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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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 근대역사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실증사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랑케'와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E.H 카'의 역사관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며, 추가적으로 최근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대한 내용도 소개한다.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실증사학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실증사관은 과거의 사실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역사학이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책에서는 실증 사관의 이해를 위해 고대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 타키투스의 저사인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고대와 근대 역사관의 차이를 살펴보고, 랑케의 저서 <라틴 및 게르만 제(諸) 민족의 역사 1494 ~ 1514> 서문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강조한 실증사학을 비교조명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강조한 랑케의 사상은 불완전한 사료, 남겨진 사료의 객관성, 역사가의 해석 등의 제약으로 인해 역사가에 의해 재해석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반(反)실증사학'의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실증 사학 - 반실증 사학'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작품이다.


카(E.H. Carr, 1892~1982)는 이 저서를 통해 역사는 '과거 사실'과 이러한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가' 의 역할에 대해 주목한다. '단순한 과거'가 아닌 역사가에게 '의미가 부여된 과거 사건'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통해 '역사는 과거(사실)와 현재(역사학자)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주장을 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에서는 E.H 카 이후의 최근 연구방향흐름인 포스트모던(Post-modern) 역사학에 대해서도 소개를 한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에서는 최근 학문의 흐름인 '융합(融合)'의 영향으로 기호학, 언어학 등의 인접 학문과 연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도 '언어학-역사학'의 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시니피앙(le signifiant 지시어)와 시니피에(le signifie 지시 대상)를 통한 언어학과 역사학의 접목에 대해 설명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역사(歷史)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학(史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 전반을 통해서 '역사'라는 학문이 단순한 과거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는 현재의 학문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서양 근대이후 역사학 입문서로서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주로 서양역사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랑케의 실증 사관은 우리나라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일본 개화기에 랑케의 제자인 루트비히 리스(Ludwig Riess)의 지도하에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이 도입되었고, (출처 : <우리 안의 식민 사관> 이덕일) 이러한 방법론에 기초하여 조선의 식민사관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랑케의 실증 사관이라는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은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국내 역사학 연구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의도적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도 안되겠지만, 올바른 상식과 양심의 눈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기 위해서도 개인의 역사관의 수립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개인의 역사관 수립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단편적인 지식을 제공해준다고 생각된다.


PS. 책의 안내를 위해 소개된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1950)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영화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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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6-10-17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 분야 관심도서로 놓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0-17 11: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마천님 관심깊게 읽어 주셔서 저야말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yureka01 2016-10-17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역사교과서는 집필자도,삼사자도 비공개 ㄷㄷㄷㄷ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역사교과서랍니다...

겨울호랑이 2016-10-17 14:32   좋아요 2 | URL
이제 곧 새로운 국정 교과서 발표한다지요? 길어야 2년 쓸 교과서라서 크게 신경을 안씁니다만, 그 교과서로 공부해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애들을 볼모로 1970년대의 `국민교육헌장`을 부활시키는 것 같습니다..
 

오전에 아이의 유치원 과학교재를 봤습니다. 모래시계와 유사한데, 시계 내용물이 물과 기름인 점이 모래시계와 다릅니다. 이 시계는 기름이 물에 뜨는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교구재인데, 물감을 넣어서 색도 예쁜 `물-기름` 시계입니다.

평소에는 시계 내 폐쇄된 공간에서 물과 기름을 같은 양으로 작은 빈공간을 두고 채운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기울여서 균형이 깨지면 이동이 시작되는 원리인 것 같습니다.

호기심에 몇 번을 돌려봤습니다. 물과 기름이 자리를 바꾸며 움직이는 것이 신기합니다.

