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바라 스톡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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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베프가 좋아하던 반 고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고흐의 그림 몇 편을 알 따름이다. 어린 시절에 고흐가 남동생 테오에게 썼다는 편지 모음집을 읽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흐릿하다. 혼란의 와중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그림을 베프는 제일 좋아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 어두워서 나는 별로 썩 좋아하지 않았던 작품. 그 그림으로 [반 고흐]는 끝난다. 어리숙하고 환한 게 좋은 나는 제일 잘 알려진 작품을 좋아한다. 민이 읽기 전에 훑고난 후에 고흐가 문장력이 이토록 섬세했나 싶어 좀 놀랐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안에 문장들, 읽고 또 읽는 동안. 알듯 하면서도 일부러라도 모르고 싶은 마음이랄까. 나이들어 마주하는 빈센트 반 고흐는 생각보다 더 다정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그 작품들 안에서도 이미 다 느껴지는 바. 다시 한번 고흐의 작품들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 붉은 머리 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성이 더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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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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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정리하다가 마지막 페이지들 다시 리딩하면서 느낀 건데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왜 바라보지 못하고 모르는 척 한 걸까 그런 질문들 다시 일어났다. 어제 오후에 들은 정희진 팟캐스트_에서 임경선이 말한 것들도 다시 겹쳤고. 갈래는 여러 가지인데 항상 어떤 식으로든지 마무리는 되어야 한다고 여겨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척, 너도나도 다 겪어본 것들이잖아, 뭐 굳이 다시...... 이런 말을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너희도 다 살아본 건 아니잖아, 이런 식의 대꾸를 하지는 않지만 그 삶이랑 그 삶이 똑같이 겹친다는 보장은 있나, 그런 식으로 삐뚤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있다. 어슐러 르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존재하는 그러니까 이런 식의 관계도 있다는 걸 나는 민에게 알려주고 싶다. 낭만성이니 로맨스 혹은 민이 담임이 자기 학생에게 대놓고 너는 남미새여서 이러저러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농담처럼 해대는 것도 다 자기 깔때기 안에서 보니까 그런 거 아니겠는가 싶다. 젊은 여자 선생님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학생에게 남미새라는 말을 농담처럼 아이들 사이에서 한다? 난 이거 문제 있다고 보지만 또 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여 담임 욕을 엄청 해댔다고 한다. 너는 남미새야_ 라고 대놓고 말을 하지만 우리들 보기에는 자기가 남미새인데_ 라는 말을 해대며.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위할 때와 서로가 서로를 까댈 때, 그 경계는 모호하고 흐릿하다. 정뚝떨. 아이들은 모여 담임이 없는 사이 정뚝떨_ 이라며 스승의 날에도 찾아가지는 않을듯_ 이란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좋은 선생님이라 여겼는데 농담을 한번 잘못 해서 아이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이런저런 말을 듣고 마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느꼈지만. 남미새라는 단어 하나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판국이니 농담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맥락 안에서 남미새가 존재하는 거 아닌가 싶다. 