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읽다가 파이드로스 편 일부를 읽고 리딩중, 소크라테스는 너무 능글맞아서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제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한 시간만 책 읽고 자자 해서 나도 어쩐 일로 졸립지 않아 다섯 페이지만 읽고 자자 하고 침대 위에서 펼쳐들었다가 한 시간을 읽었다. 누가 나를 유혹하고자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_ 경우의 수를 대입해 누가 내 연인을 유혹하고자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_ 그러면서 읽다가 설득이 하나도 안 되는걸? 뤼시아스의 연설은! 버럭 했다가 소크라테스가 파이드로스에게 뤼시아스의 편을 들어 같은 논의를 펼치는데도 이런 개소리를 설마, 하면서 또 버럭했다가 소크라테스가 벌벌 떨면서 매미 소리 한그득한 나무 아래에서 나 그냥 나 하고픈 말 할래, 이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_ 라면서 두 번째 논의를 펼칠 때, 그걸 다 읽고난 후에야 아이참 하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민이가 불 끈다, 자자, 해서 책을 방바닥 아래로 내려놓는 순간 불이 탁 꺼지는 순간 므흣해하며 몸을 눕혔다.

어제 또 과식을 해서 새벽에 힘들어서 두 번이나 일어났다. 역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당분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모가 어제 밥 먹는 동안 네가 새냐? 라면서 계속 이것저것 막 멕이려고 해서 장단 맞추어주다가...... 오늘은 종일 굶어야겠다. 다시 컨디션 회복하려면. 딸기 어제 한 바구니 먹는 민이 보면서 맛나나? 물어보니 맛난다, 왜 안 먹나? 해서 배부르다, 보기만 해도, 하니 그럼 내가 더 맛나게 먹어주지! 하며 하나씩 입에 넣는데 니는 왜 이렇게 귀엽노? 하니 에미 닮아 귀엽지, 해서 또 깔깔깔.

오늘, 메논까지 읽을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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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2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드로스랑 딸기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오직 수이님 뿐! 😘

수이 2024-02-23 20:54   좋아요 1 | URL
생크림 올린 딸기랑 커피 먹고 싶다 사랑둥이랑 🥰 메롱
 

















빅터 레빈의 [5 to 7]에서 제일 인상적인 인물들은 역시 어머니. 브라이언의 어머니 알린이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여자 아리엘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우아함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반면 브라이언의 아버지 샘은 아들의 여자가 애 둘 딸린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는 미친듯 프랑스 욕하는데 바쁘다. 물론 이게 내 딸, 내 아들 케이스라고 대입시킬 경우 보통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다. 젊은 놈에게 미친 나이든 여자를 두둔할 필요가 있냐고 샘이 아내인 알린에게 이야기할 때 알린은 이야기한다. 저 여자는 내 아들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마,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 당신이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지킬 선이 있어, 그리고 저건 저들의 사랑이야, 네가 아비라고 해서 함부로 평가할 권리 같은 건 없어. 라고 말하는 알린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인물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싸울 수 없는 힘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_ 라고 말하는 이 또한 알린이다. 샘이 얼마나 운 좋은 남자인지 스스로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그저 그렇고 그런 아름다운 뉴욕의 배경이 전부인 불륜 영화라고 치부받기에는 좀 평가가 아쉽다고나 할까. 브라이언이 아리엘에게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확신이 들었냐고 물어보는 카페 씬 있다. 그런 확신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그 까닭이 나온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친구 연애사가 떠올랐다. 친구는 같이 살고픈 남자가 있어서 자신의 연인을 엄마에게 소개시키며 나 이 남자랑 살려고 엄마, 이야기하고 남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 목숨 다하는 날까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쇼, 어머님_ 이라고 식사가 끝난 후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혼 말고 동거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친구의 어머님은 가슴 아파 하셨다고 한다. 다음날 어머님은 말씀하셨다고 한다. 저 남자는 네 짝이 아니다. 자기 힘들 일 생기면 너부터 버릴 거다, 라고 악담을 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울며불며 엄마는 왜 내가 행복해하는 꼴을 못 보냐고 난리부르스를 추었고. 3년이 흐른 후, 친구는 말했다. 우리 엄마 말이 맞았어. 그러니까 어머니란 존재들은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아는 걸까? 나는 이제 다른 이들 연애사에 이러쿵저러쿵 평가질 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사랑이고 내가 평가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 얼굴이 제각기 다른 것부터 목소리가 제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사랑하는 것도 다 제각각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태도에 있어서 여자가 참 별로네, 남자가 참 아니네, 이런 이야기는 하지만 그걸 사랑에 국한시켜서 평가질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기에. 영화를 다 보고난 후 만일에 내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애 둘 딸린 유부남이래, 그리고 내 딸을 절절하게 사랑하는 게 다 눈에 보인다, 그럼 난 어떻게 하려나? 머리를 일단 굴리긴 굴려보지만 멘붕이긴 멘붕일듯 싶다.


