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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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충격을 예상하고 덤볐지만 설마 이 정도일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시몬 비젠탈이 만난 SS (나치 친위대)군인들은 포로들에게 아무도 살아남아 증언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치는 아우슈비츠 가스실과 화장터를 폭파하고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지만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있었다.

 

나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필요하게잔인했다. 이 책은 경악그 자체다. 그러나, 그건 가해자인 나치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인 포로들 때문이다. 포로들에게 가해지는 첫 모욕, 첫 구타는 SS로부터 온 게 아니다. 수용소안의 다른 포로들로부터 온다. 똑같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포로들로부터. 이곳은 그야말로 지옥이 아닌가.

 

라거(수용소)는 끔찍한 것이면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치와 포로라는 이분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하나의 경계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복잡한 경계선들이 있었다. 일반포로들이 있었고 특권층 포로들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포로, ‘신입’Zugang은 포로들로부터 조롱받고 장난질 당했다. 관리자 포로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바로 주먹을 날린다. 만약 신입이 추릭슐라근, 주먹에 주먹으로 답한다면 특권층 포로protekcja는 신입을 때려죽이거나 죽통에 빠뜨려 익사시킨다.

 

특권층 포로 중 일종의 간수인 카포’kopos, capo가 있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특권을 원한 카포는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처벌이라는 이유로 포로들을 때려 죽였다.

 

존더코만도스’Sonderkommandos라 불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그저 다른 포로들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특권밖에 없었다. SS특수부대라고 불렀던 존더코만도스는 가스실에서 시체를 꺼내고, 턱에서 금니를 뽑고, 여자들 머리카락을 자르고, 시체들을 화장터로 운반하는 일들을 했다. 특수부대는 대부분 유대인으로만 구성되었다. 특수부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첫날 미쳐버리거나 아니면 익숙해지던가 둘 중 하나였다. 레비는 특수부대를 기획하고 조직한 것을 나치의 가장 악마적인 범죄였다고 말한다. 레비의 말처럼 나치는 육체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영혼마저 파괴했다.

 

생존자 존더코만도스인 니즐리는 축구시합 참관에 대해 증언했다. SS(나치 진위대)SK(존더코만도스)의 축구시합. 마치 어느 마을 운동장에서처럼. 마치 너희도 우리와 같다는 듯이

 

특수부대에 편입된 유대인 400명 전원이 존더코만토스를 거부한 채 곧장 독가스로 살해된 경우도 있었다. 특수부대가 주도한 반란도 있었지만 반란에 가담한 450명 전원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해방이후 포로들은 자유를 만끽하기 이전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들은 수 년 동안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의 삶을 강요받았다. 포로들은 라거안에서 배고픔, 추위, 두려움을 느꼈지 생각하지 않았다. 수용소 안에서 자살은 극히 드물었지만 해방이후 포로들 중에 자살을 택한 이들이 많았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장 아메리도, 그리고 레비도 결국 자살했다.) 라거 안에서 자살이 드물었던 원인에 대해 레비는 이렇게 말했다. “자살은 동물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라고.

레비는 이 책을 통해서 라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면서도 침묵한 독일인들을 원망 하고, 불필요하게 잔인했던 SS대원들에 대해 분노하기도 하지만 냉철하게도 라거가 시스템이었음을 간파한다.

 

여기서 잠깐, 몇몇 포로들을 라거 당국과 다양한 규모로 협력하도록 내몬 동기들을 하나하나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인간의 행태에 대해 섣불리 어떤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큰 잘못은 시스템에, 곧 전체주의 국가의 구조 자체에 있음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권력은 어느 정도 통제된 것이든, 찬탈한 것이든, 위로부터 수여받은 것이든, 아래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든, 정당한 자격이 있어서 부여받은 것이든, 공동의 연대로 부여받은 것이든, 아니면 피로써 또는 부로써 부여받은 것이건 간에 인간사회 조직의 모든 형태속에 존재한다.

 

이 책은 그 어떤 호러나 미스터리 소설보다 끔찍하다. 왜냐하면 아우슈비츠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한국사회가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최고의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다. 특권층이었던 카포혹은 존더코만도스들과 같은 최악의 사람들인 친일파는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특권층일가를 이루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포로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데 왜 한국사회 특권층들은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걸까.

 

수치심은 고사하고 갈수록 비열해져만 간다. <주진우기자의 사법 활극>를 보면 한국의 판사, 검사들은 현대판 아우슈비츠의 SS, SK들이다. 육체를 파괴할 수 없기에 그들은 더욱 더 악랄하게 영혼을 파괴한다.

 

다른 사람 대신에, 다른 사람을 희생하여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것일 수도, 그러니까 사실상 죽인 것일 수도 있다.’ 라거의 구조된 자들은 최고의 사람들, 선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메시지의 전달자들이 아니었다. 내가 본 것, 내가 겪은 것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증명해주었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들, 스파이들이 살아남았다.

 

확실한 원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칙이었다. 나는 물론 내가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남들의 눈앞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느꼈다. 최악의 사람들, 즉 적자들이 생존했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SS가 만든 수용소 안에서 우리들은 동료의식으로 서로를 맞이하기 보단 서로의 것을 빼앗고, 다투고, 죽인다. (층간소음 살인사건은 아우슈비츠 라거에 대한 은유다)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함께 수치심을 느꼈다.

