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at moment, 그 순간을 누가 정할지는 알 수 없다는 점. 김기태를 사놓고 오늘 들고 나가는 책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로빈 리. 친구가 야한 장면 미리 캡쳐해서 보내줬으나 읽지 않았다. 후다닥 얼른 그 장면으로 달려가기 위해서. 전세계 싱글맘들이 다 난리가 났다지. 로맨스는 다시는 안 읽어_라고 하고 로맨스 소설 20권 3월에 버린 사람 누구? 그리고 2개월도 채 못 되어 바로 로맨스 사버린 사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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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21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 만나기 전에 말이죠. 약속 세팅하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저는 제일 좋아해요. (진짜예요.)
연하 직진남의 돌격을, 나 돌격해야 돼요? 이런 질문을 제가 좋아합니다.
현실에서는.... 미쳤니? 돌았니? 제정신이니? 이런 말 나오겠지만, 하하하. 픽션이라죠. 시속 80으로 달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5-21 14:37   좋아요 1 | URL
20세 연하면 몇 살이냐면……. 뼈와 살과 피와 근육과 눈빛, 도전!
 







브래지어만 입고 찍은 셀피를 카톡 프로필로 설정할까봐 엄마가 두려워하는 걸 보는데 웃음이 키득키득 나와버렸다. 전애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어제 포스팅에 올렸다가 내렸다. 만일 봤으면 지난 밤에 그가 다 봤을 테고 보지 않았다면 뭐 그러려니 하고 패스하면 그만이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딸아이가 아침을 차려주었다. 아주 심플한 아침 식사였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한석봉 어미를 흉내내어 아이에게 말했다.

이 어미는 글을 쓸 터이니 너는 앞으로 공부를 하는 틈틈이 살림을 하도록 하렴, 딸아.

딸아이도 그게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을 봐서는. 이라고 했다. 간단하게 여행 관련 후기를 대화로 공유하는 동안 아이도 비슷한 걸 느꼈구나 싶어서 응응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비언 고닉을 다 읽었다. 이토록 가슴 벅찬 걸 어떻게 문장으로 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멍때리고 있던 중 엄마가 와서 엄마랑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급발진하는 바람에 또 싸울 뻔 했다. 엄마는 이야기했다. 이혼한 년이 제일 상팔자고 다들 일하느라 뼈 빠지게 고생하고 다른 내 딸들은...... 거기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싶었으나 느껴지지 않아 그러니까 말야, 제일 놀순이인지라 계속 놀기만 하네...... 했다. 죽을 때까지 철들기는 글렀다.

설거지를 하는 틈틈이 만일 내가 해리였다면 나는 그렇게 어설프게 모든 걸 드러내지 않았을 텐데_ 라는 생각을 했다. 조급함이 언제나 문제인 거다. 그 조급함이 모든 과정을 어긋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는 대체 왜 몰랐을까 싶었다. 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설프구나 아가야, 라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했다. 꾼에게도 진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만일에 정말 그가 꾼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만일 꾼이라면 그렇게 성급하게 굴지 않았을 텐데_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전애인과 주고받은 대화들이 마치 매트릭스처럼 쫘악 내 뇌 스크린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오, 해리, 가슴이 아프구나, 나도 모르게 그렇게 워딩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두 눈알을 뽑아주고 내 코를 쓱싹 베어서 내줄 수도 있고 내 혓바닥을 싹둑 잘라 어여쁘게 리본을 묶어 바칠 수도 있건만 남자들은 그 조급함으로 너무 자신의 패를 성급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물론 이건 성별과 무관하지만. 까닭은 무엇인가. 인식의 놀라움. 이른 새벽, 딸아이의 꿈을 방해할까봐 살며시 일어나 티셔츠를 걸치고 바지춤을 추켜세우고 화장실로 가 물을 빼고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틀어올려 세수를 하고 로션과 선크림을 바로 바른 후 물을 마시고 커피를 내리면서 비비언 고닉을 펼쳤다. 호텔에 있는 동안 제일 하고 싶었던 건 내내 비비언 고닉을 읽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과 친구로서의 역할과 딸아이 친구 엄마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기에 비비언 고닉을 들추는 일은 잠깐씩만. 엄마, 엄마, 내 배가 수영장 바닥에 닿았어! 아이가 소리를 질러서 페이지를 접고 손을 흔들어주고 아이를 응원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접었던 페이지를 펼치고 다시 한 페이지 읽으니 내 옆 썬베드에 누워있던 새로 사귄 친구가 책이 그리 좋나? 물어봐서 좋긴 좋은데 이혼하느라 연애질하느라 제대로 읽지 못한 게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이제 막 다시 읽는 거다_ 말하니 책을 그리 사랑했으면 인기가 어마무시했겠네, 라고 해서 책 읽는 게 인기랑 무슨 상관인데?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또 읽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묵혀있던 답답한 공기를 내보내느라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고 청소를 하고 걸레질을 하고 버려야 할 물건들을 버리다가 유물 발견, 그러니까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곧 완경이라니, 결혼할 때 예물로 받았던 진주 반지와 진주 목걸이를 우연히 유물과 함께 찾았다. 딸아이와 내 손가락에 똑같이 들어갔다. 엄마가 조금 더 끼고 줄게 이것들은_ 했다. 예물로 받았던 것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것들인지라. 저녁은 들기름막국수 해달라고 하니 유부초밥 만들어서 해줄까 했으나 딸아, 네가 나보다 더 맛있게 할 거 같으니 네가 다 해보아라, 미션을 줄까 생각중.







