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도 의외였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12-0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읽기 전에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셨던 거에요?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해요. 조금 다른 경우인데, 읽고 있을 때는 별로였다가 다 읽고 나서 좋아지는 책도 있어요. 얼마 전에 [슬픈 짐승]을 읽었는데, 읽는 동안은 크게 와닿지 않더니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나서 갑자기 감정의 파도가 넘실대는 거에요. 살짝 놀랐답니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저 스스로가 의외였어요. 좋다, 별로다, 이렇게만 말할 수가 없어서 더 신기한 것 같아요 책읽기는 ㅎㅎ

웽스북스 2011-12-04 00:20   좋아요 0 | URL
네. 말씀드리자면 그래요. ㅜ_ㅜ 아무래도 책이 좋고 안좋고는 기대치에 영향도 많이 받게지요. ;;; 그래도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책이니까, 저 때문에 편견을 갖지는 말아주세요. 그냥 제가 이상한 거에요. ㅎㅎ

다 읽고 나서 계속 생각나는 소설들이 있죠. 저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그런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 생각나요. ㅎㅎ

치니 2011-12-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의외까지는 아녀요. 왜 웬디양님을 확 끌지 못했나, 조금은 알 거 같거든요.
책은 언제 어떤 맘으로 읽냐에 따라, 그리고 말씀하신 기대치에 따라 느낌이 정말 많이 달라지니까, 걍 이 책이 웬디양님하고는 인연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ㅎ 그러니 언제 어느때 누구의 말을 듣건, 읽었다 하면 안 좋아할 수 없는, 혹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작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웽스북스 2011-12-05 01:03   좋아요 0 | URL
역시 치니님!!! 최근 읽은 것 중엔 헤르타뮐러 책이 그랬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ㅎㅎ 그나저나 요즘엔, 영화든 책이든 자꾸 자극적인 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문제는 문제.

당고 2011-12-0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왠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읽기 시작했을 때 '으으- 왠지 나랑 안 맞을 거 같아' 하다가 어느 순간 확 몰입되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순간 몰입이 안 되었으면 끝까지 몰입 안 하고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어요.
또 최근에 읽은 <팅커스>라는 책도 '으으- 이건 지루할 거 같은데-'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또 그런 현상이 ㅎㅎ 아마도 제가 하반기에 책을 죄다 이런 마음으로 읽고 받아들이고 하나 봐요 ㅎ

웽스북스 2011-12-08 00:23   좋아요 0 | URL
제가 싫어하는 이유를 저만 빼고 다 알고 있는 이런? ㅋㅋㅋ
저도 순간순간 좋았던 부분들은 있는데, 그냥 전반적으로는 잘 안맞았나봐요. 하지만 또 모르죠. 살다보면 어느순간 생각나게 될지도.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 그의 무기가 부럽고, 그의 투쟁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몰스킨 2012 데일리 다이어리 레드커버 _ 라지
Moleskine S.R.L
평점 :
절판


2011년에 매우 만족스럽게 썼으니, 2012년도 잘 부탁합니다. :) 늙었나, 다이어리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 ; 올해는 이녀석과 스타벅스 빨간 포켓형으로 낙찰하고 넘어가자.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11-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업무용, 하나는 사적인용도 인건가요?

웽스북스 2011-11-29 18:41   좋아요 0 | URL
띵똥. 몰스킨 라지 데일리는 업무용입니다~ ㅎㅎ

무스탕 2011-11-30 18:29   좋아요 0 | URL
앗- 반가운 '띵똥' 이다 :)
요즘 그 '띵똥' 이 천일의 약속인가 거기에 나오는거 알아요?