어제 철학 강연 들을 때 그러니까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듣는 동안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그 사람의 삶 또한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늦은 밤, 홀로 영화를 보고난 후 다른 이들이 쓴 영화 리뷰 몇 개를 읽는 동안에도 참 다양한 답들이 존재하는구나 그것도 알았고. 정답은 없다, 철학에서. 다 나름의 질문을 제시하고 자신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것이 철학일 따름이다, 라고 강연자는 이야기했다. 말과 몸에 대해서 어제 걷는 동안 다시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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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우동집은 별로다. 돈까스도 맛없었고. 롤도 그닥. 우동조차 맛이 없었다. 그래도 한동안 돈까스 매일 100개 만들어 100개씩 튀겨 팔던 여자로서 이런 건 용납할 수 없다_ 라는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 이건 아니죠. 사장님. 딸아이가 시킨 돈까스와 우동 두 입, 롤 3개 먹고 젓가락을 재빨리 내려놓았지만 역시나 집에 돌아와 체하고 말았다. 체기가 다 가신지 정확히 하루가 지났는데 또 체하고 말다니, 하지만 왜 체했는지 그 까닭은 맛없는 식사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조금만 뒤틀려도 그걸 꼭 티를 내고야 만다, 성격이 저래서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말을 아빠에게 듣고 그럼 불편한데 어떻게 해! 소리를 빽 지르기도 했던 어린 기억도. 맛없으면 남겨, 했으나 민이는 돈까스를 다 먹었고 결국 집에 돌아와 체한 거 같아 맛없었어, 너무, 그래서 그러니까 엄마가 남기라고 했잖아, 그걸 왜 다 먹어, 잔소리 한마디 하고 소화제를 내미니 매실차 마실래 해서 소화제는 내가 먹고 매실차 타주고 나는 힘들어서 샤워 끝내고 얼른 잤다. 새벽 1시 넘어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몇 시야? 물어보니 새벽 1시! 그래서 왜 이렇게 늦게 자?! 또 한소리 하니 소설 잼나, 엄마, 그래서 잠결에도 웃음이 나왔다. 카프카와 다자이 오사무를 읽고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아이는 요즘 유행한다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집어들었는데 완전 힐링이라며 저녁을 먹는 내내 그 소설 이야기를 했다. 결국 카프카와 다자이 오사무도 그 소설을 쓴 작가도, 장자도 타자 이야기구나, 아이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느꼈다.