인간의 고독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성차별주의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인식이, 근원적 이유를 사유하는 데 관심을 가졌던 우리 사이에서 득세하기 시작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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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19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올리신 부분까지 전 아직은 읽지 못했어요. 너무 좋네요. 인간의 고독과 성차별주의에 대해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낮이 길어졌으니까요. 고닉을, 실비아를 읽는 날들이 더 길어지시길 바랍니다.

수이 2024-05-20 09:59   좋아요 2 | URL
제 친구들이 인간의 고독과 성차별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 정치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는 동안 저는 한심하게도 상호모순적인 연애질을 실컷 하다가 이제 뻐끔뻐끔 다시 책을 읽어볼까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비언 언니 책 읽는 동안. 낮이 길어졌고 그러니 한낮에 불타는 사랑을 해야 마땅한 게 아닌가 몸이 다 타버릴 정도로_ 라고 해뤼가 그랬는데 아 보고싶다 우리 해뤼..... 설이랑 해뤼 생각은 잠깐씩만 하고 고닉을 실비아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영어는? 영어는? 어쩔 거야? 대체....... 라고 하시기 전에 영어도 하겠습니다 오바

- 2024-05-20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수이님을 위해 선택한 문장은 ˝(43) 정념, 정념, 정념. 견고하고 비열하고 파괴적인 정념. 관능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고. 그저 끓어오를 뿐인. 이걸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었을까. 사랑보다 전쟁에 가까운 정념. 성적 황홀경에 대한 갈망 배후에 도사린 날것의 야성. 그 번민의 깊이. 파멸의 두려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 ㅋㅋㅋ
수이님의 알라딘 서재 이름은 무엇이다? ˝정념 일기˝이시다. 하.... ㅋㅋㅋ 읽는 문장들 마다 공감가기도 하고 또 사람들이 생각나서. 넘 조음...ㅋㅋ
고닉은 정말... 좋아요...ㅜㅜ