風流男兒 2011-11-2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번에 뮤직노트로 몰스킨 입문했어요 ㅋㅋ 은근 품절들이 많더군요 ;;

웽스북스 2011-11-29 18:42   좋아요 0 | URL
오오 작품활동 들어가시나효? ㅋ
 


제주

기억에 남는 건 바람, 이다. 기껏 정돈해놓은 머리가 날리고 섞여 엉망이 될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었다. 김영갑 갤러리 뒤편의 쪽문으로 빠져나가자 바람이 세차게 부는 작은 언덕 비슷한 것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의 동백은 일부는 피어 있고, 또 일부는 떨어져 있었다. 갤러리의 사진도 안보고, 그곳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바람소리를 듣다가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 곳에서 불던 바람의 소리는 찍을 수도 없고, 녹음할 수도 없고, 그저 온맘을 다해 열심히 기억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산굼부리에서 불던 바람의 소리는 김영갑 갤러리 뒤편에서 불던 바람의 소리와는 또 달랐다. 억새끼리 몸을 부딪치며 만들어내던 그 소리가 좋아, 머플러 두개를 꽁꽁 감쌀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한참을 서성였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건 초계미술관에서 만났던 그 여유. 그건 노력으로 되는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온 삶으로 체득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많이 부러웠다. 바다를 보면서 매일매일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우면 행복할까. 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그만큼 나는 서울의 저녁 풍경도 좋아하니까, (투철한 신포도 정신!) 그 때의 마음은 다 제주에 두고 올라왔다. 올라올 땐 비행기가 무려 1시간도 넘게 지연되서, '얼른 서울로 가고싶어'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왔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하면서 굳이 사진기를 챙겨가지 않거나, 챙겨가도 잘 찍지 않게 됐다. 사진기를 꺼내고 뷰파인더로 보는 것보다 내 눈으로 보는 게 진짜라는 생각. 내 기기와 실력은 어차피 내가 보는 만큼 재현해낼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사실은, 이제 늙어서 사진속의 내 모습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ㅠ_ㅠ)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거의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몇장 찍어봐도 역시나. 내 눈과 귀로 기억하는 편이 훨 낫다고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내가 턴레프트님처럼 사진을 찍는다면 혹 모르겠지만. ㅎㅎ

제주에 가져갔던 (하지만 결국 공항 가는 지하철에서 다 읽어 버린)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차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들은 귀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아직 세계와 나 사이에 칼이 없었으므로 그것으로 그때엔 충분했다.  
   

이 책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다.


요가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3주. 처음 다시 요가를 시작하던 날, 죽어라 고생하면서도 몸이 자세를 기억하고 있음을 알고, 그래도 생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구나, 라며 몸의 영리함에 감탄을 했었는데, 오늘은, 이 녀석이 고작 일주일 쉬었다고 나를 헉헉거리게 만드는 걸 보고, 참으로 간사하고 짤없는 것, 이라며 원망에 원망을 해댔다. 지난 주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G언니를 만나 잠깐 커피를 마셨는데 (둘다 책을 팔러 왔었다) 언니도 요가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하며 잠시 대화.

- 언니, 저는 정말 궁금한 게요. 요가는 갈 때마다 클래스에서 제가 제일 못하는데, 제가 세상에서 제일 몸병신인 걸까요, 아니면 저보다 더 병신인 사람들은 안오는 걸까요?
- 나도 그 문제로 고민을 좀 해봤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몸병신중엔 그래도 상급인 것 같아. 우리보다 더 못하는 사람은 시도도 안하고, 안해서 더 못하게 되는 걸거야.
- 그렇죠? 아무래도 저도 그런 것 같아요. ㅋㅋ

아무튼, 상급 몸병신에서 이제 하급 정상인이 되기 위해 부던히 애쓰는 내가 요가의 힘든 동작들을 견뎌내면서 기다리는 시간은 다 씻고 집까지 걸어가는 그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상쾌하고 개운한 순간. 집에 와 키위를 잘라먹으며 오늘의 하이킥과 함께 깔깔거렸다. 토끼야~ 미안해~ 그리고 흐르던 검정치마의 노래. 크. 역시 김병욱 감독은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신정구

그리고, 나의 시트콤 인생에 한 획을 그어 주었던 신정구 작가. 어제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 서재에는 신정구의 이름이 3번이나 등장했다. 지금은 벌써 4번째) 노도철이 아무리 드라마로 건너갔어도, 나는 두 사람이 다시한 번 시트콤을 만들어주리라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이젠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다. 프란체스카를 보며 웃고 울었던 순간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름다운 생에 감사한다.


