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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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Leonard Mlodinow)가 공저한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법칙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을 사용하여 우주의 창조와 지배 원리를 "M이론"이라고 명명한다. 논리전개 방법은 양자물리학을 활용하여 "M이론"을 제시하고 기존의 철학(특히, 기독교 사상)에 대해 반론을 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내용을 들여다 보자.


먼저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 결정론이란,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의 상태가 주어지면, 완전한 법칙들의 집함에 의해서 우주의 미래와 과거가 철저히 결정된다는 입장이다.'(p39)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을 해석한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p12)...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제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 유의미하다.'(p57)


이러한 두 가지 입장을 바탕으로 모형을 수립하는데, 주로  '양자물리학'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양자물리학의 핵심 내용은 '불확정성'과 '상호 작용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양자물리학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대상들의 위치, 경로, 심지어는 과거와 미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력(重力, gravity)이나 전자기력(電磁氣力, electromagnetic force)과 같은 힘을 다루는 양자이론들은 그런 생각의 틀 안에서 구성된다.'(p84)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비롯한 데이터들을 동시에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당신이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위치는 그만큼 더 부정확해지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p88)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의 확률들을 결정한다.'(p90)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관찰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해서 양자물리학은, 관찰을 하려면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p101)


'우리가 나중에 써먹을 핵심적인 양자 원리를 하나 더 살펴볼 차례이다. 그 원리는 시스템을 관찰하면 시스템의 진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p101)


이 책에서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끈이론'을 소개하며, 끈이론에서 발전된 'M이론'을 통해 우주의 시원을 밝히고 있다. 이후 우주의 탄생 이후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빅뱅 이론'과 '인플레이션 이론'등을 제시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끈이론(string theory)은 10차원일 때만 일괄적인데, 끈이론에 따르면 4개 차원 외에 나머지 차원들은 아주 작은 공간에 돌돌 감겨있다.' (p146)


'다섯 가지 끈이론들과 초중력이론을 근사이론들로 거느렸다고 생각되는 더 근본적인 이론은 M이론이다....M이론의 몇 가지 속성을 알 수 있다. 첫째, M이론은 11차원의 시공을 이야기한다..또한, M이론에서는 내면 공간의 차원들이 감기는 방식을 제한한다..그 결과 M이론이 허용하는 다양한 우주들(내면공간)은 10의 500승에 달한다.'(p149)


전체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시작과 팽창등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 과학사 전반과 철학사의 내용이 개략적으로 다룬 '과학철학책'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양자물리학에 대한 설명을 위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파인만 역사 합(Feyman sum over)에 이르기까지 양자물리학의 기본 이론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을 배려해서인지 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과학책보다는 머리가 덜 아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양자물리학' 입문 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또한 생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생명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의 발행을 환영했다고 하는데, 아마 다음의 문장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따라서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p41)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우주관'은 기독교 세계관과 여러 곳에서 충돌한다. 마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나오는 내용을 작심하고 비판한 듯한 내용이 눈에 띄어 이를 정리해봤다. 


1. 무로부터의 창조 VS 다중우주설


'주님, 당신께서는 무형의 질료로부터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모든 날 이전에 만드셨던 무형의 질료에다 보이는 형상을 부여해서 만드신 것입니다...'-<고백록> 12권 8,8 아우구스티누스-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p171)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無, nothing)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p14)


2. 시간에 대한 인식


'차라리 시간은 셋인데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 셋은 영혼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고 다른 곳에서는 이것들이 안 보이며,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記憶)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注視)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期待)다.'- <고백록> 11권 20,26 아우구스티누스 -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만 존재한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주는 단일한 과거 혹은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p103)


3. 위대한 설계 VS 물리법칙의 미세조정


"21세기가 시작되는 지금, 현대 과학이 발견한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를 회피하기 위해서 발병된 다중우주가설과 신다원주의 등의 과학적 주장들에 직면하여, 가톨릭 교회는 자연에 실제로 설계가 내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한번 인간 본성을 방어할 것이다.."(크리스토프 쇤보르 추기경,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일 우주 상수의 값이 실제보다 훨씬 더 크다면, 우리 우주는 은하들이 형성될 사이도 없이 산산이 흩어졌을 테고, 따라서 우리가 아는 생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절묘한 미세 조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주론에서는 우리가 방금 기술한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이,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이다.'(p206) 


