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시스 / 라케스 / 카르미데스 - 초기 대화편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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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 친구 사이의 정
용기 :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
절제 : 정도에 넘지 아니하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

<뤼시스>는 소크라테스와 메넥세소스, 뤼시스 간에 `우정`을 가지고 논한 대화편이다.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쓸모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친구가 되고, 사랑하게 된다고 논의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분들은 자네가 행복해지는 것을,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그토록 완강하게 막으시는가?`(209e)
`우리가 더 잘 아는 분야들은, 헬라스인들이든 비헬레스인들이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 우리에게 맡길 걸세.`(201b)

다음으로,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 후, `훌륭함과 나쁨`, `훌륭함과 훌륭함`, `나쁨과 나쁨`이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닮은 것들은 친구가 될 수 없으며, 상반된 것도 친구가 될 수 없음을 밝힌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 쓸모없는 분야들에서 우리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누군가가 우리를 사랑하게 될까?(210c)`
`서로 가장 닮은 것들은 서로에 대해 시샘과 경쟁심과 적대감으로 가득 차고, 서로 가장 닮지 않은 것들은 우정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다.`(215d)
`올바른 것이 불의한 것의 친구이고, 절제 있는 것이 방종한 것의 친구이며, 훌륭한 것이 나쁜 것의 친구인가?`(216b)

결국, 소크라테스는 1차적으로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아름답고 훌륭한 것의 친구(216d)`라는 가정을 세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신이든 인간이든 이미 지혜로운 이들은 더는 지혜를 사랑하지 않으며, 무지해서 나쁜 자들도 지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네....따라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아직은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들일세.(218b)`

그러나, 이러한 1차 결론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벽에 부딪힌다. `친구`라는 목적은 `욕구의 필요`라는 수단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에게 친근한 것`이 우리의 친구라는 논의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최초의 논의(서로 닮은 것은 친구가 될 수 없다)에 모순되므로, 결국 정의에 실패한다.

`나쁘지도 훌륭하지도 않은 것이 훌륭한 것의 친구인 까닭은 나쁘고 가증스러운 것 때문이며, 훌륭하고 친한 것을 위해서일세.`(219b)
`훌륭한 것은 병이라는 나쁜 것을 고치는 약과 같다네. 그러나 병이 없다면 약도 필요 없을 걸세. 훌륭한 것은 본성이 그러하기에 나쁜 것 때문에 나쁜 것과 좋은 것의 중간에 있는 우리에게 사랑받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없는 것 아닌가?`(220d)
`욕구가 우정의 원인이고, 욕구를 느끼는 사람이 욕구를 느끼는 동안에는 자기가 욕구하는 것의 친구일세.`(221d)
`욕구하는 것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욕구하네, 그리고 필요한 것은 그것이 필요한 사람의 친구겠지? 그렇다면 메넥세소스와 뤼시스, 연정과 우정과 욕구의 대상은 우리와 친근한 것인 듯하네.`(221e)
`우리가 훌륭한 것과 친근한 것은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훌륭한 것들끼리만 친구가 될 수밖에 없겠지?(222d)`

<라케스>

<라케스>는 용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라케스, 니키아스 간에 이루어진 대화편이다.

`중무장하고 싸우는 법`이 젊은이들 교육에 유익한가`하는 질문(181c)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배워두면 젊은이들의 혼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185a)`으로 논점을 세분화한다. 이후 `미덕`의 부분인 `용기`로 한정하여 논의를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자기 아들들의 혼에 미덕이 덧붙여져 아들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는지 조언해달라고 우리에게 부탁하는 것 아닌가요?`(190b)
`처음부터 곧장 미덕 전체를 고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가 미덕의 한 부분-용기-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해요.`(190d)

라케스의 용기
라케스는 용기를 혼의 인내라 정의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어리석은`인내에 대한 반론으로 논파당한다.

`나는 용기가 일종의 혼의 인내라 생각하오.`(192c)
`그대의 논리에 따르면 지혜로운 인내만이 용기군요.`(192d)
`폐렴을 앓는 아들이나 다른 환자가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달라고 간청하는데도 청을 들어주지 않고 인내력을 발휘하며 거절한다면 어떨까요?`(193a)

니키아스의 용기
니키아스는 용기는 지혜라는 정의를 내리지만, 소크라테스에 의해 반박된다.