데미안 라이스

오늘이 바로 D-Day였다. 동방신기 팬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LAYLA님 말을 듣고, 같은 팀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동방신기 팬일 뿐만 아니라, 공연 마니아인지라, 수없이 많은 티켓팅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 그리고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나름 준비를 한다며, 현대카드 홈페이지에서 예매 예행 연습도 하고, 혹시나 결제 시스템 설치하다가 늦을까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점검까지 했다. 카드 한도가 아슬아슬해 티켓 값만큼 금요일에 선결제도 마쳤다.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듯하여 오버하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그녀는 기본이라고 했다. 역시 프로의 손길은 달랐다. 내가 두번 실패하는 동안 그녀는 나와 같은 단계를 다섯번이나 해냈다. 내 정보인데, 내가 외우고 있는데, 왜 그녀가 더 빠르단 말인가. 아. 프로의 세계는 놀랍다. 그리고 나는 앞에서 4번째줄 좌석을 구하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부탁했을 때, "자리는 어디로 해드려요?" 라고 묻기에 나는 좋은 좌석은 필요 없고, 그냥 거기 앉을 수만 있으면 된다, 좋은 좌석 하려다가 다 놓치는 것보다는 적절한 좌석이 좋겠다, 라고 이야기했으나 그녀는 의지를 불태우며, 그래도 좋은 좌석을 예매해야 한다, 고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이런 데 참여해본 적이 없으니, 그저 믿고 맡길 뿐이었다. 내가 접하는 음악 세계가 넓지 않고, 몇몇 음악들을 그냥 깊이 좋아한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두번은 못하겠다. 하지만, 이런 스릴. 느껴본 게 또 언제였던가, 싶을만큼, 실로 손떨리던 순간이었다.

점심이 지나고, 오늘은 현대카드 고객들 우선 예매일 뿐이었는데도, R석은 모두 매진되었다. 올림픽홀 2층 앞열까지 R석이었으니, 데미안 라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긴 하구나, 싶다. 보편적인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아무래도 인간은 참 쓸쓸한 존재인가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1-29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1-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웬디양님컴백하셨군요 ㅎㅎ
제주도는 무사히 잘 다녀오셨나요~

오옷, 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하는 건가요...? 저는 처음에
동방신기 콘서트를 가시나.. 하고 웃었습니다ㅋㅋㅋ

웽스북스 2011-11-29 01:26   좋아요 0 | URL
네. 데미안라이스가 한국에 처음으로 와요. 소이진님도 좋아하시나요?
제주도는 잘 다녀왔어요. 돌아올 때 비행기 옆자리에 잘생긴 남자도 앉아있었답니다. ㅋㅋㅋ

비연 2011-11-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정구 작가. 정말 그의 <안녕 프란체스카>와 함께 했던 세월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웽스북스 2011-11-29 18:42   좋아요 0 | URL
저는 비연님의 트윗을 보고 알았어요 ㅜ_ㅜ

마늘빵 2011-11-2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스 기대돼요. 아아. 꼭 가야 할 텐데.

웽스북스 2011-11-29 18:42   좋아요 0 | URL
우히히히 건투를 빕니다!

전호인 2011-11-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갑갤러리의 정원과 혼이 담긴 작품, 산굼부리의 바람과 억새,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름과 산이 맞닿은 곳, 그래서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이라고 스스로 칭했던 그곳, 기계에 의존하기 보다 눈속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하고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담았었죠. 마음에 담으면 언젠가 다시 느끼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어 좋더라구요^^

웽스북스 2011-11-29 18: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 잘 지내시죠 전호인님?

