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내 별명이 드라마 아가씨였다. 자칭, 타칭이었다. 드라마를 남들보다 많이 본 건  아닌데, 보기 시작하면 좀 집착해서 보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일단 드라마를 볼 때의 원칙은

1. 1회부터 본다
2. 빼놓지 않고 본다

이다. 따라서 난 남들이 입소문으로 재밌다고 하기 전에, 내가 볼 드라마를 스스로 간택하여, 1회부터 빼놓지 않고 보곤 했다. 그래서 남들 다본 드라마 중에 내가 안본 것들도 꽤 된다.

저 두가지 이유는, 내가 드라마 아가씨로서 요즘 드라마를 거의 못보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가 도무지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간 이후로는 거의 본방송을 보지 못하고 다운로드로 근근히 연명하는데,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라 이미 완결된 드라마를 다운로드해서 보는 경우엔 거의 잠도 안자고 보는 편이다. 백수 시절, 네멋대로 해라는 하루만에 봤었고, 대장금도 며칠에 걸쳐 (일주일 안쪽) 다 봤고, 드라마 카이스트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난 각기 다른 저 세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

다른 두 드라마는 워낙 유명하니 넘어가고, 비교적 덜 유명한 카이스트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면 카이스트는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드라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은근 마니아가 있는 명작이다. 다음 카페 내에, 카이스트 시즌1 멤버 그대로 (작가와 피디까지) 다시 드라마를 찍는 것을 추진하는 모임이 있었다. 물론 추진을 적극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그냥 같이 향수에 젖는 모임이었고, 나는 뒤늦게 카이스트를 좋아하게 되어 눈팅족으로 함께했다. 이 모임은 이은주가 사망한 뒤에 희망을 잃었다. 이은주가 연기했던 구지원 캐릭터도, 강성연이 연기했던 민경진 캐릭터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내가 가진 모습과 갖고 싶은 모습, 갖지 못할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

그렇지만 회사에 다닌 이후로는 다운로드 받아서 보기를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집착할 내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시작을 못하는 슬픔. 올 해는 한국 드라마 두개, 일본 드라마 하나를 봤는데, 셋 다 매우 좋았다. 예전엔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수용하고 시작일을 눈빠지게 기다렸다가 선택해서 보는 얼리어답터였다면, 요즘은 검증된 드라마만을 보는 후기 수용자. 한국 드라마 썸데이는 김민준과 배두나 때문에 봤는데 꽤 괜찮은 편이었고, 고맙습니다,는 정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다. 올 한 해 이 드라마 때문에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일본 드라마는 노다메 칸타빌레. 깔깔 웃으면서 봤었지. 노다메양을 사랑하면서, 치아키 센빠이는 멋있지만 실은 좀 느끼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이몸을 차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에서 실은 닭살이 좀 올라왔다며 -_-

후기 수용자의 장점이 검증된 드라마를 본다는 데 있기에 실패 확률이 적다는 데 있다면, 단점은 같이 흥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끝나고 석달 있다가 나 고맙습니다 보며 질질 울고 있어요, 라고 말하면 누군가 응 그 드라마 나도 좋았어, 라고 말은 해주지만 두손을 부여잡고 같이 흥분하기에 이미 상대의 감흥은 많이 다운돼 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나 되어주지 않는다면 감지덕지한 일이다. 다음날 드라마 기사를 검색하며 맘설레하는 일도 못한다.

아일랜드를 보던 때, 나는 아일랜드 팬카페와 수많은 주변 아일랜드 팬인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재복이 말대로라면 '대구리 빠개지도록' 고민한 거지. 아 도무지 그 의미는 뭐였던 거야, 라며 떠다니는 수많은 기호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음회를 기다리며, 세계를 아일랜드가 하는 날과 하지 않는 날로 구분했었다. 이제 그런 재미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저 두가지 원칙을 없애면 되는데, 1회부터 못봐도, 매번 못챙겨봐도 그냥 보면서 그 순간을 함께하면 되잖아, 근데 저 원칙을 잘 못없애겠다. 드라마도 내게는 잘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어서, 한 회를 빼놓고 보면 마치 소설을 100페이지쯤 건너뛰고 읽은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본방송으로 챙겨볼 경우에도 수요일 드라마를 못보면 목요일 드라마도 안봤다. 리모콘 쪽으로 부들부들 가려는 손을 꼭 부여잡으며 참아야 하느니라,를 외쳤다. 내 원칙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참, 나는 드라마만큼 시트콤도 좋아한다. 드라마는 작가주의, 시트콤은 PD 주의를 표방하는데, 작가주의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웬디양의 드라마 작가주의 라인업

