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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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빨리 쓰는 게 목표라곤 하지만 어찌된 게 아무리 써도 글이 좋아지진 않는다. 리뷰를 쓰면 쓸수록 다른 사람들처럼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강렬해진다. 이 책을 들여다보니 내가 왜 여전히 허접한 글들을 쓰고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1부 글은 왜 쓰는가?

 

조지오웰 ;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그러니까 어떤 사회를 지행할 것인가,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말입니다. 다시 말해,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오웰이 말하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오웰은 이 대목에서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사르트르 :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

 

사물의 언어라는 건 그야말로 사물 그 자체인 언어입니다. 아무런 목적이 없는 언어. 굳이 묵적이 있다면 자기만족입니다. 사르트르는 대표적인 사물의 언어로 시를 꼽았습니다.

 

도구의 언어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언어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어. 이 도구의 언어가 산문입니다.

 

사르트르는 그래서 시를 경멸했는데 말년에 젊은 시절의 주장을 철회했다. 시가 어떻게 단지 사물의 언어일 수 있겠는가.

 

롤랑 바르트 : 자동사적 글쓰기와 타동사적 글쓰기

 

자동사적 글쓰기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겠다는 목적이 전혀 없이 오직 기능에 충실한 글쓰기.

 

타동사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활동입니다. 활동이라는 건 지식을 전달하거나 사람들을 설득한다거나 증언하다거나 선전한다거나 설명한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고종석은 조지 오웰, 사르트르, 롤랑 바르트가 말한 글쓰기 개념들을 소개한 이후, 자신의 강좌는 오웰이 말한 정치적 글쓰기, 사르트르가 말한 도구로서의 언어, 롤랑 바르트가 말한 타동사적 글쓰기를 익히기 위함임을 표명한다.

 

뛰어난 선동문 세 권

 

고종석은 뛰어난 선동문으로 토마스 페인의 <상식>,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를 꼽는다.

 

로만 야콥슨: 은유와 환유

 

야곱슨에 따르면 비유법엔 단 두 가지 밖에 없다.

 

은유 : 유사성에 기초한 비유

환유 : 인접성에 기초한 비유

 

직유역시 은유다.

 

2.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소쉬르 :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개념 : 시니피에

청각영상 : 시니피앙

기호 : 시니피에 + 시니피앙

 

한국어 음성 상징의 예

 

재잘재잘, 산들산들, 보풀보풀, 졸졸, 간질간질, 반질반질, 넘실넘실, 새실새실, 꿈틀꿈틀, 보슬보슬, 흔들흔들, 한들한들, 야들야들, 매끌매끌, 빙글빙글, 생글생글, 데굴데굴, 나풀나풀, 까불까불, 너울너울.

 

스르르, 사르르, 까르르, 뱅그르르, 조르르, 함치르르, 찌르르, 번지르르, 반드르르, 야드르르, 보그르르, 와르르, 데구루루, 후루루

 

뭔가 흐른다는 느낌, 가볍다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은 어떤 흐름, 가벼움, 밝음 같은 음성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낭창낭창, 가르랑가르랑, 오동통, 둥글다, 동그랗다, 아장아장, 깡충깡충, 빙빙, 송송, 어화둥둥, 붕붕, 아롱아롱, 대롱대롱, 퐁당퐁당, 초롱초롱, 또랑또랑, 송이송이.

 

올망졸망, 살랑살랑, 살강살강, 팔랑팔랑, 찰랑찰랑, 가르랑가르랑, 종알종알, 몰캉몰캉

 

은 통통 튀는 느낌과 함께 둥긂의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통통 튀는 과 흐르는 이 섞이면 흘러가면서 튀는 느낌이 납니다.

 

사피어 워프 가설

 

세계나 생각이나 인식에 앞서 언어가 있다는 언어결정론적인 입장.