세월호의 가라앉은 자들대신에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내가 죽인 것이다.

이곳은 게토다.

 

밑줄 그은 문장


95.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명백한 범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다. 누구의 자리를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구타한 적도 없으며, 어떤 임무를 받아 들인적도 없고, 그 누구의 빵도 훔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각자가 자기 형제의 카인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자기 옆 사람의 자리를 빼앗고 그 사람 대신에 산다는 것은 하나의 상상, 아니 의심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상이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는 것이다. 좀벌레처럼 우리 머릿속 깊숙이 자리 잡고 들어앉아 갉아먹으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97. ‘다른 사람 대신에, 다른 사람을 희생하여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것일 수도, 그러니까 사실상 죽인 것일 수도 있다.’ 라거의 구조된 자들은 최고의 사람들, 선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메시지의 전달자들이 아니었다. 내가 본 것, 내가 겪은 것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증명해주었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들, 스파이들이 살아남았다. 확실한 원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칙이었다. 나는 물론 내가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남들의 눈앞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느꼈다. 최악의 사람들, 즉 적자들이 생존했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99. 또 다른 하늘 아래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노예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온 솔제니친도 그 점에 주목했다.

 

장기 복역자들, 생존자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축하나는 그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두말할 나위 없이 프리두르키pridurki거나 수감생활 대부분의 시간동안 프리두르키였다. 왜냐하면 라거는 절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저 다른 수용소 세계의 언어에서 프리두르키는 어떤 식으로든 특권의 지위를 획득한 포로들로, 우리 쪽에서는 프로미넨테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80. 룸코프스키처럼, 우리 역시 권력과 위신에 현혹되어 우리의 본질적인 나약함을 잊어버린다. 우리 모두 게토 안에 있다는 것을, 게토 주위엔 담벼락이 둘려 있고 그 밖에는 죽음의 주인들이 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자발적이든 아니든 간에 권력과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

 

84. 그들은 인사도 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음울한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입을 봉해버리는, 감히 무어라 할 수 없는 혼란스런 감정이 동정심과 더불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 수치심이었다. 가스실로 보내질 인원 선발이 끝난 뒤, 그리고 매번 모욕을 당하거나 당하는 자리에 있어야 했을 때마다 우리를 가라앉게 만들던 그 수치심, 독일인들은 모르던 수치심,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서 의로운 자가 느끼는 수치심이었다. 그런 잘못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만물이 존재하는 세상 속으로 그것이 돌이킬 수 없이 들어와버렸다는 사실이, 그리고 자신의 선한 의지는 아니었거나 턱없이 부족했고 또 그것을 막는데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사실이 의로운 그를 가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87. 어둠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기 존재의 일부를 박탈당했다는 의식을 되찾고 괴로워했다. 원해서도 무기력해도 아니었고 죄가 있어서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수개월 또는 수년을 동물적인 수준에서 살았다. 우리의 나날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배고픔과 피로와 추위, 두려움으로 채워져 있었고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기 위한 성찰의 자리는 없어졌다.

 

88. 해방 후 일어난 자살의 많은 경우들은 이와 같이 몸을 돌려 위험한 물을 바라보는 데서 기인했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해방은 어쨌든, 반성과 우울함이라는 해일과 함께 찾아온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비에트 수용소들을 포함해서 라거를 연구하는 많은 역사학자들은, 포로생활 도중에 자살이 일어난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에 동일하게 주목했다.

 

특수부대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배 민족인 우리는 너희들의 파괴자이지만, 너희들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없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원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너희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파괴한 것처럼

 

46. 소수 또는 한 사람이 다수에 의해 권력을 행사하는 곳에서 특권은 태어나고, 권력 자체의 의지에 반하면서도 특권은 증식한다. 그러나 한편, 권력이 특권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라거에 국한해서 논하고 있지만 라거는 하나의 실험실로서 족히 바라볼 수 있다. 관리자 포로라는 혼성 계층은 수용소의 골격을 형성하며,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은 주인과 하인의 두 영역을 나누는 동시에 연결하는, 경계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이다.

 

프로텍치아와 협력의 회색지대는 다양한 뿌리로부터 탄생한다.

첫째, 권력층은 그 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그만큼 외부의 조력자가 더 필요해진다. ....노르웨이의 크비슬링, 프랑스의 비시 정부, 바르샤바의 유대인평의회, 살로 공화국, 존더코만도스 등등

 

그들을 묶어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범죄의 짐을 지게 하는 것이고 그들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며 가능한 한 그들을 연루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진짜 주범들과 공범관계로 묶일 것이고,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범죄조직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48. 두 번째는 억압이 거셀수록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기꺼이 권력에 협력하려는 의향이 더욱 더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향은 미묘한 차이들과 다양한 동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포, 이데올로기적 유혹, 승자를 곧이곧대로 모방하는 것, 어떤 권력이건 간에 그것을 향한 근시안적인 욕망, 비겁, 명령이나 규율 자체를 교묘하게 피하려는 철저한 계산에 이르기까지 그 동기는 다양하다.