수이 2024-05-20 16:16   좋아요 0 | URL
고닉 읽고 올게요, 좋은 거 알아보는 재능 넘쳐나시는 그대. 일하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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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예정이다. 간단하게만 적는다. 친구의 글을 읽었다. 친구는 앤 헤서웨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_라고 썼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셋이서 영어원서를 읽으며 지내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서촌과 광화문 언저리에 있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친구는 술을 못 마시니 콜라를 마셨던가 사이다를 마셨던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상형이고 연하야. 어떻게 할래? 라고. 뭘 어떻게 해? 물었고 이상형이고 연하야, 근데 걔가 좋대, 그리고 노빠꾸야. 어떻게 할래? 라고. 그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한 명은 솔로였고 두 명은 기혼이었다. 솔로에게는 뭐 말하나마나 이상형이고 연하가 좋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는가. 문제는 두 명의 기혼이었다. 그때 내 대답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그 당시에도 그 질문을 곰곰 생각하면서 나는 이혼하고 만날래_ 그러니 기다려줘_ 라고 말할래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말도 안돼_ 잖아 그러면서 셋이서 푸후후 웃었던 그날 그 시간이 기억난다. 그때도 우리는 중년이었다. 한참 연하의 탑스타가 나이든 여성에게 열정을 느껴 함께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그 나이든 여성에게는 딸아이도 있다. 연하의 탑스타와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극중에서 앤 헤서웨이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앤 헤서웨이가 극중에서 계속 하는 그 말들을 가만히 들었다. 전남편이 내 아내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 장면. 그리고 앤 헤서웨이가 전남편에게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 아내가 아니야_라고 하는 말들. 그 모든 것들을 유심히 듣고 보았다. 어제 쓰다 말았던 고 마광수 교수가 말한 끌림_은 첫 순간에 일어난다. 처음 상대방을 마주한 순간 번뜩이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거부하기 힘든 것이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친구가 글에서 썼던 앤 헤서웨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_는 건 돌려 말하면 각자의 끌리는 에너지가 서로를 당겼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끌리는 경우는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라고 한다. 보통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반하고 그 이후 상호교류하는 에너지가 오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극중에서는 연하의 탑스타가 앤 헤서웨이를 본 순간 확 반한다. 난교파티를 즐겨 하던 잘생기고 육체적 에너지가 뿜뿜하는 매력적인 젊은 남성이 중년의 여성을 사랑하면서 겪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로맨스 영화답지만 과연 일어나지 못할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 잠깐 나를 버리고 떠난 그가 떠올랐다. 그가 내게 다가왔던 순간들, 내가 그에게 사랑을 느낀 순간들, 다른 모든 평범한 연인들처럼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 기다렸던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 그는 이미 떠난 사람이기에 더 이상 내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기 전의 나와 그를 사랑하고난 후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The idea of you]를 보고난 후에. 그리고 답을 해주기 위해서 늦은 밤 노트북을 켰다. 나는 중년이야. 너보다 열살이 더 많아. 애엄마고. 육체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아. 일도 곧 시작해야 하고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너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잘생겼고. 그러니 아름답고 멋진 여성과 연애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계속 편하게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 그리고 곧 이어 깨달았다. 나는 이 말을 예전에도 했다는 사실을. 나는 중년이야. 너보다 나이도 훨씬 많아. 거의 엄마뻘이야. 그러니 우리 계속 편하게 지내도록 하자. 싫어요, 라는 말이 나올 줄 예상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곧이어 답이 도착했다. 싫어, 나는 오직 당신이어야 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항공권은 지금 예약하지 마. 조금 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일단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잠들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질문이 나온다면_ 노멀 피플인 겁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남과 연하녀의 조합이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것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조합이 그야말로 노멀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The idea of you]의 작가 역시 극중에서 앤 헤서웨이가 샐리 루니의 소설을 읽고 있는 장면을 집어넣은 까닭도 그야말로 노멀하다는 걸 말하고자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단 나는 오늘_ I do what is mine to do. 만일 나를 보기 위해서 프랑스에서 오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를 말릴 수 없다. 그가 서울에 도착하고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고 그리고 서로 실망하고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순간들을 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가 서울에 도착하고 우리가 처음 마주한 순간 끌리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나날들이 펼쳐질 테고. 그러니 나는 오늘 내가 할 일들을 한다. 더 이상 마음 졸이거나 애달아하지 않는다. 그냥 신기하고 재밌다. 곧 여름이다. 그는 할 말이 많았는지 번역기를 돌려 엉터리 한국어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와서 그냥 영어로 말해, 불어로 하든가. 번역기 돌리지 말고. 그리고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올 거면 한국어 공부 제대로 하고. 또 선생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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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섹시한 건 외모나 조건이 아닌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섹쉬함을 느끼는 에너지라능 것은….. 🤫👏 빔일!

수이 2024-05-15 12:23   좋아요 0 | URL
말하고 싶다 푸후후후
 


 