`나는 그대가 우리는 저마다 자기가 아는 일에는 훌륭하고 자기가 모르는 일에는 나쁘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어요. 그러니 용감한 사람이 훌륭하다면, 그는 분명 지혜로울 것이오.`(194d)
`이분은 용기가 일종의 지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194d)
`토론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용기를 미덕의 일부로 간주했어요. 나는 용기에 더하여 절제와 정의 등등도 미덕의 부분이라고 부른다오.`(198b)
`그대의 주장대로라면 용기는 무엇이 두려움에 떨게하고 무엇이 자신감을 불러넣는지 아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모든 좋은 일과 나쁜 일에 관한 지식인 것 같아요.`(199c)
`지금 그대가 말씀하시는 것은 미덕의 일부가 아니라 미덕 전체입니다.(199e).`

결국 이와 같이 `용기`에 대해서도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화는 끝나게 된다.

<카르미데스>는 카르미데스, 크리티아스와 소크라테스가 `절제`에 대해 대화하는 작품이다.
크리티아스는 두통있는 카르미데스를 소크라테스에게 소개한다. 소크라테스는 `혼을 치유하지 않고 몸을 치유하지 않으면 안된다(156e)`, `일단 혼에 절제가 생겨나 자리 잡으면 머리와 몸의 다른 부분을 치유하기는 쉽다(157a)`면서 `절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카르미데스의 절제
카르미데스는 절제를 차분함으로 정의하지만, 소크라테스에게 논박당한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시는 것은 한마디로 일종의 차분함인 것 같아요.`(159b)
`그렇다면 카르미데스, 혼에 관련되든 몸에 관련되든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는 빠름과 활력이 느림과 차분함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네. 그렇다면, 절제는 일종의 차분함일 수 없고 절제 있는 삶은 차분한 삶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네.`(160c)

크리티아스의 절제
카르미데스는 절제를 다시 정의하지만, 사실 크리티아스의 정의를 옮긴 것에 불과하기에, 논박당한 후에는 크리티아스가 논의를 이어받는다. `제 할일을 하는 것`이라는 크리티아스의 주장은 `알지도 못하고 행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논박된다.

`나는 전에 절제는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161b)
`만약, 남의 것들에 손대지 않고 저마다 제 것을 제작하고 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각자 제 외투를 짜고 세탁하고 제 구두와 기름병과 때밀이 기구 따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자네 생각에 국가가 잘 경영될 것 같은가? 절제는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닐세.`(162a)
`내 주장은 좋은 것을 아니라 나쁜 것을 만드는 사람은 절제 있는 사람이 아니고,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만드는 사람은 절제 있는 사람이라는 거에요.`(163e)
`그렇다면 의사는 자기가 유익한 짓을 하는지 해로운 짓을 하는지 모르고 무엇인가를 할 때도 있겠구먼.`(164c)

크리티아스 절제 수정
크리티아스는 이번에는 절제는 `지식`이라면서 다시 정의를 내린다. 이 정의에 따라 절제에 대해 논의하지만, 결국 `절제`가 어떤 유용함이 있는지에 대해서 결론 내리는데는 실패한다.

`차라리 나는 내가 동의한 것 가운데 일부를 취소하고 내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에요. 사실 나는 자신을 아는 것이 절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그 점에서 나는 델포이에 `너 자신을 알라!`는 비명을 봉헌한 사람에게 동조해요.`(164c)
`절제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종의 지식이며 무엇인가에 관한 지식일세.`(165c)
`다른 지식은 모두 다른 것에 관한 지식이고 그 자체에 관한 지식이 아니지만, 절제만은 다른 지식들에 관한 지식이자 그 자체에 관한 지식이기 때문이에요.`(166c)
`크리티아스, 만약 절제가 그런 것이라면, 우리는 절제에서 대체 무슨 덕을 보게 될까?(172d)`
`설사 우리가 모든 지식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우리를 잘나가고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지식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좋음과 나쁨에 관한 이 한가지 지식을 가져야 하는 것`(174c)
`내가 제대로 검토했다면,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인정한 것이 우리에게 쓸모없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을테니까.`(175a)

