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놔~



오늘 D대리가 자꾸 나를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다. 저기, 아, 아니에요-
뭐냐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침에 혹시 문자 안받았어요?
헉!!!!!!



이런이런 D대리였구나,
아침에 내가 교육 못나올까봐 과장님이랑 같이 모닝콜 문자를 넣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빨딱 일어나라고
충격 요법을 쓴 거란다

그래, 내가 좀 화들짝, 빨딱 일어나긴 했다


D대리는 우스워서 죽으려고 하고,
옆에서 궁금해 죽으려고 하는 E대리에게 말해줬더니
E대리도 그만 쓰러진다

다른 사람이 장난친 거라고 의심되는 지점이 몇군데 있긴 했었는데
그렇다 해도 D대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D대리는 나보다 3개월 후임인데, 군대 갔다오고 어쩌고 해서 나보다 한 학번이 높은
동기같은 후배다
나는 3개월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1년 먼저 대리를 달고,
D대리는 몇주 전에 대리를 달았다
정말 친했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살짝 소원해졌다가
요즘엔 다시 같은 팀이 되면서 슬쩍슬쩍 말도 하고 그렇긴 하지만
이런 장난을 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암튼 덕분에 무지 재밌고 어이없고 웃기고 잘 일어나고 교육도 잘했다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특히 다락방님-
그냥 그렇게 생각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M을 두분이 알고 계셨더라면, 이건 그저 감사할 만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것이니다. M은 나이는 대학생, 외모는 간부급,이라는 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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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군요 알라딘 M패밀리는 젠틀하기로 소문났는데 말입니다.
(젠젠젠 젠틀맨이닷!)

해적오리 2008-01-12 11:30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듣는 말인데요...(" )( ")
혹시 웬디 누나는 들어보셨어요?

웽스북스 2008-01-12 12:18   좋아요 0 | URL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ㅋㅋ

Mephistopheles 2008-01-12 16:30   좋아요 0 | URL
해적님...물만두님도 M패밀리 일원인데요...?
일러야 겠어요 아무래도..우리 옥상에서 만나요..호호호

해적오리 2008-01-12 18:04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옥상에서 곱창구워먹게요?
저 그러실줄 알았어요. 워언래 메피님이 좋은 분이라는 거 다 알구 있었딴 말예요. 흐~

웽스북스 2008-01-12 22:59   좋아요 0 | URL
전 대창과 양곱창 좋아하는데 ㅋㅋ

다락방 2008-01-1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서운해요 서운해.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흑흑 ㅜㅜ

2008-01-1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8-01-1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사건에 진실성이 있었던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만. ㅎㅎ
 
나와 닮은 유명인사?



변장술을 써봤다 ㅋㅋㅋ



우왕 나도 마츠다카코가 나왔다 흐흐흐



프하하하 여기 구성 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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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텨카긴뇨...퇴디우 띵크뉼이 치티오프노나 나와타댜냐요...어머 실땅님..실땅님..=3=3=3

웽스북스 2008-01-11 22:32   좋아요 0 | URL
터다디늬 그던거구 싯데로는 변노 비드타게 안뎅겼더요

물만두 2008-01-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다 보여요^^
눈웃음이 매력적이시네요~

웽스북스 2008-01-11 22: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변신놀이가 더 재밌어요
원래 제 사진은 서재에도 막 올라와있구 그래요
신비주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어요 ㅋㅋ

멜기세덱 2008-01-1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최희섭?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1-11 22:46   좋아요 0 | URL
아이쿠 노대통령님 오셨습니까

비로그인 2008-01-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Anita Mui 라는 사람 분위기 괜찮은데 ㅎㅎ
그런데 남자가 두번이나 나오다니, 웬디님 정체가 혹시..? ㅋㅋㅋ

웽스북스 2008-01-11 23:46   좋아요 0 | URL
란마 1/2 ㅋㅋㅋㅋ

비로그인 2008-01-12 10:14   좋아요 0 | URL
아, 란마 ! 저도 알아요!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웽스북스 2008-01-12 12:19   좋아요 0 | URL
내용은 생각 안나고 주제가만 생각나요
아 난 늘 이런식이야

Mephistopheles 2008-01-12 17:39   좋아요 0 | URL
야빠빠야빠빠 웅묘익천 이곳에 빠지면 아빠 팬더곰

마노아 2008-01-1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드리 햅번까지! 어여 정체를 드러내세욧!