한때 주목 받긴 했으나 요즘은 언급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사피어 워프 가설이 부분적으로 어떤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코패스를 예로 들어보자. 이 단어가 일상화된 이후로 왠지 규정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모든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란 단어 하나로 획일화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생각이나 인식에 앞서 언어가 있을 순 없겠지만 언어가 사람들의 사유를 조장하는 측면을 무시할 순 없다.

 

스티븐 핑커 : 멘털리즈 혹은 생각의 언어

 

스티븐 핑커가 사피어 워프 가설을 비판하면서 어떤 특정 국가의 언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언어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통언어를 핑커는 멘털리즈mentalese’라고 불렀다.

 

고종석의 조언들.

 

접속부사와 쉼표

 

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긴장감이 생기고 생기가 돈다.

 

일본식 접미사

 

‘-은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다.

 

부사는 관형사를 수식할 수 없다.

 

내면적 성찰’, 좋습니다. ‘내면적인 성찰이라는 말은 쓰지 마십시오. 그렇지만 앞에 매우라는 부사가 붙으면 매우 내면적인 성찰이 돼야 합니다. ‘매우 내면적 성찰은 틀린 표현입니다.

 

일본식 조사

 

는 되도록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

 

꼭 피해야 할 일본어투 표현

 

‘~에의’, ‘~로의같은 겹조사는 절대 쓰지 마라.

 

복수표현 을 남용하지 마라.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은 되도록 쓰지 마라.

 

를 남용하지 마라. 유럽어 정관사의 악영향.

 

우리나라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한국이라고 써야 된다.

 

보조사 /과 주격조사 /

 

/가 는 주격조사 지만 /은 주격조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목적격에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걔가 너는 사랑해할 때 의 성분은 목적어기에 은 보조사다. 뜻을 섬세하게 만들어 준다.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 쓰지 마라.

 

‘~가운데 하나는할 때 가운데는 무조건 빼라.

 

것이다라는 말은 되도록 안 쓰는 게 좋다.

 

‘~하고 있다는 표현도 되도록 쓰지 마라.

 

아마도아마, ‘역시도역시로 고쳐라, ‘를 빼라.

 

쓸데없는 동안은 무조건 빼라

 

나는 그 일을 두 달 동안 했어보다 나는 그 일을 두 달 했어가 좋다.

 

‘~한 일이다라는 표현도 피하는 게 좋다.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일이다.’

 

보다는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것이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가 더 깔끔하다.


대신으로 가능한 표현을 대신에로 쓰지 마라.

 

‘~에 의해란 표현도 되도록 쓰지 마라.

 

토끼가 늑대에 의해 잡아먹혔다라는 표현 대신 토끼가 늑대에게 잡아먹혔다가 더 자연스럽다.

 

‘~로서는이란 표현도 나쁜 습관이다.

 

나로서는보다는 그냥 나는이 훨씬 간결하고 깔끔하다.

 

‘~’, ‘~에 대한이란 표현도 구질구질하다. 뺄 수 있으면 빼라.

 

로서로써

 

‘-로서는 자격을 뜻하고 ‘-로써는 수단이나 방법을 뜻한다. 수단이나 방법을 뜻하는 로써는 다소 무거운 느낌을 준다. 특히 용언의 제 1명사형 다음에 붙을 때 그렇다.

 

용언을 명사형으로 만드는 방법

 

1. 용언에 이나 을 붙이면 ; 1 명사형

사랑하다/사랑함’, ‘가다/’, 이것이 제 1명사형입니다.

2. 용언에 를 붙여도 : 2명사형

 

용언의 어간에 아///고를 붙이면 부사형이 됩니다.

그 순서에 따라 제 1부사형, 2부사형, 3부사형, 4부사형

 

‘~/음으로써/로 고치는 것이 좋다.

 

나는 휴전선을 지킴으로써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겠다.’ 대신

나는 휴전선을 지켜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겠다.’가 더 한국어답다.

 

명백한 오문 ‘ ~하는 이유는 ~ 때문이다.’

 

때문이유는 서로 호응할 수 없다. ‘이유는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 이유는 ~에 있다거나 이유는 ~ 것이다거나 이유는 ~한다는 사실이다로 고쳐야 문법에 맞다.