기름은 물 위에 뜨는 것이 상식인데, 이 작은 세계에서는 그 상식과 반대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 작은 폐쇄계에서만 뒤집는 것과 같은 작은 충격에도 상식밖의 일이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큰 개방계인 바다에서는 천지개벽할 일이 아니면 균형을 쉽게 잃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많이 어수선하고 상식밖의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물-기름`시계처럼요. 물이 기름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접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떤 것이 상식이고 정상인지 혼동됩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요즘 답답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이의 과학 교구재를 보며 깨닫게 됩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나 상식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어지러운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절망하기보다 고개를 들어서 폭넓은 시각으로 큰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춥고 가장 어둡습니다. 일출을 기다려보신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둠과 추위를 뚫고 솟아오는 태양의 느낌은 그 기다림을 견뎌온 사람만이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들어하십니다. 그리고, 절망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꿔 만약 지금 더 견딜 수없을만큼 춥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곧 지금이 일출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ㅋ 그러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 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주말입니다.
그래도 낙엽이 날리지 않아 쓸쓸한 가을은 아니네요. 이웃분들 모두 편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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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0-15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구 뒤에 있는 책이 인상깊어요.
겨울호랑이님 책 취향을 보여주는 것인가요?^^

겨울호랑이 2016-10-15 20:10   좋아요 2 | URL
ㅋ 찍고 보니 그리 되었네요. 꾸준히 함께 하는 녀석들입니다.. 읽는 속도가 지금 같다면 평생 갈지도 모르겠네요ㅜㅜ 꿀꿀이님 감사합니다^^ 편한 토요일 밤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6-10-15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에 책에 눈길이 가네요
서양철학사 언젠가 읽을 날이 오겠죠ㅎ

물기름 시계 재미있네요^^;

겨울호랑이 2016-10-15 20:14   좋아요 3 | URL
^^: 서양철학사는 내용도 좋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베개나 라면 받침으로 많이 활용합니다 ㅋㅋ 러셀형님께 혼날거 같아요.. 즐거운 토요일밤되세요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10-18 06:48   좋아요 1 | URL
아직 혼나지 않았죠? 러셀 형님은 좋은 분인 것 같아요. ^^

2016-10-15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10-16 0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럼요..우리들의 아이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절망을 물려 줄 수는 없는 거라죠..

겨울호랑이 2016-10-16 07:56   좋아요 3 | URL
네 맞습니다 유레카님^^: 밝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물려줘야겠지요. 그렇다고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되겠지만요..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유레카님^^:

2016-10-17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10-18 06: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은 역시 좋은 부모임에 틀림 없군요. ^^

겨울호랑이 2016-10-18 06:48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합니다만, 갈길이 참 머네요. 오거서님 안개가 짙은 것을 보니 일교차가 심할 듯합니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정치학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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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학 Aristoteles Politika>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쓰여진 국가 공동체, 국가 정체, 이상적인 국가 정체에 관한 책이다. 전체 8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른 저작들과의 연계성도 많은 작품이다. 이상적인 국가에 관해서는 플라톤의 <국가>, <법률>의 내용을 언급, 내용을 비판하고 있으며, 국가의 덕목 및 정체와 관련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맞닿아 있다.


<정치학>의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1권에서는 국가공동체의 본질과 노예 제도, 재산 획득, 가족 구성원들의 지위를 다루고 있으며, 제2권에서는 플라톤의 <국가>, <법률>의 국가에 대한 비판을, 제7권과 제8권에서는 플라톤이 구가유지를 위해 필요한 교육에 대해 담고 있다. 또한, 제3권에서 제6권까지의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정체(政體)와 정체의 변화를 주제로 한다. 이 부분이 <정치학>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며 여기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를 중심으로 <정치학>을 살펴보자. 그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정체의 배경이 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정체(politeia)는 한 국가 주민들 사이에 확립된 제도이며(1274b32), , 시민은 양 부모가 모두 시민인 자로 한정된다.(1275b22). 그리고, 국가는 시민(polites)으로 구성된 복합체(1274b38)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올바른 정체이고, 치자(治者)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잘못된 정체라고 생각한다.(1279a16)


1. 정체(政體) : politeia


가. 이론적인 정체


 1)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공의 이익 추구 여부에 따라 올바른 정체와 올바르지 않은 정체로 구분하였다. 세부적으로 올바른 정체의 종류를 통치자의 수에 따라 '왕정', '귀족정체', '혼합정체'로 구분하였고, 이러한 정체가 왜곡된 것을 각각 '참주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로 분류하였다.