인정옥 (아일랜드, 네멋대로 해라)
노희경 (꽃보다아름다워, 굿바이솔로, 거짓말)
이경희 (고맙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은님 (첫사랑 - 드라마는 요거 하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시나리오)

요 라인업 드라마들은 가능한 한 챙겨보려 하고,
그 외에도 여기 빼놓고 넘어가기 아까운 드라마로

결혼하고 싶은 여자 (사랑스런 명세빈에게 녹았었지)
러브레터 (아, 안드레아!)
떨리는 가슴 (얼마전 마노아님이 언급하셨던, 종합선물세트같은 드라마)

시트콤은 PD 주의인데, 이는 시트콤 PD의 경우 늘 함께 해오는 작가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PD의 브랜드네임만 보더라도 확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트콤 PD 주의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웬디양의 시트콤 PD 주의 라인업

노도철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두근두근 체인지)
김병욱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그들을막을수없다, 똑바로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김석윤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다이어리)

이 3명의 PD는 각각 우리나라 시트콤 계의 한 획씩을 그은 PD이다. 나는 이 셋을 정말이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좋아한다. 안녕 프란체스카와 거침없이 하이킥, 똑바로 살아라, 올드미스 다이어리 중에 제일 좋은 작품을 고르라는 질문은 평생 누구도 내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노도철 PD  옆의 커플같은 신정구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소울메이트 쪽을 함께한 조진국 작가보다는 프란체스카와 두근두근체인지를 함께한 신정구 작가의 코드를 좋아한다. 신정구 작가는 두근두근체인지로 시트콤 작가 상을 수여할 때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라며 춤을 추며 소감을 얘기할 때 알아봤다. ㅋㅋ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애국주의는 아니지만, 나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보다는 한국 드라마, 한국 시트콤이 제일 좋다. 내가 물론 미국이나 일본 쪽 작품을 충분히 접해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접해볼 의향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아직 만나지 못한 한국의 드라마들을 더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해도 놓친 드라마들이 너무 많았다. 얼렁뚱땅 흥신소 같은 작품은 정말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모두가 열광했으나 혼자만 못봤던 하얀거탑도 꼭 보고 싶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PS

쓸모없는 사견을 하나 붙이자면 나는 미드, 일드,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은 물냉, 비냉, 이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거슬린다. 이건 개인적인 이유의 까칠함이고, 미드, 일드, 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비하나 악감정의 표현은 아니다. 이 까칠함을 전체로 확산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뭔가 말이 되다 만듯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나 혼자만 든다. 이 말을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살면서 나 한명 밖에 못봤으니, 뭐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만, 그냥 난 마음에 안드는 말이라고 소심하게 제일 흐린 회색으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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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붕뚫고 하이킥
    from 내가되는꿈 2009-09-20 21:14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독서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사실 가을은 드라마의 계절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품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를 버닝하게 만든 두 드라마는 선덕여왕(이건 다 알라딘 또 모님 때문) 그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 (빨리 시작한 건 옆에서 부채질 해준 알라딘 치 모님 때문이기도 하고 ㅋ) 이 두 작품 모두 실은 이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는 나의 드라마 작가주의와 시트콤 PD 주의에 부합하는 작품들이어
 
 
깐따삐야 2007-12-13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스트 민경진 케릭터 와빵 좋아요. 항상 봐도 딱부러지는 웬디양님 페이퍼.^^

웽스북스 2007-12-13 01: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와빵 좋아요 흐흐 와~ 빵 좋아요 막 이러고 ㅋㅋ
제 페이퍼가 딱부러지는 이미지였군요, 흐흐 삶이 그게 안되니까 페이퍼라도 그러고 싶었나봅니다

antitheme 2007-12-1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스트는 저도 열심히 봤었습니다.

웽스북스 2007-12-13 01:41   좋아요 0 | URL
흐흐 은근 인기가 많았었나보네요 ^^

Mephistopheles 2007-12-13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부터 보고 흠뻑 몰입했던 최근(?)드라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였던 기억이 납니다.