 

연도나 시기를 표기하는 말에 가 없어도 뜻이 통하면 빼는 게 더 좋다.

 

‘1984년에 제정된보다는 ‘1948년 제정된으로

 

되풀이라는 표현보다 거듭이 더 자연스럽다.

수동형태 표현은 되도록 피하라.

 

정당화되기정당화하기로 고치는 게 좋다.

현대화시키다현대화하다.

변화시키다는 그대로 놔둬야 한다. ‘변화하다는 타동사로 쓰일 수 없다.

 

단위를 나타내는 불완전 명사는 뒤로 빼라.

 

두 개의 구슬대신 구슬 두 개

 

주어/목적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한 문장 안에 똑같은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은 피해라.

 

정치적 올바람은 글쓰기의 미덕

 

상경하다’, ‘서울에 올라온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표현보다는

철원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갔다이런 식으로 쓰는 게 좋다.

 

‘~로 하여금 ~하게 하다란 표현은 되도록 쓰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표현은 절대 쓰지 마라.

그런데도불구하고로 써라.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 자체가 좋아서 자주 쓰게 된다. 박웅현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김수영 :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

 

고종석 :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 그윽하다.

정분, 누이, 영글다, ,

 

수강생 : 사랑, 엄마, 어머니, 그리움, 그립다, 오롯하다, 노을, 담백하다, 바다, 시나브로, 햇살, 햇빛

 

다른 반 : 그윽하다, 어머니, 엄마, 설레다, 고즈넉하다, 품다, 사랑,

 

나도 한번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야겠다.

 

산들바람, 산뜻한, 신산한, 섬돌, 살랑거리는, 사랑, 그립다. 햇살, 햇빛, 품격, 발목......

 

내가 좋아하는 단어엔 왜 이 많이 들어갈까?


-2014.10.1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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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8 - 얼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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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219, 황하의 물이 무섭게 불어나자 진황과 근보는 작은 물꼬를 터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온 소가도의 감수 둑을 보존코자 하지만 우성룡의 반대에 부딪힌다. 근보는 천자검을 내세워 황명으로 물꼬를 트려고 하나 때를 놓쳐 소가도의 둑은 무너진다.

 

조정에서는 근보에게 과를 묻지만 강희는 근보에게 대죄입공(죄를 지어 공을 세움)할 것을 명한다. 남경에서 과거시험에 부정이 있었다는 상주문이 날라든다. 공신들은 자신의 이름이 나올까봐 겁에 질린다.

 

명주는 지기인 서건학, 여국주와 함께 고사기에게 뇌물을 주고 과거시험 부정 건을 무마해달라고 부탁한다. 고사기는 소마라고에 붓글씨를 선물하고는 결혼식에 공삼임의 연극 <도화선>을 공연한다며 넷째공주와 함께 하객으로 참석해줄 것을 청한다. 소마라고와 넷째공주 덕에 태황태후, 강희를 비롯한 황궁의 가족 모두가 고사기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고사기는 남경의 과거시험 부정 사건의 원만한 해결방안을 강희에게 제시해 설득한다.

 

자미성 동남쪽으로 혜성이 출현한다. 강희는 혜성 출현의 의미에 대해 대신들의 의견을 듣는다. 대신들은 옥신각신 자기들의 의견을 말한다. 양청표는 대만출정계획을 미루는 강희의 식언 때문에 혜성이 출몰한 것이라 주장한다.

 

요계성과 시랑은 여름에 남풍이 올 때 팽호도를 습격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뢰탑은 대만출정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한다. 시랑은 관모도 쓰지 않은 뢰탑에게 모자를 쓰라고 다그치지만 뢰탑은 쓰기 싫다며 시랑에게 대든다. 시랑은 금패영전을 모시고 대만과 내통한 죄를 물어 뢰탑을 사형에 처하려 하나 요계성의 만류로 뢰탑이 대포 10문을 만드는 것으로 죄를 대신한다.