최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자유의지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스티븐 호킹 외 1인의 <위대한 설계>를 읽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와 현대 과학을 대표하는 저서들을 교대로 읽게 된 셈이다. 마치 내가 재판관이 되어 피고와 원고의 변론을 중간에서 듣는 입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다음에는, 기독교 진영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 <신국론>을, 현대 과학 진영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다음 논고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만일 내가 재판관이라면, 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과학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신앙(信仰)과 이성(理性)의 문제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라 생각된다.

 

아직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들을 구입한 경로를 통해 생각을 해본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스티븐 호킹의 책은 사실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중고서점에 깨끗한 책이 나왔기에 '한 번 정도 읽어야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구입은 '우연적 사건'의 결과라 생각되기도 하는 반면, 내가 이 책들을 만난 것이 '하느님의 자유 의지 (free wil) 결과'라고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렵다.


신앙과 이성의 문제는 역시 쉽게 안 풀리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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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8-23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책이었어요. 지금은 pq=|=qp라는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만 저 때만 해도 갈피를 못 잡을때라 읽는 게 버겁더라구요. 이 때 알았어요. 과학이 철학 그러니깐 사유가 바탕이 안 되면 절대불가능한 학문이라는 것을요!

겨울호랑이 2016-08-24 03:05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유의지론 교부문헌총서 10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 / 분도출판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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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론>은 아우구스띠누스와 에보디우스간 '악의 근원은 무엇인가',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작품으로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전체 450 페이지에 달하지만, 사람의 능력에 따라 유효 페이지는 달라진다.

라틴어를 독해하실 수 있는 분은 유효 페이지가 450페이지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225페이지만 읽어도 된다.(그럴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배경과 기본 철학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다면 읽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 성 염 교수의 '해제'가 <자유의지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체3권의 내용을 통해 아우구스띠누스는 죄악의 원천은 인간의 '자유의지'이며, 자유의지의 올바른 사용은 최고선(最高善)인 하느님으로의 지향인 반면,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물리악을 당하게 됨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모두 인간의 책임이며, 선하신 하느님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져서 죄악으로 떨어지도록 만드셨는가?' 에 대한 질문에 자유의지는 '중간선'으로 선(善)으로 갈 수도, 악(惡)으로 갈 수도 있는 선택지라는 대답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지론> 3권에서는 이 외에도 '영혼의 기원', '어린이의 고통과 죽음', '짐승들의 고통', '첫 인간의 범죄와 구원'에 관하여 포괄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데, '자유의지'와 '악' 초점을 맞추어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리한 내용은 성 염 교수의 "해제" 부분을 주로 활용하였다.)


 
제1권 인간과 자유의지


1권에서 하느님이 악(惡)의 장본인인가?(1.1)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악의 조성자가 하느님이 아니며, 악이란 이성이 욕정에 굴종하는 것으로, 자유의지가 죄악의 원천이라는 주장을 한다. 

아우구스띠누스는 악(惡)을 2종류의 악, 즉 우리가 행하는 악(윤리악)과 우리가 당하는 악(물리악)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윤리악만이 고유한 악이고, 물리악은 윤리악의 결과로서, 물리악은 윤리악의 결과라는 사실을 주장한다. 
또한, 윤리악은 인간이 학습되거나 모방되는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1.10.20; 3.14.39) 하고, 하느님은 선하고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 역시 악의 조성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악의 본질은 무엇인가? quid sit malum