웽스북스 2007-12-13 01:42   좋아요 0 | URL
아이고 최근이라기엔 너무 3년전인 사건 ㅠ_ㅠ
메피님도 많이 바쁘셔서 드라마 잘 못보시죠? 흑

순오기 2007-12-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거론된 드라마중에 제대로 본 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도 아일랜드가 그 중 많이 본 것이네... ^^

웽스북스 2007-12-13 01:43   좋아요 0 | URL
아일랜드는 시청률이 낮았는데, 본 사람은 주변에 은근 디게 많아요
다들 어둠의 경로로 봤나, 이니면 내 주변 사람들만 많이 본건가 ㅋㅋ

마늘빵 2007-12-1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 멋대로 해라,가 좋았고, 아일랜드,를 제대로 못 본 것이 한이라는. 네 멋대로 해라의 이나영 캐릭터와 아일랜드의 김민정 캐릭터를 매우 좋아해요. 그런 여자 어디 없나.

웽스북스 2007-12-13 10:09   좋아요 0 | URL
아, 아일랜드는 왜 제대로 못보셨나요- 슬프답 ㅠ_ㅠ
네멋,을 좋아했다가 아일랜드에서 인정옥에게 돌아선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흔치 않게 아일랜드를 먼저 보고 후에 네멋을 챙겨봤었답니다. 네멋 할 때는 이상한 드라마 보느라 못봤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일랜드를 더 좋아해요 ^^ 이나영과 김민정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죠. 전 가끔 이재복이 그립답니다. 그래서 김민준 나오는 드라마를 좀 챙겨보는데 이재복은 없더라구요. 역시 인작가언니만이 가능하다는! ㅋㅋ

프레이야 2007-12-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 드라마아가씨 한 명 있어요. 제 작은딸이라고.. ㅎㅎ

웽스북스 2007-12-17 22:51   좋아요 0 | URL
어머, 혜경님 작은 딸이 벌써 아가씨에요? ^^

다락방 2007-12-1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유명한 드라마들 중 뭐 어느것 하나 본게 없어요.
한때 『거침없는 사랑』이 제가 올인하던 드라마여요.
시트콤은 『논스톱』을 제일 좋아했구요, 지금은 『김치치즈스마일』에 푸욱 빠져지내요. 후훗 :)

웽스북스 2007-12-17 22:50   좋아요 0 | URL
흐흐 논스톱은 우리 현빈동생 나올 때 한참 봤었는데 ㅋㅋ
 



1

소비행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응답 결과에 따라 '적극적 구매형'과 '일반 구매형' 그리고 '합리적 구매형' 등으로 구매자 유형을 분류했는데, 적극적 구매형의 경우 구매를 자기 표현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구매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고, 그에 따른 구매를 한다. 합리적 구매형은 구매 전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는 소비자 유형이다. 마지막 일반 구매형의 경우는 구매에 대한 적극도가 적극적 구매형보다 떨어지는 수치를 보여주는 소비자이다. 재밌는 건 충동구매에 대한 결과인데, 이 세 유형 중 가장 충동 구매 수치가 높은 유형은 적극적 유형일 것 같지만 실은 일반 구매자 유형이었다. 적극적 구매자형의 경우 충동 구매보다는 자신이 사고 싶고, 계획한 물건을 사기 때문인지, 실제로 충동구매에 대한 긍정 응답치가 낮았다. 또한 합리적 구매자형은 가급적이면 꼼꼼히 정보를 따져보고 사기에 충동 구매 비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일반 구매자의 경우엔 소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것이다. 충동구매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는 삶의 활력소가 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후의 '경제적 데미지'로 우리 곁에 남는다.

2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합리적으로 꼼꼼히 공약을 따져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지 않거나, 그다지 꼼꼼하게 고민해 보지 않는 '일반 구매형'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소비에서의 일반 구매형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충동구매를 한다면, 투표에서의 이 일반 구매형들은 이전 정권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이 투표할 대상을 뽑는 '충동 투표'를 한다. 이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보고, 대안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들을 잘 가리고 따져 보면 좋을텐데, 그렇지가 않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속은 들여다 볼 줄을 모른다. 청계천 만들었으니 뭔가 할 것 같단다. 그저 범죄자일지 모른다 해도 괜찮단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사람들이 외치는 세상이 와버렸다. 하지만 부패를 감쌀 만큼의 출중한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 옷 한 벌 사 입거나, 컴퓨터 한 대 바꾸는 일보다 더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의 표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결국은 그것이 중요한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는 건, 그래서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데미지로 남게 될 것이 뻔히 보인다는 건 참 답답한 노릇이다.