'한 사람이 통치하는 정부들 가운데 공동의 이익을 고려하는 정부를 우리는 보통 왕정(王政 basilieia)이라고 칭하며, 한 사람 이상의 소수자가 통치하는 정부를 귀족정체(aristokratia)라고  칭한다.....그러나 다수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할 경우, 정부는 모든 정체에 공통된 명칭인 '정체' 또는 '혼합 정체'라고 불린다.(1279a32)'


'앞서 말한 정체들 중 왕정이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 귀족정체가 왜곡된 것이 과두정체, '혼합정체'가 왜곡된 것이 민주정체다. 참주정체는 독재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1인 지배 정체(monarchia)고, 과두정체는 부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민주정체는 빈민의 이익을 추구한다.(1279b4)'


2) 민주정치와 과두정치의 차이는 가난과 부(富)이며, 국가의 최고 권력은 민중 전체가 가져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교육과 탁월함이 중요하다.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데 부(富)에서 불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믿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데 자유민의 신분에서 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평등하다고 믿는다.(1280a7)'


'대중이 지나치게 저질스럽지 않는 한 이들 개개인은 전문가들보다 못한 판단을 내릴지 몰라도 집단으로서는 더 나은 또는 못지 않는 판단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1282a14)'



[사진1] :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일찍 깨달은 선각자라는 생각이 든다.


나. 실제적인 정체


1)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왕정'과 '귀족정'은 최선의 정체(1289a26)이며, 이론적인 정체다. 현실적으로는 민주정체와 과두정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다른 정체는 이들 두 정체의 혼합이라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다.


'참주정체가 최악이고, 올바른 정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과두정체는 귀족정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그다음으로 나쁘고, 민주정체가 가장 견딜만한다.(1289a38)'


2)  결국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체의 유형은 '왕정'을 제외한, '귀족정체', '혼합 정체', '참주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로 나눌 수 있다.(1293a35). 아리스토텔레스는 '귀족정'을 이상적인 정체로 생각하고 있으나, 무조건 가장 훌륭한 자들(aristoi)로 구성된 진정한 귀족정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혼합정체' 중 민주정체 요소가 더 많이 혼합된 정체를 '혼합정체', 과두 정체에 기울어졌을 때는 '귀족정체'라고 해석을 한다. 


3)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한 삶이란 방해받지 않고 탁월함에 따라 사는 삶이며, 탁월함은 중용(中庸 mesotes)에 있다고 말하며, 국가에서도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295a34)


'정체는 더 잘 혼합될수록 그만큼 오래 존속된다. 귀족정체를 구성하려는 사람들도 흔히 실수를 하는데, 부자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줄 뿐만 아니라 민중을 기만하는 것이다.(1297a6)'


다. 정체 변혁


1)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체 변혁의 원인으로 평등추구, 시민들의 심적 상태와 영향, 공직자들의 교만과 탐욕, 유력자들 사이의 불화 등을 정체 변혁의 원인으로 생각한다.


2) 민주정체가 전복되는 이유는 주로 민중선동가(demagogos)들의 무절제(aselgia)때문이며, 그 결과 참주정체로 이행이 된다.(1304b19) 과두정체는 정부가 대중을 부당하게 억압할 때(1305a36)와 과부정부의 구성원 중 일부가 경쟁심에서 민중선동가 역할을 할 때(1305b22) 제제 변혁이 일어나는데, 체제 변혁은 참주정체 등 다른 체제로의 변혁 또는 다른 유형으로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1306b16)


3) 이에 반해, '혼합 정체'와 귀족정체가 해체되는 것은 정체 자체가 정의(正義)에서 이탈하였기 때문이며(1307a5), 그 결과 '혼합정체'는 '민주정체'로, '귀족정체'는 '과두정체'로 바뀌게 된다.(1307a5)


라. 정체의 보존 방법


1) 정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며, 특히 사소한 범법행위(paranomia)를 경계하는 것과(1307b30) 입법이나 다른 제도(oikonomia)를 통하여 공직을 축재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1308b31)