웽스북스 2008-01-11 23:48   좋아요 0 | URL
에이 왜이러십니까 조디포스터님

깐따삐야 2008-01-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은 신애라 이미지인 것 같은데 신애라는 없네요.
난 히로스에 료코라고 난생 첨 들어보는 일본 아가씨가 나오는데 김태희가 안 나와서 속상했어요. -_-

웽스북스 2008-01-11 23:52   좋아요 0 | URL
DB가 빈약한 것 같더라고요 나왔던 애들 계속 나오고
김태희는 확실히 있으니까
사진 바꿔가면서 해보다 보면 언젠가 나올 거에요~ 스무번 안에~

신애라는 아예 DB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사진만 보고도 그게 보여요?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자주는 아니고 1년에 두번씩 들었던 말인데 ㅋㅋ

근데 차인표는 어디에~ (나 금요일이라 아주아주 신났어요~)

마늘빵 2008-01-12 12:29   좋아요 0 | URL
-_- 료코... 료코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흙.

마늘빵 2008-01-1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여기도 혜교가 나오는거에욧!!!

웽스북스 2008-01-12 23:06   좋아요 0 | URL
에 아프님 너무 대놓고 싫어하신다 너무해욧

프레이야 2008-01-1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지우 닮은 웬디양 님~~~ 이뽀요~

웽스북스 2008-01-12 23:0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실떼로 보면 안달마떠요 테디우 언니가 알면 기더라게땅

시비돌이 2008-01-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쉘 위 나왔네요. ㅋㅋ

웽스북스 2008-01-23 12:57   좋아요 0 | URL
어어어 시비돌이님~! 반가워요 반가워요 ^_^
요즘 뭐하시는지 궁금하던 차였는데
서재도 닫혀있고 말이죠 ㅠ_ㅡ

시비돌이 2008-01-24 07:58   좋아요 0 | URL
거짓말 하시기 전에 입에 침은 바르셨나요? ^^

웽스북스 2008-01-30 02:02   좋아요 0 | URL
우씨 뭐에요 시비돌이님 진짠데 진짠데
 

1

오늘 교육 진행을 맡았는데, 어제 또 너무 늦게 자버린 사건. 엄마에게 꼭꼭꼭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터라 일다는 안심했다. 아침에 새벽기도를 다녀온 엄마가 7시에 나를 깨우고, 나는 10분만 더 자겠다고 엄마더러 10분만 더 있다가 다시 깨워달라고 얘기를 한다. 엄마는 방 밖에서 책을 보고 나는 그만 10분이 20분이 돼버렸다. ㅋㅋ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켜는데 문자가 와있다. 회사 후배 M이었다.

누나 저 M인데요 오늘 교육 있으시죠, 얼른 일어나세요 (__)

순간 난 너무 어이가 없어주시는 사건. 누나라니. -_- 옆자리 J씨가 회사 과장님들, 대리님들에게 누나누나 하며 곰살맞게 구는 게 부러워서 얘가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냈나, 그러나 중요한 건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안한다는 거. 후배들과 서로 경어 꼬박꼬박 쓰며 격의 '있게' 지내는 편이라, 친화력의 화신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데 이녀석이 누나라니.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씹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문자가 왔다.

얼른얼른 오세요, 종이가 ('종'은 이름 끝글자)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에 대고 '미친거 아냐?' 라며 실소를 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냐며 묻고 나는 답한다. 엄마도 어이 없다는 표정.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씹기로 했다.

그리고 태연한 듯 회사에 가 만난 M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를 대한다. 나도 씹은 가오가 있으므로 가만히 있는다. 주변 사람들이 장난을 친건가, 싶기도 하고- M이 진짜 미친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을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나 참.