PS 내일 보고서 발표이고, 오늘 리허설을 했는데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리는 표나 사용하는 언어들이 독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상정한 것 같다는 팀장님의 지적이다. 실은 나도 내가 뭘 쓴건지 모르겠다. 그저 내일은 기도빨을 좀 믿어봐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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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태그는 꼭 내가 입력한 순서대로 안먹더라 ㅠㅠ

Hani 2007-12-12 08:58   좋아요 0 | URL
입력순도 아니고.. 가나다순도 아니고 뭘까요?

웽스북스 2007-12-12 09:46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이에요 -_-

깐따삐야 2007-12-12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글, 간절한 태그. 웬디양 오늘 잘할거임.^^

웽스북스 2007-12-12 09:47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응원을 발표 전에 보고 들어갔지요
완전 힘이 됐어요 고마워요!! ^^

Hani 2007-12-1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선 몇 달 전에는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공약을 보고 지지자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막상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돌아보니 제대로 못했네요. 절대 아니다라는 사람은 확실한데, 그렇다고 다른 후보가 썩 맘에 드는건 아닙니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후보들의 정책검토해보고 확실하게 결정해야겠어요. 그리고 발표 화이팅입니다욧!!!

웽스북스 2007-12-12 09:48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공약은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했어요- 사실 공약보다는 사람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순오기 2007-12-1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동구매의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간다는 건 다들 경험으로 알겠죠? ^^
헌데, 대통령을 충동구매(?) ㅋㅋ쓰고 보니 쥑이는 표현이네요~~ 그 후유증은 얼마나 오래 가고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군요. 우~~~~~~ '절대 대통령만은 충동구매하지 맙시다' 에 한표!!

웽스북스 2007-12-12 09:50   좋아요 0 | URL
그렇게 경험해보고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ㅋㅋ
가능하면 좀 태그를 좀 넓은 의미로 보고 거기 대해 우회적으로 쓰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건데, 오늘 태그도 곧이곧대로 써야하는 태그네요 ㅋㅋ

잉크냄새 2007-12-1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죠.

웽스북스 2007-12-12 13:57   좋아요 0 | URL
외양간을 고칠 수만 있다면 성공이지만,
대부분 소를 잃은 원인이 외양간이라는 걸 모르고 안고쳐서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12-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적극적 구매자군요. :) 대선날에 모두 적극적 구매자가 됩시다.

가시장미 2007-12-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따져보고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는 어쩌죠?

구매를 포기하는 구매자의 경우..?=_=
아흐 어제 토론을 보고나서.. 더 고민이 됩니다.
 


오늘의 태그에 참여하면서, 왠지 중앙통제에 순응하는 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시키는 주제에 대해 글을 하나씩 꼬박꼬박 쓰니까. 가능하면 출제자의 의도를 살짝 빗나가는 재미가 있는, 그러니까 좀 태그를 광의적으로 보는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처음에 시도했던 건데, 이런 태그는 빼도박도 못한다. 올해의 책,이라니- 너무나 주제가 명확한 것이지. 약속한 건 죽이되든 밥이되든 하고 보는 성격이니, 이것도 참 병인양 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실은 나중에 정리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뭐 이 기회에 정리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페이퍼는 그러니까, 저 옆에 목록에 있는 편파적 별다섯 목록의 책에 대한 소개가 되겠다. 리뷰를 쓰지 않고 넘어간 책들도 있어 지금 다시 기억들을 끄집어내려니 살짝 난감하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기준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꼭 모든 사람이 좋아할만한 책이 아니더라도, 그 책이 내게 어떤 화두를 던져준다면 나는 그 책을 편애한다. 그게 감성적인 이유든, 이성적인 이유든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저 책들을 편애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볼 작정이다. 써놓은 리뷰가 있는 책들은 리뷰에서 몇마디를 가져올 셈이고, 리뷰가 없는 책들은 그냥 짧게 몇마디 적어놓으련다. (무순)

