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글을 쓰다 무심코 밖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난 가을 어디쯤에서.



내가 그린 적 없는 그림이 캔버스에 들어찼다.
창문에 달린 벌레 막는 스크린이 오히려 유화 캔버스의 거친 질감을 살렸다.
P. 5
사각형 틀 안에 세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림은 창문과 닮았다. 창문 역시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초대한다. 기꺼이 그리고 자연스레 그 초대를 받아들인 우리의 눈길은 창문 밖에 펼쳐지는 풍경으로 향하지만, 마음 한편에 일렁이는 정체 모를 감정들이 창 안의 나를 감싼다.
경계에 서 있지 않고서는 그것이 경계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경계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삶을 돌이켜 보면, 많은 순간 경계에 서 있거나 심지어 그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에는 잘 알지 못한다. (P. 61 )
책과 대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저자가 책 속에서 말을 건네는 것 같은.
혹은,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그 날이 딱 그랬다.
내 마음을, 내 일상을, 내 상황을, 내 처지를
다 관통하는 것 같은 사람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