<뤼시스>, <라케스>,<카르미데스>에서는 `우정`과 `용기`, `절제`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모두 뚜렷한 정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론이 내려지고 만다. 이 중에서 `절제`는 피지배계급에게, `용기`는 수호자 계급에게 필요한 것으로 <국가>에서 논의된다. 그럼에도, 초기 대화편에서 이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못한 채 <국가>에서 `4주덕`의 형태로 나타난 것은 논의의 비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살았던 소크라테스(BC 469 ~ BC 399)와 공자(BC 551 ~ BC 479)가 만났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대화편을 통해, 공자는 <논어(論語)>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樊遲問仁 子曰 愛人
(번지가 인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안연이 인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대답했다. ˝자신을 극복하여 禮(예)로 돌아가는 것이 仁(인)이다.˝)

아마, 소크라테스는 때에 따라 다른 정의를 하는 공자를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하는 프로타고라스처럼 생각하고, 소피스트 취급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공자도 돈을 받고 가르쳤으니(풍우란, <중국철학사>中), 소피스트라 해도 할 말은 없었을 것 같다.) 반면, 공자는 소크라테스를 몸은 튼튼하지만, 폭넓게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자로(子路)수준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만약, 이 두 사람이 어떤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한다면, `정의`만 하려고 본질을 파고들려는 `소크라테스`와 `상황에 맞게 설명을 하려는 `공자`는 동문서답을 하다 논의가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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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로스/메논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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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로스>는 소크라테스와 파이드로스간 대화이며, Eros(에로스)와 수사학에 대해 논의한다.

1. 사랑에 대한 정의
"비이성적인 욕구가 올바른 것을 지향하는 판단력보다 우위에 선 다음 아름다움의 쾌락 쪽으로 이끌리다가 자신과 친족관계에 있는 다른 욕구들에서 육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새로운 힘을 얻어 모든 것을 정복한다면, 그런 욕구는 바로 이 힘에서 이름을 얻어 에로스라고 불린다는 말일세"(238c)

2. 에로스의 부정적인 면 : 연인의 피해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먼저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로스는 성인남자와 소년과의 동성애적 사랑을 의미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피해는 동성애만 아니라, 이성연인으로 확대해 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오는 폐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

연인의 피해

"그런데 마음이 병든 사람은 자기에게 반항하지 않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기보다 더 강하거나 자기와 대등한 것은 미워하게 마련이네. 그러니 연인은 할 수만 있다면 연동이 자기보다 더 강해지거나 자기와 대등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언제나 연동이 더 약해지고 더 열등해지게 만들 것이네."(239a)
"연동이 연인에게는 최대의 쾌락을 제공하되 스스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도록 말일세. 그러니 정신적인 측면에서 연인은 결코 유익한 수호자가 아닐세."(239c)

3. 에로스의 긍정적인 면
논의 중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의 접근을 한다.
'에로스'는 '상기'를 통해 몸에 갇힌 혼에 날개를 달아주어 진리(실재 Idea)로 가게 해 준다는 것이다.

혼의 불멸성
"모든 혼은 불멸하네. 항상 움직이는 것은 사멸하지 않기 때문이네."(245c)

진리
"색깔도 없고 형태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혼의 키잡이인 지성에 의해서만 볼 수 있으며 모든 참된 지식이 관여하는 실재(實在)일세."(247c)

신들의 삶
"혼은 한동안 실재를 보고 진리를 관조하며 흐뭇해하는 가운데 영양분을 섭취하고 행복감을 느끼다가 결국 하늘의 회전운동에 따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네."(247d)

"첫 번째 생을 마감한 후 심판을 받게 되네(249a)....철학자의 혼에만 날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네. 철학자의 혼은 그것들을 가까이함으로써 신이 신적인 존재가 되는 그런 것들을 상기를 통해 최대한 가까이 하기 때문이네."(249c)

"인간들은 그분을 날개 달린 에로스라 부르지만, 신들은 그분을 날개 신이라 부른다네. 그들은 날개가 자라나게 하니까."(252b)

4. 수사학
에로스에 대한 정의를 내린 후,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논의가 시작된 뤼시아스의 연설문을 살펴보면서, 수사학에 대한 논의와 수사학적 방법, 연설문에 대한 비판을 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은 '혼의 본성'을 규명하고 이를 잘 나타내는 방법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기술이 유행하는 당대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 생각된다.
이미 2500년 전에 이러한 사실왜곡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음에도, 여전히 '진실을 숨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수사학과 전문기술
"수사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먼저 대중이 헷갈리게 되어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나눈 뒤, 이 두 종류의 특징이 각각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네.
.. 둘째, 그는 개개의 주제에 모르고 다가가서는 안 되고, 자기가 논의하려는 것이 두 종류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네."(263c)