마흔에 읽는 뭐뭐뭐, 오십에 읽는 뭐뭐뭐...... 이런 책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던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서점에서 그런 책이 매대 한켠을 차지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뭘 원하는 걸까? 이 시대의 중년들은 뭘 원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 만 적 있다. 마흔과 쉰, 중년 초입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마흔부터 중년이 한창일 때, 이때가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가로지르는 딱 그 지점이다. 성공과 실패를 적절하게 맛봤고 실패만 그득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어도 중년인데 나도, 이제 꿈 하나라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기로 여긴다면 중년 이후부터라도! 이런 마음인 걸까. 나는 또 내 인생을 대입시켜서 제멋대로 생각하곤 한다. 혹은 무탈하게 앞으로 남은 나날들을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기는 힘들어도 평화롭게 만족하며 보내고 싶어서일까. 아이 키우는 아줌마들 나이는 다 거기서 거기다. 일찍 결혼했으면 사십대 초반, 늦게 결혼했거나 늦둥이라면 오십대 초반, 대개는 내 나이대. 다시 돌아가 젊어질 수 있다면_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다시 돌아가 젊어지고 싶다_손을 드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젊었을 때 그 난리 부르스를 다시 하라고 한다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들. 치열하게 살았건 치열하게 살지 않았건 그때 그 감정의 널뛰기를 다시 겪으라고 한다면 너무 끔찍하지 않냐_ 라면서. 뒤라스가 딱 쉰이 되어 한 인터뷰를 짤로 보았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요. 과거의 나도 좋았지만 지금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 그럴 거 같습니다. 난 지금의 나에게 만족합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확실히 뒤라스 목소리에는 힘이 있구나, 다시 한번 뒤라스 목소리에 반한 지점이기도 하고. 언니가 한 말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앞으로도 더 그럴 거 같습니다' 여기. 뒤라스의 인생 전반을 봤을 때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죽기 전까지, 투병하면서도, 그걸 알고 있는 팬 입장에서는 더욱 더. 얼마 전에 나눈 대화에서 사람들은 결핍은 결핍대로, 또 튀어나온 부분은 튀어나온 부분대로 그걸 가만히 두고 바라보지 않는다_라는 말에 뭔가 발끈해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냥 응응 하고. 결핍은 결핍대로, 저 녀석은 저게 한참 모자란 녀석이지, 그 결핍을 갖고 이야기를 하고 튀어나온 부분을 갖고는 저 녀석은 저렇게 나대고 살지, 그냥 좀 조용히 있어도 좋을 텐데 저렇게 좋다고 나대고 다니네, 얼마나 그 행운이 가는지 보자, 하고 시기하는 마음과 못된 마음을 먹고. 왜 그럴까? 엄마에게 이래서 이래서 이랬어, 하고 이야기를 하니 엄마가 현명하네, 다행스럽게도, 라고 했다. 사람들 사는 게 그렇다. 이 에미도 곧 여든인데 사람들 말소리에 일희일비하기 일쑤인데 그냥 너를 보면 애간장이 탄다, 라고 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하니 너는 그냥 다 말해버리니까, 다 쏟아내버리고, 얼굴에도 그냥 다 드러나고. 엄마 말을 들으면서 그냥 눈동자를 굴리고 말았다. 민에게도 들었던 바, 엄마는 포커 페이스가 안되더라. 해서 너는? 했더니 나는 포커페이스 짱이지,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들려주어 들어보니 그렇다, 우리딸도 포커 페이스다. 포커 페이스 연습해야지. 아침 간단히 먹고 병원 순례 다녀야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어젯밤 잠들기 전에 든 생각, 대붕 이야기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어느 누구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메추라기가 될 때도 있는듯 싶다, 스스로를 메추라기로 만들 때도 있고 내 부모, 내 자식, 내 형제자매, 내 친구들, 내 연인, 내 아내, 내 남편, 내 선생님들이 나를 메추라기로 만들 때도 있다. 나는 공적인 관계에서 활동을 해본 경험은 진짜 짧아 공적인 관계를 언급하기에는 그래서. 또 동일한 케이스로 내 부모, 내 자식, 내 형제자매, 내 친구들, 내 연인, 내 아내, 내 남편, 내 선생님들이 나를 곤으로 붕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나고보면 난 운이 좋았던 것도 같다. 물론 그만큼 불행도 겪긴 했지만. 더불어 내 친구나 내 연인이 내 선생님이 나를 하늘로 띄워 날아오르게 만든 바람이라면, 나 역시 그들을 하늘로 띄워 날아오르게 만드는 바람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더불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메추라기가 아니라 곤으로 붕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하여 중년의 나이에 고전을 읽고 그 고전의 구절에 내 인생을 대입시켜보고 거기에서 희망을 찾고 또 신발끈을 묶어보자 싶어 그런 식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 아니겠는가. 문득 졸혼하고 싶다는 동네 친구들도 떠올랐는데 그냥 거기까지 생각하고 잠들었다. 자신을 메추라기로 만드는 이들은 그 관계가 어떠하든 간에 확실히 끊어버리는 편이 좋다고 여긴다. 마음에 안 들면 칼같이 자르는 거, 좋지 않다고 엄마가 맨날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데. 또 자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군, 아침부터. 아직 어려서 그렇다. 쉰이 뭐가 어려? 켁켁. 아직 어리다고 여깁니다. 쉰이 되어보면 마치 모든 것들을 헤아릴 수 있어서 허허실실 웃기도 많이 웃고 다니고 사람들도 항상 곁에 그득할 줄 알았고 하는 일마다 모두 다 잘 해낼 것이다, 그런 망상과 같은 생각을 스물에 한 적 있다. 곧 관뚜껑 열고 들어가도 될 정도 아닌가 그러하다면. 개인적으로 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곧 죽어 바람에 훨훨 날아갈 정도의 경지가 아닌가 그 정도라면. 스물 즈음에 막연히 그렸던 그 쉰을 곧 마주하고 있노라면 별로 달라진 거 하나도 없구나 알게 된다. 그러니 음 예순 정도 되면 우리 엄마 말씀이 맞았구나 그렇게 칼같이 끊어버리면 안 되는구나 하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끊는 게 답입니다, 라고 말하고 만다. 똥고집이네.