2

처음 문자를 받고, 침대에서 일어난 내가, 내뱉은 말은
"헉!!!!! 누나?????" 였다.
그런데 밖에서 정말 평화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눈와 ^^"

아이쿠나, 그래, 눈이 오는구나. 보송보송 쌓이는 눈이라 맞는 기분도 밟는 기분도 좋지만, 아침 출근 길에서는 정말이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과장법 절대 맞음)

3

술도 잘 못마시면서, 이런 날은 꼭 뜨끈한 정종이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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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건의진실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1-12 00:18 
    오늘 D대리가 자꾸 나를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다. 저기, 아, 아니에요- 뭐냐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침에 혹시 문자 안받았어요? 헉!!!!!! 이런이런 D대리였구나, 아침에 내가 교육 못나올까봐 과장님이랑 같이 모닝콜 문자를 넣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빨딱 일어나라고 충격 요법을 쓴 거란다 그래, 내가 좀 화들짝,
 
 
깐따삐야 2008-01-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종이가. 종으로 삼아달란 말인가. ㅋㅋ M 구엽네요.
2. 넘 웃겨요! 누나와 눈와 사이.
3. 정종에 버섯 샤브샤브~ 딱 좋겠다.

웽스북스 2008-01-11 13:11   좋아요 0 | URL
1. 하하하 그거 재밌네요- 니가 내 종이가~
2. 역시 한국어는 참 재밌어요
3. 히히 그렇죠~ 전 아까 오뎅바 앞을 지나며 꿀꺽 했어요

무스탕 2008-01-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아야 겠군요!!
웬디양님께서 '옵빠, 문자 고마워써~' 이럴수도 없고..
눈 무지 옵디다.. 결국 차 놓고 지하철 타고 출근했지요 -_-

웽스북스 2008-01-12 12:19   좋아요 0 | URL
부장님께 언니 얼른 오세요, 이런 거 해볼까요? ㅋㅋ

다락방 2008-01-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넘 둔하시잖아욧!!!!
(왜 내가 다 화가 나.)

그니깐, 그 분 말이죠,
웬디양님을 좋아하고 있잖아욧!!! >.<
(왜몰라,왜몰라!)

다락방 2008-01-11 13:40   좋아요 0 | URL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말이죠,
그사람이 더이상 무섭지 않아요.

웬디양님이 후배들과 서로 경어 꼬박꼬박 쓰며 격의 '있게' 지내는 편이라는건, 그분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분에게 웬디양님의 다른면이 보이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다, 라는건 알지만
좋으니까 안 무섭고, 다르게 대하려는 거라고요.

웽스북스 2008-01-12 12: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조언은 가슴에 새길게요
그치만 M을 한번 다락방님께 보여주고 싶군요 ㅋㅋㅋ

마노아 2008-01-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여워요. 어여삐 봐주세요. 관심을 끌고 싶어하잖아요^^

웽스북스 2008-01-12 12: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이건 얘가 한 짓이 아니긴 하지만
하튼 관심을 끌고 싶어서 하는 생뚱맞은 짓들을 보면
살짝 어이가 사라지긴 해요 ㅋㅋ

2008-01-11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01-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난 이런 애들 귀여워라 하는데. 어디 어여쁜 동생 없나. 두리번 두리번.

비로그인 2008-01-11 19:45   좋아요 0 | URL
누나! 그러니까 막대 사탕~ ㅋㅋ

마늘빵 2008-01-12 10:38   좋아요 0 | URL
-_- 전 누나가 아니잖아요. 오빠 해야지요. 땡땡땡.