악한 행위를 규정하는 요소로서 정욕(精慾)과 법률(法律)이 제기되면서, 구체적으로 간통, 살인, 신성모독 등의 행위를 통해 욕정(libido)가 악행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뿌리임이 드러난다.(1.3.8)  욕정은 '탓할 만한 정욕', 또는 '자기 의사에 반하여 빼앗길 수 있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 된다.  또한, 아우구스띠누스는 영원법 개념을 도입하면서 '영원법은 불변하고 정당하다'(1.6.15)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인간과 영원법을 연관시키면서 '현명한 인간(sapiens)'은 '질서있는 인간(ordinatus)'이라는 도식을 확립한다. 정욕은 이성의 지배를, 이성은 그보다 상위에 있는 존재의 지배를 받는 것이 '존재론상의 위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욕에의 굴종'은 영혼에 대한 죄벌이 된다.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를 원하면서 행복해지려는 욕구만 있지 그것을 옳게 달성할 의지가 모두에게 있는가?' 하는 부분은 의심스러우므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올바로 그것을 바라고 달성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1.14.30) 그리고, 의지가 바로 '자유의지'가 된다. 

사람에게 있어서 진정한 자유는 바로 영원법에 종속하는 것이며(1.15.31) 이것은 선한 의지의 사용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제2권 하느님과 인간의 자유의지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인간들에게 의지의 자유 선택을 부여하였는가?(2.1.1) 


여기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하느님은 존재하시며, 모든 선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과 의지 또한 선이라는 내용의 답을 한다.

아우구스띠누스는 "진리로부터의 신존재 증명(argumentum ex vertiatibus aeternis)"을 통해 신을 증명한다. 여기서 아우구스띠누스는 내적 감관이 외적 감관을판단하기 때문에 내적 감관이 우월하며, 이성은 내적 감관보다 더 우월한 것임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성은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영원하고 불변하는 상위의 존재가 있으며, 이 존재가 '하느님' 이라고 논리를 편다.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근원적 진리가 최고선이자, 인간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최고선 즉 하느님이라는 결론을 아우구스띠누스는 내린다. 이에 따라, 모든 선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형상을 지닌 모든 존재는 선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2.17.46)

2권에서 마지막으로 아우구스띠누스는 자유의지란 그것 없이는 아무도 선한 일을 못하는 능력이므로, 분명히 선이지만 중간선(선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악용할 수 있는 선)이라고 주장한다. (2.18.50) 그리고, 인간의 의지는 불변의 선을 등질 수도 잇고 하위에 있는 선을 선택하는 것에서 인간의 죄악이 발생하게 된다.


제3권 자유의지는 인간의 선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유래했다


아우구스띠누스는 하느님이 완전하시므로 모든 것을 예지하시지만, 미리 예지하시는 바와는 달리 무엇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의지를 예지하신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유의지로 예지하시기 때문에, 그 예지가 (인간의) 원하거나 원치 않는 의지를 박탈하지는 않게 된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예지와 하느님의 정의를 어떻게 상합하는가?


여기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 영혼은 비록 죄악으로 시드는 일이 있더라도, 저 가시적 빛으로 환원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숭고하고 훨씬 더 선하다... 그래서 죄짓는 영혼을 비록 질책하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런 영혼들은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으리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심한 동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3.5.12)

결함(vitium)이라는 것은 결함이 있는 바로 그 사물의 자연본성에 배치된다는 뜻에서가 아니면 어느 면에서도 악이 아니기 때문에(3.14.41), 결함 자체가 질책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게 된다.(3.15.42) 결론적으로, 인간의 죄악은 창조주 하느님께 돌리는 일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참말임을 에보디우스의 말을 통해 이야기된다.(3.16.46)

그리고, 자유 의지의 선택의 결과 '사람이 무엇을 해야 올바로 행함인 줄은 알고 그렇게 하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면' 그 결과는 '인간의 단죄(1권에서 말한 물리악)'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유의지론>에서는 플라톤의 사상적 영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강조한 지혜, 정의, 용기, 절제가 <자유의지론>에서도 선한 의지를 갖춘 사람이 지녀야할 덕목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이성보다 우월한 존재(하느님)을 증명하는데 있어, '수(數)의 진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수학을 중요시한 플라톤의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다. 그외에도, 욕정과 이성, 그리고 최고선과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신(新)플라톤주의(플로티누스)의 유출설' 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등 어느 정도 플라톤 사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대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대전>은 사상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플라톤 : 아우구스띠누스=아리스토텔레스 : 토마스 아퀴나스'