또 어마무시한 꿈을 꾸었다. 이쯤 되면 나의 무의식이란 대체 무엇인가, 싶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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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18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캉 프로이트 찍고 강신주에게로 날아간 수이님, 제가 격하게 응원합니다. 먼저, 저 책이 우리집에도 있어서 무척 반갑다는 말씀 드리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

마흔에 뭐뭐.... 하는 책들을 저는 몇 권은 스르르 봤는데... (물론 정독이나 완독은 아닙니다만) 그냥...
허허하고 쓸쓸한데, 그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제목이 그러니 끌리는게 아닐까 싶어요. 마음은 그대로잖아요. 어제 제가 유퀴즈에 최민식 배우님편 봤는데 (급고백ㅋㅋㅋㅋ) 그 분도 그러시대요.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구. 마음은 그대로라구. 보통 어르신들이 그런 말을 자주 하시잖아요. 근데 저도 40대 후반으로 달려가다보니(이미 달려왔나? ㅋㅋㅋㅋ) 그런 생각 많이 들어요. 제 멘탈은 그냥 딱 아직도 열아홉 스물 이정도 밖에 안 되거든요. (정신연령 테스트에서 26세 나온 사람) 전 그대로인데 나이는 먹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할지 모르니깐... 사실 저도 모르겠구요.
알게 되면.... 연락 좀 주세요. 010-1234-5678입니다!

수이 2024-02-18 11:34   좋아요 1 | URL
음 저는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답이 아닐까, 라는 쪽으로 확신을 갖고 이쪽으로 오게 된 거 같습니다. 우리도 곧 쉰이니까 공자가 쉰이면 뭐라고 그랬지? 암튼 그게 개뻥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뭐 비단 나뿐만 아니라 주변 나이든 선배들도 보면 그렇고 그냥 생긴대로 사는 게 답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이가 먹어도 마음은 그대로니까 또 나이드는 몸을 저주하는 한편, 그렇게 온갖 약물을 넣어서 억지로 팽팽하게 탱탱하게 만드는 걸 텐데 이게 또 나름의 제한선이 있다는 것 또한 이미 모든 것들을 겪으신 분들이 보여주시니 좀 덜 하게 되고 그냥 편하게 룰루랄라 살도록 하자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아나키스트의 대답은 한계가 이렇게 명확하네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그런 거 같아, 마흔에 뭐뭐.... 쉰에 읽는 뭐뭐..... 이런 거 읽는다고 해서 다 그 지혜를 흡입하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때 읽는 순간 잠깐일 뿐이지, 그리고 또 인간의 특성대로 다시 룰루랄라 그 모드로 돌아가는 거겠지만_ 그리고 솔직히 저렇게 요약해서 유명한 문장들 몇 개 끼워갖다 맞추는 거 별로, 그래서 안 읽는 거겠지만 뭔가 100일만에 영어 귀가 뚫렸어요! 이런 느낌인지라 약 파는 광고 느낌....... 그러니까 음 단발님은 스물여섯 그대로 사시면 됩니다. 정신연령 열아홉으로 나온 사람 올림.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면 아파할 일이 없다"는 것

스피노자 - 기쁨은 지키고 슬픔은 멀게, 만나서 감정이 있어야 마주친 것. 기쁨을 유지하려는 것이 사랑이다. 대상을 가진 기쁨이 사랑.


대상을 대상으로서 기쁨을 지니고 마주할 수 있는 경우는 복되다는 것. 