웽스북스 2008-01-12 12:22   좋아요 0 | URL
언니! 그러니까 막대사탕~

라주미힌 2008-01-1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다 누나 동생 사이로 시작을 ㅎㅎㅎㅎㅎㅎㅎㅎ

웽스북스 2008-01-12 12:23   좋아요 0 | URL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M말고, 좀더 새끈한 동생 찾아볼게요 ㅋㅋ

비로그인 2008-01-1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너무 무서버...( -_-)

그런데, 저는 제목을 '두뇌~'로 읽어버렸습니다. 아~ 이 눔의 난독증.ㅡ.,ㅡ

웽스북스 2008-01-12 12:2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두뇌 ㅋㅋㅋ
근데 저 하나도 안무서워요 완전 물렁한데

Mephistopheles 2008-01-1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밭에서 멍석말이 한 판..어떠신지요?? 제법 션~ 할껍니다만..ㅋㅋ

웽스북스 2008-01-12 12:24   좋아요 0 | URL
헤헤 진짜였음 정말 그러고도 남았죠 ㅋㅋ
M대신 D대리를 멍석으로!
 


나는 회사 동기가 딱 2명뿐이다. 그나마도 얘들은 다른 애들이랑 동기로 묶여 있는데, 나는 달랑 얘들 둘만 동기다. 그런데 심지어 1명은 얼마전 모사로 이직했다. 모사는 공교롭게도 내가 대학시절 잠깐 몸담았던 곳. 이것도 재밌는 인연이다 참. 

모사로 이직한 그 E와 오늘 만났다. 나머지 한 명 동기인 H도 함께. E는 광고실, 나는 전략기획실, 그리고 H는 테크실 소속. 모두 소속이 달라서 어쩌면 더 부담 없이 지냈을런지도 모르겠다. 테크실의 H는 애드마스터로 광고를 실제로 게재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쁘다. 그런데도 항상 친절하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해줘서 모두가 좋아하는 일명 '엔젤'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가씨. 거절할 줄 모르고, 누구에게든 뭐든 웃으며 손내미는 그녀는 3년 연속 올해의 우수사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나도 H가 좋다.

E가 이직한 회사가 있는 동네는 참 횡하다. 하여 장소는 E가 골랐는데, 그녀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가고 싶다 했다.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가 먼 신사동. 그치만 오케이한 이유는, 한번에 집으로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지. ㅋㅋ H와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려 가로수길 앞에 있는 T사 사옥 앞에서 E를 기다리는데 H의 전화가 울린다. 회사란다. 나는 "받지마~~~" 라고 말했으나, 우리의 천사 H는 전화를 받아 친절히 답하더니, 근처 PC방을 가야 한단다. 뒤늦게 도착한 소재가 있어 작업을 해줘야 한다는 것. H가 해주지 않으면 펑크나서 동동거리는 광고실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나는 광고실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님 천사가 아니어서인지 그냥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퇴근 후 시간에 애를 PC방으로 보내야 하다니. ㅠㅠ  

E와 나는 음식점으로 들어와 먼저 식사를 하고, H는 근처 PC방으로 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H가 오지 않는다. 걱정이 돼 물어보니 와야 할 소재 하나가 덜 도착해 대기중이란다. 난 또 마구 화를 내며 그 사람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둥, 마구 흥분한다. 결국 우리는 밥을 다 먹었고, 그 즈음해서 H에게 전화가 왔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선아야, 어떡해, 여기 불났어
뭐? 불? 넌 괜찮은 거야?
어떡해... %^$#^%
뭐라고? 안들려
@^%$&*^^&(%*&(%
H야, H야
내가 다시 전화할게

일단 목소리를 들어 안심이 되긴 했으나 심각한듯 하여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중, 얼른 계산을 마치고 나가 PC방 쪽으로 가니 매캐한 연기냄새. 그리고 소방차 3대.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놀라 울고 있는 H