<자유의지론>은 기본 전제가 '하느님은 선(善)하다.'라는 내용이며, 최고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기초위에 출발한다. 증명의 '마지막 2%'라고 생각되는 이 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감받을 수 있겠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그 내용에 대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이 <자유의지론>의 논리적 한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유의지론>은 초기 기독교에 있어서 마니교의 '선악이원론'의 논리에 대항하여 초기 기독교 교리를 확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자유의지'를 인간의 구성적 능력으로 간주했다는 철학적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교부(아우구스띠누스)의 인식론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하느님에게 귀의하는 심정으로 믿고 그 다음에 그 믿음의 내용을 이해하는 방향이 정방향(正方向)이고, 사변적 이해에서 신앙으로 나아가는 것은 역방향(逆方向)이라는 입장이다.(p30)

(토론자) 양편 다 또는 과연 무엇이 진리에 더 상합한지 분명치 않은 모든 의문을 다룸에 있어 우리의 논증은 반드시 다음 사실에 귀결되도록 힘썼다. 즉, 그런 의견 중 어는 것이 참이든간에 반드시 하느님이 찬미받으실 분으로 믿겨지고 그런 분으로 드러나셔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론> 재론고 p429)

결함vitium이라는 것은 결함이 있는 바로 그 사물의 자연본성에 배치된다는 뜻에서가 아니면 어느 면에서도 악이 아니다.(3.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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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8-22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라틴어 병기라니 사고싶네요.
리틴어 공부도 하고 싶거든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8-22 16:43   좋아요 1 | URL
^^: 시이소오님 멋지세요..라틴어도 도전 하시는 군요. 홧팅입니다!! 참고로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교부철학˝ 시리즈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도 라틴어 병기서적입니다^^

루쉰P 2016-08-2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옵 역시 대단하세요 요즘은 또 파스칼에 댕겨서 팡세를 읽고 있는데 ㅋ 파스칼이 바로 아우구스띠누스를 놓고 예수회와 격론을 벌였더라구요 양심예학이란 부분에 대해서요 ㅎ 그래서 아구스띠누스를 한번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진짜 천주교에 있어서 엄청난 분이라 생각 드네요 ㅋ

겨울호랑이 2016-08-23 0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루쉰P님
루쉰P님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ㅋ
아우구스띠누스는 초기 기독교에서 교회론과 개인의 은총/구원의 교리 수립에 큰 공헌을 한 교부(敎父)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읽으시면 더 많은 부분을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나와같다면 2016-08-23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um lingae sanctae 거룩한 혀
mors et vita 죽음과 생명이
victimae 희생제물에게
laudes 찬미를 드려라
redemit 구했네
innocens 죄없으신..

mementomor
veritas lux mea

나와같다면 2016-08-23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arpe diem 카르페 디엠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veritas vos libertas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틴어는 사어지만 많은 언어들의 어원이라는 점.. 원어민이 존재하지 않아서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후천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매력

나와같다면 2016-08-23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라틴어를 배웠던 적이 있어요..
라틴어로 기도하는 강동원 보려고 영화 `검은 사제들` 보러 갔었다는 --;;

겨울호랑이 2016-08-23 16:31   좋아요 0 | URL
와~! 나와 같다면 님께서는 라틴어를 공부하셨군요.

알라디너 분들 중에서 강호에 숨은 실력자 분들이 많으세요

진정 멋지십니다.^^: 언어를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워요..^^:
 

우리 집에서 읽고 있었던 `3대 만화책`이 있었다.「베르세르크」, 「유리 가면」,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그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여러 이유로 미완결 상태인 작품들이다.

「유리가면」은 아내가 어린 시절부터 읽은 작품으로 애장판, 소장판 등 여러 이름으로 최근까지 총 47권까지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최근까지 미완결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작가가 사망했다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어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뎌 있다.