자신에게 최고인 것들로 바닷새를 대접한 노나라 임금, 사흘 후 바닷새는 죽음, 사랑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 새는 죽고 내가 사랑하는 새가 죽었으니 노나라 임금은 슬픔을 하염없이 느낀다. 바닷새의 죽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타자에 대한 감각이 탁월했던 장자. 바닷새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읽지 않았던 노나라 임금. 사랑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자 한다, 헤아리고자 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지 그걸 알려고 하는 것.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해 기뻐하니 그 사람 역시 나로 인해 기뻐하기를 원하는 마음의 헤아림.

결혼 이후에 그 헤아림이 멈추는 것은 이미 나에게 포획되었으니까. 도망치기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더 이상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는다. 바닷새를 잡아 종묘에 데리고 들어온 순간, 그 순간부터 사랑은 증발된 것이 아닐까.

장자가 말하는 자유란 '떠날 수 있는 힘'

원효 - 내가 생각해서 행하는 그 '선'이 타인에게도 '선'이겠는가.

"타인을 만나거든 타인에게 선을 행하지 마라. "

"타인을 아껴서 선도 행하지 않는데 악을 행해서 쓰겠느냐?"

계속 알아가려는 마음가짐

"10년 지나서 그 사람을 다른 누구보다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 사람은 더 행복해지겠죠."

우리는 타자를 모른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알게 되겠지만 내 기준으로 (그에게) 선을 행하지 말자. 그 선을 행했다 해서 그 선이 그에게 닿았는가. 결국 그 선은, 내가 주는 그 사랑은 그( 바닷새)를 파괴하고 죽게 만들지 않았는가. 나는 선을 행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랑을 전달했다. 이건 면피일 뿐이다. 나는 괜찮은 연인이었지. 하지만 실로 괜찮은 연인이었는가. 그게 진실로 바닷새가 원하는 사랑이었는가? 바닷새의 마음을 헤아린, 바닷새가 원하는 사랑이었는가 말이다. 노나라 임금의 입장도 되어보고 바닷새 입장도 되어보도록 하자. 그 생각과 그 느낌들. 사랑이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관계.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절대 그를 우리에 넣지 말라. 선녀와 나무꾼. 나무꾼은 선녀옷을 훔쳐 선녀가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함께 살면서 아이들을 낳는다. 하지만 결국 선녀옷을 찾은 선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무꾼의 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간다. 만일 나무꾼이 선녀옷을 뒤늦게 돌려준다 치자.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지 않는다. 왜? 선녀는 나무꾼 곁에서 이미 사랑을 느껴 행복하니 하늘이 아니라 그 지상의 집이 자신의 집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자리가 나무꾼 곁이라는 걸 알기에. 사랑의 조건은 상대방의 자유와 나의 자유가 동등해져야 가능하다.

바닷새 이야기는 계속 헤아리고픈 이야기, 살아가면서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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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5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6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극한 잔소리에 그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돌아와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샤워를 하고 할 일 하고났더니 좀 나아졌다. 일기를 요즘 아침에 쓰다보니 항상 하는 이야기는 어제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어제 극한 잔소리.

카프카의 변신과 시골의사를 읽고난 후 클레어 키건을 읽을까 다자이 오사무를 읽을까 갈등하던 딸아이는 다자이 오사무를 택했다. 쎌 텐데_ 이야기했더니 엄마는 몇 살에 읽었는데? 물어봐서 나는 열일곱인가 했더니 그럼 뭐 나도 읽을 수 있어 해서 엄마는 다자이 오사무 읽고 한동안 멍했어. 그래서 영향 꽤 크게 받았는데 민이는 어떨까 모르겠네 말하니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면 좋았다는 소리지? 좋았지. 그런 식의 삶이 있다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 알았고. 니힐리즘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겠죠. 했더니 읽어야지, 두근두근_ 이라고 답하더니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니힐리즘이 맞던가 다자이 오사무가....... 읽은지 30년 지나서 가물가물하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면서 나는 엄기호 책을 꺼냈다. 클레어 키건이 왜 그리 좋았는지 아이가 물어봤을 때 고통을 나눈다는 건 삶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 왜 사람을 사람에게 보내시는 걸까?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엄마는 종종 그런 생각 자주 해. 왜 내게 사람을 보내신 걸까? 왜 그 사람에게 나를 보내신 걸까? 그런 생각. 소중한 이들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 자주 함. 더불어 인간은 인간 없이는 존재하는 게 불가능함. 다들 각자의 믿음과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치지만 공동체에 대해서, 낙원과 같은 공동체와 지옥과 같은 공동체와 결국 그걸 판가름하는 건 그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어떤 믿음과 불신을 지니고 살아가느냐_ 그거일 텐데 클레어 키건은 그걸 명확하게 보여줌. 어려운 단어 하나 쓰지 않고. 나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도 더불어 하게 만들고.