"의술은 몸의 본성을, 수사학은 혼의 본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말일세."(269b)

"누군가 자신의 연설을 듣게 될 청중의 다양한 성격을 헤아리는 한편 사물들을 형상별로 분류하고 개별 사물들을 하나의 형상에 포함시킬 능력이 없다면, 그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훌륭한 수사학 전문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오."(274e)

"첫째, 자네는 말이나 글의 주제에 관해 진실을 알아야 하네. 둘째, 자네는 똑같은 방법으로 혼을 구분하여 개개의 혼에 맞는 연설을 찾아내 자네의 연설들을 그에 맞게 정리 정종한 다음 복잡한 혼에게는 복잡하고 포괄적인 연설을, 단순한 혼에게는 단순한 연설을 제공해야 하네."(277c)

<파이드로스>에서는 영혼불멸, 윤회,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사학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논의가 <국가>에서는 어떻게 발전되는지, 특히 '동굴의 비유'에서 나타나는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메논>은 메논과 소크라테스 간 '미덕(arete)'에 대해 논의한 대화편이다.

'미덕'이 무엇인가에 대해 메논이 질문을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다. 하나의 단일한 '미덕'이 있는가와 아니면 상황과 경우에 따른 여러가지의 '미덕'이 있는가에 대한 첫 번째 논의가 이루어진다.

"비록 미덕은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모두 동일한 형상을 하고 있어서, 그것에 힘입어 미덕이 미덕이 되는 것이라네."(72c)

"누가 뭔가를 깨부술 때 익살꾼들이 말하듯이 하나를 여럿으로 만들기를 그만두게. 미덕은 전체로서 온전하게 내버려두고, 미덕이 무엇인지 말해주게."(77b)

소크라테스는 미덕의 '정의'에 대해서 묻는 반면, 메논은 현실에 나타난 '특성'을 통해 말하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되어 끝나는 이러한 문제는 러셀의 <기술이론>에 의해서 후대에 해결되는 것 같다. 모든 정의가 결국 '기술(서술)의 집합'이라는 러셀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정의'-'특성'간 논의는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미덕'에 대한 정의가 실패하자, 논의를 바꿔서 '상기(想起)'에 대해 말하게 된다.

본문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메논의 노예 소년에게 질문을 통해 기하학 문제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소크라테스는 노예 소년이 답을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상기' 시켰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무리한 논리 전개인것 같다.
본문에서는 마치 우리가 예전 중학교 수학 시간에 맞꼭지각, 엇각 등의 개념의 사용해서 SAS 합동을 증명했던 때를 연상시키는 논의를 한다. 나는 당시 선생님이 증명할 때 '그런가보다' 했지, 덮어놓고 다시 하라면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봤을 때, 들어서 '인정'하는 것과 '안다'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그런 이후, '미덕은 배울 수 있는 것인가?'하는 논의가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는 테미스토클레스와 그의 아들 예를 들어 미덕이 배울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테미스토클레스가 다른 분야는 아들에게 가르치기를 원하면서 자신이 지혜로웠던 분야에서는 아들을 결코 이웃보다 더 나은 인물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하는가?"(93e)

"만약 지성이 만들어져 사람 안에 심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들은
엄청난 보수를 받게 되리라."(95e)

이를 통해, 교사라고 자처하는 소피스트들을 비판하고, '미덕'으로 인도하는 것은 '바른 의견', '바른 신념', '지식'라는 이야기(97b)와 함께, '바른 의견'이 혼에서 달아나지 않도록 묶어두는 것이 '상기'라고 결론 짓는다. 결국 '미덕'은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논의가 끝난다.

"미덕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닐세. 오히려 미덕은 그것을 지닌 사람들에게 지성과는 무관하게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일세."(100a)

<메논>을 통해서, 플라톤 철학과 기하학의 관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기하학'은 추상적인 학문의 성격상 질문을 통해 답을 유도해나가는 과정이 다른 학문보다 용이하기 때문에, 플라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리라.
또한, <메논>에서 소크라테스가 노예 소년으로부터 답을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동굴의 비유'에서 밖으로 나가서 빛을 본 사람이 묶여 있는 동료들에게 '빛(Logos)'을 설명하는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다.