「베르세르크」도 워낙 대작이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지난 2000년 추석 즈음부터 손을 놓은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이 신간 출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악명 높지만, 단연 최고는 「Five star stories」라 생각한다.

1권이 나온 것이 1988년(일본판 기준)이니 거의 30년이 다되어 간다. 그럼에도 최초 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진도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작가가 최근 모든 구상을 뒤집었다고 하니 내 평생 완결을 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여름 훈련소였다. 그 해 여름은 클론과 BB라는 그룹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었다.(당시를 기억하시는 분은 아마 아실 것이다.) 당시 친구에게 스케일이 다른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1권 만화 중 절반이 시대적 상황 설명으로 모든 스토리에 대한 구상이 끝난 계획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개 보병의 소총에까지 세세한 묘사를 한 `전대미문의 작품`, `공부를 해야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라는 극찬과 함께 나는 이 만화를 알게 되었다.

이 만화는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다.

만화에 구현된 과학 기술의 수준은 `기동전사 건담`을 능가하는 것이었고, 등장인물에 부여된 신격은 전례없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아마테라스 오오노카미`라는 일본 최고신에 `아트로포스`,`클로소`, `라키시스` 운명의 3여신 등 그리스 신화의 결합은 작품에 품격을 더해주었고, 이 작품은 어린 나에게 큰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제대를 했고, 직장 새내기에서 다시 직장을 옮기기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모두 12권의 책이 나왔다.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접했을 때의 기대는 내가 청년에서 중년으로 들어서는만큼의 시간속에서 많이 사그라진 것 같다.
독자의 기대를 사그라들게 한 30여년의 시간은 작가의 열정 또한 빼앗아간 듯하다.

작가의 새로운 구상에 대한 소식을 최근 접하고 소장해 두었던 12권을 꺼내 보았다.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12권의 책을 다시 보니, 책의 느낌과 당시의 추억이 떠오른다. 또한, `나는 큰 사랑을 가지고 작품을 기다려왔는데 작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구나.`하는 작은 배신감(?)도 느꼈다. 첫 사랑의 아련함과 같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를 통해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비록 작가는 과거의 스토리를 부정하고 새롭게 작품을 구상하지만, 독자들의 마음속의 내용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어린 시절 추억의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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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8-2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르세르크 ㅋ 파이브 저거는 넘 길어욤 ㅋ

겨울호랑이 2016-08-21 20:45   좋아요 0 | URL
ㅋ 좀 길었지요?^^ ㅋ

S.roth 2016-08-22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작품다 거의 가문의 대업 수준이 되버렸죠.
후손에게 뒷일을 물려줄지도...

겨울호랑이 2016-08-22 03: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S.roth님
처음에는 후손을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하는 줄로 알았어요^^ ㅋ

tayako 2016-08-22 0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브 스타 스토리 이야 세계관이라던지 그림체라던지 좋아했던 작품이죠 ㅋ
겨울 호랑이님이
말씀하신 작품들 완결은 나오는걸까요 ㅋㅋ
유리가면 작가님은 사이비종교에 빠져다는소문을들어는데말이죠 ㅜㅜ 글고 완결안나오기로 소문난
작가님중에 다나카 요시키님 작품들도 전 완결나오면좋게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6-08-22 04: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ㅜㅜ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가 않네요. tayako님 말씀 듣고 보니 일본 작가들 중 미완결 작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되시는 것 같네요.. 독자들 입장도 생각해야지 좀 너무들 한 거 같아요 ㅋ

에이바 2016-08-22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겨울호랑이님 진짜 너무너무 반가워요. 저도 tayako님 말씀처럼 유리가면 작가는 사이비에 빠져다가 문하생인지 제자인지가 따로 그리고 있다는 카더라를 들었어요. 그림이 좀 바뀌잖아요ㅜㅜ 베르세르크는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오리란 희망이 있는데 FSS는 아예 잊고 살았어요. 세계관이 너무 거대해서... 새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월요일 아침이 즐거워집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2 10: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에이바님^^:

저 말고도 오랜 기다림을 가지고 계신 독자분들이 많이 계셨군요.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중간에 휴식기가 너무 길면 그 흐름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몰아서 써주지 하는 야속함이 더해 지네요

기분 좋은 월요일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에이바님

2016-08-2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2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8-22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제는 뭐 마음 비웠습니다...나오면 나오는 구나..하며 재미나게 볼 것이고..나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게 되었어요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16-08-22 11:24   좋아요 2 | URL
작가가 작품에 대한 비난보다 독자의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텐데요...yureka01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감사합니다.