아이가 곰곰 생각에 잠겨 심장과 뇌를 굴리는 소리가 들릴 때 이때가 나는 행복하구나. 아이 얼굴을 보면서 알았다. 심장은 뇌가 돌아갈 때 더 가열차게 펌프질을 하는듯 싶다. 예를 들어 신세계에 눈을 뜰 때 말이다. 책이라는 신세계, 사랑이라는 신세계, 그런 것들.

어제 잠들기 전, 극한 잔소리를 폭탄으로 날리던 장본인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사랑해, 내 딸."

아이가 겨울방학을 잘 보내는듯 싶다. 선행을 최소 3번은 돌려야 한다고, 이번 겨울방학이, 바로 적기라고, 동네 아줌마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모임에서 말을 주고받았다. 중2 겨울방학, 하염없이 귤을 까먹으면서 제일 뜨끈한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미친듯 책을 읽기 시작한 기억. 그때 읽으면서 알았다. 책이 나에게 길을 보여주는구나, 나는 그 길목에 서 있구나. 나는 이제 책 없이는 못 사는 그런 인간이 되겠구나, 그런 것들. 활자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 생겨나기 시작한 때. 알고 알고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부글부글 아랫목이 들끓는 것처럼 내 영혼을 지글지글 데피기 시작한 그때. 그러니 내 아이도 딱 이맘때쯤 책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뜬다면 좋겠는데 아줌마들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 생각을 했다. 아이 입에서 박종대나 배수아나 카프카나 다자이 오사무와 클레어 키건 이름이 나오는 걸 멍하니 들으면서 바람은 결국 이루어지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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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13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엄기호 한 권 밖에 안 읽었지만, 저 책 제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고통당하는 사람의 곁의 곁에 있자...... 수이님, 굿모닝!

- 2024-02-13 13:08   좋아요 2 | URL
저는 엄기호 책을 시중에 나온 것은 다 읽은 사람입니다만 (왜죠?) <고통..>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책예요.
영혼을 지글지글하게 데펴버린 책 읽기. 나는 그 지글지글 열독모드 35살쯤에 왔어요. 그러고보면 중2병이 35살에 왔던 걸까나. ......... (한숨)... 수이님 굿 앱터눈~!

단발머리 2024-02-13 13:10   좋아요 2 | URL
앗! 엄기호책 이렇게 많았네요. 그걸 다 읽었단 말입니까!! @@
저도 한 두권 더 읽어야지 했는데 가는 길에 또 훌륭하신 분들 몇 분 만나가지고 자꾸 미뤄지네요.
35살에 중2면 이제 곧 고등학교 입시 준비해야하는 중3? 파릇파릇 16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2-13 13:54   좋아요 1 | URL
저는 엄기호 누구더라 같이 누군가랑 쓴 책 읽었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합니다. 이 책은 제 베프가 한동안 엄청 읽고 있을 때 오 나도 읽어야지 하고 구입하고 한동안 내팽개치다가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고통당하는 사람의 곁의 곁에 있자, 이 말 좋네요. 고통은 확 줄어들고 기쁨은 배가되는 거겠죠? 사람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게.

수이 2024-02-13 13:56   좋아요 1 | URL
중2병 쟝님이 오셨다 하니 영혼 나이 최고령자로 나오신 분이 하실 소리인가 싶습니다 푸훗, 날이 따스해졌다가 다시 추워졌다가 그러네요. 얼른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레알 중2가 유투브 보고 다시 한번 반하셨다고 합니다. 근데 조끼는 진짜 벗자, 이모...... 라는 말도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2-13 13:57   좋아요 2 | URL
저 조끼 이야기 한 4년은 간다.....에 500원 겁니다.






- 2024-02-14 16:55   좋아요 0 | URL
검색해봤는데 다 읽진 않았고 여덜권 읽었더라고요 (자진납세 ㅋㅋㅋ) 뭔 책이 왤케 많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