 

강희는 위동정과 관리들을 대동하고 산해관 밖으로 순시를 떠난다. 강희 일행이 묵은 역관에서 고사기는 한류씨와 아수를 우연히 만난다. 강희는 아수를 보자 한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심양에서 강희는 주배공의 병문안을 간다. 강희는 주배공으로부터 갈이단을 평정할 방안을 경청한다. 주배공은 고사기가 손에 쥔 비단두름을 보고는 그것이 아쇄의 것임을 알고는 비단두름을 불 속에 던진다.

 

강희는 파격적인 대우로 과이심 왕인 탁색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강희는 막남과 막북의 몽고 왕들과도 서로 힘을 합쳐 갈이단에게 대응하자는 피의 맹세를 이끌어낸다.

 

삼하전에서 태감인 이덕전이 사고를 치자 곽수는 곤장을 안긴다. 강희가 곽수를 벌하려 하자 곽수는 강희를 폭군인 걸과 주와 같다며 직언을 서슴치 않는다. 대노한 강희는 곽수를 처형하려 하나 한류씨에게 설득돼 곽수를 살려줄 뿐만 아니라 승진시킨다.

 

 

강희 22, 남풍이 불어오자 시랑과 요계성은 대만 출병에 오른다. 팽호도를 함락한 시랑의 부대는 녹이문으로 돌진한다. 위기에 처한 시랑은 20년 만에 찾아온 만조 덕에 전쟁에서 승리한다. 강희 22622일은 청나라가 대만을 수복한 날로 역사에 기록된다. 이에 대만출정을 주장했던 이광지는 출세 길에 오른다. 색액도는 이광지를 설득해 명주에 대한 탄핵안을 쓰도록 조정한다. 체대가 황제가 보낸 간첩임을 알고 있던 색액도는 체대를 이중간첩으로 이용한다.

 

이광지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면서도 공명에 대한 탐욕으로 고사기 앞에서 상을 당한 것을 숨긴다. 고사기는 색액도의 비리를 들추기 위한 목적으로 교형에 처해질 장백년 부자를 살리기 위해 이광지를 설득해 상주문을 작성케한다. 강희는 장백년과 직접 대면한다. 탐관오리라고 여겼던 장백년의 전 재산이 은화 다섯 냥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강희는 충격을 받는다. 강희는 장백년과의 대화를 통해 총독 갈례가 부정부패를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강희는 주배공이 천거한 비양고를 몰래 훔쳐보고는 그의 주도면밀한 일처리 방식에 탄복한다.

 

이광지의 출세 축하 잔치에 명주는 노래하는 부인과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들은 이광지의 버림받은 부인인 이수지였다. 명주는 이광지를 견제하기 위해 이수지 모자를 보살펴왔던 것. 이광지는 하는 수 없이 이수지와 아들을 받아들인다.

 

강희는 이광지가 명주나 색액도와 선을 그을 것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밑줄 그은 문장

 

 

p50. “‘의심가는 사람은 등용하지 말고, 등용한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 두 번째이옵니다. “

 

p99. 현명하고 능력있는 신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야. 그러나 충신이나 열신이 되기를 바라지는 말게. 현명한 신하가 있으면 훌륭한 군주가 있게 돼. 또 능력 있는 신하가 있으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기 마련이지. 하지만 충신이 나온다는 것은 군주가 우매하고 나라가 난리를 겪고 있다는 증거야. 돌아가서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들 해보게. 나는 과연 군주와 백성, 나라를 위하는 것이 우선이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의 공명에 급급해 패거리를 만들고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지는 않았는가를 말이야.

 

p158. 또 소인은 다른 건 몰라도 음식을 섭취하는 데는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숙(익혀먹음), (뜨겁게 먹음), (부드럽게 먹음), (야채등을 소박하게 먹음), (적게 먹음)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옵니다.

 

p224. 속담에 고집 센 아들은 집안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p280. 자신이 어렸을 때 당한 횡액을 대난불사, 필유후복이라고 풀이하고 있어요. 무슨뜻인지 알아요? 큰 재앙에도 죽지 않았으니, 반드시 나중에 복을 받는다는 얘기가 아니고 뭐겠어요!