 

여기서 잠깐, 몇몇 포로들을 라거 당국과 다양한 규모로 협력하도록 내몬 동기들을 하나하나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인간의 행태에 대해 섣불리 어떤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큰 잘못은 시스템에, 곧 전체주의 국가의 구조 자체에 있음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51. 권력은 어느 정도 통제된 것이든, 찬탈한 것이든, 위로부터 수여받은 것이든, 아래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든, 정당한 자격이 있어서 부여받은 것이든, 공동의 연대로 부여받은 것이든, 아니면 피로써 또는 부로써 부여받은 것이건 간에 인간사회 조직의 모든 형태속에 존재한다.

 

52. 그러나 앞서 작업반 카포들에서 보듯,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관리자들이 가졌던 권력은 낮은 계급의 관리자의 권력이라 해도 실질적으로 무제한적인 것이었다. 그들이 충분히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처벌받거나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의미에게 그들의 폭력에 지워진 하한선은 낮았지만 상한선은 업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도 처벌이라는 명목으로 극악무도한 잔혹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1943년 말까지 포로가 카포에게 맞아 죽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모든 권력이 위로부터 내려오고 아래로부터의 통제는 거의 불가능한 전체주의 국가의 위계구조는 보다 작은 규모로, 그러나 확대된 특징들을 보이면서 라거들 내부에서 비슷하게 재현되었다.

 

25. 수십 년이 지나도록 희생자는 고통 속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다시 한 번 그 상처는 치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장 아메리는 벨기에 리지스탕스 운동을 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어 게슈타포에게 고문당한 인물이다. 그가 남긴 글은 우리를 경악에 빠뜨린다.

 

고문당한 사람은 고문에 시달리는 채로 남는다. (...) 고문당한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그를 무로 만들어 버린 데서 오는 혐오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첫 따귀로 이미 금이 가고, 이어지는 고문으로 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

 

그에게 고문은 끝나지 않는 죽음이었다. 아메리, 그는 1978년에 자살했다.

 

26. 슈페어처럼 야심차고 지적인 전문가든 아이히만처럼 광신적인 냉혈한이든, 아니면 트레블링카의 슈팅글이나 아우슈비츠의 회스처럼 근시안적인 관리든, 고문 발명가들인 보거와 카두크처럼 우둔하고 추악한 사람이든, 질문을 받는 사람의 개인적인 성격과는 상괸없이 말이다. 말하는 사람의 정신적, 문화적 수준에 따라 크고 작은 오만함을 보이면서 여려 형태로 표현되는 그 답변들은 본질적으로 모두 똑같은 내용을 말한다. ,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쁜 일을 저질렀다. 내가 받아온 교육과 살아온 환경을 감안했을 때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 내가 하지 않았다면 내 대신 다른 사람이 더욱 엄하게 했을 것이다, 등과 같은 답변이다.

 

30. “우리는 절대적 복종과 위계질서와 민족주의에 맞게 교육되었다. 우리는 슬로건에 흠뻑 젖어 있었고 의례와 시위에 도취되어 있었다. 우리 민족에 유익한 것이 유일한 정의이며 대장의 말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배웠. 도대체 우리에게서 뭘 바라는가?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우리와 같았던 모든 사람들의 것과는 다른 행동을 우리에게 어떻게 기대한단 말인가? 우리는 부지런한 집행자였고 그런 부지런함 덕분에 칭찬받고 진급했다. 결정은 우리가 내린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자라난 체제는 자율적인 결정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렸고 다른 식으로는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정하는 능력을 거세당했기 때문이다. 결정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금지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것에 무능력해져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책임이 없으며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순전히 그들의 후안무치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근대적인 전체주의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압력은 무시무시하다. 그 무기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이다. 교육, 지도, 대중문화로 위장한 프로파간다 또는 직접적인 프로파간다, 정보의 다원주의에 반하는 봉쇄, 그리고 테러가 바로 그것이다.

 

 

22. 이 책은 아직까지도 분명치 않아 보이는 라거 현상의 몇가지 양상들을 밝히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보다 야심찬 목적도 있다. 좀 더 급박한 질문, 우리의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노예 제도나 결투 의식이 그랬던 것처럼, 수용소 세계는 어디까지 사멸했으며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어디까지 되돌아왔거나 되돌아오고 있는가, 위협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적어도 이러한 위협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들 각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역사가의 작업, 즉 근원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작업을 할 의도는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거의 전적으로 나치의 라거들을 다루는 데 국한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에 대해서만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읽은 책들과 들은 이야기, 그리고 내가 초기에 쓴 두 책의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라거들에 관하여 충분한 간접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지금 집필을 하는 이 순간까지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사, 굴락의 수치, 불필요하고 피비린내 나는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의 대학살, 아르헨티나의 실종자들, 그리고 그 후 우리가 목도한 잔인하고도 어리석은 수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치 수용소의 체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유일무이한 것이다. 다른 그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그토록 예기치 못한, 그토록 복잡다단한 현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기술적 정교함과 광신, 잔인함이 그토록 짧은 시간내에 그토록 명석하게 조합되어 그렇게 수많은 인명이 절멸된 적은 없었다.