어떻게 된 거야, 넌 또 왜 우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

H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PC방은 지하에 있었고, 불은 2층에서 났다. 비상벨이 울렸고 사람들이 나가려는 찰나, PC방 주인이 괜찮다며, 불은 지하까지 번지지 않는다며 하시던 일을 계속 하라고 했다. H는 무서웠으나 하필 그 순간 오지 않던 소재가 오는 바람에 하던 작업을 마쳤다. 그러던 중 위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런데 그 PC방 주인은 계속해서 괜찮다고, 여기까지는 불길이 번지지 않는다고, 그냥 하시던 일을 계속 하시라고 안일한 태도를 보였단다. H는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뜨려고 계산대 앞으로 가 카드를 반납했는데 주인은 카드를 받지도 않으며 계속 괜찮다는 말만 연발했다고 한다. H는 결국 돈을 떠밀어주고 나왔고, PC방을 나와 불길의 규모를 보며 너무 놀라, 아찔하고 무서워 그만 울어버렸다고 한다. 만약 소방차가 조금 늦게 오거나, 화재 진압이 안된 상황에서 지하에 있는 PC방으로 불길이 번졌다면- 아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와중에도 우리 H는 울면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소재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했다. 우수사원은 괜히 우수사원이 아니다. 우리는 놀란 H에게 커피와 케잌을 사주며 달랬으나, 역시나 너무 놀라 잘 먹히지도 않는단다. 헤어질 때 쯤, 다음엔 아까 우리가 저녁 먹은 식당에서 같이 꼭 저녁을 먹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는 가로수길에 오지 않겠단다. 정말 그럴 만도 하다. 그래. 오지 말자.

여전히 그 PC방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리고 불길이 제법 큰 불길이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사했을지 모르겠다. 일단 뉴스에 안난 걸 보니, 큰 불로 번지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사고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이 때에, 사고를 더 큰 사고로 만드는 건 저 PC방 주인과 같은, 눈앞의 이익에 더욱 급급한 무사안일주의같은 태도일 것이다. 이런 건 정말,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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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날 뻔 했네요. 지나친 워커홀릭과 방만한 안전불감증. 둘 다 넘흐 안 좋네요. -_-
(늦게 잤네요. 발표는 잘했죠?)

웽스북스 2008-01-11 12:43   좋아요 0 | URL
히히 그냥 또 초고속 스피드로 ㅋㅋ

마노아 2008-01-1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전 예전에 저혼자 있을 때 집에서 불난 적 있어서 그 순간의 공황이 생생해요. 소화기도 있었는데 냅다 도망부터 쳤던 기억이...ㅠ.ㅠ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 피씨방 주인은 정말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고 뵈는 것도 없군요. 버럭!

웽스북스 2008-01-11 12:4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무서웠겠어요
우리 엄마는 가스불을 자주 안꺼서 내가 엄마 두손 꼭 붙잡고
엄마, 우리 화재보험 들자, 막 이래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서 제일 짜증나는 건 H라는 분에게 시간외에 일을 떠넘기는 그 전화 건 작자.
이건 당해 본 사람만이 아는 치떨림.. 우수사원...좋은 간판임에는 틀림없지만 쩝 뭐랄까요
동기인 H님이 당한 상황을 보면 좋다고만 말할 순 없어요. 성실하게 맡은 바 일을 100% 초과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일이라는게 적당히 댕기고 끌어야 서로가 덜 피곤한데. 저리 충성하면 10시간에 마칠 일을 5시간...5시간이 3시간...결국 촉박한 일정에 삐긋 하면서 한 번 어긋나면 그동안 잘했던 건 하나도 기억 못하고 바로 그 틈새를 물고 늘어지지요.

에잇 나는 너무 부정적으로 사회생활을 바라보는 걸지도..^^

웽스북스 2008-01-11 13:08   좋아요 0 | URL
음 거기에 대해서 저도 일단 굉장히 짜증을 내긴 했지만
H의 업무롤상, 그런 경우가 좀 많은 게 사실이에요, 당장 매체에는 걸려야 하고, 대행사에서 소재는 늦게 오고 하면 중간에서 광고실 AE가 매우 동동거리거든요, 그 AE도 자신이 컨트롤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사고가 나고. 상황상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좀 짜증나는 상황이긴 하죠.

우수사원이라는 게 참 그래요. 실은 그 부분은 썼다가 어쩐지 H한테 미안해지는 것 같아 지우긴 했는데, 뭘 썼다가 왜 지웠는지 메피님은 아실 것 같네요- 직원들간의 관계가 대고객 서비스도 아니고 말이죠, 참.