심성 2016-08-22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구절에 큰 공감을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2 11: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심성님

아이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내 안에서 나왔지만, 독립된 격(格)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심성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cyrus 2016-08-22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탐정 코난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요? 이쯤 되면 코난이 남도일로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6-08-22 14:09   좋아요 0 | URL
명탐정 코난이 13기까지 나왔지요?^^: 코난이 남도일만큼 크도록 검은 조직은 세계정복을 미루는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ㅋㅋ

파티마 2016-08-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본가는 친구한테 일본판 사달라고 부탁했었던 기억이... ^^; 복제판 보던 게 정식출간본보다 더 장정이 좋았다는 기억도 있네요. 스타트랙과 스타워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일본문화와 중국의 철학사상도 있었던 듯... 지나가다 반가워 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7 20:31   좋아요 0 | URL
^^: 글을 쓰고 보니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사연있는 분들이 많으신거 같네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무더운 날이네요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더위에 가을이 올지
의심마저 가는 요즘이네요..

학교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다른 꽃들과 열매가 피고 있네요.. 특히, 호박이 익어가는 모습속에서 가을의 풍성함이 살짝 엿보입니다.

제가 올린 사진 중 첫 번째 꽃은 `꽃범의 꼬리`입니다. 다른 꽃은 잘 모르겠어요.. 두 번째는 수국(?)으로 추정할 따름입니다. ㅠㅠ
혹시 꽃이름을 알고 계신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름을 알아야 더 친해지고 나중에 딸에게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ㅋ

이웃분이신 `무진`님으로부터 더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무진님께서는 야생화를 많이 아시거든요.^^:

더운 가운데 가을도 익어갑니다.
모두들 늦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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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6-08-21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기분좋은 감상합니다~
산수국 인가요? 예쁘고 탐스러운게 은은한 멋을 풍기네요.

꽃범의 꼬리 예쁘네요. 재미난 이름인데 향기도 좋던가요?

겨울호랑이 2016-08-21 12:24   좋아요 1 | URL
별이랑님 즐겁게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낮이어서인지 향은 잘 안났어요..저녁에 한 번 보러 가야겠습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 기다리며 오늘 하루 시원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08-2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더위를 날려 보낼 꽃 사진, 감상 잘하고 갑니다.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겨울호랑이 2016-08-21 12:28   좋아요 1 | URL
네 비가 와도 볕이 뜨거워도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자연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pek0501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2016-08-21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1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1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1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6-08-2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저 닮은 누런 호박 알아요.

호박잎 쌈 맛나는데,
저보다 한발 앞선 누군가 있었나 보네요~^^

겨울호랑이 2016-08-24 18:1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감사합니다^^: 호박잎을 좋아하시는군요. 올해 많이 더워 추석때 과일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이 저술한 <사랑의 기술> 머리말이다. 이 머리말에 책의 목적이 잘 나타나있다고 생각 된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을 이론적인 측면과 실천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한다. 

사랑의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전체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신에 대한 사랑과 관련하여 동양사상(노자, 장자, 도교), 인도(불교, 브라만교), 서양(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마르크스) 등 다양한 사상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찰하면서, '신에 대한 사랑'과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끌어낸다. 

사랑의 실천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랑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사랑의 기술>에서는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 신(神)에 대한 사랑도 폭넓게 고민한다. 또한 개인적 사랑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 안의 사랑의 결핍을 조명하고, 인간 본성의 회복을 주장한다. 본문은 18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지만, 저자의 이전 저서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논증을 위해 제시한 사상(특히 프로이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한 풍부한 내용의 책이다. 상세한 논증을 제외한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랑은 기술인가?