레와 2011-11-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비가 억수같이 퍼붓어 산굼부리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야했던 아픈기억이 떠올랐어요.

초계미술관, 다음에 가봐야지. ^^

웽스북스 2011-11-29 18:43   좋아요 0 | URL
아. 저희도 주차장에서 차 돌린 데가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ㅜ_ㅜ

다락방 2011-11-2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우리가 턴레프트님이나 레와님처럼 찍을 순 없으니까요. ㅋㅋㅋㅋㅋ
아 턴님 보고싶네. ㅎㅎ

다락방 2011-11-29 12:10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이라 미안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1-11-29 18:43   좋아요 0 | URL
지금 반성하고 있는거죠?

2011-11-30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ngheuk 2011-12-05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데미안 라이스 공연 즐겁게 보고 오세요. 완전 부러운데요. +_+

웽스북스 2011-12-08 00:24   좋아요 0 | URL
히힛 감사요! 덕분에 즐겁게 보고 오겠습니다~
 


데미안 라이스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나는 이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티켓 오픈 공지를 기다리는데 오픈 날짜도 계속 바뀌고, 예매처인 인터파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봐도 상담원이 전혀 몰라서, 혼자 좀 난감해하던 중 오늘에서야 티켓 공지가 떴다. 현대카드 문화사업의 일환인 슈퍼콘서트 같은 개념으로 오는 듯. 회사 과장님 트위터를 보다가 알았다.

과장님은 "데미안라이스 R석은 데미안라이스 무릎이냐?" 라는 누군가의 말을 리트윗했는데, 보자마자 1) 헉, 오픈했구나. 2) 헉, 얼마길래, 라는 두 생각이 교차. R석은 16만원이 넘고 S석은 13만원이 넘는다. 현대카드 결제시 20% 할인되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급 마음이 상한다. 올림픽 홀에서의 거대한 공연도 마음에 안드는데, 표값도 너무 비싸다. 데미안라이스의 음악은 소극장에서 함께 숨쉬는 기분으로 들어야 하는데  그 거대한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데미안라이스의 모습도 서운할 뿐더러 나는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공연들을 매우 싫어한다. (집에서 멀고 무대도 멀고 시설도 별로라) 게다가 티켓 값이 저렇게 비싼데!!!! 이성적으로는 버려, 버려, 하지만 마음은 절대 버릴 수가 없다.

공연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왔을 때도, 올림픽홀이라 쿨하게 포기했고, 웬만한 가수들이 공연을 해도 크게 눈을 깜짝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루시드폴은 두번이나 다녀왔지만) 데미안라이스는 그럴 수가 없다. 벌써 몇년 째 듣고 있는데도, 비가 오면 듣고 싶고, 눈이 오면 듣고 싶고, 우울해도 듣고 싶고, 쓸쓸해도 듣고 싶고, 그렇게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들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듣는 거의 유일한 가수다. 세상에는 데미안라이스만큼 좋은 가수가 많겠지만, 나는 음악적 식견이 짧아 좋은 가수들을 많이 찾아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고, 긴 세월을 그냥 데미안라이스에게 많이 의존했었다. 그런데, 그가 온다니. 하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체조경기장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누군가는 마음이 상했다고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세 명의 가수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며 상업주의에 퉤퉤 침을 뱉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마음이 상해도, 거기 앉아서 상할 거고, 실망해도 직접 경험하고 실망할 거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라는 심정으로 월요일 12시에 태어나 처음으로 티켓 전쟁에 동참할 작정이다. 나한테는 세명의 가수와 바꿀 수 있는 그냥 가수가 아니라 어떤 한 시절이다. 그러므로, 나는 기꺼이 글로벌 호구가 되어 성공적으로 예매를 해내고야 말 작정이다. 예상보다 비싸서 우울하지만, 성공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졌다며 기뻐하고, 현대카드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레알 돋는 글로벌 호구. 흑흑. 호구를 글로배운 글로벌 호구.

