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 리딩, 이제 슬슬 잼나지네.

그렇다. 거울은 거울이 아니다. 그것은 <거울>이라는 장치였다. 그것은 이미지와 말로 구성된 몽타주이고, 이미지와 시니피앙의 침투로 이루어진 장치였다. 이미지에는 말이 심기어 있고, 말 또한 이미지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울>은 상상적 자기와 상징적 주체를 동시에 "표상"으로, 즉 "시체의 인형"으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러하기에 르장드르가 "자기 이미지가 된 자기신체의 거울상적인 써넣기"를 통해 "신체는 신체가 아니게 되고, 표상의 위상을 얻게 된다"고 말한 것도 납득이 간다.
"이것은 너다" "네가 아니다"라는 이중의 언명이 비추는이 빛나는 모습에 의해 우리 개개인은 표상이 된다. 르장드르가 "나르키소스에게는 결정적으로 거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이 표상의 생산이, "은유화"가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나르키소스에게는 얼굴이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나르키소스는 수면에 비친 이미지를 흠모하게 되어 그 모습과 하나가 되기 위해 몸을 던져 목숨을 잃는다. 나르키소스는 그 이미지가 자기라는 것만몰랐던 것이 아니다. 그 이미지가 죽은 표상이고 "실제로는 자기가 아니라는 것 또한 몰랐던 것이다. 따라서 나르키소스는 자신을사랑했던 것이 아니다. 나르키소스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닌 것이다. 나르키소스가 존재하고 있었던 곳은 자기상과 타자상의 구별이 없는, 고로 자기와 타자의 구별이 없는, 고로 자기도 없고 타자도 없는, 나아가 자기와 자기상의 구별이 없는, 고로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없는 시공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르키소스의 무지는 몇겹이나 되는 구조로 이루어진 무지이고, 이 무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무지에 걸맞은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 - P270

"어떤 사람"이 정말 "그 사람"임을 입증해줄 사람을 다시 데려와야한다. 그렇다면 또 한 사람 데려왔다 해도,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인지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이는 무한히 계속된다. 분명 이러한 사례는 우습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우습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입증의, "준거"의 연쇄를 어디인가에서 멈추기 위해서는 어떤 "절대적 준거"가 있어야 한다. ‘저 작은 손거울을 "진짜"로 인정해주는 제3자‘를 가정해야만이, 우리는 그것을, 증거를,
근거를 보여주는 것으로 제시하고 학교, 도서관, 회사, 공장의 입구를 매일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저 ID 카드에 붙어 있는 작은 자기이미지와 짧은 문구가 자기가 자기임의 "진리"를 입증하고, 그 "증거" "근거"를 제시한다. 이 작은 손거울, ID카드가 "엠블럼"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따라서 르장드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엠블럼은 준거를 구체화한다. 엠블럼은 이 전제된 절대적 타자의 메시지가 물질화된 증거다."
이 준거의 구체화인 작은 손거울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법인"의 수준에 걸맞은 규모를 지닌 그 무엇에 "절대적"으로 준거하지 않으면 기능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 무엇 자체가 <거울>로서 상연되어야 한다. 이 "제3자로서의 <거울>"을 치밀하게 설치해야만 "<근거율>의 사회적 상연이 이루어진다. "거울은 인간에게 자기의 원인 cause de soi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미지를 생산함으로써 거울은 결과로서의 기원을 보여주기 " 때문이다. 상기하자. 거울상 단계가 시작될 때부터 <거울>은 자아와 자기의 기원이었다. 그렇기에 거기에는 "준거"가 되는 모습이 있었다. "보아라, - P298