무스탕 2008-01-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pc방 주인 정말 웃기네요? 뭔 일 나면 자기가 다 책임질건가? 어여 대피시킬 생각은 안하고 장사할 생각만 하다니.. -_-++

비로그인 2008-01-1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PC방 주인의 행동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랬을까? 불길이 번지는게 문제가 아니잖아. 허..참..

웽스북스 2008-01-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엘신님
그죠그죠 진짜 어이없어요 저 완전 PC방 이름 대라고 고소하겠다고 난리난리를 부렸잖아요 -_-
 



* 살면서 세끼 연속 스파게티를 먹기는 또 처음이다. 하하하 -_- (난 아침은 안먹는다) 워낙 각자 다른 맛이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긴 했지만 이쯤되면 통통한 쌀알이 그리운 거지, 내일 점심엔 꼭 밥먹어야지. 1년간 서포트했던 팀의 연매출이 지난 해 회사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관계로 (좀 작은 경쟁사에 빗대면 거의 1년 매출 수준) 서포트했던 우리 실 식구들을 불러 패밀리레스토랑 T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엔 승진하신 우아한 L과장님의 승진턱. 오래전부터 M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잡혀 있었다. 예전에는 T의 립이 로망이었는데, 오늘 먹으니 또 예전의 그 감동이 아니다. 샐러드도 그냥 그렇고, 스파게티도 쏘쏘. 그래서 약간 실망. 근데 M 패밀리 레스토랑은 여전히 맛있다. 마늘은 못먹으면서, 마늘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여기 음식은 또 좋아하는 모순쟁이다. (이럴거면 이니셜을 왜쓰니 -_-) 사람들은 내가 마늘을 못먹는데 M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도 될까, 라며 걱정을 했으나 난 좋아요 좋아요 가요 하고 우겨댔다는 ㅋㅋ 이것 저것 다 맛있게 먹었는데 마늘 듬뿍 바른 빵은 도무지 못먹긴 하겠더라. 으!

* 와인은 살짝 붉은 빛이 감도는 화이트와인을 시켰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이게 색깔이 흐릿하고 맛이 진하지 않아서 내가 또 겁없이 세잔이나 마신 것이지. 룰루루 마시고선, 근데 이건 몇도에요? 라며 병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는데, 허걱! 10도가 넘는 거다. 난 갑자기 알콜도수를 확인하니 취하는 기분이라며 헤롱거리기 시작한다. 정말 10도가 넘는 걸 확인하는 순간 맛이 뿅! 하고 가버리는 사건.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사람들은 막 비웃으며 쟤가 플라시보 대마왕이라고 놀려댄다. 내가 좀 그렇긴 하다. 난 타이레놀만 먹어도 온몸에 열이 쭉 내려가거든. 예전에 몸살로 죽어가는 나에게 G언니가 준 약을 먹고 언니 힘이 막 솟아요, 다 나았나봐요, 라고 했었는데, 그 약은 감기약이라기보다는 비타민에 가까운 영양제이었다. 좀 좋은 영양제라고는 하지만, 암튼 꿀꺽 삼키고 제대로 흡수되기도 전에 낫는 것 같다고 쌩 오버를 한 것이지, 결국 어찌나 놀림을 받았는지. ㅠㅠ 그치만 난 정말 기운이 솟아났단 말이지. 실제로 군대에서는 무슨 병에 걸리든 똑같은 약을 준다는 소문이 있던데, 난 분명 거기서도 약 한알이면 병이 다 나았을 거야.

* 계산하시는 L과장님을 기다리는데 팀장님이 으 춥다. 진짜 추위오나봐, 라고 얘기한다. 그러니 온몸에 소름이 좍. 돋으며, 아 정말 너무 추운거야. 코트깃을 올리며 아아 그러게요, 진짜 추워요 라고 얘기했더니, 팀장님 또 막 비웃으시며, 저봐저봐 쟤 또 정신이 몸을 지배해. 너 안춥다가 내가 춥다고 하니까 갑자기 추운거지? 라고 하신다. 아, 정말 그런 거 맞는데. 나 진짜 이렇게 단순한 인간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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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오븐스파게티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눈앞에 그 집 정경이 모락모락 떠오른다는. 요즘 나는 늘상 밥만 먹었더니 스파게티가 먹고싶네욤~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사람이 단순한 거죠. 웬디양님은 언어가 몸을 지배하는 듯? ㅋㅋ