1. 마음을 보다

밤의 피크닉 - 온다리쿠

이 책이 온다리쿠의 책 중에서 제일 좋았어, 라고 말하면 가끔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책이 제일 좋건 그건 내 맘이지. 나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는 삼월의 붉은 구렁을,이나 굽이치는 강가에서,보다 이 책이 훨씬 좋았다. (그렇다, 고작 세 권을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오히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온다리쿠의 매력. 흔들리기에 오히려 빛나던 청춘, 그 때이기에 할 수 있던 고민들, 가질 수 있던 마음들, 그리고 여전히 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이 안에 있었다.
실은 흔들림을 거부하고, 그저 얼른 앞으로만 나가며 어른이 되려 하는 도오루의 모습을 보며 너무 나 자신과 동일시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도오루가 그토록 자신을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토록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던 것은, 흔들리기 시작하면 본인도 본인을 겉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방비', 실은 나 자신을 지키는 게 뭐가 그렇게 대수로운 문제라고. 그저 조금 흔들리고 무너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스스로를 이렇게 지키려 애써왔는지 모르겠다. 감정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렵고, 실은 저 바닥에 어떤 마음들이 존재함을 알면서 마주치지 않으려 빙빙 돌아가려 애쓰는 내 안의 모습들을 도오루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허둥대지 않으려 늘 애써 여유롭고, 애써 쿨했으나, 실은 누구보다 허둥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험소년 - 아다치미츠루

오늘을, '살아가며', 예전의 어느 한 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다소 현실을, '알고있다고 믿는' 나처럼, 일단 몸과 나이는 '어른인'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를 떠올리고, 과거의 꿈을 떠올리며, 그 때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이 단편집속 작품의 설정들은 내가 아다치 미츠루의 배너를 알라딘에서 보고, 아다치미츠루의 작품을 읽던 그 대학 1,2학년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그 마음만큼이나 아련하다. 철없고 순수하던 마음이 아련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한 그 때를 떠올리는 마음은 마지막 작품인 '스케치북' 속의 남자가 10년 전 그 카페에서의 자신을 떠올리고는 앉아있기가 불편해져 이내 카페를 나설 수 밖에 없던 마음과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일이 내게 아찔하다는 것은 그 시절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철이 들었거나, 혹은 성숙했음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 시절보다 내가 철이 들었다는 건 다소 슬픈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철이 들었다는 것이 꼭 성숙함을 근거로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실은 진짜 철이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 이 책은 만화책이어서 그런지 아다치미츠루의 인기 때문에 꾸준히 나갔음에도 리뷰가 별로 없나보다. 땡스투를 많이 안겨준 책 ㅋㅋ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사실 내가 시에는 문외한을 넘어서 무뇌아에 가깝다. 지금도 시를 잘 모르고, 여전히 많은 시들은 나로 하여금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올 초 누군가의 소개로 백석의 시를 읽은 후, 잘 사지 않던 시집을 몇 권 사 읽기 시작했고, 꼭 시를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밤을 몇 번 맞이했다.
시야 늘 그렇지만, 읽을 때마다 자꾸만 새로운 즐거움을 만나게 되는데, 백석의 이 시집 역시 여전히 내게 그렇다. 그래서 마음이 눅진하게 피어오르는 것 같은 밤이면 나는 가끔 이 시집을 열어 본다. 반듯하니 잘 생긴 (현빈을 닮았다고 했다가 욕을 먹었던 기억이) 시인의 사진을 표지로 한 시집을 열어보면, 순수하고 투박하고 뜨거운 시인의 마음이 날 것 그대로 담겨져 있다. 말글이 너무 예뻐 몇몇 시들은 소리내어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역시나 첫마음을 줬던 시(흰 바람벽이 있어)가 여전히 가장 좋고, 소리내어 읽는 글맛을 느끼고 싶을 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제격이다. (푹푹 눈이 나린다.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해하지 못한 시들도 아직 많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새로운 시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퐁퐁 솟을 거라는 기대감

2. 세상을 보다

간디의 물레 - 김종철

책의 내용에 공감하고, 또한 저자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별 넷과 다섯 사이에서 고민한 이유는 이 책의 현실의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지구 상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상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날은 냉정히 말하면 오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만 해도, 마음 굳게 먹어도 눈 앞의 달콤한 유혹 앞에 무너지는걸. 그럼에도 별 다섯을 준 이유는, 그렇다 해도, 우리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때에야 그나마 현실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크고 작은 것들을 찾게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마음을 바꾸는 책이 큰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이 책 256페이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마음만으로 되겠느냐고 하겠지만 마음없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바리데기 - 황석영

자신과의 화해가 곧 세계와의 화해의 시작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결국 세계란 개개인으로 이루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세계에 대한 책임을 개개인에게 묻는 것이 틀린 논리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게 세상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물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이 아니기에 더욱 가혹했을지도 모른다. 너가 그들을 뒤돌아보지 못했잖아, 너가 그들을 미워했잖아, 결국 너부터야, 라는 마치 어르신에게 혼나는 듯한 황석영 선생님의 직설적인 메시지는 참 강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가혹하지만 그게 정답으로 가는 첫 걸음임을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별다섯 리스트에 없는 책이다. 실은 별 넷을 줬었다. 내가 감히 황석영 선생님께 별 넷을 줄 만한 인물은 되지 못하지. 내 별은 실은 기대치를 반영하기도 하고, 황석영 선생님께는 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 별 넷을 줬지만, 여기에 올리기에는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넣었다.