 

41. 그러나 입소한 수용소에서 목격한 놀라운 광경은 그들에게 뜻밖의 충격을 던져 주었다. 자신이 내던져진 세계는 물론 끔찍한 것이었지만 또한 해독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 세계는 그 어떤 모델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고, 적은 주변에도 있었지만 내부에도 있었다. “우리라는 말은 그 경계를 잃었고, 대립하는 자들이 두편으로 나뉜 게 아니었다. 하나의 경계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복잡한 경계선들, 곧 우리들 각자의 사이에 하나씩 놓인 수많은 경계선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불행을 함께하는 동료들의 연대감을 기대하면서 수용소에 입소했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라던 동맹은 없었다. 반면에 수천 개의 봉인된 단자들만이 있을 뿐이었고 이 단자들 사이에는 필사적이고 은밀하고 지속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2015.7.1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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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0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2-10 08:47   좋아요 1 | URL
`긍정`보다 비판적 사유가 더 필요한거겠죠?
감사합니다^^
 
강희대제 10 - 얼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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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황자인 윤상은 넷째 황자 윤진과 함께 황하를 시찰하던 중 장오가를 만난다. 아역들이 장오가를 포함한 소금밀매꾼을 체포해 아문으로 데려간다. 청렴하기로 소문난 현령 시세륜은 소금밀매꾼들에게 소금을 들고 달려보라고 하고는 소금장수들을 전부 놓아준다. 사실 그들의 소금밀매라는 것은 호구지책으로 소꿉놀이에 불과할 뿐이고 소금 유통을 방해하는 큰 도둑은 돈과 권력으로 뭉친 염도(소금 정책 담당 관리)와 소금장수들이었다.

 

유명한 학자인 방포는 친구의 책에 서문을 써주었다, 책에 청나라를 비방하는 대목이 있다는 이유로 조정에서 보낸 연갱요에게 체포된다. 사실 방포는 소금장수들과 죽이 맞은 전 현령을 쫓아냈다. 소금장수들은 여덟째 황자인 윤사에게 줄을 대 방포를 체포한 것. 윤사는 대내외적으로 24명 중의 황자 중 학문이나 인품 면으로 단연 최고의 황자로 인정받았다.

 

윤진과 윤상은 북행길에 오르던 중 강하진에 숙식하기로 한다. 그런데 강하진은 그 흔한 주막없이 진 하나가 통째로 유팔녀라는 자의 소유였다. 두 황자는 유팔녀의 하인에게 부탁해 하룻밤 신세를 진다. 그곳에서 두 황자는 위기에 처한 아란이란 노래하는 여자를 구해준다.

 

 

강희는 장부와는 달리 국고에 천 냥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희는 윤상을 호부로 보내 국고를 채우라 명한다. 신임 호부로 시세륜이 임명된다.

 

황태자 윤잉은 궁녀인 정춘화와 통정을 나눈다. 추석맞이 잔치에서 강희 앞에서 국고 환수 건으로 열째 황자인 윤아가 윤상과 치고 박고 싸운다. 대신들과 마찬가지로 황태자와 황자들도 국고에서 빌린 빚이 있었고 윤아는 윤상과 시세륜이 너무 가혹하게 빚을 환수한다며 강희에게 호소한다. 윤아는 빚을 못 갚겠다고 버티고 이에 여덟째 황자인 윤사가 윤아 대신 빚을 갚는다.

 

한편 윤상은 예전에 구해준 아란을 또 다시 만나 그녀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어 한다.

윤상은 윤진의 도움으로 만든 전적 문서를 아란에게 건네주나(만주족과 한족은 결혼할 수 없었다) 아란은 윤상의 구애를 거절한다. 윤상은 기둥서방격인 임백안과 아란의 몸값을 흥정하지만 아란은 한사코 거부한다.

 

시위와 대신들을 데리고 암행을 하던 중 강희는 채시구에 있는 사형장에 다다른다. 동국유와 마제가 사형집행을 중지시킨다. 사형당할 구운생의 나이는 예순이 넘었으나 구운생을 자처하며 사형을 기다리는 남자는 젊은이였던 것. 이 당시에는 재백압(돈과 권세가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쓴다는 의미)이 비일비재했다. 구운생이라는 자는 소금장수 장오가였다. 장오가의 아버지가 구운생에게 볼모로 붙잡혀있어 장오가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없이 구운생 대신 사형장에 끌려 나왔다. 강희는 장오가를 보군통령아문에 있는 선박영 휘하로 보낸다.

 

장오가 사건을 해결하라는 성지를 받고 윤사가 형부로 들어간다. 돈 받고 범인을 바꿔치기 한 주동자는 임백안이었다. 그러나, 임백안에게 약점이 잡힌 윤사는 함부로 임백안의 죄를 추궁할 입장이 아니었다. 임백안은 게다가 백관행술이라는 비밀 문서를 만들어 보관중이었다. ‘백관행술은 임백안이 보고 들은 관리들의 온갖 부정부패가 기록된 문서였다.

 

호부의 국고 환수 문제는 결국 흐지부지 돼버렸다. 시세륜이나 우명당은 강희의 배려로 안전지대로 옮겨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호부의 하급관리들은 이리저리 난타를 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호부상서로 새로 부임한 아령아는 아예 국고를 활짝 열어 버린다.