아이가 해준 말, 인상 깊어서 간단하게 메모해놓는다. 어딘가에서 누가 짤로 봤다는데 그걸 반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보았노라고. 네 인생을 위해서 나는 내 인생을 포기했다_는 말. 워낙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아이 입에서 듣는 말은 좀 남달랐다. 그러니까 이게 말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리 들리는구나 알았다. 엄마에게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소리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엄마랑 커피 마시면서 말했다. 엄마는 엄마 인생을 살았어. 열심히 살았고 그 누구보다. 다만 아빠에게 모든 돈을 갖다퍼부은 것은 물이 새어나가는 장독대에 한없이 물을 갖다퍼부은 것과 다름 없어. 그 돈을 우리를 위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 돈을 엄마를 위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까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고.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들 인생은 모두 달라져. 그래서 what if 가 있는 거겠지만. 나는 애초에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낳기로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가 내 날개가 되어주기를, 내 존재를 얽어매는 쇠사슬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를_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얼른 아이가 말을 할 줄 알고 의사소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독박육아를 하는 동안 영혼이 갈리는 느낌이었기에.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데_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하라고 해도 어쩌면 그때와 똑같을지 모른다. 애 키우는 데는 잼병이다. 살림을 하는 것도 그렇고. 모성애가 짙은 사람도 있고 모성애가 옅은 이도 있는 거다. 딸아이와 의사소통이 되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모성애가 더 짙어져간 경우다. 말 못하고 온통 울음으로만 자신의 뜻을 알리는 존재를 돌본다는 건 내 체질은 아니었다. 다시 날개로. 그렇게 해서 아이가 들려주는_ 네 인생을 위해서 나는 내 인생을 포기했다_는 말을 들으면서 그건 일면은 맞고 일면은 틀린 말. 이라고 대꾸했다. 엄마 인생을 위해서 너를 택한 거고 너를 위해서 내가 새롭게 살아보고자 한 거다_ 이야기했다. 그 모든 선택과 결정을 할 때도 내 중심을 생각했다. 딸아이는 자신이 내 중심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한데 그건 내가 알게 모르게 강요한 건지도 모른다. 밥을 먹으면서 구남편이 너는 왜 안 늙지? 라고 말했다. 나는 흰 머리도 이젠 그득해지는데 너는 흰 머리카락도 하나 없어_라고 해서 나는 염색하잖아, 당신은 염색 거부하는 자연주의자고_ 말했더니 입을 삐죽거려서 염색해, 흰 머리 보이는 거 싫으면_ 말했더니 안 해_라고 해서 자연주의자들이 하는 소리는 뭐 다 똑같지, 그렇게 살아가렴, 나는 여름에 염색할 거란다, 빠마도 하고 했다. 딸아이 이번 중간고사 결과를 들은 구남편은 충격을 받아서 맨날 놀고 공부는 대체 언제 해? 하고 내게 물었다. 놀순이 딸인지라 노는 게 좋은가 보지. 어쩔 수 없음. 했더니 나 없는 동안 구남편과 딸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는 왜 내 인생인데 다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래?! 버럭 하길래 맨날 1등만 했던 아빠를 둬서 그런 거임, 아빠의 사랑임, 그 잔소리가. 그러니까 네가 새겨듣고 싶으면 새겨듣고 흘려듣고 싶으면 흘려 들어, 했다. 물론 엄마 마음으로는 네가 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네가 하기 싫다면 어쩌겠나, 하고 속말은 꿀꺽 삼키고. 그림들 하나씩 보면서 내 지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본다. 딸아이의 학창 시절도, 더불어 아이가 앞으로 하고 싶다는 일도 겹쳐서. 라푼젤은 지금 행복할까?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계속 심어주는 건 사회겠지만. 더불어 곁에 있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이들이 없이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불교 행사 박람회가 있었는데 어마무시한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관계자들은 엄청 놀랐다고 한다. 요가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거 섞여서 들었는데 필라테스가 하향세가 되어가고 요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까닭에 대해서도. 멧돼지들과 야생곰들에게 미친듯 쫓길 때 인간이 겪는 불안이라는 게 있는데 요즘 현대인들은 살아가면서 그 불안지수와 똑같은 지수의 불안을 때때로 자주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이들도 늘어가는 거 같고. 나도 지금 그러한 길에 있는듯 싶고.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속에서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자신의 몸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아이는 기다려진다고. 절뚝거리면서 다리에 뭉친 근육이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오전에 요가를 갈까 하다가 쉬기로 했다. 몸을 좀 살피고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식재료들을 또 버리고 여름옷을 다시 정리하고 책을 좀 읽다가 아이가 하교를 하면 같이 단백질쉐이크 한잔 간단하게 마시고 저녁 요가 가기로. 그리고 또 하나 알았다. 글을 쓰고 요가를 하는 나이든 여자에게 남자들이 갖는 판타지가 대단하다는 것도. 다들 아니 에르노나 보부아르 언니를 떠올리는 건가. 열 발가락만으로 지탱해서 흔들거리지 않고 가만히 숨쉬는 건 대체 언제쯤 가능해지려나. 버럭 했더니 딸아이 왈, 엄마 요기니로 갓생 살기로 한지 이제 겨우 두 달째야, 좀 빨리 가려고 하지 마...... 아 내 아가가 하는 말 들어야지....... 캄 다운. 오늘의 언어 교환을 위해서 중얼중얼. 영어공부해야지.