2) 또한, 정체에 대한 충성심, 고도의 업무 수행 능력, 탁월함과 정의감을 갖춘 인물이 국가의 요직에 취임해야 한다.(1109a33) 여기에, 중용(中庸)의 추구를 정체 유지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치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이론적인 정체와 실제 정체를 구분하여 정체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또한,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며,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가의 이상'만을 제시한 플라톤보다 발전된 정체(政體)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귀족정'을 이상적인 정체를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정체가 혼합된 '혼합 정체'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혼합 정체에서 다른 정체의 장점이 잘 혼합된 '중용'에 따라 체제가 운영될 때 그 체제는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이와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현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떤 점을 알려줄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국가는 시민들의 복합체이며, 이들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올바른 정체란 이러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체제를 의미하고, 이러한 체제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 - 범법행위 금지, 부정 축재 금지 -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올바른 정체 기준'은 2016년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을까?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정치학>에서 논의한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학>  제5권 11장 <독재정체 특히 참주정체의 보존방법>을 살펴보자.

 

'참주정체의 보존은 피치자들이 가능한 서로 모르고 지내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며(1313a34),... 히에론이 내보냈던 '엿듣는자(otakoustes)'들과 같은 비밀경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참주는 피치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피치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자신의 친위대를 유지할 수 있고, 피치자들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느라 음모를 꾸밀 시간이 없을 것이다.(1313b6)'





이런 면에서 볼 때, <정치학>은 현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며, 고전인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난 후,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나쁜 정치로 지목한 '독재정치', '참주정치'가 중세(中世)를 지나 2000년 뒤에는 당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가 궁금해진다. 이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정치학>에서는 이와 같이 정체(政體)뿐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관, 사회제도(노예제도, 가족제도)등에 대한 여러 사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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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 : 자연철학의 조각그림 맞추기 지식인마을 17
김태호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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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그의 철학을 정리한 이븐 루시드(Ibn Rushd)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서양인들이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많이 다르다. 중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자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12세기 십자군 원정, 15세기 에스파냐에 의한 이베리아 반도 점령(1492년 그라나다 함락) 이후 그의 자연철학저서가 이슬람 철학자의 주석으로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13세기 아베로에스(Averroes)주의자로 알려진 이들에 의해 '철학-신학'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이 되는데, 소설 <장미의 이름>이 당시의 학문적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아베로에스는 이븐 루시드의 라틴어식 이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철학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지식인 마을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Metaphyscica)>에 나오는 '4원인설'에 대한 설명과 '4원소설'에 대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주장 내용 정리였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 그의 저작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되며 연관있는지 잘 소개하고 있다.


가. 4원인설(p62)


공부하려는 학생이 목수에게 책상을 하나 주문하여, 책상이 만들어진 경우를 가정하자. 이 때, 책상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진다.


1) 질료인(質料因) : 나무가 책상의 원인이다.

2) 형상인(形象因) : 목수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책상의 모양이 책상의 원인이다.

3) 운동인(運動因) : 목수와 그의 연장이 책상의 원인이다.

4) 목적인(目的因) : 책상을 주문한 학생의 공부하려는 마음이 책상의 원인이다.


특히, 아리스로텔레스는 운동을 '목적인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여, 이를 물리학 내용과 연결시킨다.


나. 4원소설


1) 엠페도클레스 : 물질들은 물, 불, 공기,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 (4원소설. 리조마타rhizomata) (p39)

2) 플라톤 : 4원소설에 기학학적 구조 추가 (물-정이십면체, 불-정사면체, 공기-정팔면체, 흙-정육면체, 우주-정이십면체)(p50)

3) 아리스토텔레스 : 4원소설에 냉(冷), 온(溫), 건(乾), 습(濕)의 4가지 속성 부여(p68)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지상계'와 '천상계'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4원소는 지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인 반면, 천상계를 구성하는 것은 제5원소(에테르 aether)라고 규정된다. 이 는 에테르의 운동(원운동)을 통해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과 연결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일련 학문적 관계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이처럼 철학, 물리학, 생물학 등으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논리의 허구성은 제외하고) 