 

p337. 소나무는 키가 높아도 가지가 무성하고, 학은 늙어도 깃털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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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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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는 서민 교수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다. 티비는 없고 라디오는 거의 듣지 않을뿐더러 기생충은 내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기생충으로 광절열두조충을 뽑았다. 길이 2미터, 손가락 두 개 굵기의 기생충이라니. ‘제왕의 풍모일진 모르겠으나, 으 싫다.

 

고자라는 이유로 이혼당했지만 고자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두 번째 부인의 미모를 자랑하는 서민적인서민.

 

이 책을 보고서 의사들이 주로 새누리당 뽑는다는 걸 알았다. 서민 교수는 의사들의 그런 성향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다만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지지하는 건 어이없다고. 동감이다.

 

그런 보수적인 의사들조차 의료민영화엔 반대한다. 누구나 병원엔 가야한다. 지금도 약값 때문에 병원가길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서민 교수는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 든다면 국민들은 머리때 매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준표는 경상남도 지사 되더니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기로 했단다.(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몇 번을 당해야 정신 차릴까)

 

공공병원이 왜 필요하냐 하면, 돈 많은 사람은 그런 데 안 가잖아요. 삼성, 아산 병원을 가지. 없는 사람들이 싼 진료비 때문에 공공 병원을 가거든요. 그 사람들이 가는 병원을, 적자라는 이유로 문을 닫는다는 것이 너무한 거죠. 그렇게 따지면 국립의료원도 진작 없어져야 했고, 다른 공공 병원도 다 없어져야 되는 거잖아요.”

 

이래도 정치가 삶과 무관한건가.

 

서민 교수가 로쟈 이현우처럼 글쓰기로 알라딘을 평정한 줄은 몰랐다.

온갖 독서가들이 알라딘에 모여 있다니, 나도 알라딘으로 둥지를 옮길까나.

 

흔히들 우린 기생충 같은 X, XX니 하는 욕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기생충에 대한 모독이었다. (편충아, 미안해. 회충아, 너도 미안. 내가 어리석었어. 기타등등)

 

기생충이 월세 밀린 세입자처럼 조용히 사는 데 비해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군다. 또 탐욕스러운 기생충은 없지만 정치인 중 일부는 탐욕의 화신이다.”

 

색누리당 국회의원들을 기생충에 비유하곤 했었는데 다른 표현을 찾아봐야겠다. 기생충도 여러 기생충이 있으니 숙주를 공생이 아닌 오로지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말라리아가 어떨까.

 

교언영색으로 정권에 아부하는 , 아니 말라리아 같은 교수들이 판을 치는 오늘날 우리는 또 한 명의 솔직하면서도 서민의 입장에서 발언하길 두려워하지만결국은 하고야 마는 의로운 교수님을 얻게 되었다. 언젠가 말라리아를 퇴치할 날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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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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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것일까? 시에 문외한인데다 백석의 시는 단 한편도 읽어 본 적도 없으면서. 지은이가 안도현이어서? 안도현 시래 봐야 연탄 한 장말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백석 관련 도서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는 것도 몰랐고,

백석 시 여러 편이 요즘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도 몰랐다.

 

그 시대 최고의 모던뽀이였던 백석이 삼수갑산에서 양치기로 생을 마감하게 될 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19434월 조선문인보국회가 창립되었다. 이광수가 회장을 맡았고, 김동환, 정인섭, 주요한, 이기영, 박영희, 김문집, 임화, 한설야 등이 참여했다. 이 단체는 명망 있는 문인들을 동원해 조선 청년들에게 중일전쟁에 지원할 것을 독려하고 촉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내는 벌써 지원하였는가

-특별지원병을-

내일 지원하려는가

-특별 지원병을 -

 

공부는 언제나 못하리

다른 일이야 이따가도 하지마는

전쟁은 당장이로세

만사는 승리를 얻은 다음 날 일

 

-이광수의 시, <조선의 학도여> 중에서

 

나라의 부름 받고 가실 때에는

빨간 댕기를 드리겠어요

몸에 지니고 싸우시면

총알이 날아와도 맞지 않지요

 

-주요한의 시, <댕기>중에서

 

반도의 아우야, 아들아 나오라!