3. 교회를 보다

평화의 얼굴 - 김두식

전쟁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병역 및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문제 앞에 민감하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 본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기성 교회의 시각에 젖어 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 책은 이런 나로 하여금 그들에 대해 또한 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으며 향후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겠다는 다짐의 시작이 됐다. 

 
* 미디어 취재와 편집,이라는 별 쓸모없는 전공 수업을 듣느라 김두식 선생님의 명강의 '시민사회와 법'을 듣지 못하고 졸업한 건 아직까지도 천추의 한이다
 
무례한 기독교 - 리처드마우

작년에 선물 받아 읽고 넣어놨다가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책. 올해 아프간 피랍 사건이 일어난 후,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나는 내 목소리를 도무지 정리할 수가 없어,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리처드마우의 무례한 기독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나갈 수 있었다. 아니다, 실은 내가 얻었던 건 내 마음과 생각에 대한 어떤 권위의 지지와, 그로 인한 확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설명하지 못하던 내 마음과 생각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그 누군가의 존재는 가끔 참 고맙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민 교양'을 이야기한다. 시민교양이라는 번역이 참 평범하고 재미 없게 느껴진다면 '비일상적 정중함'이라는 말로 다시 풀어서 이해해도 좋겠다. 공존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기본을 절대 놓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균형을 잡고 싶은 누군가에게 자꾸만 읽히고 싶어진다.

* 그러고보니 이 책은 오늘 입대한 M에게 가 있나보다. (못받다니 ㅠ_ㅠ)

침묵 - 엔도슈사쿠

영화 밀양을 보고나서 몇 번이나 리뷰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끝내 못썼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끝내 리뷰를 쓰지 못한 책이다. 그냥 어쩐지 나의 깜냥으로는 감당이 안됐다고 할 수도 있겠고, 여전히 결론짓지 못한 것들이 마음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도무지 이 작가는 이 책의 결말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읽었으며, 이 책의 결말은 한편으로는 충격이고, 또 한 편으로는 감동이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주류 기독교계의 반발이 심했다고 하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자신의 틀 안에서만 하나님의 성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려 하는 것만큼 편협한 태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편협한 사람이고, 지긋지긋하게도 인간적인 기치지로같은 사람이었음을, 결국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책. 소설로서의 재미도 훌륭하다. 


* 작가 이름으로 태그를 작성하니, 참 서로들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 
읽은 책은 100권도 안되면서 별 다섯 준 책은 또 왜이리 많은지,
세보지는 않았지만 10권에 한권 꼴인듯 하다, 내가 좀 후하긴 하다 ^^

* 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 단편집은 문고판으로 읽었던 관계로
리뷰를 좀 더 큰 단편집 읽은 후로 미뤄놨었다. 사놓고는 아직까지 읽지 못했긴 했지만
그러므로 지금도 작성하지 않는다, 실은 좀 귀찮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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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바리데기, 침묵... 밖에 못 봤지만 기독교 신앙을 갖던 초기에 읽고 충격받았던 작품으로 두고 두고 내게 질문을 던지던 침묵에 나도 침묵했지만, 오늘은 침묵에 추천한다!

웽스북스 2007-12-11 01:00   좋아요 0 | URL
주옥같은 작품들을 대신하여 제가 추천을 받는군요
그저 영광입니다 ^^

Mephistopheles 2007-12-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도 박도 못하는 태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곁다리를 건너는 페이퍼를 작성해버린 1人

웽스북스 2007-12-11 01:00   좋아요 0 | URL
메피님 실은, 굉장히 부러웠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1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읽어 본 책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뿐이네요. 웬디양님 골고루 읽으셨당. '침묵' 읽어보고 싶네요.