웽스북스 2008-01-09 23:36   좋아요 0 | URL
히히 저도 스파게티 좋아해서 깐따삐야님 쓴거 보구 오븐스파게티도 먹고싶다 막 이랬어요 크크크크 그래도 내일은 밥먹을 겁니다. ㅎㅎ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게 단순하긴 한데, 저 몸이 정신을 지배하기도 해서 문제에요 아놔, 왜 도대체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이리도 주체적이지 못한지, 참!

깐따삐야 2008-01-09 23:42   좋아요 0 | URL
스파게티 좋아하는군요! 나도 삼시세끼는 좀 무리지만 가끔 먹고싶을 때가 있어요.
나두 허기지거나 졸릴 때 누가 건드리면 그게 누가 됐든 가만 안 둬요. ㅋㅋ

웽스북스 2008-01-10 18:13   좋아요 0 | URL
흐흐 나는 기운이 쭉 빠져서 내가 몸이 약해졌나봐 어머 어머 하다가
밥먹으면 힘이 나서 깜짝 놀라요 ㅋㅋ

순오기 2008-01-1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아마 새벽 2시면 저도 꿈나라 예배당에 들어 갈거라고 확신하고 잘 주무시겠습니다!! ^^ 몸을 지배하는 정신은 내가 울 아들넘에게 자주 써먹는 말..오늘도 써 먹었는뎅!

웽스북스 2008-01-10 00:2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피곤하실까봐 제가 특별히 교주님께 부탁해 준비한 꿈나라 예배니까 잊지말고 꼭 오세요

Mephistopheles 2008-01-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마늘을 잘 먹어줘야 우리 모두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웽스북스 2008-01-10 00:29   좋아요 0 | URL
전 이미 너무나 지지리도 인간인거죠

다락방 2008-01-10 10:08   좋아요 0 | URL
전 마늘을 옴팡지게 사랑해요!!!

그런데 아직 인간은 덜 된것 같다는 orz

웽스북스 2008-01-10 18:14   좋아요 0 | URL
그치만 다락방님도 참 인간적이신 분이죠 ^^

이매지 2008-01-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문병오면서 누가 사온 흑마늘 음료를 한 입 먹고는 토할뻔한;;;;
갑자기 M 패밀리 레스토랑 얘기가 나오니 그 생각이;;;

웽스북스 2008-01-10 01:18   좋아요 0 | URL
아....흑마늘 음료라니, 정말 블랙푸드 열풍에 엄한 사람이 고생이네요

바람돌이 2008-01-10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패밀리 레스토랑 좋아해요. 일년에 한 두번쯤 가보고싶을 정도만큼만.... ㅎㅎ
스파게티는 우리집 애들이 무지 좋아하는데....

웽스북스 2008-01-10 01:19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 한두번쯤 가보고 싶을 만큼,은 저두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ㅋㅋ

비로그인 2008-01-1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몸을 지배하는 정신을 플러스적인 곳에만 사용하면 어떨까요? (웃음)

웽스북스 2008-01-10 18:15   좋아요 0 | URL
예컨대 뭐가 있을까요
난 지금 안피곤해, 이런거? ㅋㅋ
이런건 또 안통해먹더라고요 흐흐

비로그인 2008-01-10 19:07   좋아요 0 | URL
"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

한국 이민자로 미국에서 100대의 우량기업 안에 들어가 있는 그룹의
회장인 김태현 여사가, 좌절할 때마다 외쳤던 저 말처럼 -
그녀는 몇번이나 죽을 뻔 했고, 유산도 했으며, 아버지와 남편에게 구타도
당하고 설움받는 젊은 시절을 보냈었지만,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과
타인들을 사랑하며 살고 있죠.^^

웽스북스 2008-01-11 12:44   좋아요 0 | URL
와, 그렇군요 ^^
자신과 타인을 모두 사랑하며 산다는 것만큼 유복한 마음이
또 있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