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예정되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문명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막연한 미래 때문에 현재를 담보로 도박을 한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_ 아이작 아지모프, <파운데이션>, p130

SF 작품인 <파운데이션>에서 '역사의 흐름'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그 흐름에 맞서는 인간의 선택. 문명이 직면하는 도전과 이에 대한 창조적 소수에 의한 응전을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토인비의 역사관 안에서 거대은하제국의 붕괴라는 물리적 죽음(엔트로피)에 대한 살보 하딘의 응전은 베르크송의 생명의 약동(엘랑비탈)을 떠올리게 된다. 과연 이러한 문명의 붕괴라는 순환법칙을 파운데이션은 벗어날 수 있을까. 심리역사학이 내린 과학적 예측에 과연 인간의 의지는 상수인가, 아니면 변수일까. 이는 신이 예정한 길에 인간의 뜻은 어느정도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또다른 물음은 아닐런지.

과연, 파운데이션이란 무엇일까.

파운데이션은 그(해리 셀던)의 말대로, 과학 대피소로 설립되어 쇠퇴하는 제국의 과학과 문화를 보존하여 이미 시작되고 있는 야만 시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제2제국 건설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계획된 걸세. _ 아이작 아지모프, <파운데이션>, p130

많은 이들은 파운데이션 설립이 쇠퇴하는 제국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저장소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낡은 제국 대신 새로운 체제(공화정)을 수립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체제는 낡은 체제의 연속선 상에 있는 제2제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정작 셀던 본인이 말하는 파운데이션에 대한 설명은 이와 다르다. 허상과 환상. 과연 셀던은 자신의 의도가 잘못 이해될 것이라는 것마저도 심리역사학을 통해 예상했을까.

백과사전 파운데이션은 속임수로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속임수였던 것입니다. 백과사전 같은 것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더라도 본인이나 본인의 동료들이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속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과사전 계획 자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봅니다... 이 기만적인 계획을 위해 일해 온 50년이란 세월은 여러분들이 되돌아갈 길을 차단해 버렸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보다 중요한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_ 아이작 아지모프, <파운데이션>, p103

자신의 추종자들, 후손들의 오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셀던은 심리역사학은 매우 허술한 이데올로기가 될 것이고, 오해를 계산에 넣고 자신의 계획을 수행했다면 셀던은 매우 비정한 군주가 아닐까. 중세 기독교를 대체하는 현대 과학이라는 종교에 대한 SF 작품인 <파운데이션>에 대한 여러 의문을 안고 2권으로 넘어간다...

이건 돈이나 시장 같은 걸 뛰어넘는 이야기야. 우리한테는 위대한 해리 셀던의 과학이 있어. 그건 미래의 은하 제국이 우리 어깨에 달려있음을 입증하고 있네. 우리는 최고로 지배적인 위치에 이르는 코스에서 벗어날 수 없어. 우리 종교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수단이야. 이 종교로 우리는 네 왕국이 우리를 무너뜨리려 했을 때조차 그들을 우리 아래로 끌어들였지. 그것은 인간과 세계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네... _ 아이작 아지모프, <파운데이션>, p2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실상‘ 핵보유국이자, ‘심리적‘ G8인 대한민국의 내란 수괴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직무배제라... 법기술자들의 나라에서 참 어설픈 마무리 조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틸리나,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인내를 남용할 것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광기가 우리를 조롱할 것인가? 어디까지 당신의 고삐 풀린 만용이 날뛰도록 놓아 둘 것인가? 필라티움 언덕의 야간 경비, 도시의 보초병, 인민의 공포, 모든 선량한 시민의 화합, 빈틈없는 경호 아래 개최된 오늘의 원로원, 이곳에 참석한 위원들의 표정을 보면서 당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가? 당신 계획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을 느끼지 못하는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짐으로써 당신의 음모가 이미 좌절된 걸 보지 못하는가? 어젯밤에, 그저께 밤에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불러 모았는지, 어떤 계획을 꾸몄는지, 당신은 우리 가운데 누가 모를 것으로 생각하는가?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2/225

 

  정치인으로 키케로가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는 BC63년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진압하면서다. 자신은 로마에서 그외 무리들은 로마 외곽에서 시내로 진입하려던 그의 계획은 집정관 키케로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반란 계획은 꺽이고 만다. 이를 계기로 키케로는 '로마의 국부(國父)'라는 칭호를 안겨주었던 '카틸리나 역모 사건'.