웽스북스 2007-12-11 01:16   좋아요 0 | URL
침묵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좀 엇갈리는 편이에요 ^^ 깐따삐야님이 올해의 책 선정하셔서 작성하시면 거기엔 또 제가 읽은 책이 얼마 없지 싶어요- 다양해보이지만 실은 제가 읽은 책들은 편협하고 좁고, 적답니다. 세상엔 참 좋은 책들이 많아요 그쵸? ㅎㅎ

Hani 2007-12-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웬디님이 추천하신 책 중에 읽어본 책이 없다는..ㅠㅠ 편애하신 이유를 찬찬히 읽어보고 마음에 담아두고 갑니다^^

웽스북스 2007-12-11 09:21   좋아요 0 | URL
이건 그야말로 편애라 다른 사람들도 좋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답니다 ㅋㅋ 그래도 덧글들을 보니 모두의 코드에 공통으로 사랑스러운 책도 보이는 것 같네요 흐흐흐

302moon 2007-12-1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집과 밤의 피크닉, 저도 편애하는 책:) 글, 잘 읽었습니다.

웽스북스 2007-12-12 00:34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편애하고 있었군요 반갑습니다!
 


뒷자리에 있는 E대리와 나는 서로의 엉뚱함에 열광하곤 하는 사이.
오늘 E대리가 실장님 자리로 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네 00000 ㅈㅇㅇ 입니다
거기 ㅇㅁㄱ씨 계시죠? (실장님)
아 예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전화를 끊은 E대리는 막 화를 낸다

아니, 사람이 이름을 말해야지, 최차장이라고만 말하는 게 어딨어요! 최차장이라 그러면 안대요~

그러고는 실장님께 쪽지를 남겨둔다
실장님 최차장이라는 분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화번호는 @@@@-@@@@입니다


몇시간 후 자리로 복귀한 실장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한다
목소리가 커서 쩌렁쩌렁 사무실로 울리는 실장님의 목소리

"아 예, 저는 ㅇㅁㄱ인데요! 최차장님이 누구십니까? 예? 아, 최차장이라는 분이 저한테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ㅇㅁㄱ이요! 네? 네? 어디시라고요?










아......주차장이요, 신성빌딩 주차장이라고요.....-_- 예, 예,




순간 우리는 모두 넘어갔다






ps 실은 난 최차장이 아니라 주차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실장님께 미처 전달해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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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1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전달 안했을거야 그럴거야...

웽스북스 2007-12-10 22:09   좋아요 0 | URL
아프님께 전 그런 이미지였군요 ㅠ=ㅠ

깐따삐야 2007-12-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넘 웃기당. 지능적 안티. 웬지 웬디양님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에요.

웽스북스 2007-12-10 23:18   좋아요 0 | URL
크크 제가 저희 실장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두리번 두리번)
별로 지능적인 인간은 되지 못합니다.
그냥 소 뒷걸음질하다가 쥐잡은 안티라고 해주세요 :)

비로그인 2007-12-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핫.
웬디 수사관, 정신 차리십시오!

웽스북스 2007-12-11 00:32   좋아요 0 | URL
흐흐 엘신님 어제 수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경찰차를 타려다가
최차장에서 그만 꽝 넘어지는 바람에 이리 됐습니다 ㅠ_ㅠ

Mephistopheles 2007-12-1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냄새가 나요...주차장은 음모의 시작일 뿐일지도...흐흐흐흐흐..
(루시퍼의 명예를 걸고 사건을 해결해 보겠어)

웽스북스 2007-12-11 00:33   좋아요 0 | URL
결백해요, 믿어주세요 메시퍼님

302moon 2007-12-1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 웃다가 넘어갈 뻔./

웽스북스 2007-12-12 00:34   좋아요 0 | URL
우리 E대리는 사람 여럿 넘겨요 ㅋㅋ
 

1

역시 M을 보내는 자리는 눈물바다였다. 중학생부터 아줌마 집사님들까지 모두 훌쩍이시는 바람에, 내 눈물은 역시 낄 자리도 없더라. 역시 축복 많이 받은 녀석이다. 나도 축복한다, M의 삭발 사진을 포토메일로 전송받았다. 하하하하하! 훨씬 낫다. 그럴 줄 알았다.