 

장오가는 운좋게 호위에 선발된다. 수렵대회에서 강희를 호위하던 장호가는 악륜대의 부당한 처사에 참다 참다 분개한다. 악륜대는 장오가를 욕하면서 조봉춘이나 무단에 대한 폭언을 서슴치 않는다. 그걸 본 강희는 악륜대가 태자의 처지가 이전 같지 않다고 생각해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짐작하고는 악륜대를 경질시킨다.

 

수렵대회에서 윤아는 아홉째의 도움으로 일등을 차지하나 윤상이 이의를 제기하고 두 황자는 또 다시 다툼을 벌인다.

 

강희는 냉향정의 장춘화를 찾아간다. 강희는 장춘화가 한 남자와 통정함을 알게 된다. 강희는 그 남자가 태자라는 사실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밑줄 그은 문장

 


 

 

 

 

 

 

 

 

p 229. "나는 64괘 중에서 제일 길한 점괘가 태괘라고 알고 있어. 그런데 선생은 어째서 불길하다고 하는 거지?"
오사도가 즉각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이것은 태자전하의 운명을 점치는 점괘입니다. 때문에 나라와 백성들의 운명을 점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태자전하는 화의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 불길이 극성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그것은 최상을 뜻하는 ‘태’를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서로운 이 글자를 원합니다. 그러나 최고봉에 오르고 나면 허탈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내려가는 일밖에는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 속에는 화가 숨어 있습니다. 또 화에는 복이 깃들어 있습니다. 흉이 극에 달하면 길한 일이 생깁니다. 더불이 길이 최고조에 오르면 나쁜 일이 생깁니다. 이는 <역경>에서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p319. "우주의 ‘우’는 상하사방을 의미하옵니다. 유한한 공간을 뜻하옵니다. 또 ‘주’는 왕고래금을 의미하옵니다. 무한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옵니다. 이 손자는 육합지중에 몸을 두고 성도가 이뤄지는 때에 머무르고 있사옵니다. 위로는 황은을 우러르고, 아래로는 은총을 받고 있사옵니다. 손자의 모든 것은 군주에게서 왔사옵니다. 공의와 사정 역시 모두 그런 생각 속에 있지 않겠사옵니까!"
홍력의 말에 강희의 눈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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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한국은 없다 -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 보고서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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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경제학자란다. 신자유주의 찬양론자가 이제 와 위기를 논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역겹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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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9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2-09 14:38   좋아요 1 | URL
저런 사람들이 학자랍시고 떠들고 다니는걸 보면 울화통이 터저여^^
 
강희대제 9 - 얼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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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후는 강희의 남순을 준비하기 위해 강녕에서 위동정을 만난다. 위동정은 행궁이 절 근처에 지어지는 점에 대해 갈례를 의심한다. 목자후는 사감매와 함께 비로호 선산으로 잠입한다. 이 절에서는 벌써 다섯 명의 스님이 원적에 들어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목자후는 절이 양기륭의 소굴임을 간파하고 절에서 숙식한다. 목자후를 감시하기 위해 우일사가 따라다닌다. 어느날 우일사가 목자후를 공격하지만 청풍도사의 도움을 받는다. 청풍도사는 다름 아닌 넷째였다. 양기륭 수하의 각원은 죄인들을 데려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는 백성들에겐 원적이라 떠벌렸다. 양기륭의 수하들에게 목자후와 청풍도사가 붙잡힐 위기일발의 찰나에 위동정 부대가 당도한다.

 

목자후는 양기륭을 잡아 갈례 총독과 대면시킨다. 위동정은 갈례와 색액도가 주삼태자와 반란을 모의했음을 의심하나 사건을 양기륭 선에서 수습하기로 한다.

 

강희23, 강희는 남순에 나선다. 강희는 남가춘래라는 가게에서 구걸하는 여자아이에게 음식을 내준다. 여자아이는 불량배들에게 음식을 빼앗기자 황하에 몸을 던진다. 사람들이 구경만 할 뿐 여자아이를 구하려 하지 않자, 진황이 배를 몰아 간신히 아이를 건져낸다.

 

강희는 여자아이가 홍승주의 외손녀였기에 마을에서 천대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희는 여자이이를 명주의 아들인 성덕과 맺어준다.

 

강희는 한류씨의 아들 한춘화의 집을 방문한다. 한류씨의 집으로 유철성이 두목인 도적떼가 들이닥친다. 한류씨는 유철성을 어릴 때 헤어진 동생인 것처럼 속여 위기를 모면하고 강희는 유철성을 등용하여 비양고 밑으로 보낸다.

 

강희는 효릉을 참배하려 왔다 오차우가 입적한 절이 근처에 있음을 명주로부터 전해 듣는다. 강희가 영곡사에 기거할 때 우성룡은 명주의 죄상을 낱낱이 고해바친다. 강희는 국정의 안정을 위해 명주를 벌하지 않기로 한다. 강희는 공자의 묘에 효릉에서처럼 삼궤구고의 대례를 올린 후 북경으로 환양한다.

 

소마라고 역시 입적한다. 태황태후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황궁에 강희를 해치려는 암해와 모반이 일어났음을 실토하고 강희에게 각별히 주의를 시킨다.

