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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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저자소개를 읽어 내려오다가 옮긴이의 소개에서 한참 머물렀던 이유. 길다. 저자소개보다 길다. 재밌다. 옮긴이의 이력이 왜 이렇게 길어야하는지 이유를 따지려다 흐뭇해졌다. 옮긴이 삶의 ‘커리어‘가 아니라 ‘스토리‘에서 책구매를 결정한 첫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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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음악의 즐거움 2
후루야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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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내는 알라딘 알고리즘에 잘 들킨다. 알라딘 알고리즘은 내가 이런 책에 안달하는 걸 식구보다 더 잘 안다. 피아노를 치면 뇌가 바뀐다. 피아노를 치다가 만 사람으로서, 뇌가 제자리인 사람으로서. 피아노를 다시 치고 뇌가 바뀔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2024년 직전에 품을 속내로 썩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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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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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낸 작품집에 있는 작품들을 새 작품집에 이리 많이 담을 때 수필가의 마음은 어떤 모양인 걸까. 전작을 모두 읽고 소장하고 있는 독자를 배려하는 행위일까, 외면하는 처사일까. 신작이라 한달음에 반가웠다가 이내 후회한다. 괜히 다 샀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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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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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변호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군을 대표해서 주 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네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148p)



아버지, 애티커스가 하려는 일은 흑인 강간범(이라고 의심받는)을 변호하는 것이다.

목화 농장을 운영하며 노예를 부려온 집안의 자손이,

흑인 알기를 발에 차이는 개똥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앨라바마에서.


딸이 묻는다.

동네 사람들이 다 욕하는데 그걸 왜 하세요, 라고.


아버지는 답한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어서,라고.


흑인 알기를 발에 차이는 개똥보다 못하다고 여겨서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욕먹고 살해 협박까지 당하면서 한다는 말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어서-.


앞뒤가 맞나.


그 읍내란 곳은 흑인을 변호하는 그를 죽이려 드는 곳이라

그 일을 하지 않아야 거기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그렇다면 애티커스는 이중의 노역(勞役)을 하겠다는 셈이다.


다들 안 그러는 게 옳다고 믿는 곳에서 혼자 그러기로 하기.

다들 안 그러는 게 옳다고 믿는 곳에서 혼자 그러기로 하면서도

고개를 들기.


내가 고개를 들고 다니는 곳은 어디인가.

나를 욕하는 이가 없다고 (내가) 철없이 믿는 곳에서 

나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나를 좋아해주지는 않아도 최소한 욕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곳.

그런 곳에서 나는 안심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것이다.


고개를 숙이라고 강요당하는 곳에서 고개를 드는 일.

고개를 숙이라고 강요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들기.


이런 장소, 이런 상태에서

고개를 든다는 것의 진의가 일어설 것이다.


누가 뭐래도 고개를 드는 일은 위험하다.

그 '누가'들이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뭐란다고 고개를 들지 않는 일도 위험하다.

그 '누가'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누가'를 그닥 의식할 필요가 없을 지 모른다. 

어차피 누가 옳고 그른지 딱 꼬집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딱 꼬집어 알 수 있는 것.

고개를 들기 위해 난 어쩌면 그것만 보면 되는지 모른다.


애티커스가 보여준 그대로.


양심. 


양심있는 이는

알고 보면 모두 고개 숙여야 하는데 바짝 고개들고 호령하는 무리들 속에서 

고개를 들 줄 안다.

양심있는 이는

혹 그런 무리에 맞아죽더라도, 양심에 두들겨 맞는 게 더 아프다는 사실을 안다.


내게 그런 양심이 있는지부터 궁금해서...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간단한 문장에서 나는 오랫만에 내 양심에 노크한다.


어이, 자네, 거기 잘 있는가?


우리 읍내에서 고개 들고 다니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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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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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114p)


굳이 따져보자면 '선'보다는 '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솔직히. 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니까 나는 악한 사람일까. 악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악한 사람일까. 나는 왜 악에 관해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나는 악에 관해 생각할 자격이 있는가.


이리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나는 악인은 악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악'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착한 사람 축에 든다(고 믿고 싶다). 


설마, 싶겠지만 그런 것 같다.


자신이 하는 일이 악인지 알면서 하는 사이코패스는 빼놓고 일단 생각하자.


악인은 자기가 하는 일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일이란 생각은 할 지도 모른다. 악인도 세상에 돌아다니는 법쪼가리 정도는 줏어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쁜 일이 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좀, 다르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내가 악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의 어미를 확정하긴 어렵다)


나쁜 일과 악은 다를 수도 있다.

법이 그러지 말라고 정한 일은 나쁜 일이지만 법이 금한 일이 다 악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사실은 명작일 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어떤 책이나 영화를 별 시덥잖은 이유를 들어 묶어버리는 일 따위.


여기, 절도, 폭행, 강간이란 끔찍한 일은 다 저지르고 다니면서 그 일이 악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열 다섯 살, 알렉스가 있다. 그 동무들이 있다. 알렉스는 늘 이런 말을 읊조리고 소설의 챕터를 시작한다.


이제 어떻게 될까, 응?(What's it going to be then, eh)

얘도, 자신이 어찌될 지 모른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한다면서 사실은 얘도, 두려운 것이다.

법으로 금한 나쁜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알렉스는 악인일까.

법으로 금하지는 않았는데 나쁜 일도 얼마든지 많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사람은 악인이 아닐까.

다 가진 사람이 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SNS에 다 가졌다고 자랑하는 일 따위.

혼밥할 사람이 더 많은 사무실에서 두 사람만 팔짱 끼고 오늘은 뭐 먹을까 하는 따위.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제거당하겠다는 선택을 내릴 때, 넌 진짜로 선을 선택한 것이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구나. 신이 우리 모두를 돌보시겠지(114p) 


내가 악에 관해서 더 많이 생각하는 이유는 혹시,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일까. 윤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불면의 밤을 신에게 맡긴다면 나는 진짜로 선을 선택하는 것이 되는 걸까.


나쁜 짓을 다 하고 돌아다닌 알렉스는 '착해지는 요법'을 시술받고 나쁜 짓을 목격하거나 생각하면 토한다. 나는 세상 온갖 나쁜 짓을 봐도 더 이상 토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매순간 토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세상에 산다는 걸, 또 매순간 깨닫게 되어서.


세상 온갖 나쁜 짓에 토하지 않는 나는 악인인가.


오늘 내가 실행한 어떤 자유의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이었을까.

스스로 선하다고, 선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안전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믿는 우리.


시계태엽 오렌지나 읽...먹으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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