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로 오늘 처음 7키로 도달. 시간은 꽤 걸렸다. 내내 달린 게 아닌지라.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준비를 하다가 오해를 어느 지점들에서 한 것인지 알았다. 그걸 이해라고 여겼던 게 가장 크나큰 오판이었다. 이해는 그걸 필요로 하는 이들이 상호적으로 한다는 것. 혼자 하는 이해라면 그건 이해가 아니라 오해에 가깝고 망상에 가깝다는 것. 달리는 동안에 짐 모리슨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목소리가 중학생이었던 내게 알려주고자 했던 게 뭐였는지는 까먹었으나 곧 오십이 되는 내게 무얼 알려주고자 하는 건지는 잘 알아들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티셔츠를 펄럭거리면서 단골 카페에 들려 아이스라떼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오는 길,아이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왜 울어? 물어보니 또 넘어졌어, 해서 아이쿠나, 정말로 아가는 아가구먼, 잠깐 달리기 한다고 없는 틈새를 타서 또 넘어지고 또 울고, 화장실 다녀오다 넘어졌어, 아파, 엉엉 우는 목소리를 달래며 엄마 금방 가, 10분만 기다려, 하고 천천히 발목을 돌리며 이동했다. 해는 찬란했고 봄에 피는 꽃들이 다 만개했다. 만개한 꽃들을 바라보면서 작년 4월이 어떠했던가 떠올려보았다. 이건 어떤 타이밍인가 싶게 미친듯 분노해 마치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미친 여자처럼 저주를 퍼부었던 게 떠올랐다. 화가 나서 달리면서 집을 나섰다가 80분이 넘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모든 화가 다 사라졌다.
스커트를 아이와 고르는데 너무 짧아서 롱스커트를 고르니까 엄마는 짧은 게 훨씬 잘 어울려, 그러니까 미니로 사, 해서 미니랩스커트를 두 장 샀다. 아이가 입고 싶어하는 티셔츠 두 장과 운동할 때 입을 민소매 두 장을 더불어 샀다. 수영복은 일단 둘 다 마음에 드는 거 찜콩만 해놓고 사지는 않았다. 이 나이가 되어 랩스커트라니, 라고는 여기지 않는다.이건 세대 특징인지도 모르지만 엑스 세대는 나이들어 중늙은이가 되어도 엑스 세대로서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가고자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들었고. 이해와 오해와 망상 사이에서 더 이해하려는 쪽이 권력 관계에 있어서 약자라면 나는 그 편에 서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기로 했다. 4월부터는. 방만하게 돼지처럼 처먹었더니 금세 4키로가 늘었다. 이해하지 않고 쉬이 오해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혼을 하고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닌 남남이 되었으나 일이 있어 만날 적마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춘다. 그 점이 이혼을 하고 제일 좋은 점이다. 무시당하지 않아도 되고 시_자가 붙은 사람들과도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6년 전 부부였던 엑스와 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둘 다 이혼하고 회춘했어, 라고 아이가 말했다. 이혼을 하고 회춘한 엑스와 나. 엄마는 얼굴이 완전 달라졌어, 라고 아이가 비꼬며 말하길래 이혼하고 얼굴에 얼마를 쏟아부었습니까? 당연히 달라져야죠, 당연히 더 젊어져야 하고. 더 이상 마음 고생도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새끼가 마음 고생시켜서 폭삭 또 늙을 뻔하긴 했다만, 덧붙이니 아이가 깔깔 웃었다. 얼마 전에 내게 찾아와 카운셀링을 해달라 한 여인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존중하지 않잖아. 그러니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 지금은 지옥 같아도 그 사람이 없어야 당신이 살아. 간단하게 말했다. 아, 알았어. 오늘 아침, 왜 그렇게 내가 화가 나서 체온이 상승했는지를. 이건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잖아. 만일 이걸 존중의 표현이라 여긴다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알 수가 없어서. 혹여나 오해를 했을까봐 다른 이에게도 물어보고. 인간이 인간에게. 며칠 전 카운셀링을 받고 돌아간 여인의 카톡 프로필, 예전에는 남편과 아이들과 여행 다녀온 사진이었는데 아무 것도 없는 바다 사진으로 변경되어 있더라. 너의 현재를, 미래를 응원한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행복한 이혼 생활로 바꿀 수 있도록. 언니 무서워요, 무서워서 애들이랑 저랑 그이 없어 어떻게 살아요, 우는 여인 손을 붙잡고 계속 그렇게 살면 더 불행해져, 벗어나야 돼, 말하는 동안 나도 내내 울었다. 내가 다 해본 거거든. 그래서. 세상이 끝날 거 같아서 무조건 참고 살라는 사람들의 그 말이 마치 정언테제가 된 것 마냥 붙들고 살아본 결과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까맣게 숯이 된 심장을 붙잡고 더 이상 못해먹겠다 시발, 이라고 용기를 낸 건 정말 우연에 우연을 더해서 그런 거지만 이혼을 하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혼하고 제대로 연애를 해보려나 싶었더니만 이 남자 새끼가 또 무시를 해서 개같이 굴지 마, 개새끼야, 라고 말했더니 금방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셨다. 아 성질 죽여야 돼, 연애하려면, 이라고 얼마나 스스로에게 마음 수양을 하라고 했던가. 허나 꼰대 기질에 선생 기질에 이것저것 섞어 읽었더니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 꿇어, 네가 잘못을 했잖아, 이 새끼야, 라고 말하는 내 입을 보면서 아 글렀어, 이 개 같은 입, 이라고 반성을 하기도 살짝. 말했더니만 친구 왈, 그 새끼가 잘못한 건데 왜 네가 반성을 해, 당연히 꿇어야지, 해서 응응, 맞아 맞아 끄덕끄덕. 그나저나 이혼 결심한 그 녀석은 어떻게 소송을 할 건지. 맥주 사줄게, 일단 그 새끼부터 집에서 내보내, 했다. 아가가 엄마, 그러다 이혼전도사 되겠다 그래서 악, 그건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