 

명주의 생일날 곽수가 들어와 명주에 대한 탄핵 상주문을 읽는다. 대신들이 강희를 접견하러 가나 강희는 생일 이라는 이유로 명주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다음날 황태자들과 응사리 등이 명주의 재산을 조사하는 황명을 집행한다. 명주의 집이 수색 당하고 명주에게 뇌물을 준 대신들에게 속속 체포령이 떨어진다. 근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색액도가 러시아에서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하고 북경으로 돌아온 사이 조정의 신하들은 거의 물갈이가 돼있었다. 강희는 삼군을 이끌고 갈이단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한다. 러시아와 괴이심 왕 탁색도는 갈이단에게 협력하지 않는다. 강희는 오란포통 전투에서 갈이단을 격퇴한다.

 

비양고는 갈이단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대포를 옮기려 하나 색액도의 반대에 부딪혀 10문만 옮기는 것으로 합의한다. 강희는 색액도에게 군량미 조달 임무를 맡기고 직접 갈이단을 추격한다. 군량미가 떨어져 청군이 고생할 즈음 연갱요는 갈이단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강희에게 전한다. 또한 연갱요는 군량미를 제때에 보내지 않은 갈례를 죽였다고 강희에게 보고한다.

 

강희가 북경으로 돌아와 근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강희는 진황을 사면하려고 하지만 진황 역시 죽고 만다. 근보와 진황이 수 십년 동안 이룩한 치수사업은 치수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열의만 앞선 우성룡에 의해 헛수고가 되고 만다.

 

진황이 죽자 아수는 삭발 수행을 떠난다.

천하는 안정되어 태평성세를 이루었으나

황궁 내에 황자를 중심으로 불화의 씨앗은 커져만 간다.

 

밑줄 그은 문장

 

p113. 당나라 명황(현종)은 처음에는 영명했으나 나중에는 흐리멍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개원의 치를 열어 번창의 길을 걸었으나 나중에 천보지란을 맞았습니다...옛말에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는 말이 있습니다.

 

p126. 충신은 나라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 국록을 먹는 사람으로서 얼마간의 양심만 있다면 은 별로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것이야. 하지만 까지 겸한 사람은 얼마 없어. 대세의 흐름에 따른 맥을 정확히 짚을 줄 알고 작은 울타리가 아닌 전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네. 여기에 긴 안목을 가지고 눈앞의 불이익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귀해.

 

p135. 시작이 좋은 사람은 그 끝에 신중해야 한다. 가까운 것을 얻으려면 먼 곳을 챙겨야 한다.

 

p314. 활은 부러지고 날개는 꺽였구나. 가족과 친구들은 돌아서고 병사들은 흩어졌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전투에서 진 것이 아니다. - 갈이단 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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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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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불능의 탐미주의자이자 강박적인 도덕주의자

수전 손택은 이렇게 말했다.

 

지성적이라는 건, 내게는 어떤 일을 더 잘하는것 같은 게 아니다.

그건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저자는 손택이 윌리엄 워즈우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서정담시> 서문에서 워즈워스는 시인의 역할을 인간에게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것이며 이러한 과업은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며 인간의 천성적이고 벌거벗은 품위에 바치는 경의라고 정의하고, 그 원칙을 현실로 바꾸는 건 사랑의 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가볍고 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작가의 말처럼 손택에게선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느껴진다.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만일 손택이 섹시하다면 어쩌면 그녀가 존경한 앤 카슨의 글이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에로스가 연인의 마음속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앎이 사상가의 정신 속에서 작용하는 방식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택은 롤랑바르트에 대한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포옹이며, 포옹을 받는 것이다. 모든 사유는 손을 뻗어 내미는 사유다.”

 

 

그녀의 제자인 조너선 쿳은 그리움의 아카이브라는 손택의 서재에서의 인터뷰를 책으로 펴냈다.

 

손택을 한마디로 뭐라 불러야 할까.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평론가, 연극 연출가, 영화감독 기타등등. 그녀는 지금 여기의 삶에 정주하려하지 않았다. 삶이란 자기 확장의 모색이며

지금과 다른, 더 나은, 더 고귀하고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기획이다. 삶이란 도약이고 위험이고 위협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글을 쓴다.

 

그녀가 원하는 삶이란 세계 속에 현존하는 삶이다. 세계 속에 현존한다는 것은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은 세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소명이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으로 위안 받고자 할 때 손택은 타인의 고통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포탄이 떨어지는 사라예보의 전쟁터 한 복판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했었다.

 

수전 손택의 말을 읽는 다는 건

우리가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다.


밀줄 그은 문장 

 

 

당신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양상의 전부와 과거의 우리 모습 모두가 문학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들이 사라진다면 역사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요. 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책들은 또한 우리에게 자기 초월의 모델을 제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피로 생각할 뿐입니다. ‘현실의 일상적 세계에서 탈피해 상상의 세계, 책들의 세계로 도망가는 출구라고요. 책들은 단연 그 이상입니다.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 지금 있는 곳에, 자기 삶 에 자기 자신과 동시에 존재하면서 자신을 포함한세계에 온전한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입니다. 사람은 세계가 아니고 세계는 사람과 동일하지 않지만, 사람은 그 안에 존재하고 그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지요. 그게 바로 작가의 일입니다. 작가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여요.