결국, '플라톤 철학'의 초기/중기 단편들은 각 단편이 주제를 가지면서도, <국가>라는 거대한 구조물 속의 한 개의 공간/구역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 <파이드로스/메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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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입니다 - 안젤름 그륀 신부가 들려주는 인생 지침서
안셀름 그륀 지음, 이온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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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성취를 위한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 안셀름 그륀는 다음과 같은 삶의 자세를 말한다.

1. 걱정을 내려놓자.
2. 자기 자신과 일치를 이루자.
3. 그냥 단순히 살자.

마음을 평안히 하고, 이 순간을 살아간자는 평범한 주제에 대해 여러 격언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우리가 평소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을 열고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1. 걱정을 내려놓자.

불안이 문을 두드린다. 믿음이 문을 연다. 밖에는 아무도 없다. -중국 격언-

걱정을 그냥 내버려 두어라.
곧 다 잘 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면
종달새가 날아오르지 않더냐 - 괴테 -

시간적 여유만 갖는다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크리쉬나 메논-

2. 자기 자신과 일치를 이루자.

화음으로만 이루어진 음악이 아니라 온갖 대립적인 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 아름답다(p72)

죽은 후에 하늘나라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살아 있을 때 우리는 이미 하늘나라에 있는 것이다. -틱낙한 -

우리의 인지력이 더욱 예리해져서 순간을 포착하는 눈은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을 보고 귀는 그것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 윌라 카터 -

너 자신에게 소망을 너무 많이 허락하지 말라. 소망을 작게 만들어 너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게 하라. -프란츠 폰 잘레스 -

보통 사람들은 외로움을 증오하지만 대가들은 외로움을 이용하고 홀로 있는 자기 자신을 품에 안고 자기 자신과 전 우주가 하나라는 것을 인식한다. -파울 틸리히-

고독의 끝을 아는 사람은 사물의 끝도 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는 것을 배워라
그리고 차분히
네가 아닌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배워라. - 앙리 프레데리크 아미엘 -

의문 속에서 사는 사람은
아마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날엔가는
대답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3. 그냥 단순히 살자

생활양식의 단순함, 정의 그리고 신에 대한 경외감으로 로마인들은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 포세이도니오스 -

사랑하는 영혼아, 너는 언제쯤 선해지고 단순해질 것이며 너 자신과 일치할 것이며 껍질을 벗어 던지고 너를 에워싸고 있는 육체보다 더 투명해질 수 있겠느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장애물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어쩌면 장애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프란츠 카프카-

아무리 육중한 문이라도 작은 열쇠 하나면 열린다. - 찰스 디킨스-

단순함은 진리의 절대 조건이며 특징이다. - 레오 톨스토이 -

너에게 부족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 온 세상이 너의 것이다. - 노자 -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나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이 순간에 네 앞에 있는 사람이고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언제나 사랑이다. - 레오 톨스토이 -

자기 옷을 직접 다림질 할 때, 사람은 오만해지지 않을 수 있다. - 메릴 스트립 -

가진 것을 내려놓을 수록 더 부자가 된다. - 헨리 데이빗 소로 -

아마, 우리가 느낀 것이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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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27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격언들이 하나같이 와닿는군요!^^

겨울호랑이 2016-06-27 12:2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오거서님 별다른 설명없이 격언만으로도 느낌을나눌 수 있는 거 같아요^^

오거서 2016-06-27 12:25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6-27 12: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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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리아스>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오뒷세이아>

무기들과 한 전사를 나는 노래하노라.... 무사 여신이여, 신들의 여왕이 신성(神性)을 어떻게 모독당했기에 속이 상한 나머지 그토록 많은 시련과 그토록 많은 고난을 더없이 경건한 남자로 하여금 겪게 했는지 말씀해주소서! <아이네이스>

<아이네이스>는 한 사람과 무기들(전쟁)을 노래한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의 고난이 주제라면,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시련과 전쟁이 주제다. 이 `무기들`은 아이네아스의 전쟁이 아니라, 작가 베르길리우스가 그리고자 한 로마의 `전쟁`일 것이다.

<아이네이스>는 철저하게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를 의식하고 쓴 작품이다.