이것이 나다." 그것은 전적으로 은유의 섬광이었다. <거울>은 원인, 인과, 근거를 제시했다. 게다가 사회의 수준과 주체의 수준이구별되는 그 경계선상에서. 르장드르는 이 제시하는 작용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권력"이라고 부른다. "이 제시하는 권력은 규범 시스템을 여러 형식과, <정치>를 <미학>과, ‘문화가 형성하는 상징적질서‘를 그 궁극의 근거와 연결하는 곳에 존립하고 있어, "바로 이지점, 사회와 주체가 분절되는 지점에서 ‘제시하는 권력‘은 의미를갖고, 서양의 역사 시스템 안에서 <절대적 거울> 혹은 <정하는이미지>, 즉 <신의 닮은꼴> 담론으로 조직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논의 전개는 연극적 원리와 신화에 맞추어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유, 원인, 증거, 근거를 "왜"에 응해 "제시하는 것. 물음을 던지는 것, 물을 수 있는 시공을 여는 것. 게다가 이미지로서도, 텍스트로서도 이것이 주체의 생사를 좌우함은 이미 명백하다. 사회로서의 <거울>은 표상으로서의 주체를 생산하는 장치였다. 그리고 이 <거울>이 쥐고 있는 권력이 ‘제시하는 권력‘이었다. 그리고 이<거울>은 이미지로서의 제3자였다. 즉, 여기에서 <제3자>가 <근거>에 실체를 부여한다는 말이 된다. 모든 사회는 ‘논리에, 즉 표상이나 인과성의 담론에‘ 집요하게 호소하는데 이는 삶을 살고, 삶이재생산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제3자는 근거율에 실체를 부여하고, 이는 삶에 필요하다. 그렇다. 사회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절대적 준거>를, <성스러운 거울>을 상연해야 한다. 개개의 주체를 생산하기 위해서 그 인형들이 아슬아슬하게나마 살 수 있도록. - P299

반대로 이 암석 같은 논지로 몇 번에 걸쳐 이야기하는 것은, 아버지라는 지위의 연약함이고 "부서지기 쉬움이다. 프로이트도 인용하는 고명한 로마법의 정형 표현 "어머니는 그 무엇보다 확실하나, 아버지는 항상 불확실하다 Mater certissima, pater semper incertus"를 르장드르도 거듭 즐겨 인용한다. 그렇다. 그 아이가 "정말" 자기 아이인지 아버지는 알 수 없다. 아버지라는 위상은 어머니가 되려고 결단한 여성이 건네는 "당신 아이예요"라는 말에 대한 믿음에서만 생겨난다. 따라서 법률 용어로 "부성의 추정"이라 불리는 딱그만큼만 아버지일 수 있다. 르장드르가 "부친의 추정 사례로 인용하고 있는 [학설휘찬]의 중요한 문구, 모든 근대 민법에 계승된 조문은 이렇다. "어머니는 항상 명백하기 때문에 설혹 그녀가 스쳐 지나가는 관계로 임신했어도 아버지는 혼인이 지정하는 아버지다. " 아버지는 불확실하다. 이 "불확실함‘은 ‘친자 확인"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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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1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70쪽은 가야 재미있어진다는 당신의 그 말은....
마치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feat. 이정석) 같아요.
나쁘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1:47   좋아요 1 | URL
음 사랑해서 떠나는 그 마음을 저는 잘 압니다요 끄덕끄덕

단발머리 2024-12-11 11:53   좋아요 1 | URL
😧😘🤣😅😍

수이 2024-12-11 11:54   좋아요 0 | URL
웃냐? 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4-12-11 11:56   좋아요 1 | URL
우는 건데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1:58   좋아요 0 | URL
점심 메뉴는? 🤔 쇠질 끝나고 뭐 먹을까요? 😊

단발머리 2024-12-11 12:0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칼국수가 땡기네요. 비빔냉면도 먹고 싶고요. 전 사실… 햄버거도 잘 먹는 사람이기는 한데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2:03   좋아요 0 | URL
인증샷 이따가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2:04   좋아요 0 | URL
꼭이요!! 🤗😜😎

- 2024-12-11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장드르 잼나디요~ 나능 삼백페이지 넘었다요!!!