 

저는 머릿속에 모든 게 다 있다는 유아론적인 관념에 반대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그 속에 있든 없든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정말로 있어요.

 

나는 항상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책임을 지는 쪽을 선호합니다. 나 자신을 희생자로 보는 게 정말 싫어요. 차라리 뭐랄까, 내가 이 사랑과 사랑에 빠지기를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개새끼였어, 이렇게 말하는 게 나아요. 그건 내가 한선택이었으니까요. 더욱이 다른 사람을 탓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남을 바꾸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게 훨씬 쉽거든요.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것과 늙어서 할 수 있는 것 역시 자의적이고 그다지 근거가 없습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과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죠. 사람들은 늘 이런 말을 해요. “, 그런 건 난 못해. 난 예순이거든, 너무 늙었어.” 아니면 그런 건 못해. 난 스무 살이야. 너무 젊단 말이야.” 어째서죠? 누가 그렇대요?

 

저는 라이히의 사상 중에 딱 하나가 심리학과 심리 치료에 기가 막힌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바로 성격 무장이라는 개념과, 감정이 체내에서 성충동에 대한 반감과 경직으로 축적된다는 생각이에요. 그 점에 있어서는 라이히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인간 본성의 악마적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섹슈얼리티를 그저 막연히 멋진 것으로만 상정했다고 봐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성은 언제나 매우 어두운 곳이고 악마성이 공연을 하는 극장입니다.

 

....그래서 인간 역사를 통틀어 성이 그토록 많은 규제를 받아왔던 거겠죠. 제 생각에는 어째서 이런 억압의 문제가 있어왔는지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관점을 거꾸로 돌려서, 대부분의 사회가 상당 수준 성을 억압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실제로 성이 얼마나 통제 불능으로 치달아 완전히 파괴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제 말은 산다는 건 일종의 공격이에요. 세계 안에서 움직이다 보면 온갖 차원에서 공격과 연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인이 점유할 수 없는 공간을 점유하고 걸을 때마다 식물군, 동물군, 작은 생물들을 짓밟게 되죠. 그러니까 삶의 리듬의 일환으로서 정상적인 공격이라는 게 있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현대에 고유한 형태의 공격성이 특히 고조되는 측면이 카메라의 활용으로 상징되는 것 같아요.

 

난 사진들을 사랑해요. 사진을 찍지는 않지만 보고, 사랑하고, 수집하고, 도 사진에 매료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뜨거운 애정을 품고 향유했던 관심사지요. 사진에 대해 글을 쓰는 작업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사진이 이 사회의 모든 복잡성과 모순과 모호성들을 투영하는 중심적 활동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호성이나 모순이나 복잡성은 사진의 본질이며 또한 우리가 사유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사진을 찍고 보는 활동이 그 모든 모순을 아우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 모든 모순과 모호성들이 그렇게 깊숙이 박혀 있는 다른 활동은 생각조차 나지 않아요. 그래서 <사진에 관하여>20쎄기에 선진 산업 소비사회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한 가지 사례연구인 셈이죠.

 

모더니즘이나 아방가르드 또는 실험주의에서 제 흥미를 끌었던 상당수가, 또는 그냥 제가 보기에 좋은 글쓰기라는 건 은유의 정화예요. 쓸데없는 걸 다 벗어던진 적나라한 특질 때문에 저는 베케트와 카프카에게 매력을 느껴요. 그리고 지금보다는 옛날에 훨씬 더 사모했던 로브그리예 같은 프랑스 소설가들의 경우에됴, 제 마음을 끌었던 건 그들의 기획, 즉 은유를 담지 않겠다는 그 발상이었어요,

 

.....은유는 사유에 핵심적이지만 쓸 때는 은유를 믿으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허구라는 걸 알아야 하죠. 아니, 필수적인 허구가 아닐 수도 있어요. 은유를 품지 않은 사유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죠. 그러나 바로 그런 사실이 그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주는 거예요. 내 마음을 끄는 건 항상 그런 회의주의를 표현하면서 은유를 넘어 깨끗하고 투명한 무언가로 나아가는 담론이에요.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면 0도의 글쓰기죠.

 

누가 질병은 저주다라고 말한다면, 전 그걸 일종의 사유의 붕괴라고 봐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소정의 태도에 가둬버리는 수단이란 말이에요. 제게 있어 지적인 기획이라면 기실 비평이에요. 심오한 의미로서의 비평이요. 사유를 하려면 은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새로운 은유 구축에 연루되잖아요. 그렇지만 적어도 물려받은 은유에 대해서는 비판적이고 회의적이라야 합니다. 그래야 사유를 막는 더께들을 깨끗하게 씻고 공기를 들이고 닫힌 문들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죠.

 

전 진실을 허위의 부정으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언제나 저는 뭔가 다른 게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제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걸 발견하죠. 세계는 기본적으로 허위로 가득 차 있고, 진실은 언제나 허위를 거부할 때 빚어지는 것이죠. 진실은 어떤 면에서 몹시 공허하지만, 이미 허위를 모두 떨쳐낸 환상적인 해방이에요.