About our topic today. I got divorced a while ago because I wanted to live better, and I tried to start a relationship with a new guy, but he kept me waiting for a year and suddenly went to another woman. I'm sorry, I'm just as much of an asshole as your ex-husband, and that's all he said to me. I don't know why I waited for him. I know we have to live with other people, we can't live alone without each other, but after the sudden breakup, I lost a lot of faith in other people, so I thought I should focus on myself first. I don't know if this makes any sense. Have you ever been betrayed? I betrayed someone once before, but I felt very bad about it and vowed never to violate someone's trust again. I like people. We are all imperfect beings. We all have our own minds, we all have our own languages, we all look different. I'm a materialist, but I also believe in the spiritual world, so sometimes I listen to them. I have the soul of a child, and I want to live that way, but it's not always easy. And when I get older and I say I want to live like a child, people say, “You're too immature." But I want to live with my soul, and that's why I decided to get a divorce. I know now why my mom and my siblings and my friends tried to stop me. That they wanted me to have a safer, more materially prosperous life. Yeah, maybe I'm still immature. But I can't change my soul to a sudden breakup and betrayal. I'm sure my ex-boyfriend had his own reasons, and I try to understand, but I think he could have expressed his desire to break up clearly and politely, but his attitude was so mean that it made me angry, and I said a lot of bad things to him. I may have been hasty. I realized after the relationship ended that I was impatient, reckless, and arrogant. Is there such a thing as a karma? I want to start everything fresh, that's my theme these days, so I have a lot to prepare for. A turning point in my life. You said I'm naughty. That's because I say what's on my mind without a filter. That's why people sometimes say I'm rude. That's why I said I'm sorry yesterday. My soul_ innocent or immature soul. My strengths and weaknesses. I'm planning to go to Bali to get a yoga certification, so I've started studying English again. It's raining in Seoul again today. I wonder what the weather is like in Paris, where you are. I hope you have a nice day. So, tell me about your theme rece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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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5-07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영어로 말 잘 써서 놀라고 영어로 쓴 문장이 더 명료하게 와 닿아서 또 놀라고…한국말 문장도 저렇게 쓰면 더 와닿겠다 싶기도 합니다…이건 그냥 내 취향 ㅋㅋㅋㅋㅋ

수이 2024-05-07 18:00   좋아요 2 | URL
건조하기 그지 없어서 영어로는 잘 안 쓰는데 영어 문장이 더 명료하다 하시니 한국어 공부를 더 해야할까 하고 반성중입니다 ㅎㅎㅎ 이제사 정신 차리고 돌아왔습니다. 영어 문장 칭찬해주셔서 감사감사 유열님

단발머리 2024-05-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날 때마다 만나서…
저 영어 좀 가르쳐 주세요!
완전 하트뿅뿅 반했습니다!!

수이 2024-05-08 06:45   좋아요 2 | URL
저 영어책 다시 읽게 해준 베프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영어를 엄청 잘 해요. 그 친구 소개해드릴게요 단발님

단발머리 2024-05-08 09:57   좋아요 1 | URL
영어 잘 하는 친구는 제 주위에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5-08 11:49   좋아요 1 | URL
원하는 걸 그냥 말해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5-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슬프네요.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요 ㅠㅠㅠ

수이 2024-05-09 08:01   좋아요 1 | URL
인생이 원래 그렇죠.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내 곁에 있는 이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그러니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자, 더불어 정신 차리고 돈 벌면서 연애할 궁리 하자, 아무리 오래 사랑 못했다고 해도 똥파리들이랑 엮이지 말자 입니다. 전남친이 제게 남긴 건 인생의 커다란 고통과 더불어 제 살을 뭉터기로 가져갔고 요가라는 신세계를 맛보게 해줬다는 것, 이혼 천사라는 것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