님께서 부르신다, 동아 백만의 천 배의

용감한 전위의 한 부대로 너를 부르신다.

이마에 별 붙이고, 빛나는 별 불이고 나가라

 

-김기진의 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중에서

 

고운 피 고운 뼈에

한번 새겨진 나라의 언약

아름다운 이김에 빗나리니

적의 숨을 끊을 때까지

사막이나 열대나

솟아솟아 날아가라

 

-모윤숙의 시, <어린 날개> 중에서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나라 위해 전장에 나감이 소원이리니

이 영광의 날

나도 사나이였다면 나도 사나이였다면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

 

-노천명의 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중에서

 

물론 백석시인이 이육사처럼 항일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의 시인들처럼 욕된 짓거리를 하지 않기 위해 붓을 꺽었다. 그 당시 백석은 만주로 도피 중 이었고 어느 날 해방을 맞았으나 굳이 경성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백석이 왜 38선 이남으로 월남하지 않았는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어 보인다. 백석은 굳이 서울로 갈 이유가 없었다. 그 당시 이북에서 소유하고 있던 재산을 정리해서 월남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김일성과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지주나 자본가들,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 우익 노선을 견지했던 사람들, 그리고 일제 말에 친일을 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서울에서는 친일을 용인해준다는 소문이 그들로 하여금 짐을 싸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북한에 남게 된 백석은 소련 문학 번역에 몰두하고, 아동 시를 지었으나 정치적 사상성이 부족하단 이유로 삼수갑산으로 쫓겨난다. “불귀(不歸)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 벗어난다 아하하라고 일찍이 김소월이 노래했던. 북한에서도 최고의 오지인 삼수갑산에서 그는 양치기로 생을 마감한다.

 

이제는 차분히 앉아 그의 시를 읽어야 할 시간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내가 너를 사랑해 눈이 오다니!

내가 연애에 서툴렀던 것은 오로지 백석 시를 몰랐기 때문이다.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明太)

()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백석, <멧새소리>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

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두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 간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도연명라이넬 마리아 릴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2014. 10.2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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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7 - 월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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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의 홍수로 청강현은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 청강현 현령인 우성룡은 우성령에게 앙심을 품은 갈례에 의해 현령자리에서 쫓겨난 처지다. 지방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성룡은 식량을 풀어 수재민들에게 나눠준다.

 

호문아문 앞으로 와 살려달라는 여자를 쫓아 10명 명의 몽고인들이 들이닥친다. 이들은 서몽고인들로 객이객과는 원수 사이다. 여자는 객이객 토사도 칸의 보일용매 공주였던 것. 문지기와 서몽고족 과의 다툼 끝에 몽고족 다이제는 문지기를 살해한다.

 

강희는 갈이단을 칸으로 인정하는 조서를 써주는 선에서 사건을 수습한다. 강희는 또한 갈례의 상주문을 각하하고 우성룡을 승진시킨다.

 

반란을 꾀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양기륭은 황량몽진이라는 마을에서 스님으로 위장, ‘김 화상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는 또 다른 반란을 위하여 마을의 유명한 할망구인 한류씨 집에 군비를 숨겨두고 신식 화총을 비롯한 수 천점의 무기도 모으고 있었다.

 

양기륭은 갈이다 칸과 러시아와 동맹을 모색한다. 또한 양기륭은 자신의 돈을 숨겨둔 한류씨의 환심을 사기위해 한류씨 아들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명목으로 고사기라는 거사를 한류씨에게 소개한다. 고사기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은 한류씨의 아들 한춘화가 금새 병을 회복한다. 한춘화의 병은 마음의 병이었다. 좋아하던 마을의 주채수라는 여인이 시집을 가게 된 것. 또한 그녀의 뱃속엔 이미 한춘화의 아이가 있었다. 한류씨의 계략에 따라 고사기는 채수를 빼와 한춘화와 결혼시킨다.