 

제가 받는 느낌은, 사유가 감정의 한 양식이며 감정이 사유의 한 양식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하는 일은 책이나 영화라는 결과물을 낳지요. 이러한 대상들은 저 자신이 아니지만 무언가를 받아쓴 사본입니다......사람들은 보통 그런 작업이 순전히 지적인 과정일 거라 상상합니다. 하지만 제 작업의 대다수는 이성만큼이나 육감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요. 사랑이 이해를 전제로 깔고 들어가지는 않아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온갖 생각과 판단에 연루되는 일이죠. 바로 그런 겁니다. 육체의 욕망, 욕정의 지적인 구조가 있단 말이에요.

 

누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봐요. “길은 반듯하다”. , 그렇다 쳐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길은 노끈처럼 똑바르다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이 두 발언 사이에는 어질어질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어요. 저의 심오한 일부는 길은 똑바르다라는 말 이상은 필요하지도 않고 그 이상의 말은 해서도 안 된다고, 그 외에는 모두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느껴요. 그렇지만 갈수록 길은 노끈처럼 똑바르다라고 말하는 글쓰기에서 더 큰 쾌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정말이지 그 둘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이 문제가 날 괴롭히네요.

 

짎병에 대한 제 저서에서도 어떤 면에서 예술과 삶이 하나로 어우러진다고 봅니다. 아주 강렬한 경험의 소산이니까요. 그 두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졌으면 하고 바라 마지않는 곳은 제 소설인데,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실린 단편들을 교정보다가 그 글들이 제게 작가가 아니라 독자로서 볼 때 공통의 테마를 가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어요. 자기 초월을 향한 모색, 지금과 다른, 더 나은, 더 고귀하고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기획이라는 주제였죠. 사람이 욕망하고 영예롭게 여기는 것은 무엇이든 예술이나 명언이나 목표 또는 이상의 자질을 갖게 되고, 그리하여 윤리적인 성격을 띤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얘기죠.

 

누군가 피카소에게 왜 여행을 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피카소는 절대 여행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지 않았거든요. 스페인에서 파리로 갔다가 다시 남프랑스로 갔지만 절대 어디를 가는 법이 없었어요. 피카소의 답은 난 머릿속에서 여행을 다닌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요......단순히 좋거나 유망한 정도에서 벗어나 작가로서 방대한 작품 세계를 갖추고 진짜 성과를 얻고 위험을 감수하는 지점으로 넘어갈 때가 되면, 그때는 수년간의 작업을 해온 작가나 화가에게 그런 선택이 진짜 가능성으로 다가오게 되고, 그때는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거예요.

 

 

상상으로 나를 매혹시키는 건 인간적으로 내 마음을 끄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어요. 멍청한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에 그런 구별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난 내 글에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거든요. 글이 내게서 나왔고 내가 그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그렇지만 내 삶이 글쓰기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나는 자전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 내 판타지들을 따라가는데, 내 판타지들은 세계에 대한 판타지이지 그런 일들을 하는 나에 대한 판타지가 아니거든요.

 

<,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건 제게 여덟 가지 서로 다른 작업 방식입니다. 전 오늘날 모든 일은 도약이고 위험이고 위협이며, 그게 바로 훙분이고 짜릿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최대한 확장하고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입니다. 이에 필요한 집중력을 갖기 위해서는 순진한 상태로 일해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한테 바라는 행위나 모습에 자아를 너무 많이 빌려주면 희석되거나 흩어져버릴 수도 있는 어떤 강렬한 내면성의 상태로 작업을 해야 하죠.

 

: 선생님이 연출하신 영화 <내 동생 칼>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주인공은 기적적으로 벙어리 소녀의 말문이 트이게 만들죠. 그 영화 각본의 서문에서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쓰셨어요. “삶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활동은 기적이 아니면 기적을 행하려다 실패하는 것이다. 기적은 아직까지 예술에 남아 있는 유일하게 심오한 소재다.”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기적을 믿으십니까?

 

손택 : 세상에는 범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런 일들이 모든 걸 바꿀 수 있으며, 행위가 의식의 현현과 등가물이 될 수 있으며, 불가사의해 보이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해명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죠. 사실이 있다면 해명하지 못할 일은 없으니까요. 그냥 우연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해도 말이죠. , 시계가 멈춰도 하루에 두 번은 맞잖아요.

 

: 파리에서 이 인터뷰를 시작한 후 4개월 뒤 뉴욕 시로 돌아오신 선생님께서 제가 전화를 드려 대화를 끌마칠 수 있을까 부탁을 드렸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제가 너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빨리 해야 해요.” 그래서 놀랐습니다.

 

손택 : 왜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 전 항상 변한다는 느낌이 들고, 그건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작가는 일반적으로 자기표현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자기 견해에 근거해 타인을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일에 매진한다고들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 두 가지 모델이 다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제 말은, 전 부분적으로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글을 쓰거든요.

 

아까 작가의 사명은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라고 말했지만, 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에요.....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끝없는 작업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하는 일이죠. 아무리 해도 허위나 허위의식이나 해석의 체계를 끝장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언제나 어떤 세대에든 그런 것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전 사회비판이 오로지 정부에서만 나오는 세계 대부분의 장소들을 생각하면 심히 심란해져요.

 

-2015. 8.1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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