현대인들은 사랑을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사랑에 대한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 문제는 사랑이란 사랑받는 문제라고 인식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 발견의 문제이며, 세 번째 문제는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 경험과 지속적 상태의 혼동하는데서 오게 된다.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사랑에서 많은 실패가 존재하며, 이 책에서는 에 대해 사랑의 이론과 사랑의 실천면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사랑의 이론


인간의 발달은 '이성'과 함께 한다. 인간에게 '이성'이 부여되면서,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었다. 분리된 경험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적으로 일체감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은 인간을 자연과의 원초적 결합에서 벗어나게 만들었고, 인간은 분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게 되었다.


공동체에서 분리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성적 오르가슴, 각종 중독(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는 분리감만 증대시킬 뿐이었다. 이와 정반대되는 것이 '집단과의 일치에 바탕을 둔 합일(合一)'이다. 이러한 합일은 산업사회에서는 '평등', '오락', '창조적 활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합일에의 열망을 실현하는 사랑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기서의 사랑은 '공서적(共棲的) 합일'이 아닌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을 의미하며, 또한 한 인간과 타인이 결합하는 힘을 의미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으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랑의 능동적인 성격은 모든 사랑의 형태에 공통된 기본적인 요소(보호, 책임, 존경, 지식 등)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자연적 세계'를 대표하는 사랑으로,  존재만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부 사랑이며,'인공적 세계'를 대표하는 사랑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보다 더 중요해지며, 성숙한 사람은 어머니다운 양심과 아버지다운 양심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렘브란트의<돌아온 탕자>,1669, 캠버스에 유채화, 262 X 206 cm, 에르미타쥬 생 페테르부르그 박물관 소장


왼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 손이며, 오른손은 매끈한 여자 손의 모습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부성의 강인함과 모성의 부드러움을 함께 표현한 작품
(출처 : 샌디에고 한인 성당 홈페이지)


사랑의 대상


사랑은 한 사람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을 의미한다. '형제애(兄弟愛)'는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동등한 자 사이의 사랑이다. 반면, '모성애(母性愛)'는 무력한 자에 대한 사랑으로, 모성애가 형제애의 출발이 된다. 이러한 사랑은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성애(性愛)'는 다른 한 사람과 결합하고자 하는 갈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애'는 폭발적인 경험을 통해 갑작스럽게 친밀해지지만, 이러한 경험은 본질적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또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추구하게 된다. 성적 욕망은 고독의 불안, 허영심, 파괴하려는 소망 등에 의해 자극되기 때문에 강렬한 정서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성애에는 '독점욕'이 존재하며 타인과는 분리되었고, 자신들로부터는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합일 경험은 '환상'에 불과하다. 


'자기애(自己愛)'는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나에 대한 사랑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 이기심(利己心)은 이와 달리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신(神)에 대한 사랑'은 분리 상태를 극복하고 합일을 이룩하려는 욕구에서 생긴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의 탈출을 통해 발달되어 왔다. 종교에서의 인간 발달의 모습은, 원시 종교에서의 토템으로부터 신에게 인간의 형태를 부여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신인동형(神人同形)의 신의 모습' 속에서 모계적 신과 부계적 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의 사랑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의 본질과 같다.


또한, 신에 대한 사랑은 '개인이 도달한 성숙의 정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회 구조가 아버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신과의 관계는 부계적 종교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과의 관계에 있어 유아적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동서양의 여러 사상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서 신에 대한 사랑과 부모에 대한 사랑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랑의 진정한 성질이 '사고'에 의해 은폐되어 의식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회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3. 현대 서양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상품시장, 노동 시장에서 상품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교환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노동력을 지배하는 사회로 규정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결과, 자본의 중앙집권화와 노동의 조직화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자신, 동료,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초월과 합의에 대한 갈망을 깨닫지도 못한 채 '오락의 규격화'와 , '만족스러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절망을 극복하고 있다. 

