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죽음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이었다 갑작스럽게 K의 소식을 들은 때가
나는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K의 이름을 보고, 정말 내가 알던 그
K가 맞는지 기사 속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다 정말로 K였다
K와는 1년 동안 사진 수업을 함께 들었다 하지만 말을 나눈 적은
별로 없었다 기억나는 몇몇 단편적인 일화들을 떠올려 보면,
K는 과묵한 편으로 나름대로 강단 있어 보이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런 K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그 기억 속의 K가 갑자기 놀람
상자 속의 인형처럼 뉴스 기사로 튀어 올랐다 부고 소식이었다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사(餓死)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먹칠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보려고 할 뿐이다 K에게는 지병(持病)이 있었고, 그것에 겹겹이 포개어진
불운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도 그걸 제대로 보려는 이들은
드물었다 어느 소설가 양반은 K를 자기 제자로 부르면서 그 죽음에
대해 뭔 글을 썼다 글쓰기 수업 한번 들으면 제자가 되는가?
정작 영화과 동기들과 선생들이 무겁게 말을 아끼는데, 거기에
뭐 얼마나 잘난 지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그런 글을 쓰는 것인가?
나는 K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을 보태는 인간들의 작태에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K의 죽음은 내 마음 속 깊이
아픈 닻처럼 내려앉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K가 있는 추모 공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서 K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K의 기사를 검색하다가
익숙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은 내 부친이 모셔진 추모 공원이었다
그 해, 아버지 기일이 되었을 무렵에 나는 추모 공원을 찾았다
추모 공원의 컴퓨터에 고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봉안당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K의 이름을 천천히, 또박또박 입력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뜨질 않았다 몇 번을 입력해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가 정말 맞아? 기사 한번 다시 확인해 봐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말했다 나는 내가 본 기사를 다시 찾아서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K는 그곳 추모공원에 딸린 화장터에서 화장한 것으로 나와있었다
오래전, K는 이곳에 잠깐 머물다 어디론가 떠났다 나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화장터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 그곳의 거대한 둥근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최근에 문학 관련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는데, 누군가 작가로 사는 삶의 고단함을 말하면서 K의 죽음을
언급했다 영화판도 마찬가지라잖아, 그 왜 오래전에 굶어 죽은 K라는
사람도 있어 나는 그 댓글에 심한 분노를 느꼈다 어쩌면 그것은 분노를
넘어선 슬픔인지도 몰랐다 K의 죽음이 가난한 예술가의 비참한 최후로
박제되었기 때문이다 강추위가 밀어닥친 어제, 나는 차가운 마룻바닥을
걷다가 문득 K가 죽은 계절이 겨울임을 떠올렸다 고은아, 평안히 잘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