 어두운 밤이 당신의 범죄 회합을 감추지 못하고, 사저(社邸)의 담이 음모를 꾸미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들추어내고 모든 것을 폭로하는 이 마당에, 카틸리나, 당신이 도대체 이제 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단 말인가?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3/225


  불과 여섯 시간만에 막을 내린 윤석열 내란 사건은 여러 면에서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키케로의 유명한 <카틸리나 탄핵문>이 오늘처럼 가슴에 와 닿는 날이 있을까 싶다. 카탤리나를 윤석열(또는 김건희)로 대신해도 별 무리없이 이해되는 문장 속에서 시공을 초월한 명문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카틸리나, 국가는 당신을 향해 침묵으로 이렇게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벌어진 악행 가운데 너로 인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추문 가운데 너로 인하지 않은 것이 없다. 수많은 시민의 살해가, 동맹시의 착취와 약탈이 멋대로 처벌도 없이 너 하나에 의해 저질러졌다. 너는 법률과 재판 제도를 업신여겼을 뿐만 아니라 침해하고 훼손까지 했다."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6/2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에 그녀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메가폰을 쥔 여자의 목소리가 차츰 가까워졌다. 선주 언니는 아니었다.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풍선 같은 침묵이 병실의 모서리들을 향해 부풀어오르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트럭이 병원 앞길을 지나가며 목소리가 크고 선명해졌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멀어진 지 십분이 채 되지 않아 군인들의 소리가 들렸다... 한 강, <소년이 온다>中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가 기습적으로 이뤄지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국회로 모여달라는 이재명 대표의 방송을 들으며, 전남 도청의 마지막 밤에 울려퍼졌던 외침을 떠올렸다. 계엄군이 도청으로 진입하기 직전 도청으로 와 달라는 간절한 외침.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1980년도 전남도청과 2024년 국회.

  계엄령이면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계엄상태에서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

  택시는 잡을 수 있을까.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크고 작은 여러 생각들은 짐이 되어 내 자신을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결국 뉴스를 보며 새벽 4시에 상황 종료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국회에 모인 여러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1980년 당시 죽은 자에 대한 산자의 부채의식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아직 잔불과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지난 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 세금,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 모두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 마찰로 무질서한 열이 생성되는 것과 비슷하게, 흩어놓는 힘들은 끊임없이, 가차없이 작용하면서 모든 계를 붕괴시킨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30

<스케일>은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이 자연계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그 안의 상관관계가 선형이 아닌 비선형 지수함수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망델브로가 탁월하게 공헌한 부분은 리처드슨이 발견한 것을 확고한 수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고, 수학자들이 만지작거렸던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 기이한 기하학이 사실상 모든 면에서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아본 것이었다... 주식시장의 행동은 모든 시간 규모에 걸쳐서 지수나 그와 동등한 프랙털 차원을 통해 정량화할 수 있는, 거듭제곱 법칙을 따라서 반복되는 자기 유사적 프랙털 패턴이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205

관찰자 입장에서는 임계점을 지나서 발생하는 변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말하는 본문의 내용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잘 설명한다. 동시에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예외없이 평형상태로 가는 전단계임을 생각한다면, 우울한 인류의 미래가 떠오르는 것 또한 피하기 어렵다. 한 가지 위안이 된다면 지수법칙의 적용을 피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속하는 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계수와 승수의 변화를 통해 생명의 순간을 이어갈 수 있지않을까...

기업이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를 한다는 사실은 기업이 혁신과 착상보다 규모의 경제로 승리하는 대표적인 사례임을 시사한다... 이와는 달리 도시는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는 훨씬 더 분산된 양상으로 돌아가며, 권력이 시장과 시의회에서 기업과 시민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조직 구조들에 흩어져 있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5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