오뒤세우스는 괴수 스퀼라와 퀴클롭스 손 아귀에서 벗아난 후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동료를 격려했다.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그러나 비록 사랑하는 전우들을 잃었어도 죽음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며 항해를 계속했소˝. < 오뒷세이아 제9권 565>

아이네아스 역시 같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그러니 이제 정신을 차리고 불행과 공포는 잊어버리시오. 아마 이 고생도 그대들에게 언젠가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오.˝ <아이네이스 제1권 201>

아이네아스 속에는 오뒷세우스 뿐만 아니라,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의 면모도 담겨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미움을 받아 12고난을 겪으며, 아이네아스는 역시 유노(그리스명 헤라)의 미움을 받아 지중해를 떠돌며, 나라를 건설한다. 또한, 아이네아스는 예언녀로부터 제2의 아킬레스라는 예언도 받는다<아이네이스 제6권 89>

오뒷세우스는 저승으로 가서, 오랜 동료인 아킬레우스, 아이아스, 어머니 등을 만나는데, 아이네아스 또한 지지않고 저승으로 가서 데이포부스, 디도 여왕, 아버지 앙키세스를 만난다. 오뒷세우스는 그곳에서 원한을 품고 자신을 피하는 아이아스를 보고, 영웅 아킬레우스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네아스 역시 자신을 피하는 디도 여왕을 보고, 영웅 데이포부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 역시 동일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저승에서 자신과 로마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자, 이제 너에게 다르다누스의 자손들이 어떤 영광을 누리는지, 이탈리아의 부족에게서 네가 어떤 후손들을 기대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겠다...˝<아이네이스 제6권 756>
그의 입에서 로마와 `무기들`이 노래된다...

아이네아스는 헤라클레스의 고난, 오뒷세우스의 지혜, 아킬레우스의 용맹을 담은 영웅이라는 것이 책 전반에 깔려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혈통이 당대의 지배자였던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율리아` 가문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네아스-카이사르`로 이어지는 고귀한 혈통의 계보를 완성한다. 다만, 이 경우 아이네아스부터 카이사르까지의 시간적인 간격이 벌어지기에, 중간에 `로물루스-레무스` 등의 이야기도 들어간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우리나라 <용비어천가>에서 태조 이전에 `6조`를 넣어, 시간적인 간격과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이네이스>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개인의 서사시`가 아닌 `국가의 서사시`다. 작품 곳곳에 로마제국으로 이행하면서 그들이 극복해야했던 대상이 나온다.
그들 스스로 `트로이야의 후손`으로 자처했기에, `트로이야`를 멸망시킨 `다나이족(그리스)`에게 선조들에 대한 복수가 필요했다. 또, 후에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 패권을 두고 경쟁해야했던 `카르타고`와는, `디도 여왕`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하나될 수 없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고대 유대인들은 BC 597에 `바빌론 유배`라는 혼란속에서 <타나크(구약성경)>, <토라(모세오경)>을 만들었고, `이스라엘 멸망`을 `우상 숭배`로 규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통해 오랜 내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제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로마제국에 역사성을 부여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을 때 <아이네이스> 곳곳에 나타난 또는 숨겨진 <일리아스>, <오뒷세우스>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로마인들의 세계관과 역사인식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내가 라틴어와 그리스어도 할 수 있었다면, 원어로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겠지만, 실력의 한계로 누릴 수 없었던 부분이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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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혁명 -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프리라이더 2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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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작인 <프리라이더>에 이어 세금문제를 다룬 책

이 책에서는 과다한 사교육비지출로 인한 교육문제와 폭증하는 공공부채문제, 인구감소로 인해 예상되는 우리 사회의 충격을 다루고 있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2011년이나 2016년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이제는 '인구감소'문제가 보다 공론화되었다는 점이 2011년과의 차이점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가 현실이 되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소비자와 노동시장의 공급을 약화시켜, 생산 경제가 위축된다. 또한, 고령화 사회는 의료비의 증대로 이어지며, 이에 따른 복지지출이 증가된다. 은퇴고령자들은 주로 자산소득(이자,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보내는데,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자산거품'이 붕괴될 경우 사회 전반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그러기엔 현실이 만만하지 않다.

며칠 전 발생한 '어린이 집'사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출산/보육에 대한 지원이 매우 약하다. 또한, 어렵게 출산을 해도,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일까.

몇 년전 대통령 신년담화가 생각난다. "통일은 대박이다"....
다른 특단이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부의 대책은 명확해 보인다.
분명 통일이 이루어 진다면 내수시장 증대와 노동력 공급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남북한간 관계를 보면 이또한 확신할 수가 없는 것 같다. 2011년과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가 큰 차이 없이 동일한 것임을 볼 때, 우리는 지난 시간을 잃어버린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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