2. 이슬람 자연철학 소개


우리에게 이슬람의 자연철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알려진 아랍 이름인 '이븐'은 이 책에 나오는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 외에도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 <나는 천국을 보았다>의 저자 이븐 알렉산더와 더불어 우리에게 혼동만을 주기 쉽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생소한 이슬람 자연철학이 서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와 더불어 이슬람 철학자들(특히, 이븐 시나와 이븐 루시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븐 시나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받아들인 반면,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븐 시나는 유출설, 위계 질서 등을 강조한 반면, 이븐 루시드는 개별적 속성, 관찰 등을 더 중요시 했다는 내용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이슬람 철학에 대한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간략한 수준이지만 그들의 학문적 입장이 조명된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나니,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븐 루시드(1126~1198)가 아리스토텔레스 주해(註解)를 달던 그 시기에, 반대편 중국 송(宋)에서는 주희(周喜)(1130~1200)가 공자, 맹자의 사상에 주(註)를 달고 사서(四書)체계를 수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서양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학문적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후대에 '중세(中世)'라고 불리우는 시기가 세계사적으로 결코 암흑의 시대가 아닌 '준비의 시기'였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다음의 내용을 생각해 본다.


이 '준비의 시기'에 서양에서 준비된 '과학'은 20세기 그들에게 제국주의 패권을 가져다 주었다면, 동양에서 준비된 '유교 사상'은 무엇을 가져다 주었으며, 21세기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쉽지 않은 위 내용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이기에 본문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숨겨져 있는 또다른 '깊이 읽기'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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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세시기의 유럽이 암울했던 게 르네상스로 발돋움한 후퇴기였다고 생각하는데..의외로 이슬람의 중세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요.....여튼 서양사가 많이 소개 되어도 이슬람은 아직도 모르는게 많았어요..

겨울호랑이 2016-10-12 14:08   좋아요 3 | URL
네, 유레카님 말씀대로 서양에 미친 이슬람의 영향은 축소되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 연구가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서양의 발전은 외부 영향없이 자신들의 독자 역량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그들의 인식구조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집트 문명과는 별도의 문명인 것처럼요.
 

「빅이슈」는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기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잡지다. 격주간 발행되며 판매수익의 50%가 판매하는 홈리스 판매원 몫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 활동` 차원으로 운영되는 잡지다.

정기구독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홈리스 판매원분에게 직접 구매하고 있다. 나는 잡지를, 그분은 현찰을 주고받는 삶 속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그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몇 년전 `빅이슈`를 알게 된 이후 구매하고 있었다.

오늘은 종로쪽에서 회의가 있어 급히 가던 중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 앞에서 판매원분을 만났다. 회의 시간이 촉박하여 급히 지나쳐 갔지만 평소와 다른 내 행동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회의 끝나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사자고 생각해 보지만, 다시 돌아와 결국 사게 되었다. 생각할 시간에 미리 살 것을.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반성해본다.

잡지 한 권 사는 것은 작은 나눔이다. 그런 작은 나눔도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가려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씁쓸함이 들었다.작은 실천도 예외를 두려는 내 삶이라면 그동안 내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해 많은 것을 놓치진 않았을까.

학부 시절 알프레드 마셜이 말한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세상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지금의 나는 `뜨거운 머리,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서 지식과 지혜로 머리를 맑게 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내려서 공감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진정한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임을 다시 생각해본다..

빅이슈가 다루는 내용이 내 주된 관심은 아니어서 구입은 하지만, 대체로 아내가 읽는 편이다. 오늘 산 빅이슈도 아직 읽지는 못했기에 평가를 내리기는 성급하지만, `노숙자 재활`이라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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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1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도 빅 이슈를 판매하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번화가에 가봤는데 빅 이슈 판매원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

겨울호랑이 2016-10-11 21:28   좋아요 0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보니 아직은 서울 지역에서만 판매중인 것 같네요..보다 활성화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