 

고사기는 우연히 친구인 진철일, 일명 진황을 만난다. 진황은 <하방술요>라는 책을 쓸 정도로 치수의 대가이나 과거시험에 낙방한 처지다. 진황과 고사기는 여자 거지를 만난다. 여자 거지는 진황이 3년 전에 왕보신으로부터 사들인 몽고 여자였다. 여자는 진황이 사들이 바로 그날 도주했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아수. 토사도 칸의 보일용매 공주였다. 진황은 아수를 자신의 객점에 재운다.

 

아수는 한류씨의 양녀가 되기로 한다. 아수가 진황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하자 진황은 아수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떠돌이 신세와 신분차를 고려해 아수를 거절한다.

 

직접 황하를 찾은 강희는 하백진철일(진황)을 만난다.

 

안휘성 순무인 근보 앞으로 두 아들을 동행한 여인이 찾아온다. 여인의 이름은 이수지로 이광지의 처라고 주장하며 이광지에게 데려다 줄 것을 요청한다. 근보는 부하인 봉지인과 이수지를 데리고 북경으로 향하다 진황을 만나게 되고 근보, 봉지인, 진황은 황하의 치수를 해결하기로 의기투합한다.

 

고사기는 색액도 집에서 열리는 화문(참석자들에게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짓게 해 문장을 실력을 인정해주는 시험이나 모임)에 참석한다. 고사기는 내노라하는 명사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거드림을 피우다 내쫓긴다. 친구인 사신행과 객점에서 술을 마시던 고사기는 꽃파는 아가씨인 방란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한편 조정에서는 대만출정을 둘러싸고 난상토론이 오간다. 이광지는 대만출정을 강력히 주장한다. 근보는 이수지와 그녀의 아들들을 대동하고 명주의 집을 찾는다. 명주는 후일에 대비해 이수지와 그녀의 아들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준다. 명주가 데리고 있는 고사기에 대한 호기심에 강희는 신분을 속이고 대신들과 함께 고사기를 만난다. 좌중의 사람들이 학문으로 고사기에게 연신 싸움을 걸었지만 고사기의 압승이었다. 강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고사기를 바로 상서방으로 등용시킨다.

 

하백주의 부인 아쇄는 세상을 떠나면서 비단 매듭을 남겼다.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고. 하계주로부터 매듭을 받은 고사기 역시 매듭을 풀지못한다.

 

고사기는 병이 든 소마라고를 진맥한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긴 하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희에게 고한다.

 

근보, 봉사리, 진황은 계획대로 치수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가나 새로 부임한 우 관찰사는 치수에 문외한이면서도 근보의 치수사업에 딴지를 건다. 우성룡은 청렴결백한 관리이긴 하나 외골수에 편협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밑줄 그은 문장

 

 

p92. 부귀영화로 누린 50년 세월이 하룻밤 꿈 같은 풍류로 남았구나

지금은 한단 길에서 방랑하면서 그대에게 베개를 빌리려 하네.

 

 

p70. “제가 짚은 맥상을 보면 좌삼부는 마치 거미줄처럼 가늘어요. 반면 우관은 펄덕펄떡 크게 뛰고요. 따라서 음궐이 태음을 손상시킨 것이 병의 근원이 되겠습니다. 원래 이 병은 그다지 위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액이 마르고 기가 막혀 일어난 증세였을 뿐입니다. .....이에 따라 동목이 치밀어 올라 중토에 스며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위를 상하게 만든 겁니다. ”

 

p171. “’정상유이’(우물위의 오얏)라는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되겠습니다. 복숭아 같으면서 아닌 것이 몸에 털이 없구나. 살구 같으면서 아닌 것이 몸에 금이 하나 갔구나....”