사랑에 관해서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반영되어 결혼을 '원활한 기능을 가진 팀'으로 표현되며,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올바른 성적 적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어진다. 사랑이 붕괴된 현대 서양 사회에서는 '신경증적 사랑', '사이비 사랑'의 형태로 폐해가 나타나게 되었다. 신경증적 사랑은 잘못된 애착에 의해 형성되며, '사이비 사랑'은 우상 숭배적 사랑과 감상적 사랑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현대인들은 사랑을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진짜 갈등'을 회피하면서 갈등을 외면하고 있다. 과거 중세인들은 신(神)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 현대인들은 물질적인 갈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면에서 볼 때 오히려 우상 숭배를 하는 원시 부족에 더 가까운 것 같다.


4. 사랑의 실천


사랑의 실천이 개인적인 것이다. 실천 이전에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이 바로 이러한 검토가 필요하며,  '신앙(信仰)의 실천'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앙은 '합리적 신앙'으로 생산적 지성과 정서적 활동에 근원을 두며,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믿음을 용기를 가지고 생산적으로 이용할 때 사랑은 활동하게 된다. 

사랑의 기술은 개인적 측면을 넘어서 사회적 영역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의 결핍에 대한 논의는 결여 상태에 있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비판과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많은 사람들은 첫사랑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흑백 무성 영화' 같았던 첫 사랑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살다가 추억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특히, 힘들 때 더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첫사랑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니 그것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첫사랑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온 사람이다.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나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또, 첫사랑에게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신경썼던 반면, 일상을 함께 한 지금의 사랑에게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국민 첫사랑 '수지'같은 여인이 내 배우자가 되었다고 해도, 일상 모습(코골며 자는 모습, 화장실 가는 모습)과 현실적인 갈등을 함께 한다면 지금의  내 기억에서처럼 좋은 기억만 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낡아버린 사랑'이 지금의 사랑이라면, 첫사랑은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도 못한 설레임'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첫사랑이 예전만큼 아름답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착각을 한다(p138)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모습 속에 과연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남들이 보기에 싸움 한 번 없이 화목하게 지내는 부부(커플)과 자주 싸우는 부부(커플) 중 어느 쪽이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 편일까 고민하게 된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학술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이처럼 우리의 일상의 모습과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p40)

어머니는 삶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나친 걱정을 해서는 안 되며, 어머니의 걱정이 어린아이에게 전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사랑은 원칙과 기대로 인도되어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위협적이고 권위적이기보다는 참을성 있고 관대해야 한다...
결국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자신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p66)

참으로 종교적인 사람은, 만일 그가 일신론적 관념의 본질에 따른다면, 어떠한 일을위해서도 기도하지 않고 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겸손하다.(p98)

그의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성질이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더욱 성숙한 `사고`에 의해 은폐되고 합기화됨으로써 흔히 의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사랑은.... 끝까지 분석해보면 그가 사는 사회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p110)

상호 성적 만족으로서의 사랑과, `팀워크`로서 고독으로부터 피난처로서의 사랑은 현대 서양 사회에서의 사랑의 붕괴, 사회적으로 유형화된 사랑의 병리학의 두 가지 `표준적` 형태다.(p128)

현대인은 오히려 세 살 난 어린아이, 곧 아버지가 필요할 때에는 아버지를 찾으며 울지만 그렇지 안을 때에는 놀이를 할 수 있는 한, 전적으로 자기 만족을 느끼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p140)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 혼자서 몸소 겪어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다... 사랑의 실천에 대한 검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의 기술의 전제를 검토하고 사랑에의 접근을 있는 그대로 검토하고 이러한 전제와 접근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이르는 단계는 오직 자기 혼자서만 실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검토는 결정적 단계에 이르기 전에 끝난다.(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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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어려운 내용의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읽은 지 오래 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

겨울호랑이 2016-08-19 16:55   좋아요 1 | URL
cyrus님은 이미 오래 전에 체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행복한 금요일 오후 되세요

cyrus 2016-08-19 16:5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08-2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