아. 그런데 실패하면 어쩌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ㅜ_ㅜ
리사해니건이 없으니, 어떤 노래들은 또 들으면서 좀 허전하겠지. 그래도 난 갈거다. 예매할거다. 엉엉. 어수룩하게 놓치면 어떡하지? 팀에 있는 선수들에게 노하우라도 전수 받던가 해야지. 흑.


암튼 그가 온다. 나의 가장 고요한 순간을 함께하던 이가.
이토록 요란하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11-25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5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1-11-25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갱님~ 좋은 음악과 기억은 내내 소중한 추억이 될테니 과감히 지르시라고 하고 싶네요. ㅎㅎ 티케팅 홧팅입니다요 주변이 동방신기 팬분이 있다면 꼭 도움 받으시고요 ㅋ

웽스북스 2011-11-25 09:36   좋아요 0 | URL
말씀 보고 동방신기 팬분 급 섭외 완료요 ㅋ
오늘은 인터파크 티켓 예매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설치해야되는 것들 있으면 미리 설치해보려고요.

아. 너무 철저해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11-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홀에서 이승환 콘서트와 싸이 콘서트를 봤는데 둘다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네요 ㅎ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뭔가 조용한 콘서트 하나 정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도 드는데 벌써 너무 늦었을지도.

지르셨나요? 공연후기도 기대해요.

웽스북스 2011-11-25 09:38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ㅜㅜ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이승환 콘서트 표가 생겨서 갔었는데. ㅋㅋ 거긴 저랑 정말 안맞는 장소인 것 같아요. 웬만한 공연들은 올림픽공원이면 다 패스.... 돈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뭔가 신포도정신이 발휘되더라고요. ㅎㅎㅎ

공연은 1월 11일이고. 예매는 다음주 월요일 12시 (현대카드) 화요일 12시 (일반)

다락방 2011-11-2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온다. 나의 가장 고요한 순간을 함께하던 이가.
이토록 요란하게.

아, 문장이 정말 환상적이에요!

웽스북스 2011-11-26 01:37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 그런가요? 어쩐지 부끄러운데요. ㅎㅎ

Shining 2011-11-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관계자들은 잘 알죠,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입을 쭉 내밀어도 결국 가게 될테니까요!
괜찮아요 웬디양 님. 데미안 라이스니까 한번쯤 글로벌 호구가 되셔도요(응?).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_-b(척).

웽스북스 2011-11-26 0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글로벌 호구는 위에 LAYLA님 댓글보고 진짜 동방신기 팬을 섭외해서 예매 예행연습까지 이미 마쳤어요! 저는 예매만 되면 되는데 꼭 좋은 자리로 해야한다는 이 팬님 덕에 매우 든든해요!!! 잘 되야 될텐데. (회장님 회장님 버전)

jongheuk 2011-12-05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데미안 라이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이유도 비슷해요. 어떤 특정 시기를 함께 해준 음악이 있다면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죠.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당시 감정이나 느낌들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른다는 점에서 과거를 환기해 주는 역할까지 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O" 앨범보다 "9" 앨범을 더 많이 들었어요. 이유는 딱히 없는 것 같고, 이 앨범이 나오던 당시 우연히 레코드샵에 갔다가 이 앨범을 샀고, 그렇게 우연히 듣게 됐는데 당시 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래서 지금도 많이 고마워 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공연을 보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그런 음악인이죠. 즐겁게 보고 오세요!

웽스북스 2011-12-08 00:2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O" 앨범을 더 많이 들어요. 저도 이유는 딱히 없고. 종혁님과 마찬가지로, 더 먼저 만났고, 오래 들었던 앨범이라 그런 것 같아요.

종혁님의 고마운 마음까지 다 전하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