 

......동풍이 불어와도 흔들리고 서풍이 불어와도 움직이더니, 마침내 우물가에 떨어졌구나. 주워서 들여다보니 아니, 글쎄 오얏이 아니고 무엇인가......“

 

p172. “남은 동궐장명도 제가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빈객이 왕래하는 곳에서 갑자기 무식한 사람 하나 봤네!’ 어떻습니까?”

동궐장명<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손님을 초대함녀서 동복에게 시중을 잘 들라는 뜻에서 공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사기는 다른 식으로 풀이했다. 옹명도에게 무식하다라는 뜻으로 빗대어 욕을 한 것이다.

 

p183. “저는 방란이라고 합니다. 성은 유이고요.”

난은 수려함이 돋보이고, 국화는 향기가 은은하네. 난과 국화를 닮은 가인을 잊을 수가 없구나....한 무제가 지은 <추풍사>에 나오는 구절이죠. 이름 한번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은 것 같네요.”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기 전에 사람이 스스로 취하고, 꽃이 사람을 매혹시키기 전에 사람이 스스로 매료당하는 구나! ”

 

p208. 평가의 글은 ()에는 미치지 못하나 두()보다는 위에 있다라고 쓰여있었다.

 

여기에서 는 음이 같은 배꼽 를 뜻하옵니다. 는 역시 배를 뜻하는 두복에서의 자를 말하옵니다.....”

 

배꼽 밑에 있고 배보다 높이 솟은 것은 분명 그거 외에는 없네요!”

 

p237. “두 개의 달이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위에는 경작할수 있는 밭, 아래에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냇물이 있습니다. 여섯 식구가 한 집에서 사는데, 두 내외는 떨어져 삽니다.”

 

중용의 도라고 말을 할 때 쓰는 용자를 지탱하는 용()자네요, !”

 

위에 있어도 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래에 있어도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맨 위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고 그저 아랫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어요. 이 글자는 뭘까요?”

하나 일 자 아닙니까!”

 

“ ‘누에의 실로 낚싯줄을 만들고 가시의 침으로 낚싯바늘을 만드니, 가시나무 가지로는 낚싯대를 만드는구나. 쌀알로는 미끼를 삼으니, 하천의 물고기가 한 수레 가득하네. 낚싯줄이 끓어지지 않고, 낚싯바늘이 펴지지 않고, 낚싯대가 부러지지 않는 것은 물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융통성 있게 움직여줬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p239. “세 글자의 우하지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과연 제목에서 말한 소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 선생! <맹자>라는 책에 보면 하지라는 단어는 모두 두 번 나옵니다. 그중 하나는 방금 얘기한 우하지.’ 다른 하나는 선생하지예요. 선생에서의 자를 잘 관찰해보면 소()가 발길질을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역시 눈을 씻고 보면 소가 쪽걸상에 앉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우와 선생은 둘이면서 하나, 하나이면서 둘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굳이 소가 어디로 갔다고 얘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p241. “<예기>의 맨 첫 장을 펴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재물을 마주함에 있어 구차하게 얻으려고 하지 말라.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구차하게 대충 피하려고 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죠.”

 

p298. ‘세상의 걱정은 남보다 앞서서 걱정하고, 세상의 즐거움은 한 발 물러서서 즐거워한다라는 말을 남긴 유명한 범문정도 애끓는 마음에 술 한 잔 녹아드니, 그리움이 눈물을 타고 흐르는구나!’라고 솔직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벽운천>이라는 작품에 남기지 않았습니까!

 

p307. 진황은 그 소리를 듣자 유명한 학자인 관한경의 <황종미>라는 작품에 나오는 글이 저절로 떠올랐다.

 

나는 삶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볶아도 터지지 않는다. 두드려도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나는 구리로 만든 완두콩이다. 내 이빨을 부러뜨려도 소용이 없다. 또 내 입을 비뚤어지게 해도 그렇다. 설사 내 다리를 절게 만들거나 손을 꺽어놓아도 하늘이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p336. “지가보은, 불가보구(은혜는 갚아야 하나 복수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여덟 글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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