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개
새벽, 검정개가 눈꺼풀 위로 지나간다
점심, 정신 나간 미친년과 말싸움을 했다
저녁, 1층의 사이코는 현관문을 부서져라 닫는다
5월, 미나리는 점점 더 억세진다
억세지는 모든 것들의 끝에서 검정개가 웃는다
못난이
못난이 참외를 샀다
값이 너무 싸서 샀다
겨울에 잔뜩 사놓은 못난이 사과를 다 먹을 무렵
못난이지만 맛있다
못난이를 먹는다고 인생이 망가진 것도 아닌데
삐딱한 웃음이 찔끔
냉장고에는 못난이 파프리카도 있다
빨강색 못난이는 싱싱한데
노랑색 못난이는 주글주글
못난이에도 등급이 있다
괜찮은 못난이와 아주 못난 못난이
못난이는 가난하고
못난이는 부끄럽고
못난이는 좀 슬프다
못난이 시를 쓰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