설령 남미새면 어떻고 로맨스에 미친 철없는 중년이면 어떤가 다 그 각자의 프레임 안에서 볼 것들은 다 보고 느낄 것들은 다 느끼고 행할 것들은 다 행하는데 말이다. 꼭 자기 프레임 안에서 모든 것들을 맞춰야 윤리적이라고 보는 거 좀 많이 역겨워. 윤리의 깔때기. 이걸 제일 조심해야 하는데 말이다. 모두가 잘난 사회라 그런지 이 윤리의 깔때기가 다 제각각 높이가 달라, 이걸 작년부터 자주 느낀다. 위산이 역류하고 속이 쓰려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들은 이상한 것들을 먹었기 때문이야. 몸은 즉각 반응을 하고 또 낑낑거리면서 요즘 유행한다는 장염에 걸린 건 아닐까 조바심을 내면서 오늘 읽을거리들을 쌓아놓고 바라보다가 또 그런대로 오늘도 보내겠구나 싶다. 앙드레 고르 마지막 몇 페이지 읽고 나니 편지 쓰고 싶다, 다 관두고. 중얼중얼 종알종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지는 참 순간인 거 같기도 하고. 태도와 말투와 경계. 얼마 전에 오빠들과 이야기 나눈 부분이기도 하고. 앙드레 고르가 자신의 연인이자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서 당신을 보잘것 없는 인물로 만든 걸 사과하는 구절들 좋았다. 아내의 투병 생활을 위해서 신문사를 관두고 아내의 간병을 하며 쓴 글들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내가 누군가에게 서로가 서로를 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기쁨이다. 닮고 싶은 연인들. 돌아오면 함께 읽고 싶어 연인을 위해서 한권 더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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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1-25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미새가 뭔가-_- 하고 검색해봤네요. 깜짝@_@;;; 자기 학생에게 담임이 이런 말을 한다고요? 자칭 페미니스트께서 @_@;; 농담으로라도 꺼낼 수 없는 말일 것 같은데요 뱅글뱅글@_@;;;

수이 2024-01-26 00:15   좋아요 1 | URL
농담으로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법 하다고 여겨서 선생님은 말씀하셨겠지만 그 말을 들은 학생도 곁에 있던 다른 학생들 모두 상처를 받고 모멸감을 느꼈다는 데서 선생님이 적절치 못한 언행을 보이셨다고 느꼈어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 찰나 모든 것들이 드러날 수도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미새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아이리스 머독과 메리 워녹이 있어서 읽으려고 찜해뒀다가 아직 읽지 못한 책, 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가 다른 출판사에서 질문하는 여자_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원제를 몰랐다면 다른 책인가 했을 텐데 목차가 똑같아서 알게 됨. 어제 포스팅한 히파르키아, 아 히파르키아가 책 제목은 아님. 책 제목은 뭐지 까먹었다. 아 철학자 강아지 결혼_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아 내 이야기랑 겹치는 건가 했다가 책 내용 훑고 알게 된 거임, 히파르키아 이야기라는 건. 그러고보니 애인이 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만일에 당신이 책 읽는 여자가 아니었다면 관심도 없었을 거야_라고 해서 책 읽는 여자들은 흔하고 흔한데 어째서 그런 이유로 나를 택한 건가 물었더니 당신 같이 읽는 여자들은 별로 없어_라고 해서 당신 전 여친들은 무슨 책을 읽었는데? 물어보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류의 에세이와 소설류를 많이 읽으셨더라. 지적으로 오만한 거야, 당신이. 했더니 가부장제의 산물이라 이거지? 해서 그렇지, 이 가부장제에 찌든 인간아. 했더니 하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 페미니스트는 당신이 처음이야, 라고 해서 그 소리를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하긴 했다. 친구들아, 내가 페미니스트가 맞니? 라고 물어보고 싶어져서. 하지만 나는 전문으로 읽는 이도 아닌걸. 당신이 같이 읽자고 했으면 됐잖아, 전 여친분들에게. 말했더니 읽자고 했지. 그랬는데? 왜 넌 그렇게 어려운 것들을 읽니? 대체, 라고 말씀하셨지. 그럼 독서모임 같은 곳에서 책 읽는 여자를 찾지 그랬어? 물어보았더니 당신은 그렇게 해서 연애한 적 있어? 물어봐서 무슨 남자를 만나겠다고 독서모임을 해,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라고 했더니 같은 생각_ 이라고 말해서 으흠 했다. 