수이 2024-12-11 19:14   좋아요 1 | URL
이제 슬슬 잼난 구간이더구만유, 그 전에는 좀 아는 이야기인지라…… 😳

- 2024-12-11 19:21   좋아요 0 | URL
좀 안대.. 대박… ㅋㅋㅋㅋㅋㅋ 라캉 마스터 ㅋㅋㅋ

수이 2024-12-11 19: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님 닮아서 천재인 척 해보고 싶었다 조증인지라 ㅋㅋㅋㅋㅋㅋ

- 2024-12-11 19:24   좋아요 1 | URL
언니 천재 맞그요! 쟝님은 천재랑 똑똑이만 좋아합니다. 내일은 사사키 좀 마니 진도 뺴놔야지. 데모가야대니까 ㅋㅋㅋ

수이 2024-12-11 19:27   좋아요 0 | URL
주말 출동인가요, 나도 스케줄 좀 빼볼까 합니다🤔
 

오늘 밑줄_ 푸코가 그러니까 이 시점의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너무 미묘하게 합치되는 지점을 논하는데 아연실색

이러한 범위 안에서 권력은 항상 경제적 사취를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흐름을 촉진하고 자극하기는커녕 끊임없이 방해하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두번째 관심사, 두번째 필요성이 생겨납니다. 사물과 사람을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는 동시에, 사회에 비용 부담을 주지도 않고 본질상 약탈하지도 않는 권력 메커니즘, 경제적 과정과 같은 방향으로 행사되는 권력 메커니즘을 찾는 것입니다. - P24

18세기 이후로 생명은 이제 권력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생명과 신체. 예전에는 신민, 법적 신민들sujets juridiques만이 존재했고, 그들은 재산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까지도 박탈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요. 이제 신체와 인구가 있습니다. 권력은 더 이상 법적인 것이기를 그치고, 물질주의적인matérialiste 것이 되었지요. 신체와 생명이라는 실제적인 것들을 다루어야만 하게 된 것입니다. 생명은 권력의 영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는 아마도 인간 사회의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이행 가운데 한 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점에서부터, 즉 18세기에서부터 어떻게 성이 완전히 핵심적인 부속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성이라는 것이 실상 개별적인 신체 규율과 인구 조절의 연결 지점에 아주 정확하게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성에서부터 개인들에 대한 감시가 확보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왜 18세기에, 하필 콜레주에서, 청소년들의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의학적·도덕적인 문제,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정치적 문제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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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1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살거에요. 말리지 마세요~~~~~~~~~~~~~~~~~~~~

수이 2024-12-11 11:45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아무도 안 빌리던데 🤔

단발머리 2024-12-11 11:47   좋아요 1 | URL
진짜요? 🙄 일단 검색 들어갑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1:48   좋아요 2 | URL
충격실화! 우리 동네에 없는 것으로 밝혀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1:5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쇠질하고 올게요, 맛점 💋
 

북플이 어플임을 깜박 잊었다. 손 편히 이용하고 가볍게 자주 이용해야 함을 깜박했다는 거지. 회덮밥 먹다가 깨달았지, 미역국 리필해달라 하니 회덮밥 맛있게 먹는 비법을 사장님이 알려주시는데 퍼뜩. 토니 모리슨 언니 내게 날아오시는중. 집에 가면 도착해있겠구만. 근처 카페에서 사장님이 예쁘다고 에스프레소 서비스로 주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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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0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나 이 철의 민족을ㅋㅋㅋㅋ사랑함이 분명하다 ㅋㅋㅋㅋㅋ
토니 모리슨, 사진에서부터 압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죽었어! 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0 13:09   좋아요 2 | URL
다 죽었어_는 내 샴쌍둥이가 정치 이야기 할 때 자주 하는 ㅋㅋㅋㅋㅋ

유수 2024-12-10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수이님. 지난 글 보고 신간 소식 알아서 제가 선물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수이 2024-12-10 13:10   좋아요 1 | URL
사수자리 유수님 역시 해피버스데이투유! 겨울에 태어난 순둥이들 빠샤!

