 자신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위해, 효율을 위해, 그것도 하나의 인간을 훈련한다예술 =기예인 것입니다. 푸코는 인간의 제조란 하나의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행동거지, 우리의 언어, 우리의 예의범절,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훈련의 효과고, 그 잔혹한 훈련의 모든 것은 역시 예술에 속하는 뭔가입니다. 우리는 사회에 의해 안무되고있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니체가 <도덕의 계보학>에서 결정적으로 논하고 있는 것입니다.

 

p243. 대체로 예술이란 수태의 예술입니다. ‘잉태된 것concept’을 위한 기예입니다.

p246. 읽어버렸다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줄 알고 있다니요,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은 모르고 있으니까 그렇게 살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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