며칠 전에 친정 모임(이것 봐, 친정이래, 내게는 이제 시댁도 없는데)에서 동생 하나가 언니 책 읽는 남자라면 지긋지긋하지 않아? 물어봐서 책 읽는 남자가 왜 지긋지긋하니? 물어보니 형부 아니 엑스 형부도 책으로 만났잖아. 해서 응 그렇지, 대꾸하고 동생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노라니 책으로 만난 악연인데 또 책 읽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물어봐서 언니는 다 책으로 만났는걸. 첫사랑 빼고. 언니 친구들도 다 책 읽는 사람들인데_ 대꾸하니 하긴 언니랑 책이랑 떼고 생각한다는 건 좀 아니긴 아니네, 했다. 동생아, 너는 왜 책을 안 읽니? 했다가 언니처럼 팔자 편한 사람들이 읽지. 난 장사하느라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니, 하는 쌀쌀맞은 대꾸를 듣고는 어쩐지 미안해지네, 하니까 아니야, 난 우리 언니가 행복한 게 좋아. 하고 꽈악 안아줘서 좋았다. 언니 같은 내 둘째 동생. 맞다, 그러고보니 첫사랑은 지독히 책을 읽지 않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소파에서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면 한참동안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곤 했다. 더 읽어줘, 더 읽어줘 하면서. 이 이야기는 현재 애인에게 하지 말아야겠다. 어쩐지 한소리 들을 각이야. 엄마와 어제 한참동안 차가 막힐 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렵지 않니? 엄마는 또 물었고 나는, 닥치지도 않은 두려움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할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 않아. 답했다. 만일 가슴 아플 일이 생기면 어쩌니? 엄마가 물었고 가슴이 아파도 그 전에 온통 기쁨만 한가득한 순간들이 있어, 말하니 엄마는 웃었다. 걱정이 담긴 불안한 미소. 나도 엄마여서 안다. 엄마가 왜 그런 어정쩡한 미소를 짓는지. 엄마는 두려운 게 뭐야? 물어보았다. 세상의 시선들. 엄마가 운전하면서 답했다. 난 그 시선들 너머에 있을 거야. 왜 이렇게 당당해? 엄마가 물어봐서 또 답했다. 내가 읽은 책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그러니 당당해도 괜찮아. 내가 두려우면 그 시선들 안에서 계속 살았어야 해. 또 말하고. 우리는 대화 형식이 비슷하다 맨날 엄마야. 엄마는 걱정하고 나는 괜찮다 하고 엄마는 또 걱정하고 나는 또 왜 불안하다 겁먹는가 하고 말야. 그렇네, 이제야 패턴을 알겠네. 오늘은 하늘에 맡기고 그저 하루를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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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4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이가 사달라고 해서 사주고 배송 전 히파르키아 히파르키아 홀로 중얼거리다가 마사 누스바움이 언급한 히파르키아가 바로 이 히파르키아라는 걸 뒤늦게 깨달음. 이야 이 언니는 정말 대단했구만. 그 시대에 그 정도였다니. 다시 감탄함. 역시 여자는 똑똑하고 봐야...... 라는 소리를 저절로 하고 말았습니다, 이 못난 인간아. 하고 잠깐 반성. 이거 내가 타파해야할 지점이다. 스님도 나 똑똑한 사람들한테 약한 거 이미 캐치하시고 예전에 조언해주셨는데. 가물가물하지만 네가 쳐놓은 그물에 네가 잡히고말 수도 있다, 뭐 그런 식의 말씀을 하셨던 거 같다. 전 그래도 똑똑이들이 좋아요, 스님. 하고 대꾸하고 부처님 보면서 부처님도 똑똑하고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예요_라고 대꾸해서 보살님들 다 웃긴 적 있음, 어렸을 때. 내가 놓은 그물에 내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할 일. 근데 이게 가능할까 모르겠다. 아흔아홉살 정도면 좀 뭘 깨달을지도. 아 스님 말씀 그거였음?! 하고. 아는 동생 우울증 걸렸다. 갱년기여서 그런듯. 함부로 조언할 일 아닌지라 좀 보려고 한다. 미친듯 우울증 관련서 읽는 거 보고 알았다. 좀 정리되면 만나야 할듯. 그러고보니 좀 정리가 되고 만납시다, 이 말을 작년부터 어마무시하게 하고 다녔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그들 다 올해 안에 봐야돼. 잊지 마. 다 나를 살린 사람들이야. 수연아. 다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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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2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책 너무 근사해요! 히파르키아, 히파르키아.... 저도 외워두어야 할 이름이네요.
그림은 또 왜 이렇게 내 스타일? 이러고 있습니다!

2024-01-2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4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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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한반도에 한파가 시작된 날, 클레어 키건의 긴 단편을 읽고난 후 눈물이 멈추지 않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책장을 적시는 걸 가만히 응시했다. 아는 만큼 행하고 행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딸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한겨울에 뜨거운 여름날을 불시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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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22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겨울에 뜨거운 여름날 너무 근사하네요. 저도 밀린 책들 밀어내고 읽고 싶어요^^

수이 2024-01-22 23:24   좋아요 1 | URL
천천히 읽어도 괜찮아요. 단발님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실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