hnine 2024-12-10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커피 파는 곳은 파스XX 만 알고 있었는데 저 카페도 그런가봐요. 커피머신도 신기하고 소피아 로렌 사진까지.
북플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과 사진을 포스팅 하시는군요. 저는 북플이라는걸 어제 처음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어색하고 적응이 안되서 그냥 지워버릴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수이 2024-12-10 15:27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 노트북 켜고 알라딘 서재로 들어가는데 북플이라는 건 좀 달리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보통 서재랑 연계해서 사용하니 짧은 글 올리고 그러면 좀 그런가 싶었다가 북플은 그럼 서재랑 뭔 차이인가 싶어서 앞으로 달리 사용해보기로 했어요. 나인님도 지우지 마시고 한번 써보세요, 가볍게~ 🐬
 
불교개론 알기 쉬운 불교 (현암사)
마스타니 후미오 지음, 이원섭 옮김 / 현암사 / 200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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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경 사러 들어왔다가 불교개론 잠깐, 내 마음이 모든 걸 만들어낸다고 한다면 내 마음을 일체만물에서 다 끊어내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손쉬운 일이 아니던가, 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결론, 하지만 나 또한 범부인지라 몸과 마음이 함께 가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절에 들어가야 하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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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에서 좋아하는 외국어를 하나 익혀 내 나라 말이 아닌 낯선 외국어로 소통을 하고 의사 표현을 하는 걸 로망으로 삼는 건 어떠한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은 어느 누구도 쉬이 판단내릴 수 없는 일이고. 인생은 롤러 코스터를 타는 일과 같다. 위로 올라갈 때가 있고 아래로 추락할 때가 있다. 한없이 추락하는가 싶은데 또 위로 치솟는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매일 사용하는 삶이란 어떠할까? 내 나라에서 살면서 모국어로 생활을 해도 외국어를 매일 익히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외국어와 함께 하는 인생이다. 반대로 외국에서 살면서 그 나라의 말로 영상을 시청하고 라디오를 듣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동료들과 일을 한다고 해도 퍼뜩 떠오르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건 모국어이고. 여기 모국어와 외국어로 나날들을 이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곽미성의 [언어의 위로]의 부제는 다음과 같다.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프랑스 영화에 반해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를 시작한 한 소녀는 어느덧 나이를 먹어 프랑스 파리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프랑스인 남자와 함께 살아가며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그 프랑스어는 아직도 그 소녀(이제는 나이를 먹었지만)를 가끔 쩔쩔매게 만든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나는 프랑스어 앞에서 쩔쩔매게 될듯 하다고 글쓴이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프랑스어가 '삶에 스며드는 과정에 대한 고찰'을 담았고 2부는 프랑스어를 만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프랑스어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동안 글쓴이의 '가치관을 흔들고 시야를 확장시킨 순간들에 관한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는 동안 에세이스트 전혜린이 떠올랐다. 전혜린의 외국어에 대한 강한 애정은 익히 유명하다. 소녀 시절부터 지적인 호기심으로 외국어를 익히기 시작한 전혜린이 겹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낯선 세계에 대한 열망과 모르는 것에 대한 앎의 욕망은 언제나 소녀 시절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더 알고 싶다, 그 낯선 말을 내 것으로 삼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 또한 소녀 시절에 시작된다. 그 소녀 시절이 중년의 나이에도 불쑥 겹쳐지기도 하고. 글쓴이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양이를 찾아 탐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 어느 곳에도 성공과 실패의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고 우리는 각자의 다양한 생김새 그대로 자신만의 고양이를 찾아 길을 떠날 뿐이다. 배움은 끝이 없고 그 배움의 활자들이 한국어일 수도 있고 외국어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둘 모두일 수도 있고.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그대라면 시간을 내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가볍게 차려입고 보다 더 경쾌하게 내 고양이를 찾아 길을 떠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 아가들 대상으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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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국어에 정말로 관심이 없어서.... ㅠ..ㅠ (이런 것도 성향일까요?) 수이님의 이런 외국어 사랑과 듀오링고 점수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런 수이님을 친구로 가까이 두었으니, 저도 외국어가 열어주는 세상과 해방감을 곁눈질해볼 수 있어 좋아요. 좋다요.

수이 2024-12-09 09:05   좋아요 0 | URL
외국어에 관심 없다는 분이 요즘 영어공부 너무 열심히 하셔서 ㅋㅋㅋㅋ 언니들에게 사랑을 쭉쭉 받고 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