2

하루종일 일을 할 생각이었다.만. 회사후배의 전화를 받고 또 홀랑 나가버렸다. 같은 동네 사는 사람들끼리의, 이른 바 주민 모임. 그래봐야 3명이지만. 원래 커피만 사주고 4시쯤 집에 와서 일할 생각이었으나, 목이 마르도록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은 6시도 넘고, 에헤라디여

3

그건, 1년 내내 내가 했던 고민이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려 고민도 했었구요. 근데 R씨, 결국 최저연봉 앞에 가서 내가 했던 고민이 뭔 줄 알아요? 어, 그럼 나 이 책을 살 때, 이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이 맛있는 음식 한 번 먹을 때, 계속 계산하고, 계속 고민해야겠구나, 이렇게 후배들한테 커피 한 잔 사줄 때도 큰 맘을 먹고 사줘야 되겠구나, 약속 한 번 잡을 때도, 두세번 더 생각하고 잡아야겠구나, 결국은 이런 고민들이 날 붙잡더라구요. 좋아하는 일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나도 어느 정도는 돈 생각 안하고 갈 수 있어요. 근데 자꾸만 어느 선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나를 붙잡는 건 어떤 대단한, 정의, 혹은 대의명분 같은 게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런 것들이더라구요. 나도 이런 나 자신에게 놀랐고, 또 나 자신이 싫었지만, 그냥 내가 이런 걸 어떡하겠어요. 이런 달콤함에 길들여져 있는 걸. 언젠가는 나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런 고민들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게 또 나에요- 아마 R씨도, 정말 현실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될 거에요.

6-70만원을 받는 일이라도,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던 후배에게 내가 했던 얘기다. 작년의 나라면 박수 치며 응원해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참 나쁜 선배다.

4

그래도 이 후배들을 내가 참 좋아한다. 회사로 엮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그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언젠가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계속 보고 싶을 것 같은 좋은 사람들을 자꾸만 만나게 된다. 참 감사한 일.

5

실컷 놀다 들어온 관계로, 오늘 해야 할 일의 목표는 계속 축소수정중. 주말에 일 가져오는 건, 악취미다, 아무리 생각해도. 못할 걸 알면서 이번 주는 급하니까 할 거야, 라고 생각하며 계속 가져 오는 건, 메멘토의 주인공이 와서 '누님' 하고 갈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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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영화의 영향일까요 말씀하시는 M이 왠지 강동원을 닮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2. 간만에 주말 출근을 했습니다만 그나마 이틀정도 고생하면 끝이 보이는 일이기에 할만은 하더라는..
3. 비교적 적은 보수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청춘들의 저 머리 위에서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비정규직으로 최대 이윤을 뽑아내는 이 시대의 암흑대마왕 오너들의 그림자가 보이는 걸 보면 저도 알게 모르게 사회생활에서 잔뼈가 굵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4.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한동안 연락 안하다 간만에 했을 때 반갑게 전화 받아주고 급조된 약속에도 총알같이 튀어 나오는..^^
5. 메멘토...라기 보단...버릇같은 걸지도 몰라요.일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건.=3=3=3

웽스북스 2007-12-10 00:03   좋아요 0 | URL
1. M은 성악도다운 풍채를 자랑하는 학생이에요 ㅎㅎ 강동원과는 거리가 멀구요, 자칭은 다니엘헤니입니다. 자칭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요
2. 메피님도 참 바쁜 업종이신가봅니다. 전 목요일까지만 딱 바쁠 예정입니다. 실은 일 가져오고도 놀아서, 바쁘다고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ㅋㅋ
3. 그죠, 특히나 후배가 관심 갖던 공연 쪽이나 영화 같은 예술계 쪽이 그렇죠, 제가 관심 갖던 쪽은 암흑대마왕 오너와는 거리가 멀면서도 박봉을 줄 수 밖에 없는 곳이었지만 말이죠.
4. 메피님같은 선배라면 어쩐지 저도 급조된 약속에 총알같이 튀어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5. 다음주엔 절대 안가져오겠다며 엉엉 우는 것도 버릇이겠죠? ㅠ_ㅠ

비로그인 2007-12-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에 일탈을 할 수 있다는건 님이 미혼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기혼여성은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거든요.
저도 일탈을 하고 싶어지는 제목입니다.

웽스북스 2007-12-10 14:12   좋아요 0 | URL
결혼을 해도 저는 매일매일 일탈하고싶어질 거에요
근데 다 쓰고보니 일탈,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발악'정도인 것 같아요 ㅋ

미미달 2007-12-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은. 뭐 저에겐 익숙한 행동 패턴이예요. ㅋㅋ

웽스북스 2007-12-10 19:46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 역시!!! 닉네임이 어쩐지 마음에 든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